하루 종일 비가 내렸던 7월 1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전세사기 특별법 보완 및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포럼”이 열렸습니다 .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김병욱 의원, 오기형 의원, 허영 의원이 주최하고 대전환포럼,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공동주관 했는데요. 전문가 발제는 ‘전제사기 피해자 대상 여론조사와 결과분석’를 실시한 권지웅 센터장, 마찬가지로 ‘피해자 심층인터뷰’를 실시한 김광중 변호사, 세종대 임재만 교수의 ‘전세사기 대응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진행됬습니다. 이후 전문가 박준 교수, 김준우 교수, 정윤남 교수와 함께 토론을 이어나갔는데요. 특별법을 중심으로 여론조사⋅심층인터뷰 결과를 자세하게 공유했고, 피해유형과 피해자 입장, 피해자를 둘러싼 상황 및 인식에 대해 공감하며 이날 토론은 피해자의 지원, 구제 방안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주거정책 전환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전세사기 특별법'은 정확히 무얼 말할까요? 이번 년도 6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정식명칭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피해자들에게 경매⋅공매 절차, 조세 징수 등에 관한 특례를 부여함으로서 피해 최소화, 주거불안 해소 및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되었는데요. 특별법 지원과 관련해 간단히 정리해보면 ▲경매⋅공매 우선매수권 행사, ▲낙찰 주택에 대한 구입자금 대출 지원, ▲낙찰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우선매수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하고 LH가 경매에서 낙찰한 집에서 거주하는 공공임대 형식의 방안 등이 있습니다. 다만 ▲피해주택이나 채권을 공공이 매입하고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실질적 피해자 구제’ 방안은 보이스피싱과 같은 다른 피해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입법 초기, 국토부와 여당의 문제제기로 제외됐습니다.
포럼을 주최한 4인의 국회의원을 비롯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특별법에 대한 점검으로 이미 많은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음에, 보다 피해자 중심의 실질적인 법제도 보완 개정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 점검, 그리고 끝까지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요. 나아가 근본적인 우리 사회 주거안전망에 대한 점검과 금융시스템 차원에서 향후 주거부채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를 외면하는 특별법
권지웅 센터장은 전세사기고충센터에 피해⋅고충 접수한 피해자 900명 중 약 430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에는 주택의 형태와 사기 유형, 피해자 상황에 따라 다양한 피해모형이 존재하며, 이와 과련해 개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전체 피해모형을 정확히 인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정된 특별법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고요. 응답자 85% 대다수가 관련 법제정에 피해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다수가 지원에 대한 효과성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간 마련된 정부의 대책이 한참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피해자 당사자들이 쉽게, 혹은 체계적으로 전달 받지 못하는 상황은 정확한 정보가 신뢰감있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권 센터장은 꼬집어 말했습니다. 전혀 도움되지 않는 대책으로 꼽은 방안들은 ▲우선 매수권 부여(다가구, 근린생활시설 형태는 사실상 이용이 어려움), ▲최우선 변제금 무이자 전세대출(해당시 모두 무이자가 아니라 소액임차인 대상), ▲긴급복지지원(피해자 대부분이 경제활동인구, 1인가구 기준 월소득 150만원 이하 해당), ▲심리상담지원(이용시간대 평일 낮시간, 근로자 이용 어려움. 일회성 지원) 등 입니다. 참고로 주요 피해 연령층를 특정하면 대다수 20대~30대가 70%를 차지(40대까지 넓힐 경우 90%)하고 있으며, 피해자 평균 피해규모는 약 1억 1천만에, 빚 7천~8천에 이르고 있어 연령을 고려하면 전재산에 가까운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권 센터장은 발제를 맺으며 피해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각지대 해소 등 맞춤형 세밀한 피해구제, 지원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피해자 전수조사 실시가 매우 중요하며 현장에서 정책이 구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절차, 피해지원단과 피해자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고, 직접 피해 지원 및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 지원은 빚 더하기 빚으로
김광중 변호사는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인터뷰 대상자로 20대~40대가 참여한 상황은 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청년세대, 자산형성시기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피해현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결과를 통해 나타나는 피해자의 주요 공통인식을 정리해보자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에서 더이상 결혼, 나아가 출산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어려움. ▲피해자가 되는 순간부터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고통이며, ▲모든 초점은 대출을 정리하는 것에 몰두, ▲사법기관을 통한 고소고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사법 불신,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나 소관부서의 원활한 대처 및 답변에 신뢰성이 없어 행정시스템에 대한 불신, ▲공인중개사의 역할과 책무, 신뢰성 부재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관한 문제점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법의 문제점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련 기관이나 지원조직에 상담을 해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새로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는 방안으로, 임차인에게 대출을 더 해주고 문제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아닌가. 피해에 대한 범죄 은닉수익 환수, 구제 및 지원은 없고 개인 스스로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것이 피해자들이 갖는 생각입니다. 나아가 사기피해를 경험하지 않았어도 우리나라에서 임차인으로 살아가려면 상당히 많은 부동산 계약 등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고, 전세제도는 발전한 금융산업 시스템에 비해 아직도 40년 전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스템이 주는 장점보다 단점과 리스크가 더 많은 지금의 시점에서 “보증금 반환을 임대인 리스크에게서 절연해 내고, 임차인 중심의 전세제도로 바껴야 한다”, “전세사기 문제 이상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보증금 돌려받기 힘든 피해 임차인에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안
세종대 임재만 교수는 ‘전세사기 대응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발표했습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임차인의 보증금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측면에서 공공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선순위채권과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대한 의견을 주셨는데요. 우선 보증금 반환 채권 즉 세입자가 갖고 있는 보증금 반환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 금융기관이 매입해 집단적 문제해결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임차인의 지위를 양도 받는, 지위 승계와 관련한 말씀을 주셨고요. 두번째로 선순위 채권 할인매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경⋅공매가 진행되면 선순위 채권에 따라 보증금이 배당되는데 피해자가 후순위로 밀릴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낮거나 없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럴 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금융기관이 가져갈 선순위 채권을 할인 매입하여 가져감으로서 피해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보전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참고로 금융기관은 재무 건전성 관리 등으로 BIS 비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제3기관으로 이전함) 임 교수 역시 전세제도 개선 및 개혁이 매우 중요하고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공감해주셨는데요. 전세권의 물권화만 되어도 전세사기에 대한 상당 부분 리스크 관리가 될 것으로 덧붙여 주셨습니다.
#1.전세권 : 임대차 계약에 있어 정상적인 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인의 동의하에 임대인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금액과 기간을 기재하여 등기로 등록하는 물권(배타적 효력 발생)
#2.채권의 물권화 : 임차권은 채권으로 원칙적으로는 선순위(날짜가 먼저)여도 물권인 전세권보다 경매시 배당 순위에서 후순위로 배당 받으나 예외적으로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대항력(전입+점유)과 확정일자를 갖추면 후순위인 전세권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을 임차권만 특이하게 채권이지만 물권의 효력을 미친다
*전문가 발제에 대한 본문 설명은 글쓴이의 개인적인 이해에 기반하여 작성했기에 다소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박준 교수, 김준우 교수, 정윤남 교수는발제에 대한 의견과 정책대안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우선 박준 교수는 피해 구체대책과 정부의 책임 법안, 특별법 이외의 제도 개선에 대해 세밀하게 짚어주셨는데요. 피해자 확정 여건과 관련해 의도적 사기범죄를 개인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 한시적(2년) 법령이라는 점, 비교적 최근의 동일 전세사기 수법에 대한 소급 적용이 불가하다는 점과 관련해 법제도 개선 및 정부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여러가지 원인으로 임대사업자 종합 관리 실패로 인한 사각지대 방치, 전세시장에 대한 관리 부족, 전세대출 관련 정책 방향 등을 지목했습니다. 박 교수는 여러가지 제안을 제시해주셨는데요. 전월세 신고제를 전수로 확대, 주택 임대 등록의 의무화 진행,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하고 민간 임대 시장에 대한 의존도 축소 등을 부연해주셨습니다.
김준우 교수는 전세사기는 주 피해자가 청년세대과 저소득층 중심인 문제로 피해자의 막막함, 좌절감 등에 대한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전세계약은 금융기관 전세대출과 공인중개사 수임을 통한 적법한 계약임에도 고스란히 임차인 세입자에게 피해가 가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이런 특징들은 정책적 법리적으로 개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사회의 주거와 재산형성 과정을 고려하면 전세시장은 분양시장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기에 명확하게 문제제기하고 풀어낼 필요가 있고 그런 면에서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으로 볼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향후 6개월의 시간 동안 잘 극복하고 대처하기 위해 논의를 나누고,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제시했는데요. 원칙적으로는 지금 법안은 개인의 사기 피해로서 지원 확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결국 구조적인 문제로서 피해보상 문제로 가야 하고, 기존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제도를 통해 피해자 결정 시 전세보증금 반환 제도의 보증한도 그리고 선순위 채권 신청 자격, 주택 유형 등으로 확대 적용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나아가 포스트 전세 제도에 대한 고민으로서 기존 시장의 개선, 또는 10년 단위로 오는 반복되는 전세시장 위기에서 벗어나고 공공임대 영역이 성장하는 주거 정책의 전환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정윤남 교수는 특별법 한계와 모순에 대해 공감하면서, 특별법과 관련해 전체적인 논의 방향과 대책에 대해 동의하며, 주요한 부분들을 다시 한번 강조해 짚어주었습니다. 우선 피해자들은 전세제도를 투자나 투기 목적이 아닌 순수 거주 목적이었는데 피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대다수가 건전하고 건강하게, 활발한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중산층에서부터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사회 구조상 심각한 문제로 보았습니다. 전세제도가 온전히 운영되려면 적어도 ▲주택 가격의 지속적 상승, ▲지속적인 금리 인상, ▲세입자 확보, 세 가지 조건이 만족해야 온전하게 운영되는데 사실 제도 자체적으로 안전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이기에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하고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세 비율이 과반이 넘고 또 전세 제도가 주는 실질적 순기능 역할도 있어서 어려움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정 교수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나, 보증금 신탁 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를 해서 적용을 해야 하며, 이런 지원 방안은 피해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정상화 그리고 정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건전하고 건강한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조속하게 이 사태에 대한 좋은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주거정책 대전환의 시작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몇 일간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많은 전문가와 현실의 문제를 경고해도 관심이 없었던 특별법은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고로 사회의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제정된 특별법에 대한 관심은 이제 조용히 침전하며 다시 잠들고 있습니다. 법의 한계성을 잠시 떠나서 특별법 개정에 재고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문제와 파급력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날 좌장으로 나선 이창현 교수는 정부 시행령은 이렇듯 법률이 미비할 때 선행적 시행령으로서 법이 갖는 한계성을 보완한다면 피해자의 아픔과 호소에 조응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거, 주택정책은 김준우 교수의 표현처럼 재산형성을 위한 사다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을 지켜주기 위한 정책으로도 보입니다. 여기에는 민간 부문 주도의 공급 정책과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금융지원 정책이 포함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부동산 자산은 은퇴 후 노후 삶의 복지와 결합하는 구조적 성격을 띄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전세시장과 분양시장은 밀접한 연관을 띄고 있다, 주거 안정성 차원에서 금융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021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는 주택 3000호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회사의 주택을 수용하자는 안건으로 주민 투표가 실시됬습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 부동산회사가 보유한 20여만 채의 주택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유권자 약 56%가 공유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는 전체 39%에 그쳤습니다. 법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아니기에 법, 정책적 구속력을 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목소리로 모아낸 결과를 존중해 의회에서 해당 안건과 관련한 법안을 논의, 제정하고 검토하라는 메세지로 충분했습니다.(‘도이체보넨 몰수 운동’) 독일이 자본주의사회가 아니어서 주민투표에 56%의 찬성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기에, 특정 누군가가 더 많이 소유했다는 근거로 무한정 사익 추구가 가능한 것도 아닐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도 이와 같이 시민의 의견을 묻는 공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주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적어도 전세사기에 관해서는 복지 측면에서, 그리고 주거권을 인권문제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주거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져 “결국 전세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내 집이 있어야 되는구나”로 사고의 전환되는 것에는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토론한 정윤남 교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관심은 어디쯤 일까요?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건으로 보고 동일선상에서의 피해자 형평성으로 직접 지원이 어렵다는 특정인들의 지적이 과연 옳은지, 또 그것이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고 말하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아가 전세사기를 넘어서 주거와 관련해 우리의 공감은 어디에 있는지 캠페인즈에 게시한 전문가 발제를 비롯, 관련 글들을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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