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보내며 우리가 돌아봐야 할 점들
지난 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긴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피해와 오염은 계속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무수한 생명을 위협하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원전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과제, 현재 마주한 상황, 또 앞으로 가져가야 할 고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정부, 전문가, 시민 간의 입장 차☢️ 올 1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생성된 방사성 오염수에 대해 “올해 봄부터 여름쯤 시점에 해양 방류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고열의 원자로 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연료와 접촉한 냉각수가 빗물·지하수와 섞이며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발생했고, 다량의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가 감당하지 못하자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시설(이하 ALPS)로 처리하면 해양 생태계에 무해한 “처리수”가 된다며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경향신문, 23.02.06.) 국내외 전문가들은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오염수 저장) 탱크의 4분의 1만 측정했기 때문에 데이터는 완전하지 않“는다며 천여 개가 넘는 저장 탱크 가운데 일부만 방사성 검사를 진행하는 ALPS 방식을 우려했습니다. 아르준 마키자니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소장은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구체적으로 ”얼마나 처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KBS, 23.01.07.)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국내 어업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며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인한 어민 피해, 오염수 침투로 인한 남해안 등지의 양식장 피해 등이 예상되므로 어민소득 보전 정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경향신문, 23.02.06.) 한편 주변국들은 방사성 오염수 해방 방류에 미온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유출 및 인체·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식품의약국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발표하는 등 이전부터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찬성해왔습니다. 중국의 경우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방 방류 발표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발간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은 빨리 소멸하고, 반감기가 긴 물질은 1년 이상 바닷물과 희석되면서 우리나라에 해류가 도착할 때쯤엔 유해성이 낮은 상태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합니다. 태평양 생태계와 국내 어업에 대해서 역시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해 시민들이 비판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전국 곳곳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아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부산에서 진행된 행진 중 오하라 츠나키 핵없는세상 교육홍보팀장은 “일본과 한국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비용이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를 선택한 일본과 도쿄전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국제신문, 23.03.11.) 같은 날 제주에서도 19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거리 행진을 펼쳤습니다. 행진에 참여한 정근효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진 단장은 “시민들을 대변해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영훈 지사는 오염수 해양 투가에 대한 사후 대책만 세울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막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습니다.(헤드라인제주, 23.03.13.)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정부에 보내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고, 87개의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핵발전소폐쇄 서명운동본부에서는 ‘기후위기의 위험을 심화하는 발전소 폐쇄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윤리적으로 해결하고 이와 같은 참사가 앞으로 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서명 운동과 같은 작은 시작이 곧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유 원전 세계 5위, 착공 원전 세계 4위... 한국 원전의 현주소? 작년 12월 경북 울산에 위치한 신한울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며 현재 국내에는 25개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이미 완공되어 운영 허가를 기다리는 신한울 2호기와 운전 시험을 거치고 있는 새울 3, 4호기(구 신고리 5, 6호기)가 줄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의 원전 현황은 세계적인 동향에서도 제법 눈에 띄는 부분입니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33개 국가가 422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한국이 보유한 원전이 전체의 5.9%이자 세계 5위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에서 착공 혹은 운영대기 중인 원전 수 역시 1위 중국(19개), 2위 인도(8개), 3위 터키(4개) 다음으로 한국(3개)이 4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속합니다.(IAEA PRIS) 그렇다면 한국 원전을 둘러싼 세계적인 순위와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저 한국을 원자력 발전량이 많은 국가, 혹은 원전 기술 강국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요? 혹은 경제성만을 믿고 계속해서 원전을 확대하면 되는 것일까요? 흔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일찌감치 원전의 위험성을 우려하여 ‘탈원전’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대안을 찾겠다는 결정인데요. 이탈리아는 무려 36년 전 198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확정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역시 1978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저 첫 운영을 무산시켜 이후 1997년 핵 없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점진적으로 원전을 운영 중단하고 있으며, 현재 남아있는 3개는 내년 상반기까지 폐기로 했습니다. 벨기에도 2025년까지 5개의 원전을 모두 영구적으로 중지하기로 발표했습니다.(경향신문, 22.01.05.) 독일 환경단체 ‘젠더CC-기후정의를 위한 여성(GenderCC-Women for Climate Justice e.V.)’의 파리나 호프만은 탈원전을 향한 움직임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원전은) 우라늄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넓은 면적의 땅을 오염시키거나 생물다양성을 파괴한다”며 따라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에게 결과를 떠넘”기는 결과를 만든다고 합니다. 또 그는 원전의 경제성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원자력에 대한 세금 면제”가 받쳐주기 때문이고, “폐기물 저장과 시설 확보 등 원전의 전체 수명에 걸친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합니다.(한겨레, 22.02.08.)  호프만은 원전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합니다. 실제 유럽국가들은 2000년대부터 원전과 화석연료의 대체재로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10년 전체 전력 생산의 19%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8년 40%로 올렸고, 2050년까지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화석연료 수입에 99% 의존하던 덴마크 또한 현재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프레시안, 20.03.27.) 오늘날 다수의 국가들은 환경 오염, 방사능 위험, 천문학적인 건설·운영·처리 비용 등 장기적인 피해를 예상하기 때문에 원전 운영을 뒤로하며 더욱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 가운데 한국이 원자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거나 원전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은 어딘가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한국 또한 홀로 외롭게 고집 피우지 말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탄소중립·에너지 안보의 핵심은 원전?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은 어디로...? 최근까지 한국 역시 탈원전을 선언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함께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핵발전소 축소, 재생에너지 확대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국내 최초이자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를 영구 정지시켰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고리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원전 국가로 가는 출발“이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는 의미를 부각했습니다.(정책브리핑, 17.06.19.) 물론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표심’을 의식하여 ‘2060 탈원전’과 같은 초기 목표가 상당 부분 지체되어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탄소중립화를 확약했자는 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22.06.30.)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부터 그간의 탈원전 기조와는 상반된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10대 공약 중 9번째 공약은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제시했고, 페이스북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고 ‘한 줄 공약’을 남기기도 했습니다.(그린포스트코리아, 22.02.17.) 당선 이후 윤석열 정부는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 원전 산업을 국가의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워갈 것“이라며 원전 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정책 자금과 특례 보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노후 원전을 ‘수명 연장’하는 계속 운영 작업도 이행 중입니다.(정책브리핑, 22.08.18.) 돌아오는 4월로 40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는 기존 탈원전 정책대로라면 운영 중지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부터 고리2호기 계속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연합뉴스, 23.02.23.)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중심으로 한 행보의 의의를 ‘탄소중립’에 두고 있습니다. 화석발전보다 원자력 발전이 탄소배출이 적기 때문에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논리인데요. 이에 관해서는 앞서 설명했듯이 방사능 위험과 장기적 비용이 뒤따른다는 비판과 더불어 원전 운영의 전체적인 과정을 미루어봤을 때 탄소배출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녹색당은 원전 운영에 있어서 ”건설, 운영, 연료 생성, 해체 등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온실가스“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그린워싱’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지진 등 이상 기후로 인해 후쿠시마 사례와 같은 원전 사고의 위험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후위기에 적응 및 대응할 수 있는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녹색당, 22.10.27.) 계속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를 마주하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원전 기조와 정책을 마주해야 할까요? 당장 손에 주어지는 경제력과 긴긴 피해와 재난을 맞바꾸고 있지는 않은지, 미래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하는 식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주간입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고민도 들려주세요! ? 이외에도 캠페인즈에서 원전·탈핵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투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어떻게 해야 할까요? [투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투표] ‘탈원전’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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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지는 노동에도 윤리와 권리는 있다
길 위에서 안전하고 싶다는 권리로서의 안전운임제   올해 6월과 11월, 두 차례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이 정부의 강경 대응에 맞서다 끝내 막을 내렸습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의 주요 논점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였는데요. 안전운임제란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제’와 같이, 화물차 기사들의 최저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화물차 기사들이 낮은 운임 때문에 과로, 과적, 과속의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2020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화물 운송은 화물의 주인인 화주에서, 운송사, 화물차주 즉 화물 기사까지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 속에서 돌아갑니다. 먼저 화주는 운송사에 화물 운송을 의뢰하며 운송료를 지불합니다. 운송사는 받은 운송료에서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이후 운송사는 화물 기사에게 화물 운송을 맡기며 남은 운송료를 운임으로 지급합니다. 다시 말해 화주가 처음 지급하는 운송료가 하청 단계를 거치며 줄어들어 결국 화물 기사의 몫으로 떨어지는 운임이 적어지는 것이지요.(경향신문. 22.12.05.) 또 많은 경우 화물 기사는 계약서상 화주와 운송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간접 고용된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되곤 합니다. 이때 화물 기사는 노동자가 갖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더하여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화물 기사는 스스로 화물차와 기름값을 마련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운임을 받으며 매달 고정된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한겨레, 22.12.08.) 따라서 화물 기사들은 적은 운임으로 적정 수익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이, 더 빨리 화물을 옮기다 보니 길 위에서의 위험에 쉽게 노출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적용 품목을 확대하길 요구한 것입니다.   제도 밖으로 내몰리는 위험, ‘위험의 외주화’ 물론 우리 사회 속 다방면의 산업에서 위험의 소지는 항상 있어왔습니다. 특히 1960년대부터 한국 사회가 고도 성장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체가 등장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생산과 효율이 우선되던 당시 분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뒤로 밀려나곤 했습니다. 이후 한국 산업의 안전 및 보건 수준이 크게 향상되어 산업재해율이 꾸준히 낮아져 1995년에는 0.99%로 나타났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의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했습니다.(DBR, 22.03.) 경제침체 앞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노동의 유연화’가 진행되었고, 그에 따라 기피되는 노동은 보다 불안정한 위치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원·하청 이중구조가 만연해졌습니다. 학자들은 위험이 예상되는 노동을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떠넘기는 현상을 ‘위험의 외주화’라고 일컫기도 합니다.(문화과학, 2021) 위험의 외주화는 화물 운송 사례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지난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군’은 서울메트로 소속이 아니라 스크린도어 외주 업체 노동자였습니다. 또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김용균 역시 서부발전본부 소속이 아닌 연료운전 외주 업체 노동자였습니다. 2021년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 택배,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한 9개 회사에서 2016년부터 2020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82.5%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시사저널, 21.02.22.)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업재해를 방지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올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유사한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하여 위험의 외주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욱 복잡한 현상을 보입니다.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디지털 인프라 확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성화했고, 산업을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형태도 변화한 것인데요. 플랫폼을 통한 노동시장은 대개 플랫폼이 소비자와 노동자 사이를 중개하며, 노동자는 연결된 노동을 수행하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형성된 노동시장 때문에 노동 시간, 환경, 임금에 적절한 기준을 세울 법과 제도가 부재한 상태이고, 많은 경우 화물 기사와 같이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각자도생하도록 합니다. 그에 따라 점차 확장되는 플랫폼 노동이 더욱 안전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동시장과 산업재해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정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민주주의 이슈와 전망, 2018) 쪼개지는 노동에도 윤리와 권리는 있다 사실 위험의 외주화를 둘러싼 이야기는 이전부터 수면 위로 떠 올랐던 주제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매일 같이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있고, 이를 나타내는 산업재해율도 오랜 시간 큰 진척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곧 아직까지 노동자의 안전과 위험은 산업 성장, 효율, 그리고 자본 앞에서 부수적인 피해일뿐,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현실을 뜻합니다.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오늘날 발생하는 위험의 외주화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위험’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을 보호해줄 법과 제도가 부재한 노동자, 산업의 수직 구조 맨 밑에 위치한 노동자, 불안정하기에 더 많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는 단지 노동의 정도가 가중되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권한에 있어서 중층적인 배제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재해 예방 및 보상과 관련된 법과 제도적 장치가 있다는 것은 노동자와 위험이 공적으로 인정받는 기제가 되며, 반대의 경우는 노동자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됩니다. 따라서 그는 더이상 산업에서 나타나는 위험은 기계 장치와 인간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부재 사이에서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문화과학, 2021) 우리 사회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오래된 말을 교묘하게 피해 법과 제도에 적용되지 않는 위험한 노동시장을 양산하며 산업을 지탱할 노동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직 산업의 발전을 위해 쪼개지는 노동시장에서는 당연하게도 사회적 윤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노동자가 안전할 권리는 정부와 국가가 수행해야 할 과제입니다. 근로기준법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도, 한국이 가입한 국제노동기구의 노동기본권에서도 채택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국가는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취약한 노동에도 동등한 권리가 주어질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법과 제도를 확장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와 정부의 해묵은 과제는 불법 딱지와 같은 일방적인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해에는 눈앞에 놓인 문제를 깊이 관철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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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할머니·할아버지가 나선다!?? ‘그레이 그린’의 등장?
?떠오르는 기후 지킴이, ‘그레이 그린’?? ‘그레이 그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그레이 그린은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활동을 하는 노년층을 뜻하는 말인데요.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글로벌 환경 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진행한 대규모 시위 중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노년층 참가자가 상당수인 상황에 대해 BBC가 “the Grey Greens”라고 보도하며 처음 등장한 명칭입니다.(The Washington Post, 21.09.04.)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 즉 기후 행동은 줄곧 청소년과 청년이 앞장서서 진행하곤 합니다. 폭우와 홍수, 폭염과 가뭄, 대규모 산불, 세계적인 감염병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앞으를 살아갈 미래세대가 가장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전 세계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을 하고, 청년들 역시  미술, 춤, 음악 등 각자의 도구를 통해 기존 사회운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후 행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레이 그린은 단호하게 노년층의 기후 행동 참여를 이야기합니다. 앞서 언급한 영국 런던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는 지금의 상황에 책임이 있다”, “더 일찍 행동해야 했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노년층의 책임을 말했습니다. 더하여 그들은 “만약 젊은 사람이 시위하다 체포되면 직장도 잃고, 자식들도 돌보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체포된다면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라며 기후 행동에 있어서 노년층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했습니다.(The Washington Post, 21.09.04.) 이렇듯 그레이 그린은 기후 행동에 나서는 여러 청소년, 청년, 시민 사이에서 노년층만의 책임과 역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그레이 그린, 60+기후행동의 등장!? 그레이 그린의 움직임은 해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60대 이상의 시민 모임 ‘60+기후행동’이 창립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창립 준비 및 출범 선언을 한 60+기후행동이 60대 이상의 시민 700여 명과 함께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한 것인데요. 윤정숙 60+기후행동 공동위원장은 함께하는 60대 이상의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반성한다”라고 말합니다. 기성세대는 경제 성장과 산업화, 물질적 풍요가 전부라고 여기며 여지껏 살아왔지만, 그 기반이 되는 자연자원을 미래에서 빌려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60+기후행동은 그간 저질러온 잘못을 인정하고 더 나은 세상과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합니다.(녹색연합, 21.09.23.) 그렇게 창립한 60+기후행동은 기후 행동 방식에 있어서 다른 시민 단체와 약간의 차이점을 가집니다. 유정길 60+기후행동 준비위원은 앞으로의 행동 계획에 대해 ‘어슬렁어슬렁’, ‘웅성웅성’, ‘두런두런’의 방식을 취하겠다고 말합니다. 60+기후행동의 구성원들은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다수이기에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신속하게 시위를 진행하는 다른 시민 단체처럼 행동하기는 어렵기 때문인데요. 그렇지만 60+기후행동은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현장에 ‘어슬렁’거리며 조금은 느리지만 긴 호흡으로 노년층들만의 기후 행동을 만들어가겠다고 합니다.(미디어열매, 22.01.20.) 더하여 윤정숙 공동위원장은 60+기후행동 출범의 또 다른 배경으로 “기후위기가 특정 세대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각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농민, 장애인, 이주민, 노인 등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간다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차이와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60+기후행동이 사회 전 영역과 전 세대에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행동이 “세대 기후 운동”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이야기합니다.(경향신문, 22.01.17.)    ?세대 간의 연대가 사회의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기후위기가 중요한 사회 문제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와 기업이 지금의 구조에서 얻는 이윤을 놓지 못하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굳은 의지와 뾰족한 해결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기후위기와 미래의 피해를 막으려면 전 지구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의 다른 한편에서는 심각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저출생과 고령화 추세 중 한국 사회의 상황은 유독 심각하여 곧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초고령화, 그로 인한 여러 사회 문제가 나타나는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각자의 위치에서 활발하게 기후 행동을 벌이는 이들은 그 방법으로 소통, 이해, 존중을 이야기합니다.(뉴스펭귄, 22.02.04.) 아무리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같더라도 한 사람, 한 세대의 맥락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후 행동을 전개하는 목소리가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각이 다르기에 사회의 다방면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서로가 함께할 때 비로소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세대 기후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위기 앞에서는 사회 전반의 참여가 필요하며, 그게 고령화 사회라면 노인 다수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더군다나 기후위기를 초래한 기성세대 중 책임지고, 반성하고, 단체로 행동하는 이들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이 그린, 그리고 60+기후행동의 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앞서 얻은 삶의 경험을 덧대어, 그러나 각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기후 행동을 더욱 넓게 이끌어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노인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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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없었다”는 국가애도기간, 우리는 어떤 일주일을 보냈는가
대통령이 10.29 참사에 대해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역 근방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의 희생자에게 조의를 표하고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부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국가애도기간은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되었습니다. 국가애도기간 중 서울 시내 곳곳에는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었고, 공공기관에서는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하도록 했습니다.(정책브리핑, 22.10.30.)  국가애도기간이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사망하거나 재난 재해로 많은 사람이 숨졌을 때 시 국가적으로 추모 기간을 갖도록 하는 전 세계적인 관습입니다. 얼마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후 영국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고, 지난 9월 베네수엘라의 이례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역시 국가애도기간을 공표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국가애도기간과 관련된 법적 토대가 마련되어있지 않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희생자의 장례 기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10.29 참사에 두 번째로 선포된 것입니다.(시사뉴스, 22.11.07.) 거대한 참사에 있어서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 책임을 다한다는 뜻을 비판할 이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낸 국가애도기간을 돌아본다면 그리 달갑게 여기기는 어렵습니다. 참사 직후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대규모 인파를 통솔할 경찰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정부 브리핑을 통해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며 비판에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간의 용산경찰서 소속과 외부 지원을 모두 포함한 경찰 인력 차이와 정복 경찰, 폴리스라인 등 효율적인 질서유지 요소를 미루어 봤을 때 올해 경찰 통솔이 미흡했던 점이 드러났습니다.(팩트체크넷, 22.11.08.) 또 지난 1일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내용에 따르면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경찰의 통솔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신고가 총 11건 접수되었습니다. 최초 신고부터 직접적으로 ‘압사’ 위험이 언급되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불편신고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습니다.(BBC, 22.11.02.) 10.29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과실은 부실한 사전 예방 조치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참사 당시 현장에는 용산경찰서장, 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등 일선 지휘를 맡아야 했던 경찰지도부 전체가 공백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사전 보고가 되었음에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경찰지도부는 인명 구조는커녕 현장 지휘와 수사, 교통 통제마저도 늦추는 상황을 낳았습니다.(경향신문, 22.11.04.) 행정부 역시 참사 당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 관련 보고를 받음에도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당시 국외 장기 순방을 떠나있었습니다. 참사 현장에 어느 행정부도 나서지 않은 상황을 두고 박희영 구청장은 1일 ‘이태원 사고’ 관련 입장 발표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수사기관의 수사가 계속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책임 소재가 밝혀질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시사앤뉴스, 22.11.02.) 한편 경찰청 ‘정책 참고 자료’도 논란을 빚었습니다. 참사 이틀 뒤인 31일 경찰청에서 제작한 자료의 첫 번째 주제는 ‘정부 부담 요인’으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 장례비, 치료비 관련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보상 문제는 외부인 참여가 늘어날수록 협의가 어려워지니 초기에 가족 대표를 정하고 의견을 단일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더하여 다른 주제로는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가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이 정권 퇴진 운동으로 끌고 간 사례를 언급하며, ‘제2의 세월호 참사’로 정부를 압박하지 못하도록 유족 측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SBS, 22.11.01.) 이렇듯 우리가 보낸 국가애도기간은 누구도 10.29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은 일주일이었습니다. 아무도 참사 원인과 향후 대책, 추후 개선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모두가 책임으로부터 앞다퉈 발을 빼려 했습니다. 더하여 희생자와 유족이 마주해야 하는 황망함을 단순히 ‘보상’으로 여기며 그들의 존엄을 해치고, 참사에 대해 애도하고 연대하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모독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애도기간의 의미와는 달리 우리는 “국가는 없었다”는 말이 여느 때보다 널리 퍼지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10.29 참사 직후 모두가 정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4.16재단, 4.16연대가 공동 서명을 냈습니다. 그들은 “다중이 참여하는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미리 경고하고, 대비하고, 사고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은 우선적으로 도시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이들에게 있”다며 참사 속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참사 수습에 더하여 희생자와 유족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이런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참사의 수습과 피해자들의 치유에 크나큰 장애가 초래”했다고 꼬집었습니다.(416재단, 22.10.30.) 삼풍 백화점 참사 유족들도,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들도, 그리고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모두 오랜 시간 하나같이 말합니다.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고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참사들을 누군가 책임을 지고 제대로 진상을 조사한다면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요.(닷페이스, 21.04.13.) 앞선 참사 유족들, 그리고 함께하는 시민들의 오랜 바람을 하루빨리 이루기 위해서는 애도와 위로뿐만 아니라 신속한 수습과 안정적인 지원,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 변화가 필요합니다. 진정으로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한다면 이번 10.29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 역시 이러한 작업을 서둘러 시작해야 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말로만 하는 약속이나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려는 시도가 아니라, 다음을 만들지 않을 그런 노력과 책임 말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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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라는 국가의 그린워싱(?)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이하 탄중위☝?)가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올 3월부터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정부는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탄중위를 둬야 합니다. 그에 따라 지난 26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재구성된 탄중위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공식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원전 등 과학기술 발전 중심의 추진전략과 산업계 비중이 늘어난 구성원으로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의 등장 배경?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인 화두인 만큼 관련 문제는 세계 정상과 시민 사이에서 오랜 논의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80년대부터 전 세계는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설립했고,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으며, 매해 당사국총회를 열어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그중 2015년 세계 정상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유지하기 위한 ‘파리협정’을 채택했습니다. ‘파리협정’은 주요 국가의 강화된 책무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차별적이되 보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는 약속입니다. 그에 따라 모든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적응, 이행 투명성, 기술이전 등의 분야에 대해 5년 주기로 이행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흐름에 따라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대한민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파리협정’ 이행 점검을 위해 민관의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방안 계획과 관련 논의, 토론, 설문을 진행해왔습니다. 지자체와 국회에사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요. 2020년 6월에는 225개 기초지방정부가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선포했고, 7월에는 17개 광역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9월에는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찬성률 97.7.%로 의결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후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고, 전략 이행을 위한 세부 정책 및 기술개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2021년 5월에는 대통령 소속으로 탄소중립 정책 수립, 이행, 평가를 담당하는 2050 탄소중립 위원회가 처음 출범했습니다.(?) 제1기 탄중위 민간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중위를 정부의 다방면적 탄소중립 계획을 중심에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탄중위가 사회 전 분야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공감대와 합의를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에 따라 탄중위는 여러 정부 부처 공무원과 시민단체 및 전문가와 협업하여 탄중위는 앞선 정부의 구성안을 검토 및 수정했고, 이를 토대로 8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습니다.(정책브리핑, 21.06.04.) 같은 달 국회에서 제정한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중위를 정부 산하에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필수 기구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제1대 탄중위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탄중위의 등장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후 46개의 시민단체와 60명의 활동가가 탄중위의 해체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내용에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화석원료 산업과 기업에 대한 책임이 부재한 점과 탄중위 구성원 중 노동자, 농민, 장애인, 청년과 같은 당사자들이 배제된 점을 짚었는데요. 다시 말해, 탄중위가 말하는 기후위기는 결코 ‘위기’가 아니며, 이를 논의할 이해관계자들 역시 선별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과 더불어 탄중위 내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되며 여러 민간 구성원들의 사퇴를 낳기도 했습니다.(프레시안, 21.09.24.) 포부와는 달리 무수한 비판과 분열로 막을 내린 첫 탄중위는 새 정부와 함께 재구성을 거쳐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평등하게 고려하기 위해 새 탄중위는 어떠한 추진전략과 조직을 구성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원전 앞세우는 추진전략, 탄중위라는 그린워싱? 지난 26일, 윤석열 정부의 새 탄중위는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전략’(이하 추진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탄중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추진전략의 중 주요 과제는 ?원전·신재생에너지 조화 및 에너지믹스 재정립 ?ICT 활용 에너지 효율 최적화 추진 및 제도 선진화 ?지역 맞춤형 전략 수립 및 지역주도 탄소중립 이행체계 구축 ?범부처 지원체계를 통한 신속한 문제해결이라고 합니다. 큰 틀에서 탄중위는 원전 산업과 정보통신·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산하 기구의 원자력 발전 확대 전략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탈원전 정책으로 훼손된 원전산업 복원, 원전 수출 강화를 전면으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해당 공약을 탄중위에서 실행하게 된 셈이지요. 정치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녹색당은 탄중위 추진전략이 예상되었다며 “'원전 만능론'은 시대착오적이며,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라고 말합니다. 더하여 녹색당은 “핵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얄팍한 명분만으로 핵발전 확대를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들고나온 것은 궤변이고, 그린워싱”이라고 합니다.(녹색당, 22.10.27.) 그뿐만 아니라 탄중위는 추진전략과 과제의 실현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술혁신 전략’(이하 기술혁신 전략☝?)에서 ?민간주도 탄소중립 기술혁신 ?탄소중립 R&D 투자 강화 ?혁신적 기술개발 기반 조상이라는 3대 방향을 제시합니다. 앞선 추진전략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실천 방안인 기술혁신 전략을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토대로 진행한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시민단체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탄중위는 기술만능에 입각한 탄소중립을 고수하고, 여전히 기후위기를 유발한 성장중심 자본주의 체제인 녹색성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기존 기술 및 산업 발전 방식을 기후위기 대응에도 똑같이 활용한다면 문제 해소는커녕 오히려 심화될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기후위기비상행동, 22.10.26.) 화석연료 발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원자력 발전이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뜨거운 논의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당장의 온실가스 배출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환경을 보존하는 방향을 모두 포함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수한 생명을 담보로 하며 처리 불가능한 방사능 폐기물이 발생하는 원자력 발전은 단편적인 수단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하여 그간의 기술, 산업, 체제를 그대로 유지 및 발전시키는 탄중위의 추진전략은 결코 기후위기를 구조적인 문제로 다루는 방안이 아닙니다. 이는 마치 기후위기를 일으킨 지금의 사회구조에 ‘녹색’을 덧붙이며 이제 괜찮다고 하는 안일한 그린워싱과 같습니다. 따라서 보다 적절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사회 전반을 새롭게 조명하고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돌아온 MB정부 인사들과 늘어난 산업계 위원들? 윤석열 정부 아래 재구성된 탄중위는 추진전략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위원들 역시 크게 바뀌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에 따르면 탄중위는 위원장 2명을 포함한 50명 이상 10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탄중위 위원은 다양한 사회계층을 대변하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과 시민단체 및 학계 인사인 민간위원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제1기 탄중위의 경우 기후변화, 에너지 혁신, 경제 산업, 녹색 생활, 공정 전환, 과학 기술, 국제 협약, 국민 참여라는 8개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분과위원회에는 18개의 중앙행정기관 당연직 정부위원 18명에 더해, 기후, 에너지, 경제, 산업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청년, 노동, 종교 등 사회 각계 대표 77명을 민간위원으로 배정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탄중위의 규모를 대폭 축소시켰습니다.(?) 탄중위 보도자료는 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기존 분과위원회 8개는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산업 전환, 공정전환·기후적응, 녹색성장·국제협력 총 4개로 통합했다고 전합니다. 또 민간위원은 기존의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77명에서 오직 전문가 위주로 한 32명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문제는 민간위원의 다양성 및 규모 축소에서 그치지 않는데요. 그나마 자리한 민간위원 역시 원전을 포함한 각종 산업계와 이명박 정부 당시 관직을 맡았던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더불어 공동위원장을 맡는 ?김상협 민간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하며 저탄소·녹색성장을 주도했었는데요. 그러나 해당 정책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같은 시기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구축하여 석탄화력발전 설비에 더 많이 투자하여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본부 내 분과 위원장을 맡았던 ?신현석 부산대 교수는 새 탄중위 공정전환·기후적응 분과 위원장으로 위촉되었습니다. (한겨레, 22.10.26.) 더불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는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는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 위원장에 위촉되었습니다. 지난 정부 당시 탈핵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같은 분과에 위원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밖에 지난 임기에 이어서 유임된 위원은 9명 남짓 됩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거듭하여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이해관계와 대표성을 강조합니다. 정부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직접 기후위기 피해를 입는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은 항상 필요합니다. 더하여 과거 정부의 실패한 정책과 그로 인해 빚어진 심각한 환경 문제는 담당했던 이들이 책임을 져야 마땅합니다. 도리어 그들에게 다시금 기후위기 문제를 맡기는 건 예정된 위험에 침묵하는 셈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는 문제의 다방면을 고려해야 하며, 따라서 사회 각계의 평등한 참여가 필요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수많은 사회문제가 그러하듯 기후위기 역시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나타납니다. 지난여름 폭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매해 쪽방, 고시원, 옥탑방에 사는 이들은 폭염과 한파에 생존을 위협받습니다. 수도권 외 농어촌과 중공업 단지가 입는 이상기후 피해는 언론에조차 보도되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지역, 분야, 소득에 따라 불평등하게 일어납니다. 다시 말해 기후위기를 지금 당장 진중하고 올바르게 다루지 않으면 어디선가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일상에서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시민들은 더 이상 그에 대한 대응을 섣부르고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 시민들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사회 전반을 숙고하는 ‘기후정의’를 이야기합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기후정의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결론적으로 “사회적ㆍ경제적 및 세대 간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뜻합니다.  원전 등 기술 및 산업 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기구가 무능력한 인사와 사회 기득권으로 채워지는 상황은 기후위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겪는 당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탄중위는 전 지구적 재난을 마주한 하나의 국가로서, 자국의 구성원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정부로서 이제는 바람직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실패를 경험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으며 사회 구조 전체를 아우르는 정의로운 체제 전환이 여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지난 9월 더욱 적극적이고 평등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기후정의행진’이라는 새 이름을 하고 3년 만에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행진에 참여한 농어민, 노동자, 청소년과 어린이, 장애인 등 3만 5천여 명의 시민들은 하나같이 기후위기 대응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외쳤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보다 나아간 답을 기대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2021.09.24. 「[보도자료] 윤 정부, 탄소중립・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 발표」,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 2022.10.26. 김창덕·신지영,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으로 강화되는 기후위기 대응: 적응을 중심으로」, KEI 포커스, 제10권 제4호, 2022. 윤순진,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내용과 과제」, 에너지포커스, 제18권 제4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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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광화문으로, 기후정의행동에 함께 가요!
며칠 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파격적인 소식을 전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이 자신들과 가족이 보유한 약 30억 달러(한화로 4조 2천억원)의 파타고니아 지분 전부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단과 비영리단체에 기부했기 때문인데요. 쉬나드 회장은 “지구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며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강조했습니다.(한겨레, 22.09.16.)   파타고니아 사례와 같이 한국에도 최근 환경과 사회를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듯합니다. 지난 2020년 환경부의 ‘생활폐기물 탈 플라스틱 대책’에 따라 카페와 음식점이 일회용품 배출의 적극적인 대안을 찾고 있고(위클리서울, 22.04.05.), 대기업들도 앞다투며 식물성 식품 개발에 힘쓰는 추세입니다.(한겨레, 22.08.08.)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1년 상장기업 ESG 평가 등급’에 따르면 풀무원,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통합 A+ 등급을 받았으며, 환경 분야에 대해 “기업의 환경경영 수준 향상 및 평가 참여”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구를 걱정하는 기업의 분위기에 따라 우리는 안심하고 소비를 지속하면 되는 것일까요? 최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위장환경주의』의 저자 카트린 하르트만은 “사회에서 폐해에 맞서 항의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더 이상 시민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말합니다. 다른 방식의 요구보다 소비자의 목소리로 하여 기업의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바뀌는 식의 변화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르트만은 이러한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또는 ‘소비자 민주주의’는 결국 기후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 구조 속에 포함된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편입시킨다”며 “저항과 비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이런 것들을 소비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어버리고” 그에 따라 시민들은 자주적인 행동이 아니라 수동적인 반응으로서 소비를 지속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 라즈 파텔은 윤리적 소비의 한계로 “사람이 단지 혼자일뿐이라는 생각을 강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따금 윤리적 소비는 거대한 사회 문제 앞에서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서 소개되곤 하지만, 사실 시민들에게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변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곧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여러 시민의 행동은 큰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소비자 한 명으로 남는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파텔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순간뿐인 소비만이 아니라 시민의 역할로서 나설 때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어떻게, 누구와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다가오는 9월 24일,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됩니다. 3년 전 기후위기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이 다시금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기로 했습니다. 올해 기후정의행동은 180여개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시민개인이 주최합니다. 또한 이번 기후정의행동은 정부와 기업에 탄소중립을 요구하며 같은 선상에서 그간의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착취 되어온 자연, 여성, 장애인, 이주민, 지역주민, 농어민의 권리를 외치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기후위기를 불러온 기존의 구조를 더는 두고 보지 않고 사회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거세질 기후위기가 걱정되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기쁜 마음으로 제안합니다. 우리 곧 있을 9월 24일 광화문으로 기후정의행진에 같이 가요!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나 혼자 고민하지 말고, 누군가 대신하길 기다리지 말고, 서로의 손을 잡고 스스로 목소리 내며 함께 나아가보아요! 기후위기 시대를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기후 시민’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럼 모두 그때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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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이 아니라서 무시하나요? ‘버터나이프크루’ 폐지 논리와 방식이 보여주는 시민의 범위
몇 해 동안 번듯하게 굴러가던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이 갑작스레 폐지 논란에 오르내리는 광경은 어딘가 낯이 익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안건을 이른바 ‘치트키’로 활용한 정권이 무언들 새롭겠냐마는, 이번 상황은 유독 필자의 지난 기억을 더듬게 했다. 버터나이프크루 4기 출범식이 있던 지난 6월 30일, 같은 건물에서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청년과 함께 하는 타운홀 미팅’이 진행되었다. 전국에서 모인 2030 청년 23명과 여성가족부 장관이 마주 앉아 젠더 문제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였다. 젠더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다양한 경험을 두 시간가량 듣고 난 후 여성가족부 장관은 마무리 발언으로 “그래도 여가부는 폐지한다”고 못 박아 말했다. 그의 발언은 자리를 정리하는 형식적인 절차조차도 아닌, 이미 정해진 답으로 그간의 논의를 모조리 뒤엎어버리는 방점과 같았다. 책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에서는 '시민 참여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줄곧 비판받는 지점은 “변화를 이끌 힘이 없는 엉터리 참여는 최악의 모독”이라는 점이라고 한다. 위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답을 내리는 방식의 사업은 너무나도 쉽게 시민의 참여를 선별하고 약화시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관리하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성평등이 중요하다고 털어놓은 청년들에게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단언하는 행위나 여성가족부 장관의 지지를 받으며 출범식을 마친 사업이 단숨에 고꾸라지는 상황 역시 이와 같다. 그동안의 과정을 모두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주무르는 ‘엉터리 참여’는 기존 사업 성격에 반할뿐더러, 시민에게는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더 모욕적인 경험을 심어 준다. 그렇다면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이 그간의 궤적과 최소한의 절차를 전부 뛰어넘어 재빠르게 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현 여당 원내대표의 주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가 지적한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의 문제점 중 하나는 ‘특정 이념을 국가가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특정 이념이란 그가 선행해서 문제시한 ‘페미니즘’을 뜻하며, 이는 “관제”로 포함되지 않는 개개인의 사상이고 “증폭하는 남녀갈등의 원인”이기에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의 잠정적 중단이 결정된 후 열린 참여자 간담회에서 역시 “‘일반 청년’들이 참여하지 않았기에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여성, 청소년, 청년, 다문화가정과 같은 주류 사회에 속하지 않는 소수자가 사회의 문턱 안으로 들어가 동등한 시민의 선상에 서기 위해서는 그들을 대변할 기구와 집단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의 설립 목적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소수자가 자신의 권리를 직접 다루는 것이 기존의 관제와 일반적인 범위에 적절하게 녹아들어 있다면 버터나이프크루 사업과 같은 시민 참여 정책은 애당초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폐지에 대한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긴긴 인류의 역사와 시민의 투쟁이 자연스레 설명한다. 여느 때와 같이 내용과 방법은 상호적으로 호응한다.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시민의 뜻 혹은 발전된 민주주의로 여기지 않고, 개인의 몫으로 축소하거나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떠넘기는 논리는 일방적인 사업 폐지 방식을 마땅한 처사로 만든다.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폐지의 근거와 과정은 그들이 짜놓은 틀에 맞지 않은 것은 언제든 내칠 수 있다는 기득권의 위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의 폐지 과정은 본 건에만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 이는 여성가족부를 포함한 지금의 정권에서 성평등과 페미니즘 의제가 언제든 혹은 어떻게든 배제될 수 있다는 상황을 뜻한다. 따라서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되돌리는 움직임은 그들에 대응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여기 ‘버터나이프크루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가 발 빠르게 움직여 사업 정상화와 성평등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이들이 서명에 참여하여 어딘가 든든하다. 그러니 어디 한 번 시민의 목소리에 더 넓은 파장을 일으켜보자.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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