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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윤석열 변호인단 비용은? “국고 쓰면 위법” [윤석열을 감옥으로 14화]
윤석열이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3 내란 사태의 피의자로 내란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 윤석열이 여전히 법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변호사 선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법조계는 “대통령의 형사사건 법무비용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10일 윤석열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김 전 위원장 등 윤석열과 친분이 있는 법조인들에게 지난 9일부터 연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김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5~6명의 변호사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대통령의 형사사건 법무비용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이 개인으로서 꾸린 형사 변호인단이라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대한) ‘변호사 보수규정’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해당 규정과 별개로 형사사건의 변호인은 대통령 개인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거죠. 다른 정치인의 경우에도 본인 형사사건에선 변호사 비용을 사비로 지출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서성민법률사무소 서성민 변호사)“이번 경우는 대통령으로서 적법하게 권한을 수행하다가 발생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대통령 본인이 변호사 비용을 부담을 해야 하는 겁니다. 국고를 쓰면 위법이 되겠죠. 대표적인 예로, 회사 대표이사들이 개인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사용했다면 법원이 횡령으로 보는 판단이 나옵니다.”(법무법인 예율 최용문 변호사) 2016년 탄핵 심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변호사 선임 비용을 사비로 해결했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특수활동비가 아닌 사비로 낸다”고 밝혔다. 변호인 선임이 박 대통령 업무 차원이 아니라 박 대통령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미였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탄핵 심판 당시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선임료를 사비로 지불했다. 이번 변호인단의 중심으로 지목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전 방통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국민권익위원장(2023. 7. ~ 2023. 12.)과 방통위원장(2023. 12. ~ 2024. 7.)을 연이어 역임했다. 지난 대선 때엔 윤석열 캠프에서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김 전 위원장은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6년부터 검사로 일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시작해 사법연수원 부원장(2008년)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2009년)을 거쳤다. 2011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마지막으로 검사 옷을 벗은 후(2013년)엔, 법무법인 세종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이번 변호인단에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 변호를 맡았던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도 거론되고 있다. 최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합류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법무법인 자유 직원 A씨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변호인단 합류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답변했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KTV의 민간인 형사 고소 사건도 대리하고 있다. KTV(한국정책방송원)는 지난해 11월 김건희 씨 관련 영상을 주로 제작한 유튜버 ‘건진사이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2007년 KTV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자는 변호인단 선임과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대통령실에도 연락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윤석열 사비로 지불하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게도 반론을 요청했다. 김 전 위원장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로 변호사 비용 문제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경찰 특별수사단은 11일 오전 11시 59분경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황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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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500일 여행경비로…” 촛불집회 ‘키즈버스’ 뜬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우리 아이 500일 기념 여행비를 털어 버스를 빌렸습니다. 이 시국에 무슨 여행인가요. 같은 처지인 분들, 바람이라도 피하고, 기저귀라도 편하게 갈아봐요!”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에 ‘키즈버스’가 나타난다. 집회에 참석한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작은 ‘베이스캠프’가 한 시민의 선의로 생겨날 예정이다. 자신을 ‘16개월 지우맘’이라고 소개한 권순영(44) 씨. 그는 오는 14일 아이들과 함께 국회 앞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위해 사비로 45인승 버스를 빌렸다. 10일 직접 만든 포스터로 홍보도 하고, 단톡방을 만들어 함께할 사람들을 모았다. 11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권 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지난 7일 국회 앞 촛불집회에 다녀오셨나요? “네. 그날 나갔어요. 아기랑 저랑 둘이 갔어요. 애기 아빠는 토요일 날 일을 하거든요. 한 5시 반쯤 도착했던 것 같아요. 집이 서대문인데 거의 2시간 걸려서 도착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당산역에 내려서 걸어갔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가지고 (국회까지 못 가더라도) 근처 어디라도 좀 가보려고 하다 보니까 5시 반쯤 도착해서, 9시쯤까지 있다가 집에 갔어요.” Q. 현장에 어머님처럼 혼자 아기를 데리고 나온 다른 어머님들도 계셨나요? “그때 그걸 살펴볼 여력은 안 됐는데, 제 눈에 띄지는 않더라고요. 어딘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눈에는 안 띄었어요. 주변에 지나다니시는 분들은 저한테 ‘아기 추워서 어떡해요’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Q. 그때 상황을 좀 더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출발한 때부터 밖에서 한 6시간 있었어요. 근데 유아차를 일부러 안 가지고 나왔거든요. (집회 현장에 사람이 많으면) 못 움직일 것 같아가지고. 저는 ‘어딘가 기저귀 갈 곳 정도는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갈 곳이 없었어요. 지하철역 화장실도 줄이 너무 길어가지고, 찾아가는 것도 일이고 줄 서는 것도 일이고. 아기 밥도 먹여야 되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식사하는 곳에도 줄을 서 계시고, 카페에도 사람이 가득가득하고, 또 인터넷이 잘 안 돼서 어디 검색해서 가기도 어렵고 그런 어려움이 있었죠.” Q. 결국 기저귀도 못 가셨던 거예요? “다행히 그날 (기저귀가) 빵빵할 정도로 싸지는 않아서, 그냥 버텼어요. 추운데 옷 벗기기도 조금 그래가지고. 집에 가는 길에, 집 근처 지하철역은 좀 한산하니까 거기서 해결하고 집으로 갔죠. 저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을 거예요. (다음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데) 도저히 그 상황을 다시 반복할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누가 (아기) 기저귀 갈 곳만 좀 마련해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키즈버스나 키즈천막 같은 것. 누가 (촛불집회) 주최 측에 문의해보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집회에는 아이들만 오는 게 아니잖아요. 어르신들도 많고 장애 있으신 분들도 많고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 천막만 마련해달라고 하면 좀 이상할 것 같은 거예요. 우리만 배려해달라는 느낌이 들어가지고. 그럼 (버스보다는) 천막이 좀 저렴하니까 직접 마련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또 아이 데리고 가는 엄마 입장에서, 설치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 같았어요. 바닥도 깔아야 되고. 이런 생각 끝에 ‘그러면 그냥 버스가 제일 안전하고 편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 거죠.” Q. 그래서 사비를 들여서 버스를 대절해야겠다, 생각하신 거예요? “네. 그거 말고 방법이 없었어요. 모금을 해서 추진하기에는 당장 (돌아오는) 토요일이니까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도 않고, 또 혹시 호응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일이 복잡해지니까, 그냥 심플하게 ‘내가 하나 빌리고 필요한 사람들한테 같이 쓰자고 해야겠다’ 이 정도의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집회에 오지 못하는) 시민들이 커피 같은 것도 막 선결제 해주시잖아요. 그런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커피 선결제도 하고 이러는데 나는 내 애 데리고 가는데 버스 하나 빌릴 수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대단한 시민들이 많아가지고, 별로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던 것 같아요 여행은 봄에 가면 되니까요.“ Q. 45인승 버스면 대절 비용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요. “하루 빌리는 데 70만 원이더라고요. 기사님이 추가비용은 안 받으신대요. 원래 기름 값이랑 기사님 식사비 이런 게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냥 기본비용만 받으시겠다고.” Q. 사비로 버스를 대절해서라도 이 집회에 꼭 나가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뭘까요? “다 비슷한 마음이셨을 텐데, 계엄이 선포된 날 너무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나라가 이렇게 망하려나 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를 망하게 하려나 보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이런 생각 때문에 너무 마음이 어수선했어요. 근데 그날은 (바로 국회로 달려갈) 엄두를 못 냈어요. 토요일(7일) 날은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 표결하는 날이었잖아요. 일말의 희망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도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어느 정도 멀쩡한 사람들은 시민들의 이 분노에 호응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러려면 한 명이라도 더 국회 앞으로 나가야 된다, 그런 생각에 미쳤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으로 ‘모르겠다, 일단 (아기를 꽁꽁) 싸서 나가보자’ 이런 생각이었죠.” Q. 카카오톡 ‘윤탄핵 촛불 참가한 영아 부모방’ 이것도 어머님이 만드신 거예요? “네. 저 혼자만 쓰려고 버스를 대절하는 건 아니니까.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서 같이 사용하려고 큰 버스를 빌린 거거든요. ‘이런 게 있으니까 필요할 때 오세요, 용기 내서 우리 함께해요’라고 알려야 되잖아요. 그래서 알리게 됐고, 그 단톡방은 원래 집회 현장에서 버스 위치를 좀 안내해드리려고 만든 방이었습니다.” Q. 포스터도 어머님이 직접 만들어서 홍보하셨던 거예요? “네. 제가 그런 일을 하거든요.” Q. 14일에 아기와 함께 집회 현장에 나올 어머님들한테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집회에 나오고 싶어도 아이가 있으면 생각할 게 너무 많고,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생각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몸이 쉽게 무거워지는 거죠. 저한테도 그런 게(키즈버스가) 필요했고 다른 영유아 부모님들한테도 ‘이런 베이스캠프가 있으니까 용기 내서 가자, 그래서 지금 혼란스러운 정국을 국민들이 바로잡는 데 우리도 힘을 보태자, 함께하자’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다른 분들한테도 용기가 되는 버스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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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계엄군 막아선 ‘숨은 조력자’를 만났다[윤석열을 감옥으로]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숨은 조력자’를 만났다. 지난 10일 저녁에도 국회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렸다. 현장 인근, 음식점이 모여 있는 한 상가 건물에 들어갔다. 편의점이나 화장실을 찾은 시민, 경찰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한 상가에 들어갔다. 10평 남짓 작고 아늑한 공간. 사장 A(60대, 여성) 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기 기운에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고,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있었다. A 씨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10분쯤 남편과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하려는데, 국회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국회 주변에는 경찰 버스가 많이 세워져 있었고, 경찰 숫자도 더 많았다. 이상하게 여긴 A 씨는 상가 건물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경찰관에게 물었다. “이런 밤중에 무슨 일 있어요?” 경찰관은 A 씨에게 ‘조금 있으면 알게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A 씨 부부는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오후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계엄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회 앞으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표 방송을 보고 내가 너무 놀란 거예요. 얼마 뒤에 갑자기 사람들이 벌 떼같이 모였어요. 나도 남편이랑 새벽 4시까지 국회 정문 앞에 있었죠. 그래서 내가 감기도 걸리고 허리가 아파요.” 이날 국회 앞에는 시민 1000여 명이 달려나왔다. 국회의원들은 계엄 해제를 위해 다급하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국회 담장을 넘어가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후,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려고 하자 시민들은 그들을 막아섰다. A 씨는 국회를 지킨 시민 중 한 사람이었다. A 씨의 건강 상태는 일주일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지난 7일에도 시민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지난 토요일 젊은이들이 우리 가게에서 잠을 자고 갔어요. 가게 문을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열었어. 그래서 제가 계속 아프게 된 거예요.” A 씨의 가게는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작은 안식처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있던 그날. 1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국회 정문 앞을 중심으로 대로변을 꽉 채웠다. 오후 5시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김건희 특검법 투표를 마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투표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의 투표를 촉구하면서 약 4시간 동안 투표를 마치지 않고 기다렸다. 그동안 시민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추위에 떨며 그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100만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면서 인근 편의점 음식은 동났고, 재료가 소진된 주변 식당들도 문을 닫았다. 국회 주변은 사무실이 밀집된 곳이라, 주말에 영업하지 않는 가게도 많았다. 마땅히 쉴 곳이 없던 시민들은 차가운 상가 건물 복도 바닥에 종이 상자 조각을 깔고 앉아서 쉬거나, 바닥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 지쳐 잠든 사람들도 있었다. A 씨의 가게 영업시간은 원래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지만 A 씨는 가게 문을 닫고 떠날 수 없었다. “젊은 세대가 따뜻한 집 놔두고 집회에 나왔잖아요. 여기 건물 복도에 박스 깔고 잤거든요.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냥 들어와서 쉬라고 했더니 다 자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까지 가게 문을 열어놨죠.” A 씨가 시민들에게 가게를 내어준 이유는 하나였다. 젊은 세대를 향한 고마움 때문이다. “국가의 위기 순간에 젊은 층들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동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저렇게 똘똘 뭉치는데 당연히 협조해야지.” A 씨는 오는 14일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그날도 국회 앞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집회가 열릴 것이다. 지난 7일보다 더 추운 날씨가 예상된다. “이번 토요일에 더 춥다고 하니까 그것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계란을 좀 사서 찜질방 맥반석 계란처럼 구워서 하나씩 주려고.” ※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A 씨는 걱정이 많았다. 여야 할 것 없이 단골 국회의원들도 많은데, 혹시나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게에 악감정을 품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하기에 기사에 업종이나 위치를 밝히지 않았고, 가게와 관련된 사진도 싣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양해를 구한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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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DJ 김지호 “응원봉 부대 보고 ‘달려야겠다’ 생각”[윤석열을 감옥으로]
아이돌 가수 응원봉 물결이 ‘윤석열 탄핵집회’를 형형색색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불성립된 날이다.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집회문화를 1030 여성들이 이끌어나가는 ‘혁명’이 벌어졌다. 응원봉 집회의 중심에는 ‘탄핵DJ’ 김지호(52)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연대사업국장이 있었다. 10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김 국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잠은 잘 주무십니까?” 김 국장에게 건넨 첫 질문이다. 김 국장은 “잘 잤다”면서, 하지만 입술이 다 터졌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김 국장은 지난 7일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들이 집회 현장으로 밀려 들어왔던 때를 떠올렸다. 윤석열 탄핵 집회 현장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사전집회에 이어, 이날 오후 3시부터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됐다. 사전에 약속된 발언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쳤다. 오후 5시 국회 본회의가 시작됐다. 김건희 특검법 표결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거부하고 집단 퇴장했다. 현장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무대 앞을 빠져나와, 국회 정문을 향해 행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국회 정문을 향해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행진이 시작됐어요. 그리고 응원봉 부대가 무대 앞쪽으로 알록달록한 빛을 내면서 쭉 밀고 들어왔죠.” 응원봉 부대가 무대 앞뒤 전광판을 꽉 채웠을 무렵, 김 국장은 생각했다. ‘아, 이들에게 환대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김 국장은 지금부터 ‘달려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첫 곡을 틀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응원봉 부대는 ‘떼창’을 하면서 화음을 쌓아올렸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농성을 진행하던 중 다같이 불렀던 노래다. 당시 학생들이 경찰과 대치 속에서 스크럼을 짜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때부터 젊은 여성들의 투쟁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이 노래는 여성들의 새로운 사회적 갈망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노래를 시작했을 때부터 젊은 여성들이 더 이상 기성세대처럼 참지 않겠다는 흐름이 느껴졌어요.” 이날 응원봉 부대의 ‘다시 만난 세계’ 떼창 장면은 국회에서도 언급됐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청래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구을)은 해당 영상을 재생했다. 노래 가사를 읽어 내려가며, 정 위원장은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들은 윤석열 탄핵 집회의 새로운 구심점이 됐다. 민중들의 손에는 횃불, 라이터, 촛불 대신 이제 꺼지지 않는 불빛 ‘응원봉’이 들려 있다. “젊은 여성들이 사회운동을 계속해왔던 분들보다 오히려 더 절실하고 완강하게 싸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일상적으로 늘 차별을 느끼고, 여러 혐오나 위험에 노출되면서 2중, 3중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잖아요. 이런 분들이야말로 사회를 바꾸고 싶고, 정치적인 변화에 갈망이 있을 겁니다.” 김 국장은 기성세대들도 ‘촛불 세대교체’를 반갑게 맞이했을 거라고 봤다. 사회운동을 이끌던 중장년 세대와 단체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대중을 포괄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제 미래세대가 그 중심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응원봉 부대에 화답하듯, 형형색색 불빛을 손에 들고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지난 9일에는 건설현장 등에서 사용하는 ‘경광봉’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등장했다. “노동조합원들도 자녀들에게 응원봉을 빌리거나, 중고거래를 통해서 응원봉을 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체들은 응원봉 공동구매를 진행하자는 요청이 쇄도합니다. 뭐라도 빛이 나는 것을 들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들 하시는 것 같아요.” 젊은 여성들의 ‘응원봉’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응원봉은 단순히 빛을 내는 물건이 아닐 것이다. “응원봉은 자신의 ‘최애(가장 좋아하는)’를 상징하는 소품이잖아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상징하는 물건을,  흐트러지지 않는 결심과 각오를 손에 들고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김 국장은 DJ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국회의사당 앞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넘는 인파로 가득 찼다. 인터넷은 물론, 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선곡을 이어가기 위해, 열악한 통신 상태 속에서 묘책을 찾아야 했다. “이날 음악감독 노트북에 예전 행사 때문에 음악을 담아둔 폴더가 있었어요. 다행이었죠. 그 한정된 노래 중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를 틀어야 했습니다. 한 곡이 끝나면, 다음 곡을 즉흥적으로 찾아야 했죠.” 응원봉 부대는 김 국장이 선정한 노래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노래 제목을 적은 휴대전화 화면을 들어올리며 선곡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 9일부터 김 국장은 응원봉 집회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구글폼 링크를 통해 ‘신청곡’을 받는다. 신청곡 수는 한 시간 만에 700곡을 돌파하더니, 현재(10일 기준) 1만 6000여 명이 노래를 신청했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소외되지 않게 민중가요를 틀어달라고 했고, 반대로 기성세대는 아이돌 노래를 신청했어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거죠.” 김 국장은 9일부터 전 세대가 어울리는 집회를 만들기 위해, 민중가수들을 초청해 ‘민중가요 배우기’ 코너를 시작했다. “응원봉을 들고 팔뚝질을 하는데 잘 하시더라고요.” 지난 7일 탄핵 집회 이후, ‘탄핵 플레이리스트(탄핵 플리)’도 만들어졌다. 집회에서 틀었던 노래를 모았다. 미리 숙지하고, 집회 현장에서 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위함이다. 김 국장의 선곡 기준은 세 가지다. ‘떼창’ 하기 좋은 노래, 추위를 날려버리는 노래, 윤석열 탄핵을 앞당기는 노래. 김 국장은 앞으로 노래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 누구나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국회의사당 앞을 가득 채우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다. 윤석열 탄핵 집회는 얼마나 계속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눈 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을 응원봉이 모여 밝게 비추고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와 벽’에 가로막혀도, 포기하지 않는 시민들이 옆에 있기에 사람들은 오늘도 집회에 나갈 것이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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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 무질서하게 퇴진하라, 우리가 ‘새 질서’를 만들 것이다 12.3 윤석열 내란 사건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에 불법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간 것, 이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공포에 떨고 다친 것, 그 여파가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 경제와 정세에까지 미친 것 모두 내란 행위다. 내란(內亂)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벌어지는 큰 싸움”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헌법기관이 일을 못하도록 폭력을 쓰거나 두려움을 일으키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형법 제87조, 제89조, 제91조 2,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이것은 ‘12.3 윤석열 내란 사건’이고,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에 따라 직무정지하고 처벌해야 대통령은 형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내란과 외환(外患: 외적을 돕는 것) 행위를 했을 때는 예외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은 처벌받을 수 있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윤석열이 아직도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그가 여전히 국군의 최고 지휘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시라도 빨리 윤석열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태풍 앞에 놓인 등불과도 같다.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려고 했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게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을 경우 국회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을 탄핵하여 그 권한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2024년 12월 7일에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은 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자동으로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05명이 모두 투표하지 않고 퇴장해버렸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불발, 총리와 여당대표의 권력 찬탈 시도 탄핵안을 표결하기 전에 윤석열은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 즉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어떤 신호와 약속이었을까! 탄핵 찬반을 놓고 오락가락하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끝내 탄핵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당론으로 탄핵을 부결시키기로 했다. 다음 날이 되자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동 담화를 발표했다. “송구·겸허” 등을 말하며 시작했지만, 어김없이 “민생위기·내수 부진·경기 하방·국제정세의 불확실성” 등 무시무시한 말을 들먹이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려 했다. 마치 어떤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끝맺음은 국민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속마음이 훤하다. ‘권력을 내가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물러나지도 탄핵당하지 않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총리와 여당대표가 공동으로 ‘1선’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느 나라 헌법인가! 의전서열 1위(대통령)가 내란에 실패하자, 의전서열 5위(국무총리)와 7위(여당대표)가 권력을 찬탈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저들에게 대한민국의 권력서열 0순위인 ‘국민’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 시민들이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손팻말과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저들은 말한다. 대통령이 탄핵되어서 헌정이 중단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아니다!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면 탄핵당하도록 했고,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누가 행정권을 이어받는지 순서까지 정해놓았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총리와 여당대표가 공동으로 통치하겠다는 것이야말로 헌법 위반이다. 저들은 말한다. 탄핵 말고 ‘질서있는 퇴진’을 하자고, 그것이 혼란을 줄이는 것이라고. 아니다! 내란의 우두머리를 단 한시라도 대통령으로 두는 것이 곧 혼란이다. 헌법을 무시하고 총리와 여당대표가 ‘갑툭튀’하는 것이 혼란이다. 결국 저들이 말하는 질서는, 권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발악이자 뒤집기와 되치기를 할 시간을 벌겠다는 잔꾀다. 저들이 질서라고 말하는 혼란이 끔찍하고 지긋지긋하다. 저들의 질서가 아닌 ‘새 질서’를 원한다. 그것은 헌법이 헌법답게 지켜지는 세상을 기초로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우리 헌법 제1조 1항의 숭고한 가치가 지켜는 세상, 민주주의와 헌정을 파괴하려고 했던 내란의 우두머리를 자기들 잇속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 당분간 머물도록 하자는 정당은 “그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해산된다”는 우리 헌법 제8조 4항의 준엄한 가치가 실행되는 세상이다. 새 질서가 작동하는 새 세상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얻어 자기 생긴대로 살며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책임과 의무도 감당하며 차별없이 고르게 평화로운 삶을 살 것이다. 저들의 질서에 이런 삶은 없다. 이것이 저들의 질서를 거부하는 이유다. ‘질서있는 퇴진’을 말하는 당신들, 매번 민생이니 국격이니 되풀이해서 말하는 당신들, 감히 지혜와 인내와 중용을 말하는 당신들, 이래도 다음에 다 찍어줄거라고 하는 당신들, 이와중에 슬쩍 부자감세법 처리하는 당신들. 무질서하게 퇴진하라, 우리가 ‘새 질서’를 만들 것이다! 박제민 / 녹색정치연구소 공동대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녹색정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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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틀막’ 강성희의 선견지명 “줄일 건 윤석열 임기”[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 정권의 최초 ‘입틀막 사건’의 주인공. 강성희 전 국회의원(진보당, 전북 전주시을)이다. 강 전 의원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지난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생긴 일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다가 사지가 들리고, 입이 틀어막히는 일을 당했다. 당시 대통령경호처 처장은 현재 내란의 핵심 공범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강성희와 윤석열, 그리고 김용현. 세 사람이 한 장면에 포착된 순간이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가운데, 그의 코앞으로 강 전 의원이 “줄여야 할 건 윤(석열)의 임기”라는 문구를 쓰인 피켓을 들어 보였다.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 처장이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 윤석열-김용현과 끊을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힌 강성희 전 의원.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셜록은 10일 강성희 전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강성희 전 의원은 현재 진보당 전북도당의 ‘윤석열 퇴진 개헌 추진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전북도민 촛불 대행진’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객사(풍패지관) 앞에서 매일 저녁 열린다. “전주에서도 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촛불집회 아니다. 응원봉 집회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해서 집회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도 10대, 20대 여성 분들이 아주 많이 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오후 11시 5분경 경찰 병력이 투입돼 국회의사당 출입문이 폐쇄됐다. “그날 밤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어요. 우리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인데, 시험기간에도 공부를 안 하고 게임을 해서 잔소리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TV 자막에 “비상계엄”이 뜨고, 사람들한테 전화가 막 오기 시작했어요.‘지금 집에 누구 안 왔냐’ 이런 전화를 받으면서,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긴급하게 진보당 당사로 모였습니다. 그 밤에 집을 나서면서 왠지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11시 27분, 계엄사령부는 ‘12.3 비상계엄 포고령(제1호)’를 발표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이 포고령이 이날 밤 11시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포고령 첫 번째 항목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견제할 수 있는 헌법상 유일한 기관이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헌법 어디에도 ‘(계엄령 선포로) 국회의 권한을 정지시킨다’는 내용은 없거든요. 이 문구 자체가 위헌과 불법의 제일 첫 번째 상징이에요. 예를 들면 (헌법상) 재판도 군사법원이 다 하게 돼 있거든요. 그렇다 하더라도 의회의 기능을 이렇게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이에요.근데 제일 먼저 계엄군이 했던 일이 국회를 쳐들어간 거잖아요.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했던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위헌이고 내란입니다.“ 4일로 넘어가는 새벽, 0시 7분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국회의사당 상공에는 계엄군이 탄 헬리콥터가 뜨기도 했다. 헬기는 국회 소통관과 본청 옆에 착륙했고, 계엄군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실제 군인들이 헬기 타고 국회에 들어오는 모습 보면서 ‘군인들이 국회에도 왔으면 전주에도 오겠구나’ 했죠. (…)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있는 모든 언론사와 행정기구, 그리고 법원을 다 계엄군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장악해 들어가는 것이 원래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이니까요. 그거에 비해 보면 허술한 계엄이라고 봐야 되나요?” 이번 내란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꼽힌다. 검찰은 9일 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용현 전 장관은 대통령경호처 처장 출신으로 강 전 의원의 ‘입틀막’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1월 18일 당시 김용현 처장이 강 전 의원을 향해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영상에 찍히면서 폭행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행사장에서 제가 착석을 했는데, 제 뒤에 바로 경호원이 앉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잠깐 얘기를 하다가 바로 끌려나갔죠.그때 누군가가 ‘사지를 들어!’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제 몸이 딱 들리더라고요. (대통령경호처 쪽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죠. (…) 당시에 김용현 전 장관이 저를 폭행했다 이런 주장들도 많이 있었는데요. 워낙 정신없이 끌려나가는 상황이라 사실 인지하진 못했습니다.” 대통령경호처는 “강성희 의원을 물리적으로 때리거나 한 적이 없다”며, “이격되는 과정에서 근무자들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월 22일, 국회 야4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의 파면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의 요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 차원에서 (사과와 파면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만약 그때 국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하지도 않았을 거고, 이렇게 내란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그때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아서 끌어낼 정도의 대담함과 결단력을 가지고 행동한 김용현에 대해서 우리가 그만큼 주의를 돌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경호처의 ‘입틀막’ 직전 강성희 전 의원이 외쳤던 말은 “국정기조를 바꿔야 합니다”였다. 그리고 강 전 의원이 미처 외치지 못했던 이 말은 현재 내란 사태로 실현됐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 강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31일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도 이런 문구의 피켓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사실 그 피켓이 뒷면이 있는데요. 앞에는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이렇게 되어 있고, 뒤에는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 이렇게 적혀 있었거든요.당시는 되게 절박했어요. 제가 우리 지역구의 주민들을 많이 만나러 다녔는데 그때 당시에 지역 주민들이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 너무 어려워서, 가계나 이런 것들을 계속 유지할 수도 없고 파산 직전이다'(라고 말했죠.) 그러면 국회나 정치가 뭔가 해답을 줘야 되지 않나….”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지난 7일 국회에서 ‘표결 불성립’됐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105명이 집단적으로 표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7일 당시 강 전 의원도 국회 앞 촛불집회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사실은 (계엄) 포고령을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먼저 분노해야 합니다. 국회를 정지시키려 했던 것에 대해 같이 분노해야 되는데,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의 역할과 의무, 위상을 다 포기하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결국 표결에도 불참하면서 탄핵이 부결(표결 불성립)됐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죠. 다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폐기 다음 날(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돌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법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지도 않은 이들은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내세웠다. 심지어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여한 당사자로, 내란 혐의로 고발을 당한 피의자다. “사실 자신들의 정치지형을 고려한 발표였잖아요. 예를 들어 살인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살인자를 체포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살인자는 그냥 놔둔 채 이후에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요’를 논의하는 것 같아요. 앞뒤 순서가 바뀐 거죠.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하죠. 그 방법은 오로지 탄핵과 체포, 구속밖에는 없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그것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강 전 의원은 시민들을 향한 응원의 말을 남겼다.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시민들이 나서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도 죄송하고요. 그런데 사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엄청 후퇴시킨 이 사건을 반전시키고,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어준 것이 우리 시민들이잖아요. (…)윤석열 탄핵과 체포를 지금 주장하고 있는 이 국면은, 대한민국 국민들과 시민들의 열망이 있으니까 가능한 겁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고 있는, 그리고 전 세계에 유례 없는 이런 K-집회로 싸움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계신 시민들께 너무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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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에스파, 뒤는 GD… “연말까지 인간트리 유지”[윤석열을 감옥으로]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를 빠져 나오자 K팝 세상이었다. 에스파의 ‘위플레쉬’가 귀를 때리고, 알록달록한 응원봉이 눈앞에서 춤을 췄다. 응원봉 모양과 빛깔은 제각각이지만, 구호는 동일했다. “윤석열 퇴진!”“국민의힘 해체!” 목소리의 주인공은 거의 20대 초중반 여성. 귀와 눈은 인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뇌에 전달했지만, 적응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오래된 정보로 가득한 내 40대 후반의 뇌는 에스파의 노래처럼 빠르지 않았다. 다른 세상에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2002년 미선-효순 촛불집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등 사안에 따라 촛불집회 분위기는 변했지만, 이번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걸그룹 에스파 곡에 맞춰 탄핵 구호를 외치는 세상이라니. 구호 타이밍과 박자 맞추기도 어려웠다. 분위기 파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집회 대열 끄트머리에선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가 크게 울려퍼졌다. 이건 또 뭔가 싶었는데, 오히려 마음의 적응이 쉬워졌다. 에스파에 비하면 지드래곤은 ‘왕년의 가수’니까.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이 불발된 이후, 새 주의 첫 월요일(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선 어김없이 K팝이 큰일을 했다. 20대 여성이 주축이 된 집회 참석 시민들은 촛불보다 오래가고 바람에도 안 꺼지는 응원봉으로 무장했다. 여기에 더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와이어 전구를 몸에 두른 ‘인간트리’도 등장했다. “지난 토요일(7일) 집회는 못 나왔는데, 뉴스로 보니까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구요. 저는 아이돌 응원봉이 없어서, 집에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전구)로 온몸을 감고 나왔어요. 어차피 연말이니까, 분위기 좋게 ‘인간트리’로 해보자고 했어요.” 대학생 고예림(23세) 씨는 나무처럼 두 팔을 펼쳐보였다. 머리부터 허리까지 감긴 작은 전구에서 알록달록한 빛이 점멸했다. 고 씨는 윤석열의 내란이 터진 지난 3일 밤,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었다.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는데, 비상계엄 뉴스가 뜬 뒤로는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더라구요. 저희는 계엄을 겪은 세대가 아닌데도, 뭔가 두려운 느낌이 들기도 했거든요.” 공포감은 같은 세대와 연결된 뒤부터 조금씩 사라졌다. “SNS(트위터, 현 X)에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다들 놀라면서 분노하고 있더라구요. 모바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도 민주주의 덕분인데, 이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의견도 많았고. 나 혼자만 분노하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도 들고….” 많은 사람들처럼 고 씨 역시 SNS에서 함께 분노하고, 공감하고, 결국 집회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9일 집회에 함께 참석한 친구 추예지(22세) 씨 역시 트위터에서 만난 친구다. 추 씨 역시 온몸에 전구를 둘렀다. 20대 초반인 이들은 탄핵 집회에 또래 여성이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할까. “여초(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트위터 등에서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많이 논의돼 왔거든요. 저희도 거기서 정보를 얻고 의견도 교환했구요.윤석열 씨는 지난 대선 때부터 여성혐오 분위기를 만들어냈잖아요. 여성가족부도 없앤다고 했고, 최근엔 또 여대 문제도 있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의 분노가 많이 쌓인 게 아닌가 싶어요.” 추예지 씨의 말이다. 여기에 고 씨가 “20대 남성들의 집회 참여가 지난주보다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두 사람의 촛불집회 참여는 지난 금요일에 이어 이날이 두 번째. 집회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SNS에서 봤을 때도 디게 즐겁고 재밌게 보였는데, 현장에 나오니까 더 신나요. 같이 노래 부르고 춤도 추니까요.”(고예림) 두 사람은 연말까지 ‘인간트리’ 콘셉트를 유지하기로 했다. 고 씨는 “대통령 탄핵이 될 때까지 계속 집회를 나올 예정”이라며 “우리는 될 때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에 시민이 무조건 이긴다, 탄핵은 올해 내에 마무리 될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진행된 탄핵 촛불집회는 행진을 거쳐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포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당사를 향해 “국민의힘 해체하라”를 반복해 외쳤다. 집회는 오후 9시에 끝났다. 고 씨와 추 씨는 그제서야 늦은 저녁을 먹으러 현장을 떠났다. 몸에 두른 전구에서는 계속 반짝반짝 빛이 났다. 다시 멀리서부터 K팝이 울려 퍼졌다. 이번엔 로제의 ‘아파트’였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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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청년지원 프로그램이 되려면
‍ ‍ 일하는학교는 2013년 설립해 12년째 위기·고립 청년들의 경제적·사회적 자립을 지원해왔다. 교육/상담/위기해소 지원을 결합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3~5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원하여 경제적/정서적 자립을 달성하도록 한다. 일하는학교가 만나는 청년들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진로/자립 장벽을 가진 청년들이다. 1)경제적 위기 2)교육기회 중단 3)지지관계 단절이다. 고립은둔청년,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을 비롯해 학교밖청(소)년, 가정밖청(소)년 등 다양한 범주의 자립위기를 겪는 청년들이 포함된다. 일하는학교는 위기 청년들의 자립이행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교육적 관계 형성, 그리고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성취경험이다. 이 글에서는 일하는학교의 프로그램/지원사례를 통해서 위기·고립청년 지원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들에 대해서 다루어 볼 것이다. 여러 가지 이름의, 위기-고립 청년들 ‍사회가 청년 A를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다. 중고등학교 때 학교를 중퇴한 경험이 있는 ‘학교밖청(소)년’이기도 하고 한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던 ‘고립은둔청년’이기도 하다. ‍처음 만났을 때 스무살 무렵이었던 A는 사람을 대하기 어려워했다. 눈을 오래 마주치기 어려웠고 내가 한마디를 하면 대답을 듣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신청해 찾아왔지만, 시간이 지나도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이 좀처럼 되지 않았고 말없이 나오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좀처럼 자기표현을 하지 않아서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잘 알기 어려웠다. ‍B는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1인 가구 청년이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있지만, 같이 살지 않는 시기가 많았다. 어머니가 아이를 부양할 능력이 없어서 청소년기의 일부를 청소년쉼터에서 보내기도 했고 이후에도 혼자 살아가는 시기가 많았다. ‍그는 가정의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청소년기부터 용돈을 받아본 일이 거의 없었다. 일찍부터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계속 카페, 음식점 등에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에 진학해도 차근차근 진로를 찾아가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대학이라는 교육시스템에 들어가지 않고 온전히 혼자 힘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취업을 준비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C는 장기미취업 청년이고 고졸비진학 청년이다. C는 특별히 위태로운 가정환경에서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C의 부모님은 늘 아침 일찍 일을 나가 밤늦게 귀가했고, C의 마음상태를 살필만한 소양이나 여유가 없었다. C는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없어졌고 C의 마음은 학교에서 멀어졌다. 그래도 특별히 티가 나는 일은 없어서 마치 순탄한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서 C는 사회로부터 단절되었다. 친구를 만날 곳도 고민을 상담할 곳도 찾을 수 없었다. 몇 년이 흐른 뒤부터는 점점 더 사람을 대하기 힘들어지고 가벼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두려워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A,B,C 청년들은 모두 청년·청소년 대상의 지원프로그램이나 직업훈련 또는 취업지원사업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들을 통해 자립을 준비해가는 데에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원프로그램들’은 이 청년들의 특별하고 복합적인 특성과 위기환경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알더라도 그것을 적극적이고 실제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혹은 일정 정도까지 진행되던 중 지원기간이 만료되기도 했다. ‍학습이 단절된 경험, 관계 형성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 지속적인 빈곤과 위기환경에서 살아오며 불안과 우울감이 커진 청년들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고려할 점들은 뭘까?‍ ‍ 제한 없는 관계 맺기와 성취경험 만들기 ‍ ➀ 제한을 두지 않는, 교육적 관계 맺기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참여 청년 A가 말하는 일하는학교 에서의 관계) 많은 청년지원 프로그램들이 ‘단편적인 서비스’의 형태로 지원된다. ‘서비스’는 단순화하자면 무형의 복지지원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에게 제공할 지원내용이 구체적으로 규정되고, 기간, 시간, 때로는 단가까지 규정된다. 심리상담 지원, 문화체험 프로그램, 취업컨설팅 등 하나하나의 단위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위기 상황에 놓여온 청년들에게 단편적인 서비스 제공은 효과를 얻기 어렵다. 서비스와 서비스 사이를 메울 수 없고 서비스 이전과 이후를 살피기 어렵다.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중단했을 때, 아무도 모르게 위기상황에 놓였을 때 그 청년을 지지하고 보호할 수 없다. ‍서비스는 제공자와 수혜자의 관계를 전제한다. 제공자는 사전에 규정된 범위에서 청년에게 서비스를 지원·제공하는 역할이고, 수혜자는 그것을 받는 역할이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관계를 맺는 것에 앞서, 무엇을 받을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받을 수 있는지를 따지는 일이 우선된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도 관계를 맺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인간관계는 상상하기 어렵다. ‍서비스 제공방식은 자발성과 적극성이 있거나 뚜렷한 조력자가 있는 계층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려는 위기·고립청년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찾고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위기 청년들의 위기극복과 자립이행을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다양한 상황들을 만날 때마다 각기 다른 접근법과 자원을 찾아 해결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갈 때 정서적·인간적 지지가 필요하다. 청년이 여러 번 중단하고 시행착오를 겪다가 다시 시작할 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부모나 가족기반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그것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 ‍서비스 지원은 하나하나의 조각일 뿐이다. 청년이 회복하고 힘을 내고 꿈을 꾸고 나아가도록 하는 과정은 몇몇 서비스의 나열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전인적 만남을 통해 가능하다. 위기·고립청년을 온전히 지원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 사이의 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고, 더 나아가 ‘배움과 성장을 위한 교육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면, 교육적 관계 형성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 한마디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서비스 관계와의 차이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기간과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의 회복, 성장, 자립을 위해서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만날 수 있고,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의논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관계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만나는 시간과 의논하는 주제에 범위를 정해두겠지만, ‘긴급한 상황’이 되면 시간과 범위의 제약을 벗어나 필요한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다. ‍단지 얼마나 오래 만나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적 관계’라고 한 것은 이 관계가 문제들에 대응하고 솔루션과 자원을 제공하는 관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단지 청년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청년이 필요로 할때 지원해주는 관계와도 다르다. 때로는 청년에 앞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고 가르치기도 하고 지적하고 비판하기도 하는 ‘인생 선생님’의 역할이 ‘교육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교육적 관계’에서는 청년의 자발성·주체성과 교육적 지도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 균형을 잃으면 청년의 의사나 바람과 무관하게 일방적-지시적으로 이끌 수도 있고, 목표나 방향성 없이 삶의 모든 것을 챙기며 아이처럼 대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교육적 관계에서는 성장과 자립이라는 궁극적 방향을 놓치치지 않아야 한다. 처음엔 선생님들이 자주 연락하는게 싫었고 귀찮아서 연락도 많이 씹고 그랬었어요.  그래도 선생님들은 계속해서 저의 일자리 걱정과 밥 안챙겨 먹을까봐 센터로 나오게해서 같이 밥 먹으며 토닥여 주셨고, 취직 후에는 출근 하지 못할까봐 아침에 깨워도 주시고 당시 심각한 우울증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상담도 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어느 순간부터 약(복용량)도 줄어들고 출근하면 선생님께 먼저 연락을 드려 출근 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안좋은 생각이 들면 먼저 찾아가 상담 요청을 하면서 지내게 되었어요. (청년C가 말하는, 일하는학교 선생님들과의 관계) ‍‍ ➁ 개개인의 특성,상황에 맞는 성취경험 만들기 ‍관계 형성 다음으로 고민할 것은 성취경험의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위기청년들은 의사결정, 위기극복, 역량개발 등 자립으로 이행하는 과정 어딘가에서 노력을 중단하고 멈춰 서곤 한다. 결정적 원인은 ‘성취경험’이 부족해서, 자신의 노력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립이행을 위한 기초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지원프로그램 과정에서 각자 의미 있는 성취경험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취경험은 ‘주변화된 경험’과 대비된다. 뭘 하기는 했는데 뭘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 경험, 자신의 특성, 상황에 맞지 않는 과제를 만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한 경험은 주변화된 경험이다. 자기 기준에서 과제를 잘 이해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수행하고 결과의 효능을 느낄 수 있어야 성취경험이다. 하지만 세심하게 프로그램의 내용과 과정이 준비되지 않으면 다수의 청년은 주변화된 경험을 하다가 끝날 수 있다.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제반환경과 조건, 참여자의 특성과 경험에 대한 세심한 파악과 배려, 그것을 참여자 개개인에게 반영하는 정도가 성취경험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위기·고립 청년 중에는 청소년기부터 학습이 사실상 중단된 청년들이 많다.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표현해본 경험이 없거나 낯설기도 하다. 충분한 역량이 있어도, 자신의 이야기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어떻게 평가받을지 걱정해서 뒤로 물러나곤 한다. 보편적인 개념이나 용어를 모르기도 하고, 간단한 컴퓨터 작업을 못하기도 한다. 혹은 경계선 지능인이어서 간단한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청년들이 프로그램 상황에서 자신이 해내기 어려운 과제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손을 들어 자신이 겪는 어려움과 난처함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할까? 그러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슬쩍 넘어가면서 주변화된다. ‍이렇게 주변화된 경험들이 계속 반복되면 더 이상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의미 있게 따라가기 어려워진다. 프로그램 초기에 잠깐 생겨났던 의욕들이 다시 사라지고, 이유를 들어 갑작스럽게 프로그램 중단의사를 통보하기도 한다. 1시간이 지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프로그램에 충분히 적응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 ‍‍ ③ 어떻게 개개인이 성취경험을 할 수 있게 할까?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상황과 과제들을 각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조정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특성, 경험해온 환경, 현재의 상태와 역량에 맞는 과제를 설정해야 의미 있는 성취경험이 일어난다. ‍자신의 수행역량보다 너무 높거나 낮은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가능하면 품이 들더라도 그룹을 나누어 별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좋고, 현실적 한계가 있다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되 프로그램 안에서 그룹을 나누거나, 과제를 다양화해서 청년들이 각기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과제를 수행하게 해야한다. 사전 상담을 통해서 과제에 대해 미리 안내를 해주고 준비를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 집단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어려워하거나 발표하기 어려워하는 청년이 있다면, 프로그램 시작 전에 오늘 다룰 주제를 설명해주고 미리 생각해보도록 할 수 있다. 아니면 강사와 협의해 각각의 청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나 설명방법을 의논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예시에 대해서 강사와 사전협의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강사가 사용하는 용어가 참여자 입장에서 너무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은 최소화하도록 하고, 발표하기 어려워하는 참여자와 부정적 사고가 많은 참여자를 어떻게 대해주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협의해 두어야 한다. ‍청년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것, 자신의 의견을 글로 쓰는 것, 짧은 발표를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것, 자신의 발표가 프로그램 진행 중에 강사에 의해 언급되는 것 등 작은 과정 하나하나에서 성취를 경험한다. 함묵증이 있는 청년 D는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참여했지만, 자기 발언 차례가 되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진행자로부터 등을 돌려앉아 종이를 찟는 행동을 했다. 어렵게 소통한 결과, D는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고 당황스러워서 돌출행동을 한것이었다. 그날 프로그램의 주제가 D에게는 너무 낯설고 어려워서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후로 D에게는 프로그램 전에 주제를 설명해주었고, 말로 표현하지 않고 종이에 글로 써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D는 조금씩 말로 하는 표현을 늘려갔다. ‍(청년D, 개별화된 접근 사례) 프로그램에 적용하기: 일하는학교의 프로그램 사례 ‍ 관계 형성과 성취경험 만들기 과정은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끝까지, 곳곳에 녹아들어야 한다. 일하는학교의 프로그램은 크게 3개 과정으로 구성된다. 참여한 청년들은 1년 이상의 진로활동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따라 조정하면서 실천해가게 된다. 그 과정에는 프로그램과 일경험, 각종 지원(교육비,식비,심리상담비 등), 관계망 활동(소모임), 위기극복 지원이 결합된다. ‍각 과정은 약 1년간 진행되고, 각 과정 종료 후에는 다음 과정으로 이행할지 다시 한번 재참여할지를 판단한다. 상황에 따라 이전 단계의 프로그램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정규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때는, 소모임 활동에 참여해 관계를 이어 간다). 이 판단은 담당선생님과 청년의 충분한 소통과 상담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렇게 이행과 재참여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안정적인 자립단계에 이르기까지 5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범위를 제한할 수 없는 다양한 지원과 문제 해결을 하게 된다. ‍ ➀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운영기관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일하는학교가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오래 이어지는, 제한 없는 관계’다.  프로그램 기간은 수개월에서 1년 이내이지만, 그 이후에도 관계를 지속해가자고 요청한다. ‍많은 청년은 제한 없는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끼고 낯설어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이를 실제화하는 것은 이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나가야 한다. ‍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통상 전문강사가 진행한다. 여기서 운영자/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프로그램 강사에게 맡겨 두고, 프로그램 사전이나 사후에만 청년들을 만나면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함께 참여해서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참여하고 어떻게 수행하는지 관찰하고 각자가 만든결과에 대해 반응해주어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참여 청년들 사이의 관계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소소한 보드게임 등을 하면서 친분 형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함께 밥 먹기이다. 밥 사달라는 말을 많이 해달라고도 하고, 상품으로 ‘회식권’, ‘식사권’을 선물하기도 한다. 함께 요리를 해먹어도 좋고 식당에 함께 가는 것도 좋다. 여러 사람이 함께 먹으면서, 충분히 관계가 형성되면 1대1 식사도 효과적이다. 청년들은 어른/선생님과의 각별한 관계 형성에서 따뜻함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 ‍‍ ➁ 프로그램 초기 단계 ‍프로그램 초기 단계에서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1)위기요인 파악, 2)참여 동기 높이기, 3)개개인 상황에 맞는 활동계획 수립이다.  ‍프로그램 초기 단계에서 청년들은 의사결정과 실행을 주저하며 지체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엇을 목표로 할지, 무엇을 배우고 준비할지 계획해야 하는데 원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어렵게 결정을 했다가도 주저하고 고민하다가 시작 전에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흥미나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기를 구체화하고 적극성을 높이는 매개는 ‘깊은 관계 형성’이다. 가까워지며 신뢰를 쌓으면 걱정을 덜고, 하고 싶은 것을 더 용기있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똑같은 것을 배워도 효과가 배가된다.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배운 것을 적용하고 활용하려고 한다. ‍시작 단계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관계를 형성하면 개개인이 가진 어려움도 드러난다. 어려움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청년은 오히려 안전함을 느끼고 자신의 시작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앞으로 할 일과 집중해야 할 목표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충분히 관계를 형성하기 전까지는 목표와 계획을 여러차례 수정하고 보완할 각오를 해야한다. 그 전에 수립한 목표와 계획들은 진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➂ 성취경험을 위한 일경험 준비와 진행 과정 ‍일하는학교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진로 탐색을 위해 ‘일경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희망분야의 일터에서 1개월~3개월 동안 직접 근무하는 실습프로그램이다. 취업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자신감이나 확신감을 높이고, 사회관계를 연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채용을 목표로 하는 인턴십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경험은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서 뚜렷한 성취경험을 할 좋은 기회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장 섭외와 협의) 일경험 프로그램의 의미에 대한 인식 향상, 청년에 대한 이해,  구체적인 업무배정 계획 논의 (청년 상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세부 목표 설정하기 (시간 엄수, 의사소통, 낯선 문제를 만났을때 대처 등)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의 취지와 목표에 대한 인식 재확인, 다른 청년들과의 경험 공유 (중간 점검) 사업장 담당자에게 동기부여, 청년의 참여소감 전달 (평가) 공유회, 참여자 인터뷰를 통한 의미 발견 촉진 ‍자신에게 맞는 성취경험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각각의 일경험 사업장과 자주 소통하고 청년의 특성과 경험에 맞는 업무과제를 부여하도록 요청한다. 담당 멘토와 1대1 소통도 자주하고 사업장 전체의 회식에도 참여하도록 한다. 청년의 반응을 사업장에 자주 전달해서 사업장 담당자가 일경험 지도에 동기를 느끼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좋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표현할 기회가 없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일하는학교에서는 공유회를 통해 다른 청년들과 경험을 나누도록 하고 심층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성취경험을 했고 어떤 점을 어려워했는지 상세히 다루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청년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더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 청년이 생각하는 성취경험 ‍ 청년들은 일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성취를 경험할까?  ‍보통 일경험·인턴십 프로그램의 성과로는 ‘취업연계’, ‘직무경험’, ‘직업능력개발’ 등 취업이나 실제적 기술과 관련된 측면을 많이 언급한다. 하지만 일하는학교 청년들이 표현하는 성취경험의 내용은 조금 더 다양하다. ‍ 2022년 일하는학교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념도 연구에 따르면, 청년들은 진로/취업과 직접 관련된 측면 이외에도 ‘관계 형성’이나 ‘삶 전반의 변화’, ‘긍정적 태도의 형성’ 등을 일경험을 통한 의미 있는 성과로 표현했다(고졸비진학니트청년들이 자각하는 일경험 프로그램의 성과와 성과요인에 대한 개념도 연구, 2024). ‍ ‍ * 연구 참여자의 진술문을 토대로 분석한 일경험 성과 핵심 진술문장 발췌 ‍ 군집1. 경험과 관계의 확대 ‍직장인이 되어 본 경험. 담당 멘토님께 (선물을 드리거나) 감사를 표현해 본 경험. 나중에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인정을 받게된 점. 사회인의 문화나 예절 등을 배우게 된 점. 직장인의 말투를 익히게 된 점. 세상을 달리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을 만난 점. 지적이나 비판을 받아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경험. 직업인이 일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 점. 회사나 동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던 점. 새로운 일들을 경험해본다는 것 자체. 직장도  친밀한 분위기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던 점. 사회 어른과의 인간관계가 생겨남. 인간 관계가 넓어진 점. 타인·사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이해하게 된 점 ‍‍ 군집 2. 부정적 경험, 사고 극복에 도움 ‍취업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생김. 이전의 내 행동들을 반성하게 되었던 점.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됨.  닮고 싶은 사람이 생겨난 것. 긍정적인 언어습관을 갖게 된 점. 회사에 도움이 되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 점. 어려운 문제나 상황을 해결·극복해본 경험이 생겼다는 점. 낯선 곳에 잘 적응했다는 성취감. 주변 사람이 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해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남.  ‍‍ 군집 3. 진로에 대한 긍정적 태도 ‍희망하는 진로 분야에 도전해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희망 진로에 대한 의욕과 동기가 높아짐. (꿈이 없었는데) 꿈이 생겼다는 점.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 된 점 ‍‍ 군집 4. 삶 전반의 긍정적 변화 ‍부모·가족과의 관계 개선. 나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남. 미래에 대해서 희망적,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점. 새로운 일을 대할 때 겁내거나 피하지 않게 된 점. 시간 관리를 더 잘하게 된 점. 더 신중하고 계획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점. 나의 성격이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된 점.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점. 집에만 있다가, 매일매일 출근하며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점‍ ‍ ‍ 마치며 ‍ 제한 없는 관계 형성과 누구나 성취할 수 있는 경험. 이런 이야기를 청년지원기관 실무자들에게 발표할 기회가 몇차례 있었는데,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 너무 좋은 이야기이지만,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지원사업 대부분은 정해진 기간, 방식이 있고 실무담당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많은 비현실적인 양적성과를 요구받기도 한다. 그런 환경에서 제한 없는 관계를 맺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에서 성취경험의 기회를 만든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일하는학교도 이렇게 지향하는 것이지, 모든 청년을 이렇게 만나지는 못한다.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한번은 고민 해보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적용해볼 방법은 없을지. 우리가 오래된 기준과 방식에 익숙해 있지는 않은지. 한발 더 내디뎌 볼 곳은 없는지. 당장 적용할 수 없더라도, 어느 곳을 바라보고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나를 위한 성장 경험을 할 수 있던 점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이전까지 나는 가족, 학창 시절의 몇몇 친구들이 제 세상의 전부였고 이 관계가 조금만 틀어져도 제 세상이 무너졌어요. 하지만 일하는학교에서는 다양한 친구들, 선생님 등 저에게 관심을 갖고 힘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덕분에 저의 시야와 세상은 훨씬 넓어졌죠. 정말 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았고 그렇게 얻은 힘을 바탕으로 일경험을 하게 되고, 또 이 경험이 발판이 되어  새로운 일들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여 청년 B가 말하는 참여성과) ‍ ‍ 글 | 이정현 20년째 위기청년-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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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망친 한국 경제 25가지.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2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민주주의가 경제다, 윤석열 탄핵을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이유. ① 경제: 1% 성장률 충격, 부자 감세에 나라 살림은 빚더미. 14. 한국만 주가가 빠졌다. 2020년 1월 주가를 100으로 놓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187과 212까지 올랐는데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18과 107에 그쳤다. 윤석열이 주식 시장 밸류업 프로젝트를 내놓았지만 정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에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5. 가계 부채 감당할 수 있나. 정부도 빚이 많지만 가계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2분기 기준으로 1896조 원, 올해 안에 2000조 원을 넘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4.4%, 여기에 전세 보증금을 포함하면 150%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은 ‘영끌’에 올인하고 정부는 ‘영혼 없는’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 자살률도 다시 치솟고 있다. 10만 명당 자살률이 2022년 25.2명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27.3명으로 8.3% 늘었다.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2011년 수준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7월 기준으로 누계 8777명, 지난해 같은 기간 8255명을 넘어선 상태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7. 노인 빈곤율도 세계 최고 수준.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1년 56.9%에서 2022년 57.1%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66세 이상 노인의 40%가 빈곤 상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라트비아(32.3%)나 에스토니아(34.6%)보다 높다. 연금도 빈약하지만 수급 계층이 많지 않다. 노인들 자살률도 높다. 18. 실질 소득도 줄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은 오히려 2021년 수준에도 못 미친다. 특히 올해 2분기 가계 소득은 0.8%나 줄었다. 소득이 줄어드니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2분기 전년 대비 3.9% 줄어든 데 이어 계속 정체 상태다. 올해 1분기는 -1.6%를 기록했고 3분기 들어 2.3% 늘었지만 지난해 기저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19. 소득 격차는 더욱 커졌다. 3분기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1분위)는 지출의 30%를 밥값에 쓴다. 상위 20%는 18% 정도다. 소득 1분위는 월 33만 원의 적자가 나고 5분위는 394만 원의 흑자가 난다. 소득 5분위 배율은 2020년 2분기 8.3배까지 낮아지기도 했지만 올해 3분기 9.3배까지 늘어났다. 20. 임금 체불도 늘고 있다. 올해 임금체불액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7월까지 체불액이 작년(1조 7846억 원)의 70% 수준에 달했다. 21. ‘작은 정부’의 비극. 한국의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중은 26%, OECD 평균 46%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연구개발 투자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했다가 복구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가 저부담-저예산-저복지의 악순환에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니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가처분 소득의 불평등 개선 정도가 OECD에서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22. 한국경제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수출과 내수, 재정 모두 최악의 상황이다. 잠재 성장률은 2.0%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1%대로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잠재 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급등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인 잠재 GDP 증가율을 말한다.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미국에 뒤처진 것도 처음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3. 청년들이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쉬었다’고 답변한 15~29세 청년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평균 42만 명이나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 1년 이상 쉬었다는 청년이 2020년 38.9%에서 45.7%로 늘었다. 3년 이상 쉬었다는 비중도 21.0%로 늘었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15~29세 취업자 수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노인 빈곤율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이 23.4%로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고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한국은 늙어가고 있다. 24. 출산율도 바닥 수준.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 역시 바닥 수준이다. 출생아 수는 월 2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혼인 건수는 1만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바닥을 쳤다는 관측도 있지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합계 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2022년 0.78명, 지난해 0.72명에 이어 올해는 0.74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25~49세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답변이 61%였는데 25~29세 여성들은 이 비율이 34%에 그쳤다. 25. 최악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모델이었던 한국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심리지수(ESI)는 2022년 7월 이후 한 번도 100을 넘은 적이 없다. 100 미만이면 더 안 좋아질 거라고 본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정확하게 맞물리는 추세다. “윤석열은 한국의 GDP 킬러.” 윤석열은 재벌 개혁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경제력 집중과 과도한 수출 의존, 사상 최고 수준의 가계 부채를 방치했다. 구조 개혁은커녕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방치했다.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걸 윤석열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만성적인 안일함은 한국 경제의 오랜 과제였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닥칠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할 거라는 마지막 기대를 걷어찼다. 윤석열이 탄핵에서 살아남는다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한국의 정치적 마비는 이미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루 차나나(삭소마켓츠 투자전략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윤석열이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위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역적인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가 경제고 탄핵이 민생이다.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고통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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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망친 한국 경제 25가지.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1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민주주의가 경제다, 윤석열 탄핵을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이유. ① 경제: 1% 성장률 충격, 부자 감세에 나라 살림은 빚더미. 비상계엄이라는 정신나간 자폭 행위에 가뜩이나 빈사 상태의 한국 경제가 치명타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 2년 8개월, 한국 경제의 모든 지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성장률이 곤두박질쳤고 양극화는 더욱 확대됐다. 부자 감세를 남발하면서 정부 재정을 틀어쥔 탓에 비가역적인 퇴행이 시작됐다. 환율이 치솟고 물가가 오르고 주가는 폭락하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노인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은 쉬고 있다. 잠재 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가 부채도 역대 최대 규모고 실질 임금이 줄어든 것도 처음이다. 12월 3일 이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진입했다. 무능한 대통령이 경제를 망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은 내란 수괴가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퇴행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올린 것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 직전이다. 민주노총과 슬로우뉴스 공동 기획으로 윤석열이 지난 2년 8개월 동안 망쳐 놓은 것과 비상계엄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다섯 차례에 나눠 집중 점검해 본다. 첫 편은 경제다. 1. IMF도 아닌데 1% 성장률이라니. 1% 미만 성장률은 지금까지 네 차례 있었다. 1980년 오일 쇼크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이다. 그리고 다섯 번째가 윤석열 정부다. 한국은행은 2025년과 2026년 성장률을 각각 1.9%와 1.8%로 전망했다. 구조적 불황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2%로 낮춰잡은 데 이어 내년과 내후년은 각각 1.9%와 1.8%까지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올해 2.2%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총장 출신의 정치 문외한 윤석열이 집권했던 2022년 5월, 한국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을 막 빠져나온 상태였다. 돈을 풀고 경제를 살려야 할 시점에 윤석열은 건전 재정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 지출을 틀어쥐었다. 내수가 죽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2. 역대급 부자 감세. 윤석열 정부가 3년 동안 깎아준 세금이 97조 원에 이른다. 고소득자들에게 35조 원을 깎아줬고 대기업에 깎아준 세금도 21조 원에 이른다. 부자들에게 상속증여세를 깎아줬고 기업들에게는 법인세 세율을 낮추고 과표 구간을 높여서 통 크게 줄여줬다. 2년 유예했다가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아예 폐지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낙수 효과는커녕 부자들과 대기업들이 떡고물을 나눠가졌고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3. 세금 86조 원 덜 걷었다. 이러고도 나라가 굴러가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지난해 세수 펑크가 56조 원, 올해는 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애초에 예산도 줄여 잡기도 했지만 적게 잡은 예산보다 더 적게 거뒀다.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각각 15조 원과 6조 원씩 펑크났다. 역대급 감세인데다 역대급 세수 예측 실패다. 올해 8월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는 53조 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84조 원 적자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2년 -5.4%, 2023년 -3.9%로 이미 재정준칙 기준을 넘어섰다. GDP 대비 3%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는 깨진 지 오래다. 소득세도 줄고 법인세도 줄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각각 13조원과 23조원, 합계 36조 원이 줄어들었다. 종합부동산세는 2021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3분의 1로 줄었다. 4. 빚 내서 나라 살림 막았다.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이 넘고 GDP 대비 국가 채무가 50%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꾸준히 오르는 추세였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하긴 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속도가 빨라졌다. 앞에서는 건전 재정을 외치면서 뒤로는 빚을 늘려 급한 불을 껐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끌어다 쓴 돈이 220조 원이 넘는다. 공적 기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쓴다는 말도 나왔다. 연쇄적인 기금 손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건전 재정을 강조했지만 재정 여건을 계속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 기축 통화국이 아니라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 자칫 국채 금리가 오르고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5.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 경제 성장률은 정체 상태인데 물가는 미친 듯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 5년보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더 올랐다. 6. 실질임금 줄어든 건 처음. 실질임금은 2021년 359.9만 원을 찍고 3년 연속 줄었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간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354.3만 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명목 임금은 2.4% 늘었지만 실질임금은 0.4% 줄었다. 7.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역대 최고 수준.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1년 38.4%를 찍은 데 이어 지난해 37%까지 줄었지만 올해 들어 8월 기준으로 38.2%까지 올랐다. 풀타임 노동자 비율은 74.8%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8. 최저임금 인상률도 찔끔. 코로나 팬데믹 때 1.5% 인상한 적은 있었지만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올해는 2.5%, 내년은 1.7%에 그쳤다. 생계비는커녕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이다. 9. 일자리의 질도 떨어졌다.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가 18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2%까지 늘었다. 36시간 이상 풀 타임 근로자 비중이 74.8%까지 줄었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대와 30대만 놓고 보면 풀 타임 근로자가 계속 줄고 있다. 10.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 소득이 줄고 물가는 오르니 당연한 결과다. 소비자 물가 지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1.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자 비중이 20%를 밑돈 것도 처음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소득이 줄고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으니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평균 564만 명. 전체 취업자 가운데 19.7%다. 2002년 612만 명에서 줄기도 했지만 전체 취업자가 2223만 명에서 2854만 명으로 늘어난 효과도 있다. 분모가 커졌다. 자영업자 59.2%가 평균 1억7500만 원의 빚을 졌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0.47%에서 올해 6월 1.0%로 올랐다. 12. 수출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조업 체감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수출은 14개월 연속 늘었지만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 증가율을 6.3%로 낮춰 잡았다. 내년은 1.5%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한때 시가총액 600조 원을 넘보다가 300조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도 어렵지만 내년 전망도 불확실하다. 13. 원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세 차례다. 처음은 IMF 외환위기고, 두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그리고 세 번째가 윤석열 정부다. 환율이 오른다는 건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올해 5월 기준으로 한국의 실효 환율 지수는 95.2. 64개국 가운데 56위다. 통화 가치 하락이 다른 나라들보다 크다는 의미다. 환율 급등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수출이 줄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수입 물가가 더 오르고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진다.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 시스템 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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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될 유머와 용기를 위하여
지속될 유머와 용기를 위하여 by 🍊산디 안녕을 여쭙는 게 새삼스럽습니다. 안녕하신가요? 이해할 수 없는 거북한 소식들 속에서 부디 마음을 단단히 지키고 계시길 바랍니다. 총구가 시민을 겨눈 이 시점에 AI 윤리를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보잘 것 없게 느껴지는지요. 겨울 광장에서 빛나는 마음들을 바라보다가 한 해를 회고하는 글을 쓰려니 달리 드릴 말씀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웃을 껴안을 수 있는 유머와 불의에 맞설 용기가 있으니, 기어코 봄을 만나지 않겠어요? 여러분과 이 겨울을, 다가올 봄을 함께 맞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래도 12월이라 잠깐 연말 분위기를 내보겠습니다. 🦜AI 윤리 레터는 <AI 윤리 북클럽>에서 출발했습니다. 2022년 8월, AI라는 공적 주제를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공유하는 몇몇 사람들끼리 시작한 모임입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이제 30여 명의 구성원이 오고 가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2023년 5월, 🦜AI 윤리 레터 첫 호가 발행되었습니다. 북클럽에서 나눈 이야기가 휘발되는 게 아쉬웠고, 무엇보다 AI 윤리를 이야기하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어딘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분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길 바랐습니다. 🦜AI 윤리 레터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을 더해가는 분들에게 연대를 전하는 ‘느슨한 공동체’가 되는 꿈을 꿉니다. 이런 마음을 전해 받으셨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물론,🦜AI 윤리 레터가 북클럽의 대화 내용을 모두 옮기지는 못합니다. 대체로 북클럽이 좀 더 거칠고, 자유로운 편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레터에는 담지 못한 생각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국군의 날, 광장에 탱크가 도열하고 군인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이번 시가행진은 시민들에게 보내는 경고에 불과하지 않느냐며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레터에서는 군사 공동체의 철학이 중요하다는 내용만을 담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가짜뉴스’라는 주장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이에 가짜뉴스 보다도 ‘가짜뉴스라는 가짜뉴스’가 훨씬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레터에서는 가짜뉴스를 이야기하는 대통령님을 위한 사과문을 대신 작성해드리는 데에서 그쳤네요.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교섭력이 취약해 AI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길항권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외국의 투쟁 사례를 소개해드리는 선에서 마무리 했습니다. 그러니 AI를 화두로 속 시원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시다면 AI 윤리 북클럽을 찾아주세요. AI 기술과 이를 둘러싼 사회를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진들끼리는 “부담 없이 오래 지속하자”라는 약속과 함께 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일상도 그런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겠지요. 하지만 일상의 호흡을 유지하는 데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겨울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이지 힘 빼고, 고상하게, 부담 없이 살고 싶었는데. 과한 기대였나 봅니다. 부디 여러분의 자리에 온기가 가득하길 바랍니다. 그러다가 종종 🦜AI 윤리 레터도 열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높은 구독률과 오픈율은 저희의 ‘부담 없는 오랜 지속’에게 큰 힘이 됩니다.더 높아져도 좋지 싶습니다. 2024년 한 해 🦜AI 윤리 레터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올해도 행복했어요. 내년에 봄과 함께 만나길 바라며,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가 여느 때보다 빛나길 기원합니다. p.s. 레터는 다음주부터 쉽니다! 수요일에 찾아올 레터도 기대해주세요😉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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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었습니다… 셜록은 김건희 가족이 아닙니다[셜록 이야기]
내가 ‘내란수괴’ 윤석열의 처남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소식은 8일 밤 11시 2분에 카카오톡으로 날아왔다. 지인이 보낸 메시지, 시작은 내 얼굴이 새겨진 사진이었다. 자막은 이랬다. “해당 남성의 정체는 바로, 김건희 동생 김진한!” 사진의 출처는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화면을 캡처한 것이었다. 나는 사진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 사람이 김건희 동생 김진한이라고?’ 반짝이는 넓은 이마와 삭발한 민머리, 오른쪽 뺨의 큰 흉터, 며칠 자르지 않아 턱을 가득 채운 거뭇한 수염, 여기에 검은색 테의 안경과 점퍼까지. 요리조리 뜯어보고, 사진을 확대해서 또 살펴봤다. 분명히 내 얼굴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김진한은 나랑 일란성 쌍둥이인가? 지인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최은순 요양원 취재 차 가졌나봐요? 그 앞 카페에서 몰카당하신 듯한데… 기자님 맞죠?” 조금씩 상황이 파악됐다. 내가 하루아침에 내란수괴의 처남, ‘실질적인 대한민국 넘버원’으로 불리는 김건희의 남동생 김진한이 된 내막은 이렇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지난 3일, 잠의 거의 못 잤다. 다음 날인 4일 아침 진실탐사그룹 셜록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내란 같은 큰 사건 보도는 대규모 인력을 거느린 방송사, 통신사 등이 주도한다. 실시간으로 한 줄씩 전해지는 속보가 넷플릭스 드라마보다 충격적이니, 셜록 같은 탐사보도 매체의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했다. 논의를 거쳐 기자들은 각자의 취재 현장으로 흩어졌다. 나는 김건희 씨 가족 근황을 추적하러 경기 남양주시로 향했다. 김 씨는 4남매 중 셋째로, 위로는 언니 김지영, 오빠 김진우가 있고, 밑으로 남동생 김진한이 있다. 김 씨 가족은 법인을 만들어 남양주시에서 요양원을 운영한다. 모친 최은순과 오빠 김진우는 주로 이곳에서 오전과 오후를 보낸다. 김건희 씨의 언니 김지영과 남동생 김진한은 해외에 체류 중인 걸로 알려졌다. 사위 윤석열은 내란수괴로, 딸 김건희는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곧 수사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최은순-김진우 씨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낼까? 내가 남양주시로 향한 이유다. 그날부터 지난 6일까지, 2박 3일 대부분을 최은순-김진우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 인근에서 보냈다. 요양원 문을 두드려 정식 인터뷰를 요청하면 취재를 거부하고 종적을 감출까봐 잠복을 택했다. 윤석열의 내란으로 많은 시민이 허탈함과 분노로 시위를 하고,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가 숨 가쁘게 돌아가던 그때, 김건희 가족이 운영하는 요양원은 평화로웠다. 최은순은 기사가 운전하는 BMW 7시리즈를 타고, 김진우는 제네시스 승용차를 타고 각각 오전에 요양원으로 출근했다. 이들은 오후 3~4시면 요양원을 떴다. 요양원의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두 분이 거의 매일 출근하죠. 식사도 요양원에서 드시고, 다들 정말 알뜰하게 루틴하게 살아요.” 요양원 직원들은 지난 5일, 야외에서 김장을 했다. 최은순 씨는 요양원 밖으로 나와 김장하는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도로 가에 세워 둔 승용차 안에서, 또는 지나는 행인 행세를 하며 지켜봤다. 지난 6일에는 김보경 기자가 현장에 추가로 투입됐다. 최은순-김진우가 요양원에 있는 걸 확인했으니 더는 시간을 끌지 않기로 했다. 이들을 직접 만나 “사위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건희도 특검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소감은 어떤지” 등을 묻기로 했다. 최은순은 역시 루틴하게 오후 2시 30분께 퇴근을 위해 요양원 밖으로 나왔다. 그때 김보경 기자가 다가가 물었다. “혹시 계엄령 선포를 미리 알았나요?”“(사위 윤석열이) 곧 탄핵될 거 같은데, 견해를 밝혀줄 수 있나요?” 최은순은 취재와 대답을 거부하고 곧바로 차에 올라 요양원을 떠났다. 김건희 가족의 심경은 듣지 못했지만, 최은순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것으로 만족했다. 셜록이 이렇게 취재하는 동안 열린공감TV 취재진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와 김보경 기자는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열린공감TV 팀은 나와 김보경 기자를 ‘김건희 가족’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들은 현장을 오가며 취재하는 나를 김건희 남동생 김진한으로, 김보경 기자를 김건희 언니 김지영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린공감TV가 8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심각한 오류 혹은 조작이라 해도 무방한 내용들이 나온다. ‘[단독] 김건희 일가 지금도 모두 모여 뭘 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정천수 피디는 이런 멘트를 했다. “(김건희 일가가) 다 모였습니다. 열린공감TV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12월 4일 계엄 실패 이후 저희가 (최은순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갔습니다. 아침부터 살펴봤는데, 짐을 막 빼서 폐쇄하거나 하는 모습을 봤는데, 이걸 지시하는 사람이 최은순이었습니다.” 곧이어 열린공감TV는 요양원 직원들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어진 영상과 정 피디의 설명은 모두 사실과는 멀고 조작과는 가깝다. 우선 날짜부터 사실이 아니다. 김장은 12월 4일이 아닌, 5일에 진행됐다. 또한 요양원 직원들이 옮긴 짐은 김장을 위한 도구였다. 현장에서 봤다면 명백한 김장 풍경인 이 모습을 열린공감TV 측은 ‘계엄 실패 후 자료 폐기’ 식으로 보도했다. 곧이어 ‘셜록 기자를 김건희 일가로 둔갑’시킨 문제의 장면이 등장한다. 정 피디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 날인 12월 5일 저희가 (김건희 동생) 김진한을 목격했습니다. 그 친구(김진한)가 (외국에서) 여기 온 거예요. 김진한을 보겠습니다.” 이어전 화면에 등장하는 한 남성, 바로 나 박상규 셜록 대표기자다. 정 피디는 이렇게 말한다. “김진한 얼굴 처음 보시죠? 저희는 기억하고 있어서 금방 알아봤습니다.” 조작에 가까운 정 피디의 말은 이제 김보경 셜록 기자에게 옮겨간다. “요양원에서 누가 막 뛰어옵니다. 뛰어오는 여자를 보겠습니다. 저 여자가 바로 (김건희 언니) 김지영이에요. 저희가 김지영의 얼굴을 알기 때문에 확인하러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김지영 씨의 얼굴을 두 번째 확인한 순간입니다. 남편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때 얼굴을 잠깐 봤거든요.” 역시 사실과 동떨어진 말이다. 김보경 기자는 20대 후반이다. 김건희 언니 김지영 씨는 50대 중반이다. 20~30년 세월의 차이를 얼굴에서 느끼지 못했을까? 열린공감TV의 거짓말은 계속 이어진다. “(김진한, 김지영이) 차를 끌고 요양원 쪽으로 다 들어갑니다. 저렇게 12월 6일에 들어갔잖아요. 지금(방송 시점으로 8일 밤)까지 안 나옵니다. 다들 저기 모여 있어요.” 사실이라곤 하나도 없는 말이다. 나와 김보경 기자는 최은순 영상 촬영을 마치고, 6일 오후 3시께 바로 요양원에서 나왔다. 우리는 요양원 건너편에서 주꾸미비빕밥과 들깨수제비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곧바로 김 기자는 서울로 돌아갔다. 나는 8시께 현장을 떠났다. 우린 각자의 집에서 잤다. 또한 열린공감TV는 최은순 요양원에 경호·보안요원들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으나, 역시 사실과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다. 셜록은 2박 3일간 큰 무리 없이 최은순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 주차장에 드나들었다.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은순 씨를 촬영하며 우리가 기자임이 밝혀지자, 그제야 요양원 직원이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이게 셜록이 확인한 팩트다. 나는 김진한이 아니고, 김보경 기자는 김지영이 아니다. 셜록은 해당 방송 직후 페이스북 게시물과 영상 댓글로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열린공감TV는 곧바로 해당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내렸다. 정천수 피디는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최은순의 40년 지기에게 (나와 김보경 기자 얼굴이 담긴) 영상을 취재기자가 보여주고 서너 차례 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그분이 김건희 가족과 오랜 교류가 있어 믿고 방송을 했다, 불미스런 일이 생겨서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열린공감TV 측은 9일 오후에도 전화를 걸어와 사과의 뜻을 재차 밝혔다. 이들의 해명과 사과에도 찜찜함은 여전하다. 특히 “얼굴을 오해했다”는 해명은 영 개운치가 않다. 내 얼굴은 ‘개성’이 확실하다. 삭발의 민머리는 흔하다 해도, 내 어른쪽 뺨의 흉터는 거의 독보적이다. 약 40년 전인 네 살 무렵에 생긴 화상 자국이다. 방바닥을 기어다니다가 넘지 말아야 할 문턱을 넘어 연탄보일러 뚜껑 위로 추락해 생긴 흉터라고 엄마에게 들었다. 나의 흉터는 선을 넘은 대가다. 열린공감TV는 현장에서 충분히 나와 김보경 기자에게 사실확인을 거칠 수 있었다. 질문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취재하는 사람들이 밥 먹고 하는 일이 질문인데, 그게 못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사실확인이 안 되면, 믿을 만한 상당한 정보가 없다면,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이든 유튜브든 끝까지 지켜야 하는 선이다. 열린공감TV는 넘지 말아야 할 이 선을 넘었다. 셜록은 고문 변호사와 상의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선을 지키지 않는 보도와 폭로 문화에 작은 일침을 놓고 싶어서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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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보도에 등장한 ‘충청의 아들 윤’부터 박정희 동상까지
서울부터 제주까지 이어지는 응원봉 물결이 '윤석열 내란'과 그 주동자, 동조자들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뉴스어디는 전국 50여 개 주요 매체를 '윤석열 내란'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비상계엄 보도에서 '윤석열 내란'의 불법성은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거나, 비상계엄을 4번 발동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사진을 실은 매체들도 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언론이 숨긴 뉴스도 찾았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 언론, 비상계엄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나요?  뉴스어디 기사에서 더 자세한 내용 읽어보시고, 내가 사는 지역의 언론이 민심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비상계엄 보도 어떤 언론사의 뉴스를 믿고 볼지도 가늠해보세요. 똑똑한 뉴스 읽기 첫걸음은 뉴스어디 후원자가 되는 것! (후원 링크) 뉴스어디 레터도 읽어보세요! (뉴스레터 구독 링크)  이 기사는 뉴스어디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비상계엄’ 관련 전국 50여 개 지역 언론 1면, 사설 분석 계엄 불법성 언급 없거나 ‘윤 계엄 공감’하고 ‘야당 질타’하는 신문도 사설에 계엄 실패를 ‘본헤드 플레이’’, ‘해프닝’⋯문제의식 안 보인다 대구 달성군 지역구 추경호 ‘표결 방해’ 의혹⋯ 대구 언론에서 안 다뤘다 ‘윤석열 내란’을 두고, 이른바 조་중་동은 물론 외신도 “분열적 지도자”(뉴욕타임스), “뻔뻔스러운 쿠데타 시도”(이코노미스트) 같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비상계엄의 불법성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이러한 평가는 더 많아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와 배치되는 목소리가 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유에 힘을 싣거나,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소극적으로 언급한 보도다. 뜬금없이 ‘충청의 아들 윤(석열)’을 1면 제목에 쓰거나, 내란 국면에 비상계엄을 4차례 발동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1면에 실은 매체도 있다.  뉴스어디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50여 개 주요 매체의 1면과 사설을 살펴봤다. 1면과 사설에는 신문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현안과 공식 입장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윤석열의 계엄 발표 다음 날인 12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신문을 분석해 4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검색 서비스 빅카인즈,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보기, 각 매체에서 제공하는 PDF 서비스를 활용했다. 서울 기반 언론사를 제외한 지역 언론을 중점으로 살폈다.  유형1. 비상계엄, 그렇게 잘못한 거니?  <유형1: ‘비상계엄, 그렇게 잘못한 거니?’>는 비상계엄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1면 보도와 사설이다. 시민에게 총을 겨누고, 집권당의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는데도, 이러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무보도’, 즉 문제가 있으나 보도하지 않는 경우다.  ‘충청의 아들 윤’, ‘야구경기 실책’, ‘해프닝’ 등의 단어나 표현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한 사례도 있다.  매일신문, 비상계엄 첫 보도서 잘못 지적은 1673자 중  ‘0자’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은 ‘6시간 계엄 상황’이 종료된 4일 <윤, 비상계엄 선포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12월 4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보도했다. 총 1674자, A4 용지 한 장 분량인 이 기사는 윤 대통령의 계엄 긴급 발표 내용을 ‘받아쓰기’만 했다. 기자가 일부 설명을 덧붙이기는 했는데 모두 ‘계엄의 불가피성’에 관한 것이었다.  매일신문 <윤, 비상계엄 선포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12월 4일) 1면 보도.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 과 예산 삭감 등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판단해 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언급하며 대외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의 문제점을 그나마 짚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한 발언을 인용한 16자뿐이다.  경북도민일보, ‘야구경기 실책’, ‘엉성한 해프닝’ “비판은 일단 차치하자”? 경북도민일보는 사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풍 그 너머 정치대개조로 가자>(12월 6일)는 ‘윤석열 내란’을 우발적인 실수 정도로 취급했다. “비호할 가치라곤 전혀 없다”라면서도 “야구 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실책을 뜻하는 ‘본헤드 플레이’”에 빗대고 “엉성하고 어이없는 비상계엄 해프닝”이라고 했다.  경북도민일보 사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풍 그 너머 정치대개조로 가자>(12월 6일) ‘본론’은 “해프닝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자”라는 문장 이후에 나오는데,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에 담긴 ‘문제’ 인식에는 공감할 측면이 없지 않다”라며 대통령 계엄선포문 내용에 동의한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전날인 5일 게재한 사설 <6시간 만에 종료된 ‘서울의 봄’ 현실판>도 비슷하다. “비상계엄 선포 해프닝”이라고 한 뒤, 화살 방향을 야당으로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안에 반대하니 “반국가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비상계엄 심각성 축소→ 야당 비판’ 구조의 반복이다. 비상계엄이 문제라면서도 ‘해프닝’으로 바꿔버리고, 야당을 더 비판하는 식이다. 충청신문, 맥락 없는 ‘충청의 아들 윤’  ‘비상계엄, 그렇게 잘못한 거니?’ 마지막 사례는 ‘충청의 아들’을 제목으로 뽑은 충청신문 1면 보도 <‘충청의 아들’ 윤의 운명은?⋯탄핵소추안에 쏠린 눈>(12월 6일)이다. 12월 6일은 비상계엄의 불법 정황이 이미 다수 제기된 때다. 계엄 선포를 위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하는 결정도 정식 지휘 계통을 거치지 않았다고 보이는 증언이 나왔다. 내란 혐의가 이미 충분히 짙은 윤 대통령을 ‘충청의 아들’이라고 지칭한 제목이 나왔다. 충청신문  <‘충청의 아들’ 윤의 운명은?⋯탄핵소추안에 쏠린 눈>(12월 6일) 1면 보도. 유형2. 야당이 더 문제야  <유형2: ‘야당이 더 문제야’>는 비상계엄 주동자들보다 야당이 더 문제라거나 야당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1면 기사나 사설이다. 사설이 문제삼는 야당의 정치적 행태와 비상계엄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판한다. 앞서 1번 유형 중 ‘비상계엄 심각성 축소→ 야당 비판’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매일신문은 사설 <巨野의 민주주의를 이용한 민주주의 파괴 용납할 수 있나>(12월 6일)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힘이 계엄령을 저지했듯이, 더불어민주당의 법을 이용한 민주주의와 법치 파괴 행위도 저지해야 한다”라고 한다. 계엄령을 저지했듯,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행위도 저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사설에서 계엄령만큼 심각한 저지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야당의 방송통신위원장, 검사 탄핵 시도 등과 검찰 특활비 삭감이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찬반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합법적인 정치 행위다. 내란죄, 직권남용죄, 군형법상 반란죄 등의 혐의를 받는 불법 비상계엄과 동급으로 두고 비판하면, 이 역시 비상계엄의 중대 불법 혐의를 축소하는 것이다.  같은 날인 6일 1면 기사 <격동의 대한민국 앞날은⋯’운명의 내일’>에서는 소제목을 ‘민주 폭주-국힘 결집’, ‘與 “더불어방탄당, 후안무치 행태”’로 뽑으며, 계엄보다 야당의 정치 행위를 문제삼았다.  매일신문 <격동의 대한민국 앞날은⋯’운명의 내일’>(12월 6일) 1면 기사. 매일신문은 5일 1면 기사 <“탄핵만은 안 된다” 보수 대결집, 강력 저지 움직임>(12월 5일)에서도 윤 대통령이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 검사 탄핵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계엄 근거로 제시했다”라며, “의석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 등에 따라 충격 요법을 벌인 게 아니냐는 해석”을 소개했다. 의석 열세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뜻인데, 이 또한 민주당의 정치 행위를 잘못으로 짚은 것이다.  유형3. 계엄? 모르겠고, 박정희는 위대해 <유형3: ‘계엄? 모르겠고, 박정희는 위대해’>는 ‘윤석열 내란’ 보도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 소식을 1면에 함께 실은 경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4차례 선포하고, 가장 긴 시간 계엄을 지속했다. 계엄으로 인한 공포가 여전한데도 계엄에 성공한 인물의 동상 제막식 소식을 1면과 사설에서 다룬 것은 계엄을 막아낸 시민과 공감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찾을 수 없는 편집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 사진을 1면에 보도한 경북도민일보, 경북일보, 영남일보, 경북신문(시계 방향 순).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국회에 의해 해제된 다음 날인 12월 5일, 대구경북 지역 주요 신문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 관련 사진을 싣거나, 기사, 사설에서 주요하게 다뤘다.  계엄 4차례 발동⋅가장 긴 시간 시민 억압 박정희, 1면과 사설서 ‘찬양’ 대구 경북 지역 총 11개 분석 대상 매체 중 경상매일신문(4면), 경북매일(3면), 대구신문(6면), 대구일보(3면), 일간경북신문(미보도) 등 5개 매체를 제외한 6개 매체는 지난 6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 소식을 1면에 실었다. 경북신문, 대경일보, 매일신문은 기사, 경북도민일보, 경북일보, 영남일보는 사진 형태다. 경북신문은 사설 <박정희 동상 제막이 갖는 의미>(12월 6일)도 실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여준 의지를 통해 “국가적 위기”, 즉 비상계엄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게 동상 제막의 “진정한 의미”라고 했다.  유형4. 우리 지자체장⋅국회의원 절대 지켜 인천시장 ‘계엄 침묵’ 비판받자, 경기일보 ‘동조해서 그런 건 아닐 것’ 비호 <유형4: ‘우리 지자체장・국회의원 절대 지켜’>는 비상계엄에 입장을 내지 않은 정치인을 비호하는 유형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비상계엄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냈다.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계엄사태가 일단락된 뒤 유감을 표명한 지자체장도 있는데, 시민사회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이때 경기일보는 사설 <유정복 시장, 침묵했다고 계엄 동조는 아닐 것이다>(12월 6일)를 게재했다. 인천시 측은 유 시장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해제 이후 오전 10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명의의 입장문을 SNS에 올리자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비판이 이어졌다.  경기일보 사설 <유정복 시장, 침묵했다고 계엄 동조는 아닐 것이다>(12월 6일) 사설은 이와 관련해 “계엄 반대 표명의 순서로 옮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며 “12.3 계엄은 구중궁궐 속 대통령이 혼자 벌인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벌인 일이니 유 시장을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유 시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비상계엄을 두고 “야당 폭거에 대한 조치”라고 말해 비판을 받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오 시장이 먼저 거론했다”라며 오세훈 서울시장 탓으로 돌리면서 유 시장을 두둔했다.  경남도민일보⋅경남매일⋅기호일보 등 지역신문, 지역 정치인 계엄 대처 따져물어 몇몇 지역 신문은 자기 지역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이 비상계엄 당시 어떤 대처를 했는지, 표결에 참여는 했는지 따졌다.  경남 기반 일간지 경남매일은 <경남 국회의원 그때 어디 있었나>(12월 5일, 1면)에서 “친윤계 등 경남출신 12명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라고 보도하며 의원들에게 불참한 이유를 물어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지역 경남도민일보 <“표결 불참 도내 국회의원, 대체 어디서 뭐했나”>(12월 5일, 2면)도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경남 국회의원 16명 중 3명만 참여했다”라며 나머지 의원의 당시 행적을 보도했다.  인천 기반 일간지 기호일보는 <유정복 시장 “정부 계엄 선포 유감” 시민단체⋅정치권 ‘속 빈 강정’ 질타>(12월 5일, 1면)에서 유정복 인천 시장을 두고 “비상계엄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유일한 단체장으로 남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뚀 비상계엄 직후 시청사를 폐쇄했다가 실질적 폐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며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라고도 했다.  충북 지역 주간지인 옥천신문은 <박덕흠 의원 “국회 입구서 대치하다 당사로 가⋯계엄선포는 잘못>(12월 6일, 3면)에서 보은‧영동‧옥천‧괴산이 지역구인 박덕흠 국회의원이 계엄해제 투표를 못한 이유를 따졌다. “국회가 계엄해제안을 상정하고 의결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는 주민들은 이 자리에 박덕흠 의원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라며, “투표는 하지 못했어도 계엄해제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박 의원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지역 신문은 자기 지역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이 비상계엄 당시 어떤 대처를 했는지, 표결에는 참여했는지 따지는 기사를 실었다. 좌측부터 경남도민일보, 경남매일, 기호일보, 옥천신문 시계 방향 순. “표결 방해” 대구 달성군 추경호, 대구 언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대구 달성군이 지역구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지만, 정작 지역구인 대구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다.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 후 5차례나 의원총회 장소를 바꿔 여당 의원들의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추 원내대표가 ‘당사로 모여라’고 해 혼란, 혼선을 일으켰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추 원내대표는 불법 계엄 선포로 긴박한 상황에서 여당 국회의원을 당사로 유인해 혼란을 부추겨 표결을 방해”한 이유 등으로 형사 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 경남, 옥천 등 지역 언론은 지역구 국회의원, 지자체장의 비상계엄 대처를 캐묻고 있지만, 계엄 해제 표결 방해로 논란을 일으킨 추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언론은 조용하다. 대구·경북 지역 11개 일간지(경북도민일보, 경북매일, 경북신문, 경북일보, 경상매일신문, 대경일보, 대구신문, 대구일보, 매일신문, 영남일보, 일간경북신문) 1면과 사설은 물론 전체 기사에서 언급한 경우는 경북 포항에 본사를 둔 대경일보뿐이다.  대다수 언론은 구체적인 상황 설명은 하지 않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매일신문, 12월 4일, 1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일제히 의원들에게 ‘국회로 모이라’고 공지했다”(경북신문, 12월 5일, 1면)처럼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대경일보 <TK 정치인들, 계엄 해제 표결 엇갈린 행보>(12월 5일, 1면)는 추 원내대표에 대해 “곧 소집 장소를 국회와 수백미터 떨어진 여의도 중앙당사로 바꿨다”라며 “이에 중앙당사에 머물렀던 5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열린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할 수 없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그나마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대경일보 <TK 정치인들, 계엄 해제 표결 ‘엇갈린 행보>(12월 5일)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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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철야 촛불 지킴이… 그들의 밤에 함께했습니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8화]
지난 8일 밤 10시가 가까워진 시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국회 앞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정문으로 향하자 가장 먼저 들린 건 시민들의 목소리였다. 정문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특검하라! 국힘당을 해체하라! 국회 앞을 지키는 시민들의 촛불은 밤새도록 계속됐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8일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국회 앞을 지키는 시민들과 밤을 지새웠다. 국회 앞에 밤새 촛불을 켜는 시민들이 있다고 제보한 사람은 김승유 변호사였다. 부산에 사무실을 둔 그는, 지난 금요일 서울로 향했다. 주말에 열린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조정하는 일을 도맡았다. 김승유 변호사 역시 노란 조끼를 입고 지난 7일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 참석했다. 집회가 마무리되면서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갔지만, 여전히 국회 앞에 시민들이 있었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일곱 개의 국회 출입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이들은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국회를 빠져나가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막아섰다. 밤을 새워 국회 출입문 앞을 지켰다. “제가 어제(7일) 국회 앞 지키는 분들과 이야기해봤거든요. 그런데 어디 단체에서 온 것도 아니고, 개인이 자발적으로 남아 계시더라고요. 특히 10대, 20대 여성분들이요.” 기자는 8일 국회 1번 출입문 옆 돗자리를 깔고 앉은 이들에게 다가갔다. 여덟 명이 둘러 앉아 담요를 덮고 있었다. 두꺼운 패딩 안으로 한기가 파고들었다. 열여섯 개 눈동자에 경계심이 가득했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기자님이시면 명함 한 장 주시겠어요?” 하필이면 지갑에 남아 있는 명함도 없었던 날. 경계심을 풀기 위해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췄다. 스마트폰으로 ‘셜록’을 검색해 보시고는 신원이 보증(?)됐는지, 경계가 조금 누그러진 분위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돗자리 방석을 건네주었다. 이들도 모두 오늘 처음 만났다. 처음 보는 외부인을 반길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아스팔트 위, 천막 하나 없이 돗자리와 담요로 버티는 사람들은 외부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 그러다 보니 동의 없이 촬영을 당하기도 하고, ‘해코지’를 당하기도 한다. 특히 하루 전날에는 “후문을 지키던 ‘할아버지’가 젊은 남성에게 맞는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보안관’은 자연스레, 현장을 가장 오래 지킨 강아무개(43) 씨가 도맡았다. 그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지난 3일, 강원 원주시에서 부리나케 달려왔다. 15만 원이 넘는 택시비쯤은 상관없었다. 강 씨는 국회로 들어오려고 했던 장갑차를 막아섰다. 머리 위로 헬기가 지나갔다. 총을 멘 군인들이 국회로 진입했다. 머리털이 쭈뼛 서고 다리가 덜덜 떨렸다.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6일째 같은 옷을 입는다. 강 씨는 밤새 국회 앞을 지키다가 오전 5시 반이 지나면 종로에 있는 사우나로 향한다. 여의도 근방 사우나는 물가가 비싼 탓이다. 그곳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면 무인 세탁소를 향한다. 입고 온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돌린다. 그리고 다시 국회로 돌아온다. 기자가 만난 강 씨의 목소리는 꼭 감기 걸린 사람처럼 목이 쉬어 있었다. 매일같이 목 터져라 “윤석열 탄핵”을 외친 탓이다. 수면 부족과 한밤의 칼바람으로 결국 몸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지난 7일 감기에 걸렸다. 그럼에도 매일 집회 현장에 나온다. 며칠 전에는 걱정하는 엄마의 전화도 받았다. 선두에 나서지 말라는 말이었다. “저는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자꾸 찾아요. 그러면 어떡해. 그냥 가는 거예요.” 그는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오전 2시쯤 되면 국회 주변을 한 바퀴 돈다. 손에는 무전기를 챙긴다. 이것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용품이다. 순찰 시간이다. 걸어서 약 40분이 소요된다. 총 일곱 개의 국회 출입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핀다. 철야 농성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일도 늘어난다. 4번 게이트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말에 달려가 보면, 이미 시비 건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 뒤다. 그 말에 발걸음을 돌리면 반대편에 있는 7번 게이트에서 경찰과 싸움이 붙었다는 무전이 들린다. 그러면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달밤에 질주. ‘촛불 보안관’의 일이다. “(윤석열이) 탄핵되면 집으로 갈 건데, 점점 돈이 떨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게 더 장기전으로 가면 안 돼요.” 국회 주변에는 각종 차가 주차돼 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주차한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시민들이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 화물차, 트럭, 자가용 등을 세워서 벽을 만들었다. 장갑차의 접근을 막기 위함이었다. 저마다 차를 끌고 와 국회 주변을 에워쌌다. 강 씨는 카키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시민 분이 준 선물이었다. 현장에 오래 있다 보니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 5일 동안 그는 아홉 군데 언론 인터뷰에 등장했다. 유튜브 채널은 셀 수도 없다. 하루는 찜질방에서 쪽잠을 자는데, 중년 여성이 그를 깨웠다. 처음 보는 얼굴에 어리둥절하게 눈을 껌뻑이자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집회 현장 안 가시고 여기 계세요? 같이 가요. 지금 안 가면 차 막혀요.” 세 시간도 채 못 잤다. 결국 오전 11시에 국회 정문에 도착했다. 아직 사람들이 채 모이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국회 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잠을 깼다. 아스팔트 위에서 한밤은 강추위를 견디는 시간이다. 둘러앉은 이들은 담요를 덮고 있다. 핫팩으로 무장도 했다. 그럼에도 발가락 감각은 무뎌졌다. 처음에 느껴지던 발가락이 깨질 듯한 통증도 시간이 지나자 둔감해졌다. 아침을 맞기 위해서는 긴 어둠을 견뎌야 하고, 봄을 맞기 위해서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 이들은 그런 마음으로 집회 현장에 나온다. 집에 있어도 잠에 들기 어렵다. 언제 또 비상계엄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일상을 보내고 있다.  “차라리 국회 앞에서 저랑 비슷한 생각하는 사람들 만나는 게 마음이 편해요. 집에 있어도 잠을 잘 못 자거든요. 비상계엄 터진 이후로는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치, 경제,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까지 뒤흔들었다. 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남성 두 명은 여분의 피켓을 찾았다. 오토바이에 붙이고 다니고 싶다는 이유였다. 벌써 “윤석열 탄핵” 피켓을 붙이고 다니는 기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권이) 딱 그런 것 같아요. 쓸모없는 사랑니. 뽑을 때 빨리 뽑아 버려야 돼, 더 썩기 전에. 안 그러면 아파요.” 이날 국회 앞을 지킨 대다수가 20대 여성. 이들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트위터(현 ‘X’)에 올라온 현장 소식 보고 왔어요.” 철야 농성에 참여한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 야심한 시각에도 사람이 현장에 있다는 소식에 ‘나도 뭐라도 해야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안 바뀐다’, ‘혼자 있으면 위험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나왔다. 집회 현장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니 용기를 내고 동참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수능 마치고 서울로 놀러온 재수생, 아르바이트 마치고 달려온 대학생, 일 마치고 막차 탄 직장인까지. 셜록이 이날 만난 약 20명의 여성들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 사이였다. 특이한 건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석 못한 미안함 때문이기도 하고, 어제 집회에 나온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 찬바람 맞을 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기도 했다. 이들은 ‘현생(현실의 삶)’을 이야기하며,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의 사정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의 ‘현생’에서는 윤석열 탄핵 집회가 중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7시간 뒤 봐야 하는 시험에서 한 번 정도는 미끄러져도 괜찮았고, 일하면서 조금 피곤해도 괜찮았다. 다만,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일은 괜찮지 않았다. 정치는 일상과 동떨어져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번 집회에서는 각자 응원봉을 들고 나온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팬덤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통한 내성이 있다. 장시간 오래 서 있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응원봉을 흔드는 건 식은 죽 먹기다. 화장실을 가지 않는 요령도 꿰고 있다. “콘서트를 통해 단련”할 수 있었다. 철야 농성에 참여한 이들 손에도 응원봉이 들려 있었다. 잠이 쏟아질 때면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기자도 이들과 이야기 나누겠다고 두 시간을 책상다리 하고 앉아 있으니 고관절이 뻐근했다. 허리도 뻣뻣해졌다. 양쪽 바지 위에는 부착형 핫팩을 붙였지만 한기가 감돌았다. 서 있으면 춥고 다리가 아프고 앉아 있으면 온몸이 쑤셨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 지하철 막차가 끊기면 지하철역 내부는 새카만 어둠이 깔린다. 가동이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핸드폰 손전등을 들고 내려갔다 올라오는 건 웬만한 담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깊은 9호선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다 보면 도중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다음 선택지는 주유소 화장실이었다. 그러나 영업을 마치면 문을 닫는다. 결국 근처에 있는 호텔 화장실을 이용한다. 한때 호텔은 외부인의 화장실 출입을 제한하는 경고문을 달아두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이 트위터에 공유되면서 화력이 모였다. 호텔은 화장실을 재개방했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여섯 시 반. 돗자리 위에 앉은 이들은 ‘탄핵송’을 부르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신호등을 건너오던 남자는 우리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을 했다. 이후에도 두 번을 오가며 주시했다. 대신 그보다 응원하고, 고마움을 전하는 시민들이 더 많이 찾아왔다. 이날 돗자리 옆에는 핫팩과 귤, 치킨, 피자, 커피, 유자차 등이 가득했다. 힘내라고 주먹을 불끈 쥐거나 고맙다며 인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둠이 밀려와도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국회 앞 반짝이는 시민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탄핵이 될 때까지 불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계속 여기 있다고. 지켜보고 있다고. 지치지 말고 우리가 또 한 번 바꿔보자, 그런 마음으로 나오게 돼요.”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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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없이 구속되면… 대통령의 ‘옥중지시’ 가능할까 [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의 내란에 수사기관들이 나서고 있다. 9일 오전 11시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체포 가능 여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능하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 비슷한 시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윤 대통령의 긴급체포 가능성에 대해 답했다. “긴급체포에 필요한 요건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 공수처와 경찰청 국수본은 현재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내란죄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도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헌법상 예외 규정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가 인정되면 재직 중에도 기소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지난 7일 국회에서 ‘표결 불성립’됐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집단 불참 때문.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고 구속부터 된다면, 국정 운영은 어떻게 되는 걸까. 헌법 제71조에선 대통령의 직무권한 대행에 대해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헌법에선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를 법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구속은 ‘궐위’일까, ‘사고’일까. ‘궐위’는 한자 그대로 어떤 직위나 관직이 비는 걸 뜻한다. 통상 사망, 사임, 탄핵 결정으로 인한 파면 등 관직을 내려놓은 상황을 의미한다. 법조계는 대통령 구속의 경우 ‘사고’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탄핵이 안 된 이상 대통령직은 유지가 되니까요. 보통 사고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 이를 테면 하루이틀 너무 아파버렸다거나 그런 것도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고로 봐서요, 형사 구금(구속)도 달리 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임자운 변호사)“우리나라에서 아직 대통령이 직무 수행 중에 구속된 사례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살펴보자면, 체포나 구속은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여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니까요, 그렇게 되면 사고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서성민 변호사) 한 연구논문에선 헌법 제17조에서 말하는 ‘사고’를 “대통령이 재직하고 있지만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모든 상태”로 봤다. “사고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권한행사 정지, 육체적 질병, 요양, 정신질환, 식물인간, 뇌사, 해외순방 중 연락두절, 마취를 요하는 의료검진, 수술, 시술 등등을 들 수 있다.”(박승호 <대통령 권한대행에 관한 몇 가지 쟁점> 아주법학, 2017년> 대통령의 구속을 사고로 본다고 할지라도, 한 가지 쟁점이 더 따라온다. 그렇다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임을 누가 판단해야 하는 걸까. 현행법에선 누가 판단권을 갖는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수험기본서 헌법>(정회철, 2004년)에 따르면, 1차적으로는 대통령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의식불명이나 정신장애 등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한 견해가 또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무회의의 의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헌법재판소가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된다. “헌법 71조 ‘사고’의 해석 문제인데, 형사 구금 상태를 ‘사고’로 볼 수 있는지는 결국 그 상황이 ‘직무수행할 수 없는 경우’인가로 판단될 거잖아요. 그 가부는 직무마다 달리 판단될 수도 있겠어요.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일도 있을 테니까요.”(임자운 변호사) 실례로 프랑스 헌법에선 정부의 요청에 따라 헌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의 장애를 선언하게 된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대신 구속부터 된다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라는 판단에 따라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한덕수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할지라도 국정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총리 역시 내란 혐의로 고발을 당한 피의자이기 때문. 최악의 경우, 대통령의 ‘옥중지시’가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 대통령의 경우는 아니지만, 실제로 ‘옥중지시’ 사례가 있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011년 옥중에서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곽 당시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기소 전 구금상태에서 교육청 간부들로부터 옥중 업무보고를 받았다. 지방자치법 제124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소 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부지사ㆍ부시장ㆍ부군수ㆍ부구청장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구속됐을 때도, 기소 전까진 ‘옥중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박 구청장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기소 이후 구치소에 수감된 139일 동안 급여를 받기도 했다. 그 금액만 1454만 원 상당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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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의 촛불시위에서 ‘다시만난세계’의 응원봉시위로 : 2024 비상계엄 이후 탄핵 시민촛불
2024년 12월 7일, 탄핵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열린 ‘시민촛불’ 집회에는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수많은 재미있는 깃발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매일 이런 풍경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 시민촛불에 참여하며 집회 현장을 돌면서 깃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파에 떠밀려 조금씩 이동하며 몇 시간을 돌았지만 모든 깃발을 확인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네요. 바로 아래 링크에서 제가 직접 찍은 100개 이상의 참여 깃발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쉽게 등록 할 수 있으니 다른 분들도 함께 모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https://campaigns.do/campaigns/1466 정세 분석과 대응 전략은 이미 많은 분들이 다루고 있고 저는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저는 집회에 참여하며 느낀 시민들의 주체성과 관련된 단상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분석이라기보다는 가벼운 단상들입니다. 😊ㅤ ㅤ 1️⃣ 기존 사회운동조직의 필수 역할과 헌신 당연한 일이지만, 야당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의 깃발은 늘 그렇듯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며 깃발 사진을 찍지는 않았습니다. 찍어야 할 깃발이 너무 많아서... 아직 많은 분들이 충분히 알지 못하는 듯 하지만 2008년, 2016년, 그리고 2024년에도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조직들의 물적·인적 기여는 언제나 시민 직접행동에 필수적이었습니다. 사회운동 조직들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급한 상황마다 시민의 힘을 모아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촉진하고 증폭하는 지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습니다. 현재의 국회 앞 촛불도 평소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도록 준비해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널리 알립니다. 이처럼 사회운동은 민주주의의 핵심주체입니다.  ㅤ 2️⃣ 참여 깃발을 통해 보는 시민 덕후들의 가시화 수많은 깃발을 살펴보며 느낀 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번 촛불 시위에서 ‘덕후’들이 시민 주체로 가시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예상치 못하게 등장했다면 ‘새로운 주체’라고 표현했을 테지만, 이미 많은 분이 이러한 주체성의 형성에 대해 알고 계셨을 것 같아 ‘가시화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미 SNS에서 많이 공유되며 화제가 되고 있는 듯 하지만.. 위 사진에는 12월 9일 시민촛불에 참여한 깃발 몇 개가 담겨 있습니다. 애니와 게임 등을 포함하는 서브컬처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세계에서 연대하러 온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우울한 분들, 집에 있고 싶은 분들, 내향인 등의 정체성이 드러난 깃발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맘편히 박혀 있을 수 있게 탄핵해야겠다’고 나온 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향인)   입니다’라는 깃발은 특히 상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100개가 넘는 깃발 사진을 [지도에 모으기 캠페인] "비상계엄 이후 시민참여 현장 사진을 모읍니다"에 등록해 두었으니, 하나씩 확인해 보시고 함께 자료를 추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링크는 글 위쪽) ㅤ 3️⃣ 참여 깃발을 통해 보는 세대와 시대의 변화 위 사진의 위쪽을 보면 두 개의 ‘의혈’ 깃발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혈은 ‘의혈중앙’, 즉 중앙대 학생들의 깃발입니다. 자세히 보면, 하나는 ‘민주동문회’, 즉 졸업생 선배들의 깃발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학생들’의 깃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분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이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나왔다고 합니다. 제가 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중앙대 학생회 깃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과거 조직화된 학생운동을 했던 선배들은 졸업 후에도 일이 있을 때마다 모이고 있는 반면, 현재의 조직화된 학생운동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개별화 되었지만 느슨한 형태로 필요에 따라 모이는 주체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나의 사례로 일반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느낀 바를 상징적으로 확인한 장면이었습니다. 위 사진의 아래쪽에는 ‘전대협 동우회’ 깃발과 ‘한총련’ 깃발이 보입니다. 전대협 동우회 깃발은 큰 집회가 열릴 때마다 수십 년간 등장한 익숙한 깃발입니다. 한편,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한총련 깃발이 있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색이 약간 바랬지만, 고이 보관되었다가 이번 집회를 위해 꺼내 온 듯 깔끔한 상태였습니다. 이 깃발을 들고 계신 분을 슬쩍 보니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중반 사이로 보였습니다. 이제 20년 혹은 누군가에게는 30년 전의 일일 수 있겠네요. ‘미국너구리연합 한국지부’ 깃발 옆에 ‘한총련’ 깃발이 있다고 다시 생각하니, 시대의 변화가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ㅤ 4️⃣ 2008, 2016, 2024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직접행동, 이어지다 위 사진 위쪽 왼편에는 2008년과 2016년 촛불시위의 주체들과 관련된 사진이 있습니다. 2008년 촛불 시위 당시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논의하며 자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대책회의와는 독립적으로 리더십을 형성하며 시민들의 직접행동을 촉진하고 확산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이때 ‘집단지성’이라는 주체 개념이 주목받았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민주주의의 심화 가능성이 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아고라’뿐 아니라 다음의 안티이명박 카페, 82cook, 소울드레서, 쌍코, 마이클럽, 레몬테라스, 화장발, 촛불소녀, 배운녀자, 유모차부대, 동방신기 팬클럽 등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디지털 공간에서의 논의를 기반으로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여성, 청소년, 청년 범주와 관련된 새로운 주체로 여겨졌습니다. 위 사진 위쪽 오른편에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 때 등장한 깃발들이 담겨 있습니다. 민주묘총, 전견련, 범야옹연대, 얼룩말연구회, 트잉여운동연합 등의 깃발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참여한 시민들은 기존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깃발에 불편함을 느끼고 동일시되길 원하지 않았던 듯 하며, 동시에 자신들을 표현하고 싶어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기존 조직 이름을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새로운 깃발을 만들어 참여했습니다. 2024년의 깃발들은 2016년 깃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체성을 더욱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한층 더 재미를 가미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유한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2016년에도 새롭게 등장한 주체들은 대체로 여성, 청소년, 청년 계층과 관련이 깊었습니다. 제가 갑자기 과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위 사진의 아래쪽에 있는 두 장의 사진 때문입니다. 왼쪽에 있는 ‘다음 아고라’ 깃발 사진은 2024년 12월 7일 찍은 것입니다. 16년 만에 이 깃발을 보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꼬깃꼬깃 구겨지고 때가 탄 깃발, 그리고 그 깃발을 든 분들과 함께 서 있는 이들의 나이는 16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2008년 ‘다음 아고라’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민 주체, 즉 ‘집단지성’의 가능성은 2016년을 거쳐 2024년의 ‘시민촛불’ 공간에 있는 수많은 깃발로 진화하여 이어지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오른쪽의 ‘8282’ 깃발이 발견하자마자 느낌이 왔습니다. '82cook'일 것이라고. 검색해 보니 예상이 맞았습니다. 이 깃발을 든 분들을 살펴보니 대체로 30~40대 여성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82cook’은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쌍코, 소울드레서 등과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직접행동에 나선 여성들이라는 새로운 시민주체로 주목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20~30대 여성들이 중심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16년이 지난 2024년에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모습을 보니 뭔가 찡한 마음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민 주체였던 이들은 이제 기존 주체가 되었고, 새로운 주체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위한 직접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ㅤ 5️⃣ ‘아파트’와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싸우는 덕후들의 응원봉 시위 깃발 사진을 주로 찍었지만, 참여한 분들의 면면을 보면 ‘아이돌 덕질 좀 해봤다’ 하는 분들이 촛불 대신 응원봉을 많이 들고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2030 여성분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아래 링크의 영상을 보면, 2024년부터는 촛불시위가 아니라 ‘응원봉 시위’로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촛불 대신 응원봉을 흔들며, 민중가요가 아닌 ‘아파트’와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 이들이 ‘윤석열 탄핵 2024 응원봉 시위’의 핵심주체입니다. 저는 뉴진스 응원봉이 탐났던 차인데, 이번 기회에 정당하게(?) 하나 구매해야 하나 싶습니다. 👉 https://campaigns.do/articles/12692 👉 https://campaigns.do/articles/12701 참여자가 많다 보니 길에 병목현상이 생겼는데, 한 20대 여성분이 나서서 마치 공연장에서 많이 해본 듯 침착한 태도로 응원봉을 흔들며 큰 소리로 길 안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옆 도로 바닥에는 20 여성분들이 질서 정연하게 앉아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를 보며 역시 그 누구보다 겨울 노숙에 강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2008년에도, 2016년에도, 그리고 2024년에도 대규모 시민항쟁에서 두드러지는 시민 주체성은 바로 2030 여성, 청년, 청소년들인 것 같습니다. ㅤ 6️⃣ 마무리 내란의 수괴가 마련해 준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한 참여형 교육 워크숍(?) 현장에서, 한국사회의 시민들은 8년 전에도, 그보다 16년 전에도 그랬듯이 디지털 시대의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며 임파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언제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들에 맞서 싸우고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다만 항상 아쉬워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2016년 촛불이나 2024년 응원봉 시위가 주로 ‘대의민주주의의 원상회복’, ‘87년 체제의 방어’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위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87년 체제 이후 양당제 하에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사회적 안전망 구축, 소수자 권리 실현,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안전사회 구축 등의 내용과 관련된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지 못했습니다.ㅤ 새로운 논의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 공간에 개입하여 더 진전된 방향으로 이끌 힘은 되려 그 어느때보다 약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그런 힘은 논자들의 주장으로 진전되는 것이 아니라 양당과 구별되는 제3의 대안적 정치세력, 사회운동, 그리고 시민들의 지지가 일정 수준 이상 정렬(얼라인) 될 때 발휘되어 양당을 견인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상황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가 더 나은 정치 체제가 무엇인지, 한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문제들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일을 계속 해나가려 합니다. -----👉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 보세요.  [1] 디지털 캠페인에 참여해 주세요! (투표)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비상계엄,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요?https://campaigns.do/surveys/473 (캠페인) 비상계엄을 규탄합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소리를 모아주세요https://campaigns.do/campaigns/1467 [2] 관련 뉴스를 모아 볼 수 있는 이슈 타임라인 비상계엄 선포 때부터 지금까지 주요한 뉴스가 계속해서 모이고 있습니다. 타임라인을 통해 소식을 지켜봐 주세요. 주요한 뉴스를 올리고 코멘트 해 주세요. (비상계엄) https://campaigns.do/tags/비상계엄 (비상계엄 조력자) https://campaigns.do/tags/비상계엄조력자 (탄핵) https://campaigns.do/tags/탄핵 [3] 텔레그렘 빠띠 뉴스 채널에 입장하세요. 시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공유한 뉴스를 빠르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https://t.me/parti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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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중년 비정규직 ‘여사님’, 이름을 잃다
중년 비정규직 ‘여사님’, 이름을 잃다(2024-12-09) 호텔 룸메이드 모습. 사진은 글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원상혜(가명) | 호텔 룸메이드 화려한 호텔 현관을 지나 건물 모퉁이를 돌면 지하로 들어가는 검품장 입구가 나온다. 호텔에 물건을 납품하는 트럭들이 들고 나는 경고음이 수시로 울리는 통로 한쪽에 차단봉을 세워 만든 좁은 길이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출퇴근길이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출근카드를 찍고 나면 트럭에서 내리는 식자재들, 품목을 확인하고, 옮기는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검품장을 지나고, 세탁물을 담은 커다란 철제 카트들이 덜컹거리며 오가는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더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 탈의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정받은 층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객실에서 사용할 침구류와 각종 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준비실로 간다. 준비실에 있는 객실 현황판을 확인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청소용 철제 카트에 싣고서 호텔 복도로 향하는 문을 열면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나는 서울 시내 중심가에 있는 특급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흔히 ‘하우스키핑’이라 불리는 룸메이드는 호텔의 객실을 청소하고 정리하며, 손님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가장 근접해서 제공한다. 호텔 소속이 아니라 외부 인력 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파견 직원으로 1년 단위로 회사와 계약한다. 내가 일하는 호텔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포함해서 약 100여명의 룸메이드가 일하고 있는데, 대부분 나와 비슷한 50~60대 여성이다. 광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휴게시간 1시간이 포함되어 있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터라 점심도 건너뛰기 일쑤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 때문에 룸메이드들은 관절염과 함께 위염을 달고 산다. 청소는 하루에 기본으로 10유닛을 할당받는데, 방의 크기에 따라 7~10개의 방을 배정받게 된다. 임금은 숙련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초시급과 직무수당으로 이루어진 기본급에, 매달 달라지는 중점 정비, 추가 베드 설치 등 몇가지 업무 추가에 따른 수당이 더해지면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야간 근무는 담당자가 따로 있고, 휴일 특근은 명절 휴일에만 적용된다. 손님이 정비를 거절하거나, 시간이 부족해서 유닛을 다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임금에서 차감된다. 정비 관련해서 고객이 불만을 제기해도 깎인다. 방 하나를 청소하는 데 드는 시간은 체크아웃 객실은 1시간, 재실 객실은 30분 정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시간인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방이 몰려서 열리면 마치 단거리 경주를 하듯이 잠시도 쉴 틈 없이 숨 가쁘게 뛰어다녀야 겨우 기본 유닛을 채울 수 있다. 올여름 같은 때에는 온종일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일하는데도 땀이 주룩주룩 흘러서 저녁이면 유니폼 옷깃과 등에 허옇게 소금꽃이 피어나기 일쑤였다. 서두르다 보면 사고가 일어난다. 청소 카트에 부딪히고, 객실 가구에 걸려서 넘어지고, 출입문에 손가락이 끼여서 골절이 되거나, 열어 놓은 서랍이나 문에 부딪혀 머리가 찢어지고, 화장실 청소하다 미끄러져서 고관절 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회사는 사고가 나도 산재 처리를 꺼려한다. 개인 비용으로 치료를 받고 치료가 끝나면 정산해주겠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이 일을 하면서 고된 노동 강도, 낮은 임금, 유닛 삭감에 대한 불합리함, 이런 것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여사님’이라는 호칭이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 중년 여성 노동자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숙련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중년 여성 노동자들은 언제까지 이모나, 고모나, 여사님으로 불려야 할까. 어릴 적, 바둑이와 놀던 철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철수지만, 영희는 비정규직이 되어 직함을 잃는 순간 아주 불합리하게 이름도 잃는다. 이모나 고모나 여사님이 되고, 그 노동은 엄마의 손맛, 여사님의 손길이 된다. 존중이 들어가지 않은 ‘존칭’을 받는 우리 중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이 호칭이 비정규직 중년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을 주변부 노동 혹은 노동 밖의 노동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반성을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시작했으면 한다. ○○씨, ○○님, 혹은 ○○메이드, 비정규직 중년 여성 노동자인 우리는 이제, 우리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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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민주주의로 독재하기 : 남은 우리의 몫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다들 괜찮으신지요? 다들 잠을 못 자, 피곤한 일상의 연속일 것 같아요. 모두에게 따뜻한 인사와 포옹을 건네고 싶네요. 그래도 시민들을 보며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상하게도 긴장과 평온이 공존합니다. 긴급 계엄령이 선포되기 전부터, 저는 민주주의가 왜 위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교수님들, 종교계의 신부님들이 왜 시국선언을 하는지, 민주주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느 부분에서 잘못을 논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싶었거든요. 그 내용을 정리하다가 갑작스럽게 계엄령 선포가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오면서 한국사회가 민주주의를 잘 지켜내고 있었는지를 주로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국면에서 앞으로의 민주주의의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계엄 선포가 해제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정신 차리고 나아가 봅시다. 걱정과 애정을 가득 담아, 도이. 목차 V-dem 민주주의 보고서 : 독재화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한국' 선거만 있으면 민주주의? 선거 민주주의 다두제 입헌 민주주의 권위주의는 세계화의 물결? 21세기의 권위주의 양상은 다르다 illusion of consolidation : 민주주의가 견고하다는 환상 결국 윤석열을 뽑은 건 우리, 탄핵을 두 번이나 마주한 건 우리. V-dem 민주주의 보고서 : 독재화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한국’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 : Varieties of Democracies)는 매년 ‘민주주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2024년 3월 7일 ‘2024 민주주의 보고서(Democracy Report 2024)’에서는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autocratization)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중 하나로 꼽았다. 다시 말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10년 전으로 퇴보했다. 민주화 이후 자유민주주의 지수 0.5 이상을 항상 기록해왔지만, 노태우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0.6점을 기록하였다. 국민들이 이뤄낸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과 인권 변호사 출신 문재인 전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18년엔 민주주의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다시, 2023년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0.6점으로 나타났다. 2014년 박근혜 정권 이후 또다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점수가 최하를 찍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79개 나라 중 17위(문재인 정권) 에서 47위(윤석열 정권)으로 하락했다. 아래는 보고서에 나왔던 내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급격히 후퇴했지만, 수백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여 박근혜 전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이후 군사 독재 시절 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인물인 문재인 대통령이 - 박근혜 정부 이전 수준으로 -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 세계에서도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 중인 사례였던 한국이, 2021년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다시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을 처벌하려는 강압적인 조치를 취했으며, 성평등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한국은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 시기의 성과는 사실상 대부분 무효화된 상태로 돌아갔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언급했던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최저. 무엇이 문제였을까? 보고서는 1) 여성가족부 폐지를 성 평등에 대한 공격으로 보았다. '여성가족부 폐지' 언제·어떻게?…대통령 업무보고 주목 - n.news.naver.com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2) 문재인 전 대통력의 행적을 지우는 등, 전임 정권 및 야당에 대한 강압 조치의 문제를 지적했다.문재인 `적폐청산` 닮아가는 윤석열 `카르텔 청산`…당내 우려 목소리도 - 매일신문 3) 언론 자유의 위촉도 언급했다.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는 2023년 2.24점으로, 2021년 3.78점보다 하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점을 기록할 경우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론을 검열한다고 평가한다.노종면,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자유 지수 70위 밖으로 급락할 것” [김은지의 뉴스IN] - 시사IN,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선거만 있으면 민주주의? 보고서를 읽으며 유의해야할 점은, 한국이 독재화로 전환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민주주의란 정확히 무엇인가? 어떤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민주주의가 되는가? 정도가 높은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선거 민주주의 electoral democracy 최소 요건으로 성립된 민주주의는 ‘선거 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다. 선거는 시민이 자신을 통치할 대표자를 스스로 뽑고 내릴 수 있는 권력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선거가 제도로서 정립되어야만 정치 권력을 합법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이러한 선거가 진행되기 위해선 정당한 경쟁이 전제가 된다. 그래서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선거 민주주의를 ‘경쟁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슘페터의 민주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we define: the democratic method is that institutional arrangement for arriving at political decisions in which individuals acquire the power to decide by means of a competitive struggle for the people’s vote. 민주주의란, 개인이 경쟁적인 투표 과정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 정치적 결정을 내릴 권한을 획득하는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 아담 셰보르스키의 (Adam Przeworski)의 민주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institutionalized uncertainty 불확실성과 패자부활의 제도화 셰보르스키가 주장한 민주주의는 ‘제도화된 불확실성’이다. 선거의 결과 혹은 시민의 선택에 따라 이전 선거에서 진 정당도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경쟁을 기반으로 특정 정당이 이길 수도, 혹은 질 수도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순간, 그리고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여야 모두 과연 이것을 인정하고 있는가?  '국힘 의원 70% '尹 탈당' 반대…사태 심각성 못 느껴' - 매일신문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국힘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민생'…민주당, 떼법 매달리지 말라" - 뉴스1 현재 국힘은 국민들의 위험은 생각하지 않은 채, 여당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당한 이유와 준법적 과정없이 계엄을 시행한 권력자의 탄핵을 반대하며, 또다시 권력을 주는 것은 독재를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였다.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의 일을 위임하는 것 또한 ‘집권’ 여당의 몫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 하지만 대통령이 내란수괴인 상황에서 사실상 국힘은 ‘집권 여당’의 역할을 상실했다 -  이는 집권 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떨어져 권력을 내려 놓아야 할 것을 염려하는 모습이다. 한편 야당 또한 ‘떼법’의 비판을 받고 있다. 180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자들에겐 ‘국민의 뜻’이면서도 다른 이들에겐 ‘독재’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두 당 모두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권력이 나에게 없어질 수 있음을, 또 권력을 가질 수도 있음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복수의 의견을 끊임없이 논쟁하여 단수의 정책으로 내놓아야 한다. 둘 다 고집만 부릴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최소 요건 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떼쓰는 거대 양당의 모습이다. 다두제 polyarchy 선거민주주의는 가장 최소한의 것들만 포함된 민주주의다.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은 있지만, 그것만 있으면 완전하지 않다. 이러한 최소주의적 민주주의는 권위주의의 요소들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정치학자 Robert Dahl은 다두제를 ‘자유와 참여의 두 측면에서 민주주의 이상을 상당한 정도로 달성한 정치체제’라고 정의했다. 그 주장한 다두제의 제도적 요소는 다음과 같다. right to vote : 투표권 eligibility for public office : 피선거권 free and fair elections :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right of political leaders to compete for support and for votes : 정치 지도자의 경쟁권 freedom to form and join organizations : 결사의 자유경찰, ‘윤석열 퇴진 집회’ 촛불행동 사무실 압수수색 - 경향신문 freedom of expression : 표현의 자유, 특히 집권 세력에 대한 비판의 표현‘입틀막’ 경호처, 윤 골프 취재하던 기자 폰 강제로 뺏어…경찰 입건도 - 한겨레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尹 기자회견, 77번 질문받는 동안 MBC·JTBC는 ‘0번’ - 미디어오늘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alternative sources of information : 대안적 정보의 접근성, 다양한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는 지[단독] "보고서 쓰는 것보다 조작이 더 힘들어"‥8년 전부터 조작? - MBC 뉴스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여론공작팀 추적]① ‘여론 공작팀’ 정황 담긴 '윤석열 캠프' 문건 입수 - newstapa.org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institutions for making government accountable : 정부를 견제하고 책임을 묻는 제도尹대통령 부부, 개인 휴대전화 교체…기존 폰 사용 중단 |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속보]정부,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건의 의결 - 동아일보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1번부터 4번까지는 앞서 이야기한 최소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로버트 달은 그 이외의 4가지 요소들을 추가적으로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이 이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충족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보자. 입헌민주주의 constitutional democracy Wolfgang Merkel에 따르면, 입헌민주주의는 선거민주주의를 기반으로 1) 정치적 권리, 2) 수평적인 권력 분립, 3) 선출된 대표의 실질 권력, 4) 시민의 자유가 충족되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결손민주주의, 다시말해 결손이 존재하는는 민주주의가 된다. 윤 정권 상에서는 모두 충족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정치적 권리대통령 눈앞에서는 집회하지 마라?💢 - 참여연대의 캠페인 | 빠띠“풍자 유튜버 고소? 명품백 받은 죄인부터 잡아가라” [우상의 정원 17화] - 진실탐사그룹셜록의 토론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수평적인 권력 분립이른바 적폐청산의 정치로 이승만 정권부터 이어져온 검찰의 권력. 검찰개혁 논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의 투표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윤석열 충암파’ 내란죄, ‘전두환 하나회’ 대법 판결에 나와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선출된 대표의 실질 권력박근혜 정권 시절 최순실을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선출되지 않는 사람, 즉 비선출자가 실질 권력을 쥐고 있고, 선출된 대표는 무력한 것. 이것은 영부인으로 확장되었고, 영부인의 지인으로, 또 그 지인으로, 또 그 지인으로… [단독] 김건희 라인, 용산 권력 양분…“여사 몫 보고서까지 달라 해” - 한겨레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권위주의는 세계화의 물결? V-dem 보고서는, 독재화 국가가 2003년 11곳에서 2023년 42곳으로 20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민주주의의 후퇴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도 분석했다.  지금 시기는 세번째 민주주의 물결이 내려가고 있는 시기이며 반대로 권위주의의 물결이 상승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림에서 세번째 권위주의 물결의 정점은 2015년과 2017년 사이로 나타난다. 한국에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박근혜 전대통령이 집권했으며, 미국에선 2017년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다. 전세계 민주주의의 선두주자였던 미국은 그렇게 권위주의의 물결 속에 들어간다.  21세기의 권위주의 양상은 다르다 하지만 기존의 잔인한 독재와 지금의 권위주의는 양상이 다르다. 민주주의의 형식적인 제도는 붕괴되지 않고, 재권위주의화되지도 않는다. 군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무력으로 국민을 누르고, 방송사를 접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주의라고 보기에는, 흠, 이상하게 무엇인가 찝찝하다. 바로 이것이 21세기 권위주의 양상이다. illusion of consolidation : 민주주의가 견고하다는 환상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다해서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헌법적인 규칙과 가치를 어기며 권력을 남용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시민 사회의 힘도, 국가 기관의 힘도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한국의 상황임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처럼 21세기 민주주의는 한 번에 부셔지거나 파괴되지는 않지만 천천히 부식되고 미끌어진다. 민주주의는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정치적 도전은 제약된다. Croissant은 이것을 결함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다른 학자들은 회식지대, 불완전한 민주주의, 변형된 권위주의, 모호성의 정치, 혼종 체제로 바라본다. 민주주의의 행태를 가지고, 민주주의의 요소는 충족했지만 권위주의의 요소까지 포함되어 있는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이 광범위한 모호성의 영역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을 뽑은 건 우리, 탄핵을 두 번이나 마주한 건 우리.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당신이 걷는 인도, 매일타스 버스와 지하철, 구매하는 식재료, 들이키는 공기… 이 모두 정치의 산물임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탄핵 이후 우리는 같은 당면을 마주했다. 이는 이상을 그리지 않은 우리의 결과다. 어떤 민주주의를 살고 싶은지, 어느 정도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싶은지 그리지 않고, 당장의 눈 앞에 가시만을 치운 결과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외치고 주장하고 어필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쟁취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해 바라봐야 한다. 당연하듯이 느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아야 한다. 그것을 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자유에 대해 만족해 간다면, 국가 권력 앞에 국민의 삶은 제한될 것이며 권리조차 보장되지 못할지 모른다. 그것을 우리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를 통해 지켜보았다. 나는 그 날 이후, 윤 대통령의 침묵이 매우 불편하다. 설명하지 않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그의 얼굴과 입, 걸음, 행색. 온 국민이 이것에 분노하지 않았는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혹자는 이들을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정치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일 수 있다. 많은 청년들이 정치를 불신하는 이유 중에 하나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효능감은 이야기함으로써 나오는 것이다. 거대 양당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자유’와 ‘민주주의’로 독재한다는 것을 이번 친위쿠테타로 모두가 느꼈으니 말이다.  매주 탄핵소추안 발의가 예정되어있고윤석열 탄핵소추안 공개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을 소추한다” - 뉴스타파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선물을 주는 것 마냥, 비선출직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발언과"윤 대통령 퇴진할 때까지 사실상 직무 배제" …'탄핵안 폐기' 한동훈 입장 발표(현장영상) / SBS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대규모의 사람들이 국회 앞으로 매일 나서고 있는 이 와중에[현장] 전국민 '응원봉' 촛불에 '입이 떡'... "영롱한 건 고화질로 봐야지" | 시민활동플랫폼 빠띠 탄핵 만으로 민주주의가 되살아나지 않기에, 집회 만으로 시민의 목소리가 끝나지 않길. 이상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길. 그 와중에 예외되고 배제되는 사람이 없길 - 정말 간절히 -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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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세상을 구한다
‍ 지난 7월,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작업자의 사전>이라는 책을 만났어요.  읽다 보니 ‘노동’에 관해 인식하고 정의하는 저자의 관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덕분에 책에는 밑줄 파티가 열렸습니다). 오늘은 이 책의 저자 중 한 분인 구구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독서공동체 들불을 기획·운영 중인 구구 님은 책을 읽는 행위가 사회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북클럽과 더불어 <케이팝 하는 여자들>, <머니 맨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질문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죠. 1인 작업자이자 공동체 운영자로서의 고민과 꿈을 품고 있는 구구 님의 이야기, 함께 들여다볼까요? ‍ ‍ ‍ 🌱 책이 만드는 작은 혁명의 씨앗 ‍ | 구구 님은 평소 많은 양의 텍스트를 읽고 공부하시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 없이는 힘든 일일 거라 예상하는데, 어떤 계기로 책을 좋아하게 되셨어요? ‍아버지가 대학 때 순수 학문 공부를 하고 싶어 하셨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좌절된 일이 있어요. 대신 그걸 책을 사들이는 일로 해소하셨죠. 그러다 보니 집에 늘 책이 많았어요. 그렇게 자연스레 책을 접하면서 좋아하게 됐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독서를 향한 관심이 시들했다가 대학교 입학 후 도서관을 만나고 다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렇게 큰 도서관 처음 봤거든요.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독서에 다시 빠져들었어요.‍ ‍ | 보통 한 달에 몇 권 정도 읽으세요? 한 달에 완독하는 건 25권 정도예요. 병렬 독서를 하거나 참고하는 책은 20권 정도 되고요. ‍ | 와, 엄청 많이 읽으시네요. 요즘은 주로 어떤 책을 읽으세요? 팔레스타인 문제 관련 책들을 주로 읽고 있어요. 곧 들불에서 <우리를 잇는 책 읽기>라고, 한강 작가의 책을 필두로 전쟁이나 재난 관련 책을 읽는 모임을 하거든요. 그 모임에서 참고하려고 <팔레스타인 비극사>를 읽고 있고요. 절판됐던 책인데 이번에 복간돼서 팟캐스트에서 소개해 보려고요.‍ ‍ | 도서 <작업자의 사전>에서도, 들불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도 구구 님의 글에는 계급과 사회구조에 관한 탐구가 드러난다고 느꼈어요. 학생 때 학습지 노조의 시위 현장에 지원하러 나갔어요. 사회를 처음으로 구조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였죠. 당시 저는 사회가 이미 조화로운 상태에 있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일 거라고 여겼어요. 그렇게 시위 현장에 나가서 노조 구성원들과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들이 정말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전까지는 이들이 게으르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절차에 따라 해고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해고라는 결과 자체보다 그 절차가 잘못되었을 거라 짐작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만나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사회가 기울어져 있다는 걸 인식했어요. 이후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갈등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봤고 공부도 그렇게 이어졌던 것 같아요. ‍ | 사회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북클럽에서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런 구조적인 맥락을 짚어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참여자 중 여성의 비중이 특히 높고, 종종 우울증이나 조울증 같은 병리적 증상을 겪고 계신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분들이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만 찾곤 해요. 그럴 때 사회적 구조를 함께 살펴보면,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줄고 문제의 원인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돼요. ‍ | 책을 읽는 것도 사회 변화 활동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요? 네, 일부도 될 수 있고 전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가 동료들과 자주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 주제예요. 현장에서 활동하는 동료들 중 몇몇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게 무슨 혁명이 될 수 있겠냐?”고 하시죠. 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는 내가 속한 세계의 형태를 새롭게 재조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어떤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게 아니라,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찾게 되니까요. 그러려면 먼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나를 재조립한 뒤에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죠. ‍그래서 책을 통한 변화가 개인에게 일어날 때마다 저는 그게 일상의 작은 혁명이라고 봐요. “혁명”이라는 단어가 조금 거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엔 '변화'를 의미하니까요. ‍ ‍ 🔥 함께 읽고 변화하는 공간, 들불 ‍ | ‘들불’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기존 들불 고정 멤버 중 어느 친구가 “멀리 번져가자”는 의미로 들불이라는 이름을 제안했어요. 2021년도에 사업자를 내면서 브랜딩 상담을 받았는데, 이름을 바꾸는 건 어떠냐 조언하시더라고요. 무섭고 강한 느낌이 있다고 하시면서요(웃음). 그때 고민을 좀 하다가, 들불이 여전히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 | 들불은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하나요? ‍사회 문제에 얕은 관심이 있는 대중 독자예요. 혼자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분, 그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을 대상으로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연구자나 활동가분들이 주로 오셔서 내용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편입니다. 몇몇 대중 독자분들은 당황하는 때도 있고요. ‍‍ | 대중 독자를 만나고 싶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설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활동가나 연구자분들은 이미 어떤 문제에 정통하신 분들이라, 제가 설득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중 독자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 | 들불 웹사이트를 살펴보면서 ‘이 분야에 무지한데, 흥미로워서 가보고 싶다. 이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데 참여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있나요? 모임 참여자의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 설문을 받기 시작했어요. 설문은 2분 정도면 작성할 수 있는 객관식 문항인데요. 예를 들어 한강 작가의 책으로 진행하는 북클럽에서는 제주 4.3이나 광주 5.18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는 거죠.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모임 난이도를 조절해요. 연구자나 활동가분들께는 발언 순서를 뒤로 미뤄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이분들의 관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먼저 발언하면 다른 참여자들이 위축될 수 있거든요. 발언을 채팅으로만 받기도 하고, 참여자들이 더 편안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 들불에서는 주로 어떤 소재를 다루시나요? 노동, 계급, 여성에 대해 주로 다뤄요. 이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전쟁처럼 재난에 관련된 것들에도 눈이 가더라고요. 사실 ‘페미니즘’이 다른 주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긴 합니다. ‍ | ‘여성들과 함께 읽고 움직이는 커뮤니티’로서 들불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다른 독서 모임에서 읽지 않는 책을 읽는다’였어요. 출판계 동향 리포트를 보면 언제나 여성 독자가 많거든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성 독자들이 많이 모였죠. 여성 커뮤니티라는 정체성도 따로 전략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형성됐어요.‍ 들불은 ‘나’의 문제에서 출발해 그것을 ‘사회 구조’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탐구해요. 다른 독서 플랫폼에서는 이런 흐름이 '나’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곳에 모이는 분들은 이미 자아가 통합된 상태, 즉 자신을 충분히 완결된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짐작해요. ‍반면 들불에 오시는 분들은 사회 문제로 인해 혼란스럽고 분열된 상태인 경우가 많아요. 그 원인을 사회 구조에서 찾으려 하지만,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이 맞는지 주저하고, 혼자서 고민하다 내면에 쌓아두는 분들이 많죠. 그래서 들불은 그분들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조금 다른 독서 모임이라 생각합니다. | 프로그램을 기획하실 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고심하세요? ‍‘책’을 고르는 작업이 이 일의 8할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결론이 명확한 책보다는 논쟁이 될 만한 지점이 있는 책을 선택하려고 해요. 이야기가 대화가 되려면 서로 다른 해석이나 질문이 생겨날 여지가 있는 책이어야 하니까요. ‍ | 저는 인터뷰어로서 좋은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에 늘 고민이 많아요. 구구 님께서는 커뮤니티의 호스트로서 책을 읽으실 때 어떤 부분에서 “이 주제로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사회과학서를 읽을 때는 우선 저자가 어떤 관점에서 현상을 해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관점에 제가 동의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 봐요. 저자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반론을 제시할 근거가 필요한데, 그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추가로 리서치를 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처음에 선택했던 책을 아예 다루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식으로 계속 가지치기하며 책을 선택해요. 저 역시 지금은 저자의 의견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이 책이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얼마나 유의미한지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북클럽 참여자들에게도 “이 의견에 동의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요. 오랜 연구 끝에 나온 책에 반박하기는 쉽지 않지만, 무조건 동의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접근해 보자는 방향으로 질문을 시작합니다.‍ ‍ |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세요? 정말 많죠. 우선 들불이 페미니즘 책을 많이 다루다 보니 혐오성 DM을 많이 받아요. 다행히 저는 이런 공격에 어느 정도 맷집이 있어서 그냥 차단하거나 삭제하면서 넘기는데, 여전히 스트레스 요인이긴 해요. 또 다른 어려움은 어떤 분들이 모임에 오실지 모르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인데요. 때로는 외로움을 느끼고 힘든 마음을 나누려 들불에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의 멘탈이 강할 때는 어렵지 않게 대응하지만, 저도 감당이 안 될 때는 힘들더라고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조율하고 중재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따로 자조 모임을 운영할까 생각도 하고, 내년에는 상담 자격증을 취득할지도 고민하고 있어요. ‍ ‍ 💭 작업자이자 공동체 운영자로서 꿈꾸는 것들 ‍ | 1인 작업자로서 프로젝트 매니징, 시간과 건강 관리 등 모든 일을 알아서 관리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 가장 어려운 점은 일이 너무 몰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전에는 들불과 비슷한 규모의 독서 모임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폐업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출판사에서 책 홍보나 광고를 맡길 곳이 줄어들었고 그 문의가 들불로 몰리게 됐어요. 처음엔 일이 많아진 게 좋았는데, 어느 날 메일함을 열었을 때 30통 이상의 새로운 제안 메일이 와 있는 걸 보고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일을 수락하고 어떤 일을 거절할지 결정하는 게 요즘 가장 큰 과제예요. 특히 북토크 모더레이터 역할을 요청하는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요. 단순히 책 한 권만 읽고 진행할 수는 없고, 작가의 여러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하다 보니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의뢰를 전부 수락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효율적으로 일의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 | 지속 가능한 작업 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의존할 수 있는 환경이요. 혼자서 일을 하면 일을 나누기는 어렵지만, 책을 읽다가 의문이 생기면 물어볼 동료는 많아요. 그래서 리서치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동료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직접 메일을 보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정희진 선생님께서 기획한 ‘메두사의 시선’ 시리즈를 다뤄 보고 싶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 ‘나무연필’ 출판사 대표님과 정희진 선생님께 다짜고짜 강연을 요청하는 메일을 드렸죠. 이후 실제로 강연이 성사됐어요. 그때부터는 자신감이 생겨 메일을 더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어요.‍ ‍ | 상대가 거절하기 힘든 메일을 쓰는 팁이 있을까요? 첫 메일에서는 제가 원하는 부탁은 뒤로 미루고, 그 책이 얼마나 좋았는지, 책을 읽으며 어떤 점이 특히 인상 깊었는지 말씀드려요.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 “이 부분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는데,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답장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덧붙여요. 이건 독자의 편지이기 때문에, 100이면 100, 모두 답장이 왔어요. 그렇게 답장이 오면 두 번째 메일에서 “들불에 이 주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정말 많고, 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씀드려요. 일로 연결되지 않은 적은 있어도 답장은 100% 받았던 것 같아요. ‍ | 궁극적으로 ‘들불학교’라는 공부 공동체를 꿈꾼다고 들었어요. 왜 학교인지, 또 어떤 학교의 모습을 구상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학계에서 다루는 최신 담론, 예를 들어 포스트 휴머니즘이나 신유물론 같은 주제들은 대중 독자가 접근하기 어렵지만, 그 논의들은 나름의 의미가 있어요. 저는 학문적 담론에 대한 접근을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학문을 넘어, 학계 바깥에서도 자발적으로 모여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오랫동안 책을 멀리하다 보니 다시 시작하기를 어려워해요. 이런 분들이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 처음부터 어려운 언어가 아니라 경험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라는 식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거죠.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해석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한 줄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잖아요. 아무리 많은 페미니즘 책을 읽어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한 경험이 없다면 설명이 힘들죠. 저는 공부란 바로 그 해석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의를 내리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 글 | 문지원 ‍ ‍ 오늘의 인터뷰이 구구님이 추천한 콘텐츠를 소개해요.(마지막 추천은 에디터의 사심을 살짝 담아봤습니다😉) 🎥 미무주 mimuzu ‍유튜브 채널 @sundaybookclub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요 독서모임의 풍경을 담는 채널입니다. '읽기'를 누구와, 언제 어디에서든 일상에서 작게 실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귀여운 채널이에요. 들불에 오시는 분 중에 독서 습관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친구들과 그저 재미로 시작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 채널 구경하기 ‍ 📖 아브람 더 스반, <함께 산다는 것> ‍도서, 252쪽 사회가 무엇인지를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책이에요. 사회적 관계망을 에세이의 형태로 설명하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인간과 사회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또, 이 책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어떠한 모습인지, 나는 지금 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줘요. 사회구조적인 관점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이 책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책 정보 살펴보기 ‍‍ 🎧 우리 좀 솔직해져 볼까? ‍팟캐스트 들불에서 시작한 팟캐스트입니다. 어렵게 느껴졌던 책들을 보다 쉽고 친숙하게 설명해보려고 해요. 신간은 물론 세상을 읽는 데 필요한 구간, 모임장이 감명 깊게 읽은 책 등 편안하게 소개하고 이야기 나눠볼 예정이니, 책을 사랑하거나 이제 사랑하기로 마음 먹은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팟캐스트 들으러 가기 ‍ 🕯️ (에디터 pick) 들불레터 뉴스레터 저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많은 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들불레터는 도착할 때마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열어보는 레터예요.  들불레터는 사회 이슈와 관련 도서를 함께 소개해요. 책을 읽고 함께 공부하는 들불의 이야기나 따끈따끈한 프로그램 후기도 살펴보실 수 있어요. 사회 문제를 좀 더 구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픈 분들께 추천드려요.  👉 레터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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