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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닛더피스클럽 편
평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 단어이고, 희생이 따르는 단어인지 알게 되는 요즘이다. 연일 국제적으로 안 좋은 뉴스가 나온다. 그런 뉴스들을 접하면 모두가 다 같이 평화를 추구하고, 연대할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 나만 추구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고, 그 모임이 커뮤니티가 되고, 그 커뮤니티가 다시 다른 커뮤니티와 엮여 확장성을 갖게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닛더피스클럽은 뜨개질을 통해 평화를 엮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뜨개질을 통해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전하는 장을 만들고, 함께 행동한다. 이런 모임이 새로운 모임으로 계속 엮이고 확장될 수 있다면, 어쩌면 정말 평화가 올지도 모르겠다.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 인터뷰하면서 계속해서 뜨개질하는 닛더피스클럽을 만나 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의 팀원 라일락(왼쪽)과 봄봄(오른쪽)이 워크숍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닛더피스클럽의 탄생
닛더피스는 평화를 엮는다는 의미다. 영어단어 닛(Knit) 자체가 바늘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순 뜨개질이 소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엮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추구하는 가치를 나열해보면, 생태주의, 비건, 동물권, 퀴어 등이다. 이런 가치들을 뜨개질하면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뜨개질을 통해 기후 행진에 필요한 깃대와 퀴어한 모자를 만들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라일락과 봄봄. 두 사람은 이벤트를 통해 만났다. 라일락이 운영하던 작업실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봄봄이 당첨됐다. 인스타 이벤트였는데, 봄봄은 출근하기 전에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고, 각자의 이야기를 하던 중 서로가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같이하게 됐다.
둘 다 제로 웨이스트 방식으로 뜨개질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다. 소재도 친환경으로 쓰고 싶었다. 대개 아크릴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쓰는데 값이 싸고 취급하는 곳도 많지만 둘 다 그런 제품 사용을 지양했다. 재사용 면실을 사용하자는 등 소재 면에서도 니즈가 일치했다. 또한,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몰두하지 않았다. 뜨개질하면 물질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만, 더 중요한 건 같이 하는 사람들과 활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의 생각이 잘 맞았다.
‘닛더피스클럽’의 라일락이 워크숍 참가자에게 뜨개질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닛더피스클럽의 닛(Knit) : 기후위기 행진과 연말 모임 활동
기후위기 행진은 라일락, 봄봄 모두 처음부터 하고 싶은 활동이었다. 둘 다 관심 주제가 기후위기여서 당연히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예전에 페미니스트 그룹에서 뜨개질로 현수막을 크게 만들어 행진했던 걸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우리도 우리만의 가치를 담은 제품을 만들어서 행진해보자는 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뜨개질 워크숍을 열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뜨개질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뜨개질을 하며 깃발을 만들었다. 7~8명이 함께 작업을 했는데 힘들면 잠깐 뜨개질을 내려놓고 소파에 기대거나 스몰토크로 쌓인 긴장을 푸는 편안함이 좋았다.
이후 기후위기 행진에 참여했다. 피켓이나 박스로 만든 게 아니다 보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신 분들도 계셨고 사진도 많이 찍으셨다.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의 방식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다줄 때 또 다른 연결고리가 생기는 거 같았다.
기후위기 행진이라는 큰 산을 넘으니까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워크샵을 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등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깃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들과 결과를 어떻게 아카이빙 하고, 기후위기 행진 후기 나눔을 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을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2023년 우리의 일정은 마무리 단계다. 기후위기 행진했을 때가 하이라이트였다. 현재는 그동안 했던 것들을 아카이빙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말에는 <퀸의 뜨개질>을 보면서 뜨개질 모임을 할 예정이다. 퀴어와 뜨개질이 섞여 있는 영화인데 활동 마무리도 영화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돌보는 시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닛더피스클럽’의 봄봄과 라일락 및 워크숍 참여자들이 923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뜨개질로 만드는 커뮤니티와 자기 효능감
“가장 뿌듯했던 건, 코바늘을 처음 사셨던 분들이 지금은 각자 알아서 실과 코바늘을 사서 활동하고 계시다는 점이다. 뜨개질이 본인만의 취미가 된 거다.” (라일락)
현재 오픈 채팅방도 운영중인데, 구성원들이 알아서 기획하고 모임을 하신다. 이런 느슨한 관계가 만들어졌다는 게 변화라고 생각한다.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게 다양하고 일상에서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신 것 같다. 본인이 만든 걸 단톡방에 올리면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또한, 뜨개질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찾은 분들도 있다. 뜨개질은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어떤 모양이든, 서툴든 아니든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그러다 보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자기효능감을 되찾은 분도 계셔서 뿌듯하다.
“초반에는 제가 알려주는 선생님이었는제 이제 참여자들이 저를 알려주고 있다. 이것 역시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봄봄)
“일상이 무료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뜨개질로 다시 자기 효능감을 되찾은 분도 있다고 느꼈다. 큰 행위가 아님에도 성취감을 주고, 효능감이 증가하는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라일락)
유튜브에는 다양한 도안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영상도 있고 멋진 결과물을 지향하는 오프라인 모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임에서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면서 만드는 것 자체로 새로운 도안이 되게 하고 싶었다. 뜨개질이 서툴러 한 코 한 코가 일정하지 않아도, 모양내는 대로 자유롭게 만들며 예쁨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느낌으로 모임을 이끌었다. 뜨개질은 열린 기술과 같다. 각자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뜨개질을 누구에게도 공유할 수 있고 활용하면서 수정할 수 있다. 참여자들도 자연스럽게 이 부분을 이해하면서 좋아해 주셨다.
한편, 뜨개질이 사회적으로 여성적인 취미로 이야기되기도 하고, 여성들이 많이 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서 접근을 다르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이번 워크숍에도 성별을 구분해 참가자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자 성별의 편향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남성분들 참여는 없었고 논바이너리, 퀴어 분들은 참여하셨다. 활동을 성별로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참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되도록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워크숍에서 산호초 모양의 뜨개질을 공유하고 있는 닛더피스클럽 워크숍 참가들 ⓒ닛더피스클럽 ⓒParti
닛더피스클럽의 또 다른 ‘엮음'을 위해
“작은 목표 중 하나는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동물해방운동을 하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겨울을 날 때 필요한 돼지 옷이 필요한데 시중에서 돼지 옷을 팔지 않으니까 이불을 많이 쓴다. 그런 돼지에게 뜨개질로 만든 옷을 주면 좋지 않을까. 물론 돼지가 잘 입지 않는다고 한다. (웃음) 아무튼, 필요할 것 같은데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찾아서 만들어 보고 싶다.” (봄봄)
“닛더피스클럽과 더불어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잘 엮고, 각각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필요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 뜨개질을 통한 효능감과 함께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 한강에서 비건 포틀럭 파티를 하며 산호초를 뜨개질했다. 자연스럽게 기후위기와 산호초의 멸종 위기가 나오며 다양한 정보를 나눴다. 뜨개질의 목표가 제품의 아름다움이 아닌, 과정을 통한 또 다른 가치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잘 엮고 싶다.” (라일락)
📝 글ㅣ한승희기자로 소셜 섹터에 발을 들여놓은 뒤 다양한 조직에서 매니저, 활동가, 연구원, 기획자로서 이런저런 글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과 현장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진 | 데모스X5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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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비주의보: 차별을 녹여야하는 순간
산성비주의보: 차별을 녹여야하는 순간
산성비 팀은 세상에 굳어진 차별과 일상에서 겪는 차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여성들을 모집하여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을 만듭니다. 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활자로 전달하고, 공감과 연대를 형성하여 여성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공론장을 만들고자 하는 산성비의 이야기. 산성비 팀의 '여울'의 목소리로 아래 영상에서 만나보고, 여러분의 다양한 목소리도 함께 들려주세요!
"세상을 구하는 건 영웅이 아니라,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고 포기하지 않고 맞서는 이들입니다.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치더라도 멈추지 않고, 멈추더라도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구하고, 세상을 바꿨고, 또 바꾸더라고요.(중략) 그래서 앞으로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 때,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었던 가능성들 그리고 발자취들. 그걸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그리고 느끼면서 나아가겠습니다."
- 산성비 팀 스피치 중
✓ 본 게시물은 청년 성평등 문화 액션크루 '그럼에도 우리는' 팀들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함께 열었던 2023 성평등 페스타 "우리는 멈추지 않아"의 <세바크> 프로그램을 담고 있습니다. <세바크>는 '세상을 바꾸는 크루들의 스피치'의 줄임말로, '그럼에도 우리는' 팀 크루들의 생생한 성평등 프로젝트 활동 이야기를 풀어낸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대학 페미니스트 마음돌봄 여정기 : "지속 가능한 활동" 을 꿈꾸며 - 뿌리탐사 팀
여성들이 모험을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 - 우먼스베이스캠프 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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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페미니스트 마음돌봄 여정기 : "지속 가능한 활동" 을 꿈꾸며
대학 페미니스트 마음돌봄 여정기 : "지속 가능한 활동" 을 꿈꾸며
뿌리탐사 팀은 캠퍼스 내의 인권이슈들과 성차별 이슈들을 다루는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으로, 18~19년도를 기점으로 대학 내 성평등 활동 조직들이 각자의 난항을 겪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존재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조직 구성원(페미니스트)의 마음돌봄을 공동의 영역으로 끌고와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마음돌봄을 상상하며 2022년에 '담장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잎싹'과 '고래'가 전하는 뿌리탐사 팀의 이야기,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나눠주세요!
"언젠가 '페미니즘은 나 혼자서만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운동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요. (중략) 우리가 소진되지 않고,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마음돌봄이 절실하다는 것을 그 때 깨닫게 된 것이죠."
"뿌리탐사의 담장넘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그 연결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직면할 문제들에 맞서 나와 나의 동료들을 더 이상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함께 연대하고 마음돌봄을 통한 지속가능한 페미니즘으로,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 뿌리탐사 팀 스피치 중
✓ 본 게시물은 청년 성평등 문화 액션크루 '그럼에도 우리는' 팀들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함께 열었던 2023 성평등 페스타 "우리는 멈추지 않아"의 <세바크> 프로그램을 담고 있습니다. <세바크>는 '세상을 바꾸는 크루들의 스피치'의 줄임말로, '그럼에도 우리는' 팀 크루들의 생생한 성평등 프로젝트 활동 이야기를 풀어낸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여성들이 모험을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 - 우먼스베이스캠프 팀
산성비주의보: 차별을 녹여야하는 순간 - 산성비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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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의 시간, '존버'하는 우리를 위해
2016년에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미투 공론화, 2020년 N번방, 그리고 작년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까지 우리는 수많은 백래시를 목격하고 경험해왔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사업으로 4년째 이어왔던 버터나이크 크루 역시 작년 여름 일방적인 통보로 하루아침에 활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죠.
하지만 버터나이프 크루 참여팀들과 협력 파트너인 빠띠는 사업 중단 이후에도 ‘그럼에도 우리는’이라는 이름으로 성평등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 의미를 돌아보며 백래시의 시대에 멈추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로의 경험을 꺼내고 연결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초청 패널과, 프로젝트 참여 크루와, 시민들이 백래시를 주제로 함께 꺼낸 경험과 대안의 목소리는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이 글은 지난 1월 진행한 ‘2023 그럼에도 우리는 성평등페스타 - 우리는 멈추지 않아’ 토크콘서트의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 글 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윤가현 :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윤가현이라고 합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 저랑 이름이 같은 가현이들을 만나 여성의 아르바이트 노동과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가현이들>, 그리고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만든 ‘불꽃페미액션’이라는 페미니스트 단체를 4년 동안 기록한 <바운더리>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슬기 : 안녕하세요. 저는 백래시가 가장 극심했던 작년과 재작년 서울신문에서 젠더 담당 기자로 일했던 이슬기라고 합니다. ‘일했던’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지난달에 퇴직을 했거든요. ‘전' 기자라는 타이틀로나마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나임윤경 : 저도 반갑습니다. 저는 사실 오늘 여기 도착해서 ‘내가 잘 온 건가’ 살짝 생각했어요. 일단 패널 평균 연령을 좀 많이 높여놓은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나잇값을 좀 해야 될 텐데 어떤 얘기를 해야 나이 값을 할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달 : 저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담롱’이라는 팀에서 함께하고 있는 수달이라고 합니다. 담롱은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수자 의제를 다루는 인터뷰 영상들을 만들고 있어요. 이번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에서도 지역 커뮤니티를 찾아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Q. 여는 질문으로, 각자 생각하는 '백래시는 OOO다'라는 짧은 한 마디를 부탁드릴게요!
수달 : 저희 팀원들한테 한번 물어봤어요. “애들아 백래시가 뭘까?” 하나로 모인 답변은 “정.말. 싫.다."였어요(웃음). 맞지 않을까요? 저희가 이렇게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단어로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당연히 너무 지긋지긋하다, 너무 싫다, 너무 짜증 난다,라는 의미였다고 해석해봅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답변은,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 스스로를 주저하게 하고, 서로 연결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들렸고, 되게 공감이 됐어요.
윤가현 : 저는 ‘우리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가 백래시라고 불러줄 수 있는 이유도 운동의 주체인 우리가 있기 때문이고, 저는 노동 운동이든 페미니즘 운동이든 운동이라는 건 파도와 같아서 어떤 ‘벽’에 부딪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척 견고하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백래시의 주체들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가 또 굉장히 노골적인 인간들이잖아요. ‘너네가 뭔데 갑자기?’라거나, ‘왜 너 뭐 돼?’라고 생각할 만한.
이슬기 : 방금 감독님 얘기 들으면서 백래시를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시는 것에 저는 어떤 감탄(?)이 들었어요. 저는 기자 생활 10년 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직접적인 역풍 혹은 공격을 받는다는 느낌을 백래시 기간에 처음 느꼈거든요. 사실은 저도 의연한 마음으로 백래시를 맞이하고 싶지만, 제게 지난 2년간 백래시는 집요하고 조직적인 공격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느꼈어요. 그전에는 오히려 저는 좀 백래시에 대해 ‘성차별적인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관성’ 정도로 치부했거든요. 사건 사고의 피해자분들을 숱하게 보면서도 ‘그럼에도 내 일'이라는 생각을 크게 못했는데, (여가부 관련 사건들과) 유독 깊이 붙어있으면서 힘든 시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나임윤경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공공기관에서 잠깐 일을 했는데요. 거기서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고 하는 제목의 굉장히 좋은(!)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게 이슈가 돼서 국회의원과 변호사들이 달라붙어서 명예훼손이라고 욕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느끼면서 들었던 생각은 백래시라는 게 되게 “최근 일인 것처럼 이슈가 되지만 옛날부터 했던 문제제기들을 한결같이 외면하고 있다가, 페미니스트 영향력이 확대되니까 화들짝 놀라고 있는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각자의 자리에서 느낀 경험들이 다른 듯 비슷한 게 인상적이네요. 백래시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 혹은 어려움은 뭘까요?
나임윤경 : 사실 저는 오늘 여기 앉아계신 분들하고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페미니즘의 언어가 조금 어렵지 않나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여기 앉아 계신 분께 마이크를 넘겨서 “구조적 성차별이 뭐예요?”라고 설명을 부탁드리면, 느낌으로는 아는데 실체가 무엇인지, 성차별을 당한 당사자들은 감각적으로 그걸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백래시는 그 이해를 잘못하면서 너무 겁을 먹고 혹은 겁 먹은 척하고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제 직업상 좀 더 설득적인 언어를 개발해내고 대중적으로 유포하는 일에 백래시를 해체하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달 : 바로 그 겁 먹은 분들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저희 담롱 팀에서도 페미니즘이나 여성노동 같은 주제로 영상을 올리면 여전히 좌표가 찍히고 악플이 달려요. 좌표 찍는 방법도 악의적이에요. 영상을 캡쳐해서 저희 메시지는 쏙 빼고 입맛대로 편집을 해서 그걸 이미지로 이어붙인 다음에 커뮤니티 등지에 뿌리면 그분들이 찾아오셔서 이제 열심히 댓글을 달아요.
이슬기 : 수달 님 말씀과 저도 조금 비슷한데, 개인적으로는 기자로서 악플에 되게 초연한 편이거든요. 근데 저희 부모님이 초연하지 않아서, 요새도 대댓글을 많이 달고 계세요. 이 기자 나쁜 사람 아니라고(웃음). 저희 부모님은 진짜로 상처를 받으셔서, 그때 정말 이런 식의 공격이 정말 효과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수달 : ‘페미니즘 정치' 관련한 인터뷰 영상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런 걸 올리면 진짜 페미니즘 정치에 관심 있는 분들이 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좌표 찍어 욕하는 분들이 사서 검색을 해서 들어오시더라고요. ‘페미니즘 정책’이라는 키워드 영상에 남성 시청자의 비율이 70%인데, 유입 경로나 검색 키워드를 보면 대부분이 ‘페미니즘 참교육’ ‘페미' 이런 것들이에요. 다양한 검색어를 조합해서 굳이굳이 찾아오여서 굳이굳이 댓글을 남기시더라고요.
이슬기 : 비슷하게, 여성 페미니스트 인터뷰를 기사화했을 때 착한 반응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거든요. 그건 그냥 인터뷰이에게 몹쓸 짓이 아닌가. 제가 오히려 대놓고 욕 먹을 판만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실제로 그런 악플을 받고 저한테 댓글창을 내려달라고 해 주셨던 분도 계셨고요. 제가 받는 아픔에는 스스로 조금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면, 익숙하지 않은 분이 그런 일을 겪는 것을 제가 보호할 수 없고, 그분의 행보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주저함이 있죠. 요청을 주저하거나, 저도 모르게 “그럼 익명으로 하실래요?”하기도 하죠. 익명 인터뷰는 힘이 없는 걸 아는데도. 자꾸 이런 식으로 제가 작아지는 그 모습이 백래시의 효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을 해 가야 되니까 그런 면이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윤가현 : <바운더리>라는 영화 편집할 때 한창 편집이 너무 하기 싫어서 여초 카페를 들락거린 적이 있거든요. 거기 익명 게시판에 어떤 여자가 둘이서 얼굴도 모르고 닉네임도 모르는데 만나서 동반 자살을 하려다 실패했다라는 기사가 나가고, 카페가 완전 난리가 난 거예요. 그 익명 게시판을 닫아야 된다, 자살이나 죽고 싶다라는 단어 금지화시켜야 된다 등등 되게 많은 논의가 오가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제가 들었던 고민은, ‘너무 많이 죽는다.’ 20대 여성이 너무 많이 자살을 한다는 거였어요. 여성들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죽기까지 하는 것, 그게 저한테는 가장 두려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정책이 나아진다고 그 여성들이 죽는 걸 붙잡을 있을까, 그런 고민들은 있습니다.
Q. 가볍지 않지만 비관적이지도 않은, 대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면 어떨까 싶어요. 백래시의 범람 속에서도 성평등 활동이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이슬기 : 앞서 기사나 영상에 선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는데, 또 없지는 않아요. 이전에 어디 강연을 갔다가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분이, “기자님 기사 잘 보고 있다”라고 하시면서 “근데 댓글이 엉망진창이던데 거기에 힘을 못 보태드려서 죄송하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좀 많이 놀랐어요. 저도 짠하고 서로 짠한데, 한편으로 그런 기운들이 이 백래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윤가현 : 저는 가끔 지역에 가서 영화 상영을 하는데, 할아버지나 할머니 분들이 무료상영이라고 하니까 무조건 와서 보시거든요. 근데 이 영화에는 막 찌찌도 나오고, 여자들끼리 손 잡고 행진하고 이러는데 보시다가 이거 뭐야 소리지르고 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되게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놀랐던 건, 솔직함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는 거였어요. 페미니스트랑 동성애랑 무슨 상관이냐 이런 되게 정직한 질문을 해 주시기도 하고, 예전부터 여성들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오고 있다는 걸 나누기도 하고, 이런 시간 속에서 저도 약간 페미니스트로서 편견 없는 마음을 좀 가져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꺾이지 않는 마음을 좀 더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스스로…
수달 : 페미니스트 커뮤니티나 성평등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저희 지역에 내려가서도 많이 드렸거든요. 청주, 대구, 지리산에서 받은 대답들을 모아봤는데, 놀랍게도 대답들이 너무 비슷한 거예요. ‘할 수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리고 우리는 우정으로 뭉치는 게 즐거운 공동체’라는 것. 때로는 여가부 폐지 반대나 여성혐오 반대 시위에도 나가고, 때론 지역사회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동체적 해결방안도 고민하다가, 또 어떤 때는 망한 섹스썰 파티를 하고, 내 최애가 얼마나 빠는지 얘기를 하고, 연말 파티를 하고, 잔디밭에서 보물 찾기를 하고, 그런다는 거예요. 그런 일상화된 활동이 늘 같이 가는 게 지치지 않고 즐거울 수 있는 마음인 것 같아요. 힘든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즐거운 일도 하고 우리 안에 있는 어떤 길티 플레져도 꺼내서 한번 얘기해보고 우리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고 그래야겠다!는 생각.
윤가현 : 한 가지,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그 마음만으로도 관심만으로도 저는 운동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뭘 해야지 막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지금은 좀 쉬어도 되고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으니, 강박으로 함께 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슬기 : 저도 좀 비슷한데, 페미니스트로 살면서는 약간 성공은 좀 작게 느껴지고 실패만 크게 와 닿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에 많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신당역 사건을 겪었을 때의 어떤 처참함. 엄청난 실패인 건 맞지만, 그 사이에 저희가 조금씩 이루어 온 것들이 있거든요. 버터나이프크루 보면서도 같은 마음이에요. 제가 여가부 출입할 때 버나크에 대해서 기사를 많이 썼고 계속해서 마음이 동화되어 아픈 것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17개 팀 중에서 13개 팀이 꾸준히 이어왔다는 것, ‘중꺾마'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이 첫 번째 마음이고요. 두 번째는 페미니스트는 자기 자신한테 좀 후했으면 좋겠어요. 성공을 열심히 자세히 바라봐주는 일도 하셨으면 좋겠다. 그건 이제 저한테도 같이 드리는 말씀입니다.
청중과의 일문일답.
Q. (나임윤경 교수님께) 좀 더 설득적인 언어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가장 다듬기 어렵다 싶은 개념이나 표현이 있는지?
나임윤경 : 저의 요즘 강의 기법은 제가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지지난 학기에 가족과 젠더라는 수업을 했었는데, 그때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를 소개했어요. 봉태규 씨하고 정유미 씨가 썸타는 장면인데, 정말 썸 타는 장면인데 제가 거기서 성적 억압과 통제라는 개념을 끄집어내기를 바랐어요. 왜 저 사람은 저런 질문을 하고, 저 사람은 저런 대답을 할까, 그냥 볼 때는 보다가 제가 질문을 계속하니까 그 영상들이 달리 보이는 거죠. 모든 사람은 단순히 썸 타고 연애하는 거지만, 그거 알아보는데 90분이 걸렸어요. 굉장히 어렵지만, 이렇게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경험이었어요.
Q. (수달 님께) 버터나이프크 참여 크로로서 느꼈을 막막함이 크셨을 것 같은데, 사업 중단 소식을 듣고 당사자로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수달 : 제일 큰 마음은, 황당했죠. 왜 황당했냐면 여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써요. 그리고 그다음 날 사업이 없어진대요. 그게 하루 사이에 일어난 것도 너무 황당한 일이지만 저희로서는 그 일이 있기 며칠 전에 발대식을 했거든요. 여가부 장관이 와서 잘 해보라 축사까지 하고, 저희도 처음 만나서 네트워킹 파티도 하고 한바탕 킥오프를 했는데, 이럴 거면 발대식에 장관은 왜 왔나, 그 자리에 무슨 자리인지는 알고 왔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취재 요청이 오고 어쩌다 어떻게 됐냐 물어보시는데 저희도 경황이 없고, 입장도 정리해야 되고. 근데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전에 입장을 정리해야 되고, 상식적이지 못한 건 저쪽인데 왜 우리가 피곤한 건지 하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 다른 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걱정되는 면도 있었고요. 아예 못 하게 되려나, 하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저는 불안과 분노도 물론 있지만, 버터나이프크루가 엎어졌지만, 우리가 우리 프로젝트는 엎지 않고 결국에는 새로운 이름으로 마무리했다는 걸 꼭 기억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Q. (윤가현 감독님께) 바운더리라는 작품에서 선 받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고 그게 강력하게 선을 넘으면 그만큼 강력한 백래시를 경험할 거라 생각하는데, 두려움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는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윤가현 : 제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월경페스티벌에서 가슴을 까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거든요. 그런데 페이스북이 음란물로 규정하고 막무가내로 내렸어요. 열 받아서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그냥 가슴을 까버리는 그런 활동을 하고 제가 그 현장에서 촬영을 했었어요. 그때 제 친구가 그랬어요. “큰일 났다. 다 잡혀가면 알바를 못 가.” 그런 종류의 두려움도 있었고, 또 하나는 집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는데 그 뉴스가 나오는 거예요. 남이 나한테 욕을 한다거나 모르는 사람 댓글로 욕을 하는 건 별 상관없는데, 모자이크가 쳐진 뉴스 장면을 아빠와 남동생과 함께 보며 밥을 먹는다 이런 건 상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저도 두려움이 많고, 마음 속으로 어쩌라고를 말하는 연습을 하거든요. 마음속으로 누가 뭐라고 얘기하면 어쩌라고요 이렇게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도 되게 많이 하고 그래요. 사실 두려움이 없진 않죠. 저희도 다 똑같이 두렵죠.
Q. 마지막으로 간단한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슬기 : 오늘 이 행사에 전 기자라는 타이틀로나마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요. 혹시나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는 백래시로 인해서 퇴사한 것은 아니에요(웃음). 근데 이제 일반지 호흡이 아닌 좀 다른 플랫폼으로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퇴사하게 됐고 앞으로 활동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나임윤경 : 사실 여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한국 사회 같은 곳에서는 늘 성차별 성폭력의 문제가 내가 겪지 않아도 내가 겪은 것만큼 힘들고 참 어렵죠. 그런데 우리 아까 다 모두 어려움을 얘기를 했지만, 차별받는 사람들의 힘은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해서 무한히 꿈꾸는 거잖아요. 정말 차별 없고 폭력 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마음껏 키우고 정말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바로 피해자인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있잖아요. 그 사실을 기억하면서 피해자 정체성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물론 분노하고 슬퍼하고 노여워하되 그 상상력을 계속 서로에게 독려하면서 정말 정말 더 나은 삶을 페미니스트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오늘 이 공간을 나가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윤가현 : 스스로의 멘탈 관리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끔 저는 스스로 나 페미니스트인데 이래도 될까라는 말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어요. 저 같이 페미니스트도도 있는 거죠. 그래서 여러분들도 조금 덜 두렵게 사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분들도 그냥 좀 자신 있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가 오래 갈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수달 : 담롱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든 영상 시리즈의 이름이 ‘여기선 안 된다 말했지만’이에요. 여기선 안 된다 말했지만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만든 영상이고, 그게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됩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하는 얘기보다 훨씬 좋은 이야기를 지역에서 실천하고 계신 분들의 입으로 들을 수 있으니, 꼭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저희 담롱도 지역을 왔다갔다하는 게 고되지만, 사실 사이드 프로젝트거든요. 내가 왜 무슨 부귀영화들을 누리려고 이런 걸 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이게 다 재밌게 살려고 하는 짓이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요. 재밌게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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