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서울퀴어퍼레이드! 안전한 모두의 축제가 되려면? 🏳️🌈🏳️⚧️
2023.06.30
혹시 이 표지판을 본 적이 있나요? 교통량이 많은 전 세계 대도시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이것은 ‘만남 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인데요. 그림에서 유추할 수 있듯 보도와 도로를 구분 짓지 않고 보행자와 차량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만남 구역은 별도의 신호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국가마다 제한 속도 규정 차가 있지만 오로지 ‘보행자의 걷는 속도에 맞춰 통행할 것’이라는 자율 규제만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고 해요. 서울정책아카이브에서 발간한 <세계와도시 10호>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사례’ 특집으로 다루어지기도 했으며, 실제 많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장치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 대다수의 분이 한국에서 만남 구역 표지판을 마주한 일이 많지 않았을 텐데요.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만남 구역이 매년 대한민국 서울에 생긴다는 사실을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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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퍼레이드’입니다🏳️🌈🏳️⚧️
서로 다른 너와 내가 조우할 수 있는 곳
만남 구역은 보행자와 차량 간의 중립적인 법질서를 넘어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타자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박동수, 『철학책 독서 모임』) 이는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이졸데 카림이 제시한 개념으로, 그는 만남 구역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오늘날 우리에게 다름이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추상적이지 않은 만남의 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를 퀴어퍼레이드(이하 퀴퍼)에 적용해 볼까요. 원천적으로 개최를 금지하여 여러 정체성 간의 충돌을 막는 것보다 퀴퍼와 맞불집회 참가자, 경찰, 지자체 관계자, 현장을 지나가며 관망하는 시민 등이 한데 모여 서로의 존재를 목격하는 것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임을 인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퀴퍼는 성소수자에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동료와 연대하며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 다원화에 수반되는 적대와 저항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것이 퀴퍼가 열려야 하는 이유이죠. (+그럼에도 올해 서울시는 서울광장 사용 불허 처분을 내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백아인 캠페이너와 수연 캠페이너의 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의 안전
그간의 퀴퍼를 되돌아보면 카림이 기대한 것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퀴어퍼레이드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개방된 규모에 비해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지만 이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 하는 위험을 동반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배려와 포용의 가치를 잊은 채 성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신체/언어적 폭력, 왜곡된 보도나 허가받지 않은 촬영, 공권력 오남용 등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만남 구역의 실효성은 무엇보다 ‘안전’을 지키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 마련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현될 수 있어요. 여러분은 퀴어퍼레이드가 더욱 안전하고 자유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한 선제 조치 방안 마련
해외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안전한 집회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상에서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집회와 같은 상황에 폭력이나 테러를 일으키려는 개인을 식별하는 SOCMINT(Social Media Intelligence)와 기사, 방송, 온라인 뉴스 등의 미디어 소스를 빠짐없이 기록, 분석하여 사건의 흐름과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GDELT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집회 현장에서 벌어질 테러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김소영, 이완희 and 박희균. (2023). 집회시위 안전지수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
🚩 차별 행정을 비롯한 공권력 오남용 방지
서울광장 사용 불허 혹은 허가 지연, 대구퀴어축제를 둘러싼 홍준표 시장과 경찰의 대립(정기훈 캠페이너의 토론글), 인천시의 퀴어영화 상영배제 등 공권력을 동원하여 퀴어 문화 활동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빈번한데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자체의 ‘차별행정’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지만 행정 권력의 ‘법치주의 부정’이자 ‘민주주의’의 문제로서 엄중하게 바라봐야 할 사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 및 제도 보강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참여자분들을 위한 안내’라는 제목으로 당일 현장은 물론 사전 예방과 사후처방을 다각도로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였습니다. 퀴퍼를 안전하게 즐기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보호할 방법과 타자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을 함께 안내하고 있는데요. 특히 프레스 카드 발급과 취재·촬영 가이드라인 프로세스, 언론 피해 구제 절차를 두어 참가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 언어/정신/물리/신체적 폭력에 대한 사후 대응
그 어떠한 직/간접적 폭력은 근절되어야 함에도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생길 수 있는데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후속 대처를 위한 사건기록 부스를 운영하고 아웃팅 협박에 대응하는 법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운영 조직의 노력과 더불어 사법부의 처벌도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혐오와 차별에 대한 시민 교육 강화
“타인의 고통과 모욕에 대한 우리 자신의 감수성을 의심하고, 현재의 사회 제도가 그들의 고통과 모욕을 다루기에 적합한지를 고민하는 우리가 도덕적 . 정치적 진보를 가능케 한다. 낯선 사람들, 심지어 우리의 적으로 간주되는 그들을 고통받는 동료들로 보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접촉이 필요하다.” (박동수, <철학책 독서 모임>) 차별이 만연한 사회 구조와 타자의 고통을 이해해 보는 상상력은 교육을 통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안전한 퀴어 퍼레이드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퀴퍼가 끝나도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나은 연대를 위한 우리의 고민은 끝이 나지 않기에! 같이 이야기해 보아요 💪
+) 내일로 성큼 다가온 <2023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대한 기대와 응원의 한 마디를 남겨주어도 좋습니다.
그럼, 우리 이번 주 토요일 을지로!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만나요. 👋 피어나라 퀴어나라! 🏳️🌈🏳️⚧️
>> #내가가는길이 퀴퍼 캠페인 보러가기 👀
코멘트
13시민의식과 정치, 행정은 맞물려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혐오를 여과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행정적 제를 가하고, 그렇기에 더욱 혐오를 드러내는..
저는 인류가 더 나은 문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다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일수록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핫팅
퀴퍼 가는 길입니다! 올해는 시청에서 못 하게 된 것을 또 곱씹으며 생각이 많아지네요. 모두함께 안전한 다양성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공권력이 어떤 모습으로 함께해야 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만남 구역과 서로의 존재를 목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번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퀴퍼 소식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편견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것들도 너무 중요하지만, 이런 편견과 갈등 속에서 생기는 마찰을 적극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공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처럼 소극적 대처를 한다던지, 오히려 혐오를 부추기는 공권력은 성소수자의 기본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이번 퀴퍼 무사히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교육은 항상 어느 곳에서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언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나, 당일 현장에서의 안전 장치들이나 모두 중요한 부분 같아요.
사회가 다원화되어야 서로를 바라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적대와 저항도 해소할 수 있구요. 그러기 위해서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시민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습도 똑같은데요. 모든 분야에 특출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성평등 교육을 일시와 장소 등을 홍보하는 글에 '양성평등 교육'이라고 표기해야 자라나는 아이들, 청소년들이 성정체성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지인을 통해) 그 얘기를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친구가 "빙어축제에 간다고 내가 빙어가 되는 게 아닌데 퀴어축제가 열리면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 퀴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어이가 없다"고 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저 다 같은 사람임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모두 중요하지만 저는 언론, 특히 성소수자 혐오적인 언론을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가 많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