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대구 퀴어 축제와 홍준표 시장의 속내

2023.06.20

709
7
현재는 정치, 시사,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퀴어 축제를 두고 대구광역시와 대구경찰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퀴어 축제 주최 측이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발생했다. 과연 그럴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대부분의 언론이 현상과 법적 문제 여부에 집중해 보도하는 것 같은데. 이 현상의 핵심은 무엇인지 나름대로 짚어봤다. 

15년간 해오던 행사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자꾸만 ‘퀴어 축제가 불법이다’. ‘퀴어 축제가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했다’는 문장들이 보인다. 과연 불법으로 볼 수 있을까?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집회 신고 뒤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에 대해 도로 점거를 불법으로 불 수 없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를 열 때 도로점용허가를 받는 것은 집회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질시켜  법이 보장한 집회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집회 신고를 하면 도로 사용은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경찰은 퀴어 축제가 적합한 신고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또한, 이 행사는 2009년부터 15년간 열렸다. 계속해서 불법이 있었다면 15년간 운영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지난 15일 법원은 동성로 상인회,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퀴어 축제 반대 측의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상인회가 재산권과 영업 자유를 주장하지만 퀴어 축제로 인한 해당 권리 제한에 대한 급박한 위험 내용이 모호하고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그 정도 권리를 행사할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산권, 영업권이 표현의 자유 정도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준표 시장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퀴어 축제는 불법 점거 시위이며, 불법 시위를 보호한 책임을 대구 경찰에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장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판단을 ‘옳다, 그르다’,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며 발언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대구시나 경찰 모두 독립적인 기관 아니던가. 불법 집단이라는 식의 시장의 발언은 낙인 효과를 줄 수밖에 없다. 시장 자격이 없다.

퀴어 축제, 공공성 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퀴어 축제가 공공성이 없어 시내버스 우회와 관련한 협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먼저, 공공성의 뜻을 알아보자.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공공성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홍준표 시장의 발언에 따르면 퀴어 문화축제 참석자 및 관련자들은 일반 사회 구성원과 관련없는 사람들인 것이고 그래서 공공성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공공성이 없을까?

퀴어 축제에 참가한 모두 정당한 근로를 통해 납세 의무를 지고 있고, 일부는 병역 의무도 수행했을 것이다. 재화를 구매하며 내수 시장을 원활하게 하는 사회 경제적인 주체이기도 하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즉, 대한민국 사회와 분리할 수 없는 사회 구성원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권리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의 행사는 공공성이 있다. 홍준표 시장의 퀴어 축제가 공공성이 없다는 발언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동의할 수도 없다.

홍준표 시장은 집회 자유도 중요하지만 퀴어 행사로 인한 타인의 자유 침해도 안된다며 버스가 오고 가는 번화가 도로 점거는 안된다고 밝혔다. 철저하게 다수를 위한 자유 개념만 외치고 있다. 대구시장이라면 소수자를 위한 표현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 말만 중요하다고 할 뿐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결국은 도로에 나오지 말라는 말인데, 이는 법원이 내린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이기도 하다. 공공성을 해치고 있는 쪽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퀴어 축제에 있어 장소가 중요한 이유는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의 [분석]'갑론을박' 퀴어문화축제...왜? 보도 내용을 참고하면 좋다.


대한민국 검사한 사람이야 나!

홍준표 시장의 저 발언을 보고서 나는 홍준표는 애초부터 퀴어 축제엔 관심이 없고 다른 본심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툭하고 무심결에 살짝 화가 나서 나온 발언처럼 보이지만 다분히 의도적으로 느껴졌다. 퀴어 축제와 검찰, 사맞디 아니하다. 전 국민이 홍준표가 검찰 출신이라는 걸 알 텐데 검찰 출신이라는 걸 굳이 왜 이야기했을까.

먼저, 자신은 대구경찰청장 정도는 갈아버릴 힘 있는 사람이라고 으름장 놓는 것으로 보였다. 일반화 시킬 수 없지만, 많은 검사들이 경찰을 아래로 본다고 한다. 그의 삶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권위적인 의식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검찰 출신이라는 발언은 선거를 염두에 두고 내뱉었다고 본다. 자기와 척을 지는 인물을 자신의 영역인 대구에 출마시키지 말라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윤석열 검찰 정권과 같은 검찰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 검찰 출신을 꽂지 말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쉽게 말해, 나름의 영역 표시를 공개적으로 한 거다. 그리고, 보수 지지율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정 처리다. 경찰과 대치하는 대구광역시장. 뭔가 권력 있어 보이지 않나? 너무 과몰입 한거 아니냐고? 그럴 수 있다. 근데, 홍준표는 대구 시장이면서 직업 정치인이다. 발언 하나하나가 의도적일 확률 매우 크다.

결론적으로, 이번 이슈는 홍준표의 계획적으로 보이길 원하지 않는 계획적인 정치쇼다. 대구광역시 공무원 500여 명은 홍준표를 위한 병풍으로 쓰였고, 퀴어 축제는 홍준표의 정치력을 드러내기 위한 제물이 되었다. 자신의 지지세력을 모으기 위해선 적敵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중국을 적으로 돌리고 상식을 적으로 돌렸듯. 홍준표 시장은 대구경찰을 적, 또 다른 방해세력 정도로 몰아세우듯 했다.

 홍준표 시장은 애초에, 퀴어 축제에 관심이 없었다.


공유하기

이슈

성평등

구독자 231명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준표 시장의 저 발언을 보고서 나는 홍준표는 애초부터 퀴어 축제엔 관심이 없고 다른 본심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공감합니다...

요즘 공무원들이 불쌍해보일 지경..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됐는데 소위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도구처럼 부리는 것 같아요. 

'퀴어 축제, 공공성 없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세상에 어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퀴어축제 공공성 있습니다. 

글을 읽고나서 JTBC가 취재한 영상(링크)을 봤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신지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읽고나서 영상을 보면서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때 용역깡패들이 폭력적 방법으로 훼방을 놓는 모습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2023년 대구의 현실이 더 슬픈 이유는 용역깡패의 역할을 대구시 공무원들이 했다는 점이겠지요.(경찰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게 작게나마 위안이 됐네요) 이런 소식을 보고 들을 때마다 한국 사회에선 언제쯤 소수자 차별이 해서는 안 되는 일로 받아들여질까 생각하게 됩니다. 당장 내일 그런 미래가 오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게 변화를 위한 작은 한 걸음이라 믿습니다. 써주신 글이 그 한 걸음으로 느껴져서 참 다행입니다.

저도 홍준표의 발언을 보면서, 아무리 힘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해도 법을 다 아는 사람이 너무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쓰신 내용에 매우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