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사과 없는 대통령의 말… “정치적 무책임 몸에 뱄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실에서 약 140분간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견을 앞두고 회견 시간이나 분야·개수 등 제한 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 앞서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어진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26개의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실이 강조했던 것처럼 앞선 기자회견과 비교했을 때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질문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반전 없는 맹탕 회견’,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2년 6월 53%를 기록했던 지지율은 임기 절반 만에 17%(8일 기준)까지 하락했다. 지난 2년 반 대통령은 어떤 말을 했을까. 또 그의 말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6일 예술사회학 연구자인 이라영 문화평론가(이하 ‘이라영 작가’)를 만났다.  그는 <말을 부수는 말>,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타락한 저항>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그는 ‘권력의 말’을 해체하고 정확한 언어로 현실을 문제를 꼬집는 데 주목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 옮길 때 그랬잖아요.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 이전한다고. 그런 핑계를 댔는데 이후에 거부권을 얼마나 남발했어요? 군사독재 이후로 이보다 더 제왕적 대통령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이전을 공식화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앞세웠다. 그러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에서 ‘소통 미흡’은 3순위 안에 번번이 들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소수자의 목소리는 완전히 묵살됐어요. 특히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요.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과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거죠.” 이라영 작가는 참사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권력의 성격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묵살(默殺)의 ‘살(殺)’이 살인(殺人)의 ‘살(殺)’과 같다”며, “묵살은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력의 행위이기도 한데, 이를 참사 유가족에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지적은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마주하는 질문들’ 포럼에 참석한 최성용 성공회대 연구원(국제문화연구학과 박사 수료)은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애도를 두고 ‘정치 편향적이다’라면서 분향소를 철거하거나 강제로 이전시킬 수 없죠. 우리가 어떤 리본을 하나 다는 것도 눈치를 봐야 되고, 리본 문구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이거는 애도가 아니죠. 권력 행위죠.” 그는 “참사 대신 사고라 명명하고, 희생자의 영정 사진과 위패가 없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정부의 애도는 다분히 형식적이었고 그 내용이 텅 비어 있었다”며, “참사 피해자의 존재를 없애고 침묵시켰다”고 비판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158명이 사망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참사 74일 만에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지자체, 소방 등 각 기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들의 부정확한 상황판단과 전파 지연, 협조 부실, 구호 조치 지연 등이 참사 원인이라고 밝혔다. 책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만 유죄를 받았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관련자들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권력자들이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말을 남용하면서 정치적 무책임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는 그냥 거대한 사법기관만 (남아) 있는 거죠. 사회 정의는 법적인 유무죄 안에 갇히는 게 아니잖아요. 근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되면서, 윤리라는 세계가 없어져버렸어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면 참사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이라영 작가는 “이러한 권력의 무책임으로 결국 시민들이 희생된다”며, 사회의 고통을 방치하는 권력자들에게 “정치적 책임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1일 국군의 날에 열린 대규모 퍼레이드다. 그는 2년 연속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군은 이날 다양한 군 장비와 병력 등을 선보였다. “국군의 날이라고 퍼레이드를 하면서 정작 억울하게 죽은 군인에 대해서는 덮으려고 하고 밝히지도 않아요. 군 사기를 걱정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죠. 정부는 군 사기를 걱정하지 않아요. 권력의 안위를 걱정하는 거죠.”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했다. 그는 ‘선제 타격’, ‘압도적 전쟁 준비’, ‘확전 각오’ 등 전시 상황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이라영 작가는 이러한 권력이 결국 국민들에게 ‘집단적 불안’을 조장해 사회 부정의를 가렸다고 꼬집었다. “사회를 전시 분위기로 몰고 가면서 차별을 더 강화하고 있어요. ‘지금 전쟁 나게 생겼는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어?’ 하면서 (다른 문제들을) 사소화시키는 거죠.” 권력자의 외면과 차별로 결국 ‘사과’가 사라진 세계가 도래했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단계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참사나 사고가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서 이상한 ‘말’이 탄생한다. “권력자들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데 사과를 해야 하는 자리에 섰어요. 그때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유감입니다’ 이렇게 말해요. 사과하기 싫으니까 에둘러서. 이게 그냥 공직자들의 언어가 돼버린 것 같아요.” 유감(遺憾)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 이라영 작가는 권력자가 타인의 마음을 ‘섭섭’하게 만들어놓고, 자신이 도리어 유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문해력에 문제가 있는 건 다름 아닌 ‘권력 집단’이라고 말했다. “언어는 그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쓰면 그냥 그 사회에 그냥 굳어지는 거잖아요. 그러면 점점 사람들이 ‘유감입니다’를 사과의 언어로 이해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정말 우리 사회의 언어를 망치고, 문해력을 교란시키는 주범이 누구인가 하면 결국 ‘권력집단’이에요.”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 소수자’ 용어를 삭제하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노동자’를 ‘근로자’로 변경했다. 이에 당시 인권위는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는 노동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말이라면, 근로자는 조금 더 사용자의 입장에서 수동성이 부각됩니다. 이를 굳이 바꾸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노동자의 주체성, 독립성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거죠.” 말을 바꾼다는 건 단순히 글자를 바꾸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권력자들은 이를 활용해 차별을 강화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권력 집단의 말은 보수적이다. 그들이 활용했던 말과 언어를 지속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사회적 소수자, 피해자 등은 자신의 상황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끊임없이 찾는다. 기존의 문화에서는 너무 평범한 말이라고 해도, 차별이나 비하의 의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저는 권력의 위치가 잘 드러나지 않는 표현들을 경계해요. 예를 들면 젠더 ‘갈등’이라는 말을 하려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젠더들의 관계가 모두 평등해야 성립할 수 있어요.그런데 ‘젠더 권력’, ‘젠더 폭력’, ‘젠더 차별’ 이렇게 사용하는 게 더 정확한 상황에서, 뭉뚱그려 ‘젠더 갈등’ 이렇게 이야기해요. 그러면 말에 권력의 위치가 드러나지 않거든요. 지역 ‘갈등’도 그렇고요. 저는 권력이 행하는 차별과 폭력을 순화해주고 싶지 않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우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표명했다. 이라영 작가는 이러한 정부 아래 ‘여성혐오 범죄’가 어떻게 인정될 수 있겠냐고 탄식했다. 구조적 성차별 없다고 했으니 여성혐오는 검증될 수도, 인정될 수도 없다. 따라서 ‘여성혐오 범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잇달아 발생하는 교제폭력, 교제살인, 여성혐오 폭행 사건 등은 모두 개인화된다. 즉, 별난 가해자가 저지른 기행으로 둔갑되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17%라는 지지율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는 민심을 얻지 못했다. 탄핵론에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라영 작가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이렇게 나와도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같은 분위기가 형성 안 되잖아요. 왜냐하면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이니까요. 이쪽을 끌어내리면 또 누구를 앉힐까. 잘 모르겠어요. 이게 사람들을 되게 절망적이고 무력한 시민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라영 작가는 “정치가 고통을 외면하는 세상”에 돌파구는 결국 연대라고 강조했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쉽게 묻힐 수 있어도, 여럿이라면 권력에 견줄 ‘힘’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이 품은 모방 욕구는 아름다움을 복제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엇을 복제할 것인가. 권력화된 아름다움인가 분배하는 아름다움인가. 아름다움과 선함에 대한 동경이 나 이외의 타자와 동등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결될 수는 없을까.” – <말을 부수는 말>(이라영, 한겨레출판, 2022) 중에서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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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테러리스트 취급” 케이블타이 진압, 인권위 진정
케이블타이에 결박당한 청년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백륭(22) 씨 등 청년 4명은 29일 국방부와 대통령경호처, 용산경찰서에게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들을 대리해 진정인으로 나섰다. 청년들은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서울 중구 인권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건희(윤석열·김건희 부부)는 국민들의 명령으로 발의돼 국회가 가결시킨 법안 24가지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중에는 자신들의 수사 개입 의혹, 비리 의혹, 주가조작 의혹 등을 밝혀낼 특검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의 명령을 거부했습니다. 20대 청년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청년들은 지난 4일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국방부 후문을 통과하자마자 저지당했다. 바닥에 얼굴이 짓눌리고,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압박되기도 했다. 심지어 양손이 뒤로 꺾여 케이블타이에 묶였다. 한 여성은 진압 과정에서 옷이 벗겨져 속옷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하고, 또 다른 여성은 다리에 멍이 들었다. 이들 역시 케이블타이로 손목이 묶인 상태로 용산경찰서로 끌려갔다.(관련기사 : <소총 멘 군인이 케이블타이로 결박… “계엄군 떠올라”>) 당시 국방부 후문은 서울경찰청 202경비단과 국방부 근무지원단 50군사경찰대 소속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케이블타이로 청년들의 손목을 결박한 건 군사경찰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압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의문이다. 국방부는 “군사기지 내 인원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보호함에 있어 급박한 상황으로 판단, 초병이 휴대 중인 케이블타이를 사용하여 최소한의 범위에서 침입한 인원을 제압하였다”고 해명했다. “저희 대학생들은 총, 폭탄은 고사하고 작은 칼 하나 들고 가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구호 한마디 적힌 플래카드 한 장을 들고 맨몸으로 찾아갔습니다.”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던 청년은 총 4명. 맨몸의 청년들에게 각 서너 명의 병력들이 달라붙었다. 한쪽에는 소총을 메고, 검은 제복에 방탄 조끼를 입은 군인들이었다. 학생들이 현수막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친 것도 아니었다. 국방부 영내에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아스팔트에 얼굴이 짓눌리고, 팔이 뒤로 꺾이고, 손목이 케이블타이에 묶였다. 최석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맨몸으로 들어가 아무 폭력행위도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물리적으로 제압한 상황이 의문스럽다”며, 특히 “어떠한 장구로 사람들을 무조건 묶어도 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 문제는 ‘케이블타이’가 군사경찰장비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군사경찰장구가 명시돼 있다. 여기에는 수갑, 포승, 경찰봉, 전자충격기, 전자충격총, 방패, 헬멧 등 보호장구 및 고무탄총 등이 포함된다. 다만 케이블타이는 찾아볼 수 없다. 국방부는 “케이블타이는 군사경찰로서가 아닌 초병으로서 사용하였으며, 초병이 휴대하고 있는 세부장비는 작전보안상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변했다.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는 “수단이 과도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타이는 일할 때 사용되는 것이지 상식적으로 사람한테 쓰이지는 않는다”며, “후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 병력의 수가 (청년들보다) 더 많았을 텐데, 상식적이지 않은 도구로 사람을 묶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과도한 계구(戒具)사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反)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계구란 ‘피고인이나 죄인이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을 할 우려가 있을 때에 이를 억제하기 위하여 쓰는 기구’를 통틀어 말한다. 지난 29일 인권위 기자회견에는, 당사자인 백륭 씨, 조서영 씨 등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5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한 국방부와 대통령경호처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백륭 씨는 “국회의원, 카이스트 졸업생, 의사는 ‘입틀막’ 하더니 면담을 요청하러 간 청년들은 케이블타이로 꽁꽁 묶어 테러리스트인 양 취급하는 게 너무나 분노스러웠다“면서, “누가 이 국가의 주인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조서영 씨는 경찰서 유치장 내부에서 겪은 인권침해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유치장에 있을 때 가족들 면회 요구를 가로막히고, 부당연행에 항의하며 단식할 때 조롱당했다” 며, “국민으로서, 나라의 주인으로서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을 하러 간 대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연행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분노했다. 피해 당사자의 발언 이후에 이들은 손목을 묶은 케이블타이를 가위로 끊어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약 20분 가량 이어진 기자회견이 끝나고, 백 씨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18일 대통령경호처와 군사경찰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또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폭행, 독직폭행,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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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고 붐” 밀어붙이는 정부… ‘다음 선우’ 없을까 [열아홉, 간이 녹았다 4화]
인천공항에서 차로 약 15분 떨어진 인천국제공항 물류단지. 잿빛 건물 틈으로 대형 화물차들이 바삐 움직였다. 5차로를 사이에 두고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공장들. 바로 그곳에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있었다. 오후 2시를 넘기자 공장 정문에 택시 세 대가 멈춰 섰다. 스무 살 남짓한 젊은 노동자들이 여럿 내렸다. 이들은 부리나케 달려가 개찰구를 통과했다. 안쪽에도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앳된 얼굴이었다. 김선우(가명, 23) 씨도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에서 근무했다. 그는 2020년 10월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의 ‘1호’ 취업생이었다.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몸에 이상이 생겼다. 간이 녹아내렸다.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 만 열아홉이었다.(관련기사 : <반도체 공장 취업한 고교생, 1년 만에 간이 녹았다>) “얘가 그냥 인문계(고등학교)를 갔으면… 대학을 갔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엄마 이하영(가명) 씨는 선우 씨가 아픈 게 꼭 엄마인 자기 탓 같았다.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진학한다던 선우 씨를 말리지 못한 것도, 울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인천에서 일한다는 선우 씨를 붙잡지 못한 것도, 안색이 좋지 않았을 때 병원으로 바로 가지 못한 것도. 선우 씨는 2022년 9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했다. 산재를 신청한 것. ‘일’을 하다가 아프게 됐단 걸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앞으로 들 치료비 걱정도 덜 수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1년 8개월 만에 산재 ‘불승인’ 결정을 통보했다. 그는 지난 8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 산재 승인을 다시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솔직히 알리고 싶기도 한데, 학교에서도 안 들을 것 같아서요. 취업 담당 선생님 말고는 안 알렸어요. (…) 다른 분들은 뭐 없죠. 졸업하면 끝인데.” 선우 씨는 취업 담당 교사 외에는, 아파서 퇴사했다는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그는 “학교가 취업률을 더 신경 쓸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후배들을 거기(스태츠칩팩코리아)에 보내는 것 같더라고요.” 선우 씨가 졸업한 고등학교 홈페이지에는 졸업생 취업 현황이 공개돼 있다. 최근 5년간 9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했다. 10월 집계된 취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취업한 3학년 학생은 8명이다. 지난해에는 6명이 취업하고, 2명이 현장실습을 나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회사는 전국 수많은 직업계 고등학교, 대학교와 산학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2021년에는 “전국 특성화고등학교 출신 학생 500명 이상 채용”을 홍보했다. 선우 씨는 마이스터고등학교를 다녔다. 정식 명칭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로, 직업훈련을 통한 전문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3학년 2학기가 되면 학교와 협약을 맺은 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간다. 선우 씨도 2020년 10월 ‘실습생’으로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출근했다. 학교에서 교사의 소개로 구한 일자리. 검증된 회사라는 믿음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이제 취업률 올리니까 그냥 아무 곳에 나가서, 선생님들은 이제 일일이 확인하지 않거든요. 근데 저희는 이제 중요하잖아요. 저희는 3년이 걸린 거니까. 그래서 학교에서는 이제 선별해서 갖다줬다고는 하는데 저희가 알아보면 아, 이거는 아닌 거 같은데, 싶은 회사가 많은 거죠.”(면접참여자 H, 김혜진 외 2인,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노동환경 및 노동세계 진입 실태> 중) 현장실습생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병을 얻었다는 소식은 흔한 뉴스가 됐다. 올해만 해도, 지난 5월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설비실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황화수소 중독’을 의심했지만, 지금까지도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삼성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출신 이승환 씨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그는 2021년 10월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케이엠텍’에서 일했다. 케이엠텍은 삼성의 1차 하청 업체로 갤럭시 휴대전화 등을 조립하는 곳이다. 그는 이듬해 1월 영진전문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업무를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의 나이 스물한 살이었다. 승환 씨는 이후 7차례 항암 치료를 받았다. 올해 3월에는 조혈모세포 이식수술도 받았다. 통증으로 잠 못 드는 날이 늘었고, 이식 후 염증반응으로 온몸이 까맣게 변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4월 산재를 신청했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와 질병간의 인과관계는 피해노동자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 케이엠텍은 회사 내부 자료를 승환 씨에게 주려고 하지 않았다. 선우 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산재 신청을 하기에 앞서 회사에 작업환경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자료를 주지 않고,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내부 자료를 요청하라고 답했다.(관련기사 : <간이 녹아 사라진 ‘반도체 소년’… 회사는 “술 때문에”>) 현장실습생 F : “학교에서 이렇게 제대로 된 교육은 딱히 잘 못 받았던 것 같아요.”현장실습생 D : “얘기해줬을 수도 있는데 기억 안 나요.”현장실습생 C : “딱히 얘기해 준 게 없는 것 같아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3단체, <특성화고 학생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과 노동세계진입연구> 중) 현장실습을 앞둔 학생들을 상대로 한 노동안전 교육은 여전히 미흡하다. 일터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현장실습생 B : “바닥 미끄러우니 유리 조심하고, 뜨거운 거 조심하고… 그 정도밖에 없어요.”현장실습생 A : “그냥 몸에 안 좋다는 것만. 그래서 토시랑 마스크 끼라고. 그거 할 때는 꼭 마스크 끼라고 하죠.”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3단체, <특성화고 학생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과 노동세계진입연구> 중) 사회는 실습생에게 친절하지 않다. 선우 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위험하니까 조심하세요”라고 경고할 뿐이다.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 뭐. (…) 아니, 그 새끼들 공장 나갔던 것들이 다 처돌아와. 몇 달 더 버티라니까. 아유, 우리 반이 바닥 찍을 것 같아. 니는 괜찮지? 사고 안 쳤지? 소희야, 버텨야 된다이?”(영화 <다음 소희> 대사 중)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퇴사는 쉽지 않다. 직업계고 3학년 학생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 거의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법률상 의무는 없지만 관행처럼 굳어졌다. 심지어 현장실습 중 돌아오는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당장 저희 학교만 해도, 업체에서 불합리한 일을 겪은 학생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반성문을 쓰게 하고 징계를 주었습니다. 심지어 그 학생의 실습 기회는 가장 마지막에 주어졌습니다.”(김종하, 2017 인권논문 수상집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현실과 개선방향> 중) “선생님들은 현장실습 보냈다고 끝이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알아서 버티라고만 하고. 무책임해요. (실습 중에 학교로) 돌아오면 욕하고. (…) 선생님들이 안 좋아했어요. 실적이 떨어지니까.(면접참여자 D)”(김혜진 외 2인,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노동환경 및 노동세계 진입 실태> 중) 왜 현장실습생들은 안전하지 않은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을까. 현장실습제도는 산업체 인력 공급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박정희 정부는 1973년 직업계고 학생들에 대해 재학 중 현장실습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강제했다. 이후 여러 정권을 거치며 실습 기간은 2개월에서 1년까지 늘어났다. 실습생의 인권침해 문제와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자, 2006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제도에 제약이 생겼다. 수업 일수와 취업 보장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실습을 나갈 수 있게 된 것. 규제는 2년이 지나지 않아 풀렸다. 이명박 정부는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졸시대’의 포문을 열고자 했다. 그는 현장 중심 직업교육을 강조하며, 특성화고 취업률 목표를 60%로 잡았다. 취업률은 학교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때부터 학교의 취업률 경쟁은 시작됐다. 감사원은 2015년 고등학교 직업교육 활성화 분야에 관해 이렇게 지적했다. “일부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취업률을 높이고자 전공과 무관하거나 현장실습이 제한된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거나 현장실습 협약과 배치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등 현장실습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감사결과보고서-산업인력 양성 교육실책 추진 실태(2015)> 중)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2011년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 뇌출혈 사고 이후, 2012년 울산 금영ETS 공장 지붕 붕괴 사망사고, 2014년 울산 신항만 공사 작업선 전복 사망사고, CJ제일제당 진천공장 사망사건, 2016년 성남 토다이 사망사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2017년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사망사건, 제주 생수업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교육부는 2018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시도교육청 평가 기준에서 ‘직업계고 취업률’을 폐지한다는 대안이었다. 이어 조기취업 형태의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 폐지되고,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만 허용됐다. 취업 시기 역시 3학년 2학기가 종료된 겨울방학부터 가능했다. 다만, ‘현장실습 선도기업’인 경우, 3학년 2학기 수업 중 3분의 2 이상을 이수하면 취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실습 선도기업’은 현장실습을 운영하는 기업 중 교육청 심의를 통해 우수한 실습 여건을 갖추었다고 인정받은 기업이다. 이후에도 사건·사고는 이어졌다. 2021년 여수 요트 선착장 실습생 사망사고, 2024년 전주 페이퍼 사망사고로 현장실습생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선도기업’이라는 꼼수로 여전히 ‘값싼 노동력’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2월 ‘현장실습 제도’를 ILO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도제 제도나 직업훈련 참여 최저 연령은 16세인 것으로 보이며 현장실습생은 노동에 진입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초과하고 있다”며 “실습생에 대한 안전과 훈련 감독 부재의 상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장실습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8월 중등직업교육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제2의 마이스터고 붐’을 조성하겠다며, 첨단산업 중심 마이스터고를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정말 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집약적으로 사용되는 산업입니다. 새로운 공정과 새로운 물질이 끊임없이 사용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윤추구 논리가 안전보다 늘 우선돼 왔습니다. (…) 10대의 몸은 성인의 몸보다 유해물질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10대 후반부터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게 걱정될 수밖에 없죠.”(이종란 노무사, 2024. 10. 23.) 이종란 노무사는 고 황유미 씨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근무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발병한 것이다. 유미 씨는 산재를 신청한 지 7년 만에 인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역학조사가 실시됐다. 이때 반도체 산업노동자들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김선우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반도체 후공정 업체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1년 2개월 만에 급성 간염을 동반한 독성 간질환으로 간 이식을 받았다. 산재 신청 결과는 불승인. 행정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지, 그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장실습생으로 열아홉의 나이에 공장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2014년 CJ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 사망사건을 소재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는 책에 이렇게 썼다. “청소년 노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환경과 문화에서는 누구의 노동도 안전하지 못하다.” 오늘도 다음 소희, 다음 동준, 다음 선우가 공장으로 출근한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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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 멘 군인이 케이블타이로 결박… “계엄군 떠올라”
청년들이 국방부 후문 앞에 모였다. 그곳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검은 제복의 사내들. 소총을 메고 무장한 모습이었다. 삼엄한 경계 너머 외딴 섬 같은 건물이 서 있다. 청년들은 그날 보이지 않는 선을 넘을 작정이었다. 백륭(22, 남) 씨 등 네 명의 청년은 지난 4일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대통령에게 면담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발걸음을 떼자마자, 그들의 계획은 금세 좌절됐다. 양손이 뒤로 꺾이고 케이블타이에 묶인 채 경찰서로 끌려갔다. 청년들 중 가장 선두에서 달린 백 씨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군사경찰로 추정되는 사람이 총을 (몸) 앞으로 갖다 대면서 옆으로 확 쳤어요. 그러니까 옆에 주차돼 있던 차에 부딪혀서 앞으로 넘어졌어요. 그는 후문으로부터 약 70m 떨어진 곳에서 붙잡혔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얼굴이 뭉개졌다. 까만 제복에 검은 조끼를 입은 남자는 단숨에 백 씨의 등에 올라타 팔을 뒤로 꺾고, 머리와 등을 짓눌렀다.남자는 “왜 왔냐”며 윽박질렀다. “케이블타이 꺼내!”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 옆에 있던 소총을 멘 사내가 손목을 뒤로 고정했다. 케이블타이였다. 저항할수록 통증이 느껴졌다. 백 씨는 그때부터 구호를 외쳤다. “김건희를 특검하라! 거부권 남발 중단하라!”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눈앞에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내들이 달라붙었다. 장갑차 여러 대가 도착하더니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네 명의 사내들은 그를 일으켜 세워 후문을 빠져나갔다. “그때 양복 입은 사람들(경호원으로 추정)한테 저를 넘겼거든요. 그러면서 ‘테이저건 준비해. 얘(백 씨) 뒤로 뛰어가면 쏴라.’ 이런 식으로 지시하더라고요. 문을 통과하자 발길질이 쏟아졌다. 벽을 보고 무릎을 꿇고 있으라는 것. 위에서 체중으로 짓누르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쪼그려 앉았다. 양복 입은 남자들은 백 씨의 사지를 들어 스타렉스 승합차에 태웠다. 차 안에는 구한이(29, 여) 씨가 먼저 타고 있었다. 옷이 벗겨져 한쪽 팔에 걸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후문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제압됐다. 그를 붙잡고 끌고 가는 과정에서 구 씨는 속옷이 그대로 노출된 채 차에 태워졌다. 현장에는 지나가는 시민들, 군인, 경호원, 경찰들이 있었다. 윤겨레(20, 여) 씨는 진압 과정에서 다리에 멍이 들었다. 그 역시 무릎에 등이 눌리고, 머리가 바닥에 짓눌렸다. 말이 안 나올 정도의 무게였다. 윤 씨의 손목에도 케이블타이가 채워졌다. 이들은 그 상태로 용산경찰서로 끌려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24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이랑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 안 됐어요. 2년 반 동안 (거부권) 24번이라는 숫자가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면담 요청 하려고 간 거죠.” 이들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김건희특별검사법을 비롯한 3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24차례 거부권이 발동됐다. 지난달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조사기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법’에 65%가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지난 6월 여론조사꽃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62.1%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계획대로라면 면담요청서 전달하면서 면담하고 싶다 요구하는 거였죠. 그런데 몇 발 떼지도 못하고 붙잡혀서 바로 끌려간 거예요. 달렸다는 이유로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국방부 영내는 ‘경호구역’에 해당한다. 당시 국방부 후문은 서울경찰청 202경비단과 국방부 근무지원단 50군사경찰대 소속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케이블타이로 청년들의 손목을 결박한 건 군사경찰이었다. 이날의 진압에 대해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제압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졌는가.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던 이들은 총 4명. 각 서너 명의 병력들이 달라붙어 청년들을 끌어냈다. 현수막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친 것도 아니었다. 국방부 영내에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아스팔트에 얼굴이 짓눌리고, 팔이 뒤로 꺾이고, 손목이 케이블타이에 묶였다. 백 씨는 포박 과정에서 “계엄군이 떠오르기도 했다”며 분노했다. 최석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과정상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맨몸으로 들어가 아무 폭력행위도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물리적으로 제압한 상황이 의문스럽다”며, 특히 “어떠한 장구로 사람들을 무조건 묶어도 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둘째는 ‘케이블타이’가 군사경찰장비로 구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군사경찰장구가 명시돼 있다. 수갑, 포승, 경찰봉, 전자충격기, 전자충격총, 방패, 헬멧 등 보호장구 및 고무탄총까지. 여기에서 케이블타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과잉진압’ 논란을 피하려고 수갑 등의 장구가 아닌 케이블타이라는 ‘비공식 장구’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못 들어가게 제지를 할 수는 있는데, 수단이 과도했다는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본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장구들이 있을 텐데, 케이블타이로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죠.”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도 같은 지적이다. 그는 “케이블타이는 일할 때 사용되는 것이지 상식적으로 사람한테 쓰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후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 병력의 수가 (청년들보다) 더 많았을 텐데, 상식적이지 않은 도구로 사람을 묶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상식적인 도구로 사람을 묶은 사건. 몇 해 전 크게 이슈가 됐던 이른바 ‘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2021년 모로코 난민 A 씨는 외국인보호소에서 손발이 뒤로 묶인 채 독방에 갇혀 있었다. 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법령에 근거 없는 방식(‘새우꺾기’)의 보호장비 사용행위, 법령에 근거 없는 종류의 장비 사용 행위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A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월 “강제력을 행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로 케이블타이나 발목 수갑, 박스테이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법령에 근거가 없는 방식으로 장비를 사용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날 국가가 1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2년 헌법재판소도 “과도한 계구사용은 신체의 자유,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의 침해가 될 수 있다”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反)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계구(戒具)란 ‘피고인이나 죄인이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을 할 우려가 있을 때에 이를 억제하기 위하여 쓰는 기구’를 통틀어 말한다. “포승, 수갑 등을 사용한 신체의 결박은 자연스러운 거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불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종종 심리적 위축까지 수반하며 장시간 계속될 경우 심신에 고통을 주거나 나아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인간으로서의 품위에까지 손상을 줄 수도 있다.”(헌법재판소 2004헌마49 판결 2005. 5. 26. 일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진짜 갈 데까지 갔다, 이 정권은 정치적인 목소리 내는 국민들을 무차별하게 탄압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입틀막’은 윤석열 정부의 상징이 됐다. 강성희 당시 국회의원(진보당, 전주을)은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막힌 채 들려 나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생 신민기 씨도 지난 2월 학위 수여식에서 R&D(연구개발) 예산 관련 구호를 외치다가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지난해 대통령 경호처가 용산어린이정원에 일부 시민의 출입을 제한하고, 압수수색에 가까운 과도한 소지품 검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관련기사 : <대통령경호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우리가 요청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단체는 오늘(17일)로 27일째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백 씨는 “윤석열 정권이 위기를 느끼고 대학생들의 목소리까지 틀어막은 게 아니냐”며,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때까지 농성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8일, “경계 근무자가 폭력을 가했다는 대학생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케이블타이 사용 근거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 역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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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빈 구조비 소송 2심 완패… “7천만원 전액 갚아라” [대한민국 '생존비' 청구소송 6화]
구조비용의 책임을 두고 대한민국 정부에게 소송을 당한 ‘김홍빈 원정대’가 2심에서도 ‘완패’했다. 2심 법원도 원고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다. 김홍빈 대장을 구조하는 데 든 비용 전체(약 6800만 원)를 광주광역시산악연맹과 원정대가 갚아야 한다고 봤다.‘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고(故) 김홍빈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봉우리를 세계 최초로 모두 등정한 장애 산악인이다. 2021년 7월 19일, 김 대장은 히말라야 14좌 중 마지막인 브로드피크(8047m) 등반을 성공한 후 하산하던 중 실종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 제12-1부(재판장 성지호)는 24일 오후 2시 “피고 광주광역시산악연맹은 (원고가 청구한 구조비용) 6813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중 피고 ‘김홍빈 원정대’ 소속 5명은 각 300만 원을 지불하라고 판단했다.원고 대한민국은 지난 2022년 5월 31일 광주광역시산악연맹과 대원 3명, 촬영감독 2명 총 6명(광주광역시산악연맹 포함)을 상대로 약 6800만 원의 구조비용 청구 소송을 걸었다. 최초의 기록을 만들고 하산하던 도중 실종된 김 대장을 수색하고, 원정대를 구조하는 데 든 헬기비용을 내놓으라는 것.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21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소관청은 외교부, 법률상 대표자는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다.(관련기사 : <‘산악영웅’ 잃은 원정대에 윤석열 정부는 소송을 걸었다>)1심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류일건)은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산악연맹은 구조비용 전부(약 2500만 원)를, 대원 5명은 구조비용 일부(총 1076만 원)를 연대하여 납부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원고 대한민국은 끝까지 비정했다. 외교부는 1심 법원의 판결대로 약 3600만 원을 돌려받는 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구조비용 약 6800만 원을 전부 받아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7월 다시 항소했다.2심 재판부는 지난 7월 피고 김홍빈 원정대 측이 원고 대한민국에 구조비용의 60%를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하는 화해권고결정을 했다. 법원이 제시한 60%는 약 4080만 원으로, 1심에서 인정된 금액(약 3600만 원)보다 약 480만 원 많다.하지만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은 무산됐다. 원고 대한민국과 피고 김홍빈 원정대 간 합의가 결렬됐기 때문.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판결로 구조비용 납부의 책임을 결정했다.김홍빈 원정대를 향한 정부의 소송은 계속해서 논란이 돼왔다.국가가, 개인이 성취한 명예는 나눠갖기를 원하면서 구조비용은 개인에게 모두 짐 지우겠다며 소송을 건 것은 과도한 대응이란 비판이 일었다. 김홍빈 대장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주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위패를 모신 것도 대한민국 정부였다. 김 대장은 국위선양을 인정받아 ‘2021 대한민국 스포츠영웅’(대한체육회 선정)으로 헌액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구조헬기 띄운 비용을 내놓으라’고 하니까, 한국 정부는 (김홍빈 원정대에) 구상권 청구를 하고… 매우 지혜롭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2024. 7. 1. 문현철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인터뷰) 진실탐사그룹 셜록 보도 이후, 일명 ‘김홍빈 대장법’도 발의됐다.지난 6월 민형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구을)은 국민이 국위선양을 하다가 해외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국가의 비용 부담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단법인 ‘김홍빈과 희망만들기’ 감사 출신인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관련기사 : <국민 위급한데 대사관은 ‘돈 계산’… ‘김홍빈법’ 나온 이유>)김홍빈 원정대를 둘러싼 구조비용 소송은 여기서 끝날까. 원고 대한민국의 상고 여부는 판결서 송달로부터 2주 이내에 결정될 예정이다.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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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캠페인에 쓴 ‘강아지 도안’, 김건희 뜻이었다
내부 결론은 ‘무혐의’였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최근 이런 결론을 내렸다. 현행법상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법적으로 영부인은 공직자로 볼 수 없기에 처벌하지 못한다는 소리. 하지만 공직자도 아닌 영부인이 정부 예산을 쓰는 정책 사업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면? 명품가방을 받을 때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고, 환경부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는 또 민간인이 아닌 영부인이 되는 건가. 지난 6월 10일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씨. 그의 손에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에코백이 들려 있었다. ‘바이바이 플라스틱 백(Bye Bye Plastic bags)’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던 에코백. ‘바이바이플라스틱(Bye Bye Plastic)’은 지난해 6월 환경부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한 캠페인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 에코백에 그려진 강아지 도안이 영부인 김건희 씨의 뜻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셜록의 질의에 “(김건희) 여사가 강아지 도안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답변했다. 환경부의 강아지 도안 제작은 기획안 한 장도 없이 진행됐다. 이 강아지는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퍼스트 도그 ‘새롬이’를 빼닮았다. ‘새롬이’는 은퇴 안내견으로 2022년 12월 윤 대통령 부부에게 입양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시작한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을, 8월부터 범국민 실천 운동으로 확대했다. 17개 광역 지자체에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티셔츠를 18장씩 나눠주며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부된 티셔츠는 캠페인 취지를 살린 폐페트병 소재 티셔츠가 아닌 일반 면 소재 티셔츠였다. 셜록은 지자체별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결과보고서를 확인했다. 한 지자체가 올린 결과보고서는 6쪽의 분량을 오직 사진 11장으로만 채웠다. 사무실 내 다회용 컵 사용 사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업소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사진 등을 중복해서 보여줄 뿐이었다. 심지어 해당 지자체는 다회용기 업소 이용을 인증한다면서, 중국음식점에서 탕수육과 군만두를 먹는 사진을 첨부해 놓았다. 사진에는 술이 채워진 소줏잔도 함께 등장했다. 다른 지자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지자체의 담당자는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티셔츠 근황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티셔츠 20벌 정도가 (환경부로부터) 내려왔습니다. 그거(티셔츠)를 시장님이 입어도 되고 안 입어도 되고 그런 부분도 있지만은 우리 시장님은 안 입으시더라고요. (…) (티셔츠가) 그대로 있습니다 박스 안에.”(2024. 7. 2. 전화 인터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환경부의 정책 캠페인.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거기에 ‘강아지 도안’을 그려넣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된 캠페인은 어이없는 ‘중국집 인증샷’만을 남겼다. 결국 ‘또’ 대통령 부부의 자화자찬식 자기 홍보에 국가의 예산이 쓰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사건이 작년에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윤 대통령 부부 모습이 담긴 색칠놀이 도안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대통령 우상화 교육’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실을 SNS에 최초로 공개한 시민단체 대표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를 당하며 논란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커졌다.(관련기사 :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들, 용산정원 출입금지 당했다>) 이때 ‘색칠놀이’에 사용된 도안이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도안과도 연결된다. 논란이 됐던 색칠놀이 도안은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12월 안내견 학교에서 리트리버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입양했다.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티셔츠에 도안으로 활용된 강아지와 꼭 닮았다. 강아지 도안뿐만 아니라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의 출발 자체가 김건희 씨의 뜻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환경부가 국내에서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을 시작한 시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청년 환경운동가 위즌 자매를 만났다. 그들은 청소년 시절 환경단체 ‘바이바이 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을 설립해 발리에서 비닐봉지를 없애는 운동을 펼쳐왔다. 위즌 자매의 노력 끝에, 현재 발리에서는 비닐봉지와 빨대, 스티로폼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당시 위즌 자매는 재활용 소재로 가방 및 패션 소품 등을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영부인 김건희 씨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7개월 후, 환경부는 유엔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에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출범식을 개최했다. 출범식 날도 영부인 김건희 씨가 등장했다. 김건희 씨는 대학교 환경동아리 대학생들과 함께 폐페트병을 활용해 제작한 티셔츠를 입었다. 퍼스트 도그 ‘새롬이’를 빼닮은 강아지가 티셔츠에 그려져 있었다. 이날 퍼스트 도그 ‘새롬이’도 김건희 씨와 함께 자리했다. 공무원 해외 출장 내역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https://btis.mpm.go.kr)을 살펴봤다. 하지만 출범식이 열린 2023년 6월을 기준으로 1년 안에, 환경부 공무원들이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다녀온 기록은 없었다. 김건희 씨는 해외순방 등 공적 활동 당시 바이바이플라스틱 에코백과 티셔츠를 여러 차례 활용하며, 친환경적 이미지를 홍보했다. 김건희 씨는 강릉 경포해변 정화 활동(2023. 7. 3.) 때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같은 날 김건희 씨는 이 티셔츠를 입은 채 강릉 중앙·성남시장도 방문했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났을 때(2023. 7. 7.)도 김건희 씨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에코백을 들고 등장했다. 이날도 역시 퍼스트 도그 ‘새롬이’가 함께 자리했다. 영부인 김건희 씨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티셔츠를 제인 구달 박사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용산어린이정원 내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에는 이날 찍은 제인 구달 박사와 김건희 씨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관련기사 : <마당엔 윤석열 실내엔 김건희… 1년만에 가본 용산정원>)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길(2023. 7. 10.)에서도 김건희 씨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에코백을 들고 나타났다. 폴란드 대통령 배우자와 친교 만남(2023. 7. 13.)에서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에코백을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셜록은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예산 내역을 알아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시만안구,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을 받았다. 환경부가 강득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출범식 및 실천운동 홍보물은 자원순환정책 통합 홍보 사업을 통해 추진됐다. 2023년 자원순환정책 광고‧홍보 대행 예산은 약 5억 4천만 원. 이중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홍보를 위한 15편의 TV 광고 및 유튜브 영상 제작(1억 8887만 원) 등에 총 2억 8000만 원가량이 사용됐다. 특히, 캠페인 출범식(2023. 6. 5.)에 사용된 비용은 약 9660만 원. 캠페인 출범식용 티셔츠 구매 비용만 약 700만 원을 썼다. 티셔츠 한 장에 4만 1500원꼴. 환경부는 ‘블랙야크’에서 폐페트병을 활용해 만들어진 티셔츠 175장을 구매해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용 티셔츠를 제작했다. 환경부는 강아지 도안 티셔츠 제작 경위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BBPB(Bye Bye Plastic Bags) 캠페인에서 영감을 얻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친근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제작했다”고 밝히면서도, “(강아지 도안 티셔츠 제작을 위한) 별도 기획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셜록은 바이바이플라스틱 티셔츠의 강아지 도안이 퍼스트 도그 ‘새롬이’를 모티브로 제작된 건지 환경부에 추가로 질의했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평소 환경 문제와 동물복지 등에 관심이 많은 (김건희) 여사가 강아지 도안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전문작가의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되었으며, 도안은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되었으므로 지출된 예산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환경부는 강아지 도안이 영부인 김건희 씨의 뜻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이희호 여사, 김윤옥 여사, 김정숙 여사 등 역대 영부인들과 심지어 미쉘 오바마, 펑리위안 등 해외 영부인들의 활동을 함께 언급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강득구 의원은 “환경부의 바이바이 플라스틱 사업은 김건희 여사가 국정에 관여한 증거”라며 “김 여사가 대통령실을 통해 정부 정책사업에 실제로 개입했음에도 명품백 수수가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것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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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그림’ 구속영장 치던 그 시절… 윤석열 풍자 가수도? [우상의 정원 18화]
풍자와 패러디는 그에겐 빼놓을 수 없는 도구였다. “이번에 KTV가 저작권법으로 고소했지만, 사실…. 건희야(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네가 한 거잖아. 직접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맞다이(맞상대) 떠야지. 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 풍자 노래를 만들었다가 고소당한 가수 백자(본명 백재길, 52세)는 이번엔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패러디했다. 지난 1일, KTV 고소 규탄 기자회견 중 나온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정책방송원(KTV)은 지난 3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가수 백자를 형사고소했다. 대통령실이 올해 설 명절 메시지로 가수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백자가 “탄핵이 필요한 거죠”로 개사해 부른 걸 문제 삼았다.(관련기사 : “풍자 유튜버 고소? 명품백 받은 죄인부터 잡아가라”) 백자가 유튜브 계정 ‘가수 백자tv’에 올린 풍자 영상은 KTV의 신고로 게시 3일 만에 삭제됐다. 이번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 대통령 부부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저작물 무단 이용을 문제 삼는 거지만, 사실 뒤에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보기 때문.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를 해서 저를 괴롭힐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별건으로 또 다른 (형사 사건이) 들어올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제가 활동했던 다른 건을 갖고 국가보안법 문제를 건다거나… 윤석열 정부에선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2024. 7. 16. 백자 인터뷰)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KTV 민간인 고소 사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있었던 한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2010년 ‘G20 쥐 그림 사건’이다. 그해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서울 곳곳에는 회의 개최를 알리는 포스터가 부착됐다. 2010년 10월 31일 자정. 대학강사 박정수 씨는 그날 분필 대신 스프레이를 잡았다.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 틀을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렸다. G20 포스터에는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청사초롱이 그려져 있었다. 박 씨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포스터 오른쪽 편에 쥐 그림을 그려 넣었다. 마치 쥐가 청사초롱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박 씨와 일행들은 서울 곳곳에서 22개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경찰에 붙잡혔다. 훈방 조치 정도로 끝날 법한 ‘낙서’ 사건. 하지만 수사기관은 오히려 사건을 키웠다. ‘공안 검사’를 등장시켰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가 사건을 맡았다. ‘불순한 의도’를 밝히겠다는 취지였다. 수사기관이 주목한 건, 이들이 그린 동물이 토끼나 호랑이가 아닌 ‘쥐’라는 점이었다. 쥐 그림이 누군가를 연상시킨다는 것. 바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다. 해프닝에 가까운 풍자 낙서가 무려 ‘공안사건’으로 비화된 상황. 당시 박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의 입장을 이렇게 항변했다. “쥐라고 하는 형상에는 꼭 그렇게 단순하게 특정인만 결부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 사회의 거대한 권세라든가 많은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나 탐욕이나 우리의 건강한 시민의식을 갉아먹는 그런 어떤 병균을 옮기는 그런 모든 사람들, 어떤 영혼의 상징적 표현이다. (…) 제 등 뒤에서 등을 떠민 배후를 묻는다면 이 시대의 무거운 공기가 아닐까 생각한다.”(2010. 11. 17.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인터뷰 중) 강제수사도 동원했다. 서울남대문경찰서는 박 씨와 동료를 긴급체포했다. 그리고 공동손괴 혐의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기관은 박 씨 주변부까지 수사망(?)을 넓혔다. 배후세력을 찾겠다는 거였다. 그가 학술연구모임인 ‘수유+너머’ 회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검경은 쥐 그림을 그렸거나 지켜봤던 회원 5명 전원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결국 박 씨는 유죄를 확정받았다. 2011년 1심 법원은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벌금 200만 원의 원심이 확정됐다. “이 사건 공용물건을 훼손한 범죄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피고인 박 씨가 G20 행사를 방해할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 방법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해학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예술적 표현의 일종으로도 보여질 수도 있는 점 (…)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해 벌금형을 선택하여 판결한다.”(1심 판결문 양형이유)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서 ‘G20 쥐 그림’ 사건이 떠오른 건 이 때문이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해프닝에 가까운 사건에, 수사기관은 온 힘을 다해 강제수사란 칼날을 휘두르고, 결국 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낸 전력이 있어서다. 가수 백자의 법률대리인 김종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두 사건의 유사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쥐 그림’ 사건을 피상적으로 접하신 분들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생각하실 수가 있는데, 공용물건 손상죄로 유죄 판결이 난 것입니다.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서도 대통령실이나 KTV가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걸고 싶었겠죠. 하지만 (해당 혐의로는) 유죄가 안 나올 것 같으니까, 저작권법이라는 걸 이용해서 (민간인을) 고소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쥐 그림’ 사건과 동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2024. 8. 1. 기자회견) 윤홍기 사단법인 오픈넷 연구원도 “이번 KTV의 민간인 고소는 대통령의 심기 경호와 정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시민들을 형사 절차로 겁박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풍자물에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이제는 공공기관이 나서서 일단 저작권 침해를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TV는 가수 백자를 고소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 유튜버 ‘건진사이다’ 채널을 운영하는 ‘조장’ 이필승(가명)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조장 이 씨는 주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공적 활동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어왔다.(관련기사 : 김건희 저격 고소당한 유튜버 “채널 폐쇄 목적 확실”) KTV가 민간인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한 건, 2007년 설립 이래 이때가 처음이다. 사건을 담당한 수서경찰서는 피의자 조사 일주일 만에 이 씨를 검찰로 송치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받고 사건이 빛의 속도로 넘어가더라고요.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검찰이 (피의자가) 유튜버들이니까 괘씸하게 보고, ‘범죄 혐의가 악의적이고 재범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가족들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2024. 7. 15. 건진사이다 인터뷰) 이 씨에 대한 KTV의 형사고소를 대리한 법률대리인이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라는 사실도 ‘숨은 의도’에 대한 의심에 힘을 더한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현재 영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백자 역시 스스로 같은 절차를 밝을 거라 예상한다. “검찰도 여론이 부담스러우니 (기소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일단 압수수색을 같은 걸 해서 대통령 부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겠습니까. ‘괴롭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여사님의 뜻을 따라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2024. 7. 16. 백자 인터뷰) 셜록은 KTV에 반론을 요청했다. KTV는 지난달 22일 “‘가수 백자tv’와 ‘건진사이다’ 채널은 KTV의 저작물의 무단사용 외 개·변조의 정도가 심하고 악의적으로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등을 침해해 저작권법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추가 질의는 이메일로 이어졌다. KTV는 가수 백자 형사고소 사건에서 선임한 법률대리인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KTV는 착수금 495만 원에 법무법인 동백과 위임계약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동백은 언론사 뉴스토마토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민사소송에서도 원고 KTV를 대리하고 있다. KTV는 정부법무공단을 선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법무공단은 국가로펌으로 다양한 유형의 국가소송을 하기 때문에 수임제안을 하였으나 업무분야에 ‘형사고소’는 수임하지 않아 계약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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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 되어가는 윤석열 정부, 이대로 괜찮을까요?💭
살다 보면 가끔 뭔가 싸한 감각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에어컨을 안 끄고 외출한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등이 그렇죠. 사회 문제나 이슈에 대해서도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불편한 감각에 대해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들 때는 보통 안도를 하게 되는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최근 우연히 틀어 둔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나만 저 소식이 뜬금없다고 느껴지나?’ 그리고 생각보다 진심이었던 것처럼 진행되는 사업 이야기에 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곳곳에 펼쳐진 수많은 문제를 내버려둔 채 갑자기 석유 시추라니요? 대통령님? 저기요?🤨 尹 "동해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커…시추계획 승인" (연합뉴스 24.06.03) 긴급 국정 브리핑과 대통령의 발언에 마치 깜짝 파티에 초대된 듯 모두가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여러 정치인이 우려 섞인 의견을 줄줄이 내놓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이 이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니냐며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된다는 게 그리 싫나”라고 핀잔을 줬는데요. 뉴스에서 그 음성을 들은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그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답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 “신뢰도 21%인 윤 대통령의 석유 시추 브리핑은 의심만 샀다”, “탐사 시추 지시가 발표 당일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련 주식이 불기둥처럼 올랐는데 갑작스러운 발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추적할 것”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가장 황당한 부분은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엄청난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산업통상자원부도 잘 몰랐다는 점과 외국 ‘1인 기업’의 보고서만 믿고 투자를 하려 한다는 점”, “이런 식의 국정 운영은 정말 이해가 안 되고 처음 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희소식 앞에 민주당은 유독 재 뿌리기에 바쁜 것 같다”, “민생과 국익 앞에서도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는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되는 것이 그리 싫은가”,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400조 원이 넘는 돈을 풀었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도 없다. 이번 사업은 시추 비용에 약 5,000억 원 정도 소요되는데 비난하는 게 맞나” “野, 대한민국이 산유국 되는 게 그리 싫나”…尹 옹호 나선 與 (시사저널 24.06.07) <아마겟돈>이라는 영화에는 갑자기 지구로 날아오고 있는 운석을 처리하기 위해 급하게 우주로 나서게 되는 석유 시추 기술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땅속 깊숙하게 드릴을 박아 넣는 기술을 운석에 적용해서, 운석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 폭탄을 설치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죠. 바다 위에서 석유를 파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구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 이슈는 저에게 이 영화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정부의 발표라고 하면 쉽게 믿기 어려운 것이 저의 현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슬프게도, 다른 사람들도 저와 비슷하게 느낀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한 대통령에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윤 대통령 발표 ‘신뢰 안 해’ 60% ‘신뢰한다’ 28% (경향신문 24.06.14)  어쨌든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과 관련한 이슈는 세상에 던져졌고, 뒤를 이어 들리는 소식마다 주식시장을 크게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뒤 석유 관련 주식들이 며칠 동안 폭등했고, 석연치 않게도 이 타이밍에 한국가스공사 임원들이 관련 주식 보유분을 전량 매도하는 등의 일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파동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계속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천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산자원부의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석유·가스전 개발은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천공 유튜브, '동해 석유·가스 매장' 발표 2주 전 "산유국 안 될 것 같나" (미디어스 24.06.03)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만한 세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실히 납부한 세금이 헛되이 쓰인다고 하면 달가워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텐데요. 만약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석유 사업을 시작했으나 정부가 이야기한 것만큼의 경제적 효과나 이익이 없을 경우가 발생하면 그 손실은 어느 누가 감히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런 신중함이 느껴지지 않는 언행에 논란과 불신을 부추기는듯한 정부 관료들의 행태가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오늘 이 뉴스] 尹 발표로 가스공사 주가 뛰자 공사 임원들 '우르르' 팔았다 (2024.06.12/MBC뉴스) 예전에 읽은 책 한권이 떠올랐습니다. 동화를 다른 맥락으로 읽어주는 책이었는데요. 양치기소년이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놀다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양이 모두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가 있죠. 잘 알려진 교훈은 ‘거짓말을 하지 말자’입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고 나서도 그를 그저 무시하기를 택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사회 시스템에 비추어보면 양치기소년의 역할은 위험을 감지하고 알리는 것인데, 이 기능이 잘못 작동하는 것을 공동체 구성원이 알면서 방치한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석유공사에 ‘당한’ 윤 대통령…국정브리핑 한 번으로 끝내라 (한겨레 24.06.26)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보다 기본적인 신뢰 체계가 무너지는 것에 집중해서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양치기소년에게 어떤 훈계가 필요할지 조금은 가닥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그 동화에서 가장 딱한 부분은 양들은 아무 죄없이 잡아먹히고, 영문도 모르는 채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양치기소년이 거짓말놀이를 하면서 도움받을 곳이 사라지고, 어떤 의사도 밝히지 못하고 먹잇감이 된 양들이 제일 불쌍합니다. 저와 가장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더 감정이 이입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양들의 안전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양치기소년과,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정부 관료들이 그려집니다. 기껏 마련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만 아무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이,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죄 없는 어린양들은 위험에 노출되는 이 상황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요.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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