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환경부 캠페인에 쓴 ‘강아지 도안’, 김건희 뜻이었다
내부 결론은 ‘무혐의’였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최근 이런 결론을 내렸다. 현행법상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법적으로 영부인은 공직자로 볼 수 없기에 처벌하지 못한다는 소리. 하지만 공직자도 아닌 영부인이 정부 예산을 쓰는 정책 사업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면? 명품가방을 받을 때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고, 환경부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는 또 민간인이 아닌 영부인이 되는 건가. 지난 6월 10일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씨. 그의 손에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에코백이 들려 있었다. ‘바이바이 플라스틱 백(Bye Bye Plastic bags)’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던 에코백. ‘바이바이플라스틱(Bye Bye Plastic)’은 지난해 6월 환경부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한 캠페인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 에코백에 그려진 강아지 도안이 영부인 김건희 씨의 뜻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셜록의 질의에 “(김건희) 여사가 강아지 도안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답변했다. 환경부의 강아지 도안 제작은 기획안 한 장도 없이 진행됐다. 이 강아지는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퍼스트 도그 ‘새롬이’를 빼닮았다. ‘새롬이’는 은퇴 안내견으로 2022년 12월 윤 대통령 부부에게 입양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시작한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을, 8월부터 범국민 실천 운동으로 확대했다. 17개 광역 지자체에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티셔츠를 18장씩 나눠주며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부된 티셔츠는 캠페인 취지를 살린 폐페트병 소재 티셔츠가 아닌 일반 면 소재 티셔츠였다. 셜록은 지자체별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결과보고서를 확인했다. 한 지자체가 올린 결과보고서는 6쪽의 분량을 오직 사진 11장으로만 채웠다. 사무실 내 다회용 컵 사용 사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업소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사진 등을 중복해서 보여줄 뿐이었다. 심지어 해당 지자체는 다회용기 업소 이용을 인증한다면서, 중국음식점에서 탕수육과 군만두를 먹는 사진을 첨부해 놓았다. 사진에는 술이 채워진 소줏잔도 함께 등장했다. 다른 지자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지자체의 담당자는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티셔츠 근황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티셔츠 20벌 정도가 (환경부로부터) 내려왔습니다. 그거(티셔츠)를 시장님이 입어도 되고 안 입어도 되고 그런 부분도 있지만은 우리 시장님은 안 입으시더라고요. (…) (티셔츠가) 그대로 있습니다 박스 안에.”(2024. 7. 2. 전화 인터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환경부의 정책 캠페인.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거기에 ‘강아지 도안’을 그려넣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된 캠페인은 어이없는 ‘중국집 인증샷’만을 남겼다. 결국 ‘또’ 대통령 부부의 자화자찬식 자기 홍보에 국가의 예산이 쓰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사건이 작년에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윤 대통령 부부 모습이 담긴 색칠놀이 도안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대통령 우상화 교육’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실을 SNS에 최초로 공개한 시민단체 대표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를 당하며 논란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커졌다.(관련기사 :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들, 용산정원 출입금지 당했다>) 이때 ‘색칠놀이’에 사용된 도안이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도안과도 연결된다. 논란이 됐던 색칠놀이 도안은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12월 안내견 학교에서 리트리버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입양했다.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티셔츠에 도안으로 활용된 강아지와 꼭 닮았다. 강아지 도안뿐만 아니라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의 출발 자체가 김건희 씨의 뜻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환경부가 국내에서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을 시작한 시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청년 환경운동가 위즌 자매를 만났다. 그들은 청소년 시절 환경단체 ‘바이바이 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을 설립해 발리에서 비닐봉지를 없애는 운동을 펼쳐왔다. 위즌 자매의 노력 끝에, 현재 발리에서는 비닐봉지와 빨대, 스티로폼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당시 위즌 자매는 재활용 소재로 가방 및 패션 소품 등을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영부인 김건희 씨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7개월 후, 환경부는 유엔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에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출범식을 개최했다. 출범식 날도 영부인 김건희 씨가 등장했다. 김건희 씨는 대학교 환경동아리 대학생들과 함께 폐페트병을 활용해 제작한 티셔츠를 입었다. 퍼스트 도그 ‘새롬이’를 빼닮은 강아지가 티셔츠에 그려져 있었다. 이날 퍼스트 도그 ‘새롬이’도 김건희 씨와 함께 자리했다. 공무원 해외 출장 내역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https://btis.mpm.go.kr)을 살펴봤다. 하지만 출범식이 열린 2023년 6월을 기준으로 1년 안에, 환경부 공무원들이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다녀온 기록은 없었다. 김건희 씨는 해외순방 등 공적 활동 당시 바이바이플라스틱 에코백과 티셔츠를 여러 차례 활용하며, 친환경적 이미지를 홍보했다. 김건희 씨는 강릉 경포해변 정화 활동(2023. 7. 3.) 때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같은 날 김건희 씨는 이 티셔츠를 입은 채 강릉 중앙·성남시장도 방문했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났을 때(2023. 7. 7.)도 김건희 씨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에코백을 들고 등장했다. 이날도 역시 퍼스트 도그 ‘새롬이’가 함께 자리했다. 영부인 김건희 씨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티셔츠를 제인 구달 박사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용산어린이정원 내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에는 이날 찍은 제인 구달 박사와 김건희 씨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관련기사 : <마당엔 윤석열 실내엔 김건희… 1년만에 가본 용산정원>)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길(2023. 7. 10.)에서도 김건희 씨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에코백을 들고 나타났다. 폴란드 대통령 배우자와 친교 만남(2023. 7. 13.)에서는 강아지 도안이 그려진 에코백을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셜록은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예산 내역을 알아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시만안구,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을 받았다. 환경부가 강득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출범식 및 실천운동 홍보물은 자원순환정책 통합 홍보 사업을 통해 추진됐다. 2023년 자원순환정책 광고‧홍보 대행 예산은 약 5억 4천만 원. 이중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 홍보를 위한 15편의 TV 광고 및 유튜브 영상 제작(1억 8887만 원) 등에 총 2억 8000만 원가량이 사용됐다. 특히, 캠페인 출범식(2023. 6. 5.)에 사용된 비용은 약 9660만 원. 캠페인 출범식용 티셔츠 구매 비용만 약 700만 원을 썼다. 티셔츠 한 장에 4만 1500원꼴. 환경부는 ‘블랙야크’에서 폐페트병을 활용해 만들어진 티셔츠 175장을 구매해 바이바이플라스틱 캠페인용 티셔츠를 제작했다. 환경부는 강아지 도안 티셔츠 제작 경위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BBPB(Bye Bye Plastic Bags) 캠페인에서 영감을 얻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친근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제작했다”고 밝히면서도, “(강아지 도안 티셔츠 제작을 위한) 별도 기획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셜록은 바이바이플라스틱 티셔츠의 강아지 도안이 퍼스트 도그 ‘새롬이’를 모티브로 제작된 건지 환경부에 추가로 질의했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평소 환경 문제와 동물복지 등에 관심이 많은 (김건희) 여사가 강아지 도안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전문작가의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되었으며, 도안은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되었으므로 지출된 예산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환경부는 강아지 도안이 영부인 김건희 씨의 뜻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이희호 여사, 김윤옥 여사, 김정숙 여사 등 역대 영부인들과 심지어 미쉘 오바마, 펑리위안 등 해외 영부인들의 활동을 함께 언급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강득구 의원은 “환경부의 바이바이 플라스틱 사업은 김건희 여사가 국정에 관여한 증거”라며 “김 여사가 대통령실을 통해 정부 정책사업에 실제로 개입했음에도 명품백 수수가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것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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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그림’ 구속영장 치던 그 시절… 윤석열 풍자 가수도? [우상의 정원 18화]
풍자와 패러디는 그에겐 빼놓을 수 없는 도구였다. “이번에 KTV가 저작권법으로 고소했지만, 사실…. 건희야(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네가 한 거잖아. 직접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맞다이(맞상대) 떠야지. 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 풍자 노래를 만들었다가 고소당한 가수 백자(본명 백재길, 52세)는 이번엔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패러디했다. 지난 1일, KTV 고소 규탄 기자회견 중 나온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정책방송원(KTV)은 지난 3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가수 백자를 형사고소했다. 대통령실이 올해 설 명절 메시지로 가수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백자가 “탄핵이 필요한 거죠”로 개사해 부른 걸 문제 삼았다.(관련기사 : “풍자 유튜버 고소? 명품백 받은 죄인부터 잡아가라”) 백자가 유튜브 계정 ‘가수 백자tv’에 올린 풍자 영상은 KTV의 신고로 게시 3일 만에 삭제됐다. 이번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 대통령 부부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저작물 무단 이용을 문제 삼는 거지만, 사실 뒤에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보기 때문.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를 해서 저를 괴롭힐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별건으로 또 다른 (형사 사건이) 들어올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제가 활동했던 다른 건을 갖고 국가보안법 문제를 건다거나… 윤석열 정부에선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2024. 7. 16. 백자 인터뷰)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KTV 민간인 고소 사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있었던 한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2010년 ‘G20 쥐 그림 사건’이다. 그해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서울 곳곳에는 회의 개최를 알리는 포스터가 부착됐다. 2010년 10월 31일 자정. 대학강사 박정수 씨는 그날 분필 대신 스프레이를 잡았다.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 틀을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렸다. G20 포스터에는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청사초롱이 그려져 있었다. 박 씨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포스터 오른쪽 편에 쥐 그림을 그려 넣었다. 마치 쥐가 청사초롱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박 씨와 일행들은 서울 곳곳에서 22개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경찰에 붙잡혔다. 훈방 조치 정도로 끝날 법한 ‘낙서’ 사건. 하지만 수사기관은 오히려 사건을 키웠다. ‘공안 검사’를 등장시켰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가 사건을 맡았다. ‘불순한 의도’를 밝히겠다는 취지였다. 수사기관이 주목한 건, 이들이 그린 동물이 토끼나 호랑이가 아닌 ‘쥐’라는 점이었다. 쥐 그림이 누군가를 연상시킨다는 것. 바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다. 해프닝에 가까운 풍자 낙서가 무려 ‘공안사건’으로 비화된 상황. 당시 박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의 입장을 이렇게 항변했다. “쥐라고 하는 형상에는 꼭 그렇게 단순하게 특정인만 결부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 사회의 거대한 권세라든가 많은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나 탐욕이나 우리의 건강한 시민의식을 갉아먹는 그런 어떤 병균을 옮기는 그런 모든 사람들, 어떤 영혼의 상징적 표현이다. (…) 제 등 뒤에서 등을 떠민 배후를 묻는다면 이 시대의 무거운 공기가 아닐까 생각한다.”(2010. 11. 17.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인터뷰 중) 강제수사도 동원했다. 서울남대문경찰서는 박 씨와 동료를 긴급체포했다. 그리고 공동손괴 혐의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기관은 박 씨 주변부까지 수사망(?)을 넓혔다. 배후세력을 찾겠다는 거였다. 그가 학술연구모임인 ‘수유+너머’ 회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검경은 쥐 그림을 그렸거나 지켜봤던 회원 5명 전원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결국 박 씨는 유죄를 확정받았다. 2011년 1심 법원은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벌금 200만 원의 원심이 확정됐다. “이 사건 공용물건을 훼손한 범죄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피고인 박 씨가 G20 행사를 방해할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 방법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해학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예술적 표현의 일종으로도 보여질 수도 있는 점 (…)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해 벌금형을 선택하여 판결한다.”(1심 판결문 양형이유)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서 ‘G20 쥐 그림’ 사건이 떠오른 건 이 때문이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해프닝에 가까운 사건에, 수사기관은 온 힘을 다해 강제수사란 칼날을 휘두르고, 결국 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낸 전력이 있어서다. 가수 백자의 법률대리인 김종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두 사건의 유사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쥐 그림’ 사건을 피상적으로 접하신 분들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생각하실 수가 있는데, 공용물건 손상죄로 유죄 판결이 난 것입니다. KTV (민간인 고소) 사건에서도 대통령실이나 KTV가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걸고 싶었겠죠. 하지만 (해당 혐의로는) 유죄가 안 나올 것 같으니까, 저작권법이라는 걸 이용해서 (민간인을) 고소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쥐 그림’ 사건과 동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2024. 8. 1. 기자회견) 윤홍기 사단법인 오픈넷 연구원도 “이번 KTV의 민간인 고소는 대통령의 심기 경호와 정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시민들을 형사 절차로 겁박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풍자물에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이제는 공공기관이 나서서 일단 저작권 침해를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TV는 가수 백자를 고소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 유튜버 ‘건진사이다’ 채널을 운영하는 ‘조장’ 이필승(가명)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조장 이 씨는 주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공적 활동 영상을 활용해 풍자 영상을 만들어왔다.(관련기사 : 김건희 저격 고소당한 유튜버 “채널 폐쇄 목적 확실”) KTV가 민간인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한 건, 2007년 설립 이래 이때가 처음이다. 사건을 담당한 수서경찰서는 피의자 조사 일주일 만에 이 씨를 검찰로 송치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받고 사건이 빛의 속도로 넘어가더라고요.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검찰이 (피의자가) 유튜버들이니까 괘씸하게 보고, ‘범죄 혐의가 악의적이고 재범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가족들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2024. 7. 15. 건진사이다 인터뷰) 이 씨에 대한 KTV의 형사고소를 대리한 법률대리인이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라는 사실도 ‘숨은 의도’에 대한 의심에 힘을 더한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현재 영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백자 역시 스스로 같은 절차를 밝을 거라 예상한다. “검찰도 여론이 부담스러우니 (기소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일단 압수수색을 같은 걸 해서 대통령 부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겠습니까. ‘괴롭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여사님의 뜻을 따라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2024. 7. 16. 백자 인터뷰) 셜록은 KTV에 반론을 요청했다. KTV는 지난달 22일 “‘가수 백자tv’와 ‘건진사이다’ 채널은 KTV의 저작물의 무단사용 외 개·변조의 정도가 심하고 악의적으로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등을 침해해 저작권법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추가 질의는 이메일로 이어졌다. KTV는 가수 백자 형사고소 사건에서 선임한 법률대리인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KTV는 착수금 495만 원에 법무법인 동백과 위임계약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동백은 언론사 뉴스토마토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민사소송에서도 원고 KTV를 대리하고 있다. KTV는 정부법무공단을 선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법무공단은 국가로펌으로 다양한 유형의 국가소송을 하기 때문에 수임제안을 하였으나 업무분야에 ‘형사고소’는 수임하지 않아 계약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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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 되어가는 윤석열 정부, 이대로 괜찮을까요?💭
살다 보면 가끔 뭔가 싸한 감각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에어컨을 안 끄고 외출한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등이 그렇죠. 사회 문제나 이슈에 대해서도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불편한 감각에 대해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들 때는 보통 안도를 하게 되는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최근 우연히 틀어 둔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나만 저 소식이 뜬금없다고 느껴지나?’ 그리고 생각보다 진심이었던 것처럼 진행되는 사업 이야기에 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곳곳에 펼쳐진 수많은 문제를 내버려둔 채 갑자기 석유 시추라니요? 대통령님? 저기요?🤨 尹 "동해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커…시추계획 승인" (연합뉴스 24.06.03) 긴급 국정 브리핑과 대통령의 발언에 마치 깜짝 파티에 초대된 듯 모두가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여러 정치인이 우려 섞인 의견을 줄줄이 내놓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이 이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니냐며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된다는 게 그리 싫나”라고 핀잔을 줬는데요. 뉴스에서 그 음성을 들은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그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답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 “신뢰도 21%인 윤 대통령의 석유 시추 브리핑은 의심만 샀다”, “탐사 시추 지시가 발표 당일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련 주식이 불기둥처럼 올랐는데 갑작스러운 발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추적할 것”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가장 황당한 부분은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엄청난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산업통상자원부도 잘 몰랐다는 점과 외국 ‘1인 기업’의 보고서만 믿고 투자를 하려 한다는 점”, “이런 식의 국정 운영은 정말 이해가 안 되고 처음 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희소식 앞에 민주당은 유독 재 뿌리기에 바쁜 것 같다”, “민생과 국익 앞에서도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는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되는 것이 그리 싫은가”,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400조 원이 넘는 돈을 풀었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도 없다. 이번 사업은 시추 비용에 약 5,000억 원 정도 소요되는데 비난하는 게 맞나” “野, 대한민국이 산유국 되는 게 그리 싫나”…尹 옹호 나선 與 (시사저널 24.06.07) <아마겟돈>이라는 영화에는 갑자기 지구로 날아오고 있는 운석을 처리하기 위해 급하게 우주로 나서게 되는 석유 시추 기술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땅속 깊숙하게 드릴을 박아 넣는 기술을 운석에 적용해서, 운석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 폭탄을 설치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죠. 바다 위에서 석유를 파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구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 이슈는 저에게 이 영화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정부의 발표라고 하면 쉽게 믿기 어려운 것이 저의 현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슬프게도, 다른 사람들도 저와 비슷하게 느낀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한 대통령에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윤 대통령 발표 ‘신뢰 안 해’ 60% ‘신뢰한다’ 28% (경향신문 24.06.14)  어쨌든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과 관련한 이슈는 세상에 던져졌고, 뒤를 이어 들리는 소식마다 주식시장을 크게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뒤 석유 관련 주식들이 며칠 동안 폭등했고, 석연치 않게도 이 타이밍에 한국가스공사 임원들이 관련 주식 보유분을 전량 매도하는 등의 일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파동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계속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천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산자원부의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석유·가스전 개발은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천공 유튜브, '동해 석유·가스 매장' 발표 2주 전 "산유국 안 될 것 같나" (미디어스 24.06.03)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만한 세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실히 납부한 세금이 헛되이 쓰인다고 하면 달가워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텐데요. 만약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석유 사업을 시작했으나 정부가 이야기한 것만큼의 경제적 효과나 이익이 없을 경우가 발생하면 그 손실은 어느 누가 감히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런 신중함이 느껴지지 않는 언행에 논란과 불신을 부추기는듯한 정부 관료들의 행태가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오늘 이 뉴스] 尹 발표로 가스공사 주가 뛰자 공사 임원들 '우르르' 팔았다 (2024.06.12/MBC뉴스) 예전에 읽은 책 한권이 떠올랐습니다. 동화를 다른 맥락으로 읽어주는 책이었는데요. 양치기소년이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놀다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양이 모두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가 있죠. 잘 알려진 교훈은 ‘거짓말을 하지 말자’입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고 나서도 그를 그저 무시하기를 택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사회 시스템에 비추어보면 양치기소년의 역할은 위험을 감지하고 알리는 것인데, 이 기능이 잘못 작동하는 것을 공동체 구성원이 알면서 방치한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석유공사에 ‘당한’ 윤 대통령…국정브리핑 한 번으로 끝내라 (한겨레 24.06.26)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보다 기본적인 신뢰 체계가 무너지는 것에 집중해서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양치기소년에게 어떤 훈계가 필요할지 조금은 가닥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그 동화에서 가장 딱한 부분은 양들은 아무 죄없이 잡아먹히고, 영문도 모르는 채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양치기소년이 거짓말놀이를 하면서 도움받을 곳이 사라지고, 어떤 의사도 밝히지 못하고 먹잇감이 된 양들이 제일 불쌍합니다. 저와 가장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더 감정이 이입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양들의 안전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양치기소년과,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정부 관료들이 그려집니다. 기껏 마련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만 아무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이,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죄 없는 어린양들은 위험에 노출되는 이 상황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요.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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