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비용의 책임을 두고 대한민국 정부에게 소송을 당한 ‘김홍빈 원정대’가 2심에서도 ‘완패’했다.
2심 법원도 원고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다. 김홍빈 대장을 구조하는 데 든 비용 전체(약 6800만 원)를 광주광역시산악연맹과 원정대가 갚아야 한다고 봤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고(故) 김홍빈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봉우리를 세계 최초로 모두 등정한 장애 산악인이다. 2021년 7월 19일, 김 대장은 히말라야 14좌 중 마지막인 브로드피크(8047m) 등반을 성공한 후 하산하던 중 실종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 제12-1부(재판장 성지호)는 24일 오후 2시 “피고 광주광역시산악연맹은 (원고가 청구한 구조비용) 6813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중 피고 ‘김홍빈 원정대’ 소속 5명은 각 300만 원을 지불하라고 판단했다.
원고 대한민국은 지난 2022년 5월 31일 광주광역시산악연맹과 대원 3명, 촬영감독 2명 총 6명(광주광역시산악연맹 포함)을 상대로 약 6800만 원의 구조비용 청구 소송을 걸었다. 최초의 기록을 만들고 하산하던 도중 실종된 김 대장을 수색하고, 원정대를 구조하는 데 든 헬기비용을 내놓으라는 것.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21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소관청은 외교부, 법률상 대표자는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다.(관련기사 : <‘산악영웅’ 잃은 원정대에 윤석열 정부는 소송을 걸었다>)
1심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류일건)은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산악연맹은 구조비용 전부(약 2500만 원)를, 대원 5명은 구조비용 일부(총 1076만 원)를 연대하여 납부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원고 대한민국은 끝까지 비정했다. 외교부는 1심 법원의 판결대로 약 3600만 원을 돌려받는 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구조비용 약 6800만 원을 전부 받아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7월 다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7월 피고 김홍빈 원정대 측이 원고 대한민국에 구조비용의 60%를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하는 화해권고결정을 했다. 법원이 제시한 60%는 약 4080만 원으로, 1심에서 인정된 금액(약 3600만 원)보다 약 480만 원 많다.
하지만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은 무산됐다. 원고 대한민국과 피고 김홍빈 원정대 간 합의가 결렬됐기 때문.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판결로 구조비용 납부의 책임을 결정했다.
김홍빈 원정대를 향한 정부의 소송은 계속해서 논란이 돼왔다.
국가가, 개인이 성취한 명예는 나눠갖기를 원하면서 구조비용은 개인에게 모두 짐 지우겠다며 소송을 건 것은 과도한 대응이란 비판이 일었다. 김홍빈 대장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주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위패를 모신 것도 대한민국 정부였다. 김 대장은 국위선양을 인정받아 ‘2021 대한민국 스포츠영웅’(대한체육회 선정)으로 헌액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구조헬기 띄운 비용을 내놓으라’고 하니까, 한국 정부는 (김홍빈 원정대에) 구상권 청구를 하고… 매우 지혜롭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2024. 7. 1. 문현철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인터뷰)
진실탐사그룹 셜록 보도 이후, 일명 ‘김홍빈 대장법’도 발의됐다.
지난 6월 민형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구을)은 국민이 국위선양을 하다가 해외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국가의 비용 부담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단법인 ‘김홍빈과 희망만들기’ 감사 출신인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관련기사 : <국민 위급한데 대사관은 ‘돈 계산’… ‘김홍빈법’ 나온 이유>)
김홍빈 원정대를 둘러싼 구조비용 소송은 여기서 끝날까. 원고 대한민국의 상고 여부는 판결서 송달로부터 2주 이내에 결정될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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