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RightsCon] 2024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RightsCon(이하 ‘라이츠콘')은 디지털 시대의 인권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로, 지난 2011년부터 Access Now의 주관으로 5개 대륙을 돌며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스타리카에서 6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 간 진행되었고, 600개가 넘는 세션에서 174개국의 81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모여 성황리에 열렸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의 미래를 만드는 비영리 플랫폼 협동조합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크루들도 일부 세션에 참여하여 각 세부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제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라이츠콘에 다녀온 빠띠의 크루 제이, 미키, 리디아의 여정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빠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24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2024 - global year of democracy(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세션은 ‘stopping Big Tech from breaking elections worldwide(세계 각국의 선거를 해치는 빅테크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부제를 지니고, 지난 6월 7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세션을 주관하는 Digital Action에서 2024년을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로 지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더 많고, 더 나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빠띠도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 있을지 탐색해보고자 이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본 세션은 총 6명의 패널이 발제하고 논의를 이어가는 대화 형식으로 약 1시간 진행되었습니다. 패널로는 Digital Action의 캠페인 디렉터 Alexandra Pardal과 이사 Anne Ikiara, 브라질의 디지털 정책 담당 비서관 João Brant, TIMEP의 이사 Mai El-Sadany,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LRC의 지역 책임자인 Sherylle Dass, 그리고 Search for Common Ground의 디지털 평화구축 정책 담당자 Christian Cirhigiri가 자리했습니다. 이들은 선거, 소셜미디어, 인권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번 세션을 계기로 한 자리에 모여 2024년에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실시될 선거에서 빅테크가 관련 안전 정책을 마련하고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플랫폼이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빅테크란 일반적으로 혁신 기술과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온라인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CT 회사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주도하는 소셜미디어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며, 전 세계 인구의 42%인 32억명이 사용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Sherylle Dass는 이와 관련하여, 빅테크가 소셜미디어 공간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셜미디어 상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적합하고 관심있는 주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수익을 내기 위한 광고(애드테크/ad tech)에 있어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발생한 사례를 언급하며, 사회정치적 불안이 늘어나고 폭력적인 선동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도구로 활용되었고, 애드테크는 마이크로 타겟팅이라 불리는 기술을 활용하여 정치적 담론을 조작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다가오는 2024년에는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게 되는데, 애드테크 기업이 과연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시험대에 오를 것이며, 다수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정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하고 통합된 시민 사회 대응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특히 빅테크가 다가올 2024년 선거 주기에서 플랫폼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남반구의 국가와 지역에도 북반구만큼이나 충분한 자원을 투자해야한다는 점은 다른 패널들도 공감하며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의 인권 증진을 위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또 다른 패널 Mai El-Sadany는 지난 2010년 일어난 중동 아랍의 봄을 겪으며, 플랫폼을 통해 서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긴급 상황에서 필요한 것을 주고 받는 등 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정부가 자국민을 통제하고 허위정보를 판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플랫폼을 무기화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MENA 지역의 선거는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소외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 등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며 허위 정보 역시 확산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2024년 선거 주기에 앞서 콘텐츠 정책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곧이어 브라질에서 온 João Brant도 브라질의 지난 선거 사례를 언급하며, 선거 기간 동안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유해한 정보, 허위 정보를 누가 어떻게 신속하게 파악하고 방지할 것인지 과제를 풀어나가며 사람들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장벽을 만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독립적인 규제 기관을 만들게 될 경우 정부에 대한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있으므로, 플랫폼 자체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Christian Cirhigiri는 또 다른 사례로 콩고민주공화국의 민족 간 갈등과 분열이 플랫폼 상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논쟁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분열이 아닌 참여를 촉진하는 알고리즘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션을 주관한 Digital Action의 이사인 Anne Ikiara의 메시지와 함께 세션에 참여한 모든 패널, 참여자들은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들을 토대로, 다가올 2024년의 세계적인 선거 주기를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폭력과 안전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공감했습니다. 특히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AI가 언어적, 문화적 역량을 잘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는 모든 언어권, 문화권에 골고루 역량 강화에 대해 투자되지 않다는 점을 함께 인식하였고,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플랫폼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다수가 함께하는 국제적인 운동, 그리고 새로운 연구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나누었습니다.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에서는 시민들이 사회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동료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https://campaigns.do/)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24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만큼,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캠페인에 동참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플랫폼의 책임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캠페인즈’는 어떤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빠띠의 캠페인즈팀 람시(김연수) 활동가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플랫폼의 책임에 대한 질문에는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소수가 소유하여 이윤을 창출한다는 목적만을 따라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캠페인즈는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플랫폼에서 이야기하는 모두가 존댓말을 사용하는 등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혐오와 차별 없는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다른 플랫폼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행동강령을 두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윤만을 추구하는 소수나 기업이 아닌 시민들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플랫폼 협동조합의 형태를 지님으로써, ‘캠페인즈’가 시민 누구나 활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가올 2024년, 캠페인즈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길 바라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캠페인즈’가 디지털 시민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고, 이를 위해 시민 사회 활동가, 연구자, 정치인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논의를 이어갈텐데, 이러한 과정들이 캠페인즈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의견을 내는 개인이나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주며 시민 사회 생태계가 되도록 다양한 기능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나아가 캠페인즈 플랫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숙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론장을 거대 플랫폼(빅테크)과도 함께 만들고, 그 공론이 선거에 반영되어 제도화가 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이것이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기술과 플랫폼의 발전이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각국에서 열리는 선거 기간 동안, 플랫폼 상에서 소수가 아닌 다수의 권익을 보호하며 혐오와 차별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많은 긍정적인 사례가 나오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사회의 계속된 관심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며 2024년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캠페인에 함께하고자 한다면, Digital Action의 플랫폼, 그리고 캠페인즈를 살펴보고 목소리를 보태주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