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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은평구청장 당선 1주년을 기념하며 공약 이행 확인
2023년은 민선 8기 당선 1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은평구에서 태어나 군대와 짧은 유학을 제외하고는 쭉 은평구에서 살고 있는 제게 은평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공약을 살펴보고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공약은 얼마나,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공약 자료를 기준으로 하여 (공약실천계획 공약실천계획(조직개편반영))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1 신경제‧교통 중심지 은평 1)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조기착공 추진: 판단 보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조기착공은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공약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2023년 2월 2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박유진 의원이 이와 관련된 질의를 한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의 말에 따르면 중앙 정부의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서울시의회 제316회 본회의 제2차 회의록) 이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은평새길(불광동~자하문로) 추진: 민자적격성은 통과. 착공은 미정. 은평구 불광동과 종로구 부암동을 잇는 은평새길 사업은 금년 4월 민자적격성이 확보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서울시에서는 2025년에 착공을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계획이 은평새길 사업 진행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이야기인 만큼 은평새길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계획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은평시민신문.2023.05.19.)  3) 통일로 우회도로(통일로 서오릉로) 개통 정상추진: 일단 취소 고양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은평구에서 서울 도심으로 이어지는 통일로와 고양시에 있는 서오릉로를 연결하려는 사업이 통일로 우회도로 개통 사업입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유적인 서오릉의 존재 때문에 이 사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다시 심의가 이루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업은 일단 지금은 취소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SBSBiz.2022.09.29.)  4) 불광중학교 폭포동 도로개설: 공사 진행 예정 은평뉴타운의 교통을 분산시키기 위해 불광중학교에서 폭포동 아파트 단지 뒤편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입니다. 지금 있는 연서로 44길, 불광로 18가길은 도로의 폭이 좁아 사람과 자동차가 뒤섞이는 상황입니다. 폭포동 아파트 주민들은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대 이유는 교통개선 효과 미흡, 차량 증가로 인한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과 교통사고 증가, 일부 산림의 훼손 등입니다. 구청은 주민들의 불만을 수용하면서 착공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공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2023.05.04.) 5) 서부선 도시철도 조기 착공: 2023년 하반기 착공 예정 은평구 새절역에서 여의도를 거쳐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서부선 경전철은 금년 하반기에 착공에 들어갑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9년 말쯤 개통될 것이라고 합니다. (HelloTVNews.2023.02.17.) 6) 고양은평선 신사고개역 신설 추진: 파란불 고양은평선은 6호선 새절역에서 시작해 창릉 신도시, 고양시청까지 연결되는 광역도시철도입니다. 일단 신사고개역은 편익과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연합투데이.2022.04.18.) 현재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위험분담형 민간투자(BTO-rs)’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실시협약 체결과 실시설계 등을 진행해 올해 말 착공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라고 합니다. (MTN.2023.01.12.) 7) 서울혁신파크 서북권 랜드마크 조성: 일단은 결정 원래 국립보건원이 있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은평구 주민들 중에서는 ‘청년청’이라는 말보다는 아직도 ‘(옛날) 보건원 자리’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2006년 국립보건원이 이전하면서 이 자리에는 청년청이 들어섰는데 이제는 이곳에 코엑스 같은 건물을 세우고 서울시립대 산학캠퍼스를 세운다는 계획입니다. (서울경제.2022.12.19.) 서울시의 계획에 은평구청 역시 찬성하는 입장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8) 서울북부역(수색·DMC역) 일대 복합 개발: 착공 시작 과거 수색역으로 불렸던 디지털미디어시티역(디엠씨 역) 일대의 복합 개발과 수색역 및 철도차량기지 구역 개발이 이 개발 계획의 내용입니다. (은평시민신문.2021.06.24.) 일단 롯데복합쇼핑센터의 착공이 현재 준비되어 있습니다(2027년 완공 예정). 수색역/철도차량기지 구역 개발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9) 은평공영차고지 일대 복합 개발: ??? 은평공영차고지는 경의중앙선 수색역 근처에 있는 16만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입니다. 이 계획에 대해 서울시는 용역을 발주했고 은평구도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경향신문.2021.02.14.) 고양시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고양시에서는 이 부지에 주택이나 상가를 개발하기보다는 녹지를 조성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양인터넷신문.2021.02.16.) 이와 관련해서는 2021년 이후 보도된 내용이 없습니다.  2 누구나 살고싶은 은평 1) 민관합동 재개발·재건축 신속추진지원센터 구성: 완료 및 진행 중 은평구는 인구밀도가 높으면서 노후된 주택이 많습니다. 재개발이나 재견축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은평구청에서는 주민들이 변호사, 공무원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재개발 개건축 신속추진지원센터를 구성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개발 사업에 관한 매뉴얼, 정비사업 갈등 분쟁 사례집, 법률자문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고, 재개발, 재건축을 민관합동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울&.2022.07.21.) 2) 하천변 공간 개편으로 구민 여가활동 가능 친수 공간 조성 녹번천은 6호선 독바위역 부근에서 시작해 불광역, 역촌역 부근을 지나 불광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입니다. 녹번천 복원은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공약임은 물론이고 박주민 의원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2021년 박주민 의원은 녹번천 복원 사업 예산 4억원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은평타임즈넷.2021.01.04.) 착공을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정확한 착공 계획과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창릉천은 북한산에서 시작해 고양시 덕양구로 향하는 내천이고 진관천, 북한천을 지류로 두고 있습니다. 고양시와 은평구는 함께 창릉천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 아이 키우기 좋은 은평 1) 학교 설립 추진: 추진 중? 녹번동과 응암동에 중학교를 설립하는 문제에 대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신설 수요는 없지만 원거리 통학 여건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인근 중학교의 이전, 재배치와 함께 2027 ~ 2028년에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계획은 알 수 없었습니다. (은평구청) 국제 문화예술 아카데미 유치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2) 질 높은 공공보육서비스 ‘은평형돌봄시스템’ 구축: 진행 중 구립 어린이집 확충에 대해서는 매년 꾸준히 확충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총 15개소의 구립 어린이집이 개원했고(은평구청) 2022년에는 관련 예산 2억 원을 확보했다는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은평구청) 그 이후의 내용은 아직 확인된 바 없습니다. 2023년에는 국공립, 민간, 가정 어린이집이 보육 공동체를 구성해 프로그램이나 원아 모집, 교재 교구 등을 서로 공유하는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을 확대해 늦게까지 일하는 맞벌이 가정을 위한 보육 복지를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은평구청) 또 2023년부터 “은평 아이맘 상담소”를 운영하기 위한 운영사업자를 모집했습니다(은평구청). 은평 아이맘 상담소는 영유아, 양육자, 보육교직원의 심리 상담을 통해 보육/양육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3) 청소년 관련 공간 및 프로그램 마련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은평구 청소년마음건강센터 “마음온”은 2023년 7월 12일에 개소식을 갖습니다. (은평구청) 학교폭력 솔루션 전담팀 개설 공약에 대해서는 추진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4 모두를 포용하는 은평 1) 출산 가정 지원 아이맘택시는 임산부와 영유아 가정을 위한 전용 택시 사업으로 은평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제도입니다. 2023년 1월 기준 회원 가입자 수는 5,688명이며, 운행 횟수는 26,570건인데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은평구청) 2) 청년 자립 지원 2023년 2월, 은평형 청년 월세 지원 사업 공고가 있었습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만 19세에서 39세의 무주택 1인 가구 40명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은평구청) 3) 중장년 새출발 지원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소상공인 컨설팅 사업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4) 65세이상 어르신지원 은평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서는 2023년 2월 용역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은평구청)  5) 장애인 안심생활 지원 은평구에서는 장벽없는 마을상점이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포함한 보행약자들을 위해 자동문, 경사로, 난간손잡이, 점자메뉴판 등을 설치하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21년 총 6개의 장벽없는 마을상점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이후로는 관련 보도가 없습니다. (은평구청) 어르신 안마 바우처에 대해서는 공개된 계획이나 보도가 없었습니다.  장애인 교육-복지-고용 연계서비스에 대해서는 2023년 4월에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은평구청) 6) 1인 가구,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 복지사각지대 맞춤형 지원 2023년 5월, 은평구에서는 1인가구가 행복한 은평만들기의 단계적 로드맵이 제시되었습니다. 5개 분야, 10개 과제, 45개 세부 사업을 선정해 총 43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다고 합니다. (은평구청) 2023년 4월에는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지원 협의회 정기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의 지원/복지 사업이 추진되는 지에 대해서 정보를 더 공개하고 홍보를 더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평구청) 7) 반려동물(반려식물) 친화도시 조성 2022년 11월 20일, 수의사 설채현 씨를 초청해 반려동물 펫티켓 교실을 열었습니다. (은평구청) 2022년부터 꾸준히 반려견 놀이터 설치, 반려동물 문화교실, 동물복지 시행,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을 계획/추진하고 있으며 5억 5,8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입니다.(은평구청)  반려식물 친화도시에 대해서는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은평구 열린구청장실의 공약이행현황에 따르면 총 70개의 공약 중에서 완료된 것은 4개, 정상 추진은 63개, 일부 추진은 3개라고 합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기준을 준용하여 평가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추진 중이라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검색을 하면 되긴 하지만 일단 검색을 해도 자료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구청 홈페이지에 관련 자료나 홍보가 없어서 검색 과정이 지나치게 번거로운 것도 일부 있었습니다. 또 건설/개발 계획에 비해 복지 공약은 다소 구체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모든 것을 무 자르듯이 깔끔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복지, 교육 관련 공약도 가능한 만큼은 목표로 하는 수치를 제시하고 그 추진상황을 자주 갱신해 보여준다면 구청장님을 위해서도, 주민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은평구 주민으로서 공약 이행과 앞으로의 구정 활동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응원합니다.
연구 현장에 숨은 정책 찾기
‘나 때는 말이야’가 언제부터 ‘라떼’라는 은어로 불리며 꼰대의 대표적인 표현으로 희화화되었다. 공동체 중심 사회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부족장으로 추대하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지혜로운 답변을 듣기 위해 찾아간다. 부족장은 ‘경험에 비춰보면 말이야’로 현명한 방안을 제시해 준다. 비슷해 보이는 그때의 연륜과 지금의 라떼는 무엇이 다르기에 존경받는 어른에서 비아냥의 대상인 꼰대가 된 것일까? 사실 두 단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연륜은 시간의 흐름이 함께 하며, 경험의 범위도 점차 넓어지면서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진화를 거듭한다. 반대로 라떼는 과거 어느 시점과 상황에 머물러 그때를 소환해서 강요한다. 과학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연구자들의 의견수렴 행사들이 수시로 열린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연륜과 지식이 많은 발제자와 패널로 구성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고, 방청객의 질문과 의견을 듣는 형태이다.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현명한 대안과 방향이 제시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행사를 지켜보며 애매한 라떼의 모습을 떠올린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참석자들의 의견수렴 행사임에도 라떼에서 느껴진 거리감과 불편함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현장'이 빠진 의견 수렴 방식에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연구 현장 모습 스케치하기 연구 현장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중 수치화된 통계자료가 편리하면서도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통계자료가 현상을 파악하기에 좋은 자료이지만,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료는 매우 일부분이다. 그래서 통계자료가 필요한 경우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다소 거칠고 대략적일 수 있지만 광범위한 연구 현장의 모습과 연구자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기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설문 기획만큼은 관료나 설문 대행사가 아닌 연구 환경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가 설계하고 현장 연구자들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현실감 없는 엉뚱한 질문들로 구성된다거나, 방향을 정한 선택지로 설계된다면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연구 현장 목소리 채색하기 설문조사가 광범위한 의견을 통계적으로 담는 형태라면,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토론은 의견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공청회, 포럼과 같은 의견수렴 형태도 상황에 따라 필요하겠지만, 현장 연구자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면 토론 방식을 변경해 볼 필요가 있다. 경험에 비추어 효과적인 토론 방식을 추천하자면, 지자체에서 시민들의 정책수렴을 위해 자주 사용되고 있는 타운홀미팅* 방식이다. 미국 식민지 시절부터 공동체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해온 방식이라 효과도 충분히 인증받고 있다. 참석자들을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 최대한 많은 발언권을 공평하게 줄 수 있으며, 토론 방식이 흥미로워 참석자가 어렵지 않게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또한 기존 정책을 다양한 시각에서 오류를 집어낼 수 있고, 정책 수요자들을 직접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정책 결정에 본인이 참여했다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 설문조사와 달리 타운홀미팅은 현장 연구자뿐만 아니라 시민, 정치인, 관료 등 토론 참여자의 범위도 넓다. @ 2021 WISET 여성과학기술인 정책 타운홀미팅 모습 오피니언 그림 완성하기 앞서 언급된 두 형태보다 더 좋은 의견 수렴방식이 있다. 설문조사와 타운홀미팅을 연계하는 하이브리드방식이다. 설문조사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통계적으로 살펴보고 토론의 핵심 주제를 구체화한다. 구체화된 주제들은 타운홀미팅 토론을 통해 여러 시각에서 살펴본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제안을 만든다. 설문조사는 현장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구도를 짜고, 스케치하는 작업이라면, 타운홀미팅은 더 선명한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채색하고 그림을 완성하는 작업에 비유될 수 있다. 완성된 그림은 가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마케팅과 전시를 기획하고 상품화시킨다. 이것이 정책 입안자의 역할이다. 다만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방식은 매우 귀찮고 피곤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공감도 높은 정책 찾기 정책의 공감도는 나와 연관성을 가질 때 높아진다. 필자는 오랜 기간 익명의 과학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온라인에 올려진 거칠지만 생생한 연구자들의 고민이 담긴 글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들도 많았다.  과학기술 정책 의견들이 모두 거대 담론을 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연구 현장에 소소한 애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정책 또한 필요하다. 공감도 높은 정책은 현장에서 불편을 체감할 수 있는 디테일에 숨어있을지 모른다.  현재의 의견 수렴 방식이 라떼를 소환하거나 강요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연구자에게 필요한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 현장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앞서 소개한 하이브리드방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면 어떨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변천사.zip
? 재점화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지난 21일 국민의 힘, 정부, 대통령실은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당정협의회란 ‘여당’과 ‘정부’가 정책 수립 및 조정을 위해 협의하는 회의체입니다. 이는 국무총리, 여당대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여하는 ‘고위당정협의회’와 부처 차관이나 실·국장급이 참여하는 ‘당정 간 정책조정위원회’로 구분됩니다.) 최근의 집시법 개정 논의를 촉발시킨 사건은 지난 5월 19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9일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일대의 세종대로에서 시위를 열었습니다.  (세종대로는 2020년 사람숲길 공사를 하기 전까지 시간당 차량통행량이 약 3000대에 달할 정도인 넓이 100m 규모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길입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시위는 5월 1일 노동절에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한 사건을 추모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정부와 경찰을 비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퇴근길 혼잡을 이유로 도로점거 시위/집회를 오후 5시까지만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주최측은 시위를 지속했는데요, 이 때 교통정체가 심각하게 빚어집니다. 또한 시위참가자 중 일부는 도심 노숙집회를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거리를 점거한 노숙, 고성방가 및 노상방뇨, 음주와 흡연 문제로 주민신고가 잇따랐습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용납하지 않겠다”며 “건설노조 불법시위에 엄정하게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당정이 집시법 개정안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지난주에 재점화된 집시법 개정안과 당정의 협의내용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대립’된 입장을 보이고 있죠. 최근의 집시법 개정 논의에 대해선 [투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서 구체적인 찬반 입장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컨텐츠에서는 그에 앞서 현 정부에서 집시법 개정 논의가 어떤 맥락으로 진행됐는지, 그동안 집시법에 대해 사법부는 어떤 판결을 내려왔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집시법? 그게 뭐야? 집시법이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로, 대한민국 국민의 적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고는 동시에, 이 권리가 공공질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제정한 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제 1조에서 집시법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이 법은 적법한 집회(集會) 및 시위(示威)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집시법 개정, 뭐가 문제길래? 현정부에서 집시법이 논의된 것은 비단 지난 주의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시위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난 해부터 불거진 문제죠. 시작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근처 집회와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근처 집회 때문이었습니다. ? 우선, 지난해 4월 집시법 개정안을 먼저 내놓은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4월부터 문재인 전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근처의 집회를 막기위해 집시법 개정안을 여러차례 발의한 바 있습니다. 작년 4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근처에서 보수단체 및 유튜브 채널들이 고성과 욕설시위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여러 개정안에는 현행 집시법상 규제대상이 아닌 '1인 시위' 또한 집시법의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거나, 전직 대통령의 사저 앞 집회를 금지하거나, 혐오표현 등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규제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습니다. 현행 집시법 제11조에서는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장소를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전 대통령의 사저’는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MBC 뉴스, 2022.06.17) ? 이후 국민의힘 역시 집시법 개정안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집회가 문 전대통령 사저에서만 문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윤석열 대통령의 서초동 자택 근처에서는 문 전대통령 사저 집회에 대한 맞불 집회가 열리기도 했고,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소음과 교통혼잡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죠.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의 집시법 개정안에는 ‘대통령 집무공간’ 주변 집회/시위 금지 조항이 신설됩니다. ‘전직 대통령의 사저’와 마찬가지로 현행 집시법 11조가 규정한 옥외집회 및 시위 금지장소에 ‘대통령 집무공간’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청와대에 집무공간과 관저가 합쳐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조항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윤대통령이 관저와 분리된 용산집무실을 마련하며 여당이 ‘대통령 집무실 주변’또한 집회/시위 금지구역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죠. 이에 2022년 11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이내를 집회 및 시위금지장소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합니다. 양당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얻은 셈이죠. 상임위는 해당 개정안이 합의됐다는 이유로, 표결도 하지 않고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하지만 사법부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경찰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이내 집회를 금지한 것에 대해 9차례나 위법결정을 내립니다. 대통령의 직책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일이며, 현행법상 관저에 대통령 집무실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대통령 집무실 100m이내 집회 역시 허용하라고 한 것이죠. 헌법재판소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2022년 12월 헌재는 대통령 관저 인근 100m 안의 집회·시위를 일괄금지하는 집회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죠. 2024년 5월 31일까지 해당조항을 개정해야한다는 것 또한 덧붙였습니다.  (한겨레, 2022.11.22)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집시법은 지금까지 꾸준히 헌법재판소의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수차례 받은 바 있습니다.  (‘위헌’과 ‘헌법불합치’의 차이 헌법재판소는 어떤 법률이 국가최고통치원리를 명문화시킨 헌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률은 ‘무효’가 됩니다. 위헌결정과 동시에 해당 법률은 즉시 효력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반면 헌법불합치는 위헌결정과 달리 즉시 법률이 무효화되지는 않습니다. 법률의 위헌성은 인정하지만, 즉각적인 법률 무효화에 따른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의 유효성은 인정하는 것입니다. (시사오늘, 2019.04.18)) 2009년 헌재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의 판단 근거는 해당규정이 ‘침해의 최소성(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헌재결정례에 따르면 “집시법 제10조 본문은 야간옥외집회를 일반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여 합리적 사유도 없이 집회의 자유를 상당 부분 박탈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의견도 있었습니다. 또한 헌재는 2010년 6월까지 보완 입법을 요구했고요. (한겨레, 2023.05.22) 이어서 2014년, 헌재는 집시법 23조(벌칙) 3호에 대해 ‘해가진 후부터 같은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고 한정위헌 결정했습니다. 자정까지는 야간집회를 허용하라는 뜻입니다. 헌재는 자정까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를 인정해 오히려 집회/시위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의 입법 영역으로 남겨뒀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보완 입법 요구에 응하지 않아 현재 집시법에는 야간집회에 관한 법률 규정이 사실상 없습니다. 그저 자정까지의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할 뿐이죠. (한겨레, 2023.05.22) 자, 지금까지 집시법이 현 정부에서 어떤 맥락으로 개정의 흐름을 밟았는지, 사법부는 정당과 정부의 결정 속에서 어떤 식으로 기본권을 강조해왔는지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의 집시법 개정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대통령 지키기 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두 정당이 발의해온 여러 개정안이 비단 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를 넓히는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정당한 개정인지, 그 필요성을 생각해볼 필요성은 있겠죠.  집시법 개정은 국민의 기본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입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서 규정한 기본권 입니다. 이는 헌법 제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죠. 그러나 헌법은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또한 명시합니다. 헌법 제35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하고 있죠. 이처럼 집시법 개정은 정당간 입장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 결부되었다는 점에서 사법부와 정치권 간의 입장이 갈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집시법 개정과 기본권 충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집시법 개정은 결국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말을 낳을까요? 나아가 집시법 개정은 정말로 필요할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가감없이 들려주세요! ?‍♀️ 지난주부터 재점화된 집시법 개정의 가장 최근 논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찬반입장과 찬반집단이 보다 명확히 정리되어 있으니, [투표]를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드러내주셔도 좋겠습니다!
(책과 함께 시리즈. 1) 국민 vs 시민, 여러분의 선택은?
🦋책과 함께 시리즈는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질문 혹은 고민들을 혼자서만 생각해보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이야기 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시리즈입니다.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눠보아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가끔씩 '국민'이라는 단어를 듣게 될 때가 있다. 그럴때 무엇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무언가 내 속 저 깊이 거북한 불편함?이 존재하기도 했는데 책에서 본 글을 보고, 아 어쩌면, 그 불편함의 일면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함께 나누고 싶어졌다. <책 :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p225~p226,백승종 지음. 도서출판 들녘> "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나 국민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해요. 대통령도 '국민 여러분!'이라고 부르면서 말을 꺼내기 일쑤지요. 그러나 저는, '국민'이란 말은 하루빨리 폐기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고 봐요. 서구 여러 나라에서도 '국민'이라는 표현은 없는 것 같더군요. 국민, 즉 국가에 소속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국민이라 부르는 법이 없고, '시민'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이죠. 알다시피 우리가 쓰는 '국민'이라는 용어는 따지고 보면 매우 불쾌한 과거와 직결되어 있어요. 국민이라는 말이 실은 '황국신민(皇國臣民)'의 준말이라고 봐야해요. 일본은 천황제 국가여서 '황국'이라고 하고요. 그것을 줄여서 '국민'이라고 불렀고요. 과거에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했어요. 황국신민을 기르는 학교란 뜻이었지요. 그래서 이제 더 이상 국민학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아직 멀쩡한 시민을 여전히 국민이라 불러요. 좀 이상한일 아닌가요? 국민학교는 초등학교로 명칭을 바꾸었는데, 여전히 국민이란 말을 사용하는군요. 한국이란 국가가 있으니까 국민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봐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국가의 구성원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시민'이죠. 국민이라는 말은 설사 '황국신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해도, 민족주의 또는 국가주의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말입니다. 어떤 이는 우리 같은 약소국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보았어요. 국가에 속해 있음을 강조하는 용어니까요. 국민이란 용어는 시민의 자유와 시민의 자율성과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는 언어적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우리는 국가에 얽매인 존재라기보다는 자유와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로운 시민이라고 봅니다. 시민적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질문1> 여러분들도 국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불편한 느낌이 있으신가요? 시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신가요?    <질문2> 국민이란 단어의 유래가 황국신민이라는 저자의 말, 팩트일까?   <질문3> 시민이라고 했을때 '시'도 국가보다 작은 규모의 소속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혹자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북한에서 사용하다보니, 우리가 못쓰게 되서 아쉽다고 하기도..) '책과 함께 시리즈'는 질문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래서 각자의 시선과 생각에만 갇혀있는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가보고 싶습니다. 그런 너머의 순간들이 조금 더 많아질 때, 나 그리고 우리가 조금 더 평화로운 순간을 자주 만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이 그 너머의 순간들을 만들어보시지 않을래요?  그렇다면, 댓글로 여러분들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기후정의를 향한 민주주의의 여러 얼굴
기후정의를 향한 민주주의의 여러 얼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기후위기의 심각함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이어지는 기후변화가 있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 95%, 인간 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발생했다고 믿는 비율 86%,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응답 73.5% 등의 수치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기후활동가 아빠, 2023)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한 인식만큼 시민적 대안 도출을 해내지 못해서일까요? 전문가들의 문제일까요? 시민들을 대의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문제일까요? ‘기후정의’는 기후위기의 원인이 정의롭지 못함을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사회운동을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기후정의와 떼려야 뗄 수 없이 함께 등장합니다.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필수적이라는 말인데, 이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일까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민주주의의 다양한 의미라는 차원에서 지난 일들을 살펴봄으로써,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 대응의 방향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복원해야 할 민주주의 기후정의운동에서의 민주주의의 의미 중 하나는 ‘민주주의의 복원'입니다.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영향 속에서 ‘경제성장’이 사회의 지상명령이 되는 것은 기후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생산은 생존을 넘어 욕망과 축적을 위해 지속불가능한 방향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가진 나라, 가진 자의 부를 늘릴 뿐이기 때문에 양극화와 불평등,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위기가 심화됩니다. 부유한 나라, 부유한 계급의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은 점점더 강해지고,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형식화됩니다.  이처럼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본에 의한 정치·사회의 식민화에서 비롯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위기로 피해를 얻게 될 다수의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행사하는 민주주의를 복원, 혹은 실현하는 것이 기후정의의 목표가 됩니다.   시민행동으로서의 민주주의 두 번째는 ‘시민행동’입니다. 기후위기를 인식한 시민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및 비영리조직 등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다양한 시민행동이 또 다른 민주주의의 의미입니다. 2021년 9월 24일 5만여명이 참가한 ‘9.24 기후정의행진’이 최근의 시민직접행동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400여개 단체와 2,400여명의 추진 위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위원회에 의하면 “기후정의행동은 정부와 기업의 녹색성장과 탄소중립 정책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돈벌이 시장을 창출하는 것에 불과한 상황에 맞서, 기후정의를 기치로 기후위기를 초래한 현 체제에 맞서고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싸움”으로 정의됩니다.(9.24 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기후정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말은 시민행동이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의미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세 번째는 다양한 ‘캠페인’과 ‘공론장’입니다. 기후정의을 위한 수많은 캠페인들과 상호 토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최소한의 기준을 책임있는 대상들에게 요구하는 ‘지역에너지넷’의 촉구 캠페인이 진행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물가와 기후위기의 대안으로서의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을 추진하는 ‘1만원 교통패스연대’의 서명 캠페인,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소송 제기 등 다양한 캠페인이 이루어집니다. 시민과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도서관의 사례도 있습니다. 시민들은 우주개발의 환경에의 영향, 탈원전의 필요, 대중교통 확충의 필요, 탄소중립농업의 다양한 방법과 가능성,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교통의 한 가능성으로서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찬반, 일회용컵보증금제의 필요 등 다양한 기후위기 관련 이슈에 대해 서로 토의하며 정답 혹은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갑니다.  2022년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거버넌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네 번째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거버넌스’입니다. 2019년 시민사회의 기후위기 비상선언, 2020년 국회와 지자체의 비상선언을 거쳐,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와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고,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탄중위)가 꾸려졌습니다. 2023년 3월 25일에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습니다. (장윤석, 2023) 이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부족하나마 탄소중립이라는 법과 목표를 정립한 것입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탄중위는 “청년, 노동자, 시민사회 등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되도록 구성해야” 합니다.(들썩들썩떠들썩, 2023) 탄중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거버넌스 제도인 것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의 탄중위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탄중위가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체제의 유지를 위한 정부와 자본의 논의 틀이라는 비판, 사회적 합의와 숙의가 정부 책임의 외주화로 기능한다는 비판, 탄중위의 기준과 목표치에 대한 비판 등이 존재하며, 시민사회의 탄중위 불참 후 기후정의행동으로 가시화 되었습니다.(구준모, 2021)(오연재, 2021)  다른 한편으로는 숙의와 결합된 더 나은 사회적 대화, 즉 정부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하는 거버넌스와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한 예로 영국의 기후시민의회는 추첨으로 구성된 시민들의 모임으로 숙의 공론장을 거쳐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 보고서가 의회 정책 권고안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후정의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습니다.(들썩들썩떠들썩, 2023) 탄중위는 법으로 다양한 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분과의 설치는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반영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입장에는 다양한 계층의 주장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민주적 테이블을 거치지 않고서는 기후정의의 진전이 어렵다는 전제가 작동합니다. 민간위원, 협의체, 시민회의, 공론장 등 다양한 층위를 포함하는 거버넌스 구성의 시도는 그 자체로 바림직한 것입니다. 다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권오현, 2023)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탄중위는 정권과 시민의 지지에 따라 제한적인 목표라도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하고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힘이 되거나, 형식화 된 정부 정책의 정당화 기제가 되거나 하는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시민참여 제도가 됩니다. 탄중위를 둘러싼 대립하는 시각들은 나름의 이유와 독자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비전과 탄중위의 기준 및 목표가 제한적이라는 주장,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공론을 형성하고 제도화 하는 거버넌스의 필요에 대한 주장은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옳은 것이 될 수도 있고 그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때로 공허한 구호로 그치고, 후자는 때로 시민 없는 제도의 형식화로 귀결됩니다.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기후정의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적 압력, 그리고 그와 결합된 정치적 제도화를 이뤄야 합니다. ‘기후정의행동’과 ‘탄소중립 거버넌스’의 간극을 좁히는 집단적 실천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기후정의를 위한 체제의 전환이 어려운 양당정치체제 내에서라면, 특히 더 거버넌스 제도 안팎에서의 시민 활동을 활성화 해야 합니다. 2021년 9월 11~12일 개최된 ‘2050 탄소중립위원회 탄소중립시민회의 시민대토론회'(탄중위 유튜브 갈무리)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 다섯 번째는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제도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이 제대로 대의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선거에서 정당이 받은 표와 의석수에서의 차이가 큰 불비례성, 공고한 양당체제, 그로 인해 시민들이 대의가 되지 않는 점이 문제입니다.(기후활동가 아빠, 2023)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하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되고 작동된다면,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제로 이동 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응의 가능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공정한 의석배분, 다양한 목소리의 반영, 정책의 질 향상, 지역구도 완화를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제 국가들은 “환경정책에서 더 엄격”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대체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비례대표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9.5%, 승자 독식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5.5%라는 수치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기후활동가 아빠, 2023)  민주주의는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가?  이처럼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는 여러 얼굴들을 가지고 있고, 서로 대면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기후위기는 생산력을 중시하고 경제성장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개발 자본주의로 인해 심화됩니다. 시민의 집합적 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토대입니다. 기후정의를 위한 정치 제도화를 강제하기 위한 시민의 집단적인 압력 없이는 체제의 구조적 힘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해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은 집단적인 역량을 강화합니다. 특히 2016년 촛불시위와 같이 시민의 거대한 직접행동은 국가와 자본에 의한 독점 권력을 극복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복원 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이 힘은 정치 제도 차원의 민주주의가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일 때 체제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양당체제에서는 정치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의 할 동기가 적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잘 대의하는 제도정치적 조건을 마련할 때 기후정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시민행동과 제도정치는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적인 두 차원입니다. 분리되어 있다면 시민행동은 휘발되고 제도정치는 형식화되기 쉽습니다. 때문에 이를 매개하고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시민참여의 제도화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다양한 주체를 대의하는 거버넌스 제도의 구성, 집단적인 시민들의 숙의 공론화를 구현하는 공론화 제도의 구성은, 시민행동이 제도화되고, 제도정치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실질적인 힘입니다. 물론 거버넌스와 공론장 제도 또한 시민행동이 없을 때 형식화 될 수 있고, 제도정치적 조건이 부재할 때 시민행동의 하나로 환원되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한 차원으로 환원하기보다는, 민주주의의 여러 차원을 일직선상에 놓고 생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연계된 힘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할 때 기후정의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정한 국면에 민주주의의 어떤 차원이 강조되어야 할 지는 시민의 숙의, 그리고 시민의 집합적 힘에 달려 있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정치 조건 하에서 다양한 시민 활동을 통해 역량강화된 시민들과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들이 공론장에서 숙의하여 공론화 하고 거버넌스를 통해 목소리를 낼 때, 기후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기후정의를 위한 제도화, 더 나아가 체제 전환이 가능할 것입니다.  ✏️글 : 람시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캠페인즈팀 리더 / ramsci@parti.coop 이 글은 오마이뉴스, 빠띠 홈페이지,  빠띠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
팩트체크는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국내에 알려진 계기로 이른바 ‘가짜뉴스’를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와 오보 등이 확산되며 정보의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팩트체크는 이른바 ‘가짜뉴스’를 척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팩트체크는 허위조작정보와 오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정보를 마주하는 우리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성장은 시민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되고, 정보의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언론이나 전문 교육 등에서 접할 수 있던 정보는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을 통해 스마트폰만 있다면 어디서든 접할 수 있게 됐다. 누구든 정보를 평등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은 큰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을 만났을 때 누구든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양날의 검으로 변신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양하게 등장했던 허위조작정보와 오보의 피해 역시 쉽고 빠르게 정보를 확산하는 기술의 역효과로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수많은 정보 중 어떤 정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팩트체크다. 이 글에서는 국내 팩트체크의 현황과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를 간략하게 풀어보려 한다.   시민은 언론사 팩트체크 결과물의 ‘소비자’로 머물러야 할까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를 짚기 전에 국내 팩트체크 현황을 간략하게 먼저 다뤄보려 한다. ‘팩트체크’라는 용어의 확산은 JTBC의 저녁종합뉴스 <뉴스룸>과 함께 이뤄졌다. JTBC는 저녁종합뉴스에서 팩트체크 꼭지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팩트체크도 뉴스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JTBC의 사례를 보며 다른 매체들이 팩트체크 보도를 작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치인의 발언을 비롯해 다양한 실생활 정보를 검증하며 팩트체크 전문매체를 지향하는 뉴스톱의 활약도 ‘팩트체크’를 사회에 알린 계기였다. 개별 언론사의 활약 외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SNU팩트체크도 존재한다. SNU팩트체크는 JTBC, 뉴스톱 등 다양한 언론사와 제휴해 검증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페이지에서 팩트체크 기사를 종합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눈치가 조금 빠른 독자라면 지금까지의 설명에서 공통점을 찾았을 것이다. 바로 ‘언론사’가 쉼 없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뉴스,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우리는 언론이 팩트체크 기사 쓸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까? 시민은 언제까지나 팩트체크 기사의 ‘소비자’로만 머물러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정보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검증됐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허위조작정보와 오보 앞에서도 검증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두려울 이유가 없다.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하는 이유와 모든 시민이 팩트체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다 그렇다면 시민은 어떻게 팩트체커가 될 수 있을까?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팩트체크도 교육과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역량과 기술을 펼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재단법인 팩트체크넷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민의 팩트체크 역량 강화와 시민 참여 팩트체크 활성화를 위해 2020년 11월 동명의 플랫폼을 오픈해 운영중이다.   팩트체크넷은 제휴 언론사 소속 언론인을 비롯해 환경, 데이터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팩트체커와 팩트체커 양성교육 이수자, 팩트체크 공모전 수상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팩트체커를 합쳐 50여 명의 팩트체커가 활동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회원이라면 누구나 검증이 필요한 정보를 제안할 수 있고, 제안된 정보는 팩트체크넷에서 활동중인 팩트체커들이 검증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나도 시민팩트체커로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가 될 수 있고, 돼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역시 한 명의 시민이고, 모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 자료를 활용해 팩트체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혼자서 하는 어려운 팩트체크를 넘어 함께 정보를 검증하는 협업 팩트체크 문화는 모든 시민이 팩트체커가 되는 것만큼 중요하다.   물론 팩트체크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이라면 교육을 통해 천천히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팩트체크넷에서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팩트체크 프로젝트, 팩트체커 양성교육을 진행중이다. 프로젝트, 양성교육에서는 팩트체크 과정에 대해 배우고, 팩트체크 결과물을 전문 멘토의 자문을 거쳐 직접 작성해볼 수 있다.   다양한 허위조작정보에 맞서기 위해선 보다 많은 팩트체커가 필요하다. 허위조작정보의 다양한 해결책 중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해결책은 바로 ‘당신이 팩트체커가 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작년에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 웹매거진에 보냈던 원고를 주섬주섬 꺼내봅니다. 시민 참여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은 올해 초 운영을 중단하고, 재단법안 해산 절차에 돌입했는데요.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실험의 최종 결과와는 별개로 시민과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직접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은 당연히 수년간 경험을 쌓아온 전문 언론인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검증에는 전문 언론인이 생각하지 못한 관점과 접근방식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시민과 언론인을 포함한 전문가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 활동에 참가한 시민들은 "생각보다 팩트체크가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는 '정보의 확산은 빠르지만 검증은 느리고, 그만큼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피해가 커진다'는 걸 시민들이 느끼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고, 근거가 있는 발언인지 판단하고, 제시한 근거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선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직접 체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팩트체크넷은 운영이 종료되었지만 앞으로는 캠페인즈에서 많은 팩트체커가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처럼 당분간은 언론과 팩트체크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보려 합니다. 마음 속으로는 '매주 하나씩 써보자!'라고 다짐하고 있지만 아이패드에 적은 글감들을 꾸준히 완성시킬 수 있을지는 저도 못믿는 제 성실함에 달린 것 같네요. 산책 하면서, 샤워 하면서, 퇴근하며 지하철에서 뉴스를 보다가 당장 떠오른 5가지 물음표를 첫 시리즈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한국 언론의 언론 윤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정도가 되겠네요. 언론(보다 정확히는 저널리즘)과 팩트체크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캠페인즈에서 즐겁게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
대한민국이 열린정부파트너십 의장국이어서 한국에서 열린 OGP 글로벌 서밋에 시민사회대표로 테이블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대부분의 나라에서 온 패널들이 포퓰리즘이든, 권위주의 때문이든 한 목소리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불과 2년 전의 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입장이었기에 코드포코리아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상황을 시민과 정부가 협력해서 해결한 경험을 해 왔다"고, "중학생들부터 갓 개발을 배운 대학생들, 지방정부나 기업이 정부가 공개한 데이터를 활용해 각자의 마스크앱을 만든 사례"를 예로 들며 "정말 짧은 3일 동안 몇백명의 사람들이 신이 나서 함께 작업했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그 경험을 통해 위기의 시대에 정부와 사회, 공동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정체성과 효능감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축적할 수 있는지를 맛본 것 같다고, 어린 학생들부터 전문가들까지 마음껏 활동할 공간을 사회(특히 정부)가 성심껏 펼쳐놓는게 중요한 열린정부의 방향인 것 같단 취지의 이야길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는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특히 정부)에 대한 불신의 증가, 일반 시민과 비 시민(혹은 불량한 시민)의 갈라치기, 사회적 약자 혹은 이웃에 대한 공감의 부재와 공감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미디어 환경까지. 개인적으로는 버터나이프크루, 탄소중립위원회, 팩트체크넷 등에서 직접 겪기도 하고, 이태원참사, 장애인이동권,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을 바라보는 시선 등에서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여러 정치 세력이 들고 나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모두가 시민이고, 가능한 모든 시민들이 함께 하며, 모든 시민들을 위해야 한다란 기본 가치와 약속과 책임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시민과 비시민을 가르고, 선택적으로 시민을 호명하며,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구성원들을 포용하기는 커녕 혐오하고 조롱하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동안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우리의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우리 스스로 침식시키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고 씁쓸하다. 아니, 어쩌면 우리 스스로 지금이라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고민하고 토론해야 하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바깥에서 주어진 민주주의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누가, 어떻게,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를 만들지 이야기하면 좋겠다. 그 생각의 차이가 드러날때 모든 공동체를 위한 정치인지, 좁은 범위의 자칭 시민을 위한 정치인지 구분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에 대해 형식을 넘어 더 깊게 본질을 고민하고 내재화해야 할 때가 온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래야 우리도 다른 나라들이 하듯이, 해외에서 온 이주자들에게 시민권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 제대로 논의할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그래야 이웃을 비국민으로 낙인찍고 학살한 아직 100년도 안 된 우리의 슬픈 과거사를 극복하고 진정한 동포가 될 수 있지 않겠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캠페인즈에 글을 쓰기 전부터 정치에 관한 글은 많이 써왔다. 이번 시즌 주제가 정치라 잘됐다 싶었다.그런데 정치와 관련된 얘기를 하려하니 정치의 범위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광범위했다. 그래서 이번글은 정말로 아무말이 될것 같지만 정말로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고싶다. 적확한 표현은 아닐 수 있겠으나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the political)."라는 문구에 힘입어서 써보겠다.  몫이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 정치에 관한 글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까, 국제정치를 전공한 친구가 위 문구를 알려줬다. 정치는  "몫이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라고. 이 말은 프랑스의 철학자 랑시에르가 한 말이다. 글을 쓰기 위해 나라는 개인에 있어 정치는 무엇을까?라는 질문과 더불어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들이 떠올라 적어두었는데, 결국은 위 문구를 들었을 때 한마디로 정리가 되었던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정치라는 것이 몫이 없는 제3자들의 것에서 몫이 없는 것을 깨달은 나(당사자)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지 않을까싶다.  어릴적부터 한국사, 세계사, 근현대사를 정말 좋아했고, 꽤 잘했다(?). 나중에서야 역사는 강자들, 살아남은 자들의 기록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역사를 배울때는 민족(공동체)들의 흥망성쇠이자 정치 이야기를 엿볼수 있어서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왕과 귀족들의 역사에서도 몫이 없는 이들이 몫을 찾는 과정은 수없이 많았다. 다만 내가 보다 관심있는 역사와 정치는 민중의 역사와 정치이다. 특히 대학교 교양시간에 배운 서양사강의와 인권사강의를 통해 알게된 정치는 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고 앞으로의 삶을 선택해나가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주었다.  인민주권, 보통선거권(21세 이하 남성의)을 골자로했던 ‘1793년 프랑스 헌법’이라든지, 산업혁명기 아동과 여성의 노동착취를 막기 위해서 입법된 영국의 ‘공장법’이라든지 정말로 몫이 없어서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이들이 몫을 찾아가는 과정은 현재를 사는 나와같은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숫자만 하나씩 밀려나가는 어제와 똑같은 지친 아침을  생각없이 체념한 듯이 맞이하고 있니 모두가 똑같은 표준의 시계 그대로 보며 맞춰나가며 이대로 너는 정말로 행복한 거니 매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비전, 유승준> 23년전 한 가수가 불렀던 노래의 가사를 일부 가져와봤다. 모두가 똑같은 표준의 시계에 그대로 보며 정해진 일정 속에, 매뉴얼 속에 나를 꾸겨 넣으면서 살아가는 삶이 정말로 행복한 삶이냐고 묻는다. 이 노래를 처음 접했던 10살의 꼬마는 32세에 이 가사를 다시 곱씹게 되었다. 그러고 나선 몫없는 이들이 몫을 찾아가는 과정(그 과정은 필수 투쟁이였고, 많은 피가 희생되었을)이 제3자들의 일에 그치는것이 아닌 나의 일이 되었다. 존재의 부정 29살이었던 2019년 한국사회에는 커다란 혼란이 있었는데 일명 ‘조국 사태’라고 불린다. 다른 내용은 차치하고, 조국 사태로 인해 내가 일하고 있는 시민사회영역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조국은 진보운동과 시민사회운동, 사회적경제 운동의 사상적 기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던 인물이고 그 사상적 기반은 2020년 박원순 사태 때 완전히 박살나고 분해되었다. 일련의 사태를 겪고 난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많이 만나봤던 것은 아니였지만, 내가 느낀 것은 존재의 부정에 가까웠다. 정확히는 하나의 사건이 더 있었는데, 그것은 2021년 초에 발생한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다.  당시 내게는 운동의 거의 모든 근거와 기반이 무너진 것 같았고, 그 누구도 그 어떤 정당도 나라는 개인의 입장과 처한 상황에 공감해주거나 싸워주지 않는것 같았다. 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고, 보수나 진보나 다 똑같다는 정치 혐오만 가득해졌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했고, 소속되고 싶지도 않았다. 어떤 정치 집단도 믿을 수 없었고, 비빌 언덕은 사라져만 갔다. 몫없는 자들의 몫 찾기 2021년 정의당 사건은 마지막 한방에 가까웠고 조국 사태와 박원순 사태를 겪은 나는 한동안 무기력해져 있었다. 그러나 삶은 지속되어져야만 했고, 내 몫은 내가 찾고, 내가 쟁취해야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필요, 우리의 필요지만 누군가에게 채택되거나 주장되어지지 않는 필요들을 모으고 외치기 시작했다. 누구도 우리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해주거나 이해해주려하지 않았지만 우리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람들과 자원들,생각들이 큰일을 하기에는 부족 할지라도 작디 작은 우리의 현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외부에 알리고 연대할 사람들을 더 모으고 그렇게 함으로써 일상으로부터 혁명,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말한 기나긴 혁명을 이뤄가는것을 시작해 나갔다. 이제까지는 누군가에 의해 정치적 도구로써 호명되어져왔다면, 이제는 스스로 내 이름을 부르는것, 나의 존재를 밝혀가며 몫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몫 찾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동료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필요를 넘어 우리의 필요, 지역 공동체의 필요에 이르기까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갈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충족되지 않는 삶의 영역을 시민들의 연대와 사업으로 해결해 나가는 협동조합 혹은 사회적경제의 방식은 조금 더 주목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가 가진 정치적,문화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금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떠올랐던 노래들의 가사 말을 옮겨 적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이 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다만세, 소녀시대>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매일까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교실이데아, 서태지와 아이들> 커다란 날개를 달아 다시 태어나 허무하게 남겨진 어제를 벗어나높이 날고 싶다면 작은 망설임은 걷어 차버려끝없는 미지를 향해 내딛어야 해 새롭게 시작되는 오늘에 누구도 나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거야<비전, 유승준> 어쩌면 나의 정치는 노래 가사 말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을 아닐지? ?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님께 - 최근의 결정에 대하여 -
아직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장관님의 성함이나 이력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뉴스를 통해 접한 바가 있습니다. 제가 일국의 장관을 상대로 글을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지만, 김현숙 장관님의 최근 결정에 대하여 나름대로 생각한 바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버터나이프크루 2019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는 버터나이프크루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성평등이라는 큰 의제 아래에서 복지와 안전부터 건강과 외모지상주의까지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온 버터나이프크루는 4기 출범식을 하고 단 5일만에 세금 도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강원도 강릉)의 전화 한통에 3년 가까이 진행되어온 정부 사업이 뒤집어져 버린 것입니다. 권 의원이 장관님께 전화를 했고, 그 전화 이후 여성가족부가 사업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장관님은 이러한 사태에 아무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다시 장관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2022년 8월 18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님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여가부를 폐지하는데 국회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가능한가"라고 묻자, "정부조직법을 국회에 내면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하셨고,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장관과 무슨 정책을 논하나. 여가부 폐지를 위해 장관에 임명됐나?"라는 말을 듣자 장관님은 "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MBC.2022.08.18.)  버터나이프크루에 대해서도 장관님은 “여가부가 아닌 위탁운영사 ‘빠띠’가 먼저 중단 통보를 했다”,  “해당 사업이 부적절해서 폐지한다”, “국민에 대한 사과는 필요하나, 참가자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다.”라고 말씀하시며 여성가족부가 먼저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한 점을 무시하고, “(참가팀은) 내가 학교에서 본 평범한 2030세대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며 (대한민국의 모든 2030을 다 만나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청년을, 시민을 갈라치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한겨레.2022.08.19.)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기초 아래에 세워진 나라입니다. 김현숙 장관님, 당신은 행정부의 엄연한 한 축이며, 헌법이 국가의 의무로 강조하고 있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의 수장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한 사람의 전화 한 통에 이미 출범식까지 마친 정책 사업을 하루 아침에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습니까? 장관님은 행정부의 일축을 담당하고 있는 장관의 직을 맡았다는 자존심도 없는 것입니까? 이것은 장관님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입니다. 역사에는 목적도 없고 정해진 방향도 없습니다. 수많은 인과관계의 조합 속에서 인간은 그 결과의 좋고나쁨에 관계없이, 늘 새로운 방향을 창조해 왔습니다. 여성가족부를 없애기 위해 장관이 되셨다는 장관님의 말 한 마디가 훗날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줄 지, 지금 당장이야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각 인간은 모두 그 인과관계에 대하여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장관님 같이 중요한 결정을 하시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정부의 정책 사업을 혈세 낭비라 낙인 찍고서 삼권분립이라는 가치까지 짓밟으며 정책을 없애라고 장관에게 전화를 거는 국회의원의 말 한 마디에, 장관님의 승인 하에 출범식까지 마친, 그것도 3년이나 지속되어 온 사업을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 버리는 장관님의 행동은 한국의 정치를 넘어, 한국 사회, 더 나아가 한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줄까, 장관님의 이름이 후에 어떻게 기록될까 생각해 보셨는지요? 장관님의 시민단체에 대한 시각에 우려를 표합니다 또, 장관님께서는 과거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시고, 2015년 8월 고용부 차관 직속기구로 설치한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이라는 비선 기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셨습니다. 장관님은 이 당시 박근혜 정권의 소위 노동개혁을 홍보하기도 하였고, 친정부 보수 시민단체의 시위를 직접 기획하고 지시하기도 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88억 9,0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하셨는데, 이는 고용부 소관 예산과 고용보험기금을 불법 전용한 것이었습니다. (한겨레.2022.03.17.) 검찰이 비록 이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지만, 저는 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장관님께서 시민단체를 보는 시각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단체를 시민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제시하는 단체가 아니라 막연하게 모임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만약 이러한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장관님께서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그 어떤 업무를 맡으시더라도 결국 시민단체에 대해 똑같은 태도, 똑같은 결정을 보여 주시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국정과제1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에서 발췌. 권인숙 의원실 제공 경향신문.2022.04.27.> 장관님의 재고를 부탁드립니다 장관님께 부탁드립니다. 부디 당신의 말 한 마디가 우리 정치와 사회, 더 나아가 우리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렵게 피(血)로 만들어온 인권의 역사와 그 가치를 담은 정부 부서, 그리고 권력의 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모욕하고 뒤흔드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주십시오. 그리고 장관님께서 갖고 계신 시민단체에 대한 가치관도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단체란 다양한 형태를 통해 시민이 중심이 되어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코자 모인 조직이지, 목적 없이 그냥 모이는 모임도 아니고, 정부가 마음대로 지시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닙니다. 장관님께서는 버터나이프크루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해서 다시 검토해 주시고, 행정부의 한 축으로서 모범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