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 세대별 놀이
여러분은 어릴 때 어떤 놀이를 하며 자라왔나요? 부모님께서 어릴 때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았는지 물어본적이 있나요? 어떤 시대, 어떤 지역에서 자라왔는지에 따라 아이의 놀이 세계는 완전히 달라지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2015년 세대별로 어릴 때 어떤 놀이를 하며 자라왔는지에 대해 조사한 재미있는 연구(김성원, 권미량, 2015)의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변화한 놀이 문화를 통해 세대별 차이점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찰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만 20대(1984-1993년 출생), 만 30∼40대(1964∼1983년 출생), 만 50∼60대(1944∼1963년 출생), 만 70∼80대(1924∼1943년 출생)의 세대별로 유아기에 즐겼던 놀이의 다양한 내용과 방법들을 조사하여 한국 사회의 놀이 특성을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또한 세대별 놀이의 변화 특성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유아기 놀이의 시사점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8년 전 연구이기 때문에, 현재로 치면 각각의 그룹이 10대 정도씩 올라간 시점인 것을 고려하여 세대는 원문과 수정하여 제목을 붙여 두었습니다.
1. 만 80-90대 후반 (1924~1943년 출생)
1922년 처음으로 어린이 날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의 탄압으로 1938년 어린이 날이 폐지되었고, 어린이의 전쟁 동원을 독려하는 의미에서의 운동회 등이 생겨났습니다(뉴스핌. 2022.05.05). 연구자들은 이 시기가 “가정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자급자족을 위한 농업 경제체제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사회문화적으로는 일본식 사회를 살아가다 1945년 8·15 광복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일본식민지 36년간의 정책이 와해 되면서 새로운 혼란과 과제가 주어진 시대”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김성원, 권미량, 2015).
1) 땅과 자연으로 하는 놀이
본 세대의 참여자들은 “놀이라는 단어를 언급 하기 조차 힘든 농경사회로 어른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 였다”며 “어른들이 일하기 바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은 찾아 보기 어려웠고, 집에 있으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집밖으로 나가 산으로 들로 바다로 냇가로 강가로 가는 것이 전부였고 자연스럽게 땅과 자연이 이 세대의 놀이터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2) 먹을거리와 함께 발전한 놀이
“산에 올라가서 열매를 먹으며 배를 채우고 감나무에서 감을 따 먹어야 했던 시대특성상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았지만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찾으러 다니는 것 자체가 놀이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3) 자연과 일상으로 놀잇감 만들기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놀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놀이가 어떤 것이라는 들은 바도 가르침을 받은 바도 전혀 없었던 유아기에 유아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땅과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이 대부분이었다.”고 이야기하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부엌이나 마굿간도 노는 장소가 되기도 했고 부엌에서 찬장 선반 위에도 올라가고 마굿간에서 뒹굴며 놀기도 하고, 따로 놀잇감이 없었기 때문에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종이와 엽전을 이용해서 제기를 만들기도 했다.”고 회상합니다.
2. 만 60-70대 (1944~1963년 출생)
전쟁 중이나 직후 유아기를 겪은 세대에 해당합니다. 1950-1953년까지 6.25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되었고, 경제상황도 초토화되어 국가를 처음부터 완전히 재건해야하는 과제에 직면했던 시기였습니다. 베이비붐(연간 출생아 수 90만명 이상의 세대)이 시작되어 전쟁의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된 1955년부터 출생아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90만명대, 1959년에는 100만 명 대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이투데이. 2021. 05. 25).
1) 전쟁을 소재로 한 놀이
한국 전쟁 6·25를 기점으로 유아기를 겪으면서 무기를 처리하며 남은 잔재들을 놀이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탄피나 지뢰꼭지로 총을 만들어 놀았던 시기로 장소와 상관없이 산이고 들이고 바다에서 전쟁에 관련 된 총싸움과 칼싸움의 전쟁놀이들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사회 환경의 영향이 유아 시기의 놀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김성원, 권미량, 2015).
2) 논과 밭에서의 놀이
이 세대의 연구참여자들은 “전쟁 이후 배고픈 시절이라 생계위주로 살다보니 유아들은 부모님과 동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봄이면 오디를 먹고 여름이면 수박서리를 하고 겨울이면 무, 감자, 고구마 서리를 하며 계절마다 나오는 먹거리들을 서리하며 배고픔을 달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몰래 먹는 서리는 놀이로 변화되고 확장되고 자연스럽게 논과 밭은 놀이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논과 밭에 벼 똥이나 짚 똥을 세워두고 유아들은 그 짚 똥 사이에 숨고 나무 뒤에 숨으며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3) 실내 놀이와 운동 형식이 있는 놀이
“가정에서도 술래잡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동네 친구들의 집에서도 일본식 집으로 넓은 공간이 생기면서 여러 방들이 있어 숨바꼭질 등의 놀이를 실내에서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놀이에서 운동의 형식이 보이기도 했는데, “현재 야구와 비슷한 규칙으로 1루, 2루, 3루, 홈런이 있는 야구놀이를 하기도 했으며 이 시기에는 하루놀이라고 불렀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김성원, 권미량, 2015).
3. 만 40-50대(1964∼1983년 출생) 놀이의 특성
이 시기의 경우 “한국 6·25 전쟁의 영향으로 전쟁놀이가 간첩놀이로 발전되고 지역적인 영향이 있어 놀이의 명칭이 다르게 파생되어 표기 되기도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적인 특색과 함께 “놀이들이 자연스럽게 가족과 동네에서 전수된 시기"라고 덧붙였습니다.
1) 이름이 있는 놀이
이 세대에서는 놀이에 이름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한 명이 술래고 전봇대에 애들이 잡히면 손을 잡고 붙어 있다가 손을 탁 쳐줘야 살려주고 도망가는 놀이인 일반적인 술래잡기에서 술래가 2명으로 1명은 잡으러 다니고 1명은 잡힌 애들을 지켜야 하는 다망구 또는 따망구라고 불리는 얼음땡과 비슷한 놀이까지 여러 유형의 놀이가 파생되었다."고 말했습니다.
2) 몸으로 하는 놀이
“술래잡기, 다망구, 얼음땡, 오징어 달구지, 말 타기 등과 같이 주로 몸으로 하는 놀이를 많이 하였다.”며, “주위에 많은 빈 공터를 이용해서 흙바닥에서 돌을 가지고 출발점을 그어 두고 내 땅을 하나 둘 셋만에 넓혀가는 땅따먹기 등을 하며 넓은 빈 공터에서 놀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3) 가족과 동네에서 전수받은 놀이
이 세대의 유아기에는 “대부분이 조부모와 함께 3대가 한 집에서 살고 생활하였기 때문에 동네 또래와 언니, 오빠, 동생들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조부모가 놀이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할머니와 엄마가 실뜨기를 가르쳐 주시며 노래를 불러주시기도 하고 두 세 사람의 다리를 교차로 앉아 ‘이거리 저거리 닥거리...’라는 노래를 부르시며 다리를 하나씩 세는 놀이를 하기도 하였다.”고 회상합니다.
4. 만 30대(1984∼1993년 출생) 놀이의 특성
“하나 둘 상품화된 놀잇감과 기계화된 놀잇감이 유아들에게 도입되는 시기”라고 설명하며 “이런 현상으로 만 20대에서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입체적이고 보다 구조화 된 놀잇감을 가지고 놀이를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 가족에게서 전수받은 놀이
“이미 만 40대-80대에서 이루어진 ‘아침 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를 할머니를 통해, ‘푸른 하늘 은하수’는 엄마를 통해 손유희를 전수받아 하기도 하였다.”고 말합니다.
2) 상품화 및 기계화된 놀이
“TV매체를 통해 만화 주인공과 같은 캐릭터가 인쇄가 된 스티커와 종이로 만들어진 종이인형뿐 아니라 텔레토비, 양배추 인형과 같은 천으로 만들어진 푹신한 봉제인형을 가지고 놀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바비 인형과 마론 인형을 갖고 천으로 만들어진 옷도 입혀 주고 사람처럼 예쁘게 꾸며 주는 상품화된 인형들을 가지고 놀았다.”며 “포켓몬스터와 같은 장난감과 만화 주인공과 같은 캐릭터 등으로 만들어진 상품화 된 놀이들이 다양해진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계화로 된 오락게임뿐 아니라 문방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임기로 손바닥 보다 작은 크기로 동물을 키우는 장난감인 다마고치와 기계에서 음악이 나와 음악에 맞추어 발판에 불이 들어오는 칸칸을 밟으며 박자도 익혔던 DDR놀이”를 즐겨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3) 유아교육기관과 실내에서의 놀이
“자동차가 많아지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동네보다는 집 앞에서 아파트 단지나 주차장에서 그리고 놀이터라는 정형화된 장소와 유치원과 선교원 같은 교육기관 주위에서 놀이를 하는 환경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아동의 놀이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연구를 했을 때, 지금 저 아이가 노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어떤 성인이 될지 결정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100년 가량의 시간 동안 사회가 변화한 만큼 놀이 환경 역시 엄청나게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놀이 경험들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중요한 바탕이 되었을 겁니다. 곧, 각 세대별 코호트(cohort)의 특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의 아동기에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나 혹은 나의 가까운 사람의 아동기에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놀이를 즐겨 했었나요? 기억에 남는 놀이가 있는지, 또 그 놀이가 나의 삶의 어떤 흔적으로 남아있는지 여러분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