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상담센터에 가면, 어떤 사람이 나를 상담하는 걸까?
이 연구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부재’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들여다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구가 어려워서 연구원정대에 참여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김은빈이라고 합니다. 연구원정대에서 마련한 버닝 클럽을 신청하고, 리버뷰 회의실에서 리버를 등진 자리에 앉아, 글 쓰는 부담에 시달리다 몇자 적습니다. 한참을 어떤 제목이면 독자와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따위로 째깍거리는 커서만 노려봤어요. 함께 있던 J님에게 만약 우울해서 동네 상담센터에 간다면, 센터 문 앞에서 무슨 생각부터 떠오르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의 경계 없는 질문에도 발그레한 미소를 띠며 곰곰이 생각을 보태주었어요. “아무래도 상담사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오히려 그녀가 나에게 상담 효과가 보장되겠냐고 묻는 듯했습니다.
대대로 심리상담의 경쟁업종은 점집이었습니다. 과거를 탁탁 맞추고, 미래를 탁탁 알려주는 대로 믿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안심되고, 그렇게 살아봄 직한 희망이 생기니, 불안할 때마다 용한 무당에게 찾아가 효험을 보는 일이 그리 어색하지도 않지요. 하지만 누군가 점집이 아니라 상담센터를 찾았을 땐, 효과성을 일으키는 게 귀신이 아닌 다른 것이길 기대합니다. 바로 그 ‘다른 것’이 ‘과학’입니다. 과학은 우리 사회에선 곧 직업에 전문성을 부여해주는 근거이지요. 그러니 결국 ‘내가 이해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불안은 상담이 과학에 근거한 전문성이 담보된 행위인지 되묻는 질문입니다. 누구나 상담센터 문을 열었을 땐, 이곳에 나를 나아지게 할 ‘전문성이 보장된 상담사’가 거기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동네 상담사는 전문가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대답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법’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없답니다!
1. 지금부터 연구를 소개합니다.
상담사가 내뱉은 한 마디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지난 직장에서 일하며 이제 더는 못하겠다, 생명의 심지가 바싹바싹 타는 기분이다 싶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있길래 주변에 알리고 저도 신청했죠. MMPI-2 간이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으러 교대역 어딘가에 있다는 오피스텔로 향했습니다. 중년 여성이 의사 가운을 입고 반갑게 저를 맞이하더군요. 요즘은 개인 센터에서도 전문가임을 강조하려고 가운을 입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사에게 제 상태와 직업을 설명했어요. 그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사회복지사이자 상담사로 만나는 활동을 들은 상담사는 인지부조화가 왔는지 업무에서 쓰는 용어를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본인의 세상에선 제가 풀어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이는 눈치였습니다. 아무래도 상담사는 저를 비혼주의자 페미니스트로 본 듯했어요. 갑자기 상담사는 저에게 “결혼할 생각은 있나요?”라고 생뚱맞게 질문했습니다. 으잉? 싶었지만 성실하게 답해줬지요. 네, 라고요. 그러자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정말 다행이네요. 일과 생활을 분리해 잘하고 있으시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 여성단체, 성매매 뭐 이런 단어가 조합되어 상담사의 머릿속에 남은 궁극의 단어는 ‘결혼’이었나 봅니다. 저는 무척 화가 나서 온종일 친구들에게 상담사를 험담했습니다. 그녀가 입은 흰 가운이 무색하게, 그녀의 말은 전문가로서의 신뢰성을 부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상담사를 만났을 때,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진 않아야 하지 않을까?
제가 일하던 곳은 심리지원단을 운영했습다. 폭력에 처한 여성을 구조하고 여성이 원한다면 심리상담을 지원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내담자 배경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심리지원단 멤버가 될 수 없다는 기조가 있었어요. 심리상담 업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 관련 국가 자격증이 없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선 학회 민간자격증이 암묵적으로 통용되요. 그중 우리끼리 가장 공신력 있다고 봐주는 자격증은 한국 심리상담학회와 한국 상담학회가 발행하는 자격증입니다. 팀장은 상담센터 출신으로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여성들에게 심리상담 연계하는 건 그 자격으론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팀장은 상담사가 학회 자격증이 있다 한들 다시 한번 자체 ‘검증’하지 않으면, 여성이 상담사로부터 상처받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심리상담’은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심리학은 과학이야! 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저의 지도교수가 들으면 노발대발할 언사였습니다. 상담사가 생애주기별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겪어야만 상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리학은 과학이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행위로서 상담한다고 교수는 누누이 주장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심리상담의 효과성 논쟁은 미국에선 애초에 끝난 일이었습니다. 1977년 Smith와 Glass는 상담심리 치료 효과와 관련한 연구를 메타 분석해서 상담 및 심리치료 효과 크기를 d=. 68로 추정했습니다. 이후 메타 분석 연구가 일관되게 심리치료의 절대적 효과성을 드러내 주고,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상담이 심리적 문제해결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이 교차 검증되었어요.(유성경, 2018) 이는 이제 상담이 효과가 있어? 라고 물으면, 그럼 그렇고말고! 하고 답해도 괜찮다는 뜻이랍니다. 하지만 이 과학이 증명한 효과를 저의 전 직장에서는 다시 ‘검증’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담사라는 사람을 불신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고 말았어요. “상담사가 내 상황도 모르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거예요? 상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내담자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어버렸거든요.
누가 전문가인가?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2023년 12월 5일. 보건복지부는 국민 마음 건강 프로그램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2024년부터 대폭 예산을 증가, 투입해서 ‘2027년까지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정신건강정책 '예방-치료-회복' 전단계 관리로 대전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2023.12.05) 여기서 ‘심리상담’을 수행하는 전문인력은 누구일까요? 보도자료에서는 ‘전화 대응 개선을 위한 상담원’, ‘전문심리상담사 채용’, ‘상담심리 또는 EAP 전문자격증 보유자’라고 일관되지 않은 자격조건을 나열합니다. 그리고서 마지막에 ‘정신건강 전문 요원 양성 및 처우개선’이라는 주제로 또 다른 자격 명을 설명하지요. 자, 그러면 나는 이제 누구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면 되는 걸까요? 과연 이 중에 어떤 자격이 ‘심리상담’을 가장 잘한다고 보장해줄까요? 과연 정부는 나열된 자격조건 중 한 가지라도 있다면 심리상담을 수행하기 충분한 전문성을 가졌다고 간주하고 있는 걸까요? 현재 정신건강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양하게 불리는 자격을 일일이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자격이 어떤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지도 알아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러한 의문을 남기는 정책이 보도자료로 발표되는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어요. 바로 ‘심리상담’ 관련 법이 부재하다는 현실입니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불안,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같은 충격적인 사회적 재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와 적응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한 해결사로 ‘심리상담’은 자주 콜링 되지만, 심리상담은 법의 규제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공공정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도 ‘정신건강복지법’(약칭)에 포함되지도 못한 채, 공적 관리 감독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랍니다. 이러한 사태는 정책 수행 주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불건전한 서비스가 건전한 정신건강 관련 심리서비스 전달 체계와 경쟁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에 혼란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더는 심리상담을 무법지대에 두지 말고, 제대로 법제화하여 심리상담 서비스 공급체계를 공공영역으로 포섭해야 합니다. (김영환, 2022)
2. 이전에는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다섯 번째 심리서비스 관련 법안이 발의 되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2009년, 2012년 학교 상담 법제화를 추진하였으나 자동 폐기되면서 심리상담 모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문 상담’ 영역 NCS 개발과 함께 2013년 정신보건법 일부개정 시기에는 심리상담 자격증을 공인된 국가 자격으로 만들려고 시도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지요. 이후 관련 학회는 심리상담 모법 필요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서 2022년까지 총 4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각 법안별로 “무엇이 전문성인가?”, “누가 전문가인가?”를 놓고 전문가 집단 간 입장이 갈라지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법안은 계류되고 말아버리죠. (김인규, 2022) 이에 입법조사처는 4개 안의 조율을 권고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만우, 2021) 2023년 5월엔 기존 발의안을 통합하여 ‘국민 마음 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 서비스 지원법안’을 다섯 번째로 발의했으나, 9월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심리상담’ 영역에 대해 재정의하고, 학위 자격조건을 학사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권고받았어요. 합의체 중 한 곳인 한국 상담심리학회는 권고된 자격조건에 동의하지 않고,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한국 상담학회는 국가직 무능력표준(NCS)을 근거로 심리상담을 ‘사회복지, 종교’에 해당하는 비의료적 성격의 전문 서비스로 표명하며, 예방, 발달, 성장을 지향하는 예방 사업을 수행하고, 비의료 영역에 전문상담사 우선 배치 하도록 요구하는 중이랍니다. 또한 이 학회는 앞서 보도자료로 발표된 ‘정신건강 정책 혁신방안’에서 정신 보건 전문 요원이 우선 배치 혹은 증원되고, 민간자격을 소지한 상담사들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사업 방향에 문제를 제기한 상황입니다.
법이 없는 동안 상담 업계는 도떼기시장이 되고 말았다.
심리서비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집단 간 합의가 요원해질수록 대중이 접하는 심리상담 영역에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심리서비스 자격증 및 센터 개소 자격 규제가 부재하여 어떤 센터가 양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둘째,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심리서비스 전문가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어요. 이에 따라 심리서비스 전문가 역량 및 윤리 의식이 부재한 상담사가 센터를 운영하는 비윤리적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는 상담 관련 학회들이 주장하는 ‘내담자 복지’ 즉, ‘내담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주요 가치를 훼손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죠. 셋째, 심리서비스 관련 허위광고 규제가 부재합니다. SNS만 열어봐도 부정확한 심리학 및 정신건강 정보가 무분별하게 쏟아지지요. 윤리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담 후기 등을 이용한 마케팅은 그대로 소비자에게 노출되어 비윤리적 환경을 조성합니다. 내담자가 안전하게 양질의 서비스를 선택하려면 상담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 자체를 정비하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제는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이야기하자.
심리서비스 관련 법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해외 법령과의 비교, 법의 방향성, 법 세부 항목의 형태에 치중된 편이었어요. 예를 들어, 법제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거나, 미국, 호주, 일본, 대만과 같은 해외 법안과의 비교, 자격증의 최소 응시 자격, 업무독점형 혹은 능력인정형 자격 형태 등이 연구되었습니다. 이렇듯 기존 연구는 ‘누가 전문가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의 필요성에는 내담자가 저질의 서비스를 경험하지 않도록 4,000개에 육박하는 민간자격증을 제한하고, 환경을 정비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계류되는 이 순간에도, 비전문적, 비윤리적 상담은 내담자에게 음흉한 손길을 뻗쳐 실시간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거든요. 이 상태로는 내담자가 도저히 ‘어딜 가야 효과가 있다는 상담을 받을 수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 문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된 법이 제정되어야 하는가’와 함께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도 논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시장에서 소비되는 심리상담 서비스의 행태를 분석하여 실제로 소비자가 어떤 심리상담 서비스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를 통해 전문가 집단과 정부 부처, 그리고 대중이 ‘왜 이 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이슈 파이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3. 연구는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심리상담’의 겉모습을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간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계류되는 상황에 따라 ‘규제되지 않는 심리상담이 어떻게 비전문적, 비윤리적 행태를 보이는지’를 탐색하고자 했어요. 일차적으로 ‘시장에서 심리상담이 돈이 되기 시작하자 업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어요!’라고 설명할 생각입니다. 나아가 ‘그러니 우리 이제 좀 마음을 모아 법을 통과시켜 봅시다’라고 설득할 만한 당위성 마련까지 시도해 보고려고요! 이를 위해 업계 종사자끼리 공유하는 우물 안 시야에서 벗어나 대중이 보는 심리상담 업계는 어떠한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대중이 상담을 알게 되는 루트 중 하나는 인터넷 정보라고 추정했어요. 수많은 정보 중에 연구할만하고, 대중도 신뢰할 만한 자료는 ‘언론 보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상을 살피고자,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비윤리적, 비전문적 상담행위 실태는 어떠한지 살펴봤답니다.
빅카인즈(BIGKINDS)를 이용한 신문 기사를 확인했다.
신문 기사를 모아 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빅카인즈(BIGKINDS)를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수집 범위는 학교 상담 법 제정이 시작되었던 최초 연도인 2009년 1월 1일부터 연구를 수행하는 시점인 2023년 11월 31일까지로 잡았어요. 15년에 걸쳐 보도된 국내 기사가 대상이 되었습니다. 기사를 발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내일신문, 매일경제, 머니 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등 총 11개 일간지를 포함했습니다. 기사는 ‘학교 상담사’, ‘심리상담 AND 성폭력’, ‘심리상담 AND 윤리’, ‘심리상담 AND 법제화’, ‘심리상담 AND 자격증’ 총 5개 키워드 중 하나 이상 포함된 관련 기사로 추출했습니다. ‘심리상담’, ‘상담’과 같이 대표적인 키워드를 단독으로 검색하는 경우, 학교, 자격증, 프로그램 홍보 기사가 다수 수집되어 쓸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키워드를 결합하여 검색어를 세분화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수집된 기사 총 2,598건을 연구분석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수집된 기사는 윤리규정을 대조하여 선별 기준을 도출하고, 최종 분석 대상을 선별하여 내용 분석과 언어 네트워크 분석을 할 예정이랍니다.
4.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연구는 언론에 나타난 심리상담 현장의 모습을 통해 내담자가 경험하는 심리상담 환경 실태를 들여다보며 다음과 같은 결과에 이르길 기대합니다.
첫째,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비윤리적, 비전문적 상담행위 실태를 확인한다.
수집된 기사에서 키워드별로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전문성’이었습니다. 이는 지속해서 심리상담의 전문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지요. 특히, 4,000개에 달하는 민간자격증이 남발하는 실태는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공인된 국가 자격증인 ‘임상심리사’와 ‘청소년 상담사’가 심리상담 영역을 포괄하지 못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상담심리학회와 한국 상담학회의 자격증이 우세해지면서, 학회 자격증의 험난한 자격요건을 피하려고, 비표준화 수련 과정을 내세운 민간자격증이 우후죽순으로 등록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쉽게 딸 수 있는, 몇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자격증이 바로 그것입니다. 몇몇 민간자격증은 8시간 만에 자격증을 발급하기도 해요. 이를 악용하여 비양심적 행위자가 오픈 채팅을 열어 자격증과 함께 저렴한 상담료를 홍보하면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안타까운 실태가 확인되었습니다. (“1시간에 10만원, 우울증 상담해드려요”...상담 자격증, 반나절이면 취득?, 권선미, 2023.07.31.) 이처럼 서비스 이용자들이 ‘누가 전문가인지’알지 못하게 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 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는 “심리상담 업계는 도떼기시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너도나도 돗자리 깔고 전문가 행세하는 수준입니다. 가짜가 진짜보다 많습니다”라고 일갈하며 무분별한 심리상담 환경을 평했습니다. (“무조건 합격이세요” 엉터리 심리상담사, 기자도 땄다 , 강창욱 외, 2022.05.23.)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제로 성범죄나 금원 편취와 같은 사기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해준다며 성폭행한 유명 심리상담사, 강진구, 2018.09.10.; 성범죄자도 몸치료 OK... 엉터리 법에 무법천지, 강창욱 외. 2022.06.04.) 심리상담을 이용하고자 하는 내담자는 이미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자 절박한 심정으로 상담을 신청하지요. 이들을 대상으로 비전문적, 비윤리적 행위를 넘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자가 등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심리상담사 자격에 의해 처벌할 방법도, 다시는 센터를 개소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방법도 없습니다. 게다가 과학적 입증이 되지 않은 정보나 공개되면 안 될 심리검사지 정보, 내담자 동의 없이 내담자 상담 내용이 포함된 후기를 SNS에 게시하여 홍보하는 등 심리상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이 윤리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쏟아져 나오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이용자는 누가 전문성이 있는 상담자인지 구별하지 못해서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심리상담에 반복해서 노출되고 맙니다. (심리사냐 상담사냐... 심리상담, 법이 없다, 강창욱 외, 2022.06.09.) 이러한 환경은 서비스 이용자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양산하여, 심리적 고통에 처해도 심리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게 만들고, 치료를 미루는 결과를 낳아 심리적 문제가 고착되는 악영향에 이를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둘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확인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비전문적, 비윤리적 실태는 ‘전문가 자격’, ‘센터 개소’, ‘광고 홍보’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 자격을 제한하기 위한 공인된 국가 자격증 신설, 센터 개소 자격 규제, 허위광고 규제가 포함된 법률안이 필요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업무독점형 면허 자격증 형태는 정신건강 영역의 타전문가 집단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 전문 요원이 저항하는 상황입니다. (의협 '심리상담사법' 반대... "교육 표준화, 인증평가 구축이 우선", 송수연, 2022.05.20.) 그들은 심리상담사 배출 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수련 과정이 전문가를 양성할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고 있어요. 따라서, 면허형 자격증을 주장하려면 상담사를 양성하는 현행 교육과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심리서비스 전문가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 근거 기반 심리상담을 보장해서, 양질의 상담을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자격증이 국가 자격증으로 발급되는 것과 동시에 가장 시급한 일은 센터 개소 자격의 제한입니다. 현재는 별다른 규제 없이, 음식점을 개업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으로 심리상담센터가 개소됩니다. 즉, 누구나 심리상담센터를 개설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심지어 자격증이 없어도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 동네에는 누가 운영하는지 알 수 없는 심리상담센터가 아무런 규제 없이 버젓이 영업 중인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이용자는 ‘자격에 대한 정보’ 없이는 어떤 센터가 양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져요. 현실적으로 서비스 이용자가 일일이 센터 상담사의 학위와 자격증의 공신력 여부를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은 비경제적이기도 하지요. 병원이나 법률사무소는 주인장 실력 여부와 관계없이 자격 명칭만으로도 공인된 전문가가 의료 혹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듯이, 심리상담센터 개소에도 이와 같이 센터를 개소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 제한이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심리서비스 관련 허위광고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심리상담 정보는 정신건강을 지키기는 데 큰 방해 요인입니다. 이는 넓게 보자면 공익을 저해하는 행동으로도 볼 수 있어요. 정신건강은 실질적으로 생명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강력한 제한을 펼쳐 허위 정보를 줄여야 합니다.
5. 이 연구의 앞날은?!
연구의 최종 골인점은 ‘내담자 복지’다.
저는 심리상담 서비스가 필요한 누구나 거주지 근처에 있는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면 평균 이상의 공인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꿈 꿉니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종사자라면 힘을 합해 우리 사회의 안전한 상담 환경을 구축해야 할 전문가적 소명이 있다고 믿거든요.
서비스 이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정신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농후한 환경은 심리상담 윤리의 제1원칙이나 다름없는 ‘내담자 복지’에 위배합니다. 심리상담사 개인이 아무리 윤리적 행위를 할지라도, 구조와 환경이 비윤리적이라면 내담자는 환경으로 인해 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인 상담행위는 실시간으로 내담자를 위협합니다. 그러니 심리상담사는 우리에게 찾아온 내담자를 지키고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과 법률 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디, 정신건강 관련 집단 내에서 조속한 법제화의 필요성이 공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아가 위협적인 상담에 노출되고 있는 대중에게도 이 법의 필요성이 공감되길 원합니다. 누구나 이 문제를 공감할 수 있는 빠른 길은 바로 황폐한 상담 환경이 ‘나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라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는 종사자와 서비스 이용자 양측에게 법의 부재가 어떤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지 밝히는 데 의의를 둡니다.
지난 6개월간 한주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세미나를 준비해준 연구원정대의 도움을 힘입어 연구할 내용이 준비되었어요. 상냥하고 친절한 코치진의 정성에 무한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현장에 있는 동료 연구자들에게 준비된 내용을 공유하고, 정교하게 자료를 분석하여 ‘독자에게 읽히는 논문’을 쓰고자 합니다. 지금 이 노력은 어쩌면 동해 바다에 자갈 한 덩이 던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여전히 현장에서부터 몸으로 느낀 차별이 더는 ‘잠시 약해진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우리 동네 아무 상담센터나 찾아가도 당신이 안전하다는 확신, 그런 세상. 그거 하나예요. 이 진심이 이 연구의 전부랍니다.
초보 연구자의 하염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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