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외교 vs 굴욕외교? 한일정상회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7일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치외교’를 내세워 일본과 안보, 경제, 글로벌 이슈 등을 협력해나갈 것을 밝혔는데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 관계가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대통령이 일본에 저자세로 나가며 통 큰 양보를 한 데 비해 얻은 게 별로 없다는 ‘굴욕외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외교는 양면게임’이라고 했던 퍼트넘 교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로버트 퍼트넘은 외교는 ‘국가 간 협상인 외부게임’과 ‘국내정치인 내부게임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면게임’이라고 말했는데요.   흔히 외교는 국가와 국가 간 협상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국내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대외협상에 성공해도 국회, 기업, 시민단체 등 복잡하게 얽힌 국내 이해관계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정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동안 한일관계가 진전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국회, 시민사회의 동의 없이 이뤄진 대표적인 협상이었으니까요. 이번 한일정상회담도 이런 측면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많은데요. 국내 구성원들을 충분히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평가가 엇갈리는 이번 한일정상회담 관련 주요 쟁점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 과거사 문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한일 공동선언의 표현 대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했는데요.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는 정부를 대변한 것이 아닌 총리 개인의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는데요. 과거사 관련 자신의 발언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말로 명확히 이해해도 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일본 총리 자격이 아니라 '사견(私見)'이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일본 내 극우파 지지기반층을 의식해 정부를 대변하진 않았으나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해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여야 정치권, 일본 언론은 각각의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1) 시민단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본 과거사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추구를 위해 610개 시민단체들의 결성체인데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일본의 '호응'은 고사하고, 한마디의 사과 표명도 없는 '빈 손' 회담이었다. 다시 한번 윤석열정권 깡통외교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혹평했습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제강제동원 관련해 기시다 총리의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발언을 두고는 ‘교활한 물 타기 발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거나 환영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는데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굴욕외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5가지 현안에 대한 입장이 분명히 정리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건너편에는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일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환영하고 그동안 얼어붙은 한일관계가 풀리기를 기대한다며, 일본과 군사동맹 구축을 통해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 여야 정치권 여야도 극명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는데요. 국민의힘은 “한일관계가 진일보했다”고 호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허 그 자체”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양 정상은 지난 3월 합의했던 안보협력 분야와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 정식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일미래파트너십기금 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한일 간 우호적인 '셔틀외교'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한일관계의 새 장이 열렸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한일관계 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오염수 방류 문제 외에도 반도체 공급망의 구축, 첨단산업에 관한 공동연구,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많은 생산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사에 대해선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 없었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전향적 해법을 제시했을 때 보다 진전된 입장표명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날로 심각해지는 북핵 위기 앞에서 이제 두 세대에 걸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보편적 인권 문제인 대한민국 역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굴욕외교를 계속하겠다며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됐다"며, 국민 앞에서 일본 입장을 대변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국민은 참으로 참담하고 허망하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에 식민침략에 대한 면죄부 발언을 줬다”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강제동원 배상 재검토는 언급조차 없었다. 일본의 독도 침탈에 대해서도 한마디 언급을 못 했고, 우리의 외교적·군사적 자주권을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종속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정상회담은 “‘물잔은 너만 채우라’는 일본 측의 암묵적 요구에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셔틀 외교 복원이라고 자랑하지만 ‘빵셔틀 외교’ 같다는 국민 일각의 자조적 힐난에 귀기울여야 한다” 며 지적했습니다.  3) 일본 언론 일본 언론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호전되어 협력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다만 강제징용에 대한 니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대표 보수언론인 산케이 신문은 “징용에 대해서는 애초에 일본 측이 사과하거나 배상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한 노동동원에 불과하고 임금도 지급했다.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누명을 쓴 일본이야말로 피해자인데 총리의 발언은 가해자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발언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는데요. 반면, 대표 진보언론인  아사히 신문은 “과거사 문제는 국민 정서와 정체성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다. 조약이나 협정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를 직시하는 자세를 계속해서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 요미우리 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유감 표명은 윤 대통령의 정치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국 내 반발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총리는 상대 입장을 배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도쿄신문은 “‘마음이 아프다’는 총리의 표현은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담긴 표현으로 한국 내에서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다. 다만 우회적인 표현이 많았다. 보다 직접적으로 반성과 사죄를 보여줌으로써 자국 내 비판을 받을 각오로 대일관계 개선에 나선 윤 대통령의 기개에 부응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2.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야시 요시야마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전문가 현지 시찰단 파견, 국장급 협의 등의 기회를 통해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보여주기식’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데요. 실제로 작년 3월 대만도 후쿠시마에 8명의 조사단을 파견했지만, 도쿄전력의 안내에 따라 설명을 듣는 수준에 머물렀고, 짧은 기간에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형식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우리 시찰단도 현장 점검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실제 체류 기간도 이틀밖에 안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큰데요. 이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순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자칫 일본에 ‘오염수 방류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지난 2019년 4월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가 타당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며’ 다시 WTO에 제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그 새로운 쟁점이 이번 시찰단 파견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분위기 속에서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바로 취하진 않겠지만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잠재적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2018년 WTO 1심에서 일본에 패소한 바 있습니다. 수입을 규제하는 잠정조치의 적법성을 놓고 다퉜는데, ‘합리적 기간 안에 특정 요건이 충족되면 수입 규제를 해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WTO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졌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때문에 해당 부분을 두고 WTO 상소기구에서 다루게 되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3. 한미일 공조에 대한 기대와 우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고도 발달과 안보 위협으로 ‘한미일 공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지도 모르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SNS를 통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을 발전시키고자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과 도쿄가 긴밀해질수록 미국의 미사일 방어 역량도 강해진다”며 “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져)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살피는 동맹의 능력을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과 일본을 ‘기묘한 침실 파트너’라고 비유하며 비판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 요구에 한국과 일본이 부응한 것이라며 회담 성과를 깎아내렸는데요. “한일 양국이 갑자기 가까워진 것은 두 나라 우파 정당(국민의힘과 자민당)이 이념을 공유하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이 권력을 잃으면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인데요. 무엇보다 국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임 1년이 다 돼가도록 야당 대표와 단 한 차례의 만남도 갖지 않는 모습, 국내 언론과의 소통은 원천 차단한 채,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만 지속하고 있는 점, 공론화 과정 없이 국가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강행하는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일본에게 보여준 것만큼, 국내 정치에서도 그러한 양보와 타협, 소통의 자세를 취해나가면 좋을텐데요.  여러분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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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한국사회
최근 30대 네이버 개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직장내괴롭힘‘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고인이 육아휴직 복직 후 차별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족 측 고소장이 접수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열심히 근로감독을 해서 법을 지키는 관행을 만들도록 유도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겨레. 23.04.20)  <OECD 국가별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 수> 한국은 OECD 가운데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0.78%), 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육아휴직’입니다.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 도입돼 올해 36년째를 맞았지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제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1년 기준 29.3%로 OECD 최하위권을 머물고 있는데요. 물론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0년 72,967명에 불과했던 수가 2021년 17만 3,631명으로 10년 사이 약 10만명 가량 늘었습니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근로자의 보편적 권리’로 인식되기엔 아직까지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데요. 1.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 현재 육아휴직 사용은 주로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노동자에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 대부분이 규모 300명 이상의 기업체 소속되어 있고, 4명 이하 기업에 소속된 비율은 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육아휴직 사용자의 소속 기업 규모> 또 사용할 수 있다 해도 부당 해고를 겪거나 승진 불이익, 차별 등을 당할까봐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실제로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의 70%가 배치와 승진에서, 71%가 보상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사례] (KBS. 23.03.28) A씨: “임신은 축하하지만 그만두는 것을 한번 생각 해봐라. 배가 불러있는 사람한테 일 시키기 불편하니까 배 부르기 전에 그만둬라.” B씨 : “배치할 만한 부서가 없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C씨: “임신 후기에 단축 근무를 사용한 직원은 늦게 귀한 애를 가진 거라 쓰게 한 거다.” <육아휴직 사용 불가 이유>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에 신청할 때 눈치가 보인다는 것도 문제인데요.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49.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가중’이 23.3%,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9.3%,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7.7% 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노동 약자’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56.8%), 5인미만(62.1%), 월 150만원 미만(55%) 근로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육아휴직과 돌봄휴가 역시 평균보다 더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직장갑질119) 2. 제도적 문제와 실효성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마친 직원에게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입은 불이익이 육아휴직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1년 육아휴직 사용 후 보복인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남양유업 피해자 사례가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히 부당전보를 지시하는 상사의 녹취록 등 물적증거가 공개되었음에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및 소송에서 패소해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윤미향 의원은 '육아휴직 복직자 부당전보' 남양유업 피해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육아휴직 복직자에 대한 부당전보 판단근거를 확대하고,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근로자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 현행법은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해 권리구제기관 및 사법기관의 판단이 각각 다르고, 문언상 해석에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육아휴직 제도 사용으로 차별을 받아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육아휴직 관련 차별 경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참고 넘어감‘이라 대답한 응답자가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사업주의 육아휴직 권리침해 관련 기소의견 송치 건> 간혹 육아휴직 사용 권리침해가 법적인 공방으로 이어진다 해도 방대한 자료를 가진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승소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사용을 사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 대한 기소의견 송치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육아휴직 사용자를 보호하고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부여 저조 사업장으로 의심되거나 출산, 육아휴직 중 부당해고가 의심되는 사업장으로 선정된 수는 총 364개였지만, 이 중 위반사업장으로 판정된 경우는 29개에 그쳤고, 사법처리 건수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3. 해외 사례 1) 근로자 손해배상 및 보호방안 (육아패널티_국회입법조사처)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법 제 22조에 따라 법령을 위반한 사업주는 근로자가 입은 모든 형태의 손해나 손실, 그리고 권리 침해에 대해 보상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가 육아휴직과 관련된 불이익 조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거나, 있었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도 ‘사업주의 해고조치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부당해고였는가’에 대한 증명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는데요. 만일 해당 사안이 차별 관련 사안으로 판정되면 근로자는 고용평등법에 따라 복직은 물론 손해배상청구일 이전 6년 기간의 급여에 대해 상한액 제한 없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 (사용권보장_국회입법조사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최소 13주 근속한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 신청 자격이 있습니다. 근로자는 육아휴직 시작일 최소 2주 전에 사업주에게 서면으로 미리 고지하면 되는데요. 이때 사업주의 별도 승인 없이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원하는 때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업주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됩니다. 스웨덴의 경우도 사업주에게 최소 2개월 전에 육아휴직 시작일을 고지하면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사업주의 승인 없이 요청만으로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으로 명문화하고 있어 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3)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パパ休暇_厚生労働省) 일본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산후 아빠휴가 제도‘를 시행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아이 출산 후 8주 동안, 한 번에 최대 4주 총 2회까지 사용할 수 있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측은 반드시 휴직 신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노사합의를 통해 근로자가 육아휴직 중에도 근무할 수 있게 했는데요. 갑자기 중요한 회의에 참여해야 하거나 휴직자가 아니면 대응할 수 없는 업무가 생겼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 근속기간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폐지해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와 관련해 직원들의 의향을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해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50%, 2030년에는 여성과 같은 8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를 위해 지난 4월 1일부터는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매년 홈페이지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그동안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남성들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실현되려면.. 그동안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부에서 많은 정책을 펴왔지만, 한국은 여전히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출생률은 더 낮아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짚어봤는데요. 제도적 문제도 물론 개선돼야겠지만, 육아휴직을 ‘기본적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문제와 차별, 괴롭힘, 갑질, 이기주의 등 잘못된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한국사회의 불평등 양극화 문제, 과도한 경쟁 사회 등도 함께 해결돼야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그간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한국사회가 이제는 성장만큼 ‘파이 분배’와 ‘안전망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가 '육아휴직'을 보편적 권리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그래서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