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개정이 교권향상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익명/중복투표)

갑자기 웬 학생인권조례?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의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타살의 흔적이 없었기에, 해당 사건은 자살로 추정되었고, 고인의 사망 경위와 배경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서울교사노조가 21일 공개한 전현직 서이초 교사들의 제보에 따르면, 해당 교사가 학급 내 공격적인 학생으로 인해 평소 스트레스가 심했으며, 학급 내 학교폭력과 그로 인한 지속적인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음이 드러났습니다. 교육부, 서울시 교육청, 강남 서초교육지원청은 합동 조사단을 꾸려 8월 4일까지 진상조사를 할 것이라고 했고요.

서이초 사건이 보도된 이후, 지난 6월 30일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이 교사를 폭행했던 사건까지 수면위로 드러나며 학교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겪었던 다양한 어려움을 비롯해 ‘교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전국의 교사들은 22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1차 집회를, 29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2차 집회를 열었으며, 2차 집회의 참여자는 주최측 추산 약 3만명에 이릅니다. 

이에 정부는 해결책으로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향상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의 생기부 기재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죠. 하지만, 법 개정에 대해선 여야의 의견이 갈리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교권강화 관련 입법이 완료되면, 하위 법령인 학생인권조례를 손볼 명분이 생기는데요. 여당은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붕괴를 불렀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일보, 2023.07.31)

자, 우리가 오늘 살펴볼 주제는 과연 ‘학생인권 조례’의 개정이 정말로 교권향상에 유의미한 대책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선, 학생인권 조례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학생인권조례가 뭐야?

2010년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이 성별, 종교, 가족형태, 성정체성, 신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학습권과 휴식권,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죠.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6개의 시도가 채택해 시행중이며, 인천은 교직원과 학부모로까지 그 대상을 넓힌 ‘학교인권조례’를 시행중에 있습니다. 

⭕학생인권 조례 개정 찬성!

- 학생인권만 강조하다보니 교권이 추락한거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7월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당과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말했습니다. 이때의 ‘불합리한 자치조례’는 사실상 학생인권조례를 가리킨 것으로,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을 직접 주문한 것으로 보이죠.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이 붕괴됐다”며 “시도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가 전국최초로 도입되었던 경기교육청의 임태희 교육감도 “학생 인권 조례 전면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조선일보, 2023.07.22)

-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학생인권조례는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학생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한명의 인격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 학생인권 보호라는 명목 아래 침해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7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지나치게 학생 인권이 강조되고 교원을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매우 강하게 작용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날 서이초를 방문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 또한 "학생 인권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선생님들이 위축되고 아동 학대 신고로도 많은 민원을 제기 받는다. 교권은 너무 위축돼 있고 나머지는 과잉 보호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죠. 모두 교육현장의 문제가 학생인권조례에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연합뉴스, 2023.07.21)

그러나, 학생인권 조례가 교권침해의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학생인권조례 개정 반대!

-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해!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2017~2021년 5년치 교권침해 수를 분석한 결과,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은 평균적으로 매해 교원 100명당 0.5건꼴로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했던 반면,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시도는 교원 100명당 0.54건으로, 오히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시도의 교권침해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학생인권 조례 시행지역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6곳 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인권조례의 유무에 따른 교권침해 증가율을 비교해보아도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고요. (한겨레, 2023.07.26)

교권침해의 가장 큰 원인이 학생이 아니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개한 ‘2021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총 437건으로 그 중, 피해 건수가 높은 것은 교직원에 의한 피해 155건, 학부모에 의한 피해 148건, 학생에 의한 피해 57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교권침해에 있어 교직원과 학부모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셈입니다.  (한국교육신문, 2022.05.19) 

- 학생인권과 교권은 파이싸움이 아냐!

교육현장에서 교권과 학생인권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도 성명서를 통해 “학생인권과 교권이란 두 개념은 상충되는 게 아니다.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행사되는 권리로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명시했어요.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했는데도 일부 학생·학부모에 의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장도 교육활동 침해 주체”라고 말하며, 교권침해의 주체가 학생과 학부모로만 축소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의 대립구도를 넘어 교사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포괄적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죠. (한겨레, 2023.07.21)

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연 교육현장 내 문제의 본질이 학생인권 조례에 있을까요? 

물론 학생인권조례를 악용하여 정당한 교육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많고, 특히 어떤 조항이 심각한 문제가 된다면 교사와 학생 등 당자사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개정이 필요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입법된 법안을 사회 변화에 따라 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하지만, 교사에게 행해지는 악성 민원, 과도한 행정업무, 교사에 대한 불합리한 요구를 마치 권리마냥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부 학부모가 빚어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정말로 교육현장 구성원들이 존중받는 환경을 바란다면,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치시키는 일차원적인 접근 대신, 교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다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본 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전선에서 아이들을 지켜내고, 그들을 사회의 어엿한 시민으로서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선생님들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투표와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알려주세요! 

(현 사안과 관련하여 관련하여 최성용 캠페이너의 ‘교권침해가 아닌 노동권의 보호: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며’ 또는 에벤에셀 캠페이너의 ‘교권보호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를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