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교권 침해가 아닌 노동권의 보호: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며

2023.07.20

3,737
38
여러 분야에 오지랖 넓은 사회연구자
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놓이고 있다.(관련 기사는 사진 클릭) ⓒ민중의소리
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놓이고 있다.(관련 기사는 사진 클릭) ⓒ민중의소리


‘교권’이라는 단어에 담긴 맥락과 계보가 아주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것이라, 교권이라는 단어를 강조할 때마다 알러지가 돋는 느낌이다. 특히나 2010년대 학생인권조례 성립 과정에서 교권이라는 단어는 학생인권에 대립되는 것으로서 교사의 권위와 체벌을 정당화하는 맥락에서 사용되어 왔다. 그렇기에 교권을 말하면 자연스레 학생인권의 축소(?)를 연상시키는 프레임이 작동한다. 

나는 유년기에 교사에 대한 불신을 뼛속깊이 체화한 인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수의 교사들이 작금의 사건의 원인을 학생인권이 증대되고 교사의 권위가 하락했던 데에서 찾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아니, 믿고 싶다). 하지만 문제를 진단할 언어로 계속 ’교권‘이 소환된다면, 그 언어에 각인된 역사성과 맥락에 따라 계속 학생과 교사를 대립시키는 프레임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아마 칼럼에 쓰겠지만, 이건 약자를 대립시키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통치술에 지나지 않는다. 

언어가 중요한데, 교권이 아니라 ‘노동권‘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작년에 참여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들을 인타뷰하면서 그들이 겪는 ’악성민원‘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문제는 민원의 일선 현장에서 그들이 그 모든 스트레스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 문제가 됐을 때 조직이 그를 보호하기보다는 문책하는 태도를 취하기 쉽다는 것이다. 민원이라는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결국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적대적인 민원인으로부터 자력구제를 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공무원들이 그토록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다.) 

이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일종의 ’산업재해‘이다. 그리규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권’의 문제로 사건을 봐야만 공무원이나 교사들이 제대로 제도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좀 더 조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에 돌아가신 교사 역시 그런 민원으로부터 시달렸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얼마전 학생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교사의 사례와 더불어, ’교권추락‘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레임에는 자살한 교사, 폭행당한 교사를 왜 학교 당국이 지켜주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빠져있다. 

교실은 정치적이고 갈등적인 공간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동거하고 같이 살아도 온갖 갈등이 생겨나는데 교실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그런 갈등을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결해내는 경험이 부재한 한국사회에 있지, 갈등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갈등을 문제시하는 태도는 갈등을 억압하고, 억압된 갈등은 더욱더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될 것이다. 

다만 필요한 것은 그런 갈등을 교사 혼자 감당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도 실수할 수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런 모든 시행착오의 과정들을 보장하면서, 학부모나 학생들의 부당한 민원이나 공격에 대해서 교사가 그것을 홀로 책임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는 교사가 수업과 교실을 꾸려나갈 자율적 재량권을 인정하는 일과 배치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교사에게 보장되어야 할 ‘노동권’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 

국가나 조직이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개개인들은 자력구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책임은 더 약한 이들에게 전가되고, 악성 민원인처럼 어떻게든 자력구제하려는 이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의 문제다. 그렇기에 교육현장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 속에서 오히려 지금의 사건들의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사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기존의 방식(갈등의 억압, 책임의 전가 등)을 넘어서 다른 길을 마련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 글은 제 페이스북에도 동시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공유하기

이슈

교육 공공성

구독자 238명
이연 비회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가르기가 아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교육, 행정(학생부 관리 + 학교에서 일어나는 행사 등도 포함), 상담 등 교사 한 명에게 너무 많은 책임과 역할이 따릅니다.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이 꼭 필요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망한 교사분이 겪은 문제가 개인 한 명에게 벌어지는 게 아닌 교사라는 직업 전반에게 벌어지고 있는 문제로 느껴집니다. 문제에 대한 논의가 '교사도 인권을 존중받아야 하는 노동자다'라는 걸 전재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전교조, 다선 국회의원 등 책임소재를 특정 요인에게만 따지려는 고리타분한 접근 방식은 그만 봤으면 합니다. 왜, 어디에서 교사의 노동환경이 위협받는지 입체적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강시현 비회원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학생입니다. 요즘 모든 방면에서 교권 추락이 학생인 제 눈에도 거슬릴만큼 심하게 지속중에있습니다. 툭하면 선생님들이 보고계신 앞에서 부모님 욕을하며 서로 놀거나 수업중간에 나가버리거나 선생님들께 심한욕을하고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들이 반마다 최소 한두명씩 존재합니다. 꼭 해결되야한다 생각합니다. 교권은 물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는 학생들에 대한 처벌 꼭 강화되어야합니다. 결국 안타갑게 세상을 떠나버리신 고인께 명복을 빕니다.

박효진 비회원

먆은 부분 동의합니다.
덧붙이자면
코로나19 이후
학생, 선생님, 학부모 각각의 모든 괸계가 비정상적으로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대안으로 각자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윤희 비회원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명복을 빕니다

박소은 비회원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빅재희 비회원

그곳에선 행복하세요..

정은서 비회원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조현정 비회원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비회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윤예빈 비회원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지 비회원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하겸 비회원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젋은 나이에…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손유 비회원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4살에 초등학교 담임이라면 그간 엄청난 노력을 하셨으리라 짐작되는데 세상이 너무 참혹하게 청춘을 앗아간 것 같아 울분이 터집니다. 하늘에선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고아라 비회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교권이 바로서서 참교육이 실현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