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동물에게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요?
네이버 영화 : <동물, 원> 스틸컷
최근 <동물, 원>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청주에 위치한 동물원을 배경으로,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사육사, 수의사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준다. 동물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는 걸 추천한다.
서두에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어릴적을 제외하곤, 동물원에 가본 적이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연에 있어야 할 동물들이 좁은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고, 동물을 전시하고 소비하는 것을 동물들이 원할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다.
동물과 직접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내가 우리 안에 갇혀 있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면 내 기분이 어떨까? 좋지 않을 것이고,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동물들도 그런 걸 느낀 것인지 아닌지. 얼마전 서울대공원의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해 3시간 만에 잡혔다. 세로는 진정제와 마취제를 7차례 투여 받았다. 2018년에는 대전 동물원의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고,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됐다.
동물원에서 동물 탈출 소식이 있을 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격분해서 말한다.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고. 자연에 자유롭게 풀어놔야 할 동물들을 우리 안게 가둬두는데, 기분이 좋겠냐고. 동물원은 전부 없어져야 한다고.
그렇다면, 동물원은 없어져야 할까? 동물원은 필요가 없을까? 동물원은 어떤 역할을 할까? 그리고 시민은 그런 동물원을 소비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동물원의 사전적 정의
네이버 국어사전에 동물원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동물원은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현존동물 중 극히 일부의 살아있는 동물을 수집하여 사육하고 번식시켜 일반인에게 관람시키는 사회교육시설이다. 동물원은 동물들을 자연서식환경과 비슷하게 만든 일정한 격리공간에 전시시킴과 동시에 살아 있는 동물들의 관람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동물원은 일반인들에게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사회교육시설이다. 교육을 위해 동물원의 사육사는 동물의 습성과 특성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들은 동물원이 개장 하기 전, 개장 후에도 지속적으로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고, 치료를 하고, 종 번식을 위해서 움직인다.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의 개체 수를 늘리고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습성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동물원 환경을 개선하고, 사라져 가는 종을 복원해 방사하고, 서식지를 보호하고, 관람객에게 생태 교육을 하고 있다.”*
네이버 영화 : <동물, 원> 스틸컷
실제 이렇게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고, 증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을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라고 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조 2항에 따르면, 멸종위기 동물이란, 자연적·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 수가 현격히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아 있어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해당 법률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말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68종)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214종) 등 모두 282종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국내 서식지외 보전기관은 강원지역 6곳, 서울·경기·인천지역 5곳, 전라지역 3곳, 충청지역 5곳, 경상·대구·부산지역 6곳, 제주지역 3곳 등 전국에 모두 28곳이 지정돼 있다.
앞서 사전적 정의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동물원은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훈련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물원을 통해 동물과 친숙해 질 수 있다. 친숙해진 동물이 있다면, 그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어떤 동물들이 존재하는지 모르면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가능성도 낮다.”*
물론, 그 중에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사람이 더욱 친숙하고, 자연적으로 살아갈 방법이 없는 동물도 있다. 청주동물원에 있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인간이 더욱 친숙한 동물도 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동물을 다짜고짜 자연에 풀어줄 수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에 동물을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이 우리 안에 사는 환경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이런) 동물원은, 없어져야 한다
모든 동물원이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선정되어 운영되는 건 아니다. 과거 체험형 동물원들은 동물학대 논란이 있었다.
거북이 등에 아이가 올라타고, 동물의 꼬리를 함부로 만지고, 천적이 바로 옆에서 울고 있어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또한, 일부 체험형 동물원은 폐업 당시 쓰레기, 오물이 널부러져 있는 환경에 동물들을 방치했다. 쩝쩝 거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하루 종일 쩝쩝 거리는 사람과 밥을 먹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화병이 날 것이다. 하물며 천적의 소리가 옆에서 울리는 데 스트레스 받지 않을 동물이 있을까.
이런 환경이 계속 될 경우, 동물원 속 동물들에게는 자연에서 나타나지 않는 정형행동이 나타난다. 우리를 계속해서 돈다든지, 털을 뽑는다든지 하는 등 행동이다.
이런 논란이 되는 곳에서 동물들이 계속 살아간다면, 동물은 행복하지도 않고,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동물원 소비도 없어져야 한다
“동물원은 야생 동물을 동물원에 데려다 놓고, 자연의 위대함을 얘기를 해줘야 하는 곳이거든요. 자연에 대한 경의를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지, 동물을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고 놀리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물, 원> 중 한 사육사의 말)
1987년에 방영된 아기공룡 둘리에서는, 둘리가 동물원 코끼리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코끼리는 돌멩이를 주워먹고, 화를 낸다. 직접적으로 돌멩이를 던지는 사례가 지금은 없겠지만, 여전히 동물원에서 동물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당장 모든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아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동물원은 동물원만의 순기능이 있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들에게 터전을 제공하고, 건강을 보살펴주고, 먹이를 주며 재활을 돕고 그들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순기능이다. 이러한 순기능이 있는 이상, 동물원을 쉽게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간이 아닌 동물들의 생각이다. 이건 쉽게 알 수 없다. 인간의 말로 아무리로 물어본다 한들, 동물들은 알아들을 수 없고, 인간 역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내가 하는 행동이, 과연 동물들에게 이로울 것인지, 아닌지 먼저 생각해보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내가 주는 먹이고, 내가 동물을 쓰다듬는 행동이 과연 동물로 하여금 행복하고, 이로울 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무작정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동물원에 있어야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알고 그들의 상황을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물원에 가면 쉬는 동물을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바라만 봐야 한다. 동물원을 산책하듯 둘러보면서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느끼고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동물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에버랜드의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났을 때, 수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일본에서도 동물원 판다가 중국으로 돌아갈 때, 수 많은 사람이 배웅을 왔다고 한다. 푸바오에 가졌던 관심의 일부만이라도, 이렇게 바라보면 어떨까.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볼 때, 먼저 그들이 왜 동물원에 있을 수 밖에 없는지, 그들은 동물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본래 있던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물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는 것. 그것이 진짜로 동물원의 동물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동물에 대한 진짜 교육을 하고 받는 시설이 되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면 진짜 동물원 나들이가 한층 더 의미있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어떤지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동물원은 계속 있어야 할지, 없어져야 할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의견을 듣고 싶다.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면> (노정래/ 다른 /2019) p.46, 47, 48,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