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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동물은 안전할까요?
제목엔 가장 대중적 미디어인 TV를 넣었지만, 요즘은 TV보다 넷플릭스 같은 OTT나 유튜브, 틱톡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훨씬 더 많이 봅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보고 싶은 영상을 쉽게 볼 수 있죠. 여러분은 어떤 영상을 자주 보시나요? 저는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동물 관련 영상을 많이 봐요. 가끔 반려동물의 일상을 찍은 영상도 보는데, 그럴 땐 거의 인간 초전도체가 되어 저항 0의 상태로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에 빠져들곤 합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동물 영상을 보실 때 동물의 안위가 걱정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 장면은 동물에게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동물이 스트레스 받지 않았을까?’ 따위의 걱정들이요. 인터넷, SNS, 동영상 플랫폼 등 미디어가 확장되며 미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주체들도 확장됐고, 동물의 출연도 크게 늘어났는데요.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을 보여주는 영상도 많지만, 동물에게 위협이 되고 스트레스를 주는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뉴미디어들이 동물을 대중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함께 보실까요. 1. 동물을 생명이 아닌 소품·음식으로만 대합니다. ‘하늘 던지기 챌린지’를 아시나요? 귀여운 동물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는 사랑스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챌린지에 참여했는데요. 동물도 고소공포증이 있기에 하늘로 높이 던지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요. 실제 동물을 던졌다 잘 받지 못해 동물이 다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소품처럼 사용한 챌린지였어요. 반려동물이 아닌 식용으로 구분되는 동물들은 상황이 더욱 참담합니다. 닭, 돼지 같은 동물은 살아있는 장면에서도 치킨이나 삼겹살로 표현되기 일쑤고요.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는 늑대거북, 뉴트리아 등은 혐오스럽고 우리에게 필요 없다는 편견 때문에 유튜버들이 잡아서 요리해 먹는 영상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생태계 교란종 자체가 인간중심적 용어인 데다, 생명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동물을 희화화합니다. 고양이에게 살아있는 물고기를 주는 것은 반려동물 일상을 찍는 유튜버들이 즐겨 찾는 레퍼토리입니다. 물 밖을 벗어난 물고기가 고통스럽게 펄떡이는 모습에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자막을 달고, 그것을 바라보는 고양이를 한층 더 귀엽거나 호기심 어린 것처럼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는 사고로 장애를 입은 진돗개에게 ‘뒷다리 파업’이라는 자막을 달아 많은 사람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어요. 동물이 고통스럽거나 긴장한 모습을 인간 입장에서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전혀 재미있지도, 즐겁지도 않습니다. 3. 동물 구매를 조장합니다. 귀여운 동물이 미디어에 자주 보일수록 사람들은 동물을 반려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실제 한 예능에 장모치와와가 출연하고 나서 펫숍에서 장모치와와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1년 뒤엔 유기동물 보호소에 버려진 장모치와와가 많아졌다는 기사가 났고요. 미디어에 출연하는 품종 동물들은 대부분 반려동물 공장이라 불리는 펫숍에서 생산·판매됩니다. 많은 동물들이 강제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곳입니다. 생명을 물건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어요. 한 해에 버려지는 동물이 10만 마리가 넘지만 미디어는 여전히 사람들의 동물 구매를 부추깁니다. 4. 동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의인화하여 편견을 생산합니다. 올해 가장 핫했던 동물을 꼽는다면 얼룩말 세로를 빼놓을 수 없겠죠. 아프리카 초원에서 볼 법한 얼룩말이 도심 주택가에 나타나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세로를 두고 ‘부모님을 잃고 반항심에 캥거루랑 싸운 뒤 동물원을 탈출했’고, ‘외로운 세로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주었다’며 해피엔딩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는데요. 사실 세로는 울타리를 부순 게 아니라, 이미 부서져 있는 울타리를 나간 것이었고요. 무리생활을 하는 얼룩말에게 암수 둘이서만 지내도록 하는 건 적절한 해결책도 아닙니다. 세로에게 필요한 건 ‘여자친구’가 아니라 얼룩말에게 적합한 환경과 훈련이었습니다. 동물원의 총체적인 관리와 훈련의 부실을 미디어는 마치 세로의 문제인 양 잘못된 정보로 포장하고 불필요한 의인화로 호도하여 동물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생산한 사례였습니다. 카라는 실제 동물이 출연하는 영상을 촬영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에게도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동물이 촬영현장에서 스트레스 받았는지’에 대해 59%의 종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변했고요. 13%의 동물은 촬영 중 죽거나 다쳤으며, 촬영을 위해 고의로 동물에게 해를 가한 경우도 8%나 되었습니다. 64%는 현장에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35%는 동물 전문 스태프가 없었다고 답변했습니다. 동물을 촬영할 때 동물의 습성과 안전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카라는 미디어 속 동물의 안전과 권리를 위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를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가이드라인으로, 감독, 프로듀서, 작가, 1인 미디어 제작자에게 동물을 학대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촬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더불어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청자에게도 동물 학대 영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며, 학대 영상을 신고하는 방법까지 알차게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디어 가이드라인 책자는 카라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어요.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동물의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고 까다롭기도 합니다. 이걸 다 어떻게 지키냐고요? 지키기 힘들다면 실제 동물을 출연시키지 않고 CG나 만들어진 소품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카라는 실제 동물 출연 대신 CG 처리나 소품 활용을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최우선으로 권유하고 있습니다. 좋은 예로 가수 미노이 씨의 ‘잠수이별’ 뮤직비디오에는 실제 금붕어가 아닌 로봇 금붕어가 나온답니다. 촬영에 동원되는 동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시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카라는 올해 초 ‘동물 출연 미디어 모니터링 본부’(이하 동모본)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동물의 안전이 걱정되는 사람 누구나 동모본 홈페이지에 접속해 제보하실 수 있고요. 동모본에 올라온 제보를 카라가 모니터링해 제작사에게 동물이 안전한 환경에서 촬영했는지 질의하여 답변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동물들이 출연하는 영상을 보고 즐기기만 한다면 미디어의 동물 학대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어에 출연한 동물의 안위가 걱정됐던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혹시 내가 본 이 영상이 동물학대는 아니었을까 고민했던 경험도 좋아요. 우리의 불편한 마음, 걱정하는 마음이 쌓이는 과정이 모든 생명의 안전과 권리를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순간부터 프로 불편러, 프로 걱정러가 되신 여러분, 환영해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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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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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동물에게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요?
네이버 영화 : <동물, 원> 스틸컷  최근 <동물, 원>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청주에 위치한 동물원을 배경으로,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사육사, 수의사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준다. 동물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는 걸 추천한다. 서두에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어릴적을 제외하곤, 동물원에 가본 적이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연에 있어야 할 동물들이 좁은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고, 동물을 전시하고 소비하는 것을 동물들이 원할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다.  동물과 직접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내가 우리 안에 갇혀 있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면 내 기분이 어떨까? 좋지 않을 것이고,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동물들도 그런 걸 느낀 것인지 아닌지. 얼마전 서울대공원의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해 3시간 만에 잡혔다. 세로는 진정제와 마취제를 7차례 투여 받았다. 2018년에는 대전 동물원의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고,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됐다.  동물원에서 동물 탈출 소식이 있을 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격분해서 말한다.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고. 자연에 자유롭게 풀어놔야 할 동물들을 우리 안게 가둬두는데, 기분이 좋겠냐고. 동물원은 전부 없어져야 한다고. 그렇다면, 동물원은 없어져야 할까? 동물원은 필요가 없을까? 동물원은 어떤 역할을 할까? 그리고 시민은 그런 동물원을 소비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동물원의 사전적 정의 네이버 국어사전에 동물원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동물원은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현존동물 중 극히 일부의 살아있는 동물을 수집하여 사육하고 번식시켜 일반인에게 관람시키는 사회교육시설이다. 동물원은 동물들을 자연서식환경과 비슷하게 만든 일정한 격리공간에 전시시킴과 동시에 살아 있는 동물들의 관람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동물원은 일반인들에게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사회교육시설이다. 교육을 위해 동물원의 사육사는 동물의 습성과 특성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들은 동물원이 개장 하기 전, 개장 후에도 지속적으로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고, 치료를 하고, 종 번식을 위해서 움직인다.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의 개체 수를 늘리고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습성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동물원 환경을 개선하고, 사라져 가는 종을 복원해 방사하고, 서식지를 보호하고, 관람객에게 생태 교육을 하고 있다.”* 네이버 영화 : <동물, 원> 스틸컷  실제 이렇게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고, 증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을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라고 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조 2항에 따르면, 멸종위기 동물이란, 자연적·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 수가 현격히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아 있어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해당 법률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말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68종)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214종) 등 모두 282종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국내 서식지외 보전기관은 강원지역 6곳, 서울·경기·인천지역 5곳, 전라지역 3곳, 충청지역 5곳, 경상·대구·부산지역 6곳, 제주지역 3곳 등 전국에 모두 28곳이 지정돼 있다. 앞서 사전적 정의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동물원은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훈련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물원을 통해 동물과 친숙해 질 수 있다. 친숙해진 동물이 있다면, 그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어떤 동물들이 존재하는지 모르면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가능성도 낮다.”* 물론, 그 중에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사람이 더욱 친숙하고, 자연적으로 살아갈 방법이 없는 동물도 있다. 청주동물원에 있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인간이 더욱 친숙한 동물도 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동물을 다짜고짜 자연에 풀어줄 수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에 동물을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이 우리 안에 사는 환경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이런) 동물원은, 없어져야 한다 모든 동물원이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선정되어 운영되는 건 아니다. 과거 체험형 동물원들은 동물학대 논란이 있었다. 거북이 등에 아이가 올라타고, 동물의 꼬리를 함부로 만지고, 천적이 바로 옆에서 울고 있어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또한, 일부 체험형 동물원은 폐업 당시 쓰레기, 오물이 널부러져 있는 환경에 동물들을 방치했다. 쩝쩝 거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하루 종일 쩝쩝 거리는 사람과 밥을 먹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화병이 날 것이다. 하물며 천적의 소리가 옆에서 울리는 데 스트레스 받지 않을 동물이 있을까. 이런 환경이 계속 될 경우, 동물원 속 동물들에게는 자연에서 나타나지 않는 정형행동이 나타난다. 우리를 계속해서 돈다든지, 털을 뽑는다든지 하는 등 행동이다. 이런 논란이 되는 곳에서 동물들이 계속 살아간다면, 동물은 행복하지도 않고,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동물원 소비도 없어져야 한다 “동물원은 야생 동물을 동물원에 데려다 놓고, 자연의 위대함을 얘기를 해줘야 하는 곳이거든요. 자연에 대한 경의를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지, 동물을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고 놀리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물, 원> 중 한 사육사의 말) 1987년에 방영된 아기공룡 둘리에서는, 둘리가 동물원 코끼리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코끼리는 돌멩이를 주워먹고, 화를 낸다. 직접적으로 돌멩이를 던지는 사례가 지금은 없겠지만, 여전히 동물원에서 동물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당장 모든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아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동물원은 동물원만의 순기능이 있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들에게 터전을 제공하고, 건강을 보살펴주고, 먹이를 주며 재활을 돕고 그들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순기능이다. 이러한 순기능이 있는 이상, 동물원을 쉽게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간이 아닌 동물들의 생각이다. 이건 쉽게 알 수 없다. 인간의 말로 아무리로 물어본다 한들, 동물들은 알아들을 수 없고, 인간 역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내가 하는 행동이, 과연 동물들에게 이로울 것인지, 아닌지 먼저 생각해보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내가 주는 먹이고, 내가 동물을 쓰다듬는 행동이 과연 동물로 하여금 행복하고, 이로울 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무작정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동물원에 있어야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알고 그들의 상황을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물원에 가면 쉬는 동물을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바라만 봐야 한다. 동물원을 산책하듯 둘러보면서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느끼고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동물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에버랜드의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났을 때, 수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일본에서도 동물원 판다가 중국으로 돌아갈 때, 수 많은 사람이 배웅을 왔다고 한다. 푸바오에 가졌던 관심의 일부만이라도, 이렇게 바라보면 어떨까.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볼 때, 먼저 그들이 왜 동물원에 있을 수 밖에 없는지, 그들은 동물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본래 있던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물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는 것. 그것이 진짜로 동물원의 동물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동물에 대한 진짜 교육을 하고 받는 시설이 되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면 진짜 동물원 나들이가 한층 더 의미있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어떤지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동물원은 계속 있어야 할지, 없어져야 할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의견을 듣고 싶다.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면> (노정래/ 다른 /2019) p.46, 47, 48, 157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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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P짱은 내 친구'로 보는 동물권 교육
*대체텍스트 있음  영화 <P짱은 내 친구(School Days with a Pig)>를 아시나요? 2008년에 개봉했음에도 교육계에서는 여전히 자주 언급되는 영화입니다.  <P짱은 내 친구>는 일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1년을 함께 보낸 ‘P짱’을 죽여야 하는가에 대해 열띠게 토론 중 입니다. P짱은 이 반에서 키우던 돼지입니다. 담임인 신입 교사 ‘호시’는 학생들이 직접 돼지를 키우고 잡아먹는 과정을 겪음으로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고자 수업을 기획했습니다. 학생들은 장마철이 되면 비를 뚫고 달려가 P짱의 집을 고쳐주었습니다. 경찰이 탈출한 P짱을 그물로 잡아끌자 온몸을 던져 막아내며, 한 마음으로 이 돼지 친구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졸업 전 P짱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할 때는 정반대의 생각으로 나뉘었어요. 육가공센터에 보내자는 학생과 이어 키워줄 사람을 구하자는 학생. 두 의견을 가진 학생들의 토론에서 동물권 교육에 대한 논쟁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P짱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거야? 잡아먹히기 위해 사는 거야?”  2020년 11월 경남어류양식협회가 집회에서 살아있는 물살이를 바닥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시 경찰의 동물보호법 위반 고소에 검찰은 ‘식용 목적으로 키워졌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 동물보호법의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정의하며 어류도 포함한다. 하지만 식용 목적인 경우는 동물보호법 대상에서 제외된다.) 2021년 5-6월 SBS 뉴스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활어를 내던진 행위'가 동물학대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동물학대라는 답은 53%, 아니라는 답은 47%로 팽팽한 접전이 일어났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여론이 합의되지 않은 시기임을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인간은 목적에 따라 가치를 판단하여 동물을 반려동물과 식용동물로 나누고 있습니다. 가축화는 동물을 인간에게 더 유용하게 개량하기 위해 시작되었어요. 인간이 한 동물의 번식과 먹이 공급을 통제하여 용도에 맞춰 선택적으로 번식시키는 과정입니다.(<총균쇠> 중) 사육이 동물은 물론, 인간 생태계에서도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는 뜻과 같습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여전히 모순적입니다. 어떤 동물은 인간의 가족 구성원이 되지만 어떤 동물은 고기, 물건, 오락거리가 되지요. 6학년 2반 학생들은 돼지와의 생활을 통해 매 순간 생명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P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었어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은 종을 차별하지 않고 생겨나는 소중한 인권 의식입니다. 이에 대한 학습 없이 활동을 진행한 것은 학생에게 트라우마 또는 편견이 생길 수도 있는 위험한 교수법이었습니다.  “생명의 길이는 누가 정하나요?” (- 아무도 정할 수 없는 거야.) “그런데 우리 모두 P짱의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한 세대가 전염병에 걸려 그 공간에 함께 살던 사람들 모두를 생매장하여 죽이다. 태어난 아가를 엄마로부터 빼앗아 작고 더러운 방에 감금하다.  이 끔찍한 범죄를 묘사하는 듯한 문장들을 읽고 어떤 감정이 드셨나요? ‘닭’ 대신 ‘사람’으로, ‘송아지’ 대신 ‘아가’로 바꿔 적은 문장입니다. 인간을 농장동물로 다시 대체하여 읽어봅니다. 이번에는 어떤 감정이 드시나요?   종차별주의란 어떤 종에 속한 개체가 다른 종 개체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속한 종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이는 물‘고기’나 ‘젖’소처럼 우리가 동물을 부르는 언어에서도 쉽게 드러납니다. 모든 동물권 교육은 종차별주의에 유의하여 기획되어야 합니다. 어린이 대상 교육에서는 어느 주제든 다른 종에 공감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은 편입니다. 환경 이슈에 ‘북극곰을 살리자’는 슬로건이 아직도 쓰일 만큼 어린이 세대는 동물의 쾌고감수능력을 비교적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편입니다.  영화 속 “체육 시간도 아니고 돼지랑 뛰어놀다가 다쳐야 하나요?”라고 항의하는 학부모들과 전학생 ‘하나’의 반응 차이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품으로 뛰어든 P짱을 안아 그의 심장박동을 느낀 이후, 하나는 P짱과 진심어린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물을 뿌리며 괴롭히는 친구에게 P짱 대신 복수를 해주거나 답답한 집(사육장)을 탈출시켜 주기 위해 애쓰기도 했습니다. 지금 어린이, 청소년 세대가 주로 학습하는 동물권 교육은 동물에게 공감하는 활동에서 끝이 나곤 합니다. 동물원의 한계성 또는 동물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학대만을 설명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초기 인식 교육만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하나 공장식 축산이나 생츄어리 등에 대한 심화 개념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학습자료에서 언급하는 ‘동물’은 모든 종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의 발달과 교육 과정에 생태감수성은 필수적인 가치입니다. 생태활동가 김산하 박사 말씀처럼 ‘생태감수성은 생명, 삶에 대한 이해, 정서의 총체’이기 때문입니다. P짱과 놀고 있는 학생들 뒤로 체육 선생님이 지나갑니다. 웃으며 “P짱이 먹음직스럽게 잘 컸구나”라고 말하지요. 학생들의 표정이 굳고 잠시 고요해집니다. 이 순간 느꼈을 당혹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감정인지 학생 스스로 알고 있었다면 그들만의 방식대로 회복하고 대응할 수 있었을 겁니다.   졸업 후 P짱의 거처를 위한 학생들의 토론에 정답이란 없었겠지요. 하지만 결론이 절실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결론에는 한 생명에 대한 책임이 달려있고, 그걸 알고 있는 학생들은 이 시간을 매우 힘겨워했습니다. 결국 이 혼란을 마지막으로 정리한 사람은 호시였습니다. 교사 또한 교육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기에 호시에게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이 영화는 오사카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영화 장면 속 상처 받은 학생들의 표정이 달리 보입니다. 역시나 생태감수성이 부재한 호시의 수업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죽이는 거랑 먹는 건 달라. 죽이는 건 생명을 뺏는 거고 먹는 건 생명을 이어받는 거야.”  토론 중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합니다.   “다른 동물은 먹으면서 P짱만 불쌍하고 다른 동물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건 이상하지 않아?”  먹이사슬을 보면 육식동물의 종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자연이 허락하는 것보다 더 과하게 먹기 위해 다른 종을 사육, 유전자 변이까지 하는 개체는 인간뿐입니다. 지구에 사는 비인간 육상동물 중 67%가 사람이 먹기 위해 키우는 가축이라지요. (방목지와 사료용 작물 재배지는 전 세계 농경지의 77%를 차지한다.) 지구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동물 절반 이상이 ‘인간’이라는 한 종을 위해 자라고 있습니다.  팬데믹 직후 도시는 사람의 발길이 끊겨 고요해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했던 그때 도시에 야생동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길항적 관계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던 단편적 사례였습니다. 사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인간과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가지 않은 날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무법자’ 등으로 표현하며 살생하거나 쫓아냅니다. 인간 외의 생명을 불허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게 만들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일상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듯 보입니다. 어느 동물들은 죽어서야만 인간과 만날 수 있습니다. ‘치느님’, ‘우울할 땐 고기 앞으로’ 등 쉽게 유머로 접근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자신 외의 생명을 주변부화합니다. 살면서 살아있는 돼지와 한 번도 연결되어 보지 못한 사람에게 ‘돼지’란 그저 식탁에서만 볼 수 있는 먹거리일 뿐입니다. 동물과 직접 관계하고 마주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가축동물이거나 시골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동물일 필요는 없을 거예요.   영화 속 호시가 강조한 것처럼 인간의 재생산 활동에 ‘식食’은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수업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교재로 ‘돼지’를 택했습니다. 그가 의도한 대로 학생 ‘신야’는 “생선 살이 단단하다는 건 열심히 살아서 그런 거니 더 잘 먹어야 한다”며 편식하던 습관도 고쳤습니다. 하지만 호시는 학생들이 동물과의 교감으로 '육식'이라는 행위 자체를 힘들어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동물권 교육 중에는 육식을 비난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과한 육식에 집착하며 특정 종을 먹이사슬 밖으로 빼내 사육하는 것이 아닌, 인간도 먹이 피라미드에 속한 종임을 인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태계를 파악하는 것은 모든 생명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인간이 비인간동물의 재생산을 착취하여 고장 난 자연 생태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로 인해 가속화된 기후위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간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회구조까지 알 수 있게 되지요. 동물권 교육은 동물과의 연결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의 유기적인 연대 또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주제입니다. 호시의 새로운 수업 기획을 위해 우리에게 어떤 공론의 과정이 필요할까요?  + 동물권행동 카라는 현직 교사들이 연구진으로 참여한 학습지도안을 매년 무료 배포 중이다. 동물권 교육의 커리큘럼과 활동지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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