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사이버 렉카 해결방안② : 젠더 기반 폭력 근절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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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의심하고 연대를 신뢰하는 저널리즘 연구자

서니조의 ‘사이버 렉카 해결방안'

유튜브가 사이버 렉카 채널의 수익 창출을 중지한 데 이어, 검찰이 지난 23일 유튜버 ‘구제역’, ‘주작감별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오늘(26일) 구속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들이 쯔양을 협박한 빌미가 된 쯔양의 과거를 유출한 변호사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이버 렉카 문제가 법적 판단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럴 때에 중요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끝까지 쥐고 있는 것입니다. 구속영장 발부가 되든 이들이 실형을 받든 그것은 법 위반에 대한 판단일 뿐 문제 해결의 종착지는 아닙니다. 이들의 수익을 빼앗고 법적으로 단죄하는 것은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일이라면, 사이버 렉카의 행동 원리를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예방책에 가까울 것입니다.

주목은 조회수를 낳고 조회수는 돈을 낳습니다. (사이버 렉카의 행동 프로세스: [주목과 관심 끌기] → [조회수 높이기] → [수익 얻기].) 그렇다면 ‘주목’을 낳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 사이버 렉카 문제를 대표하는 두 사건에서 공통점을 찾아봅시다. BJ잼미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렉카와 쯔양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렉카, 둘 모두 일종의 ‘폭로’가 ‘렉카’의 재료로 쓰였습니다.

(한국 사이버 렉카 대표 사건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 ‘사이버 렉카’를 검색해보면 해당 단어는 2020년 이후 언론에서 널리 쓰이게 되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이버 렉카’ 관련 보도량은 세 번 급격히 늘어납니다. 2022년 2월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 BJ잼미의 극단적 선택 이후, 2024년 상반기 유튜버 ‘탈덕수용소’의 신상 확보 이후, 그리고 2024년 7월 현재입니다. ‘탈덕수용소’의 경우 두 사건과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으므로 논의의 명확성을 위해 BJ잼미, 쯔양 두 사건의 공통점에 집중하겠습니다.)


사이버 렉카는 무엇을 폭로하는가

괴롭힘. 출처=pixabay

BJ잼미의 경우 ‘페미니스트 폭로’에 시달렸습니다. 2019년 인터넷 방송 중 BJ잼미가 한 행동을 두고 ‘남성 비하’라는 의견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돌자 사이버 렉카 유튜브 ‘뻑가’가 이를 다루며 그를 저격했습니다. 이후에도 그는 BJ잼미가 ‘집게손가락’ 손 모양을 했다거나, 여성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잘못도 아니거니와,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것을 교묘하게 편집”했으나 뻑가의 구독자들은 “온라인 폭력에 동조”했습니다. 특정 단어, 손 모양을 ‘남성혐오’라고 지목하거나 페미니스트가 문제라는 주장은 음모론에 가깝습니다. 혐오표현이라는 정의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특정 정치인이나 안티 페미니즘 진영에서 소수의 사례를 페미니스트의 상징인 것처럼 부각시킨 결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쯔양의 경우 ‘유흥업소 폭로’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구제역은 “쯔양 소속사의 A 변호사로부터 쯔양이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과거를 알게 됐”고 “듣자마자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유혹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유흥업소 근무의 경우, 쯔양 전 연인이 강요했고 수입 또한 갈취했다고 알려집니다. 

사실 유흥업소든 비슷한 다른 장소나 공간이 되었든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성은 여성의 것이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에서 폭력, 매매, 협상의 대상”(정희진, 2013)이 됩니다. 이 모든 폭력-착취-협박-약탈 과정을 총체적으로 “4중의 착취”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나 사실의 이면이 어떠했든 사이버 렉카에게는 ‘여성이 폭로 당하면 위험한 것’이었고 쯔양을 협박할 도구가 되었습니다.

영국의 사회학자로 미디어와 현대 문화에 대해 연구한 존 톰슨(John B. Thompson)은 <Political Scandal: Power and Visibility in the Media Age 정치 스캔들: 미디어 시대의 권력과 가시성>(2000)에서 폭로의 한 형태인 ‘스캔들(scandal)’에 대해 기술하면서 스캔들이란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코드를 위반한 행위가 공개되어 광범위한 비난을 받는 현상”으로 정의했습니다. 물론 이때 톰슨이 주목한 스캔들은 공적 인물이나 권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를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무엇이 스캔들로 폭로되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해당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코드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두 사건이 폭로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은 한국 사회 젠더 규범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젠더 규범이란 사회가 특정 성별에 기대하고 규정하는 행동, 태도, 역할을 말하는데, 전통적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이분법적 구조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젠더 규범은 강력한 형태의 권력으로 작용하며(미셸 푸코는 권력이 미시적으로 - 즉, 일상이나 삶 속에서 -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정 성별의 행동을 규제하거나, 사회적·직업적 역할을 제한해 왔습니다.

2023년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UNDP)’에서 발표한 ‘젠더규범지수’(Gender Social Norms Index·GSNI)에서 한국은 75개국 중 38위를 기록했습니다. 정치, 교육, 경제, 신체적 영역에서의 젠더 인식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지수로, 성평등을 결과적 수치(청소년 출산율, 성별 고등학교 진학률 등)가 아닌 인식과 편견의 차원으로 평가합니다. 중간 정도의 순위를 받았다는 점보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이 2010년 조사 이래 젠더 편견이 없는 이들 비중이 줄어든 11개국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후퇴가 칠레 다음으로 큰 나라입니다.

2023년 젠더규범지수 국가별 비중 변화 / 출처=국회미래연구원

젠더 기반 폭로는 폭력이다

사이버 렉카를 전수조사하면 더욱 정확하겠지만, 이로서 특정 사이버 렉카는 성불평등에 기반해 폭로, 지적, 공격, 괴롭힘을 이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이버 렉카의 경우, 젠더 규범을 기반으로 주목을 끌고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평판을 끌어내린다는 점에서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graphy·’불법 촬영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쯔양 또한 리벤지 포르노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튜 홀(Matthew Hall)과 제프 헌(Jeff Hearn)은 <Revenge Pornography 리벤지 포르노>에서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의 90퍼센트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리벤지 포르노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그리고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방대한 영역의 일부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이버 렉카와 불법 촬영물이라니. 물론 둘은 공통점도, 차이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이버 렉카가 젠더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여성에 대한 폭로를 주된 소재로 삼는 경우(흔히 ‘여성혐오’ 사이버 렉카) 그것은 젠더 폭력에도 해당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여 용납 가능한 복수인 것처럼 만드는 일과, 여성을 통제하는 이중잣대를 규범이고 도덕인 양 하여 이를 이슈로 만들고 금전화 하는 일은 얼마나 다른가요? 이런 관점에서 젠더 기반 폭로는 폭력이며, 이를 폭력으로 인정하고 사회가 함께 젠더 폭력을 근절시켜 나가려 할 때 사이버 렉카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언론의 변화 또한 필요합니다. 언론은 젠더 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대신 여성을 향한 젠더 기반 괴롭힘·성차별적 문화와 이에 대한 백래시성 반발 사이의 논쟁을 ‘젠더 갈등’으로만 치환하고 갈등을 부추겨 왔습니다. 언론은 본래 갈등을 주요 자원으로 합니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언론에서 젠더 관련 뉴스는 주변화된 소재였다는 점, 언론이 가부장적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 - 2019년 미투 운동 보도의 심층·후속 보도가 지속되지 못한 원인으로 여성기자들은 상위 간부급 인력 구성이 50대 이상 중년 엘리트 남성 중심이라는 점을 꼽은 바 있습니다 - 등이 더해지면서 젠더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한국 사회와 언론의 젠더 인식 개선 모두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김다은. (2022, March 22). ‘사이버 레커’ 유튜버와 언론, 비극과 혐오로 돈을 번다. 시사IN. 

김신현경. (2023, December 9). 여성 개발 정도가 높고, 성별 격차가 크며, 젠더 편견이 강한 나라:한국. 한국일보. 

이수정. (2024, July 24). ’쯔양 사태’부터 ’나락보관소’까지[사이버레커 논란②]. 뉴시스. 

이혜미. (2022, February 19). [허스토리] ’사이버 렉카’에 끌려 다니는 한국. 한국일보. 

정윤경·공성윤. (2024, July 17). [단독 인터뷰] ‘쯔양 협박’ 의혹 구제역 “내 월수익 1억, 몇천만원에 연연할 이유 없다.” 시사저널.

국회미래연구원. (2023). 국제 지수로 본 한국 젠더 관계의 성격.

김세은, & 홍남희. (2019). 미투 운동(#Metoo) 보도를 통해 본 한국 저널리즘 관행과 언론사 조직 문화. 미디어, 젠더 & 문화, 34(1), 39-88.

홍남희. (2022). 소셜 미디어 시대 여론 극화와 상품으로서의 젠더 뉴스 : 디지털 저널리즘 생태계의 ‘독성화’ 논의를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보, 113, 249-278.

Hall, M., & Hearn, J. (2017). Revenge Pornography: Gender, Sexuality and Motivations (1st ed.). Routledge. 

Thompson, J. B. (2000). Political Scandal: Power and Visability in the Media Age. W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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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보니 사이버 렉카 관련 문제는 주로 '폭로'라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젠더 기반 폭력'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젠더 폭력의 금전화'이기도 하구요. 나쁜 거라는 나쁜 거는 다 섞인 복합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서 미디어 환경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지적하신 부분을 다르게 표현해 보면 가부장제라는 사회구조 하에서의 강력한 기제들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이버렉카 문제가 '사생활 폭로'에 초점을 맞추고 다뤄지고 있는 모양새인데 오히려 이런 지적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도 나와있지만 그동안 있어왔던 사례들을 돌아봐도 이들의 사생활 폭로가 어디에 기반했는지를 봐야 본질이 보이고요. 사이버렉카 개인은 폭로를 일삼는 인물일지 몰라도, 이들의 등장 배경엔 결국 사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해야 개선될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엔 구제역에서 다음엔 다른 이름으로 바뀌는 정도겠죠.

<한국이 2010년 조사 이래 젠더 편견이 없는 이들 비중이 줄어든 11개국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라는 말이 좀 충격이네요. 이래저래 이슈가 많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