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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조의 ‘사이버 렉카 해결방안' |
유튜브가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 ‘구제역’, ‘카라큘라’, ‘전국진’ 채널의 수익 창출을 중지했습니다. 구제역, 카라큘라, 전국진은 쯔양의 과거 사생활 폭로를 미끼로 그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서로 논의하고, 실제로 쯔양에게 접근해 돈을 요구한 정황이 알려졌습니다. 유튜브 관계자는 이들이 “크리에이터의 책임에 관한 정책을 위반”해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됐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실제로 유튜브 이용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유튜브 정책’ 내용 중엔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안팎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크리에이터의 책임으로 명시한 내용이 있습니다. 유튜브가 이런 가이드라인을 실제로 적용해, 문제의 유튜버들이 유튜브로 수익을 내지 못하도록 만든 사례인 것입니다.
사이버 렉카의 적 ‘수익 중단’
유튜브가 취한 ‘수익 중단’이라는 제재는 사이버 렉카(cyber wreck-car)의 프로세스 체인(process chain) 중 하나를 끊는 것입니다. 사이버 렉카의 행동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주목과 관심 끌기] → [조회수 높이기] → [수익 얻기].
사이버 렉카는 간단히 말해 이슈를 쫓아다니는 이들 입니다. 이들은 왜 이슈를 쫓아다닐까요? 돈 때문입니다. 주목을 끌거나 조회수를 높이는 것에 관심있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것 자체가 돈이 됩니다. 미국의 학자·저술가인 마이클 골드하버(Michael H. Goldhaber)가 말한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라는 개념을 되짚어 보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그 작동원리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에 예민합니다. 광고비 때문입니다. 시청률은 해당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높이려는 광고주들은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을 찾습니다. 또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의 광고 비용이 더 비쌉니다. 시청률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즉,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것 자체가 돈이 되는 세상입니다.
주목 경제라는 개념은 단순히 ‘사람은 돈이 된다’는 설명에 그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목(attention)이 제한된 자원(an intrinsically scarce resource)’이라는 점입니다.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주목은 중요 자원이 됩니다. 골드하버가 말한 방식대로 설명한다면, 당신이 캠페인즈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사이버 렉카를 다룬 시사프로그램이나 학술지 논문이 아닌 이 글에 당신의 주목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을 더 써서 시사프로그램도, 논문도 다 볼 수 있겠지만 시간은 물론 주목 또한 제한돼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디지털 환경에선 시사프로그램이나 논문 말고도 그외 각종 여러분의 주목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네이버, 유튜브,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합니다. 이때 콘텐츠 제작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 중 가장 값싸고 유해한 것이 바로 선정적· 폭력적이며, 타인과 외부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부추기고, 사실을 왜곡하여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입니다.
어떻게든 주목 경쟁에서 살아남아 든든한 조회수, 구독자수를 가지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광고를 붙이거나 후원을 받아 돈을 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유튜브가 할 수 있는 주요한 제재가 수익 창출 중단인 것입니다. 사이버 렉카 문제는 플랫폼이 나선다고 다 해결되진 않지만, 플랫폼이 나서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플랫폼은 콘텐츠가 생산·유통·소비되는 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주체이면서, 그중에서도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최종 창구이기 때문에 더욱 더 높은 책임성이 요구됩니다.
유튜브는 2017년 8월 일명 ‘노란 딱지(yellow dollar sign)’ 정책을 도입하여 문제적 영상에 대해 수익 창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욕설, 폭력적이거나 충격적인 콘텐츠, 혐오 또는 증오성 콘텐츠 등이 수익 제한된다고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습니다.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사이버 렉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도 거대한 사이버 렉카라면?
사실 유튜브가 지금까지 선제적으로 사이버 렉카 문제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2022년 2월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였던 BJ잼미의 극단적 선택에 특정 사이버 렉카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뒤로 별다른 조치는 없었고, ‘가로세로연구소’라는 유튜브 채널 또한 유명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사고 현장을 찾아가 충격적 영상을 전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지적이 계속됐으나 2022년 1월 1주일 간 다른 이유로 영상 업로드 중단 조치를 받았을 뿐이었습니다.
연예인들을 저격하는 방식으로 이슈를 만드는 사이버 렉카들의 경우에도, 최근 ‘탈덕수용소’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유튜브의 모회사 구글(정확히는 유튜브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Inc.)의 자회사 구글)이 이들에 대한 신원 확인을 거부하면서 한국 연예인과 기획사에서 제대로 법적대응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유튜브가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돈 때문일 것입니다. 유튜브가 ‘노란 딱지’를 도입한 것은 2017년 ‘애드포칼립스(Adpocalypse)’ 이후입니다. 광고를 뜻하는 ‘ad’와 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apocalypse’의 합성어인 이 표현은, 주요 광고주들이 유튜브에서 대거 광고를 빼냈던 일련의 사건들을 말합니다.
2017년 3월, 미국의 통신 회사인 AT&T와 Verizon, 제약 회사인 GSK, 펩시, 월마트, 존슨앤존슨 등이 유튜브에서 광고를 철수하게 됩니다. 이들의 광고가 테러리즘이나 증오를 부추기는 동영상에 게재된 데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이때 구글은 광고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광고주 친화적 콘텐츠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노란 딱지’를 도입하게 됩니다.
[주목과 관심 끌기] → [조회수 높이기] → [수익 얻기] 라는 사슬에서 유튜브도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 전체를 하나의 거대 플랫폼이라고 본다면 ‘유튜브’도 이 사회에 입점해있는 하나의 채널일 뿐입니다. 유튜브의 프로세스 체인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있다면, 사회라는 플랫폼 속 책임자가 이 연결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사이버 레카 개인에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콘텐츠로 얻은 이익을 전부 회수하는 것이 대처방안이 될 수 있고, 유튜브에 대해서는 콘텐츠 관리 책임을 물어 벌금을 부과하거나(독일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법 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NetzDG)’의 사례) 광고주와 협력하여 또 다른 애드포칼립스 국면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경을 뛰어넘는 플랫폼인 유튜브를 제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거대 사이버 렉카가 될 수도 있는 유튜브에 어떤 제재가 필요할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2019년 노란 딱지가 정쟁으로 소비되고 만 적이 있습니다. ‘보수 유튜버에만 노란 딱지를 붙인다’는 이야기를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사이버 렉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이를 정쟁으로 소비하기 보다는 돈·광고비와 조회수의 기형적 공생관계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주목으로 돈을 버는 행위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사이버 렉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의 클릭베이트(Clickbait), 낚시성 기사는 사이버 렉카와 얼마나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슈로 돈을 버는 일이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해로운지, 사회 전반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을 우리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코멘트
7유투브 자체가 사이버 렉카란 지점에서 의미가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사이버 자체가 거대한 자본주의 메커니즘 속에 있으니 그것에 대한 제재도 도덕적 제재보다 경제적 이익 억제로 가는 것이 어찌 보면 더 거대하지만 동시에 그 틀에 갇혀서 소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주신 댓글들 감사히 읽었습니다. 말씀 주신대로, 왜 젠더폭력이 돈 버는 데 쓰일 수 있는가, 사이버렉카의 희생양은 왜 여성인가, 이 점을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또 주목이 자원이라는 명제는 이롭게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주목을 어디에 써야하는지, 그 물길을 잘 내는 작업, 일종의 주목 배수 작업(?)이 사회적으로 잘 이뤄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주목은 우리 겁니다. 그걸 플랫폼 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화하고 있는데, 이 점을 지적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의 자율 규제는 허상이라는 말에도 동감합니다. 자율 규제란 말 자체가 보완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요. 개인인 우리도 작심삼일 합니다. 그것 못하도록 의지를 돈 주고 사지 않나요(스터디 벌금이나, 헬스장 12개월 등록 같은 것). 하지만 스스로 규제하려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글을 쓰면서 처음엔 유튜브의 노력 안 함을 지적할까 했는데, 이번에 수익 중단 결정을 빨리한 것은 좋았다고 봅니다.
말씀 주신 것들을 피드백 삼아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s623F4avXNk
새벽12:00쯤 쯔양의 관련 영상이 올라왔더라구요.
[4중 착취구조]라 하더군요.
-전 소속사 대표의 교제폭력과 착취
-개인의 정보를 알게 된 사이버 렉카, 그리고 관련자들의 협박과 갈취
-렉카연합 폭로하겠다며 쯔양이 원치 않는데도 폭로한 가로세로연구소
-채팅의 2차 가해 댓글 (링크 클릭)
이번 사건으로 사이버 렉카들을 가장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교제폭력까지 포함하여 이면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착취/갈취와 더불어 '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 분석해 주신대로 '수익 중단'은 사이버 렉커들의 행동을 막을 유효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더 넘어서 유튜브도 '돈'때문에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지적해 주고 계시는데 공감이 됩니다. '거대 사이버 렉카'라는 규정에 공감하게 되네요.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돈' 또한 주목하게 되니.. 디지털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젠더폭력의 모습이 이런 식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이버렉카의 문제와 함께,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요즘 언론의 문제점까지 함께 짚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주목'이 곧 '자원'이므로 '이익'이 되는 플랫폼 시스템에 익숙해져가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플랫폼에 콘텐츠를 만들고 어떠한 성과를 내면 수익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그 '성과'의 측정이 '조회'인 점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까요?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즉각적 몰입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다양성과 대화와 숙의, 존중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 플랫폼이 갖춰야할 모습은 무엇일지 상상해보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유튜브가 결국 대안을 마련한 것도 사람에게 해가 가서가 아니라 주 수입원인 광고 수익 때문이었군요.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 같은데 씁씁해지네요.
<우리 사회 전체를 하나의 거대 플랫폼이라고 본다면 ‘유튜브’도 이 사회에 입점해있는 하나의 채널일 뿐입니다> 라는 말이 굉장히 좋네요. 개인들과 사회가 사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본문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유튜브의 수익창출 중지 결정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도의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튜버들은 이미 과거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는 인물들인데요. 그 때 유튜브는 적극적인 개입 대신 방치를 선택했죠. 이들의 녹취록을 공개한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세의 씨도 유사한 경우고요. 완전히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인터넷 방송에서 반복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철구를 끝끝내 퇴출시키지 않는 아프리카TV도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이런 사례를 보면 플랫폼의 자율 규제는 허상에 가깝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