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정] 공적개발원조 분절화 관한 문제 분석 정리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한때 인기 있었던 방송인 골목식당에서 출연자인 백종원씨가 어떤 식당을 컨설팅해주면서, 과거 출연했던 식당인 연돈의 사장님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골목식당의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평가받는 연돈은 백종원씨가 컨설팅의 중요한 성과이자 교보재로 다른 식당들에 귀감으로 방송이 종료된 후에도 자주 회자되고 있다.
세계 원조(aid) 역사에서 우리나라는 골목식당의 연돈같은 곳이다. 식민지배와 한국 전쟁을 연속해서 겪은 우리나라를 보고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우리나라가 다시 복구되는데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해외원조를 받을때는 전쟁 폐허에서 반세기만에 세계 경제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성장을 할줄 몰랐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드문 케이스 중의 하나이며, 매년 해외원조 규모는 높아져서 2024년는 ODA 확정액 6조 2천억원을 달성하였다. 올해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ODA를 100억달러까지 확대할 것을 약속하는 등 우리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규모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ODA의 효율적인 집행과 보다 분명한 성과 달성에 대해서는 다소 간과될 수 있을 것이다. 배정된 예산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체계와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늘어난 예산은 ODA와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보다는 일회성 선심 활동으로 남을 수 있다. 보다 지속가능한 ODA 확보와 지원을 위해서는 이를 집행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다.
우리나라 ODA 관련하여 많은 비판이 있는 지점은 분절화 문제이다. ODA 분절화는 수많은 공여행위자가 낮은 규모의 예산으로 공통의 체계 및 지원 채널이 부재한 상태로 공여 활동을 하는 것으로 흔히 높은 행정비용을 발생, 전문성 결여, 낮은 지속가능성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 ODA의 효율적이고 효과적 사용을 위해 해결이 필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ODA 분절화와 관련해서 2000년부터 국제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2003년 로마선언은 높은 거래비용과 같은 원조효과성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으며, 2005년 파리선언(Paris Declaration)에서는 공여국이 수원국의 개발전략과 일치시키고 공여국 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지표를 제시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분절화 문제에 접근하였다. 그리고 2012년에 열린 부산개원조총회에서는 분절화 개선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였고 국가의 조정과 역할 구분(division of labor), 그리고 국제기구와 국제기금 등의 효율성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에서의 꾸준한 문제제기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 20년간 공여국과 국제기구는 47개에서 70개로 늘어났으며, 양자기구와 국제기구의 수는 191개에서 502개로 급격히 늘었다.* 물론 그 사이 신흥공여국이 생겼고, 공여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적으로 보았을 때 국제사회에서 분절화에 대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Understanding Trends in Proliferation and Fragmentation for Aid Effectiveness During Crises, WB Group, July 2022
우리나라에서 ODA 분절화에 대한 논의는 2009년 OECD DAC 가입과 함께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2010년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제정되었고, 국무조정실 산하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우리나라 ODA를 조정 역할을 하게 된다. 개발협력위원회는 유상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와 무상원조를 주관하는 외교부와 함께 정책 및 전략을 수립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홍지영, 정헌주, 손혁상은 우리나라 ODA 분절화의 추세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해당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공여행위자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많아졌는데, 이에 따라 공여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의 분절화는 악화된 것으로 평가하였다. 실제로 2024년 ODA 시행기관은 46개로 2023년 대비 1개 기관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ODA 분절화에 대해서 정부 내 관련 부처 및 기관의 정치 활동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하는데, 기존의 체제의 유지를 원하는 기획재정부와 통합을 요구하는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시민사회 간의 정치 활동에서 바꾸고자하는 세력의 정치적인 힘과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
*한국 원조 체계 분절화에 대한 국내정치적 해석, 숭실대학교, 김지영, 2023.09.26.
ODA 분절화는 지금까지 낮은 효과성의 원인으로 제시되어 왔고, 분절화 현상과 원인에 대한 탐색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여행위자의 증가와 공여 채널의 증가가 높은 행정비용을 발생하고 낮은 지속가능성의 원인이라는 것은 자명한 결론으로 보이긴 하지만 실증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다소 부족해보인다. 이에 분절화 및 많아진 공여행위자로 인해 실제 어떤 형태의 문제와 비효율성을 야기하며, 나아가 효과성을 저해하는지에 대한 탐색을 진행코자한다.
한편 우리나라 ODA 분절화는 주로 공여행위자의 증가와 공여행위자에 대한 낮은 조정 체계 및 능력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었던 것에 비해 공여를 받는 수원국 입장에서 접근한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많은 수의 공여행위자는 중복 및 조정에 드는 행정 비용, 그리고 낮은 주인의식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공여행위자의 등장은 수원국 입장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며 가장 최선의 정책 및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ODA 분절화로 발생하는 결과를 수원국의 입장에서 보다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에 따른 제언을 도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