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한국미술재단 카프 KAF _ 화가가 초등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미술 수업
지난 7월 15일 전북 무주군 괴목초등학교에서 독특한 수업을 진행했다. 덕유산 국립공원 내 적상산 기슭에 위치한 괴목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2명인 작은 학교지만, 아이들의 심성과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은 적상산 만치 큰 학교였다. 괴목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걸까.  좀더 거슬러 올라간 날, 괴목초등학교에는 묘한 복도가 생겼다. 복도 양쪽으로 원화 미술품들이 걸리고 낯선 초록 세계가 펼쳐졌다. 다채로운 색과 모양, 상상력의 여행지가 생겨났다. 한국미술재단에서 진행하는 <학교 안 작은 미술관> 사업이 그것이다. 이곳은 아이들이 일상을 벗어나 예술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한다. (참고 백아인 캠페이너/ 미술과 여백을 나누는 배움 <한국미술재단(KAF)>)  김현영(괴목초 5학년) 학생이 말한다.  “ 이곳을 지날 때면, 우리들은 뛰다가도 갑자기 차분해져요. 그림 하나 하나를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거 같아요. 집중력도 올라가고요.” 현영이 말대로 복도 곳곳에서 차분히 그림을 감상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또 현영이의 말에 놀라시는 심미정 교장 선생님.  “어머, 애들도 우리랑 똑같이 느끼는가 봐요. 애들이 더 차분해지고, 그림의 좋은 영향을 받는 거 같았거든요.”  놀라운 건 <학교 안 작은 미술관>으로 마법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된다는 거다. 화가가 직접 학교로 찾아와 미술수업을 한다. 한국미술재단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미술수업>은 아이들이 미술을 스스럼 없이 접하고, 커서도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길 바라는 뜻에서 시작됐다.  괴목초등학교에는 한국미술재단 소속 화가인 우상호 작가와 박재웅 작가가 찾아왔다. 전교생이 32명 뿐이라서, 하루 새 오전에는 병설 유치원 아이들과 저학년 아이들이, 오후에는 고학년 아이들이 수업을 받았다.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 한켠, 책상 위에 도화지를 펼치고, 종이 접시가 멋진 팔레트로 변하는 마법의 시간. 그림에 대해 물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기 바쁘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렸어요. 여기 이건 단풍나무예요. 단풍나무가 있는 집에서 살 거예요.”   집 옆에 서 있는 나무들을 가리키는 아이. “왜 단풍나무예요?” “저는 단풍나무가 좋아요.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하거든요.”  신기하다 했더니 신기할 게 없다. 괴목초등학교 맞은 편 ‘붉은 치마 산’이라는 적상산이 있고, 적상산은 단풍나무들로 즐비하니까.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며 자라는 구나, 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한 여름 푸른 적상산을 보면서도 아이들은 가을을 탄 붉은 적상산을 상상한다. 아이들이 화가들과 직접 소통하고, 자신의 그림을 선 보일 수 있는 자리라니!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자리가 아닌가. 여기에 더해 11월 20일~27일에는 전주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어린이 & 화가 행복한 그림전’이란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제목 그대로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화가들의 그림이 함께 전시되는 행복한 그림전. 유명 화가의 그림 옆에 자신의 그림이 걸린다는 건 얼마나 기똥찬 경험일지! 아이들이 그것을 체험할 때 어떨까, 오히려 선생님들이 더 기대하는 눈치다.  벌써 눈에 띄게 창의적이고 상상력 짙은 미술 재원을 발견하기도 하나 보다. 우상호 작가가 짐짓 놀라운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신다. 이러한 미술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가 자신을 표현하고 즐거운 작업이란 걸 느끼게 되고, 화가들은 진짜 감상자인 아이들에게 영감을 받고 자신의 작품을 돌아보게도 된다고 한다.  한국미술재단 카프의 황의록 이사장은 이 미술 수업의 중요성을 미리 알고 오랫동안 기획하고 확대시켜 왔다.  “화가나 사람들에게 그림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물으면 백이면 백 초등학생 때 자신의 그림을 누가 칭찬해줬다거나, 선생님이 교실 뒤에 걸어줬다거나 하는 경험을 이야기 해요.  또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예요. 초등학교 때 그림을 못그렸다고 퉁을 받았다거나 하면 그 경험이 평생에 걸쳐 ‘나는 그림 못 그리는 사람이지’ 하며 그림을 싫어하게 된다는 겁니다.”  <어린 왕자>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을 그린 생텍쥐베리는 어른들이 그림을 못 알아보고 또 그게 무슨 뱀이냐는 핀잔을 듣자 그림을 그만 그리게 된다. 나중에 어린 왕자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림을 다시 그린다. 유년의 작은 칭찬, 작은 격려가 일생을 바꾸기도 하듯이, 스쳐가는 미술수업 경험이 아이들 평생기억 저장장치에 남을 지도 모른다.  황의록 이사장은 아이들이 그림을 사랑하게 하는 경험을 주자, 는 마음에서 이 미술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화가들도 반신반의했다고.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서로 가려고 할 정도로 영감을 얻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이번 미술수업에 참여한 우상호 작가는 말한다.  “우리 사회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미술 문화 접촉 경험을 증대시켜 주고 있다는 차원에서 몹시 중요하고 또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자유분방함에서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화가 박재웅 작가는 괴목초등학교에서의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이나 감성을 표현하는 자신감을 기르고, 자아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수업 후 20여 명의 전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했는데 꼭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교육은 미래를 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미술재단이 심는 미래는 아이들의 마음에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철심이 아니라, 자신 본연의 모습대로 자라나고 표현하도록 숨을 불어넣어주는 자연심이다.  괴목초등학교. 이름이 독특하다 했더니, 마을 곳곳에 괴상한 모양의 나무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이 나무들은 ‘이상(異常)’이 아니라 그 자연의 풍토 그대로 변치 않고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란 나무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신성하고 자연스러운, 어느 나무와도 다른 개성있는 나무로 자랐다. 아이들도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상상력과 창의력, 꿈을 펼칠 수 있는 멋진 괴목이 되길 바라게 된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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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재단 카프 KAF 2025 작가 공모, 어떻게 이루어지나(7/31마감)
'그림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라는 신념으로 한국 화가들을 지원하고 초등학교 작은미술관 사업 등을 하는  한국미술재단 카프 KAF를 다시 찾았다.  미술과 여백을 나누는 배움 <한국미술재단(KAF)>으로 작년에는 초등학교 작은 미술관 설치를 찾아가 보았다면, 이번에는 작가 공모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과정은 어떠하고 작가들의 반응은 어떤지 직접 알기 위해서였다.  교대 근처, 허름해 보일 수도 있는 가구가게 위 2층 조촐한 전시장은 미술계의 커다란 나무를 키우는 심장이 되고 있다. 카프에서는 한국 국내 작가들을 엄선하여 평생 지원하며, 전시회, 세계 여행, 초등학교 작은미술관, 작가들과 아이들이 만나는 수업 등 크고 작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카프 소속 작가를 뽑는 과정은 어떠하고, 카프가 지원하는 소속작가들은 어떠한 감회를 가지고 있을까. 먼저 카프 소속작가인 최윤희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프 소속작가로서 어떻게 변모하고 발전했는지를 소회를 들어 보았다. 이어  황의록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카프에서 소속작가를 선별하는 엄격한 심사 기준과 과정을 살펴보았다.   Q. 백아인 캠페이너 (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최윤희 작가님, 늘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번 전시회 작품들은 시원시원하면서도 아기자기하기도 한데, 작품에 대해 직접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최윤희 작가 (이하 동일) : 저는 마인드맵으로 오랫동안 작업을 했어요. 마인드맵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그리는 건데, 저는 아크릴과 천을 사용해서 작품을 하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어린시절을 통해서 이야기를 끌어냈고, 다음에는 여행을 통해서 이야기가 걸어나오게 했죠. 한국미술재단에서 세계여행을 떠나잖아요? 세계여행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 날씨를 통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그려냈어요. 이번에는 한국 고유의 색인 색동을 통해서 저의 이야기를 풀어냈죠.  Q. 소속 작가로서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1년에 한번 카프 지원으로 세계 여행을 하는데요, 여행이 작가들에게 영감을 줘요. 실제로 작업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저도 작업이 많이 변했고요. 두 번째는 여기서 작가가 커나가면서 넓은 곳으로 나아가게 해 주는 것. 소속 작가 분들이 많이 그렇게 활동하고 있고요. 세 번째는 작은 미술관을 하면서 아이들한테 꿈도 심어주고, 작가들이 가서 수업도 하는 기회가 참 좋아요. 그게 카프의 매력이죠.  Q. 저도 작가들 스무 명 가량이 함께 세계여행을 간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아프리카 전시회 때 아프리카 여행 후 작가들의 작품들도 놀라웠고요. 올해는 동유럽 쪽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최윤희 작가님이 보시기에 카프의 장점 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을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다 좋은데. (웃음) 두 가지 뽑으면 안 될까요? 세계여행과 작은 미술관 수업하는 것. 이것이 카프의 가장 큰 매력이겠죠. 세계여행은 도움이 되리란 걸 알았지만, 작은미술관 수업에 대해서는 저희 작가들도 잘 몰랐거든요. 어떻게 형성이 되고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또 파급 효과가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이제 60개 학교가 넘어가고, 작가들이 직접 찾아가서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해 보니까 얼마나 좋은지 실감하게 돼요. 아이들이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이 보이니까요. 아이들은 순수하게 그림을 보는 데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Q. 저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화가분들께 직접 수업을 듣는 진기한 경험이 궁금하네요. 또 화가 분들은 그 수업을 어떻게 기억할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최윤희 작가님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나 소개해 주세요.  A.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작품 중에 제가 모로코 스페인 갔을 때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었는데, 사각형 안에 모로코의 풍경을 집어넣었어요. 아이들이 그림을 보더니 저 큐빅 안에 모로코 풍경이 다 담겨 있대요. 그러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걸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랐어요. 작가가 의도한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지만 못 알아차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딱 알아차려서 놀랐어요.  Q.최윤희 작가님은 한국미술재단을 어떤 계기로 알고 신청하셨나요? A. 제가 수원 레지던시에 있을 때, 카프 소속 작가 분을 알게 되었어요. 이탈리아 여행을 간다고 얘기를 해서 저도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 여행지가 모로코 스페인이라는 거예요. 원래 저는 여행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제가 꼭 여기를 가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왜 그 장소가 나를 부르는 느낌 있잖아요. (웃음) 그래서 신청서에 꼭 가야 하는 이유와 작품들을 냈는데, 그게 됐어요. 됐다고 연락이 왔는데 너무 기쁜 거예요. 그때는 소속 작가가 아니라서 자비로 여행을 갔죠. 그러고는 2020년도에 공모신청을 하고 블라인드 심사를 해서  뽑힌 거예요. 그러고 나서도 2년간 카프에서 전시를 통해 심사를 하거든요. 그때까지는 공모작가고, 2년 동안의 심사를 거친 뒤에야 진짜 소속 작가가 되죠. 심사 자체가 굉장히 엄격해요. 게다가 다 신작으로만 전시해야 하거든요. 진짜 열심히 해야 해요. Q. 소속작가가 된 전후의 변화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그 전에는 제가 가진 성격 자체가 딱딱했죠. 작품이 작가를 닮아가니까요. 그런데 여행을 통해서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그런 과정이 작품으로 나타나는 거죠. 아무래도 낯선 여행지에서 작가들과 20일을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교류가 많아요. 소속작가가 된 후 전시는 1년에 4, 5개전을 하는데, 단체전도 있고, 생애 첫 그림전도 있고, 연말에 하는 송년회전시도 있는데, 각자 개인전을 하든 2인전, 3인전을 하든 해야 하는 거죠. 소속작가니까.  Q. 그럼 쉼없이 계속 작품을 낳아야 하는군요.  A. 그게 제일 힘든 거죠. 그렇게 하니까 작품이 많이 나와요. 여긴 열심히 해야 해요. 살아남아야 하니까. 양적으로 질적으로 하는 거죠. 그게 카프가 작가들에게 바라는 것 중 하나겠죠. Q. 최윤희 작가님, 인터뷰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프가 얼마나 작가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게다가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띄며 이야기하셔서 카프 소속 작가란 행복한 작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A. 저도 원래 굉장히 떠는 편인데, 편안하게 해 주셔서 또 워낙 알리고 싶은 재단이다 보니 절로 말이 나왔던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한국미술재단은 그림 한 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 아래 그림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공익법인입니다.”  - 한국미술재단 | ArtVerseKAF | 이어 한국미술재단의 황의록 이사장과 함께, 작가 공모 및 그 심사 과정을 면밀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백아인 캠페이너 (이하 동일) : 지난 번 <학교 안 작은 미술관> 설치 때도 세심하게 살피시고 아이들과 귀한 교류를 엮어내는 것, 서로 나눔하는 방법들을 고안해 내시는 걸 보고 감탄했습니다. (미술과 여백을 나누는 배움 <한국미술재단(KAF)>) 이번에 2025년 작가 공모를 하시던데, 소속 작가가 되는 과정이 굉장히 엄격하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황의록 이사장 (이하 동일) : 공정성을 위해 3년동안 4차례 심사를 합니다. 첫 심사가 제일 어려워요. 작가들이 10점의 작품포트폴리오로 응모하면, 작품만 가지고 심사를 합니다. 작가들이 포트폴리오 10매를 보내오면, 저희가 하는 작업은 작가 이름을 모두 코드화를 시킵니다. 예를 들어 최윤희라고 하면 안 되고, 작가1, 작가2 이렇게 심사하죠. 사인도 지우고, 사인이 없는 이미지 파일만 심사위원에게 보내 블라인드 리뷰를 하지요. Q. 심사위원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A. 심사위원은 10명~13명이 위촉이 돼요. 미술계의 중견이상 화가, 미술관 관장, 콜렉터, 평론가 등. 다양한 시각을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위촉을 해요. 그런데 그 분들의 이름이나 신상을 일체 공표를 안 해서, 심사위원끼리도 서로 몰라요. 그러지는 않으려고 하겠지만, 한데 모이면 선배 후배 동향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각자 집에서 심사를 합니다.  Q. 심사에 공정성을 세심하게 안배하시는군요. 심사위원들끼리도 서로 모르고, 각자 심사를 한다니, 심사 방법에 놀라게 됩니다. 심사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A. 심사 기준은 첫째 ‘작품성’ 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통할 만한 잠재력이 있나를 보죠. 둘째는 ‘대중성’ 이죠. 우리 재단은 ‘그림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가 목표기 때문에, 평론가나 작가만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라 대중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대중성도 중요하게 봐요. 이러한 기준으로 앞서 말한 블라인드 리뷰를 해요. 마음에 들면 O.K.. 또는 NO. 이유는 묻지 않아요.  Q. 몇 명을 선발하는 건가요?  A. 몇 명을 정해놓고 뽑는 게 아니라 모든 심사를 통과한 사람을 뽑는 거기 때문에 여러 명이 뽑힐 수도 있고, 한 명도 안 뽑힐 수 있어요. 절대평가입니다. 1단계에서 심사위원의 70%가 O.K. 를 해야 통과가 돼요. 여기서 대부분이 탈락을 해요.  2단계는 ‘작가의 작업실 현장 심사’예요. 작가 작품을 꺼내놓고 실물을 보죠. 그럴 수 있는 이유가 한국인으로 한국 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만 돕는다고 공모에 선을 그었어요.그래서 작가들 작업실이 국내에 다 있어서, 작업실에 직접 가서 볼 수가 있죠.  이때도 심사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작품량’이 충분한가를 봐요. ‘양 속에 질이 있다’, 고 보기 때문이에요. 둘째, ‘진보가 있는가. 변화가 있는가’를 봅니다. 한 작품이 유명해지면 작가가 거기에 안주하기도 하니까요. 카프는 끊임없는 변화와 실험, 도전을 요구해요. 안 팔려도 좋으니까, ‘작가의 미래를 보여주고 자기를 드러내는 기회를 가져라, 가능성을 점쳐봐라’ 하는 의미입니다. 셋째, 미래 계획을 봐요. 이름만 작가이고 무늬만 작가인 사람이 많아요. 작가로서의 삶에 목숨을 거는 사람인가,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얘기를 들어보고, 세 가지가 만족스러우면 통과가 돼요.  Q. “양 속에 질이 있다” 거나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변화와 실험, 도전을 하라”는 부분이 특히 와닿습니다. 작가로서의 삶의 태도도 같이 심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까지가 2차 심사라는 거지요? 3차, 4차 심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그렇죠. 블라인드 리뷰와 작업실 심사가 마무리되면, 세 번째 심사가 들어가요. 세 번째 심사는 ‘초대전을 통한 공개심사’예요. 작가에게 초대전시를 열어 줘요. 대외적으로는 초대전이지만 대내적으로는 심사전이에요. 이때 심사위원도 와서 심사하고, 관객들도 보고,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반응을 보죠. 대중성을 보는 것이기도 하죠.  공개심사가 통과가 되면 ‘공모작가’라는 타이틀을 주고, 2년 동안 소속 작가와 똑같이 지원을 해요. 똑같이 활동도 하고. 그런데 그게 심사예요. 정말로 작가가 말한 대로 사나, 성품도 보고요. 작가 자신의 재능을 통해 남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을 발굴하고자 해요. 그러면 도움도 받고 도움도 주니까 작가 자신도 당당하잖아요.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으면 어느새 사람은 고개를 숙여요. 작가도 작가 몫을 해야 당당해지지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제3자를 도와라, 그게 어린이들이고, 학교안 작은 미술관 기증이나 수업도 그렇게 이루어지지요. 그래서 남들도 생각하고 남을 도울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지켜보는 심사예요. Q. 한국미술재단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작가들은 어린이들에게 베풀 수 있고, 다시 그 어린이들이 미술을 사랑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로군요. 앞서 최윤희 작가님이 공모 작가로 2년간 쉴 새 없이 신작을 낳아야 했다고 하셨는데, 아마 3차 심사를 말씀하신 건가 봐요. 그럼, 마지막 4차 심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마지막 심사는 4차 심사로 소속작가들이 해요. 같이 가도 될까, 이 사람 작품은 자기 작품 세계가 있는가, 보죠. 카프는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크지만, 화가의 진짜 고민을 잘 몰라요.  안다 하더라도 풀어줄 방법을 모르죠. 작가는 작가만이 도울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작가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길 바라는 거죠. 소속작가들이 서로 자연스레 친해지도록 워크샵도 하고, 여행도 가고, 서로 영감을 주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도 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죠. 작가 심사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3명 이상만 돼도 안 뽑아요.  Q.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만으로도 카프 소속 작가가 되는 일이 어마어마한 일이란 걸 알겠어요. 소속 작가가 되면 받는 혜택이 어떤 게 있을까요? A. 통과하면 소속작가가 되고, 전시 및 세계 여행, 워크샵 등 평생 지원을 하는 거죠. 다만 ‘끊임없이 전시하고, 미공개 신작만 전시하라’, 는 방침이 있어요. 저희의 바람은, 소속작가라는 평생 동지를 만나고, 재단이 꿈꾸는 세상, ‘그림으로 따뜻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거죠. 작품 활동을 열심히 안 한다면, 면담 요청도 들어가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지만, 본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1년 유예기간을 줘요. 1년 지나고도 스스로 문제를 못 풀면 더이상 소속작가로 활동하기 어렵게 되지요.  Q. 심사 과정만 들어도 쉽지 않은 관문이네요. 한편으론 굉장히 탐나는 관문이기도 하고요. 놀라운 건 세심하게 공정성을 안배하신 부분, 심사위원들이 각자 블라인드 리뷰를 한다는 부분이에요. 게다가 단순히 한 번에 통과를 하는 게 아니라 여러 해 지켜 보면서 작가를 선별하고 적극적으로 평생 지원한다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작가들에게 베품이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전국의 초등학생들에게 전파되어 선순환 되는 시스템 구축으로 가는 것도 감탄할 만하고요. 카프가 여러 가지로 많은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미술계 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 카프처럼 좋은 재단이 많이 생기길 바랄 수밖에 없네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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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여백을 나누는 배움 <한국미술재단(KAF)>
전국 초등학교에 광풍이 불었다. 선생님들의 집단 우울증과도 같은 현상, 만연한 학교 폭력, 부당한 민원을 넣는 학부모 등 학교 전체가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초등학교에 마음 교육의 밀알을 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미술재단 (Korea Art Foundation)>이 그것이다. 마침 나눔을 싣고 떠나는 황의록 이사장(아주대학교 명예교수)과 함께 경북 성주군 성주초등학교로 여백을 찾아 떠났다.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초등학교 복도, 그리고 또 다른 복도에 설치된 학교 안 작은미술관평범한 복도를 따라가다보면 예술과 상상의 세계로 통하는 길을 만나게 된다(사진: 백아인) 학교 안 작은 미술관  한국미술재단에서는 기부를 통해 한국 국내 미술작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러 활동 중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하나가 전국 초등학교에 작은 미술 공간을 만드는 일로, <학교 안 작은 미술관>기증사업이다.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은 아이들이 자주 오가는 복도 한켠에 미술작품을 전시, 아이들이 마치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듯한 상상의 길목이 되어준다. 상상과 예술의 공간을 새로이 창조해 내는 일이다.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원화 작품을 수시로 보면서, 또 나중에 자신의 작품이 유명 화가들 작품과 한 공간에 걸리는 걸 보며 공감 능력을 높이고, 마음의 확장을 얻길 바랐습니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시도 교육청의 알림을 통해 직접 학교와 소통하고, 국내 화가들로부터 작품 지원을 받는다. 또 설치 전액을 자비와 후원을 받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편으론 작품들을 직접 싣고 가 설치하고 조명까지 조율하는 세심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미술재단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예술에 관심 있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또 예술에 관심 있는 교장 및 담당선생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전국 600개 초등학교에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을 세우는 게 목표였습니다. 처음에 한국미술재단에서 모두 지원을 하니까, 당연히 많은 신청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습니다.”  무료 지원임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들조차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무료로 지원한다고 하니 오히려 의구심부터 갖는 사람이 많았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값비싼 원화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한 몫 했다.  “우리는 괜찮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제껏 훼손된 원화가 단 한 점도 없습니다. 후속으로 미술작가가 그 학교에 가서 미술수업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미술 감상 예절을 가르치는 시간도 갖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한다는 정답을 가르치고자 하지 않고, 아이들이 작품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을 귀히 여깁니다.”  미술 작가들도 처음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미술수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데 편견 없는 진짜배기 감상자인 아이들을 만나고 오면  오히려 영감을 받고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게 되어 이제는 작가들이 제 발로 가고 싶어한다고. 황의록 이사장은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직을 은퇴한 뒤, 무려 30년 후를 생각하며 이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9년, 약 60개 초등학교에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을 제공했다. 이 작품들은 1년마다 서로 순환되어 아이들이 매년 새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들은 다양하다. 극사실주의 작품부터 추상화까지. 얼마 전엔 BTS의 RM이 광고하는 데 배경이 된  조미화 작가의 작품도 그 속에 끼어 있다.  예술이 주는 심성과 공감의 배움 교장 선생님 중에 한국미술재단과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성주초등학교의 조재국 교장도 이 일의 중요성을 느끼고 신청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심성과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 예술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침 저희 성주초등학교에서도 미술이 중요하다 생각해서 한쪽 복도를 <해와 달 갤러리>로 꾸미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사업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습니다.“  한국미술재단에서 제공하는 전폭적인 지원이지만, 학교 내 공간을 확정하고 원화 관리 등 일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성주초등학교에서도 좋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어디에 전시를 하면 좋을 지 많은 회의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이 지원 사업이 미래에 대한 밀알을 심는 일이란 것에 대개 동의한다.  예술하는 마음 아이들은 그림을 보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림을 통해 과연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자신이 그림에서 발견해내는 게 뭔지 스스로 배우는 것이다. 즉 느끼고 공감하는 삶의 여백을 배운다. 또한 자신을 예술로서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건강한 방법도 배우게 된다.  아이들에게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은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또하나의 창이다. 한국미술재단과 선생님들이 바라는 것도 결국 그러한 ‘이해’와 ‘공감’이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자마자 벌써 “이 그림이 맘에 들어요.” 툭 내뱉는다. 그 속에는 예술이 주는 정서적 교감이 들어 있다.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마음을 통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얻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매년 한국미술재단은 아이들의 그림과 유명 작가의 그림을 한 곳에 전시하는 일을 추진합니다. 자신의 작품이 큰 미술관에 그것도 유명 화가의 작품과 함께 걸리는 걸 보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을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 사회에 뜻깊은 열매로 다가오리라는 걸 한국미술재단은 믿고 있다. 언젠가 30년 후 아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것, 훌륭한 작품들이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이에 체득하게 될 것이다. 희망하자면 우리의 미래가 점차 서로 교감하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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