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정] 전세사기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먼저 고려할 것들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입니다.
*앞서 작성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오시면 더욱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1. 연구원정 반환점을 지나며
- 지난번에는 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발산하면서 저의 내면을 살피는 것이 주요 활동이었다면, 이번에는 해당 주제를 어떻게 ‘연구’라는 틀거리로 소화할 수 있는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연구생태계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논문이라는 어떤 문법을 가진 글인지를 배우고, 논문의 문법을 기반으로 관심분야 선행연구 논문을 리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개인적으로, 첫 3주차에 연구 주제를 자유롭게 상상해보는 시간은 재밌고 부담감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3주차에 연구를 제대로 배워가면서는 좀더 고심했던 것 같습니다. 연구와 논문에 대해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내용을 제대로 짚어가면서 배우고, 연구자들은 어디서 무슨 논문을 내어 서로 교류하는지, 연구논문 내부에서 어떤 문법과 논리로 연구를 설계해야하는지 톺아보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연구 문법에 있어 핵심적인 개념인 명제/이론/가설 간 차이와 연관성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과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변수를 설정해서 연구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지 설계해보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그간 다른 종류의 글을 읽듯이 논문을 읽어온 것을 벗어나 제대로 접근할때 느껴지는 근육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그래서 무엇을 했고, 어떤걸 배웠는가?
1) 연구주제를 한층 더 명확하게 추려봤습니다.
- 지난 글에서 제가 가졌던 연구주제는 크게 두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첫째, 최근 전세사기 문제를 비롯해 이전의 주거불안 사례에서 당사자들은 어떻게 대응했으며 무슨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연구하고 싶다. 둘째, 전세사기 피해자의 다수는 2030 청년층인데, 오히려 피해자대책위 참여도는 떨어지는 문제를 연구하고 싶다. 전자는 이전까지의 주거불안 사례를 조망하고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의 역할에 대해 조망하고 싶은 의도였고, 후자는 현재 피해자대책위 활동에 청년층 피해자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이유와 개선책 등을 도출하려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 두가지 파트는 연결되어있지만, 처음 연구를 계획해보는 단계에서는 첫번째 주제로 집중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선, 청년층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연구는 전세사기 문제보다도 세대론 연구, 사회계층 연구로 보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고민이 들었고, 피해자대책위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과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목적이 달라 연구방향도 다소 난해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같이 연구를 수행하는 다른 동료들도 유사한 피드백을 줬고, 그런 피드백이 타당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전까지 주거불안 사례, 주거빈곤 사례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현재의 전세사기 문제와 청년층이 당면한 현실을 더해본다면 앞서 고민했던 문제를 다루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층 피해자의 대책위 참여도 저조현상’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지는 않되, 연구를 수행하면서 참고할 자료나 사례가 있다면 잘 보관해두고 후속 연구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 연구주제를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메인 연구주제 : 한국사회 주거불안 당사자들의 조직적인 대응활동, 정책개선 사례
언제 : 1970년대 이후 지금(2024년)까지
어디서 : 국내 도시 주거지역에서 (주로 수도권)
누가 : 전세사기 피해자를 포함한 주거불안 당사자들
왜 : 공동의 문제 해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 당사자 조직(피해자대책위)를 구성하여
무엇을 :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응 및 정책개선
→ 1970년대 이후 지금(2024년)까지 국내 도시 주거지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및 주거불안을 경험한 사람들이 당사자 조직(ex :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을 구성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응 및 정책개선을 이끌어낸 사례를 탐색하자.
2) 학회와 학술지에 대해 배웠습니다.
- 구글 스콜라와 KISS, DBpia 등 연구논문을 다룬 여러 사이트를 돌면서 연구자들이 모인 학회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학회에서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하고 서로 교류하며 학술 연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배웠습니다.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세상이 있는걸 잘 몰랐다가 살짝 엿본 것 같습니다.
- 저의 연구와 관련해서 중요한 학회, 저자, 논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탐구해보는 과정은 솔직히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주거’, ‘주거불안’, ‘당사자’의 이야기를 궁금해했는데, 관련 학회나 주요저자, 논문이 생각만큼 쉽게 검색되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주택’이라는 렌즈를 통해 ‘주거’를 해석하니까 원하는 연구대상에 직접 가닿는 것이 아닌, 한단계 굴절이 되어 제한된 시야를 얻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 덧붙여, 대학원에 가게 된다면 어떤 학과를 가야하는가 판단해봤을 때도 상당히 난해했는데요. 위키트리 학과 분류에 따라 고민해봤을 때, 과연 한국의 대학원에서 이런걸 가르치는 학과, 교수님이 계시긴 할까 싶은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언젠가 대학원에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막막함과 난해함이 느껴졌기에 대학원 고민은 잠시 접어두려고 합니다^^;;
대학원 전공분야 (상위분류 > 하위분류)
✏ 사회철학-사회 운동-변화-사회변동✏ 사회철학-사회 운동-사회 운동 단체✏ 사회철학-사회변동-개혁✏ 경제사회학-사회경제학-사회적 불평등, 빈곤✏ 법경제학-토지법-토지제도사✏ 법사회학-피해자학
- 제가 선정한 연구주제와 관련된 학회는 한국주택학회였고, 이 학회에서 발간하는 <주택연구>라는 학술지에서 그나마 제 관심분야와 유사한 논문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주택학회 연구자 분들 없었으면 어쩔뻔했나요. 감사합니다.)
3) 연구논문이란 무엇인가
- 연구논문의 문법은 [연구주제>선행연구>핵심이론 및 방법론>연구대상>연구대상>논문리뷰] 이렇게 이뤄져 있다는 것을 정리해보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논문 자체를 이번에 처음 읽은건 아니었는데, 그간 어떤 방식으로 논문을 읽어왔던가 자문해보는 계기였습니다. 연구는 결국 가설을 세우고 입증하는 목적의 글이기 때문에 그 논리구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명확히 이해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 논문의 문법을 배우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명제-이론-가설 3가지 개념을 이해하고, 제 언어로 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주제와 연구질문이 나오면 연구에서 소화할 수 있는 언어로 명제화/개념화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명제가 연결되어 이론이 되고, 이론이 경험적 입증을 거치기 위해 관찰가능하고 변화가능한 변수를 포함한다면 가설이 된다.’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개념적으로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제가 선정한 논문을 리뷰하면서 가설/이론/명제 단위로 쪼개어 분석하는건 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상술한 개념을 실습해보기 위해 선행연구 리뷰를 진행해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주택연구』의 30년간 연구경향: 텍스트 마이닝 접근법’ 이라는 연구논문을 선정했습니다. <주택연구>에 최근 3년간 게재된 논문을 확인해본 결과, 위 논문을 읽으면 그간 연구동향을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KCI 등재가 되어있어 학계에서도 중요성을 인정받는 정식 논문이라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 위 논문을 리뷰한 결과는 분량상 글 마지막에 첨부합니다.
3.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요?
- 물론 많이 헤매긴 하지만 연구원정 프로그램을 통해 의미있는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생태계와 방법론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지난 3주간의 활동을 계속 곱씹으면서 숙달하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구체적인 연구주제를 좁히고, 선행연구와 연구대상도 어느정도 리스트업한 것 같고, 방법론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주거불안 당사자들의 사례와 대응에 대한 여러 연구도 참고해서 연구계획서를 구상해보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선행연구가 많지는 않아보이는데, 그만큼 연구의 필요성이 더 있다는 동료의 피드백이 힘이 됩니다. 의미있는 연구를 계획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응원해주세요!
- 추가로, 11월 중에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매뉴얼을 제작하려고 하고, 전국에 흩어져있는 피해자대책위를 만나서 활동내역을 정리하는 작업을 일부 수행할 것 같습니다. (기획안) 지금 당장 연구에 반영하지는 않아도 매뉴얼 제작 단계에서 데이터 일부를 미리 수집할 수 있을것이라 기대합니다.
4. 논문리뷰
1. 연구의 목적
한국주택학회가 1991년 창간되어 2021년에 30주년을 맞이했는데, 시대가 달라지면서 연구주제, 방법론 등 연구경향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정리하고, 변화된 시대상에 맞춰 향후 연구할 방향성에 대해 새롭게 모색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2.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1) 1991년 주택학회가 설립된 이후 2021년까지 3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주택관련 연구는 어떤 변화 양상을 보여왔는가?2)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주택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향후 주택관련 연구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가?
3. 연구이론
1) 『주택연구』를 통해 지난 30년간 주택학회에서 연구해온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2) 주택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주택관련 연구가 변화한다. 3)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으로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 『주택연구』를 통해 주택학회에서 그간 연구해온 결과를 분석하고,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주택연구를 조망할 수 있다.
4. 연구가설
1) 가설- 『주택연구』에 게재된 연구결과 전체를 텍스트 마이닝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여 미래의 주택관련 연구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다.
2) 근거- 1993년~2021년 상반기에『주택연구』에 게재된 논문 약 600편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 선행연구는 학계 권위자 또는 전문가에 의한 메타분석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텍스트 마이닝 기법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다.- 원활한 주택관련 연구를 위해서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 등의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연구방법론
1) 연구방법 분류- 양적 연구- 『주택연구』에 지난 30년간 게재된 약 600여 편의 텍스트 자료와 제목, 키워드 데이터이며, 이를 비정형 데이터로 변환한 후 텍스트 분석 진행ㄴ 연구논문 내 텍스트 분석 대상 : 논문 제목, 키워드, 초록, 본문 전체
2) 구체적인 분석 구조
- 분석대상 선정 : 분석대상 30년간의 연구논문- 텍스트 데이터 전처리 및 제거 : 텍스트 마이닝을 위한 규칙 설정, 편집 과정- 텍스트마이닝 분석기법 적용 : 워드클라우드, 근접단어 분석 및 N그램, 토픽모델링-잠재디리클레할당(LDA) 기법
6. 연구결과
1) 30년 동안 『주택연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주택’과 ‘연구’이다. 다음으로 빈번하게 언급된 키워드는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인 ‘가격’이었다.
2) 주택이 유발하는 서비스는 ‘주거’ 서비스이고, 이를 향유하는 주체는 ‘가구’이며 우리나에서 가장 대표적인 주택의 형태는 ‘아파트’인데, 이는 ‘가구’, ‘아파트’, ‘서비스’ 키워드가 30년 동안 집중적으로 등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3) 전반기 10년과 중반기 10년에는 ‘개발’과 ‘관리’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였으나, 중반기 10년과 후반기 10년에는 ‘임대주택’, ‘부동산’ 등의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였다. 후반기 10년에는 ‘공공’이 최빈 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4) 시대적 변화에 따라 연구의 범위, 주제, 키워드가 변화한다. - 『주택연구』 초기에는 정책 연구와 더불어 거시적 측면에 시장에 대한 분석연구가 다수 진행되며 광역적인 규모의 시장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 시간이 지나면서 주택시장의 무제가 다변화되고 연구자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기술적 연구와 더불어 미시, 계량적 분석이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 보이며, 연구 지역도 지역(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과 연구대상도 노인가구, 1인 가구, 신혼부부 등 다양한 수요계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7. 연구의 의의와 한계 & 개인 리뷰
1) 저자가 밝히고 있듯, 기존에 이뤄진 선행연구에 대한 고찰은 메타분석 방법론을 활용한다. 즉, 각 분야의 전문가 또는 저명한 연구자가 본인의 학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질적 연구를 수행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2) 시대가 변화하면서 연구방법론, 기술적인 영역에서 발전을 이루게 되었고, 연구자료 자체를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통해 약 30년간의 연구동향을 분석한 것이 이 연구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3) 본 연구의 강점- 메타분석 방법론에 비해 정량적인 데이터 수집 및 처리 방법에서 훨씬 정교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또한, 방대한 분량의 연구논문의 키워드와 주제를 비교적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점이 다른 연구와 비교해 우위를 가진다.
4) 본 연구의 한계- 저자도 텍스트 마이닝 기법에도 여러 한계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실제로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텍스트 마이닝상 배제되는 연구주제나 논문이 존재할 수 있다. 개별 텍스트 마이닝 기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기법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전체적인 동향은 보여주지만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나 핵심논문을 직접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연구는 전체 연구동향을 조망하는 지도 역할 정도로 참고해야 한다.- 1991년 창립된 학회의 특성상 어쩔수는 없지만, 1990년대 이전의 주택연구나 주거운동에 대한 연구는 배제될 수밖에 없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추가 리서치를 해봐야할 내용이다.
5) 개인리뷰 (요약)
- 주택연구 학회에서 어떤 연구가 이뤄졌고, 약 30년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연구 동향이 변화해왔다는 점을 빠른 시간에 알게 된 점이 흥미로웠다.- 그간 연구를 보면 대단지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택의 가격구조, 시장의 변화가 주 관심사인 것을 보게 된다. ‘임대주택’이나 ‘공공’ 등의 키워드가 연구 주제로 부상하긴 했으나, 시장과 가격 등의 통계를 접하기 용이한 대규모 공동주택(아파트)가 주요 연구대상인 것에 비해 저층주거지(ex : 빌라)에 대한 연구는 어쩔수없이 배제되었을 것 같다.- 개인 연구를 진행할 때 초점을 맞출 것들은 ‘주거운동’, ‘주거불안 당사자’, ‘정책변화’ 등인데, 양적 연구에서 다루기는 쉽지 않은 내용일 것 같고, 선행연구 또한 많지는 않아보인다. 거시적인 연구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지도를 알게 되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연구 분야는 별도로 깊게 들여다보며 질적연구로 다룰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