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전세사기 특별법 2년차,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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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24.05.29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제공


2024년 7월 18일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2만건에 육박한다. 또한, 2023년 2월 28일부터 올해 5월까지 공식적으로 8명이 전세사기 때문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로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전세사기는 사적 계약의 문제이며, 국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던 정부와 정치권은 전세사기 희생자가 속출하자 부랴부랴 특별법을 논의한 끝에 2023년 5월 25일에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하지만, 2023년 6월 1일부터 시행된 특별법은 제정 당시부터 우려한대로 실질적인 문제해결에는 한계가 크다는 점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한계가 있었을까?

 

1. 기존 전세사기 특별법의 한계

첫째, 까다로운 피해자 인정요건으로 배제되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했다. 특히,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요건, 임대인의 사기성을 입증해야한다는 요건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와 기타 사유로 피해자로 결정되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전체 25,000건 중 5,000건이 넘는 경우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둘째, 지원대책이 ‘빚으로 빚을 돌려막고, 빚으로 집을 떠안는’ 대책 일색인 것도 모자라서 피해자 인정요건 이외 별개의 요건이 존재해 대책 이용이 까다롭다. 현재 특별법에서는 다양한 금융대책과 경공매 대책을 지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피해자가 더 많은 대출을 받아 각자 피해주택의 소유권을 직접 떠안을 것을 유도한다. 그마저도 피해자 인정에 더해 각 대책별 요건이 따로 존재해 실제 이용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셋째, 피해자의 보증금을 직접 회수하는 대책 자체가 없다. 상술한 것처럼 특별법에는 피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대출과 집을 떠안는 대책만 있을 뿐, 보증금은 피해자가 경공매를 통해 알아서 회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몇 년간 진행되는 경공매를 통해 회수도 불확실한 보증금만 기다릴 여력이 없다. 그저 보증금의 일부라도 돌려받고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랄 뿐이다.

 

2. 지난 국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주요내용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쓸데없는 기존 특별법 대신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방안을 담아 법안을 개정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래서 작년 12월 27일에는 야당 주도로 특별법 개정안이 마련되었고, 올해 상반기에 해당 법안처리를 두고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졌다. 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해자의 보증금을 국가에서 먼저 매입해서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그 비용은 시간을 들여 회수하는 소위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포함되었다. 보증금 전액을 모두 돌려받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보증금의 30% 수준은 먼저 돌려받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일부 반영되었다.

둘째, 강제퇴거 방지 방안이 포함되었다. 임시적인 경공매 유예 조치가 아니라,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채권을 공공기관이 매입하여 장기간 경공매를 보류해서 임차인의 강제퇴거시점을 늦추는 것과 임차인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 명도소송 및 강제집행을 당하는 신탁사기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담겨있다.

셋째, 피해주택의 시설관리 방치문제에 대해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포함되었다. 특히, 방치된 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실태조사, 공공의 피해주택 위탁관리 방안, 관리비 비용지원 방안이 포함되는 등 집주인이 아니라도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특히, 최근 인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는 폭우가 심해지면서 외벽이 붕괴하고, 그 여파로 도시가스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서 건물 전체의 가스 사용이 중단된 일이 있었다. (언론보도) 관할 지자체에서는 사유재산 관리에 관리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서 개입을 꺼리고 있는데,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

 

3.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경과

작년 12월에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특별법 개정안은 올해 4월 총선 시기와 맞물려 아주 더딘 속도로 처리되었다. 정부와 여당의 법안처리 거부와 노골적인 방해 때문에 법제사법위 심사, 본회의 처리가 한없이 지연되면서 총선 시기에 임박해서는 아예 논의 테이블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는 총선을 맞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세사기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임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먼저,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전세사기가 그저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임을 전달했다. (피해자 연속기고) 또한, 전세사기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과 복잡한 내용을 정확하고 쉽게 설명하면서 시민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링크) 마지막으로, 각 정당에 전세사기 문제해결을 위한 공개질의 캠페인을 통해 총선을 앞둔 6개 정당 중 4개 정당의 주거공약을 확인하고, 향후 특별법 개정 및 주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캠페인 링크)

총선이 끝난 이후, 정치권에서는 선거결과에 대한 해석과 21대 국회 잔여일정에 대한 이견으로 어지러운 가운데, 5월 1일에는 대구에서 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전세사기 피해자는 ‘저도 잘 살고 싶었습니다.’, ‘제발 살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가정의 달인 5월이 되자마자 전해진 소식에 전국의 피해자 모두가 슬퍼했고, 조속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와 기존 대책 개선을 외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21대 국회 내에 처리가 불투명했던 특별법 개정안은 5월 2일에 본회의 회부 부의안이 의결되었고, 5월 28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당의 불참 속에 야당 단독으로 의결되었다. 하지만, 5월 27일 본회의 하루 전,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구제 대책발표와 함께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는 기사가 쏟아졌고, 실제로 본회의 다음날이자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5월 29일에는 대통령실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반년 이상 애써서 마련한 특별법 개정안은 곧바로 폐기되었다. 정부에서 제시한 거부권 행사 사유는 보증금 채권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 막대한 재정소모가 예상된다는 점, 사기피해에 국가가 개입하는 선례를 남길수 없다는 점 등이 언급되었으나 수만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방치되는 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 모두가 깊은 좌절감에 휩싸였다.

6월부터는 새로운 국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면서 각 정당에서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피해자대책위도 자체적인 간담회를 열고, 특별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21대 국회에서는 어려웠던 정부와 몇차례 간담회도 진행하며 조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 


4. 특별법 개정, 가장 중요한 원칙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및 구체적인 피해구제 방식 등을 두고서는 피해자와 정부 및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전세사기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피해자가 보증금을 최대한 회수하고, 사각지대는 없애고, 최대한 빠르게 대책이 적용되어야함을 명심한다면 구체적인 특별법 개정 방식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6월부터 시행된 특별법 상의 경공매 유예조치가 끝나는 세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공매에서 낙찰된 세대가 늘어날수록 임차인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강제로 내쫓기는 피해자가 늘어난다. 피해주택 시설관리가 되지 않아 심각한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데도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조속한 특별법 개정을 위해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꾸준히 힘을 모아줘야 하는 이유다. 특별법 시행 만 1년을 지나 2년차를 맞은 이제는 반쪽짜리 특별법에 그치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특별법으로 개정해야한다!


[참고] 특별법 제정/개정 타임라인

23.03.30 심상정 의원 특별법안 대표발의

23.04.03 조오섭 의원 특별법안 대표발의

23.04.18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발족 & 세 분의 피해자 합동추모제

23.04.19 대통령실, 경매 중지 지시

23.04.23 당정청, 전세사기 정책협의결과 발표

23.04.27 특별법 정부여당안 발의

23.05.08 국회 앞 대책위 캠프 설치 & 농성 돌입 (~05/26)

23.05.25 특별법 본회의 통과

23.06.01 특별법 공포 및 시행

23.10.14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 집회

23.12.01 특별법 제정/시행 6개월 (특별법 제정 당시 약속한 보완입법 시기 도달)

23.12.05 국토교통부 특별법 현황보고

23.12.21 야당 단일 특별법 개정안 도출

23.12.27 국회 국토교통위 안건조정위에서 특별법 개정안 통과 & 법사위 회부

24.02.24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

24.02.27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의결

24.04.10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24.05.02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안 의결

24.05.14 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행진 (서울)

24.05.18 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 (대구)

24.05.27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발표

24.05.28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야당 단독처리)

24.05.29 대통령실,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 법안 폐기 (21대 국회 폐원)

24.05.30 제 22대 국회 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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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자 토론 과정에서 원희룡 후보가 전세사기 대응을 마치 자신의 업적처럼 이야기 하는 걸 듣고 매우 분노했었는데요. 그럼에도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떠난 8명의 피해자를 추모하며 타임라인의 마지막엔 전국에 있는 모든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특별법 통과와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이 있길 바랍니다.

명확한 피해자와 잠재적인 피해자가 있는 사안인만큼 빠른 대안과 법 제정, 집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예산 핑계를 대며 피해가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감세를할게 아니라 이런 쪽에 예산을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답답하네요.

전세사기가 수면 위로 크게 나타난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조금씩 변화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실질적인 변화는 또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덕분에 계속 이슈를 생각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