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사채왕 일당 ‘110억 원대’ 범죄수익금 환수[사채왕과 새마을금고 20화]
‘사채왕’ 김상욱 일당의 범죄수익금 중 113억 원가량이 환수됐다. 김상욱과 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가 검찰에 기소된 직후인 지난 5월, 범죄수익금 약 228억 원 중 113억 원이 환수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5일 경기북부경찰청 담당 수사관은 “김상욱과 전종남의 계좌, 현금, 부동산, 차량 등을 몰수했다”며 “김상욱과 전종남이 이미 사용한 범죄수익은 그들의 재산을 추징하는 방식으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범죄수익 환수 방식은 두 가지다. 몰수보전은 범행으로 취득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방법이다. 만약 범죄수익을 써버린 경우, 그만큼 범죄자의 재산을 동결해 추징보전 할 수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사채왕’ 김상욱과 공범 간 통화 녹음파일 약 900개 등을 입수해, 2023년 청구동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의 뿌리에 김상욱 일당의 전국적인 사기 범죄가 있음을 보도한 바 있다. 김상욱은 전종남 등 공범들과 함께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1500억 원대 불법대출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일어났고, 청구동새마을금고는 문을 닫고 이웃 금고로 통합됐다. 김상욱 일당의 대표적인 ‘작업’ 현장은 경남 창원시 중고차매매단지 KC월드카프라자. 검찰은 이들이 KC월드카프라자 한 곳에서만 총 75회에 걸쳐 약 718억 5600만 원대 불법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욱과 전종남이 KC월드카프라자 불법대출을 통해 취득한 범죄수익은 무려 228억 원 상당이다.(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수법은 이렇다. 김상욱 일당은 우선 모집책을 통해 명의대여자를 구했다. 모집책은 명의대여자에게 “1년간 명의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매달 대출이자와 200만 원의 임대수익을 보장하겠다”며, 1년 뒤에는 부채도 말끔히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에게 속아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는 75명. 김상욱은 모집책을 통해 수집한 명의대여자들의 대출 관련 서류를 전종남에게 넘겼다. 전종남은 그 서류를 기반으로 미리 섭외한 감정평가사를 이용해 부동산 담보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대출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피해자들은 서울 신설동에 있는 카페 하타○○까지 와서 대출 서류를 작성했다. 김상욱의 아들이 운영하는 카페다. 그곳에 전종남 등 당시 청구동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출장을 나와 ‘자필 서명’을 받았다. 약 10억 원의 대출을 받겠다는 서류였다. 김상욱 일당은 피해자의 통장에서 대출금 일부를 계좌 또는 현금으로 빼갔다. 피해자들은 하루아침에 대출 원금 약 10억 원에 연 11%가 넘는 이자까지 떠안게 됐다. 김상욱은 전종남과 대출 사기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건넸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김상욱은 전종남에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권리금 1300만 원을 대신 내줬다. 커피전문점은 전종남 아내 이름으로 운영됐다. 벤츠 차량도 사줬다. 경찰은 김상욱이 전종남에게 7회에 걸쳐 3억 400만 원가량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을 파악했다. 피해자들은 이미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아니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금과 이자를 갚고 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피해자도 있다. 김상욱 일당이 구속된 이후에도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독촉장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 <“저 혼자 죽으란 말입니까”… ‘공범’이 된 사기피해자>) 피해자들이 생의 낭떠러지에서 발버둥칠 때, 김상욱 일당은 시그니엘서울 레스토랑에서 비싼 밥을 사 먹고, 명품 옷을 사 입었다. 지난해 7월, 김상욱이 자신의 공범에게 전화로 한 얘기다. “회장님(김상욱 본인) 지금 신발하고 옷 다 에르메스거든. (…) 에르메스 가방 3억 원짜리 있는 거 아냐? 우리 와이프가 3억짜리 들고 있는 거야. 회장님(본인) 티셔츠도 에르메스야. 280만 원짜리.” 사채왕 일당은 대출금의 일부를 김상욱 본인, 아내, 모집책 등의 계좌로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해 빼돌렸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상욱은 불법 대출금 중 약 220억 원을 중개수수료를 명목으로 가져갔다. 전종남은 14회에 걸쳐 대출금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금액은 8억 8000만 원가량이다. 전종남 상무가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직접 들고 나가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김상욱과 전종남은 지난 4월 23일 구속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김상욱은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종남 역시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나간 대출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대출이라고 항변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KC월드카프라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김상욱과 전종남은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첫 공판이 열린 지난 7월 5일 김상욱의 변호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보석 신청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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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버린 목소리… “내가 불쌍해야 좋은 거지?”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19화]
너무 비참해서 기사에 넣지 못한 초등학교 6학년의 멘트가 있다.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프로젝트를 취재하던 지난 4월, 충북 청주시 유흥가에서 만난 열세 살 원복이(가명)의 이야기다. 당시 기사에서 밝힌 대로 원복이 부모님은 ‘사채왕’ 김상욱 일당에 속아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약 9억 원을 대출받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명의만 빌려줬다. 대출금 전부는 김상욱 일당이 가져갔으니까. 그 일로 원복이 부모님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본 적도 만진 적도 없는 9억 원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학원에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된 원복이는 부모님이 일하는 유흥주점 끄트머리에 설치된 작은 텐트에서 밤을 보낸다. 부모님이 일을 마치는 새벽에야 집에 돌아갈 수 있다.(관련기사 : 유흥주점 텐트에서 잠드는 아이.. “사채왕이 망친 삶”) 지난 4월 15일 새벽 2시, 여느 때처럼 원복이는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취재하는 나의 존재를 원복이는 알아차리고 말았다.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 왜 우리 뒤에서 따라오는 거야?”“서울에서 온 기자님이야. 엄마한테 취재할 게 있어서 왔어.” 원복이는 작게 엄마에게 말했다. “내가 저 기자님한테 불쌍하게 보여야 엄마한테 좋은 거지?” 당시 기사에 차마 넣을 수 없던 멘트와 원복이의 마음이 다시 생각난 건, 문해력이 의심되는 감사원의 짧은 통보문 때문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4월부터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새마을금고의 불법·부실 대출과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기획이다. 특히 서울 청구동새마을금고 통폐합을 부른 ‘2023년 1500억 원대 불법대출’ 문제를 자세히 보도했다. 해당 불법대출의 규모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큰 것으로, 2023년 ‘뱅크런’ 사태의 시발점이기도 했다.(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셜록 보도 직후인 지난 4월 23일, ‘행정안전부의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책임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공익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접수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7월 9일, 감사원은 “행정안전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종결 처리한다“는 취지의 통보문을 보내왔다. 한 대목은 이렇다. “행정안정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상기감시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회피하는 조직적·지능적 비위에 대해서는 2024년부터 종전에 비해 감사체계를 강화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시 체계가 강화됐으니 감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게 왜 엉뚱한 답변인지,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익감사를 청구한 4월 23일로 돌아가 살펴보자.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그날 감사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공익감사청구 이유를 밝혔다. “청구동새마을금고의 자산은 1800억 원입니다. 1500억 원이 불법 대출됐으면 사실상 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사채왕(김상욱)에게 갖다 바친 것과 다름 없습니다. 이 와중에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가진 행정안전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청구동새마을금고의 불법대출은 2023년 6월 이전에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는 그때 뭘 했는지, 혹시 직무유기는 없었는지 등을 살펴봐달라는 게 민변과 참여연대의 감사청구 취지다. 그런데 감사원은 “2024년부터 감사가 강화됐다“는, 핵심에서 벗어난 근거를 대며 감사를 거부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새마을금고의 불법대출은 전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라며 “감사원은 스스로 본연의 책무를 버렸고, 행정안전부에게 책임 모면의 길을 열어줬다“고 반발했다. 이들의 지적대로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불법·비리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에는 사채왕 김상욱 일당의 1500억 원대 불법 대출과 뱅크런 사태에 이어, 올 4월 총선 때는 양문석 후보(현 경기 안산시갑 국회의원)의 편법 대출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8일에도 대구 지역 새마을금고 지점 세 곳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역시 불법·부실 대출 의혹이 불거진 곳이다. 이쯤 되면 ‘비리의 온상 새마을금고‘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굴욕적인 지적이 거의 해마다 나왔다는 점이다. 아래의 기사 제목과 발행 날짜를 보자. “내부통제 어쩌나..뿔뿌리 금융이 비리백화점 된 이유” – <아주경제> 2023년 12월 6일정부, ‘비리온상’ 새마을금고 감독 강화한다지만… – <한국경제> 2022년 2월 27일새마을금고는 어쩌다 비리의 온상이 됐나 – <이데일리> 2020년 11월 10일 구글, 포털사이트에서 ‘새마음금고 비리‘를 검색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관련 기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불법 대출부터 성추행, 임직원 비리, 횡령은 물론 ‘카드깡’ 내용도 나온다. 이중 위에서 언급한 2020년 11월 10일 자 <이데일리> 기사 한 대목을 보자.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도 전·현직 임원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면서 담보에 대한 감정평가도 하지 않고 정상금리보다 0.6%포인트 가량 낮은 이율로 대출을 해줬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전국 1300개 새마을금고에서 일어난 이 같은 특혜 대출은 최근 3년간 700억 원을 넘어선다.” 이 기사는 새마을금고의 수백억 원대 특혜·불법 대출이 작년에만 벌어진 특별한 일이 아니란 걸 말해준다. 담보물 감정평가를 생략하거나 부풀리는 수법은 김상욱 일당이 했던 것과 동일하다. 이번엔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2013년으로 가보자. 2013년 6월 5일 자 YTN 보도의 제목은 ‘끊이지 않는 새마을금고 불법대출비리’. 이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담보물 감정금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백억여 원을 불법 대출한 새마을금고 간부가 구속됐습니다. 다른 새마을 금고에서는 간부가 수년간 고객 돈 수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등 새마을금고 비리가 끊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2023년 서울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비리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기사에는 이런 내용도 담겼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불법 대출과 고객 돈 횡령이 발생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재발 방지책이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일상 감사 상시 시스템을 고도화 시스템으로 개발해서 최근에 있는 감정사례라든가 공시지가에 의한 대비 과다감정이 되었다든가 그런 부분까지 같이 조사할 수 있습니다.” 감사원이 최근 행정안전부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면서 밝힌 이유와 흡사한 내용이 이미 2013년도 등장한 셈이다. 그럼에도 새마을금고의 불법과 비리는 이어졌고, 이번에도 행정안전부는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았다. 새마을금고가 ‘비리의 온상’, ‘불법 백화점’이 된 배경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지적된다. 새마을금고는 제1금융권은 물론이고 상호금융기관 중에서도 유일하게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1960년대 서민들의 상호부조 형태로 출발한 새마을금고의 상위기관은 금융위원회가 아니라 금융과 거리가 먼 행정안전부(당시 총무처)다. 그때로부터 60년이 지나 새마을금고는 전국에 약 4000개 지점을 거느리고, 전체 예수금 295조 9000억 원(올해 5월 말 기준)을 가진 금융기관으로 성장했음에도 관리·감독 주체는 여전히 그대로다. 그러는 사이 새마을금고의 부정과 비리는 해마다 반복됐고, ‘사채왕’ 김상욱은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마치 개인 금고 이용하듯 돈을 빼갔다. 수많은 피해자 중 한 명이 원복이 부모님이고, 더 큰 피해자는 기꺼이 비참함을 연기하겠다는 초등학교 6학년 원복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행정안전부에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감사원은 아예 감사를 포기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원복이는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왜 자기는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갈 수 없는지, 기자가 왜 자신을 따라오는지,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 부모님에게 보탬이 될까 싶어, 자신이 훨씬 비참하게 그려지길 바라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의 이런 상상력에 행정안전부는 정말 책임이 없을까? 감사원은 정말 행정안전부를 감사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제1금융권처럼, 아니 최소한 농협, 수협, 신협처럼만 새마을금고가 관리·감독이 됐어도 원복이 부모님은 불법대출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 거다. 책임자들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별일 없이 살아가는 지금, 원복이 부모님은 오늘도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원복이는 올 여름도 유흥주점 텐트에서 보내는 중이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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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조치 했다고 새마을금고 면죄부? “엉뚱한 소리!”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18화]
감사원이 1500억 원대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를 종결했다. 행안부가 ‘사후조치’를 했으니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반쪽 검토 결과”라며 감사원의 종결처리 결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3일 감사원에 행안부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사채왕’ 김상욱(52) 일당의 1500억 원대 청구동새마을금고 불법 대출이 발생했을 당시 행안부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했는지 조사해달라는 취지였다.(관련기사 : “사채왕 김상욱 하나에 휘둘리는 이게 나라입니까!”) 감사원은 감사 청구 취지에서 벗어난 답변을 내놨다. 감사원은 행안부가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 내규를 개정하는 등 사후조치를 했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감사원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 이번 종결처리는 감사원이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답변으로 행안부가 책임을 회피하도록 해준 것”이라며 “감사원은 시민사회가 제기한 사안에 대해 분명하게 감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그야말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1500억 원에 달하는 불법대출이 적발된 후에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발 방지 대책을 강화했다고 해서 그 전에 관리·감독의 부실로 인한 사건까지 책임이 면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논평, 2024. 7. 17.) 참여연대 실행위원인 서성민 변호사도 “과거부터 있던 명확한 문제에 대해 관리・감독을 했는지 감사를 요청했는데, 감사원은 쟁점을 회피하는 식의 어이 없는 답변을 했다”고 비판했다. “종남이(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 ‘회장님(김상욱 본인 지칭) 새마을금고가 솔직히 규정이 어디 있습니까? 씨X. (대출) 나가면 다 나가는 거지.’” (2023. 6. 19. 김상욱 통화녹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사채왕’ 김상욱과 공범의 통화 음성파일 900여 건을 입수했다. 음성파일에는 김상욱이 청구동새마을금고를 마치 자신의 ‘개인 금고’처럼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관련기사 : “청구동새마을금고는 사채왕 김상욱의 개인 금고다”) 김상욱은 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 상무와 짜고 불법대출을 실행했다. 그 여파로 지난해 청구동새마을금고는 문을 닫고 인근 새마을금고로 합병됐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를 속여 명의를 빌린 뒤, 상가 매매를 담보로 최대한도의 대출을 받았다. 심지어 감정평가사를 미리 섭외해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행안부는 1500억 원대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발생한 뒤 2023년 10월 새마을금고중앙회 내규를 개정했다. 70억 원 이상 PF대출에 대해서 중앙회의 사전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감정가격 과다 평가 방지를 위해 온라인 탁상감정서비스를 도입했고, 특정 법인에 연간 30%를 초과해 감정평가를 맡길 수 없도록 조치했다. “1500억 원 불법대출 사건은 대부분 2023년 6월 이전에 발생했다. 이런 반쪽짜리 검토 결과로 이번 공익감사 청구사항을 종결처리 해버리는 것은 행안부에게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감사원 스스로도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논평, 2024. 7. 17.) 불법대출을 비롯한 새마을금고 관련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새마을금고와 행안부에 적절한 감사를 한 적은 없었다.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으로 다수의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했고, 심지어 비슷한 양상의 범죄가 전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난 중대한 상황에 대하여 이번에야말로 행안부에게 과거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논평, 2024. 7. 17.)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감사원의 종결처리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감사원이 자체적으로라도 시민사회가 요청한 감사청구 내용에 대해 왜곡이나 책임 회피 없이 분명하게 감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청구동새마을금고 불법대출의 주범인 김상욱과 전종남은 지난 5월 23일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상욱은 “대출 과정에서 수수료만 일부 받았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전종남 역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대출”이었다고 항변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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