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500억 원대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를 종결했다. 행안부가 ‘사후조치’를 했으니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반쪽 검토 결과”라며 감사원의 종결처리 결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3일 감사원에 행안부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사채왕’ 김상욱(52) 일당의 1500억 원대 청구동새마을금고 불법 대출이 발생했을 당시 행안부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했는지 조사해달라는 취지였다.(관련기사 : “사채왕 김상욱 하나에 휘둘리는 이게 나라입니까!”)
감사원은 감사 청구 취지에서 벗어난 답변을 내놨다. 감사원은 행안부가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 내규를 개정하는 등 사후조치를 했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감사원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 이번 종결처리는 감사원이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답변으로 행안부가 책임을 회피하도록 해준 것”이라며 “감사원은 시민사회가 제기한 사안에 대해 분명하게 감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그야말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1500억 원에 달하는 불법대출이 적발된 후에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발 방지 대책을 강화했다고 해서 그 전에 관리·감독의 부실로 인한 사건까지 책임이 면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논평, 2024. 7. 17.)
참여연대 실행위원인 서성민 변호사도 “과거부터 있던 명확한 문제에 대해 관리・감독을 했는지 감사를 요청했는데, 감사원은 쟁점을 회피하는 식의 어이 없는 답변을 했다”고 비판했다.
“종남이(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 ‘회장님(김상욱 본인 지칭) 새마을금고가 솔직히 규정이 어디 있습니까? 씨X. (대출) 나가면 다 나가는 거지.’” (2023. 6. 19. 김상욱 통화녹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사채왕’ 김상욱과 공범의 통화 음성파일 900여 건을 입수했다. 음성파일에는 김상욱이 청구동새마을금고를 마치 자신의 ‘개인 금고’처럼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관련기사 : “청구동새마을금고는 사채왕 김상욱의 개인 금고다”)
김상욱은 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 상무와 짜고 불법대출을 실행했다. 그 여파로 지난해 청구동새마을금고는 문을 닫고 인근 새마을금고로 합병됐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를 속여 명의를 빌린 뒤, 상가 매매를 담보로 최대한도의 대출을 받았다. 심지어 감정평가사를 미리 섭외해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행안부는 1500억 원대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발생한 뒤 2023년 10월 새마을금고중앙회 내규를 개정했다. 70억 원 이상 PF대출에 대해서 중앙회의 사전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감정가격 과다 평가 방지를 위해 온라인 탁상감정서비스를 도입했고, 특정 법인에 연간 30%를 초과해 감정평가를 맡길 수 없도록 조치했다.
“1500억 원 불법대출 사건은 대부분 2023년 6월 이전에 발생했다. 이런 반쪽짜리 검토 결과로 이번 공익감사 청구사항을 종결처리 해버리는 것은 행안부에게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감사원 스스로도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논평, 2024. 7. 17.)
불법대출을 비롯한 새마을금고 관련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새마을금고와 행안부에 적절한 감사를 한 적은 없었다.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으로 다수의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했고, 심지어 비슷한 양상의 범죄가 전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난 중대한 상황에 대하여 이번에야말로 행안부에게 과거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논평, 2024. 7. 17.)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감사원의 종결처리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감사원이 자체적으로라도 시민사회가 요청한 감사청구 내용에 대해 왜곡이나 책임 회피 없이 분명하게 감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청구동새마을금고 불법대출의 주범인 김상욱과 전종남은 지난 5월 23일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상욱은 “대출 과정에서 수수료만 일부 받았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전종남 역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대출”이었다고 항변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코멘트
3불법대출이 이렇게 발생하고 있는데... 전혀 뉴스에서 보지 못했었네요.
지연된 정의라는 표현을 이곳저곳에서 자주 쓰는 것 같은데요. 이 사건은 지연된 정의도 찾기 힘든 사건으로 흘러가고 있네요.
안그래도 새마을금고에 있는 돈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요. 이런 식의 안일한 대응을 보니 다시는 갈 일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