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어쩌다 모금을 하게 된 사람이 쓰는 글
‍ ‍ ‍ 👀 에디터 노트 지난 달 Table Pick을 기억하시나요?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글에서처럼 비영리가 공익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죠. ‍비영리 조직이 사업 수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기부 모금’이지만, 활동 취지에 공감하는 기부자를 만나고 신뢰 관계를 쌓는 일은 쉽지 않죠. 후원자 또한 내가 기부한 돈이 의미 있게 쓰이기를 바라지만, 그런 단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대학 내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수익 모델을 가진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던 필자가 가치와 철학을 판매하는 기부 모금가로 변신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요.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필자의 경험을 통해, 비영리 조직이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뜻을 함께하는 후원자들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에 영감을 얻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가 흐려지던 시기에서 ‍ 2014년 평범한 대학교 3학년이던 저는 학과 친구들과 함께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공강 시간(강의와 다음 강의 사이의 빈 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공강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의미에서 이 활동의 이름을 ‘십시일밥’으로 정했습니다. ‍ 이렇게 시작한 봉사 활동이 커져 인근 대학에도 지부를 설치했습니다. 3년 뒤 십시일밥은 29개 대학에서 1,000여 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고,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한 것이 제가 사회혁신 생태계에 들어온 계기였습니다.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봉사활동에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봉사의 대가로 받은 식권은 전부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전달되었고, 봉사자 모집을 위한 홍보물 제작비, 식당에서 착용해야 하는 단체 위생복 구매비 등은 저를 포함한 운영진들의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대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러던 와중에 큰 상금이 걸린 경연대회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나가서 상금을 받으면 당분간 운영비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명회에 참석해 들어보니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은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당시의 십시일밥 모델로는 입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십시일밥은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 단체인데 수익 구조와 어떻게 연관 지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과정에서 만난 많은 분께서 조언을 주셨습니다. 비영리도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오히려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에 기반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고, 앞으로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점차 흐려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후 십시일밥 총회를 통해 운영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원래는 공강 시간에 봉사활동을 한 대가로 식당에서 받은 식권을 100% 기부했는데, 이후부터는 식당에서 약 20%의 운영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기부했습니다. 100% 비영리성으로 운영되던 십시일밥에 20%의 영리성을 얹은 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진들의 사비 또한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었고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에 기반한 사회혁신’. 저에게는 구원과도 같은 방법이었습니다. 덕분에 앞서 언급한 경연대회에서는 전국 참가 팀 1,294개 중 1위를 할 수 있었고, 2014년에 시작한 십시일밥은 2024년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사회혁신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형성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수익 모델이 필요하며 타인의 기부나 선의에 의해 운영되는 단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명확해져야 하는 순간 ‍ 경연대회 우승 이후 저는 얼마간 십시일밥을 운영하다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주축인 조직이었기 때문에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때의 저는 한창 자신감이 붙어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십시일밥을 떠나 오랫동안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번에는 십시일’밥’이 아닌 십시일’방’이었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제가 싫었던 것은 ‘식권 몇 장 기부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깊이 있는 변화를 오랫동안 만들어가는 모습을 꿈꿔왔습니다. 그래서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안전한 주거를 제공하고, 이 기반 위에서 교육과 생활적 지원을 제공하는 십시일방을 시작했습니다. ‍ 2020년 설립한 십시일방은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만 18세가 되어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명 한 명의 청년과 깊이 교류하고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제가 계획했던 깊이 있는 변화가 창출되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주거 지원은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굿즈를 판매하는 등의 방법은 떠올릴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메인 수익 모델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할 때는 비교적 빠르게 수익 모델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지 못할까 고민했고 스스로 괴로워했습니다.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저의 부족한 능력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시일밥과 다르게 십시일방은 수익 모델을 도입하기 부적합하거나 부적절한 것이 아닐까?’ 이후 저는 모든 사회혁신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만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있어야만 지속할 수 있으니 십시일방 또한 이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과거 십시일밥에 수익 모델을 입혔던 경험에 스스로를 가두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모금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 ‍ 저는 남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기반한 수익 모델이 저에게는 오히려 마음이 편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십시일방의 모델은 특성상 기부를 받아야 했고, 대표인 저는 자신도 없고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모금’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처음 십시일방에 기부를 시작해주신 분들은 주로 지인들이었습니다. 평소 자립준비청년 문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있었고, 제가 과거에 십시일밥을 운영했던 것을 아시고 십시일방 또한 믿고 응원해주기로 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 건의해 회사 차원에서 십시일방을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모든 분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금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분들이 언제든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부자가 기부를 중단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기부자 커뮤니케이션 부족입니다. 여러 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기부자가 개인 사정에 의해 기부를 줄여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배운 적이 있습니다. 가장 상위에 있는 기준 중 하나는 ‘어떤 비영리단체가 나에게 꾸준히 소식을 전하고 있는지’였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든 직접 통화를 하는  것이든, 모금에 대해 잘 몰라도 십시일방에 기부하신 분들께는 소식을 잘 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십시일방은 거의 1인 대표 조직에 가까웠습니다. 대표인 제가 사업을 홍보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을 선발 및 면담하고, 여러 개의 주거지를 관리하고, 행정 처리를 하는 등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별도로 십시일방의 소식을 카드뉴스나 리포트의 형태로 제작해 기부자님들께 보내 드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고 기부자님들께도 이를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멋지게 정리하고 디자인해서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작할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렇게 수개월을 흘려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기부자들의 이탈은 없었지만, 이렇게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습니다. ‘뭐라도 보내드리자’ 그리고 오늘 하루 제가 보고 겪은 일들에 관해 썼습니다. 예를 들어 자립준비청년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도움이 필요해 보여 어떻게 돈을 썼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줄글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때로는 덤덤한 수필 같았고, 어떤 날은 개인적인 일기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기부자님들이 제 이메일을 읽으실까 걱정이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정기적인 기부자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기부자님들께 보내는 편지 ‍ 줄글이기 때문에 읽히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많은 기부자분들이 뉴스레터를 좋아해 주셨습니다. 이메일 소통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제가 보내드리는 이메일의 오픈율은 평균 80%를 상회하고, 높은 경우 95%에 달했습니다. 십시일방이 사용하는 뉴스레터 발송 플랫폼 스티비에 따르면 저희 같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 오픈율은 평균 13.7%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 구독자 규모와 오픈율이 반비례한다는 점입니다. 구독자 수가 적을수록 오픈율이 높고 구독자 수가 많아질수록 오픈율이 점차 낮아집니다. ‍ 구독자 수가 적은 조직은 기부자 중 지인의 비중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단체와의 친밀도가 높아 뉴스레터 또한 잘 읽어 보실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부자 중에는 해당 사회 문제에 관심이 깊은 선도자(first-mover)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단체의 규모가 커지고 구독자의 수가 많아지면 이러한 유형의 기부자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픈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천 명 미만 카테고리에 속하는 십시일방 또한 위와 같은 이유에서 오픈율이 높을 것입니다. 다만 1천 명 미만 비영리단체 카테고리의 평균 뉴스레터 오픈율(41.4%)보다도 십시일방의 오픈율(평균 80% 이상)이 높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 첫번째는 이메일을 보내는 저와 기부자님들과의 거리가 짧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이메일을 쓰고, 기부자님들께서 보내주시는 의견을 직접 읽어보며 다시 답장 드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부자님들께서는 언제든 단체의 대표인 저와 연결될 수 있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추후 기부자님들의 수가 증가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답장을 주시는 비율이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부자님들의 의견은 하나도 빠짐없이 중요한 내용이기에 제가 잘 알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십시일방의 이메일 오픈율이 높은 두 번째 이유는 이메일을 쓰는 사람과 현장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큰 비영리단체는 현장 부서와 사업 기획, 디자인, 마케팅 부서 등이 기능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현장 스토리의 톤앤 매너가 콘텐츠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치며 미세하게 변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상 현장에서 느낀 섬세한 감정선과 디테일을 전했을 때 기부자들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비영리의 전형적인 서사는 누군가에게는 이미 많이 읽어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읽히는 콘텐츠를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친 스토리보다는 현장 활동가의 오리지널리티가 살아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기부자님들께 저의 생각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어떻게 썼고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드렸는지에 관한 결과만을 기부자님들께 전하는 게 아닙니다. 대표인 제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여 어떠한 결론에 이르렀는지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자님들은 십시일방을 운영하는 사람의 생각과 영혼이 어떤 유형의 것인지를 궁금해하시기 때문입니다. 비영리단체가 사업의 결과를 정리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표준화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정보에서 기부자님들이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감동과 인사이트는 제한적입니다. 저는 기부자님들이 이메일을 통해 저와 직접 연결되고, 저의 생각을 들어보시고, 때로는 저를 검증하고 때로는 저와 공감하는 과정에서 더욱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 십시일방의 철학을 판매합니다 ‍ 지금까지 제가 2개의 사회혁신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며 느낀 점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조직인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흐릿해지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수익 모델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두 번째 조직인 십시일방을 운영하면서는 어떤 모델에는 수익 구조를 얹히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기부자를 발굴하고 기부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모금가로서 고군분투 중입니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듯, 십시일방은 철학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듯, 십시일방도 기부자님들이 그리는 사회 변화의 과정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 과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저의 매일입니다. ‍ ‍ 글 | 이호영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최고연구책임자(CRO·Chief Research Officer)로 근무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회혁신 생태계의 N잡러입니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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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돈을 버나요?
‍ ‍ ‍ 공익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질문 ‍ 저는 비영리 조직이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공익 활동을 본업으로 삼고, 더 큰 ‘소셜 임팩트’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을 돕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비영리 조직이라고 하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을 텐데요. 일반적으로 내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환경 보호 활동을 함께하거나,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익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사단법인, 재단법인, 사회적협동조합 등 국내 비영리 조직의 수는 2만 개가 넘고, 종사자 수는 약 148만 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외계층을 돕는 복지사업, 환경 보호를 위한 봉사활동, 시민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 공익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비영리 조직이 이윤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공익 활동을 지속하는지 궁금해합니다. 특히, 비영리 활동을 생계유지를 위한 ‘업(業)’으로 삼고자 한다면 더욱 그렇고요. 오늘은 이런 비영리 조직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은밀하게, 가장 자주 묻는 질문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바로 ‘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돈을 버나요?’입니다. ‍ 돈 벌어도 되나요? 비영리(Nonprofit)라는 오해 ‍ 많은 사람이 공익 활동을 숭고한 선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돈 이야기를 하면 왠지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같아 조심스러워합니다. 그래서 점잖게 ‘비영리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자원 조달’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직설적으로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비영리 조직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궁금한 이유는 ‘비영리(Nonprofit)’라는 표현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경제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소유자 혹은 주주에게 배분할 수 있는 영리 기업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함인데요. 비영리 조직에서 발생한 이익은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비영리 조직은 영리 기업처럼 ‘수익(Benefit)’을 만들 수 있으나, 비용을 제한 ‘이익(Profit)’을 이해관계자에게 배당할 수 없습니다. 발생한 이익은 조직을 설립할 때 정관에 기재한 공익 목적에 맞게만 사용해야 하죠. 쉽게 말해 월급은 받을 수 있으나 배당은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비영리 조직은 근본적으로 이익 창출이 최종 목적이 될 수 없는 조직입니다. 사업으로 만들어낸 이익은 반드시 각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법률적으로 규정하고 있죠. 하지만 이익 창출이 없다면 비영리의 공익 활동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근본적인 사회혁신을 만들고, 더 큰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며, 장기간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비영리 조직은 돈을 잘 벌어야 합니다. ‍ ‍ 비영리 조직이 돈 잘 버는 네 가지 방법 ‍ 그렇다면 비영리 조직이 돈을 ‘잘’ 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로 비영리 조직에 주어진 특수한 여건을 고려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전략을 세우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비영리 회계 관점이 아닌 비영리 조직이 실질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나아가 각 방법에서 비영리 조직이 어떻게 돈을 ‘잘’ 벌 수 있을지 저의 의견도 더해보겠습니다. 기부 모금: 개인 및 기업 대상 기부금품 모집하기 지원/배분사업: 정부/민간 공모사업 지원하기 위탁용역사업: 정부/민간 공익사업 위탁 수행하기 수익사업: 제품 판매 및 서비스 제공하여 수익 창출하기 ‍ ① 비영리만이 할 수 있는 ‘기부 모금’ ‍기부는 개인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금전, 물품, 혹은 서비스를 비영리 조직에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부자는 일반적으로 직접적인 대가를 받지 않으며, 기부금은 공익 목적을 위해 사용됩니다. 따라서 비영리 조직은 판매와 같이 상응하는 가치의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안 되고, 공익 목적의 기부금은 반드시 투명한 회계 관리와 관련 제한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비영리 조직만 기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여 개인과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는 ‘공익법인/단체(구 지정기부금단체)’가 될 수 있는 것은 비영리 조직뿐입니다. 이때 공익법인은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 인증처럼 기획재정부에 별도 신청하여 지정받고, 지속적으로 국세청의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위와 같은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는 공익법인이 되는 것은 비영리 조직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개인에게는 세액 공제를, 기업에게는 법인세 공제와 지방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공익 목적에 공감하는 일부는 세제 혜택이 없어도 후원을 하겠지만, ‘기부 모금’이라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공익법인/단체’의 자격은 갖춰야 할 최소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우리 조직의 기부 모금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최근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님께서 “너(잠재후원자), 내 동료가 되어라!” 아티클에서 ‘잠재후원자 관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처럼 최근 기부 모금 시장에서는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를 수용하고,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를 접목한 전략이 유효한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팬덤 기부, 자선 아이템 판매 등 새로운 모금 방법도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모금 전략과 방법에 앞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 조직에서 다루는 사회문제와 솔루션,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지자는 기부 모금에 적합한가요?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들이 많지만, 모든 문제가 대중들의 인지적 공감을 얻기 수월한 것은 아닙니다. ‍ 그 근거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기빙 코리아 2022’ 보고서는 2021년 국내 개인 기부의 7개 분야별 관심도를 ‘자선단체 > 해외구호 > 지역사회 > 의료 > 교육 > 문화예술’ 순으로 분석한 바 있는데요. 이를 통해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비영리 조직은 자선 활동을 하는 비영리 조직보다 상대적으로 개인 기부자 대상 모금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차원 더 깊게 살펴보면 세대별 기부 참여율, 기부 금액, 선호하는 기부 방식 등 기부 모금 시작에 앞서 고려할 요소가 더 많습니다. 이는 일시 후원과 정기 후원 중 어떤 형태가 우리의 지지자에게 바람직한지, 앞으로 개인과 기업 중에서 어떤 대상을 중점으로 기부 모금을 진행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비영리 조직도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시장’과 ‘제품’ 그리고 ‘고객’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영리 조직에서 기부 모금을 기획하고 계신다면, 아래 질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회문제(시장):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대중의 인지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인가? 솔루션(제품): 우리가 만드는 솔루션은 지지자에게 지속적인 효능감을 제공할 수 있는가? 지지자(고객): 우리의 지지자는 어떤 행동경제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기부 모금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고 있는 비영리스타트업으로 사단법인 뉴웨이즈(이하 뉴웨이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21년에 등장한 뉴웨이즈는 정기 후원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안정적인 조직 운영의 기반을 만들 수 있었는데요. 아래 소개글로 뉴웨이즈의 ‘시장’과 ‘제품’, ‘고객’에 대해 유추해보겠습니다.‍ 사단법인 뉴웨이즈는 만 39세 이하 젊은 정치인(젊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정치 에이전시로, 정치 산업 내에서 의사 결정권자의 다양성을 높이고, 젊은 세대가 정치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이를 위해 누구나 자기 경쟁력을 가지고 의제나 지역의 문제 해결 경험을 쌓아 지지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인재 성장 시스템을 만듭니다. ‍뉴웨이즈는 ‘정치 산업의 다양성 부족’이라는 사회문제(시장)에서 ‘인재 성장 시스템’이라는 솔루션(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뉴웨이즈의 지지자(고객)들은 정치권에서 일하거나, 정치에 높은 관심을 가진 고관여자일 확률이 높겠죠. ‍정치 산업과 정치 고관여자의 특징은 후원 문법에 상대적으로 친숙하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으로 정당과 정치인을 향한 지지자 후원이 활발히 이뤄져 왔기 때문입니다. 한편, 뉴웨이즈의 솔루션은 온라인 서비스로 개발 과정과 정량적 임팩트를 지지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공유하며 함께 사회변화를 만드는 효능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뉴웨이즈의 정기 후원자 모금이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뉴웨이즈의 공익 활동이 이에 적합한 시장과 제품, 고객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뉴웨이즈의 탁월한 사회문제 해결 역량과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겠지만요. ‍‍ ② 주도적으로 공익 활동을 제안하는 ‘배분/지원사업’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벌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비영리 조직 대상 배분/지원사업에 지원하는 것입니다. 자원을 제공받아 공익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비영리 조직 입장에서 배분사업과 지원사업은 사실상 차이가 없어 함께 설명해 드립니다. 배분/지원사업은 정부, 공공기관, 또는 민간 재단이 비영리 조직이 공익 활동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인데요. 비영리 조직이 스스로 사업을 계획하여 제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가지고 공익 활동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배분/지원사업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공익 목적과 취지에 적합한 비영리 조직을 선정하는 공모 형태로 진행됩니다. 자금제공자(Funder)가 포괄적인 사회문제나 정책 목표를 제시하면, 비영리 조직이 이에 부합하는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복지사업’을, 환경부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사업’을, 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공모하는 것이죠. 일련의 선발 절차를 거쳐 선정된 비영리 조직은 제안한 공익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사업비와 수행 인력의 인건비를 지원받습니다. 그리고 사업이 종료되면 지원금의 사용 내역을 보고하고, 사업 성과를 평가받아야 합니다. 이때 사업 결과 보고 과업은 공모 주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아무래도 국민의 세금이나 대중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의 공모사업은 사업비 사용이나 사후 정산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민간 재단을 중심으로 배분/지원사업에서 새로운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사업 성과 중심에서 조직 성장 중심으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는 벤처 투자 기법을 활용하여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돕는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로 아래와 같이 전통적인 배분/지원사업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비재정적 지원: 조직 성장을 위한 교육, 컨설팅, 사무공간 등 비재정적 지원 제공 유연한 지원: 사업비 제한 규정 완화 및 사업 중도 변경(Pivot) 허용 중장기 지원: 다년간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연속 지원 ‍‍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와 관계없이 스타트업의 관점과 방법론으로 소셜 임팩트를 확장할 수 있는 초기 소규모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조직이 스타트업 전략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멘토링과 사업 자문을 제공하고, 공익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면 중도에 사업 및 예산 사용 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죠. 또한, 최대 4년 연속 지원하여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 ‍그 외에도 다양한 민간 재단에서 혁신적인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돕는 지원사업 파이프라인을 함께 만들고 있는데요. 이를 마치 스타트업의 시리즈 투자처럼 활용하여 비영리 조직을 성장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2020년 서울NPO지원센터를 시작으로, 2021년  아름다운재단과 다음세대재단, 2022년 루트임팩트, 2023년 아산나눔재단의 지원사업에 순차적으로 선정된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이하 다시입다연구소)’인데요. 이 과정에서 ‘옷장 속 입지 않고 잠들어 있는 21%의 옷을 교환하는 파티’라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이제는 전국 단위로 의류교환 및 수선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처럼 비영리 조직은 우리 조직의 활동 영역과 성장 단계에 맞는 배분/지원사업을 리스트업하고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공익 활동을 기획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직이 만들어 내는 사업 성과나 사회적 가치를 홍보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요. 아직 공익 활동의 성과를 뽐내는 것을 쑥스러워하시거나, 사업 성과를 정량화된 데이터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 ‍하지만 배분/지원사업의 기금제공자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에 기반하여 우리 공익 활동의 성과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다시입다연구소는 중고의류교환 행사의 누적 참가자 수, 누적 교환 물품 수, 참가자 인식 변화 설문응답 등 다방면으로 임팩트 데이터를 수집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팀도 처음부터 임팩트 측정 및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했던 것은 아니지만, 논리적인 성과지표 개발과 데이터 정합성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죠. ③ 공공 서비스와 기업 사회공헌을 대신 수행하는 ‘위탁용역사업’ ‍위탁용역사업은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이 비영리 조직에 특정한 과제를 맡겨 수행하는 것입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앞서 설명한 배분/지원사업과 비슷한데요. 차이점은 공공서비스 제공, 학술연구, 공공 교육, 전시 및 행사, 지역사회 개발 등 특정 과업이 지정되어 있고, 발주 기관이 정한 목표와 지침에 따라 공익 활동이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많은 OO구 종합복지관, OO시 청년센터 등 지자체 공공시설의 관리 및 운영을 비영리 조직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임직원 자원봉사, 지역사회 교육사업, 환경보호활동 등 사회공헌 사업을 위해 전문성 있는 비영리 조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위탁 운영하기도 하죠. 이런 위탁용역사업은 제도와 관습에 따라 비영리 조직을 수탁사 자격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영리 조직이 공익 활동에 전문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 보장된 공익성으로 사회적 신뢰를 갖췄기 때문인데요. 공익 활동 영역에서 영리 기업보다 비영리 조직이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비영리 조직의 입장에서 위탁용역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대중 혹은 사용자 그룹과의 연결이 수월합니다. 그리고 조직의 고정적인 인건비 재원을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공익 활동을 펼칠 기회가 될 수 있죠. 위탁용역사업으로 공익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영리스타트업 사례로 ‘사단법인 니트생활자(이하 니트생활자)’와 ‘사회적협동조합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이하 지소행)’ 두 조직을 소개합니다.‍ ‍ 2019년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니트생활자는 무업기간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들이 연결되는 다양한 커뮤니티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립/은둔 청년 이슈가 대두하기 전부터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ning) 상태의 청년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주고, 이들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3년까지 다양한 배분/지원사업을 경험하며 청년 이슈에 대한 전문성 향상과 조직 성장을 이뤄냈고, 이를 기반으로 2024년에는 ‘인천청년공간 유유기지 강화’의 운영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의 시작점이 되었고, 염원했던 무업청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는 기회였습니다.‍ ‍‍ 지소행은 종이팩과 커피박 등 재활용률이 낮은 카페 자원을 수거하여 자원순환 활동을 중심으로 시민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소행도 2021년 서촌 카페들을 돌며 종이팩을 수거하는 봉사활동에서 시작했는데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카페 자원 수거사업을 시작하면서 서울시 중구, 성동구, 마포구, 은평구 등 지자체와 차례로 커피박 수거 위탁용역을 체결하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사회적 가치 창출 기반을 동시에 마련한  케이스입니다. 위 두 사례는 사용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지불 동기가 부족하여 영리 비즈니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를 비영리 조직의 공익 활동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각각 청년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저조한 카페자원 재활용률이라는 사회문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지자체가 지불 주체가 되고, 비영리 조직은 효과적으로 공익 활동을 수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죠. ‍한편, 사업비 규모가 큰 위탁용역사업은 위탁사 선정에서 수탁사의 조직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하여 아직 사업수행 경험과 조직원 전문성이 부족한 초기 비영리 조직이 도전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 유관 경력과 네트워크를 마련한 뒤에 도전해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저는 위탁용역사업이 비영리 조직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공익 활동 운영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해당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위탁용역사업 또한 공익 활동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공익 활동을 별도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입니다. 영리 스타트업이 당장의 수익이 되는 외주용역에 치중하다, 자체 제품 개발에 소홀해지는 것과 비슷하죠. 따라서 위탁용역사업으로 우리 조직의 사업 역량과 신뢰를 향상시켰다면, 그 이점을 잘 활용하여 독립적인 활동을 위한 역량과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훗날 외부 자원 없이도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 공익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직원의 역량 향상과 기부 모금이나 수익 사업 등 수익원 발굴에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 ④ 직접 영리 활동으로 버는 ‘수익사업’ ‍마지막 수익사업은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죠. 앞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수익사업의 이익을 공익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재투자한다면, 비영리 조직도 영리 기업과 다르지 않게 대부분의 수익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무관청 신고, 이사회 승인 등 일련의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요.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익 창출로 경제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소셜벤처, 스타트업 등 영리 기업보다 비영리 조직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원의 동기 부여가 상대적으로 불리하여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미래 이익 배당이나 지분을 담보로 하는 투자 유치가 불가능하니 신규 사업 및 사업 확장을 위한 재원 조달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제도적으로 이런 불리한 지형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익에 대한 법인세 감면, 재산세, 취득세 등 지방세 감면, 공익 목적 서비스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정부조달 우선구매 등 비영리 조직만을 위한 제도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죠. 또한, 사업 특성에 따라 비영리 조직만의 높은 공익성을 소비자에게 전략적으로 소구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비영리 조직이 직접 영리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다른 방법으로 얻은 수익에 비해 그 사용이 자유롭습니다. 기부금은 기부금품법에 따른 사용 제한이 있고, 배분/지원사원이나 위탁용역사업은 그 나름의 사업비 사용 규정이 마련입니다. 때문에 비영리스타트업 ‘사단법인 피치마켓(이하 피치마켓)’처럼 조직의 공익 활동을 잘 수행하기 위해 수익사업을 주 수익사업으로 선택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한 피치마켓은 발달 장애인이나 경계성 지능인과 같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콘텐츠를 제작하는데요. 설립 초기의 장애인 복지 관련 배분/지원사업으로는 인건비를 전체 사업비의 15%밖에 사용할 수 없는 제한 규정이 있어 쉬운 글 콘텐츠 연구 개발을 위해 사업비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 이처럼 장애인의 일회성 문화활동 지원은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느린 학습자의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쉬운 글 콘텐츠 연구 개발은 불가능한 배분/지원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피치마켓이 선택한 것이 바로 수익사업이었습니다. 쉬운 글 도서나 월간지, 특수교사를 위한 교육자료를 판매하는 수익사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습니다. 피치마켓은 비영리 조직이 수익사업으로 수익 창출과 동시에 공익 활동을 수행하는 이상적인 ‘사회적기업’ 모델로 볼 수 있는데요. 비영리 조직도 인증 요건을 갖추면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피치마켓 또한 사회적기업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죠. 저는 영리 기업보다 비영리 조직이 사회적기업 모델에 적합한 법인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유치나 큰 규모의 이익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적기업 비즈니스 모델은 비영리 조직의 제도적 혜택을 활용했을 때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부 모금사업, 배분/지원사업 등 다른 방법과 혼합하여 조직의 자원 조달 방법을 다원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임팩트 비즈니스와 사회적기업을 새롭게 시작하시려는 분들이라면 법인격으로서 비영리를 고려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 우리는 돈 잘 버는 비영리 조직이 필요합니다. ‍ 긴 글을 읽으며 비영리 조직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적합한 법인격이 아니라는 것은 실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비영리 조직이 공익 활동을 지속할 좋은 기회와 방법들도 존재한다는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새롭게 시작하는 비영리 조직이라면 ‘배분/지원사업 → 기부 모금 → 위탁용역사업 → 수익사업’의 순서로 시도해 보기를 권합니다. 우선, 공익 활동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배분/지원사업의 자금과 교육을 활용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고, 우리 공익 활동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여 적합한 기부 모금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축적한 전문성과 공익 활동 경험을 기반으로 위탁용역사업에 지원하여 조금 더 큰 규모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비영리 조직이 자체적인 수익사업으로 얻은 기금으로 더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공익 활동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위치를 목표할 수 있겠죠. 하지만 모든 비영리 조직에 만능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은 없습니다. 공익 활동의 특성과 주어진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영리 조직이 돈을 ‘잘’ 벌기 위한 특수 여건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영리 회계와 관련 규정을 잘 숙지해야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고, 비영리를 지원하는 공공/민간의 자원과 제도적 혜택을 잘 알아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돈 잘 버는 방법을 고민하는 비영리 조직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비영리 조직이 돈을 잘 벌어서 더 큰 사회혁신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비영리 조직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어날 테니까요. 비영리를 꿈꾸는 사람이 늘면 유관한 자원과 혜택도 함께 늘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비영리 조직이 확장되는 선순환이 우리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에 한 걸음 가깝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 ‍ 글 | 나민수 ‍ 비영리 조직이 선한 일을 잘하게 돕는 '비영리 액셀러레이터'이자, 벤처 투자 기법으로 임팩트 기부를 돕는 '벤처 필란트로피스트'입니다. 아산나눔재단에서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담당하며 스타트업 성장 전략과 근거 기반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으로 비영리 조직이 효과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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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잠재후원자), 내 동료가 되어라!"
“너(잠재후원자), 내 동료가 되어라!”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 누구나데이터는 ‘사회혁신가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적정기술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어요. 최근에는 <비영리단체 성장 공식, 잠재후원자 모금>이라는 제목의 가이드북을 펴내서 무료로 공유하고 있죠. 오늘은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후원자를 찾을 수 있을까?" 질문을 했습니다. 책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다운받거나 읽어볼 수 있어요. 👉 <비영리단체 성장 공식, 잠재후원자 모금> | 모금 기술에 관한 책을 집필한 배경이 궁금하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모금의 필요성이 급증했고, 많은 비영리 조직에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모금은 쉽지 않다. 우리는 디지털 모금에 성공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분석했고, 잠재 후원자 명부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잠재 후원자를 만나고 관계를 맺어 후원자로 만든다는 개념은 기본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실행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했다. '잠재 후원자 모금 포럼'을 개최하여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2년간 8차례 진행된 포럼의 내용을 정리해 잠재 후원자 모금 이론과 6개 적용 사례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 | '잠재후원자 모금'은 무엇인가? '잠재후원자 모금'은 '잠재후원자 데이터 기반 모금'을 줄인 말이다. 어떤 사람을 후원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연락처를 획득하고 지속적인 육성을 통해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후원자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먼저 잠재후원자를 만들어야 이 중에서 후원자가 나온다. 잠재후원자의 수와 이 중 실제 후원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조직의 중요한 지표다. ‍잠재후원자가 없다면 기존 후원자에게만 계속해서 후원, 증액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많은 단체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잠재후원자 확보에서부터 시작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관심자와 잠재후원자와의 특징 비교 ©누구나데이터 ‍ | 전통적인 모금 방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잠재후원자를 기반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모금하는 원리는 변함없는 진리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잠재후원자 모금 방법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에는 잠재후원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 큰 단체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통해 잠재후원자를 만나고, 데이터를 모으며, 후원을 요청하는 작업을 거의 비용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 | 보조금, 수익사업(위탁/용역 등), 기업 후원을 통한 재원 확보가 좀 더 수월하지 않나? 기업 후원으로 잘 운영되는 조직도 개인 후원자 확보에 관심이 많다. 개인 후원자 기반의 재정 자립은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조직은 자신을 온전히 지지하는 후원자와 동기화되어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 | 가장 인상 깊은 사례를 꼽자면? 서울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이 기억에 남는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였다. 해외 환경운동가가 개발한 오픈소스 설계도를 참고하여  플라스틱 재활용 기계를 제작했다. ‍'참새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참여자들이 플라스틱을 보내면 재활용 굿즈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캠페인이었다. 이를 통해 잠재후원자를 모았고, 뉴스레터, 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고 활동을 알렸다. 작은 관심을 점차 더 깊은 관심으로 발전시키도록 잘 설계한 모금 캠페인이다.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 사례 | 모금의 디지털 마케팅 접근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전히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디다. 젊은 층이 다수인 조직은 데이터/디지털 활용이 용이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상관관계는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변화 수용성’이다. 나이나 세대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고 최소한의 협조가 이루어지는 조직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실무자의 시도를 수용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 문화가 핵심이다. 이는 젊은 조직이나 오래된 조직 모두에 해당한다. ‍ | 참여연대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전화모금이 활동가에게는 인사이트와 동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모금 효과도 높았다. 전통적인 전화모금이 효과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실제 얼마의 모금이 이뤄지는 지가 중요한데, 때로는 디지털 방식보다 전화가  비용 대비 효과적일 수 있다. 또, 후원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어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했다. SNS,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활자를 통한 모금은 전화, 대면과 같은 육성을 통한 모금보다 불리하다. 전화 모금은 후원자의 반응을 직접 들을 수 있고, 조직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활동가에게 동기 부여와 응원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본적인 모금 방법을 시도해보지 않은 조직이라면, 전화 모금이 효과적이고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적극적인 모금 활동이 비영리단체의 미션을 왜곡시킬 위험은 없나? 잠재후원자 모금은 미션을 훼손하거나 후원자를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이행할수록 후원자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구성원도 미션에 더 동기화된다. 모금은 단순한 예산 확보가 아니다. 특히 개인 후원자 모금은 단체의 미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후원자와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 과정은 자주 할수록 좋다. 후원 요청을 통해 우리의 미션과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후원자는 미션을 더 깊이 이해한다. 우리의 가치를 알리는 가장 확실하고 적극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모금 활동은 우리의 사업이나 활동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며, 단순히 기부만 유도하는 활동이 아니다. 모금은 미션 실현과 후원자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 | 후원자와 더 가까워지려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온라인 활동과 콘텐츠 발행을 통해 다양한 수준의 잠재 후원자들과 초기 관계를 맺는다. 후원자가 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통으로 사업 소식을 전하고 추가 참여를 유도한다. ‍더 깊은 관계를 위해서는 열성 후원자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문위원회, 고문, 이사 등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하고, 재능 기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 또한, 후원자 인터뷰 진행, 후원 경험 후기 작성, 기념품 인증 요청 등의 방법도 있다. 이러한 활동은 후원자를 조직의 미션에 더 가깝게 만드는 과정이다. ‍후원자가 타인 앞에서 후원 조직을 자발적으로 옹호하는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더 이상 후원 관리가 필요 없는 동료 수준의 관계로 발전하여, 오히려 조직의 신규 후원자 발굴을 돕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후원자는 단순한 기부자에서 조직의 진정한 동료로 성장할 수 있다. 잠재후원자 모금 프로세스 ©누구나데이터 ‍| 디지털 환경에서도 대형 모금 조직과 중소형 모금 조직의 격차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큰 단체들의 모금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일단, 중소형 비영리 조직은 좀 더 니치하게 단체의 미션에 공감하는 잠재 후원자를 타겟팅해야 한다. 대형 조직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에 광고 등의 유료 마케팅은 효과가 떨어진다. 대신 이메일, 카카오톡 채널, 문자 메시지 등 직접 소통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방법은 대형 단체보다 작은 단체가 더 능숙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편, 생태계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섹터 전반의 기술 역량 강화와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그래야 작은 조직도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회혁신가를 위한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비영리 섹터에 특화된 기술 개발과 공급이 필요하고, 비영리 단체의 특성에 맞는 적정 기술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적용을 지원하는 생태계, 자금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비영리 섹터에서 활동한 B2B 기술 기업 현황  ©누구나데이터 | 작은 단체들이 온라인에서 후원자를 모으려면 어떤 채널을 선택해야 할까?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을 선택하려면 타겟의 특성과 선호하는 매체를 파악하고, 동시에 단체의 가용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 ‍홈페이지나 캠페인 페이지는 필수다. 이 채널은 잠재 후원자 데이터를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한다. 단순히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팔로워를 뉴스레터 구독자로 유입시키는 등 단계적 전환이 중요하다. 그래야 각 단계별 액션 플랜을 수립할 수 있다. 카카오톡 채널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뉴스레터와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1대1 푸시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의 특성상 사용자 비율(99.9%)이 높고, 운영 비용도 낮다. 또 이메일보다 정보 수집이 간편해 더 쉽게 잠재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다. 자원이 제한적인 비영리 조직에서는 카카오톡 채널 활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 | 창업 8년 차로서, 창업 초기와 비교하여 자유 님과 조직은 어떻게 달라졌나?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혼자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팀으로 성장했고, '오늘의 리포트', '캠페이너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더 많은 조직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누구나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전환한 국내 비영리단체 비율 ©누구나데이터‍ 그러나 중소형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모금 일상화라는 우리의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별도의 학습 없이도 디지털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모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전체 비영리 단체 중 약 3%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더 광범위한 확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비영리 섹터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글 | 최성욱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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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포르노와 모금효과
여러분, 빈곤포르노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처음 듣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빈곤포르노는 빈곤층의 고통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기부나 후원을 촉진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이 단어가 조금 충격적이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자선단체의 광고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바로 그 전략입니다. 이 광고들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기부를 하게 만들죠. 그렇다면 빈곤포르노는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20세기 후반, 특히 TV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자선단체들은 더욱 강력한 모금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사용하여 더 많은 기부를 유도하는 빈곤포르노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초기에는 많은 기부금이 모이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윤리적 문제와 부작용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빈곤포르노가 기부액 증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또한,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한 대안적인 모금 전략도 제시할 예정이니,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빈곤포르노의 주된 목적은 감정적인 호소를 통해 기부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하여 더 많은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특히 비영리 단체와 자선 기관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기부자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이는 주로 강렬한 이미지와 이야기로 이루어집니다. 대표적인 사용 사례로는 국제 구호 단체들이 진행하는 캠페인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 기부를 호소합니다. 이러한 캠페인은 주로 TV 광고, 인터넷 배너, 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을 통해 퍼져나갑니다. 예를 들어, 한 비영리 단체는 기아로 고통받는 아이의 눈물 어린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보여주며, "이 아이를 도와주세요"라는 문구를 삽입한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이는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즉각적인 기부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구호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이때도 빈곤포르노 전략이 자주 사용되는데, 피해 지역의 참혹한 상황과 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절망적인 모습을 강조하여 긴급한 지원을 요청합니다. 이러한 캠페인은 감정적인 충격을 통해 기부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미국 적십자사는 텍스트 메시지를 통해 32시간 만에 100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빈곤포르노의 윤리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감정적 호소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부를 유도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히 효과적인 도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TV 광고나 인터넷 동영상에서 처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진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강렬한 감정은 기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게 만듭니다. 특히 급박한 상황을 강조하는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캠페인은 기부자 수를 크게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감정적인 호소가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 나아가, 빈곤포르노는 기부자들에게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합니다. 기부자는 자신의 행동이 곧바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도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주체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로 인해 기부자들은 더욱 지속적으로 기부 활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빈곤포르노는 기부를 유도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부정적 효과도 큽니다. 먼저, 빈곤층의 고통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것은 그들의 존엄성과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로, 피사체를 단순한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킵니다. 또한, 빈곤의 복잡한 원인을 단순화하고 고정관념을 강화하여,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불운으로만 치부하게 만듭니다. 감정적 호소는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만, 반복 사용 시 기부자들에게 감정적 피로감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충격적인 이미지 사용은 초기에는 효과적이나 시간이 지나면 기부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빈곤포르노 광고를 본 사람들은 반복 노출 후 기부 의사가 감소합니다. 따라서 피사체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빈곤 문제의 복잡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빈곤포르노를 사용한 모금 캠페인의 성공 사례로는 'Live Aid' 콘서트와 'Save the Children' 캠페인을 들 수 있습니다. 1985년,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 'Live Aid' 콘서트는 빈곤포르노를 사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당시 방송을 통해 보여진 에티오피아 기아 상황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고, 약 1억 2천 7백만 달러의 모금을 이루어냈습니다. 이 캠페인은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하였고, 기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어서, 'Save the Children'은 빈곤과 아동 착취를 다루며 많은 모금을 이끌어낸 또 다른 성공적인 캠페인입니다. 이 단체는 어린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기부자들의 감정에 호소하였고, 그 결과 많은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목표한 금액 이상의 모금을 달성하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반면, 실패 사례로는 'PlayPump'를 들 수 있습니다. PlayPump는 아프리카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놀이기구 형태의 펌프였습니다. 초기에는 아이들이 놀이를 하며 물을 얻는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로는 유지보수 비용이 과다하게 들고, 아이들이 펌프를 돌리는 것이 오히려 고역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밝혀지며 캠페인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론적으로, 빈곤포르노는 단기간 내에 강력한 감정 자극을 통해 모금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부자들의 피로감을 초래하고 피모집 대상자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윤리적 고려 사항으로는 빈곤포르노가 피모집 대상자들을 도구화하고, 그들의 현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안적인 모금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긍정적 변화를 보여주는 이야기, 지역 사회의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보다 효과적이고 윤리적인 모금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빈곤포르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속 가능한 지원과 존엄성을 유지하는 모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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