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디지털 시민 광장에서 교육을 외치다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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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를 모으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 대기 중인 항공기들  (flightradar24 홈페이지 갈무리)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 대기 중인 항공기들 (flightradar24 홈페이지 갈무리)

수능시험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나라

한국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나라입니다. 수능시험 당일 영어듣기 시간대에는 국토교통부에서 비상·긴급 항공기 등을 제외한 국내 모든 공항에서의 항공기 이착륙을 전면 통제합니다. 비행 중인 항공기는 관제기관의 통제를 받으며 지상으로부터 3km 이상의 상공에서 대기해야 하는데요. 이처럼 교육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양해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2022년 기준 초등학교 진학률은 98.5%, 중학교는 98.2%, 고등학교는 94.5% 그리고 대학 같은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71.9%에 이릅니다. (교육누리. 취학률 통계) 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78.3%에 달하고, 사교육비 지출은 올해 26조 원에 이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2023.03.07 정책브리핑

즉, 웬만하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등교육까지는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 국민이 같은 경험을 하는 교육이라는 이슈에 목소리를 내본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요?  

교육 거버넌스의 부재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는 사회가 민주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황 때문이다. 과연 다수가 그들의 의사 결정에 의해서 지배하는 거버넌스를 갖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한국 사회의 경제민주화, 정치민주화, 문화민주화의 기형적인 구조를 언급하며, 그 원인은 교육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누리.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 민주주의자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또한 한국은 흔히 말하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입니다.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국가의 중요한 정책 방향도 따라가는데요. 대통령 선거 시기가 되면 교육개혁이라는 골자로 다양한 정책, 공약이 나오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이에 따른 국정과제가 발표됩니다. 하지만 이런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마냥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연세대 김혜숙 명예특임교수는 “보수/진보 대통령의 정치 성향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게 되니 안정성은 떨어지고, 선거와 인수위원회 시기를 다 합친다고 하더라도 교육 공약이나 국정과제를 마련하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짧다”는 문제를 제기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효과가 수십 년에 걸쳐서 나타나는 교육의 속성을 대통령은 물론 교육감, 정당의 지도자와 정치가, 교육전문가, 언론,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다양한 이익집단과 시민사회, 그리고 모든 국민 사이에 자리를 잡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합니다. (2022.04.07 한국교육신문)

그렇다면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성숙하게 교육 이슈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구성원들의 대화와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이 보장된다면 그것은 민주적인 사회이자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터 레빈, 알천 청, 존 개스틸은 ‘시민의 이야기에 답이 있다’를 통해 우리 사회의 숙의와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숙의 민주주의의 미래를 전망하며 숙의는 정책 선택에 중점을 두는 반면 대화는 수용, 화해, 상호 이해 또는 적어도 관용을 추구한다.”, “대화 단계는 도덕적 논쟁을 해결하거나 정책 목표를 진보시키지는 못한다. 그보다는 그룹 구성원들 간에 깊이의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공동 결정에 도전하는 힘든 과정을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대다수의 국민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이슈이기에 모두 목소리를 내면 좋겠지만, 교육이라는 거대한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을까요? 실질적으로 어렵다면, 결정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슈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활발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공론장에서 교육 이슈를 논의하는 방법

매년 교육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일지만 누구 하나 만족스럽다는 말은 없는 한국의 교육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토론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교육부, 국회를 가리지 않고 교육 이슈에 대한 토론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는데요. 이런 토론회는 제도 구성과 개편에 대해 전문가의 발언과 연구 위주로 구성됩니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슈와 관련된 토론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이 공간에서 이뤄진 토론도 소개합니다.

  캠페인즈 홈페이지 ‘교육 공공성’ 이슈 갈무리

캠페인즈 홈페이지 ‘교육 공공성’ 이슈 갈무리

먼저, 캠페인즈에서는  ‘대학 입시’와 ‘교육부의 교육개혁안’에 대한 투표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 속 대학 입시 문제’, 어떤 것부터 논의해야 할까요? 에서는 한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입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학서열화, 사교육비, 수능의 적합성, 입시 방법의 다양화, 입시의 신뢰성/공정성, 입시의 상업화, 학교폭력과 입시라는 선택지 중 대학 서열화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문제의 시작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후 진행된 대학 서열화, 어떤 악순환부터 끊어야 할까요? 에서는 앞서 언급된 대학서열화를 지속시키는 악순환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학벌주의, 수도권 과밀화, 장기간 학습과 입시경쟁, 사교육 의존과 교육 격차,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와 성적 비관 자살이 선택지로 제시되었고, 전체 200여 표 가운데 100여 표를 학벌주의가 차지했습니다. 이어서 진행된 대학 서열화, 어떤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에서는 대학 서열화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축,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 국공립대/사립대 공동 입학제 실시, 대학 간 학술교류/자원공유 협약 체결이 선택지로 제시되었습니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축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안, 어떤게 가장 중요한가요? 는 교육부에서 제시한 교육개혁안에 대한 투표입니다. 학생맞춤 교육개혁, 가정맞춤 교육개혁, 지역맞춤 교육개혁, 산업/사회맞춤 교육개혁, 교육개혁 입법 추진이 선택지로 제시되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토픽에서는 ‘미국식 교육 모델 도입? 혁신 혹은 되풀이’라는 제목으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미국의 ‘차터스쿨’을 본딴 한국판 ‘차터스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새로운 교육 모델’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제2의 자사고’라는 부정적 평가가 있다는 여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좋은 제도이지만, 입시와 교육 문제의 본질은 이걸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외국어고 폐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는 토론에는 거시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의견과 폐지와 전환 보다는 고등학생들이 교육 불평과 고교 서열화가 생기지 않도록 개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뉴닉 피자스테이션 페이지 갈무리

뉴닉 피자스테이션 페이지 갈무리

뉴닉에서는 피자스테이션을 통해 학폭 생기부 기재 강화, 어떻게 생각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93.4%에 달하는 참여자들이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는데요. “피해자에게 평생 상처가 남는 만큼, 마땅하고도 남는 조치”라는 의견과 “학교는 남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면, “가해자에게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과 “어떻게 벌줄까를 먼저 고민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한 교권 강화, 어떻게 생각해? 라는 질문에는 제도로 강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77.8%에 달했습니다. “학생을 바른 길로 이끄려면 교사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생들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교사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더 많은 시민주도 공론장을 위하여!

이처럼 특정 직업과 전문성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공론장에서 어떤 것을 기대 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시민들이 모이는 공론장에서 다양한 주제 제시와 관점의 공유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토론이 항상 완벽한 답이나 해결책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뉴스를 보며 화만 내어 휘발되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에너지를 유의미한 토론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산발되어 흩어지던 아이디어는 더 나은 논의를 위한 공간에 모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공간을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또 내가 설득되는 설득의 공론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득이 성사되지 않거나 답이 나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우리의 대화와 토론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경험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특정인들이 논의를 주도하고 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의제를 던지고 주도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는 시민주도 공론장이 더 많아지고 활성화 되어야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고 나아가서는 제도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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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즈를 포함해 다양한 디지털 공론장에서의 교육 관련 논의들을 톺아주셨는데, 이렇게 많은 시민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아직 교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지만 이러한 공론장 문화가 활성화된다면 함께 교육을 개선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의 공동체 문화가 많이 사그라들었다보니 숙의와 대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우려되기도 했는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공론장을 다시 살리려는 시도들이 굉장히 인상깊게 다가오네요. 저도 힘을 보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시민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 배우고, 더 나은 의견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관점이 발전해 나가는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공론장에서의 상호 소통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런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공동의 민주적이고도 집단적인 문제 해결의 제도화 정도는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교육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느리더라도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교육의 효과가 수십 년에 걸쳐서 나타나는 교육의 속성을 고려해 본다면 이러한 디지털 시민 광장에서 교육의 이슈들을 논의하는 것은 정말 유의미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글에서 '설득되지 않아도 디지털 시민 과장에서 오고 가는 대화와 토론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경험치가 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근현대사를 통틀어 절대로 변하지 않는 분야가 바로 교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육의 큰 틀은 전혀 변함이 없이 우리 아이들을 시험과 학벌의 늪으로 몰아 넣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그 틀이 흔들렸으면 합니다. 이제는 손 안의 컴퓨터를 가진 시대에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디지털 공론의 장에서 낼 수 있게 되었으니 이를 통해 충분히 더 나은 대안과 의견들이 모여 더 나은 교육을 실현시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집단지성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 무조건, 매번 옳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토론을 하면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집단지성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교육을 다루는 다양한 투표, 토론들이 활발하게 이뤄져서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줄어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