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부터 적용하기 시작해 2025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적용합니다. 2022년 12월 확정 발표가 있기까지, 그리고 발표 후에도 성평등, 성소수자 등의 용어를 삭제하고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변경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동교육을 둘러싼 상황도 유사합니다.
이번 교육과정 개편 중 노동교육 관련 내용을 알기 위해선 2021년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 시안’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총론 시안은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모두 포괄하는 주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안에서 제시한 과제의 꼭지 중에는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과정 혁신’이 있고,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교육 방향 제시의 개선안으로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총론 교육 목표 최초로 ‘노동’을 직접 언급하여 노동교육이 우리 사회의 교육적 목표가 되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2021년 1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76회 총회에서 ‘노동교육 관련 요소, 2022 개정 교육과정 반영 요구’를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9개월 후, 2022년 8월 발표한 총론 시안에는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의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167개 노동·시민단체가 연합한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는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교육과정에 다시 명시하기를 촉구했습니다. 10월에 열린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 공청회에서는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조위원장이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노동을 삭제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라고 발언하자 한 남성이 최위원장을 밀치고 마이크를 뺏으려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했습니다.
2022년 11월에는 시안 단계를 지나 개정안이 행정예고 되었습니다. 행정 예고된 <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에서는 ‘노동자’를 ‘근로자’로 변경하였습니다.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은 ‘근로자’는 헌법과 법률상의 용어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노동자’라는 용어 또한 보편적으로 사용해온 점을 고려하여, 어떤 용어를 사용할지에 대해 연구진 등 교육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지난 12월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2021년 주요 안과 비교하였을 때 ‘노동의 가치’가 ‘일의 가치’로, ‘노동자’는 ‘근로자’로 바뀌며 마무리되었습니다. 교육과정 최초로 반영된 ‘노동’이라는 용어를 일 또는 근로로 대체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비단 노동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퇴보되었다고 평가받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2024년에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되기 전까지, 우리 사회는 어떤 논의를 이어가야 할까요?
코멘트
9제 주변의 노동자 중 스스로를 근로자라 칭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근로'는 사용자의 언어죠. 현 행정부가 어떤 관점에서, 누구의 편에서 사회와 국민을 바라보는지 보여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근로자'로 바라보니 69시간제 같은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겠죠.
노동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가치들이 후퇴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레드 컴플렉스가 여전히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노동=빨갱이' 라는 오래된 공식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정부 때 조금 나아지려나 했는데, 안보를 이유로 또다시 '빨갱이 팔이'를 할 때가 있어 답답합니다.
그러니 '노동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되었고, '노동절'이 아니라 '근로자의 날'이고...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 라고 명확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인식의 전환이 생깁니다. 상징적 의미도 있고요.
어려서부터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쳐야합니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많아서 평생 놀고 먹어도 되는 소수 금수저가 아니면 결국 우리는 모두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됩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노동이 무엇인지 제대로 교육조차 안 하는 게 맞을까요?
어떤 집단의 정체성은 단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그 정체성이지요. 일반적인 단어도 지우려고 하는 집단의 특수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근로자와 노동자가 사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는데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생각하면 노동자라는 표현으로 점차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글 쓸 때, 노동자와 근로자를 헷갈려 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노동자라고 표현합니다. 정말 사소한 차이 같아 보이지만 언어의 정확한 정의와 사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더라구요. 악마는 디테일에 있네요..
노동은 그냥 '일'의 한자어라면 근로는 열심히, 부지런히(근勤)라는 의미가 포함된 단어라는 점에서 종속적인 면이 있습니다. 물론 저 개정자들이 이런 걸 감안하고 썼을까, 그 정도의 지식이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 듭니다만, 노동이라는 단어를 애써 부정하는 태도의 연원을 좀 밝혀보고 싶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이라는 단어를 해리포터 소설 속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악당 '볼드모트'처럼 인식하는 걸까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노동을 "사람이 생존·생활을 위하여 특정한 대상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행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노동'을 그렇게 혐오하는 분들도 매일 노동을 하고 계실텐데 말이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청소년 노동자의 사망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노동과 관련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노동의 의미를 넘어서 '누군가 일하는 곳에서 너에게 일하다 죽을 수 있는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을 제공하거나, 일을 못한다며 소리를 지르고 괴롭히거나, 육체적-심리적 안전을 위협한다면 그건 불법이야'라는 걸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