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 인터뷰 ② 참사 향한 '2차 가해'…곳곳에서 쏟아지는 화살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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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에 관심 많은 프리랜서 방송작가

<이태원참사 2주기>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을 만나다

② 참사 향한 '2차 가해'…곳곳에서 쏟아지는 화살

공동취재: 최혜정 김한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생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잘못된 거짓 정보는 계속해 퍼지고 모욕적인 막말과 혐오성 발언이 댓글 창에 쏟아진다. 이들의 가슴을 찢어놓는 이들은 누구일까. 우리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이 '2차 가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또,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
지난 9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을 '별들의집'에서 만났다.


○ 참사를 향한 '2차 가해' 논란? 정치권부터 반성해야

 -저는 기사를 보면 댓글을 항상 읽게 되더라고요. 이 기사에 어떤 댓글이 달렸나. 지난 1주기에 유족들이 언론사에 댓글을 막아달라고 먼저 요청하기도 했잖아요. 2차 가해성 댓글이 여전히 달리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쳐야 될 부분이 이거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큰 병폐예요. 정치인들이나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이 병폐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댓글로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요. 어떠한 의지와 인식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가스라이팅이 되어서 하는 거예요. 물론 완전하게 그 사람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태원에 갔던 애들이 잘못이지 왜 정부를 탓하냐. 걔네들이 무지해서 그런 거 아니냐' 이런 것들이요.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 이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내서 그 말을 한 사람들을 스스로 부끄럽게 만들 거다'라고 결심했어요. 그게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인지 그런 말을 한 게 얼마나 부끄러운가를 깨닫게 해 줄 거야 하는 각오를 가졌는데 그만큼 생각이 없이 댓글을 달고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생각 없이 2차 가해를 하게끔 만드는 사람들이 정치권이에요. 많은 국회의원들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생각 없이 메시지를 던지고, 그걸 받아들인 사람들이 결국 그 메시지로 남을 공격하거든요. 

저는 그런 모습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정치인부터 반성해야 해요. 자기들이 만들어내는 걸 깨닫지 못하는 거죠. 원인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이런 사회적 부분에 관심이 많아서 찾아보고, 모든 것에 자기의 주관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이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거의 뉴스에 나오는 거 보고 '야, 아니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언론 매체나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는가를 그들 스스로 깨달아야 되는데, 그게 안 되면 이건 고쳐지지 않아요. 2차 가해는 완전히 정치적인 논리에 빠져서 하는 거란 말이에요. '참 비열한 사람들이다.' 2차 가해를 정말 고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제도를 두고도 별로 의미가 없다고 봐요. 그러면 또 언론의 자유를 막니 안 막니 그런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먼저 정치권이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못한 거다. 우리의 말이 정말 조심성 없었고 그렇게 깊은 판단을 하고 말하지 못한 것들이 여파가 크게 작용해서 2차 가해로 가는 모습도 있었다' 이렇게 반성하고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인정해야 됩니다.

정치권에서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그걸 보고 고칠 거 아닙니까. 2차 가해를 한 사람들한테 무조건 ‘너의 잘못이니까 너희가 고쳐’라고 해버리면 소용없어요.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죠. 정치권 발언으로 국민 여론이 휩쓸리는 것도 사실이에요. 일부에서 '유족의 활동이 정치적이다' 발언해 버리고 그때부터 정치적, 폭동으로 몰리고 낙인이 찍히더라고요.

지금까지 역사가 그래 왔어요.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고 모든 게 그래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들한테 전파가 되죠. '특조위를 할 필요 없다, 세금 낭비다, 이걸 왜 하냐' 다 정치인들이 하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유가족들이 돈을 원한다? 모든 게 정치인들 입에서 나오고 확산이 됩니다. 일반 국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이죠. 국민들에게 잘못된 왜곡된 정보를 주지 않으면 일반 시민들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어요. 뭘 알아야지 판단하죠. 


김미나 창원시 의원에 대한 2심 판결에 대한 유가족협의회와 대책회의의 논평
김미나 창원시 의원 2심 판결에 대한 유가족협의회와 대책회의의 논평


○ 정치인들에게 '공감'을 호소한다

-저는 그게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2차 가해의 발생이나 근본 원인이 정치인의 당리당략이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있다고 봐요.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가장 지탄받아야 되고요. 그런 사람은 배지를 달면 안 되는 사람들이죠. 제가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공감 능력이 없는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요. 

예를 들어서, 정말 이태원 참사가 밉고 인정을 못하는 거라면 다른 참사 유가족들에게는 손을 내밀어야죠. 많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요. 그것은 공감능력이 없다는 거예요.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불행이고, 그런 사람들은 절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공감 능력이 없는 국회의원들 정말 많이 봤어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정치를 하지? 저는 그게 굉장히 잘못됐고, 불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삭발하고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할 때 많은 국회의원들이 찾아왔지만 참 공감 능력 없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속으로도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여야를 떠나서 그런 마음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그래도 국민들이 믿음을 가지고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공감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해요. 저는 그런 분위기가 정치계에서는 좀 있어야 되지 않는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씩 도약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거고. 제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맨날 죽자 사자 싸움박질만 할 게 아니라 입으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우리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정치가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그런 것들을 자성해야 합니다.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요? 

아픔을 가진 국민들한테 위로의 이야기 한마디 하는 것. 영향력 있는 사람이 와서 그런 위로를 많이 하면 다른 사람들도 보고 저렇게 해야 되는구나 생각할 거 아니에요. 그걸 못하게 막으면 사회가 메말라갈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mbc 시선집중 라디오 참사 유가족 인터뷰
MBC 라디오 <시선집중> 참사 희생자 유족 인터뷰 장면. mbc 라디오시사 유튜브 캡처


○ 이슈만을 먹고 산다? 언론은 언론다워야

-참사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그동안 지내오면서 언론에 대해 느꼈던 것은 언론은 이슈를 먹고사는 집단이라는 겁니다. 

저는 그런 판단이 들더라고요. ‘이슈가 없는 곳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게 과연 맞는 건가? 언론은 장사가 아니잖아요. 뭔가를 팔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대한민국의 언론도 고민해 봐야 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저희가 작년 봄, 여름 오기 직전에 한 3개월 동안 완전히 언론에서 외면당한 적이 있었어요. 기사가 단 한 줄도 안 나왔어요. 3개월 동안. 완전히 소통이 막혔던 시점이 있었어요.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이슈화를 시키지 않는 거예요. 

우리를 자극하고 나서면 이슈화가 되잖아요. 아무런 자극도 없고 말도 안 하고 완전히 외면해 버린 거예요.

기사 한 줄 안 나오는 숨이 탁탁 막히는 그런 시기들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작정을 했죠. 어떤 언론이든, 어떤 인터뷰든 무조건 하겠다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그때 느꼈어요. 

그때 너무 답답해서 한 매체를 찾아갔는데, '왜 한 줄도 보도 안 해주냐' 그러니까 '이슈가 없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구나, 한계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그 이후로 언론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이슈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어야겠다. 우리 필요에 의해서 할 수밖에 없잖아요. 욕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아무 소용없는 현실이라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어야겠구나 고민을 계속했던 거죠. 

그 연장선상에 삼보일배도 있었고 오체투지도 있었던 거예요. 

유가족들이 처절하게 몸을 던져야만 언론에 나가는 거예요. 노출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족들을 설득한 거죠. 물론 그렇게 하니까 언론에 많이 노출이 되긴 하더라고요. 

서글픈 마음이 있었어요. 언론이 이슈를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사회에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봐요. 꾸준하게요. 저는 그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슈가 있든 없든 어떤 상황에 대해 꾸준하게 돌아보고 짚어보고 확인하고. 현시점에 여기는 어떤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데 또 여기는 어떤가. 계속 되짚고 되짚어보고. 이런 것들을 꾸준히 해야 사람들한테 각인도 시켜주고 거기에서 변화하려고 노력되어지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건데, 그때 반짝하는 그거 하면 딱 끝이잖아요. 

그러면 멈춰버려요. 없어져버리는 거예요. 언론으로서의 어떤 기능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허덕이고, 민생이 얼마나 힘들고 아픈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게 뭐 하는 짓인가. 언론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절대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언론도 있겠죠. 그러나 전부 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전부가 그래요. 이슈가 되니까. 이슈를 먹기 위해 모두가 매달려서 그것만 하는 거예요. 언론들이 반성을 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MBC 라디오 <시선 집중>에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주 우리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유일하게 보내는 매체 프로그램이었어요. 특별법 통과되기 전까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했어요. 꾸준히 목소리를 내보내줘서 그것만 듣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유가족들이 방송을 엄청 부담스러워했어요. "내가 무슨 방송에다가 이야기를 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진솔하게 있는 이야기 그대로 하면 된다고 해서 힘들어하면서도 했어요. 그래도 나가서 또 다들 잘하더라고요. 

연말에 시선집중이 상을 받았어요. 유가족 이야기를 듣는 이 프로그램 때문에 상을 받아서 작가님들이 우리 분향소에 찾아왔더라고요. 음료수랑 잔뜩 사 와가지고. 참 고맙죠. 그 꾸준함.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언론이 해야 될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태원 참사가 끝났으면 더 이상 안 해도 괜찮지만 끝나지 않았어요. 사안이 진행 중일 때는 언론들이 계속 꾸준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게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참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게 너무 많아요. 너무 많은 걸 깨닫고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돼서 차라리 모를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 "저희는 연대의 마음을 바랍니다."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 사회의 시각에 대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저희가 시민들한테 무슨 당부를 드리겠습니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단지 이런 건 있습니다. 저희는 항상 연대해 주길 바래요. 저희의 마음은 항상. 

사실 별들의집 공간에 이전하고 난 뒤에 시민들이 그렇게 많이 찾아오지는 않거든요. 분향소에 있을 때는 시민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다가 여기 오니까 발걸음이 뚝 끊기는 거예요. 그걸 굉장히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유족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그냥 우리 잊혀지는 거 아니야? 이런 마음을 가지는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그때마다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시민들한테 우리의 슬픔이나 아픔을 강요해선 안 된다' 예요. 아픔과 슬픔을 자꾸 공유해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민 스스로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야겠다, 이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있었을 때만 가능하다. 절대 억지로 해서 되어지는 일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항상 해요.

도로 앞길에 수많은 인파가 왔다 갔다 해도 여기에 들어올 것 같으냐, 그렇지 않다. 마음이 가야 되겠다고 하는 사람만 오는 거지. 지나가다가 여기 기억의 공간이 있는데 한번 가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죠. 전혀. 그걸 서운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해요. 왜냐하면 나 역시도 마찬가지니까요. 

예를 들어, 전쟁기념관 앞을 지나가는데 여기 들어가서 한번 구경해야지. 이렇게 한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있겠어요? 내가 오늘은 전쟁기념관에 가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어야만 가지는 거지. 그 앞을 지나간다고 다 가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시민 분들이 불현듯 한 번씩 생각날 때가 있어서 언론 매체를 통해서든 어디서든 이태원 참사가 생각날 때, 그때만이라도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해요. 먹고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이걸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매체를 통해서나 또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한 번씩 떠오를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 왜곡된 정보 말고 정확한 정보를 좀 알려고 하는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정확한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알고자 해 줬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이에요. 그래야만 많이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태원참사 2주기>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을 만나다

① 2년이 지났지만…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② 참사 향한 ‘2차 가해’...곳곳에서 쏟아지는 화살
③ 공감과 연대로 더욱 강해진 우리
④ 딸을 위해 투사가 된 아버지  *순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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