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꺼진뉴스 다시보자] 📰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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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뉴스레터는 당면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켜보고, 한국 언론이 만들어 낸 좋은 글을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시사 뉴스레터입니다. 첫째, 둘째 그리고 마지막 주에 레터를 이메일로도 받아보세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22162)

꺼진뉴스 다시보자 vol. 9

세상이 동지를 빼앗아가고, 탄광이 남편을 삼켜도 꿋꿋이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인생을 정성스럽게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은데요.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일정 나이가 지나면 면허를 뺏어야 한다는 주장은 얼마나 오만한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계산해 네 인생의 길이 정해져있다고 판단하는 건 얼마나 가혹한가.

타인을 판단하고 재단하기 전에, 타인에게 정성을 다해봐야겠다고 다짐하는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함께해 주시는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1 인터뷰: 이진순의 열림, 김민기

출처: 한겨레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 가운데 하나 바꾸고 싶은 게 있어. ‘쉼표’라는 말인데, (중략) 근데 이게 쉼표가 아니라 ‘숨표’라고. (중략) 쉬는 게 아니고 전체를 살리기 위한 숨표! 마이너리티(소수자)라고 보는데 마이너리티가 아니고. 복지가 그냥 퍼주는 게 아니란 얘기. 아, 근데 말이 길다. 내가 취했네.”

✍🏻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 <한겨레>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故 김민기(1951~2024) 씨는 거인입니다. 가사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와 극단 ‘학전’이 한국 사회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본인은 그렇게 불리기를 굉장히 꺼렸던 인물이었습니다. 얼마 전 <S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나오듯,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존재를 물심양면 돕는 ‘뒷것’을 자처했고 실천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언론 인터뷰도 그는 드물게 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그가 2015년 이진순 현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과 진행한 인터뷰로 <한겨레>에 2편에 걸쳐 실렸습니다. 그가 걸어 온 큼지막한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도, 그의 행동과 말을 정제하지 않고 전달하면서 인간 김민기를 드러냅니다. 그는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해 막걸리를 사와 같이 마시고, 턱을 괴거나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비록 우리 세대와 멀어 보이지만, 꼭 알아야 할 김민기라는 인물을 잘 알려주는 귀한 인터뷰여서 일독을 권합니다. 두 번째 편은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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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획 ㆍ 지역: 광부엄마

출처: 강원일보
산업전사는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화를 이끈 탄광 뒤편에는 열악한 환경과 혹독한 노동 강도를 감수하면서 석탄과 잡석을 가려낸 선탄부의 희생이 있었다. 남씨와 최씨는 "지금 생각하면 다시는 그렇게 못 살 것 같지만 그 덕에 이만큼이라도 자식들을 키워낼 수 있었다”며 “탄광 속 여자들을, 엄마들을 기억해 달라”고 웃어 보였다.

✍🏻 최기영 신세희 김오미 김태훈 최두원 기자, <강원일보> 

탄광에 여자 광부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깊은 지하에서 캐낸 석탄 중 잡석을 골라내는 일을 지금껏 여성 광부가 해왔답니다. 강원일보는 2개월간 심층 취재를 거쳐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그림자 노동을 길어 올렸습니다. 광업소의 유일한 여성 노동자인 ‘선탄부’는 광부이자 엄마, 아내였고 산업재해의 피해자였습니다. 기사는 선탄부의 삶을 추적하며 석탄산업의 역사, 폐광지의 아픔과 모순을 돌아봅니다.

담담히 그 시절을 회고하는 인터뷰에 내리던 스크롤을 잠시 멈추게 됩니다. 선탄부 대부분이 광산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었어요. 아이들의 주린 배가 두려워 남편을 삼킨 광산에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상처 많은 삶이었지만 고통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탄광 산업을 지탱했다는 자부심, 아이를 키워냈다는 보람이 있었죠. 그 끝이 병든 몸과 수북하게 쌓은 약봉지여도, 광부 엄마는 오늘도 용감하게 일어섭니다. 산업 재해 인정을 위해 동료의 손을 잡고 근로복지공단으로 향해요. 독자님과 여성 광부의 삶을 기억하고, 뒤늦은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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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피니언: '방 안의 코끼리' 된 고령자 운전, 면허 반납만이 능사인가

출처: pixabay

"한국에서는 이미 존재했던 문제를 외면하다 사건이 생기고 나서야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갑작스러운 반동의 모멘텀이 작동해 급조된 해결책을 내놨다가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조선일보>

7월 초, 시청역 추돌 사고 이후 고령 운전자와 관련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여론은 일정 연령이 지나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는 식으로 흘러갔지만, 칼럼은 이를 ‘에이지즘(나이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대신, 운전자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운전 능력 평가나 해외에서 도입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을 제안하는데요.

급하게 과제를 제출하거나 부랴부랴 보고서를 제출해 본 경험, 다들 있으실 거예요. 그런 경험은 우리에게 닥친 상황을 면피하게 해주지만, 면피가 습관이 되어 더 큰 눈덩이로 돌아오는 경험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있을 겁니다. 배가 침몰하면 해경 해체로, 압사로 사람들이 죽으면 행사 폐지로. 바로 이런 것들이 정희원 교수가 말하는 ‘급조된 해결책’이겠죠. 더 나은 해결법을 위해 논의하는 시간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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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화: 곧 잘릴 사주네요 부적 20만원입니다

출처: 시사인
"고민을 털어놓을 창구, 덕담 들을 기회 정도로 활용한다면 사주는 제 효용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수천 년에 걸쳐, 앞일을 점치는 술수는 대부분 무위로 돌아갔다." 

✍🏻 이상원 기자, <시사IN>

사주 좋아하시나요? 그 전에, 사주를 믿으시나요? 저는 사주에 돈깨나 쓴 ‘과몰입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MBTI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처럼 제 소개를 해보자면, 병자년에 태어난 병화일주의 사람입니다. 사주를 봐주는 사람에 따라 누군가는 제 일주를 ‘촛불’이라고 하기도 하고, ‘태양’이라고 하기도 하더군요.

사주의 어플화 덕분일까요. 사주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어떤 학문이 아닌, 힙한 통계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합니다. 막 친해지기 시작한 친구가 알아가보자며 어플을 켜 사주를 봐주기도 하고 이런 현상을 반영한듯 최근 사주를 소재로 한 연애 예능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시사IN> 기사는 사주명리학의 열풍 현상을 소개하며 ‘사주를 과장하여 잇속을 챙기는 일탈’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가볍게 기분전환을 위해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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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남긴 편지   

여러분은 현재 한국 기성 언론이 권력의 애완견이라 생각하시나요?

2주 전 토요일 저녁, <MBC>의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유시민 작가와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가 나와 “유튜브가 미디어 세계를 어떻게 바꿨는가”란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했습니다. 언론에 관한 여러 쟁점이 나왔는데 제 눈길을 끄는 건 함정취재에 관한 부분이었어요.

유시민 작가는 기성 언론이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청탁 수수 논란’을 보도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류 언론이 하지 못한 것을 유튜브 언론이 해냈다”라며 유튜브 언론을 칭송했습니다. 저는 유 작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원칙 없는 ‘사이다성’ 보도를 칭송하는 현상이 위험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널리즘에는 원칙과 목적이 존재합니다. 거칠게 말하면 민주주의와 시민을 위해 정보 불평등성을 없애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을 중심으로 저널리즘 윤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윤리란 건 법처럼 딱 칼로 자를 수 없어 상황마다 유동적이긴 합니다. 다만 이 윤리를 지키는 일이 저널리즘 원칙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고, 기사의 품질을 담보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죠.

문제가 된 <서울의 소리>의 김건희 여사 잠입취재는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입취재는 기자가 신분을 숨기고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사안을 보도하는 행위입니다. <뉴스타파>의 “쿠팡 잠입취재”, <한겨레>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가 대표적입니다. 그 전신 격인 <한겨레>의 “노동OTL”을 쓴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칼럼에서 잠입취재 가이드라인을 설명합니다. ▲중대한 공익에 관한 결정적 증거인가 ▲다른 취재 방법을 시도한 뒤 마지막에 시도한 것인가 등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서울의 소리> 잠입취재는 정당한 것이었을까요? 영부인의 국정농단 실마리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공익에 관한 증거는 맞습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이 결정적인 근거라고 할 수 없고, 다른 방법을 모두 시도한 뒤 마지막에 시도한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유튜브 생태계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사이다’ 용 보도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죠.

물론 유시민 작가를 필두로 한 여러 독자의 기성 언론을 향한 실망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실제로 정파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들도 많고요. 그러나 그 안에서도 어떤 기자들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권력의 이면을 파헤치려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무관심은 상황을 악화할 뿐입니다. 시민들의 지지를 잃는다면 좋은 언론은 수입이 끊기고, 권력과 강하게 밀착한 일부 언론만이 살아남아 더 안 좋은 환경을 만들겠죠.

폴라리스는 지금까지 한국 언론의 좋은 기사들을 찾아 소개했습니다. 앞으로도 노력할 테니,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2024. 7. 29. 

에디터 선심 🔆 드림

만든 사람들: 보라🍇, 해안🌊, 반달🌙, 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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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남긴 편지 부분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견해가 조금 다른 부분도 있네요. 최재영 목사의 경우를 비롯해서 일부 '유튜브 언론'이라 불리는 채널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여러 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재영 목사가 '잠입취재'라고 주장했던 행위가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비위를 밝혀냈느냐는 따로 논의해봐야할 지점이지만 이 행위를 '잠입취재'라고 불러도 되느냐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본문에 잘 나와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유튜브를 통한 언론 활동을 모두 무시해도 되느냐에 대해선 다른 방식으로 논의를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저는 유시민 작가 발언으로 언급되는 대부분의 채널들이 벌이는 활동은 저널리즘에 해당하는 취재 행위가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버렉카의 활동과 대상만 다를 뿐이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기성 언론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을 더 신뢰한다'라는 주장들도 보이는데요. 지금 언급되고 있는 다수의 유튜브 채널들은 MBC, 경향신문 등 기성 언론 출신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죠. 가면 하나 바꿔 쓴다고 인물이 바뀌진 않습니다. 몇몇 채널은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것이다'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취재활동을 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한 유튜브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널리즘을 지키며 취재활동을 하느냐'가 본질이고, '기성 언론, 유튜브 채널' 같은 형식은 곁가지 같습니다. 기성 언론도, 유튜브 채널도 저널리즘을 지키지 않는다면 동일하게 비판받는 게 맞겠죠. 그런 의미에서 에디터의 편지와 같은 '좋은 저널리즘은 무엇인가?'를 다루는 고민이 한국 사회에서 더 많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가 남긴 편지' 부분을 보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매체나 각 기자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에 대한 정의도 다른 것 같고,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가 가능한 정치 상황인가도 고민하게 되네요.

기성 언론은 애완견도 못되고
그냥 힘센 이익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이다 뉴스를 보게 되면 눈길이 가고, 통쾌한 생각도 드는데요. 이 방법이 옳지 않다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최근 캠페인즈에서 글을 많이 보면서 저널리즈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깊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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