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도 통 보지 못해서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는데 캠페인즈 덕분에 또 하나의 이슈를 놓치지 않게 되네요. ㅎㅎ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에서 저런 발언들이 걸러지지 않은 게 참 개탄스럽습니다. 많은 사람이 보는 컨텐츠를 만들수록 고민이 깊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한국 개그계는 약자 혐오, 조롱으로 범벅이었던 것 같아요. 또 이런 모습을 보게되니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이전에도 아슬아슬 선을 넘을랑말랑(하며 넘는) 하는 모습을 보아서, 저는 불안해서 못 보겠더라구요. '선'을 넘는 게 개그라면, 어떤 '선'을 어떻게 넘을지 세련되게 결정하고 보여주기 위해서는 부지런한 공부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피식대학 사과문을 보면서 농담도 권력일 수 있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났어요. 위계는 일방적으로 기울어지는 구도인데 이번에 피식대학 메이드인 경상도 영양편은 유머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위계 폭력이었다고 보여집니다.

노인,여성,지역,자영업자를 혐오한 이들(30대/남성/수도권/300만 구독자) -피식대학에 나온 이들 중에서 수도권 출생자는 거의 없겠지만- 이 수도권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지역을 비교하는 것을 넘어 비하까지 하는 건 무례하다고 보여지구요.

코미디언들은 타인에게 웃음을 주기 이전에 사회의 부조리 특히 강자에 의한 약자의 고통을 헤아리는 감수성과 이해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블랙코미디나 수준 높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면 높은 사회적 이해도가 깔려있음을 알 수 있는데, 약자 입장에선 유쾌함을, 강자에겐 마냥 웃어 넘길 수 없는 지점을 건드리는 뼈 있는 농담은 코미디언들의 권위가 되고 선망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식대학의 개그는 전형적인 일진 놀이나 다름 없습니다. 재미 없지요.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를 조롱하는 폭력이지요. 지역민들의 말투를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도 모자라 노인과 여성들을 비하하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저 흉내만 내면 웃기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한 게으른 콘텐츠임을 드러낸 셈입니다.

개그는 약자 조롱이 아니라 강자를 향한 비판이 전제로 깔려야한다고 봅니다. 강자에게 빌붙으며 구독자가 떨어져나갈 것을 두려워해서 유튜브에, 지역에 직접 찾아가 반성하지 않고 사과문으로 도피하려는 행위는 게으름을 답습하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