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윈즈 올’ 논란, 아이유를 탓하기 전에 [The 5]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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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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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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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이 논란이 시작되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아이유님이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제목을 수정해주셨지만, 기사 속 "성소수자 운동의 대표 문구인데, 그걸 알고 썼어도 문제고 몰랐다고 해도 문제인 거죠" 라는 말씀처럼 팬이자 운동가로서 아쉬움이 남았어요. 뮤비의 경우에는 이 기사가 떠올랐어요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654 "장애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 정말 어려울까. 잘나지도 않고 못나지도 않은, 수많은 평범한 군상 중의 하나로 말이다."
제가 뮤비를 안봐서 이번 기회에 빠르게 봤는데요. 여러 상징적인 요소, 여러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한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런 논란이 아이유여서인지 뮤직비디오의 요소 때문인지 제목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내용들 보다도, '논란'을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 아닌 생각을 고양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드는 전장연의 대응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전장연 만평의 품격이 좋아서 공유합니다.
https://sadd.or.kr/data/?idx=17785527&bmode=view
저는 이 노래가 이슈가 된 지 좀 지나고 나서야 관련 내용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성소수자 이슈에 나름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제목의 문구를 처음 접해서 신기했어요. 여러 차별에 대항하자는 의미로 해당 문구인 'love wins'를 썼을 수도 있지만,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숙의가 조금 필요해 보여요. 그럼에도 저는 뮤비 주인공들의 묘사를 포함해 아이유의 시도가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덧붙여서, 나중에 인식 변화가 생기면 동성애와 이성애, 모든 사랑의 형태가 있는 그대로 지지받는 사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p.s. 장애가 사라지는 부분을 일종의 표현 기법으로 생각했는데(장애가 사라진 모습이 진짜 사라진 게 아닌 일종의 극복), 이 역시 장애인분들이나 주위 분들이 봤을 때는 차별적일 수 있겠다는 걸 코멘트를 보고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저는 'Love wins'라는 말을 쓴 것에 대해 비난은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어가 소유물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운동 전략 차원에서 고유의 언어로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지지를 확대하지 못하게 되는 경향성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언어를 전유하고 재전유 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그 언어를 쓰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에 동조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이유가 쓰는 것을 막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 배제적인 차원의 악의적 의도가 있었다면 그 내용과 의도에 대해 맞서 싸울 필요는 있었겠지만요.
다만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기사에서처럼 이분법적 연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저는 세련되지 못했다는 정도의 의미에서 아쉽긴 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좀더 논의가 깊이 이루어지고 성숙되고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업계 관계자도 이번 기회로 더 배우고 더 잘만들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게 되네요.
뮤직 비디오의 내용에서의 불충분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목소리를 보며 제목을 'Love wins all'로 변경한 것은 되려 높게 평가하게 됩니다.
앤드루 포터가 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가 첫 데이트를 하던 날, 그녀는 내그 미스터리 소설과 톨스토이를 가리지 않고 읽는다는 사실이 좋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아널드 슈워제네거 영화를 보러 가고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누가 페리퍼테틱이라는 단어를 잘못 발음했을 때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좋다고 했다.
"당신은 자연스러워." 그날 밤 그녀는 내게 말했다.
"당신은 진짜야"
제가 저 뮤직비디오를 보지 않아서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기사의 내용으로만 인식하고 쓰자면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그러므로 캠코더를 들었을 때 청각, 시각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으로 변화하는 것이 극복이나 차별이라고 생각치는 않지만
장애인 보다 비장애인이 더 행복하게 그리는 것은 차별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모두 고유하고,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됩니다. 각자의 형태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타인을 폭력적으로 소비하는 형태의 사랑이 아니라면 그것은 존중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한편으로는 아이유처럼 파급력 있는 인물이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는 것이 (이를테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완벽하게 씹어서 내놓지 않더라도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들이 오가고 서로의 논리와 감수성을 확장시켜주는 도구로 좋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기사로 접했을때는 화가 났어요. 근데 뮤비를 보고 더 화가 났어요. 도란님이 써주신 부분에 공감해요. 장애가 “나아지는” 게 마치 자비가 주어진것처럼 묘사 되었거든요.
"캠코더로 찍자 둘은 장애 없이 행복한 사람으로 바뀌어요. 해석의 여지는 다양할 수 있지만, 굳이 장애가 사랑으로 극복되는 모습을 이분법적으로 연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에요."
이 말씀에 공감합니다. 누군가의 몸이고 삶의 모습인데 그걸 탑스타들이 '사랑으로 극뽁~'하는 서사를 위한 재료로 사용했다는 게 불쾌하더라구요.
사실 저는 뮤비를 보지 않아서, 뭐라 코멘트를 남기기 어렵네요. 하지만 기사 제목에서 아이유를 탓하기 전에라는 말이 좋습니다. 아이유 개인이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온전히 알기는 어렵죠. 저도 전장연 성명 좋게 읽었습니다. 논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유 신곡이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줄은 몰랐어요!!
캠페인즈에서 읽었던 콘텐츠(https://campaigns.do/discussions/1023)가 떠올랐습니다. 제목의 표현은 사실 아티스트가 알고 사용했더라도, 몰랐더라도 아쉬운 상황인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는 발매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한 검토가 될 수 있었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성소수자 운동, 장애인권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한켠으론 아티스트가 '대혐오의 시대'를 언급할 정도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것 같은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관심을 끊어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문화 예술 영역을 통해서 혐오와 차별을 공론화 하고 변화를 만드는 시도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유가 평소 사회이슈나 문제의식을 제기하던 가수였다면 이만큼 파장이 컸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