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언론은 어떻게 해야 했고, 또 어떻게 해야 하나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이태원 참사'를 마주했다. 이후 계속 이태원 참사를 취재했고, 이제 곧 2주기다. 그사이 여러 일이 일어났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었고, 최근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참사의 책임자들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누구는 유죄를 받았고, 무죄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진상규명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사회적 참사는 복잡다단하다. 단순히 '특정 개인을 책임지게 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공공기관의 기형적 관행과 사람들의 욕망, 그리고 비효율적 시스템이 얽혀 있다. 언론은 이를 밝혀내야 한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완벽하지 않다. 특조위가 규명해내지 못할 수도 있는 부분을 언론은 보완해야 한다.
나는 지난 몇달 간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 기획기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태원 참사의 10가지 진상규명 과제를 골랐고, 이를 규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썼다. 10가지 과제를 뽑기 위해, 또 이를 특조위가 조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증명하기 위해 국회 국정조사, 수사, 재판 자료를 훑었다. 별도로 확보한 여러 영상과 사진, 문서 등도 검토했다.
취재를 하며 생각했다. "나에겐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 그리고 후회했다. "언론은 왜 이런 자료들을 모아놓지 않았고, 또 보도하지 않았을까."
특히나 아쉬웠던 부분은 참사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의 부족이었다. 나는 여러 자료를 통해, 참사 직후 경찰의 현장 교통통제 실패가 구조지연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가져왔고, 기사를 썼다. (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 ⑥ '교통 통제 실패' 그리고 놓쳐버린 골든타임)
하지만 기사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그래서, 구조가 빨랐다면 '누구를 살릴 수 있었는지'였다. 나는 그것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상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참사 직후 언론보다 빨랐던 것은 시민의 휴대전화였다. 여러 시민은 자신이 찍은 모습들을 SNS에 올렸고, 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곧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참혹한 영상은 삭제돼야 한다는 여론과 정책적 결정이 있었다. 이로 인해 언론은 더 이상 SNS의 영상을 수집하거나 보도하는 걸 금기시해야 했다. 그 결과, 현재 찾을 수 있는 참사 관련 SNS 영상은 매우 한정적이다.
확인해 보니, 참사 현장 영상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은 기이하게도 미국 언론이었다. 해당 언론은 이태원 참사 직후, 매우 적극적으로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을 수집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지난해 <CRUSH>라는 다큐멘터리가 개봉했다.
참사 현장 영상은 삭제돼야 하고, 수면 아래 묻혀야 한다는 것. 참사 직후,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상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시점에 와 생각해 보면, 나는 나의 판단을 후회한다.
우리는 희생자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버티다 죽었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희생자들의 사망 진단서에는 "30일 오전 12시 00분 사망 (추정)", "29일 오후 10시 15분 사망 (추정)"이라고만 적혀 있다. 만약, 참사 당일현장 영상이 대량 수집돼 있었다면, 그래서 여러 각도에서 참사 골목의 상황을 시간대별로 분석해볼 수 있었다면, 어떨까. 난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유가족은 요새도 SNS를 돌아다니고, 또 여러 방송사에 문의하며 영상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노력 중이다. 앞서 설명한 미국 언론에도 연락해 '제발 시민들이 찍은 참사 당일 영상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현장에 도착한 11시 20분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후였다"고. 난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11시 20분 이후에도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희생자가 있었고, 그 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담긴 영상이 있는 상상이다. 하지만 나는 이상민 장관의 저 말을 반박할 수단이 없다, 지금은.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오히려 언론은 그런 영상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보도했어야 하지 않았나, 이름부터 참혹한 참사를 왜 참혹하게 보도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러지 않기로 한 약속이 과연 진상규명에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는가.
앞서 설명했듯, 현장 영상의 사례는 일부분일 뿐이다. 결국 우리 사회와 언론은 어떤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과연, 사회적 참사의 해결에 도움이 보도는 무엇인가? 또 그것의 불편함을 우리는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