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RIGHT? NEW WRITE! 지금은 뉴라이트를 바꿔 써야 할 때 (2)
*앞선 <NEW-RIGHT? NEW WRITE! 지금은 뉴라이트를 바꿔 써야 할 때 (1)> 이어 연재되는 글입니다.
3. 뉴라이트는 어떻게 이어져왔나
‘뉴라이트 운동’이 처음 급부상한 때는 2000년대 초반이다.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하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2005년 11월 7일 창립되었다. 이후 뉴라이트는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제시하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대안처럼 포장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뉴라이트는 전국에 지부를 창립하며 세를 넓혀갔는데, 2006년 당시 지부 창립 대회에는 이명박(당시 전 서울시장), 박근혜(당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참석했다. 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정치 기반이 약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런 경제 논리로 무장한 뉴라이트 성향 인사와 이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국무총리 산하 기념사업회로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으로 본다)를 출범시키고 건국 60년 기념식을 열며 뉴라이트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한나라당은 광복절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건국절을 신설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이에 학계와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한나라당은 개정안을 철회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교과서 국정화까지 시도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일견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권력을 장악하지 못했을 뿐, 경제·문화·언론 등 사회 전반에서 세력을 다지고 영향력을 키웠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의 확산, 한국자유회의 창립, ‘반일 종족주의’ 발간 등이 이 시기에 있었다. ‘반일 종족주의’ 발간과 같은 해인 2019년 연세대학교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는 강의 중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류 교수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고, 함께 기소된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군에 강제동원됐다고 증언하도록 교육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류 교수는 이에 대한 반성은커녕, 본인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경희대학교 최정수 철학과 교수가 같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응원하는 글을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로 뉴라이트는 노골적으로 정부 기구들의 중요 직책 중 25개를 차지하고 국민을 상대로 이념 전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나온 김문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 부모님, 후보자 부모님은 일제 치하 국적이 다 일본이냐”는 질문에 “일본이지, 그걸 모르십니까”라고 비꼬며, “일제시대 때 국적이 한국이냐. 상식적인 얘기를 해야지,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4. ‘주장’을 ‘정설’로 만드는 과정, 역사 교과서
뉴라이트는 일부 개인 또는 단체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정치권에서 이를 인용하거나 광범위하게 설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뉴라이트 역사관을 정당한 역사적 해석으로 만들고 ‘정설’로 만들고자 하는 데까지 그 목표가 있다. 정설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뉴라이트 교과서 만들기’다.
우리나라는 유신독재 이전까지 민간이 만든 역사 교과서가 검정기준을 통과하면 인정하는 검정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1974년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었다. 정권 비판을 원천 봉쇄하고 유신독재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제로 되돌렸다. 이에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 포럼’은 2008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냈다. 2019년 강의실에서 “위안부는 매춘”이라고 망언했던 류석춘 연세대 교수와 ‘반일 종족주의’ 대표 필자 이영훈 교수 등이 중심이 됐다. 이 교과서는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과 국부 역할 등을 집중적으로 서술했다. 하지만 이 교과서는 검정받지 못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교과서포럼’ 인사들이 모여 만든 ‘한국현대사학회’(2011년 한국 교과서 포럼 인사들을 주축으로 만든 단체로 성신여자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소> 내 <한국현대사학회>로 위치되어 있다)에서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를 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였다. 이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며 거센 논란이 일었다. 역사학자들은 이 교과서 역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축소·왜곡하고, 이승만·박정희 시대의 친일·반공·독재를 미화했다고 비판했지만, 뉴라이트는 그런 주장이 반일·친북·좌편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률은 0%대에 그쳤다. 이후 2015년 10월 박근혜 정권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2017년부터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는데, 이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며 물거품이 됐다.
그런데 지난 8월 30일, 또다시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이 반영된 교과서가 교육부 검정을 통과했다. 한국학력평가원에서 발간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와 일본군 ‘위안부’ 서술 축소 등 편향적 서술과 자격 요건 조작으로 물의를 빚고 있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학계 전문가와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현직 역사 교사 13명에게 의뢰해, 이 교과서에 대한 긴급 예비 검증을 실시했다. 검증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교육부 검정을 통과했으니 교과서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 요건은 충족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3일간에 이루어진 긴급 검증만으로도 날림·불량 교과서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사태의 심각함을 강조하면서, ‘사실관계에서만 무려 300여 건이 넘는 오류가 있으며 어떻게 검정을 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만큼 수준 이하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지적된 오류는 연도나 단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오류, 일관성 없는 용어 사용, 음력과 양력 표기 오류, 명백한 오타, 부적절한 사진·도표·자료 인용, 의도적인 유도성 질문, 부정확한 서술,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 오류까지 그대로 옮긴 베껴 쓰기 등이었다. 아래는 수많은 오류 중 몇 가지 예시이다.
위의 내용은 민족문제연구소 2024년 9월 5일 '[보도자료]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문제 많다'에서 발췌했습니다.
위 자료의 3단계 논술하기에서 “…국권 회복을 위해 총칼을 들고 일어난 의병의 애국정신은 존경하지만, 열악한 조건으로 일본군과 싸워 이기는 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라는 예시 하나만 제시하고 ‘내가 선택한 국권 수호 운동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생각해보자’라며 그것만이 합리적인 대안처럼 오해할 소지가 많은 내용이다. 이러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의 날림·불량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교육부 검정기준 자체의 ‘뉴라이트화’와 사실관계 오류이다. 이를 일제강점기와 현대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내용은 민족문제연구소 2024년 9월 5일 '[보도자료]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문제 많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09 개정 이전의 집필 기준은 ②“일제의 경제정책에 따라 경제상의 지표에 변화가 보였으나, 이는 식민지 수탈정책의 일환이었음에 유의한다.”라고 하여, 일제강점기 사회경제적 변화를 식민지수탈론의 입장에서 설명하라는 지침이었다. 그런데 2009 개정에서 추가로 마련한 ⑥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사회경제적 변동 및 교통·통신의 발달과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의식주 생활에 변화가 나타났음을 서술한다.”라고 하여, 근대적 변화에 기술내용의 초점을 맞추도록 하였다. 2013년 교학사 교과서는 집필 기준 ⑥을 활용하여 식민지근대화의 문제를 마음껏 기술하였다. 또한 2022 개정에서는 ‘수탈’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가치중립적인 ‘변화’라는 용어로 대체하였다. 변화는 어느 시대에나 있는 통시대적이며 비역사적인 용어이다. 일제강점기를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는 변화가 아니라 ‘수탈’이다. 징병·징용 및 일본군‘위안부’ 등 강제동원이라는 ‘인적 수탈’과 각종 물자의 공납 공출이라는 ‘물적 수탈’이 일제강점기 식민통치를 파악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모두 빠진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2022 개정은 2009 개정에 있는 식민지수탈론의 흔적마저 삭제함으로써 일제강점기를 식민지근대화론의 입장에서 서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이번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가 식민지근대화론의 입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자제한 까닭은 ‘친일 미화 교과서’라는 사회적 비난을 모면함으로써 일단 검정을 통과하고 보자는 속셈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검정기준 자체가 달라지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단계적으로 역사가 왜곡되고 일제강점기 수탈과 친일행위가 미화가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 당시의 교학사 교과서가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실제 교육 현장에서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는다고 해도,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는 이유 하나로 그 내용이 정당성을 받아 인용되고 활용될 여지도 충분하다. 역사 지우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5. 지금 필요한 건 뉴라이트(New-write)!
뉴라이트는 기존의 상식과 통념의 선에 있던 역사조차 반대하며, 이를 역행하고 왜곡된 역사관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퍼뜨리고 있다. 단편적으로 지금과 같이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자들이 역사 관련 주요 기관의 핵심에 자리 잡고, 수많은 문제를 가진 역사 교과서가 청소년들의 수업 시간에 활용된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히 1-2년이 아닌 한 세대의 역사관이 왜곡되고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올바른 역사를 알지 못하고 뉴라이트 역사관이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건강한 토론과 비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는 ‘해석’의 영역에 들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자유’라는 이름으로 마음대로 읽히고 써지면 안되는 영역의 학문이다. 적어도 실존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마음대로 편집하거나, 민중들이 이끌어온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가치 함부로 폄훼하고 특정 인물의 죄과를 덮어 우상화하는 것은 올바른 역사 해석이 아닐 것이다.
사다리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역사가의 말처럼 역사관이 어떻게 올바로 기록되고, 해석되어야 하는지 직접 탐구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뉴라이트 역사관이 어떠한 시선으로 역사를 재단하고 있는지, 그 의도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부터, 특정 역사적 사건에 투영되어 있는 그들의 왜곡 논리의 쟁점을 올바른 역사관의 입장에서 다시 써보고자 한다. 우리의 이러한 역사 연구는 올바로 역사를 기억하고 알리는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아래는 광복회가 지난 8월 발표한 ‘9대 뉴라이트 정의’다. 이를 세부 쟁점으로 삼아 탐구해보고자 한다.
<광복회 9대 뉴라이트 정의 ‘식민지배 합법화’ 꾀하는 일련의 지식인이나 단체 등>
1.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2.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3.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4.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고 ‘임의단체’로 깎아내리는 자나 단체
5. 식민사관이나 식민지 근대화론을 은연 중 주장하는 자나 단체
6. 일제강점기 곡물 수탈을 ‘수출’이라고 미화하는 자나 단체
7. 위안부나 징용을 ‘자발적이었다’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8.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9. 뉴라이트에 협조, 동조, 협력하는 자나 단체
서울-인천 7개 대학의 대학생들이 모여 뉴라이트를 반박하는 연구 모임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해 <NEW-RIGHT? NEW WRITE! : 뉴라이트를 바꿔 쓰다> 역사 워크북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워크북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뉴라이트의 논리를 보고, 올바른 역사를 생각할 수 있게 꾸린 활동 위주의 책입니다. 발간된 워크북의 내용도 캠페인즈에 앞으로 업로드 해보고자 합니다. 더해서 다가오는 11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워크북 발간을 기념하는 '사다리 북 페스타'가 개최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광복회가 선정한 뉴라이트 9가지 기준 중 가장 논쟁이 많을 것 같은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그 이유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