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을 외칠 용기, 저는 국립공원 개발사업을 반대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활동가인 제 머릿속에는 국내 22개소 국립공원(팔공산은 현재 정식으로 고시되지 않아 개소수에서 제외했습니다)이 항상 있습니다. 이 중 중 3개의 국립공원이 언제나 제 머릿속을 끝내주게 휘젓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과 우리, 그리고 미래세대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고민 한 번 들어주실래요?
41년 동안 ‘숙원사업’이 아니라, ‘할 수 없었던 사업’: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사업
2023년 2월 이후 강원도와 양양군은 줄곧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41년 동안 온갖 규제 때문에 하지 못했던 숙원사업인 오색케이블카를 드디어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를 바꾸어 말하면 41년 동안 규칙과 법이 막고 있던 사업을 41년이라는 시간 동안 온갖 방법을 써서 규제완화를 했다는 말이 됩니다. 41년간 설치해서는 안되는 마땅한 이유들이 있었는데, 정권마다 한꺼풀씩 규제완화를 하다보니 오늘날 환경부의 ‘오색케이블카 설치 허가’라는 황당무계한 결정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오색케이블카가 추진되는 곳은 설악산국립공원입니다. 국립공원은 생각 외로 굉장히 특별한 공간입니다. 대부분 국립공원을 ‘좋은 산이 있는 관광지’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은 현재 자연생태계 보호지역 체계 중 최상위 제도로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만한 지역’만이 지정될 수 있습니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환경부장관이 지정하고, 환경부(국립공원공단)이 관리합니다. 국가가 지정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우리나라 생태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입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무엇이 자랑인지 모르겠지만, 국립공원을 기어이 파괴한 것을 자신들의 업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2023년 2월 한국환경연구원을 비롯한 5개 국가기관이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그 이유로는 ▲기존보다 심한 백두대간을 포함한 최우선 보전지역 훼손 ▲기상정보 등 부족으로 케이블카 운영 안정성 확보 부족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언론기사로 자세히 읽어보기).
맞습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생태계도 훼손하고, 우리 안전마저 훼손할 수 있는 그런 우려가 매우 큰 사업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41년 간 허가 될 수 없었겠지요. 국립공원 내 대규모 개발사업 시행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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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이지만 개발이라는 지주를 꽂아야만 하는 공간, 국립공원: 지리산 케이블카 및 산악열차 사업
과연 한국에 ‘민족의 영산’은 몇 개나 있을까요? ‘한국의 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국립공원이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산, 민족의 영산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 주로 국립공원의 산들을 소개할 때 ‘민족의 영산’을 접두어로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민족의 영산의 총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들을 대상으로 민족의 영산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 명산에 말뚝을 박아두는 일이 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말뚝은 뽑고 케이블카나 산악열차 등 대규모 시설물 설치를 위한 지주(기둥)를 꽂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국립공원을 한반도의 마지막 생태계, 민족의 영산이라고 하지만, 막상 개발을 해야하면 ‘보호지역으로 묶여있어 피해를 많이 본’ 공간으로 바뀝니다. 1970년대 국립공원 제도가 처음으로 되었을 때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라는 인식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길 원했지만, 지정 후 개발 등이 불가능해지자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를 해주길 요청하거나, 지금과 같이 국립공원내 케이블카나 산악열차와 같은 시설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족의 영산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개발이라는 지주를 꽂을 수 밖에 없는 국립공원, 어떻게 관리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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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와 성실, 결국 신뢰를 무너뜨리는 ‘국립공원 해제’ 결정을 했던 순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공항 사업
계약서나 협약서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들이 있지요. 바로 ‘신의성실의 원칙’입니다. 서로 간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의있고, 성실하게 행동을 요구하는 법원칙입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신뢰관계가 구축되고, 그래서 사회는 조금씩 더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흑산공항은 이러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부가 직접 무너뜨린 사례 중 하나입니다. 흑산공항은 2018년 본격적으로 설치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필요성과 안전성의 문제, 국립공원 제도 및 흑산도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각계 전문가들이 소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흑산공항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몇 년간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갑자기 신안군은 흑산공항 활주로부지를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하는 안건을 국립공원위원회에 제안했고, 환경부는 이를 허가하였습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지구에 활주로 부지만 핀셋으로 쏙 뽑은 것 같이 국립공원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2023년 1월 흑산공항 ‘핀셋해제’ 이후 환경부는 4월~6월에 걸쳐 국립공원 면적이 늘어났다고 적극적인 언론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민원이 있는 곳들을 최대한 해제해주고, 대체 편입지를 추가하여 면적이 ‘늘어보이게’ 했을 뿐, 실제로는 국립공원 면적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기존 국립공원 면적은 축소되었습니다. 사실 2023년에 발표한 제3차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른 국립공원 지정 및 해제 고시는 2년 전인 2021년에 완료 되었어야 하는데, 국립공원구역 해제 민원으로 2년이나 뒤로 밀린 것이지요.
국립공원 대체 가능한 곳이 있다면, 현재 국립공원을 해제하고 대체지역을 편입해도 되는가? ‘테세우스의 배’를 떠오르게 하고 국립공원 지정 목적을 무색하게 하는 기묘한 국립공원 보존의 법칙이 생기고 있습니다. 국립공원 대체 편입지 제도, 정말 국립공원 보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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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에 개발사업을 반대합니다’라고 당연하게 말할 용기
여기까지, 긴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담당자로서 언제나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 많은 내용들을 어떻게 더 많은 분들게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입니다.
단순하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흑산공항 반대를 외치면, ‘또 반대하는 환경단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프레임이 쉽게 갇혀버리고 말지요. 반대의 이유를 뭔가 꺼내고 싶지만, 길게는 41년 간, 짧게는 10년 간 지난한 갈등이 있던 사례라 무언가를 설명하려면 계속 과거의 것들과 현재의 것들,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것들을 끄집어 내야하여 이렇게 글이 구구절절해집니다. 물론 제 글솜씨의 부재가 요인이기도 하겠지만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위와 같은 상황을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들려오는 정보들과 실제 듣고 보기도 하는 것들입니다.
일개 활동가로서 요즘 시민에게 ‘반대합니다’라는 말을 쉬이 건네지 못하고, ‘반대’를 요청하는 말 또한 목 언저리 어딘가에서 걸려 나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개발 할 곳이 없어서 개발은 점점 멈추고, 복원을 위한 많은 직업군들이 생겨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3년 뒤면,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지 20년이 되어가는 새만금 간척사업, 벌써 10년도 지난 ‘4대강 살리기’ 사업, 신공항 개발사업에 국립공원 개발 등 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환경훼손 사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입니다.
작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협약에서는 당사국들이 육상과 해양 각각 보호구역을 30%로 확대 지정하고, 훼손지역을 복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이행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육상과 해상지역에 보호구역을 30%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현재의 개발로 인한 훼손을 복구하고, 보호지역을 확대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을 주류화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인간도 자연생태계의 일부이고, 생물다양성 보전이 결국 기후위기 대응의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나마 지키기로 약속한 보호지역까지 훼손하는 지금 이상황,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할까요?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가 통과되고 ‘이제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으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강원도지사가 말한 ‘원샷 인허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인허가 절차를 모니터링하며 오색케이블카를 비롯해 지리산케이블카와 산악열차, 흑산공항 사업을 막아내고 국립공원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나 시민 개개인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목소리 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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