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팩트체크저널리즘은 실패했는가 -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경험과 시민팩트체크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창간 탄핵으로 대선 일정이 12월에서 5월로 당겨졌던 2017년은 한국에서 팩트체크저널리즘이 태동했던 해이기도 합니다. 훗날 국내외에서 모범적인 팩트체크 플랫폼으로 인정받은 ‘SNU팩트체크’(2017년 2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출범했고, 팩트체크전문미디어를 표방한 뉴스톱(NewsToF)도 원래 예정(탄핵 전 19대 대선 예정 시기였던 12월)보다 앞당긴 6월 창간했습니다. “뉴스톱은 한국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실험이기도 하다”. 뉴스톱 창간을 주도한 김준일 당시 대표가 뉴스톱을 소개하는 공적인 자리에서 늘 하던 말입니다. 언론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기에 기성 언론사도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 언론을 창간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김준일 대표가 함께 해보자고 처음 제안을 받은 저도 첫 반응은 “언론사는 사업성이 없다”였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의 ‘팩트체크 전문 매체’라는 제안에 혹했습니다. “팩트(사실)만 전해주는 언론이라면 의미는 물론 가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팩트만 모여 있다면 도서관처럼 유료 레퍼런스로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창간에 동참했습니다.   뉴스톱과 한국 팩트체크의 약진 뉴스톱이 태동한 공간은 김준일 대표 지인의 사무실 한 켠이었습니다.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인건비도 최소화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기사를 쓸 내부 팩트체커 2명과 운영 담당 1명 등 총 3명을 공동창립(코파운더) 임원으로 추가 초빙했습니다. 그리고 각계 전문가(해당 분야 연구 혹은 경력 10년 이상 기준)들을 객원 필진으로 초빙해 정기적으로 원고를 받았습니다. (창간 첫 해 십여 명에서 창간 3년 만에 80명 정도로 확대) 팩트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고, 한국의 팩트체크를 선점한 효과에 더해 전문가들의 팩트체크라는 독자성은 언론계와 전문가들의 관심을 먼저 불러일으켰고 호평을 받았습니다. 창간 후 2년이 채 안 된 2018년 겨울 뉴스톱은 3개의 언론 관련 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포털 검색 제휴 매체 지원 조건을 채우고 첫 시도인 2019년 상반기에 바로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촉망받는 신생매체로 인정받던 시기였습니다. 이 기간은 한국의 팩트체크저널리즘도 약진하던 시기였습니다. SNU팩트체크에 이어 방송기자연합회가 주도한 ‘팩트체크넷’이 2020년 출범했습니다. 팩트체크넷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팩트체크’를 표방함으로써 기존 언론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한 SNU팩트체크와 차별성을 보이며 한국 팩트체크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습니다. 국내 주요 매체들도 팩트체크 담당 기자를 두거나 팀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었고, 팩트체크 저널리즘 원칙에 부합하는 가치 있는 팩트체크 기사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외 팩트체크의 한계와 현재 창간 2년이 채 안 된 매체가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뉴스톱의 외연 확대는 필수였습니다. 외연 확대에 따른 운영비용 증가는 당연했고요. 창간 초기 계획한 수익모델은 광고, 후원, 부가 사업, 유료화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큰 욕심 내지 않고 꾸준히 운영하는 것이었지만, 계획대로 성과를 내기는 모두 어려웠습니다. 광고기사, 협찬기사, 낚시성기사 등 여러 유혹을 받으면서도 버티어 보았지만 운영은 계속 어려워졌습니다. 뉴스톱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동안 한국의 팩트체크도 위기를 겪었습니다. 팩트체크넷은 3년 만에 해산을 하게 되었고, 네이버의 지원을 받던 SNU팩트체크도 결국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두 플랫폼의 해체 배경에는 일부 정치권의 공격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치인 발언 검증’이 가장 우선시되는 팩트체크 저널리즘 특성상 정치권의 공격은 필연적입니다. 현재 전 세계 팩트체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현 대통령 당선자는 팩트체크는 왜 자신에게만 집중되냐며, 미국의 유명한 주요 언론이 가짜뉴스 매체라며 공격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유일의 팩트체크 국제기구인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회원사들도 대부분 같은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과 정치권의 공격입니다. 뉴스톱은 결국 2024년 5월 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현재 한국언론의 팩트체크기사는 현저하게 줄었고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한국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살아날 수 있을까요?   팩트체크 저널리즘과 미디어리터러시 2017년 봄, 국내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기자라면 당연히 팩트체크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데,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SNU팩트체크와 팩트체크넷 등의 노력과 활약에 힘입어 팩트체크 원칙에 부합하는 기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팩트체크를 통한 미디어리터러시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팩트체크저널리즘에 대해 혼동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무엇이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7년 동안 팩트체커로만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은 IFCN이나 SNU팩트체크 등이 제시했던 팩트체크 형식을 제대로 갖춘 팩트체크 기사입니다. 또 이를 통해 기존 언론이 모든 기사에서 사실 전달에 충실하자는 저널리즘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와 일반대중들은 직간접적인 팩트체크 경험을 통한 미디어리터러시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시민팩트체크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기대 IFCN이 제시하는 팩트체크 원칙 중 하나가 출처 공개입니다. 출처 공개는 출처에 대한 신뢰성 확보도 있지만, 공개된 출처를 통해 누구나 팩트체크를 다시 해 볼 수 있게 한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팩트체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시민팩트체크는 ‘언론 민주주의’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을 수 있습니다. 여러 팩트체크 대회를 통해 공개된 시민들의 팩트체크 결과물은 다양한 형태를 보입니다. 기존 팩트체크 기사 형식은 물론, 영상, 논문, 수필, 대본 등 언론이 담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며 다양성이라는 장점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팩트체크 결과물은 질적 수준이 고르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언론기사로 바로 소개할 수 있는 결과물이 있는 반면, 팩트체크 원칙에 많이 어긋난 결과물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팩트체크 제목을 단 기성 언론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팩트체크는 미디어리터러시의 도구로서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팩트체크저널리즘으로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민팩트체크는 공론장의 역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 이슈에 대해 사실을 모아보고, 그 사실들에 대해 댓글 등을 통해 토론하고 검증해 보면서 미디어리터러시 역량을 키우고 토론과 검증 과정 자체가 팩트체크 결과물로 남는 그런 모습입니다. 현재 한국 팩트체크저널리즘이 위기를 맞은 배경에는 기존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시민팩트체크가 언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언론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해, 한국저널리즘이 온전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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