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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민사회가 위기라고요?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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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 드립니다.



시민사회’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예전 분들은 ‘운동권’이라고도 부르셨고, 약간의 멸시를 담아 ‘데모하러 다니는 것들’이라고도 했는데요.
요즘에는 자발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과 조직을 통칭해 ‘시민사회’라고 부르고 있어요.

70, 80년대에는 민주화라는 단일한 가치 아래 결집했던 시민사회는, 90년대 들어서며 장애인, 여성,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운동으로 그 범위를 넓혔었죠.
2000년대 이후로는 동물권, 기후 변화, 청년 문제, 예산 투명성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되며 시민사회의 깊이와 넓이가 훨씬 더 넓어졌답니다.

시민사회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어요. 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뤄낸 것부터 일상 속 실천까지 많은 기여를 했죠. 그런데 한국 시민사회가 위기를 맞고 있어요.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박병옥 전 경실련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에서 이미 2000년 즈음부터 시민단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2009년에는 『위기의 한국시민사회』라는 책이 출판되기도 했죠.

이 논제는 2024년에도 유효해요.
사회학자이자 환경운동연합, (사)시민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석기 교수는 23년 12월에 출간한 『시민사회운동의 미래는 있는가』를 통해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위기를 넘어 ‘쇠락’하고 있다고 비판해요.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지금 쇠락과 쇠퇴라는 절체절명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젊은 활동가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와도 쉽게 떠난다. 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대표와 사무국장 혹은 신임 간사가 정부나 기업의 정책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어렵사리 조직을 유지한다. 회원 참여나 역량 강화와 같은 중장기 과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일단 운동 단체는 조직도 사람도 주문받은 사업수행으로 그 피로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운동의 전통적인 운동방식 즉, 당면과제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을 동원한 이슈 파이팅 전략은 더 이상 일반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의 미래는 있는가』 15쪽

다각도에서 생각해보기 위해 개인의 주장과 함께 객관적 근거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겠죠?

이를 위해, 한국행정연구원이 2013년부터 발간해온 <2022 사회통합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볼게요. 이 보고서는 국민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서 만들어졌는데요. 우리 사회 통합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 보고서 내 시민단체 관련 항목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은 시민단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우선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한 집단별 노력정도에 대한 인식’부터 살펴볼게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시민단체는 3.1점이네요.

다른 집단도 2.9점에서 3.3점 정도를 오가고 있네요.

국회나 정부 같은 다른 집단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민사회 내부에서는 시민의 인식과 다르게 스스로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다음은 ‘기관별 청렴도’예요.
여기서는 시민단체가 4점 만점에서 ‘2점 - 별로 청렴하지 않다’와 ‘3점 - 약간 청렴하다’의 사이의 2.4점을 기록했네요.
다른 부처에 비해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3점대를 기록한 집단이 없는 게 보여요.


마지막 ‘사회통합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집단(1순위)’는 조금 충격인데요. 

해당 항목 9개 답변 후보 중 4.3%로 7위를 차지했어요.
저는 결과 보기 전에 최소한 중간 즈음에는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1+2순위를 합친 결과에서는 6위로 오르긴 합니다. 하지만 두 결과 모두 21년 대비 시민단체를 선택한 비중(%)이 줄어든 건 꽤 뼈아프게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시민사회의 현상과 인식에 대해 짧게 요약해 드렸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시민사회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저로서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시민사회가 위기는 위기구나 싶은데요.


시민사회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요.

아래 요인 중 하나를 선택해 주셔도 좋고, 다른 의견을 남겨주시면 더 좋습니다.


📌 담론 부재 

한국 시민사회만의 독자(대안) 담론 부재가 위기의 원인일 수 있어요. 공석기 교수는 저서(공석기 외 2인 2023)에서 ‘시민을 움직이는 시민사회의 독자적 담론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시민단체 활동가에 던져 이런 답변을 얻었어요.

“사실 저는 ‘시민운동에 담론을 얘기하는 게 좀 과한 요구다’ 이런 생각이 좀 드는데 ‘시민운동이 시대적 담론을 꼭 형성해야 되느냐, 가져야 되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2022 집단분석 녹취록』, 91~92쪽, 활동가 B)”

“현장 활동가들은 한계가 있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연구할 환경도 안 되고, 그런데 이런 것들은 소위 전문가들, 그런 사람들이 좀 받쳐주고 지원해주고 해야 되는데, 그런 현상들이 이제 많이 떨어지고 보니까, ‘담론’까지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위 책, 78~79쪽, 활동가 D)”

📌 정치적 편향(강한 정파성)

시민사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을 대변하고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정계와의 경계를 설정하지 못한 과도한 정파성(정치 파벌)은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원준호 한경대 교수는 시민단체가 완전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을 인정하며 어느 정도의 정치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시민단체가 정파성을 지나치게 추종하게 되면, 시민사회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열되고, 사회 전체의 정치적 대립과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2007).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국장 역시 “시민운동은 비정파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했어요(2022).


📌 재정 자립 부족

시민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쉬운 말로 ‘돈이 없다’는 것이지요.

시민사회가 가져가야 할 이상적 재정 자립 모습은 시민과 회원의 후원을 통해 정부&기업으로부터 독립되는 형태인데요. 하지만 시민사회가 점점 생존과 생계 문제를 위해 제도 안으로 들어가거나 제도와 협업(보조금, 용역, 기업 후원 등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럼에도 시민사회에 재정적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아요. 재정적 압박이 심해지니 활동가가 하나둘 사라지는 큰 문제가 생겨요.

“젊어서는 혼자니까 돈 없어도 괜찮았는데, 가족이 생기니까 안 되겠더라”


시민사회를 받쳐줄 중견 활동가가 없어지고, 미래를 이어나갈 청년 활동가의 유입이 사라지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이어져요.

📌 일방적인 운동 방법 & 문어발식 운동

‘시민 없는 시민사회’가 연상되는 문제입니다. 시민사회가 시민을 마주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이슈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거나, 아직 논의가 출발 단계인 이슈가 있을 때 시민사회(단체)가 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현상을 말해요(박병옥 2007). 이 때문에 시민운동에서 시민은 무대 뒤로 밀려나게 되죠. 그런 후에는 흔히 말하는 ‘명망가’에 의한 엘리트 시민운동이 이루어지는 거예요(정시구 2019).

또한 다양한 활동에 이름만 걸쳐 놓는 문어발식 운동에 대한 비판도 있어요. 연대의 중요성 때문에 자신(조직)이 전문성이 있지 않음에도 이름만 올리거나 얼굴만 비춘다는 것인데요. 이런 운동 방식은 시민이 보기에 시민사회가 무책임하게 ‘일만 벌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요.


📌 전문성 취약으로 인한 문제 해결 능력 하락

시민사회 인터뷰에서 활동가 A는 “과거에 기업은 시민사회의 선도성, 현실성에 후진적이라든가 아니면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이었지만 지금은 문제 해결 능력 등 이런 부분에서 (기업이) 이니셔티브를 많이 쥐고 있다”며 시민사회보다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기업의 툴킷이 시민사회가 마주한 문제에 인사이트를 주기 때문에, 카카오 임팩트 등 기업에 만든 문제 해결 툴킷을 활동가들이 적극 활용한다고도 해요. 사실 저 역시 그렇고요.

같은 연구에 참여한 고위공무원는 정부와 정당, 시민사회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고 단정 지었어요. 3자는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관계 같"은 것이며, 시민사회는 정부나 정당이 필요에 따라 써먹는 존재라고 냉소적으로 이야기했어요. (『2022 집단분석 녹취록』, 68~69쪽, 고위공무원 E)

📌 시민단체에 대한 감시의 부재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지만, 정작 시민단체는 감시받지 않는다는 문제예요.

시민사회단체는 정부나 기업처럼 외부 대상에 대해서는 예리하게 감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인력, 비용, ‘믿고 가는 것’ 등등)를 핑계로 내부 투명성 확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두고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용환 사무총장은 회원 중심의 운영보다 대표와 임원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한국 시민단체는 사상이 비슷한 단체끼리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 협력이 중심이고, 서로 견제하거나 경쟁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어요.


참고 문헌

  • 사단법인 시민 & 서울시NPO지원센터 <강한 시민사회 포럼>
  • 한국행정연구원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
  • 공석기, 정수복, 임현진, 『시민사회운동의 미래는 있는가 - 성찰적 비판과 실천적 과제』, 진인진, 2023. 12.
  • 한상진, [2022 한국 대전환, 선도국가로 가는 길 - 사회]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 이념보다 실사구시하는 시민사회 성장에 기대 걸어, 월간중앙, 2022. 1.
  • 박주연, “[스토리人] "시민운동은 비정파성이 생명... SNS 전략 고민할 때"”, 시장경제, 2022. 11. 28.
  • 이용환,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시민사회단체 과대 대표성 시정해야, 미래한국, 2022. 9. 14.
  • 정시구, 한국 NGO의 문제점, 선학UP대학원대학교, 2019. 6. 11.
  • 홍성태,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의 성장과 위기: 제도적 전문주의와 성공의 역설,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2017. 12.
  • 박병옥, 시민단체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 KDI, 2007.
  • 원준호, 시민단체의 정파성(政派性), 무엇이 문제인가, 안성신문, 2007.
  • 박재영, "시민단체는 아젠다 파파라치다!", 청년의사, 2000. 8. 23.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드립니다 - 창작그룹 '성찰과성장'

글: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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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편향이 문제다! ✔ 재정 자립 부족이 문제다!

예산투명성과 정치적 부패를 척결해야합니다.

이영규 비회원

한국은 주소 두개사용으로 낭비가 매년 수조원입니다.

외채 늘어나고

좋은 주소 제안해도 거절한다.

✔ 담론 부재가 문제다! ✔ 재정 자립 부족이 문제다!

아직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지만 정독했습니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생계에 쫓기면 자연스레 담론을 나눌 시간과 기회도 줄어들 것 같아요.

김문건 비회원

말이 좋아 재정 비자립이지 누군가 혹 어느 흐름에서 시민사회의 활동을 힘써서 저지하는 힘이 있다고 봅니다 . 그리고 각자 활동하는 방식을 넘어서서 연대하는 다른방법으로의 모색이 있으면 합니다~^^

✔ 재정 자립 부족이 문제다! ✔ 전문성 없음이 문제다!

뭐가 문제일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며 읽었습니다.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생활할 수 있는 비용이 담보되어야 하니 돈이 있는 곳으로 활동이 몰리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본소득 같은 제도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여튼 좋은 의지를 가진 활동가들이 쌓아온 자산은 활동가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비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 발생한다면 더 아쉬울 것 같네요.

✔ 담론 부재가 문제다! ✔ 재정 자립 부족이 문제다! ✔ 운동 방식의 문제다! ✔ 시민단체에 감시가 없는 게 문제다!

여러 선택지들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이 되었는데요.. 시민 단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주위에 정말 많더라구요. 저 역시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민 단체라는 이름을 듣지 못했었구요.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활동을 하는만큼 어떻게 해야 우리의 이야기를 더 멀리 퍼뜨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 정말 우리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담론 부재가 문제다! ✔ 정치적 편향이 문제다! ✔ 재정 자립 부족이 문제다! ✔ 운동 방식의 문제다! ✔ 전문성 없음이 문제다! ✔ 시민단체에 감시가 없는 게 문제다! ✔ 다른 의견이 있어요!

이런 고민이 시민사회 내에서 많이 이뤄지면 좋겠네요. 읽으면서 선택지를 조금만 고르려고 했는데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아서 다 골라버렸습니다. 내부자로서 겪어본 경험으로는 정치적 편향, 전문성의 부재 등 지적되는 문제들이 모든 시민사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민사회에서 보이는 경향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론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단체일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선택지에는 없지만 이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큰 배경엔 조직 내 민주주의가 없다는 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활동을 무보수 자원봉사로 생각하거나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다는 이들이 단체를 휘두를 때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되지 않아서 점점 더 심각해진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재정 자립 부족이 문제다! ✔ 운동 방식의 문제다! ✔ 다른 의견이 있어요!

많은 활동가들이 낮은 월급으로 인해 생활고가 심해지거나 예산이 사라지며 월급이 끊기거나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들 등으로 경제적안정이 요원한 것 같아요. 그래서 활동이 지속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뉴스에 시민단체의 집회나 발언 같은 게 나오면 댓글에 ‘평소에는 뭐하다가 이제와서 현수막들고 시끄럽게하냐’라는 식으로 달리는 걸 봤어요. 평소에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데 그런 활동들을 많은 시민들에게 확산하고 공감받을 만큼 충분히 매체에 노출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신동주 비회원

담론 부족과 전문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옛날에는 시민사회가 사람들에게 앞서나가는 담론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누군가 만들어놓은 담론을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담론 제시가 어려운 건, 전문성을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구요.

✔ 담론 부재가 문제다! ✔ 정치적 편향이 문제다! ✔ 재정 자립 부족이 문제다! ✔ 운동 방식의 문제다! ✔ 전문성 없음이 문제다! ✔ 시민단체에 감시가 없는 게 문제다!

시민사회 문제에 대해 깊게 토의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 시민사회가 위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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