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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평결의 기속력 인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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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齊法)’은 법과 멀어진 대중들이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된 법이 무엇인지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출처: Unsplash

한국은 2008년부터 배심원제의 일종인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배심제는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사건 중 상당수가 국민참여재판에 부쳐지면서 현재는 친숙한 제도가 되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의 연도별 신청 건수 역시 2008년 64건에서 2020년 865건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올해로 도입 15년 차를 맞은 국민참여재판은 다양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가장 큰 쟁점은 배심원단 평결의 법적 구속력(=기속력) 도입 여부입니다. 현행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배심원단이 사건에 대한 평결을 내려도 최종 판단은 판사가 진행합니다. 물론 판사가 배심원단의 판단을 참고하지만, 제도상으로는 배심원단의 판단과 정반대되는 판결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는 국민참여재판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1심 재판의 경우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이 일치하는 경우가 93.5%에 달하지만,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는 경우가 29.5%에 달해 배심원단의 판단이 재판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시민의 재판 참여라는 본래의 목적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은 제도의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크게 증가한 신청 건수와 다르게,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건수는 2013년 345건에서 2020년 96건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22.06.07. 아주경제)

이에 배심원단의 판단에 기속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속력 인정 자체를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배심원단 평결의 기속력 인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찬성

사법 영역의 민주화는 배심원단 평결의 기속력 인정을 찬성하는 입장의 주요 근거입니다.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이 주요한 사법 주체로서 행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배심제의 강화는 그 자체로 민주적입니다. 또한 일반 국민이 사법 권력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고, 국민 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사법 영역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난 3월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2023 번영지수’에서 한국의 사법 시스템 신뢰도는 167개국 중 155위로 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23.03.09. 경향신문) 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각한 만큼 국민에게 더 많은 사법 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법 영역의 민주화는 곧 사법 권력으로부터 인권을 지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법 권력을 통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어 온 한국 현대사 자체가 기속력 인정을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판단 역량의 강화 또한 기속력 도입을 지지하는 근거입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를 판단하는 능력에서는 오랜 기간 직업적으로 훈련해온 전문 판사와 비법조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비교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경우에는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판사 집단은 삶의 경로 전체에 있어 상당한 동질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여타 집단에 비해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결국 다수의 판사가 참여한다 해도 사실 판단이 편협한 시야를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법률 외적인 내용의 판단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양한 배경을 지닌 국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더 뛰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차별적 사법의 문제를 배심제로 방지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인종∙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는 배심제가 매우 발달했으며, 배심원단이 지닌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배심제의 교육적 기능은 흔히 간과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법조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사실 일상에서 법과 재판을 접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국민이 법에 대해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법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 등의 사법 절차를 마주하게 될 경우 공포감까지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은 우리의 사회적 삶을 지배하는 규범입니다. 국민들이 법에 대해 느끼는 낯섦과 두려움이 해소되어야만 법치주의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배심제를 강화하고 국민들이 사법의 핵심 주체로서 행위하는 경험이 많아진다면 사법 제도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는 것은 물론, 법 자체가 국민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또한 배심원 간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최선의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배심원 개개인에게 큰 교육적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지닌 국민들이 많아진다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역시 더욱 성숙해질 것입니다. 


🙅반대

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배심제 강화에 반대하는 견해의 주요 근거입니다. 만약 배심원단의 평결에 기속력을 인정하게 될 경우, 배심원이 사건을 판단하는 전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주로 국민참여재판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사건에 대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배심원들은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 상당한 양의 사전지식을 갖게 되고, 나아가 사건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또한 검사와 피고인(변호인) 중 누가 먼저 말하는지와 누가 마지막에 말하는지도 배심원단에게 심리적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배심원단이 앉는 위치가 검사 쪽 자리, 즉 피고인의 모습을 계속 바라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 검사는 법복을 입지만 변호인은 사복을 입는다는 점, 피고인이 구속 중일 경우 죄수복을 입고 재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 다양한 물리적 요소가 배심원단에게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판사보다 재판 경험이 적은 배심원들은 이러한 요소들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비용과 비효율성도 배심제 확대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근거입니다. 배심제의 기원국인 영국은 무려 12세기부터 배심제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영국에서는 1% 이하의 재판만이 배심재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배심제가 축소된 가장 큰 이유로 판사재판에 비해 10배 이상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꼽힙니다. 배심원 선정에서부터 사건에 대한 설명과 증거 공유, 재판을 위한 기초 법 교육, 수당 지급까지 배심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재정적 부담은 판사재판에 비해 매우 큽니다. 배심원단의 평결에 기속력을 부여해 재판에서 배심원의 책임과 권한이 커질 경우 관련 비용 부담 역시 더욱 커질 것입니다. 프랑스 역시 최근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배심제를 크게 축소한 바 있습니다. (23.01.03. 스포츠조선)

판결의 귀책 문제 역시 기속력 도입을 까다롭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만약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었는데, 치명적인 오판이 내려진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현재 한국에서는 판사가 오판을 내렸더라도 위법하고 부당한 목적이 있었거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특권이 존재합니다. 만약 귀책 사유가 인정된다면 국가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합니다. 그런데 배심원단이 내린 판결이 명백한 오판이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어떤 방식으로 물어야 할까요? 국가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비공무원인 배심원이 직접 배상해야 할까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배심원 개인이 판결에 대한 보복의 대상이 된다는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지난 8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배심원들의 개인 정보가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23.08.18. 경향신문) 



✏️배심원단 평결의 기속력 인정, 시민주도 공론장에서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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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대성. (2007). 영국에서의 형사배심재판사건의 축소화. 형사정책연구,, 109-133.
김동복. (2016). 한・미 형사배심재판제도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 인문사회 21, 7(6), 575-590.
오기두. (2007). 배심원의 판단능력. 저스티스,, 124-138.
윤영석. (2022).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공정한 평결을 위한 제안. 법학연구, 63(2), 83-119.
홍석한. (2018). 미국의 배심제와 그 시사점. 미국헌법연구, 29(1), 25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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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평결의 기속력을 인정해선 안 돼요. 고민돼요. / 다른 의견이 있어요.

시민들이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것은 좋은데, 기속력을 가지는 것은 우려됩니다. 판단에 개입되지 않아야할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의 문제로 판단의 공정성이 우려돼요. 배심원의 판단을 참고하는 지금 형태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 오늘은님 댓글에 공감이 되네요

배심원단 평결의 기속력을 인정해선 안 돼요.

공정성이 훼손되는 민주화는 필요없다.

배심원단 평결의 기속력을 인정해야 해요. 고민돼요. / 다른 의견이 있어요.
본문에서 언급된 '사법 영역의 민주화'라는 개념에 매우 공감합니다. 그런데 사법 영역인만큼 전문성과 책임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심원단 평결의 기속력을 인정해야 해요. 고민돼요. / 다른 의견이 있어요.
배심원 제도의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해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가령 배심원의 판결에 공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만장일치 판결에만 기속력을 인정하거나 특정 비율 이상일 경우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우려되는 지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판사의 독단적인 결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민이 판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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