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더 설치해야 할까요?
2023.03.07
환경부가 설악산 국립공원 내 신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 사실상 허가의 입장을 밝혀 연일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40여 년 동안 추진과 중단이 번복되던 계획이 새 정부가 들어서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정부와 강원도, 양양군은 설악산 케이블카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등 산행이 어려운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합니다. 반면 백두대간 보호지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천연기념물 등 보존 가치가 있는 설악산의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전문가와 단체, 시민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의 논의, 조금 더 알아볼까요?
우리나라에서 도시, 도로, 하천, 산지 등 대형 개발을 추진할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환경 파괴를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법」을 시행하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개발 계획 단계에서 정부가 전문기관에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하고, 해당 평가서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사업자는 개발을 착수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검토 과정 중 난개발이 우려되는 경우, 정부는 해당 개발 계획을 반려하거나 보완하도록 조치하기도 합니다.(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
설악산 국립공원에 신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계획 역시 ‘환경영향평가’ 대상입니다. 2015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케이블카 신규 설치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낸 후, 사업자 양양군은 환경부에 총 3차례에 걸쳐 환경영향평가서(본안, 보완, 재보완)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줄곧 부정적인 견해를 비췄습니다. 2016년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는 동·식물상 현황 정밀조사,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대책 등 관련 보완을 요청했고, 2019년 보완서에 대해서는 “설악산의 자연환경, 생태경관, 생물다양성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기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립생태원 등 전문 검토 기관도 케이블카 신규 설치가 설악산 환경에 미칠 각종 악영향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환경부, 2019.09.16.)
그리고 지난 27일 환경부가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환경부가 그간 밟아온 행보와 상반될뿐더러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전문기관 5곳이 내놓은 검토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재보완서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전문 검토 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케이블카가 산양 서식지를 교란하고 상부 정류장으로 인해 아고산대 지형이 크게 훼손”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또 국립환경과학원은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부지를 산양 서식지 핵심구역에서 제외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와 같은 검토 의견이 나오자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2월 21일 국회에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한겨레, 2023.02.27.) 그러나 일주일 후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라는 입장을 낸 것입니다.
정부 손아귀 속의 케이블카 신규 설치
오랜 시간을 끌어온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신규 설치 논의가 갑작스레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현 정부와 현 도지사의 정책 과제를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진 사업으로 강원도에 15개 정책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그중 한 분야는 ‘오색케이블카 건설 등 5대 거점별 관광 테마 개발로 글로벌 관광 도시화’인데요. 그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라고 말하며 사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더하여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환경은 자연을 활용하며 보존하는 것”이라며 보존보다는 개발을 추진하고자 하는 환경관을 밝힌 바 있습니다.(강원일보, 23.02.13.)
현 강원지사 역시 정부와 맥을 같이 합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5대 공약으로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내세웠습니다. 김 지사는 공약 목표로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강원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므로 신속하게 조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중앙선거위원회) 또한 김 지사는 지방자치단체 권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설악산 케이블카 신규 설치 사업에 대해 “그렇다고 해서 100% 이게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그럼 거기에 따른 책임은 우리가 지겠다.”고 말합니다.(노컷뉴스, 23.03.03.)
정부·지자체💬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소수자 문화향유권 보장!”
그렇다면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가 신규 설치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먼저 정부와 강원도, 양양군은 이번 계획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강원도는 속초와 인제군을 통해 설악산을 방문한 방문객은 각각 472만 명과 149만 명이지만, 양양군에 속한 설악산을 방문하는 방문객은 85만 명에 그친다고 합니다. 따라서 양양군 오색리에 있는 오색약수터에서부터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연간 174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으리라 전망합니다.(한국일보, 23.02.28.) 한국환경연구원은 설악산 관광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1520억원, 고용유발효과는 935명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동아일보, 23.02.28.)
더하여 강원도는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과 같이 산행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 자연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김 지사는 “몸이 불편하시거나 이런 분들도 한번 가볼 수 있게 해드려야”한다며, “환경을 보존하면서 그걸 또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드리자”고 말했습니다.(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3.02.28.)
전문가·환경단체💬 “환경 파괴 우려! 설악산은 시작일 뿐 다른 국립공원도 위험!”
앞서 말했듯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신규 설치가 환경생태계에 불러올 악영향을 가장 우려합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등 보존의 가치로서 중복 채택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설악산은 산양, 하늘다람쥐, 담비, 독수리 등 멸종위기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구역이기도 합니다. 원주환경청은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으로 하여 자연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전가치가 높은 동식물에 대한 영구적인 훼손이 우려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더불어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신규 설치가 불러올 파급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설악산 외에도 지리산, 북산산, 소백산 등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정부가 국립공원 중에서도 보존 가치가 최상위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하는 행보는 곧 다른 구역들로 속속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설악산에서도) 케이블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국가가 판단했는데,(...) 다른 지역들에서는 어떤 사유로 개발을 막겠나”라며 “일련의 결정은 보호지역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신규 설치를 둘러싼 논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장 공감하는 선택지를 고르고 댓글에 의견 남겨주세요!
🤔고민 되나요? 질문이나 기타 의견이 있나요?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코멘트
7오호 개발주의가 산을 갈아엎는 이유를, 이제 사회에서 주변화된 사람들의 접근성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전환시켰네요. 환경, 강산에 관한 문턱의 민주화(?)인가요. 근데,,, 그런 접근성을 말하려면, '산 까지 가는 길', 주거, 노동의 공간에의 베리어들을 먼저 무너뜨리고 부수는 일이 행해져야하지 않나요. 뭐, 직장에 나설 때, 일을 할 때, 친구를 만날 때에 일상적으로 이동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문제는 모른체하면서 말입니다.
효경님 말씀에 적극 동의합니다. 애초에 환경을 '활용'하는 목적 자체가 보존과 공명할 수 있는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들고...개발논리가 생태환경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은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다는 점에서(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합니다...(환경평가는 도대체 뭘 기준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요
다만 개발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제시된 의견이라 하더라도 설악산 도보이용이 어렵기에 케이블카가 효용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그래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생각은 드네요...
도보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이동약자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을 합니다만... 그럼 그동안 진행된 논의는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설악산을 가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산세가 험한지, 어떻게 자연이 되어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입장은 있지만 살고 있는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잘 알지 못해 판단하기 힘드네요..
“환경은 자연을 활용하며 보존하는 것”이라는 말이 다소 모순적으로 들립니다... 환경은 인간의 것이 아닌데 활용을 한다는 말이 조금 웃기게 들리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동시에, 소수자의 문화향유권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지자체장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몇년 머물다 떠날 사람들이 자신의 치적을 남기겠다고 만고의 강산을 구석까지 파헤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줍잖은 개발 논리로 지역주민들을 분열시키지 말고 자연 앞에서 겸손을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