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와 이태원 참사,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2022.11.17
이태원 참사 VS 10·29 참사
얼마 전부터 뉴스에서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5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오늘부터 이태원 참사가 아닌 10·29 참사로 부르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죠.
<지난 5일 MBC 뉴스데스크>
10·29 참사라고 먼저 제안한 곳은 ‘한국심리학회’입니다. “지역 혐오 방지를 위해”서 이렇게 부르겠다고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 지을 경우 부정적인 지역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서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염려를 표시했습니다.(10.29 참사에 대한 한국심리학회 성명서) 실제로 언어학자인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지난 3일 TBS 라디오에서 “우한폐렴이 아니라 코비드19라고 부른 것처럼 이태원이라는 지역명을 쓰지 말고 차라리 10·29 참사라고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2001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참사를 ‘뉴욕 테러’와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9·11 테러'라고 부르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지요.
<지난달 30일에 발표된 10.29 참사에 대한 한국심리학회 성명서>
그러나 명칭의 변경 없이 이태원 참사라고 부르자고 이야기하는 입장도 여전히 많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8일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이번 재난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여전히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참사가 20대가 주로 찾는 서울 도심 한복판 골목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공간적 특수성이 작용했다"고 하며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도 공공화장실과 여성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한 사례라고 이야기합니다.(‘이태원 참사’와 ‘10·29 참사’…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한겨레)
<11월 21일 발간 예정인 한겨레 21.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사회적 참사를 극복하고 예방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0·29 참사라고 부르게 될 경우 어떤 사건이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태안기름유출사고’가 아니라 ‘허베이스트리트호기름유출사고’로 변경하여 부르자고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태안’이라는 지역 명명이 문제가 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름 유출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명명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10.29 참사'보다는 ‘이태원 참사’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각 입장 모두가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10·29 이태원 참사’로 병기해서 쓰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여연대도 그렇게 쓰고 있고, 캠페인즈에서도 현재 그렇게 사용하고 있네요.
이름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으신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코멘트
12여전히 고민되네요. 피해자 유족들은 무엇을 원할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태원 지명이 들어가는것이...
'할로윈 이태원 참사'가 문제의 성격을 제일 잘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고민되긴 하지만.. 이태원 참사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29 참사라 부른다고 해서 이태원이라는 장소를 떠올리지 않게 되진 않을 것 같아요. 재발 방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이번 사건을 잊지 않으려면 이태원 참사로 부르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완전 동일한 사례는 아니지만, 수리남이나 곡성 등 지역명을 가지고 무엇을 한다는 건 꽤나 사람들의 인식에 크게 남는 것 같아요. 이태원에 사시는 분들, 계속해서 장사를 해야하시는 분들을 고려하면 지역명을 떠올렸을 때 참사를 떠올리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두 의견에 모두 동의합니다. 병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다만, 10.29참사라고 부르자는 입장에서는 병기하는 것이 좋아 보이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런 논의 자체가 이번 참사를 더 오래 기억하는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태원이라는 이름을 이야기할 때 참사를 계속 떠올리게 된다면 과연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까요? 만약 제가 이태원 사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참사, 혹은 사건들을 명명함에 있어서는 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사나 뉴스에서 먼저 제시해준 용어를 사용했었고 이 단어들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일들에 있어서는 단어 하나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신중하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숫자로 표현하기 보다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집중한 명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투표를 올리기 전까지는 고민이 되었었는데, 투표를 만들면서 10.29 참사보다는 이태원참사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10.29 참사라고 하게 될 경우 지금은 다들 기억하겠지만 몇년이 지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우려가 듭니다.
'10.29 이태원 참사'는 예방 차원에서든 대응 차원에서든 정부에 원인과 책임이 있는 대형 '사회적 참사'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참사의 이름은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함축하고 있는 '사회적 기억'으로서의 이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29라는 날짜는 그것을 잘 드러내주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이태원 참사'라는 명명은 이태원역 옆의 좁은 골목에서 핼러윈 축제 시간에 정부 차원의 예방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는 의미를 어느정도 함축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0.29 참사'로 명명하고자 하는 분들의 문제의식도 공감이 갑니다. 어떤 이름이든 유가족들의 의사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유가족들의 의사가 확인된다고 그에 따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10.29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태원참사라고 부르는 이유도 둘 다 공감이 가서 고민이 많이 되는데, 일단 유가족이나 피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중요하겠지만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대형 참사의 이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좀 정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