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일본 순사’나 ‘왜경’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실제로 191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흔히 ‘순사’라 불린 경찰들은 조선인들을 직접 때릴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고 합니다(<조선 태형령>). 따라서 1954년 국회에서 검찰과 경찰 중 경찰이 더 위험하고 이미지가 안 좋다고 판단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검찰이 갖는 <형사소송법>이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는 김대중 정부 때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해 정권마다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소, 수사, 영장 청구, 형 집행이라는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입니다.
?조금 더 알아볼까요?
20년 가까운 논쟁 끝에 2021년 1월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범죄 등 여섯 가지 항목으로 제한되었습니다. 또한 검찰의 직접 수사에서 경찰이 이미 마친 수사에 대해 보강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부각되며 검찰이 가지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논의가 뜨거운 화제가 되었고, 결국 2022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기존의 여섯 가지 항목 중 ‘경제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를 삭제하고(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 검사가 합리적인 근거 없이는 별도로 사건을 수사할 수 없게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률은 2022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수사권’과 ‘공소권’이란?
수사권이란 형사사건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원래 모든 수사의 최종 책임자는 검사이며, 검사가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기소독점권 등을 가지고 있었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했습니다. 2021년 1월부터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검 경관계를 수직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변경하였고, 수사종결권도 경찰에게 넘겨서 경찰이 수사를 1차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시사상식백과)
공소권이란 형사사건에 대한 심판을 사법부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기소권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전 비상대책위원장 “검찰은 수사·기소권을 한 손에 틀어쥐고 선택적 수사와 정치개입으로 법치를 교란하고 사법 정의를 훼손해왔다.”
?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국민의 권리 보호, 수사권의 정치 권력화 방지, 검찰 권력의 검로남불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돼야 한다"
?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경찰 수사권에 대한 견제는 검찰의 기소권으로 하는 것"
? 금태섭 전 의원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시지휘권을 없애다시피 해놓고 검찰의 수사권도 박탈하려 한다.”
? 전직 검찰 간부 51명 "국민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있을 경찰의 오류에 대해 검찰수사라는 또 한 번의 기회를 갖는 것이 더 안전하다"
? 서울 남부지검 검사들 “검사의 수사가 문제라면 똑같은 이유로 경찰 수사도 문제인데, 이에 대한 통제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수사/기소권이 분리되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져야합니다.
검찰로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검찰이 비중립적이거나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음을 비판하고 있으며, 경찰 권력의 비대화는 검찰의 기소권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4월 13일, 비상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검찰은 수사·기소권을 한 손에 틀어쥐고 선택적 수사와 정치개입으로 법치를 교란하고 사법 정의를 훼손해왔습니다. 현재 검찰 권력은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토대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비대위원장은 “수사·기소권을 먼저 분리”한 후 “경찰 수사권에 대한 견제 장치도 조속히 마련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비대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검찰개혁으로 정치검찰의 시대를 마감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호중 의원 블로그)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22년 4월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권리 보호, 수사권의 정치 권력화 방지, 검찰 권력의 검로남불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행정관은 "검찰이 경찰보다 능력이 우수한 건 인정할 수 있지만, 문제는 검찰이 왜 개혁의 대상이 되었냐"라고 질문하며, 그 이유는 "바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가 좋은 칼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약에 취해 있으면 제대로 된 요리보다는 상처를 입힐 확률이 높다"고 말하며, "열심히 일하는 검찰도 많지만 소위 정치뽕, 정치권력 마약에 취한 검사가 수사권이라는 칼을 사용한 사실이 있었기에 결국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금 상황을 검찰이 자초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원.2022.04.18.)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2022년 4월 19일, 원내 4당 원내대표 모임에서 "경찰 수사권에 대한 견제는 검찰의 기소권으로 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일방적으로 평가할 게 아니라 경찰 수사권이 검찰에 종속되면서 나타난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의원은 "검찰개혁의 중추는 수사·기소의 분리이고, 그런 방향으로 과거에 추진됐으나 6대 범죄를 그저 남겨놓는 미진한 방향성으로 됐다"며 "미진한 부분은 시급하게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은희 의원 블로그)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하지 않고 검찰만 제한하는 것은 불공평하며, 검찰의 수사권은 경찰의 수사를 재검토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한 사항이라고 주장합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2021년 2월 2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검찰과 경찰 중 어느 한 기관이 독점적으로 결정을 못 하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검찰이 직접 수사를 못 하게 하면 그 대신 경찰에 대한 통제는 강화해야” 하는데 현재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시지휘권을 없애다시피 해놓고 검찰의 수사권도 박탈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태섭 의원 블로그)
2022년 4월 19일, 전직 검찰 간부 51명은 '이른바 검수완박에 대한 전직 검찰 간부들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적정한 절차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검찰이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사 절차를 개혁할 것을 건의,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검사의 수사권은 공소권자인 검사가 사건을 직접 확인하여 억울한 사람은 없는지, 죄를 짓고도 처벌되지 않는 사람은 없는지 판단할 수 있을 필요 불가결한 방법"이라며 "검사가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고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면, 검사는 오로지 경찰이 수사한 결과만으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국민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있을 경찰의 오류에 대해 검찰수사라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얻는 것이 더 안전하다"라 말하고, "검사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힘 있는 사람은 처벌하지 못하고 힘없는 다수의 국민들은 피해복구나 인권 보장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BN.2022.04.19)
2022년 4월 25일, 서울 남부지검 검사들이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사 일동은 “검사의 수사가 문제라면 똑같은 이유로 경찰 수사도 문제인데, 이에 대한 통제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라고 말하면서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견제 조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또다시 검사의 수사권만을 박탈하면서 경찰 권력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라고 말하고, “다수 국민들이 피해자인 일반 형사사건에 대해 오히려 불편을 가중하는 이번 입법이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2022.04.28.)
?♂️외국의 사례는?
<출처 : 서울신문>
‘한인검사협회’가 2017년 발간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미국 검찰의 수사권은 ‘보완수사 요구’와 ‘수사 협력’에 가깝다고 합니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 검사는 검찰수사관이나 경찰에 요청하게 됩니다. 검찰청에는 한정된 수의 검찰수사관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지만, 경찰은 방대한 수사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단순히 수사기관의 증거를 취합하는 것이거나, 목격자로부터 후속 진술을 청취하는 정도라면, 검사가 검찰수사관에게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겨레.2022.05.05.)
독일의 경우, 검찰은 직접수사권과 경찰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민생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고, 대형 사건은 검찰이 수사합니다. 하지만 독일 검찰에는 수사관 인력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검사가 사건을 직접수사해도, 경찰이 도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즉, 경찰이 우리나라의 검찰 수사관 같은 역할도 하는 셈입니다. 독일 검찰은 우리나라처럼 법으로 6대 범죄로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통상 공직비리와 중대 경제 범죄를 위주로 직접수사 한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를 중점검찰청 제도라고 부릅니다. 중점검찰청은 금융, 조세 등 전문 분야의 범죄를 전담하는 검찰청들로, 전국에 49개가 있습니다. 중점검찰청 소속 검사들은 수사와 기소를 둘 다 담당합니다. (MBC.2022.04.15.)
영국의 경우, 2003년부터 검찰은 기소만, 경찰은 수사만 하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국은 ‘사인소추’라고 하는, 개인이 개인에게 형사소송을 제기(소추)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의 힘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약한 편입니다. 또 영국 검찰은 경찰 수사지휘권이 없는 대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려면 검사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면 미국처럼 검사와 수사 초기 단계부터 협의를 합니다. 수사하는 내내 검사와 소통하기 때문에 검사가 이후 보완수사를 직접 하거나 요구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예외도 있습니다.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은 대형 경제 범죄에 한해서 수사와 기소, 재판까지 책임집니다. (MBC.2022.04.15.)
일본의 경우, 검찰은 부패범죄, 기업범죄, 탈세 및 금융범죄를 특별수사부 3곳, 특별형사부 10곳에서 직접수사를 합니다. 특별수사부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에 위치해 있고, 특별형사부는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를 제외한 10곳에 있습니다. '부서' 개념이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검찰청급 규모입니다. 그 외 일본 검찰청은 경찰의 송치 사건을 기소합니다.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되, 중대범죄는 검찰이 수사합니다. (MBC.2022.04.15.)
✏️검찰개혁 논란, 시민주도 공론장에서 논의하자!
여러 정권을 거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여러번 논의되었는데요. 지속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권력독점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의 검찰개혁, 필요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장 공감되는 선택지를 고르고 댓글에 의견을 남겨 주세요! ?♀️
??♀️고민 되나요? 질문이나 기타 의견이 있나요?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코멘트
8동의!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동시에 갖지 말아야 한다는데는 동의합니다ㆍ더하여 독립된 권력형 범죄에 대한 특별수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 이슈가 도대체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분명 큰 영향을 미칠 일이긴 한데, 시민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권력싸움으로 서로 싸움하는 구조가 짜진게 답답했어요.
어려운 문제지만, 현재 한국 상황을 보았을 때 검찰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소권으로 경찰 권력을 견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경찰과 검찰이 스스로를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참 요원한 일이네요.
검경수사권 분리가 필요한 것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검찰 뿐 아니라 경찰에 대한 견제와 경찰 내부 개혁도 같이 가져가서 논의가 되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 법안의 통과로 인해 성범죄 등 피해자들의 일상 생활이 무너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졸속 수사가 될 가능성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보니 검경수사권 분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나온 대안이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완벽한 방법이나 대안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또 변화가 필요할 때 최악의 상황만을 생각하고 보수적으로 행동하는게 좋지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죠..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져요. (변화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는..)
저는 다른 무엇보다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무섭습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가 부실하고 공정하지 못한 것이 더 두렵습니다. 검찰, 경찰 간 헤게모니로 중요한 사건들이 지연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누가 되었건 본인이 칼을 쥐었다 생각하면 칼 든 본인의 생각이 맞고 너희는 그르다 내가 맞는 것을 찾아서 끼워맞춘다, 하는 자신의 신념에 맞는 확증편향에 배치되는 정보 수집과 그에 따른 결과들에 분노합니다.
그래서 더욱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 간 견제하되 이 모든 것을 보완할 방법은 없는건지, 칼 손잡이가 아닌 칼날을 쥐고 누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싶은지,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싶은지 힘있는 자들의 '샅바싸움'이 계속 되는 듯 합니다.
저는 다른 선택지들도 공감을 하는데, 이후의 일을 생각해보면 그럼 경찰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단순히 '경찰의 몫이다' 라고만 남겨두기에는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나 행안부에서 경찰을 경제/통제할 방안을 마련한다는데, 이건 또 아닌 것 같구요.
다른 선택지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데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도 맞고, 경찰의 수사 오류에 대한 대안도 있어야겠다 싶기도 하네요. 경찰권력 비대화 관련 기사 붙입니다. https://news.kbs.co.kr/news/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