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가디언즈] 환경부의 하나마나한 탁상행정식(?) 답변이 왔습니다.
2022.11.27
사진 @pesce
지난 10월 18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법에 명시된 일회용 컵보증금제의 제대로 된 시행을 촉구하며 윤석렬 정부와 환경부에 서명을 전달하였습니다.
지난 5월 20일, 환경부는 6월 10일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발표 직후 컵가디언즈는 전국의 자원순환 활동가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를 규탄하고, 제대로 된 제도 시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컵 줍깅을 진행해왔는데요.
그 결과 지난 4개월 간 711명의 시민이 6,477분 동안 10,990개의 일회용 컵을 수거했으며, 그 일부를 대통령실 앞으로 운반·전달했습니다. 또한 지난 152일간 10,194명 이상 참여한 온라인 서명운동(https://campaigns.kr/campaigns/654) ‘쓰레기 줄이는 일용 컵 보증금제를 지켜주세요!!’의 결과를 대통령실에 전달했습니다.
이름만 한줄로 최대한 간략히 뽑아도 10,194명의 서명은 A4 종이 270장이 넘더라고요. ㅠㅜㅠㅜ 만명의 의미란 그렇게 길고 무거운 것이었어요. 서명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넘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 무게를 종이에 담지 않았어요. 서명 명단을 확인할 수 있는 큐알코드 한장으로 '스마트'하게 인쇄했어요. 서류봉투는 국세청에서 제게 보낸 서류가 봉투가 있길래 재활용하였습니다.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저희의 진정성을 알아주시길 바라며 ㅎㅎ
그러나 11월 3일에 수신한 환경부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귀하의 민원에 대한 검토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블라블라
1. 세종시, 제주도 등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1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우선 추진하고자 합니다.
→ 전국 시행해달라고 했는데 답변은 세종 제주 시행한다 '답정너'로 일관, 언제 전국 시행할지 일언반구 없음
2. 소비자의 컵 반납 편의성을 제고하고 매장의 컵 반납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해 무인회수기 설치 및 반환수집소 등 매장 외 반납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컵보증금제가 적용되는 어떤 카페에서든 컵 반납 가능한 교차반납 요구했는데 이에 대한 답변 없음, 반대로 브랜드 별로 교차 반납 허용 안 한다고 발표됨. 또한 무인회수기 몇 개 설치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음
→ 매장 1곳인 카페 브랜드가 세종와 제주 약 30%나 되는데 그럼 이 카페에만 반납하라고!! 카페 어디서나 교차반납 하는 것을 막아버린 재활용 제도??
→ 무인회수기가 공공청사에 설치되어 있어 세종, 제주에 보증금 적용된 일회용 컵 반입 허용했는데, 이를 계기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시하지 않는 전국의 모든 청사에 일회용 컵 반입을 허용한다고 함, 공공기관서 일회용 컵 반입 허용하자면서 그 이름이 <공공기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임. 헐... 컵보증금제도 안 하고 일회용 컵 무인회수기도 없는데 뭔 소리....
3. 중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라벨비, 카드 수수료 등 실비와 더불어 무슨 무슨 구입비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 기자회견 발언으로 참석하신 일회용 컵 수거업체인 전주덕진지역자활은 약 1억 이상을 투자하고 컵 수거 보관 공간, 트럭, 인력 등을 고용하였으나 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이 무산되면서 이를 모두 떠안게 됨. 그러나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함. 영세하지만 저소득층 지역사회 일자리를 마련하는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지역자활 등의 컵 수거업체 지원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음
★눈물 터지는 전주덕진지역자활 사연 ㅠㅜㅠㅜ
[경향신문] 일회용컵 보증금제 축소로 ‘낙동강 오리알’된 일회용컵 수거 시범 업체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21031135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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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보증금제 망하면 안 되고
꼭 전국 시행돼야 하는 이유
1. 현재 국내 일회용컵 재활용률 5>#br###한해 지구 4바퀴의 양 버려짐
2. 해외, 보증금 시행시 해당 재활용품
재활용 최대 90%까지 증가, 이미 증거 차고 넘침
3. 카페 컵 수거시 커피박, 우유팩 등
재활용 어려운 카페 폐기물 모두
한번에 수거해 재활용 시킬 수 있음
요즘 친환경 퇴비, 재활용 화분 만드는
커피박만 따로 안 걷도 다 함께 수거 차차차
재활용 효율 향상!
1수거 3품목 재활용 ❤️❤️
실제 전주시덕진지역자활이
이렇게 하려고 준비했어요.
하지만 지금 컵보증금제가 시행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옥소폴리틱스가 최근 ‘일회용컵 보증금제 일부 지역 우선 시행 어떻게 생각하세요(응답자 316명)’라는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57% 응답자가 일부 지역만 우선 시행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대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25%에 그쳤습니다.
이는 컵보증금제의 뒷단인 재활용 산업 체계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재활용 컵도 산업인지라, 컵이 조금 모이면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세종과 제주만 모아서는 재활용 규모의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좁은 지역에서만 모으면 재활용 수거하는 비용이 컵 재활용 수익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지금은 컵 수거 단가가 컵 1개당 4원, 10원인데요. 컵보증금제가 전면시행되지 않으면 수거비용이 높아져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어려워집니다. 재활용 산업이 망하는 건데요. 컵보증금제는 재활용 안 되는 컵을 수거해 재활용시키고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데요. 이렇게 부분 시행할 경우 목표 자체를 이룰 수 없게 됩니다.
차라리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이나 서울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전국 시행하면 어땠을까요. 수도권은 인구밀집이 높아 카페들도 많고 모여 있어서 컵 수거 효율이 가장 좋습니다. 홍대나 강남 카페 거리만 돌아도 수많은 일회용 컵을 수거할 수 있는데요, 세종과 제주는 수거 효율이 떨어져 드는 돈 대비 실제 효과가 떨어집니다.
또한 20대 중도 성향 응답자는 “보증금제는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개인컵을 의무화하는 게 훨씬 환경에 도움이 될 듯”이라고 답했는데요.
컵보증금제 이야기를 하면 긍정적으로 텀블러나 다회용 컵 사용하게 하라고, 왜 사람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인 정책을 하냐는 의견이 많아요. 아 정말이지 제 소원이 개인컵 의무화입니다!!! 자기 컵 안 가지고 다니면 음료 팔지 못하게 하는 거요. 하지만 이야말로 컵보증금제 반대하시는 분들이 컵보증금제를 보며 “현재 실정과 다소 거리 있는 정책을 굳이 도입해야 하나"고 비판하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요. 실제 이렇게 하면 카페들 망할 걸요? 사람들 카페 앞에서 봉기하지 않겠어요? 전국민 텀블러 소지화를 이룩하기란 ㅠㅜㅠㅜ 그저 쓰레기 덕후들의 꿈 ㅠㅜㅠㅜㅠㅜ 저도 정말 이러고 싶어요. 개인컵 의무화!!
텀블러 할인 혜택이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텀블러 사용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정말로 개인컵과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회용 컵 사용하는 과정에 한 단계 단을 건너뛰게 하는 컵보증금제가 실시되어야 합니다. 실제 다회용 컵을 세척하고 대여하는 서비스를 하는 트래쉬버스터즈는 컵보증금제 전국 시행이 연기되면서 다회용 컵을 도입하려던 카페들이 계약을 줄줄이 취소했다고 전했습니다. 다회용 컵 대안 비즈니스도 컵보증금제와 일회용품 규제의 기반 위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슬아 작가님 칼럼에 이런 내용이 있어서 마음에 남아 공유드립니다.
작가 강남규는 <지금은 없는 시민>에서 ‘시스템주의자’와 ‘의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스템주의자는 “어떤 위기를 극복할 책임은 시스템에 있으니 자신에겐 뭘 요구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사람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의인은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누구보다 앞서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의인의 이야기를 전해듣길 좋아하는 동시에 시스템주의자처럼 말하길 좋아한다고 강남규는 통찰한다. 그가 주목하는 건 시스템주의자와 의인 사이의 시민들이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공백의 영역에 시민들이 자리한다. 의인처럼 해낼 여유가 없는 시민들도 문제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수는 있다.
선의를 모으고 책임을 나누고 서로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 <지금은 없는 시민>을 통해 강남규는 서로에게 좋은 변화의 계기가 되는 시민의 존재와 그들 사이의 연쇄 작용을 희망한다.
-이슬아 칼럼 [소를 먹지 않는 시민] 중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위해 모인 컵가디언즈들, 모두 누구보다 앞서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시스템의 잘못만을 탓하지 않되 자신의 삶을 바꾸고 그 동력으로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그 시스템의 변화가 바로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 컵으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컵보증금제 시행입니다.
환경부는 11월 24일부터 매장 내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편의점에서 비닐봉투를 주는 것을 금지합니다. 대대적으로 일회용품 줄이는 정책이라고 선전하더군요. 그런데 작년 1년간 준비할 시간을 주고서 또다시 1년의 계도기간을 허용하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원래 법을 어기면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되는데 이를 어겨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불법주차된 차를 암만 신고해도 어떤 처벌도 없다면 누가 지킬까요. 지금 딱 그런 꼴입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으니까 안 한다고는 못 하고 6개월 연기에 세종 제주에서만 축소시행하는 등 하는 척만 합니다. 실제 진심이라고는 한 방울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환경부의 답변도 진정성은 물론 구체적인 계획마저도 들어있지 않네요. 이게 시민 만명이 서명한 질문에 대한 답인지요. 환경부가 아니라 '황당부' 혹은 '기재부 2중대'라는 소문이 과장이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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