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탄핵 D-0 스페셜 리포트: 윤석열 정부 몰락의 27가지 장면.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세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1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② 탄핵과 구속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
돌아보면 윤석열은 정말 이상했다.
일찌감치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 자를 쓰고 나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논란이 되자 “연세 많으신 이웃 주민이 써줬는데 안 지워졌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 번도 아니고 확인된 것만 세 차례였다. 누가 써줬는지도 말이 계속 바뀌었고 안 지워진 게 아니라 지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손가락 위주로 씻었다고 해명했지만 애초에 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몰락의 결정적인 장면 27가지를 살펴봤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혹도 많다.
(경제 관련 이슈는 시리즈 1편, “민주주의가 경제다, 윤석열 탄핵을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이유”에 있습니다. 편집자 주.)
1. 고속도로는 왜 휘었나.
결국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삽도 못 떴다.
고속도로가 휘었는데 알고 보니 김건희 땅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벌어진 일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21년 4월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윤석열 당선은 2022년 3월10일, 취임은 2022년 5월10일인데 5월24일 개편안이 등장했다.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치 공세라며 백지화를 선언했고 아직 방치된 상태다.
2.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파티, 엑스포는 참패.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실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박빙의 승부”라며 재벌 총수들을 끌고 세일즈 외교를 다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 한국 부산은 29표에 그쳤다.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 고문이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정보력의 실패였다.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왜 사기를 꺾느냐”는 질책이 있었다고 한다. “예스맨들에 포위돼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엑스포 유치에 들어간 예산이 2년 동안 5744억 원이었다.
최종 발표를 사흘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회식을 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3. 바이든-날리면 논란, 애꿎은 MBC만 두들겨 팼다.
“(미국)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이 2022년 9월 미국 방문 도중 회의 직후 한 말이 방송을 탔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했고 외교통상부는 MBC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국익을 자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타지 못하도록 했고 “뭐가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의 질문이 무례하다며 도어 스태핑을 중단했다.
윤석열은 정작 ‘새끼들’ 발언을 사과하지 않았다. ‘바이든’이라면 미국 의회가 ‘새끼들’이 되고 ‘날리면’이라면 한국 국회가 ‘새끼들’이 된다. 명예훼손 소송 재판부는 MBC에 정정 보도를 명령하면서도 “바이든과 날리면 가운데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 “이게 나라냐”, 이태원에서 확인한 정부의 부재.
159명이 죽었다. 세월호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문책해야 한다는 요구에 윤석열이 이런 말을 했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진표(당시 국회의장)를 만난 자리에서는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망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김진표도 의장에서 물러난 뒤에야 공개한 사실이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는 좌파가 배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없다’를 쓴 정혜승(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네 가지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첫째, 정부는 역할과 책임을 부정했고 둘째, 수사만 하고 조사는 없었다. 셋째, 피해자들의 연대를 방해했고 넷째, 피해자들을 방치했다.
5. 아낌없이 퍼주고 농락당한 굴욕 외교.
윤석열이 최대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한일 관계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첫째, 강제 동원 피해자 보상을 3자 변제 방식으로 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쓰비시 등 피고 기업들은 배상 책임에서 빠졌고 일본 정부의 사과도 없었다. 2023년 3월 박진(당시 외교부 장관)이 “물컵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했지만 그 나머지 절반은 채워지지 않았다.
둘째,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강제 동원의 역사를 삭제하는 데 합의했다. 박물관 한구석에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만든 게 성의 표시의 전부였다. 전쟁 범죄의 흑역사를 묵인해 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도식이 열렸는데 강제 동원은 언급조차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이 있는 이쿠나이 아키코(일본 외무성 정무관)를 일본 대표로 내세운 건 외교적 결례를 넘어 도발에 가까웠다.
셋째, 오염수 방류도 허용했다. 7년이 걸릴 거라 했다가 30년으로 늘었다가 “적어도 30년”으로 다시 늘었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란 말도 나왔다. 오염수는 일본이 방류하는데 한국 정부가 국민들 세금으로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홍보 영상을 내보낸 것도 논란이 됐다.
강제 동원 피해자의 아들 정종건이 이런 말을 했다. “나라 없이 억울하게 끌려가 일했는데 나라가 있는데도 억울하다.”
6. 눈 떠보니 후진국, 국제 망신 잼버리.
새만금 갯벌 매립지에 4만 명이 텐트를 쳤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열사병이 속출했다.
샤워기는 5000개가 필요한데 1650개만 설치됐고 급수대도 278개에서 120개로 줄었다. 그늘도 없고 의료 시설도 부족했다. 편의점에서는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700억 원 넘는 예산을 들였지만 무엇보다도 화장실과 샤워실이 엉망이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대회를 주도해야 했을 스카우트연맹을 소외시키고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하면서 대회를 망쳤다는 지적이다.
“부끄러움과 참담함은 왜 늘 시민의 몫이어야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부랴부랴 조기 폐막과 함께 K팝 콘서트를 급조했고 아이돌 그룹을 동원해 ‘국풍 2023’ 관제 행사로 마무리했다. 김순덕(동아일보 논설위원)이 “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420억 원을 들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1년 뒤에야 준공됐다.
국정 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윤석열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말하고 넘어갔다.
7. 군인의 명예로운 죽음을 누가 모욕했나.
충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수색 작업에 나섰던 해병대 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사단장이 구명조끼도 주지 않고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해병대 상징인) 붉은색 티를 입으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국가가 보상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받아본 윤석열이 격노했고 갑자기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임성근(당시 사단장)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 박정훈(수사단장)이 애꿎은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알고 보니 임성근이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의 ‘선수’였던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골프치는 사이였고 이종호가 “내가 VIP에게 이야기할 테니 사표 내지 말라 했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 VIP가 윤석열인지 김건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종호의 허세였을 수도 있지만 윤석열이 왜 그렇게 임성근을 감싸고 돌았는지 밝혀지지 않는 의문이 있다.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김건희라는 의혹도 있었다. 윤석열이 휴가 중이었고 발신 기지국은 한남동이었다.
채 상병 특검법이 세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탄핵과 별개로 이 사건은 원점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
8.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윤석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거론될 때마다 “지난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수사팀이 꾸려진 건 2021년 8월이고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가 구속된 건 2021년 11월이다.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이 사건은 사실 관계가 상당 부분 확인돼 있다. 이종호는 “윤석열과 김건희 결혼 이후 김건희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주가 조작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36차례에 걸쳐 문자 또는 전화를 주고받았다.
김건희와 최은순(윤석열 장모)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증권사 직원이 “2650원이 될 때까지 매수하겠다”고 보고하자 김건희가 “알겠다”고 말한 정황도 확인됐다. 윤석열은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허위 사실 공표가 된다.
‘주포’가 ‘선수’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 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김건희의 계좌에서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간 사실도 확인됐다. 미리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은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됐고 다시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호가 말한 “삼부 내일 체크하고”도 검증해야 한다. 임성근과 골프 약속을 이야기했던 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해 5월 올레나 젤렌스카(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다음날 윤석열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틀 뒤부터 삼부토건 주가가 치솟기 시작해 윤석열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까지 주가가 무려 네 배 이상 치솟았다.
김종대(연세대 교수)는 “이종호의 정보력이라면 굳이 과거처럼 주가 조작을 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뭘 할지 사전에 알고 주식을 사두기만 하면 차액이 저절로 수익으로 굴러들어 온다”는 이야기다.
삼부토건은 윤석열과 특별한 관계다. 조남욱(삼부토건 회장)은 15년 동안 윤석열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 조남욱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있다. 김건희와 최은순과도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9. 디올 백을 왜 디올 백이라 말 못 하고.
최재영(목사)이 김건희에게 준 뇌물은 세 차례다. 첫째,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둘째, 40만 원짜리 위스키와 책 8권. 셋째, 300만 원 상당 디올 백 등 대략 520만 원어치다.
공직자의 배우자는 부정 청탁 금지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최재영과 윤석열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최재영은 청탁했다고 자백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뒤 국민권익위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양심에 반해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조국(전 조국혁신당 대표)과도 비교된다. 조국은 딸이 받은 장학금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며 유죄 선고 받았다. 다른 혐의들과 함께 징역 2년이 확정돼 수감될 상황이다.
KBS와 신년 대담에서 박장범(당시 KBS 앵커)이 “외국 회사의 조그만 파우치”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박장범은 KBS 사장으로 임명됐지만 반발하는 직원들을 피해 새벽에 출근하고 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