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가자지구에도 꽃은 핀다
아랍권 전통춤 답케(Dabke)를 알게 된 건 긴급행동 집회에서였다. 춤 선생은 팔레스타인계 여성 활동가였는데, 그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은 둥그렇게 서서 손을 맞잡은 채 발을 앞뒤로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빠른 아랍풍 리듬에 맞춰 양발을 현란하게 움직이는 답케를 따라 하기란 쉽지 않았다. 내 스텝은 꼬이기 시작했고 다른 참여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함께 춤을 추던 팔레스타인계 여성 활동가의 어머니가 두팔을 옆으로 쭉 펼치고 곡선을 그리며 몸을 흔들었다. 서안지구 난민으로 이주해 살아왔다는 한 노년 여성의 몸짓에서 부드러움과 함께 강인함이 느껴졌다. 연대의 마음을 담아 리듬에 몸을 맡기면서도 실시간으로 폭격이 진행되는 가자지구의 현실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언론을 통해 본 무너진 잔해, 난민촌 텐트에서 심각한 기아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떠올리며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라던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곱씹었다. 실상 춤은커녕 굶주림에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형편이겠지만 존재함으로서 저항해 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용기를 떠올리며, 답케 스텝을 한 발 한 발 떼었다.  공습으로 파괴된 땅,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생각하면 많은 이들이 ‘지옥’, ‘폐허’, ‘비극’과 같은 부정어를 떠올릴 것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향한 집단학살이 어느덧 8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고, 현지의 참상은 어떠한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 6월 10일(현지시간) 기준 가자지구에서 최소 3만 7천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8만 4천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지상, 해상, 공중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폭격을 퍼붓고 있으며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라파 공격 중단 명령에도 난민촌을 공습하는 등 학살을 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월 6일(현지시간)기준, 인질을 구출한다는 명목으로 누세이라트 난민촌과 인근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학교에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 사망자만 274명, 부상자는 700여 명에 이르고 건물 잔해에 깔린 실종자를 추가 집계한다면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전투원’ 희생자 명단이라고 주장하는 명단에는 8살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점에서 우리는 ‘하마스 제거’를 핑계로 한 이스라엘의 모든 공격이 실상 가자지구 민간인을 향한 집단학살이자 전쟁범죄임을 알 수 있다.   기아와 난민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자지구 ⓒ스튜디오R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협하는 건 이스라엘의 공습뿐 아니라 심각한 굶주림과 질병 등이다. 6월 12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현재 “재앙적인 기아와 유사 기근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어린이 10명 중 9명이 심각한 기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지속적으로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물품을 통제하여, 구호 물품이 검문소 인근에서 발 묶인 채 부패하고 있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이스라엘 정부가 기아를 ‘무기’처럼 전투 수단으로써 사용하며 인종청소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유일한 구호 물품 반입 통로인 라파 국경 검문소가 장악됐고, 구호 트럭 반입 수는 지난 5월 기준 하루 평균 97대로 집계되었다. 심각한 기아 상황인 가자 북부에서는 굶주림에 참다못한 주민들이 동물 사료를 먹는 일도 있었고, 해상으로 투하되는 구호 물품을 잡으러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익사한 사건도 발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7월 중순이 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구 절반에 달하는 약 100만 명이 기아로 사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늘만 뚫린 감옥’ 가자지구는 현재 극심한 인도적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자지구 출신 한 난민은 인터뷰를 통해 봉쇄와 폭격 속에서의 삶을 “사람이 아니라 새가 되었으면 하고 바랐던” 때라고 회고했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난민촌 및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시설 공격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행위이다. 지난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 인구 75%이상에 해당하는 170만 명 넘는 주민이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었다. 라파 난민촌 피란민은 지난 공습 당시 화염에 휩싸였던 상황을 전하며 “죽을 순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란민들은 난민촌 텐트에서 식량 부족 등을 겪으며 하루 하루를 견디고 있다. ‘생지옥’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참혹한 상황에서마저,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만류를 묵살한 채 가자지구 전역에 무차별적 공습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라파에 머물던 100만 명 이상의 가자 피란민들은 공습을 피해 남부로 이동했고, 현재 라파에 머무는 이들은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폐허 속에서도 재스민꽃은 싹 틔운다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타전되는 가자지구 폭격 소식, 비현실적인 사망자 수 등 비참한 현실에 한 명의 연대자로서 막막함을 느낄 때도 있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세계 시민들이 이 집단학살을 막을 수 있을까. 연대운동 흐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더는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긴급행동 집회가 16차까지 거듭될수록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은 더 격화되고 휴전 협상은 어렵기만 하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뒷배가 되어 학살을 지원하고 국제사회도, 그 누구도 학살을 멈추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무력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이 간절한 외침이 닿을 수 있을까. ⓒunsplash 팔레스타인 작가 모하메드 엘-쿠르드는 가자지구 북부에 핀 재스민꽃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허락이나 휴전이 없어도 싹을 틔우는” 재스민이 존재하는 이유는 끝나지 않은 나크바(대재앙)에서도 살아왔던 팔레스타인인이 있었기 때문이고, 늘 투쟁과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지옥’에서도 새싹은 틀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에 그늘이 질 때마다 폐허 속에 핀 재스민꽃을 상상해 본다. 집회 단골 참여자들과 눈인사를 주고받을 때, 행진 참여자에 음료수를 나누어주거나 그저 멀리서 행렬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며 눈물을 훔치는 아랍계 이주여성들을 마주하는 등 팔레스타인을 매개로 다양한 이들과 연결되는 경험은 연대자로서 역할을 돌아보게 된다. 쉴 새 없는 공습 속에 살아가는 가자 주민들을 떠올리며 세계 시민으로서 집단학살을 끝내기 위한 책임을 공유하고, 연대의 목소리를 내어본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시민들의 마음을 잇고 모으는 활동이 무력함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혹자의 말처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외침으로 집단학살을 끝낼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학살을 중단하고 즉각 휴전하라는 시민들의 여러 외침이 함성으로 모일 때, 우리의 연대가 연결되어 강해질 때 폭력의 악순환은 끊어낼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혼자가 아니라는 절실한 외침, 폭력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세계난민의날을 앞둔 6월 15일(토) 오후 3시, SK서린빌딩 뒤편에서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17차 집회가 열린다.텐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자 주민의 삶,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고향을 떠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삶을 매 순간 잊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고 연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이 하루빨리 평화와 존엄을 되찾기를 촉구하며 오늘도 광장에 모인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끝내기 위해 함께 외치자. 피켓을 높이 들고 거리를 누비자. FREE FREE PALESTINE!  🇵🇸   📌참고 모하메드 엘-쿠르드, “비가 오고 있다-진행형인 나크바와 현재의 혁명에 관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노션 페이지 *집회 등 관련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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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주민 관점에서 돌아보는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캠페인즈 미디어를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해당 영상은 2023년 10월 17일 촬영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흘렀다. 중동지역 언론인 알자지라 발표(11월6일 기준)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망자 1,400명,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9,922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가자지구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의 대부분이 가자지구에서 발생했고 희생자 중 아동과 여성의 비율이  60%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하여 가자지구 건물의 25~45%가량이 파괴됐고 주민들은 하루에 빵 2조각으로 버티고 마실 물이 부족해 염분이 있는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최악의 인도주의 재앙에 직면한 현 사태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인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90개 단체가 모여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국제사회의 공습 중단과 휴전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휴전은 곧 하마스에 대한 굴복이고 지상작전이 인질 구출의 유일한 길”이라고 공언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라트 역시 “전쟁이 끝나면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지구에,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며 “만일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그에게 먼저 도달한다면, 전쟁이 단축될 것”이라고 언급하였고,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의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이 비극의 중요한 역할자인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급증하는 민간인의 피해가 하마스의 인간방패 전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 게이트(?)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번 전쟁의 시작은 하마스에 있고 종착역 역시 하마스 제거에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팔레스타인에 온정적인 시선을 두었던 많은 국제사회 역시 10월 7일 하마스가 일으킨 민간인에 대한 무참한 테러와 살해, 납치에 대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10월 7일 이후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군에 의한 공격, 전기와 물, 식량과 의약품을 막아버리는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하마스 원죄+원흉론’은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군사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때로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을 분리(주민대피 명령 등) 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을 동일시(전기, 물, 식량, 의약품, 연료 차단)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나크바(Nakba)와 나크사(Naksa)  이 사태를 처음 접한 분들에게는 10월 7일이 시작이겠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 입장에서는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이 분쟁의 시작이다. 1945년경 토착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소유한 팔레스타인 영토는 87.5%이고 유대인은 6.6%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1947년 유엔이 제시한 분할안은 유대 국가에 56.47%, 아랍 국가에 42.88%, 예루살렘은 국제 관할 지역으로 0.65%를 할당하였다. 이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시작된 제1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여 전체 영토의 78%를 차지하게 됐다. 그 결과 75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난민이 되어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그들은 이스라엘 건국일을 ‘나크바(대재앙)’라고 칭하고, 아직까지도 현 이스라엘 지역을 ‘1948년 영토’로 부르며 빼앗긴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1967년 6월, 3차 중동전쟁으로 인해 현재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이 모두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당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때를 나크사(Naksa, 패배 또는 악화)라고 부르며 또 하나의 커다란 재앙으로 기억한다. 나크바 때 78%의 영토를, 나크사를 통해 나머지 22%의 영토마저 빼앗긴 것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난민 30만 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나크바에 의해 이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 Benny Morris의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의 탄생] 커버 사진,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 1989. 팔레스타인 난민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을 담당하는 기구인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1차 중동전쟁 이후 75만 명이었던 팔레스타인 난민은 오늘날 590만 명으로 늘었다(UNRWA 등록 기준). 또한 최근까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 약 160만 명의 난민들이 캠프 내 외곽에서 살고 있다. UNRWA 2022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난민캠프의 81%는 국가 빈곤선(National Poverty Line) 아래의 삶을 살고 있고 60%의 가족이 친척으로부터 식량을 빌리거나 도움을 요구하고 있다. 16세 이상 여성의 4%만이 고용되었고 9%가 구직 중이며 나머지 87%는 무직이거나 구직을 포기했다. 16세 이상의 남성은 29%만이 고용되었고, 29%가 구직 중이며, 나머지 42%가 무직이다.   70년 이상 세대와 세대를 걸쳐 난민캠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현실은 열악하고 극단적이다. 특히 2차 인티파다(2000~2005년) 이후 캠프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젊은 세대들에게 삶은 시작부터 감옥이었다. 이들에게 난민캠프에서의 삶은 공습과 공격이 반복되는 죽음과 절망의 삶이었다. 캠프의 많은 젊은 세대들은 각자가 선호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가입하여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저항 운동에 참여하였고, 이스라엘은 이들을 체포하고 제거하기 위한 공습과 공격을 반복했다. 그리고 난민캠프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희생된 이들은 ‘순교자(Martyr)’로 추앙받는다. 실제 팔레스타인 어디를 가나 순교자를 기리는 포스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피해 가족은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 분리장벽과 정착촌 2002년 2차 인티파다 이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에 설치된 총 길이 713km의 10미터 높이에 달하는 콘크리트 분리장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을 철저하게 막고 팔레스타인 마을을 두동강내며 주민들의 삶을 고립시켰다. 이 분리장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발부한 허가증이 있어야 하고, 허가증이 없으면 이동은 불가능하다. 또한 장벽 사이사이에 위치한 이스라엘군의 감시탑과 검문소, 상시 주둔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존재는 주민들에게 상시적 위협과 공포감을 심어 주었다.   또한, 가자지구가 2007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완벽하게 봉쇄됐다면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점령지역인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으로 인해 야금야금 영토가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국제사법재판소와 유엔인권기구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였지만, 이스라엘은 전혀 개의치 않고 1967년 이후 지금까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확대해왔다. 이러한  불법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전체 주민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폭력 중 하나이다. 이스라엘에 의한 군사공격이 2008년 이후 반복되고는 있지만 시작과 끝이 분명한 반면, 정착촌은 자신들의 마을 인근에서 계속 크기를 확장해 나가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착촌이 신규 건설되거나 확장되면 주변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토지는 필연적으로 몰수되고 거주민은 추방당하게 된다. 이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힘을 모아 집회 및 시위를 진행하지만 이스라엘 군의 진압에 막혀 정착촌의 건설을 막지 못하고 있다. 서안지구 나블루스 인근의 쿠파 카둠(Kufr Qaddum) 마을은 2011년부터 십년 이상 매주 금요일에 정착촌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십 명의 마을 주민이 부상당하고 수백 명이 체포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쿠파 카둠 마을의 정착촌 반대 집회에 참여한 주민과 이스라엘 군인들 / Mohamad Torokman/Reuters 4차례의 가자 침공 이번 전쟁 이전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공식적으로 4차례 반복됐다. 2008년 12월 27일부터 2009년 1월 18일까지 3주간 이어진 첫 번째 가자전쟁은 이스라엘 측 사망자 13명, 가자지구 사망자 약 1400명을 기록했다. 이후 2012년 11월 이스라엘이 하마스 최고사령관을 암살한 것을 계기로 하마스 측에서 로켓 보복 공격을 하자 이스라엘이 다시 가자지구를 공습하여 제2차 가자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 동안 팔레스타인 측 167명과 이스라엘 측 4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2014년 6월 이스라엘 소년 3명이 서안지구에서 살해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동시에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측 2251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 측 72명이 사망했다. 마지막으로 2021년 5월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군과 경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공격하자 하마스는 이스라엘 측에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또다시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232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 측도 12명이 사망했다.  단순히 사망자 수만 비교하면 이스라엘 측 1명이 사망했을 때 팔레스타인은 약 40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여기에 부상자와 폭격으로 인한 재산 피해 등을 더하면 양측 간 피해 규모는 크게 차이가 난다. 국제인도법은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 공격을 금지하고 기대되는 군사적 이익보다 민간인 희생이 과도한 공격은 금지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귀환을 위한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  2018년 3월부터 19개월 동안 이스라엘 봉쇄 철회와 난민 귀환권 보장을 요구하며 가자지구에서 진행된 귀환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 시위는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충격적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수의 참석자들이 비무장 비폭력 방식으로 시위에 참석했지만 이스라엘 군은 최루탄과 고무총탄, 실탄을 발사하며 시위를 진압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발표에 따르면 아동 46명을 포함하여 214명이 사망했고, 36,100명이 부상당했다. 이중 아동은 8,800명이다.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전체 부상자 중 22%(8천명이상)이 실탄에 의한 부상이고 실탄 부상 중 88%(약 7천명 이상)이 손과 발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저격수에 의한 조준 사격임을 의미한다. 당시 가자지구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수많은 환자들은 대부분 다리 부상 환자이고 온전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가자지구의 의료 서비스 붕괴로 인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 200만 명 중 36,100명이 부상당했던 비폭력 저항운동의 결과는 지켜봤던 국제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부상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 친척이었을 것이기에 그 때의 충격과 분노는 감히 예상하기도 어렵다.  귀환을 위한 대행진에 참여한 사람들 / The Palestinian Information Center 하마스와 파타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각 2023년 9월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Palestinian Center for Policy and Survey Research)의 여론조사(2023년 9월 6~9일, 127개 장소, 1270명 팔레스타인 성인 대면 인터뷰, 오차 범위 +/-3%)에 따르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에 대해 응답자 중 87%가 부패했고 하마스에 대해 72%가 부패했다고 응답했다.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자격에 대해서는 27%만이 하마스의 대표성을 인정했고 파타는 24%에 불과했다. 하마스와 파타 모두 대표 자격이 없다는 응답은 42%였다. 또한 새로운 의회 선거를 개최한다면 응답자 중 36%가 파타를 지지하고 34%가 하마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 중 2/3가 현재 상황이 오슬로 협정 이전보다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아랍 바로미터의 여론조사(2023년 9월 28일~10월 8일, 가자 399명, 서안 790명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7%가 하마스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72%가 하마스 정부는 부패했다고 응답했다. 78%의 응답자는 식량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이고 그 원인에 대해 31%는 하마스 정부의 관리 잘못이라고 응답했다. 정당 선호도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27%만이 하마스를 택했다. 이는 2021년 조사에서의 지지율(34%)보다 7% 하락한 수치이다. 또한 응답자 중 73%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선호했고, 58%가 2국가 해결안을 지지했다.  비단 이 2개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매년 방문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면 압도적인 비율로 현재 지배 정당인 파타와 하마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정당은 부패했고 독재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렇듯 낮은 신뢰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와 파타가 건재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 때문이다.   신규 무장세력 등장과 이스라엘의 대응 팔레스타인 통치세력인 파타와 하마스의 부정부패와 독재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지만, 이 역시도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하에서는 용이치 않다. 반복적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서안지구 공격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일상에서의 사회적 경제적 이슈보다는 군사 점령으로부터 생존권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무장 투쟁 방식의 해결책을 우선 고민하게 했다. 그 결과로 서안지구 나블루스와 제닌 지역에 신흥 무장 조직들이 탄생하게 되고, 파타와 하마스에 실망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들에게 열광하게 된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12월 극우파 종교적 시온주의자당과 초정통파 사스당,  통합토라유대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하면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정부를 구성했다. 그동안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던 2국가 체제마저 던져버리고,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하에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네타냐후의 집권 이후 이스라엘군은 신흥 무장 조직들을 테러리스트라 명명하고 나블루스와 제닌 캠프를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2023년 2월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나블루스를 공격하여 최소 1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80명이 부상 당했다. 이중 6명이 신흥 무장 조직 ‘라이온스 덴’의 조직원이라고 이스라엘군은 발표했다. 또한 2023년 7월 인구 1만 8천 명 규모의 제닌 난민캠프에 지상군 1000명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했다. 이는 서안지구에서 20년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 측 12명이 사망했다. 캠프 전체 인구의 1/3이 대피해야만 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시선으로 바라본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앞서 언급한 주요한 사건 외에도 이스라엘 점령 폭력과 저항 투쟁, 테러와 전쟁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오슬로 협정 이후 수립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하마스는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상실했고,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정책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기본권을 지속적으로 박탈했다. 특히 2008년 이후 반복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와 절망을 심어주었고, 2021년부터 가중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과 정착촌 확산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증오와 분노를 안겨주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바라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은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영토에서 몰아내는데 혈안이 된 이스라엘이라는 존재와, 팔레스타인 주민의 민생과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에게만큼은 지속적으로 무장저항하는 하마스와의 대결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면 사람들은 하마스를 환호할 수밖에 없고 하마스의 극단성과 선명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를 위한 해결방안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력공격으로 매일 수백 명 씩 민간인들이 죽어나가며 그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아동이다. 이미 이스라엘에도 민간인 1,400명이 사망했고 팔레스타인 사망자 역시 1만 명을 돌파했다(11월 7일 발표). 이스라엘과 미국은 계속 하마스의 테러와 민간인 인질 납치를 반복 강조하며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을 정당화하고 있다. 명백한 것은 지금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단순히 하마스 제거를 넘어서 팔레스타인 전체 주민에 대한 집단처벌(Collective Punishment)과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전기와 물, 생필품, 의료품을 모두 차단한 상태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했고 서안지구에서는 시위자에 대한 발포, 무차별적 체포, 도시 봉쇄를 진행 중 이다. 모두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말한다. 이 사태는 하마스가 시작했으니 하마스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들 중 60% 이상이 여성과 아동인 현시점에서 이 희생자들이 하마스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또한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제거한 후에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가자지구를 넘긴다고 하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각인된 분노와 증오는 하마스가 아닌 이스라엘 점령 정책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 함께 희생 시킨 희생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친척이다.  이번 전쟁은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형태로 4 차례나 반복됐다. 이번 전쟁 역시 이스라엘의 공언대로 하마스를 제거한 후에 마무리된다면 유사한 전쟁은 더 심각하게 반복될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하게 휴전을 해야 한다. 너무 많은 이들이 희생됐고 삶의 조건이 무너졌다. 이번 전쟁으로 무고하게 사망한 모든 이들의 희생이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도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국제사회는 평화 협상을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평화 협상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그동안 배제됐던 이들의 의견을 우선시하고, 모두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 본 글은 사단법인 아디에서 팔레스타인 인권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이동화 활동가의 글입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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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악순환을 끝내려면?
해당 대담한 대화를 캠페인즈팀 미디어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정보는 언론에서 다뤄지는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피해가 전부일까?  대화가 힘을 갖는 합리적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대담한 대화' 프로젝트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협업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상대에 대한 절멸의 관점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김연수 이사의 사회로 역사 속에서 잊혀진 존재들에 대해 연구 중인 이선우 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인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이사, 사회연구자인 최성용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가 참여했다. 세 사람이 바라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야기의 전문을 싣는다. ■ 대화 일시: 2023.10.17.(화) 오전 9시 30분■ 참여자: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 진행·기록 및 정리·영상: 김연수(빠띠), 임동준(빠띠), 정옥다예(빠띠)   - 지난 10월 7일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 정부 하마스가 이스라엘 유대 명절 초막절이 끝난 안식일 새벽에 하마스 주장으로는 로켓 5천여 발을 발사했고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장벽을 폭파하고 이제 불도저를 동원해서 이제 돌파를 하고 이제 오토바이나 트럭 그리고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서 이스라엘에 침투했다라고 알려져 있다. 소위 알 아크사의 홍수 작전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를 물을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에 대한 절멸의 관점에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상황을 좀 봤으면 좋겠다라는 문제의식에 따라 오늘 대담을 준비했다.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서 오늘 모신 분들의 좀 소개를 부탁드린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현재 박사 수료 상태에서 공부하고 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고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도 하면서 왔기도 했고 또 오히려 전문가분들이 오신다고 하셔서 들으러 왔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 학교에서 평화 관련된 강의나 이런 것도 진행하고 있어서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 함께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사단법인 아디는 팔레스타인과 같은 아시아 분쟁 지역에서 인권 옹호 활동, 기록 활동 그리고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는, 약 7년 차 신생 중견 단체다. 이번 팔레스타인 사건으로 얘기를 해야 될지, 하마스 가자 전쟁으로 봐야 될지 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최근에도 팔레스타인의 어떤 연이 있어서 하필이면 또 갔었을 때 시작을 현지에서 맞기도 했다. 그동안 들었던 얘기들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원래 전공은 중국 철학사다. 지금은 역사 속에서 잊혀져 있는 존재들, 민족이라든가 종교, 소수자 혹은 범죄 혹은 범죄로 치부되었던 것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용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상임이사, 이선우 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많은 분들이 예전의 역사적 사건보다는 현재 최근 며칠간, 10여 일간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하마스의 알 아크사 홍수 작전에 대해서 혹시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이번에 이렇게 일어나는 걸 보면서 진짜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다 무시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사실 좀 많이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었을 때 불과 전날인가 일주일 전에 미국이 우크라이나한테 러시아가 침범할지도 모른다라는 경고를 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젤렌스키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젤렌스키가 이 경고를 무시하고 ‘설마 러시아가 들어오겠냐’라고 하다가 결국에 이 꼴이 났다”라고 주장한다.  이번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서, 물론 하마스가 굉장히 비밀리에 준비한 것도 맞겠지만 모사드는 물론이고, 모사드 외 이스라엘 정보 조직들뿐만 아니라 미국도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너무 좀 방관하지 않았나,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 5~6년 전부터 조금 느끼고 있는 거는 흔히 우리가 정치학 쪽에서 1945년 이후로 ‘긴 평화’라는 말을 쓴다, 이것도 좀 기만적인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끝날 수도 있겠다’, ‘이제 진짜 1945년 이전으로 전 세계가 다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지금 이 사태가 ‘세계 대전으로 벌어질까?’라는 데에서는 조금 의구심이 들지만 최근에 이런 여러 가지 동아시아부터 중동 유럽 이런 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하마스가 먼저 공격했으니까 하마스가 나쁘다’ 이거 말고는 사실 국내 언론이 하는 얘기가 없는 것 같다. 물론 그 방식이 ‘과격하다’, ‘잔인하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좀 긴 맥락을 좀 볼 필요가 있고, 맥락 속에서 보면 약자의 투쟁이다.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들도 그런 소리를 트위터에 했다. 그래서 ‘참 속편하게 말한다’, ‘온실 속의 화초, 도련님, 아가씨들이 할 소리 아닌가’ 그런 생각도 솔직히 좀 많이 들었다. 유대인 문제를 보다 보면 느끼는 게 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 유례 없이 체계적인 대량 학살이긴 했지만 솔직히 좀 백인 중심주의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과거에 독일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수만 명을 학살했다. 그런데도 1990년대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2천년대 들어와서 처음으로 사과했지만 지금도 ‘돈 줄 테니까 된 거 아니냐’라는 식이다.  독일 총리(빌리 브란트)가 홀로코스트 무덤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사진 그것만 보면서 ‘참 독일 훌륭하다’, ‘일본은 왜 저러냐’ 하는데요. 우리가 너무 좀 백인 중심주의적인 시각을 좀 벗어날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저도 선우님 하신 얘기에 동의한다. 이 작전은 누군가는 테러라고도 이야기할 테고 누군가는 공격이라고 얘기할 텐데 이것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하게 됐을 때의 함정이라는 게 너무 명확한 것 같다. 사실 모두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얼마나 잔인했나’, ‘누가 잘못했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모르겠다. 왜냐면 맥락을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드러난 것만으로 본다면은 잘못했다라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면 2천년대 한 초중반까지는 팔레스타인의 담론이나 논의나 이런 것들이 좀 계속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한국 사회에 되게 훅 사라졌다. 그래서 여러 연구자들과 ‘10년 이상 나도 업데이트가 안 됐다는 걸 좀 요즘 깨닫는다’, ‘다시 한 번 봐야 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저는 팔레스타인에 제 친구가 있다. 같이 공부했던 활동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생각도 먼저 났다. ‘어디 다치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되더라. 그런 의미에서 남의 일일 수만은 없었다.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 쯤 되는 분이 ‘한국에겐 이스라엘이 미국 다음으로 가장 친한 우방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왜냐면 한국의 기독교 신자들이 성지순례 개념으로 이스라엘을 많이 방문한다. 굉장히 많은 교류가 있다고 하더라. 물론 따져보면 유대교와 기독교로 다른 종교인데 이게 맞냐 이런 질문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기독교 교회의 교류가 굉장히 많은 곳이라고 한다. 근데 반면에 ‘우리에게 이스라엘 친구는 많은데 팔레스타인 친구는 있을까?’ 질문을 좀 해보고 싶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올 게 왔다’고 느꼈다. 하마스가 어떤 종류의 잘못을 해서 그것대로 비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태의 근본 원인이 이스라엘에 있다는 게 명백하다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는 1945년 이후에 이른바 이상주의적이고 자율적인 국제질서의 가장 큰 어떤 허점이고 가장 부도덕한 위선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터질 게 다시 한 번 터졌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렇게 공격하면 그다음에 뒷감당 어떻게 하나’, ‘사람들이 얼마나 죽게 될까’ 걱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앞선 얘기를 듣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초점을 갖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지금의 논의 양상들을 한 발짝 떨어져 보면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사태’고 ‘하마스 전쟁’이라 불린다. 이스라엘은 왠지 원인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느낌이 있다. 물론 10월 7일 하마스 육해공 작전은 나중에 기관이나 유엔 차원의 조사를 하더라도 전쟁 범죄 혐의를 벗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 상황을 참작하면 하마스가 전쟁 범죄를 한 게 맞다. 그런데 왜 이것만 얘기가 될까. 2021년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점령하고 있다는 가자를 공격했다. 제 기억 속으로 2008년, 2012년, 2014년, 2021년 그 외에도 셀 수가 없이 많은 폭격과 학살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이것들은 한 선상에서 논의 되지 않는 걸까? 저는 10월 7일 팔레스타인 나블루스에 있었다. 아침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깃발을 흔들고, 아이들이 환호했다. 그때 뉴스를 못 봐서 무슨 일인지 몰랐다. 사무실에 가서 알아보니 ‘우리가 드디어 이스라엘을 넘었다’라는 얘기를 했다. ‘하마스가 누군가를 죽였다’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닌 거다.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에 이스라엘이 서안과 가자를 점령하고, 2007년에 가자가 완전히 막히면서 가자 사람들은 단 한 번도 그 장벽을 넘어본 적이 없다. 지금 팔레스타인의 젊은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이스라엘 점령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근데 그걸 눈으로 본 거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 벌어졌고, 세상이 변해버린 거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보는 시각들은 그 이후에 있었던 ‘하마스의 만행’뿐이다.  근데 그것도 큰 현상의 한 모습이고, 사실이다. 분명히 지탄받고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만 볼까? 그것도 비정한 현실이다. 균형 잡힌 정보와 지식들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그날 제가 거기서 올리브를 따고 있었다. 너무 걱정이 돼서 농부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괜찮다고 답하더라. ‘뭐가 괜찮냐’ 물었는데 ‘나중에 천천히 죽으나 지금 죽으나 본인들 입장에서는 매 한 가지’라고 답했다. 이런 사건이 있었던 건 그렇게 개의치 않았다. 누구한테나 죽음은 공포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가자 지구에서 폭탄을 맞아 죽거나 서안지구에서 전쟁통에 총탄을 맞아 죽는 사람들에겐 달랐다. 이제 죽음이 눈앞에 있거나 아니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시선과 생각들은 많이 달랐다. 저의 시선과 생각은 동일하진 않다. 그리고 되게 좀 화도 많이 났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분명히 달랐다. -전쟁이 나면 하마스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거의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현상의 차원을 넘어 국제정치의 차원, 역사적 차원 등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이야기 하기 전에 최근에 찾아본 궁금증이 2개가 있다. 연관이 있을지 몰라서 여쭤보면서 얘기를 좀 듣고 싶다. 첫 번째는 가자 지역 주변에 정착촌들을 주로 타격한 공격이었다라고 알고 있다. 정착촌이라는 게 말하자면 파시스트라고 스스로를 명백하게 자임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거주하고 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서 일상적으로 모욕이나 폭력, 공격까지 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정착촌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들이 꽤 있다고 알고 있다. 물론 ‘그게 얼마나 정당할 수 있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 이미 일상적으로 당해왔던 실제 범죄 수준의 공격에 대한 대항 폭력의 의미도 있지 않을까라는 게 첫 번째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기존에도 이스라엘이 워낙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10대부터 나이 든 노인까지도 지금까지 구금해 왔었다.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석방하기 위해서 하마스나 이런 집단들이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납치해서 그들과 교환하는 게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 이 두 가지를 여쭤보고 싶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대담을 풍부하게 하는 좋은 질문인 것 같다. 정착촌은 가자지구 외부에 있다. 가자지구 내에 있는 정착촌 2005년도에 다 소멸을 했다. 장벽 너머에 있는 마을들을 정착촌이라고 하는데, 인권 활동가들이 얘기하고 있는 illegal settlements, 불법 정착촌은 서안지구나 예루살렘에 등 점령지 내에 있는 정착촌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 아주 인근이나 아니면 인접한 지역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정착한다. 가자지구 외부에 있는 정착촌도 ‘정착민 아니냐, 어느 정도는 그들이 우리한테 했던 범죄가 있다’, ‘그래서 그들을 민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현지 사람이 얘기를 하더라. 그건 설득력이 높았다. 물론 이제 서안지구나 동예루살렘에서 정착촌의 폭력은 너무나 잔혹하다. 10월 7일에 올리브를 따고 있었는데 서안지구 나블루스 외곽에 있는 올리브 농장이었다. 그 근처에 이지아르라는 정착촌이 있다. 악명 높은 곳이다. 눈으로 보는 앞에서 바로 불을 질렀다. 저쪽 마을 너머에서 연기가 확 올라오더라. 그런 식으로 불법 정착민에 대한 폭력들은 너무 만연화 되고 그들의 만행들은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보면 대항 폭력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 입장에서 보면 48년 전 가자지구 점령 전부터 장벽 너머에 있었던 소위 이스라엘 집단 거주지를 정착촌이라고 붙일 수는 있다. 하지만 서안지구의 정착촌만큼 상시적 악행이나 범죄가 있었다고 보는 건 저는 좀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하마스가 대부분 군인 인질을 많이 납치했다. 2014년 혹은 2004년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지금 이스라엘 감옥에 투옥되어 있는 하마스뿐만 아니고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이 너무 많다. 아무런 영장 없이 검찰이나 군인이 잡아가더라도 행정부를 통해서 6개월간 구금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의 정치범과 양심수들을 석방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스라엘 군인들을 교전 와중이나 아니면 침투 과정에서 생포에서 협상도 많이 했고 성공한 적도 많다. 한 명을 석방 해서 거의 천 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을 석방한 사례도 있어서 관행처럼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민간인들을 너무나 많이 인질로 삼는 건 국제연대 활동가들에게도 전례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라는 이성적 판단도 어렵게 되더라. 하마스가 승리를 자신하거나 정말 치밀하게 물밑적인 판단을 끝내고 갔다고 보지는 않는다. 2023년 10월 7일을 끊어서 분절적으로 보면 유례없기도 하고 충격적이지만 이 사람들한테는 연속선상에 있는 삶이었다. 그리고 왜 10월 7일이냐고 했을 때 여러 분석가나 교수들의 말도 일리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사단법인 아디에서 팔레스타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언제 터져도 모를 가득 찬 풍선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올해만 해도 7월에 이스라엘 군인 2천 명이 항공 드론, 헬리콥터 동원해서 제닌이라는 정말 조그만한 난민 캠프에 지상 작전을 했다. 그리고 2021년에도 너무 많이 발생해서 그 사람들한테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만 자극이 되면 터졌었고 그런 게 반복이 됐다.  종교를 가진 사람한테는 ‘알 아크사 모스크’는 예루살렘 안에 있는 성지라는 특별한 장소다. 2002년에 샤론 총리가 알 아크사 모스크를 무장 경찰을 대동하고 방문해서 2차 인티파다라는 민중 봉기가 발생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성적 공간이다. 그런 알 아크사 모스크를 장악한 것을 넘어 이스라엘의 장관이 방문을 했고 그리고 무장 경찰들을 대동했고 거기에 있는 무슬림들의 예배를 중단을 시켰다. 이게 그 사람들애갠 너무 컸다. 2021년에 셰이크 자라도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쫓겨나는 사건을 통해서 전쟁이 발발했다. 그것도 사실 성지 문제였다. 정말 솔직히 얘기하면 하마스도 이 사태를 예상 못 했을 거다. 하마스는 준비를 했고 여러 작전들을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넘어 가고 보니 너무 무주공산이었던 거다.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하마스가 넘어가면서 했던 최대 목표치는 인질 정도였나 보더라. ‘저항이 없다면 이스라엘 군인을 잡아서 우리가 나중에 협상용으로 쓰자’까지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판단의 한계치였는데 넘어가보니까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거의 손을 놓을 정도로 공격이 없었다.  하마스가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저항을 하면서 승리를 다짐해서 결정하기보다는 모든 순간이 절박했고, 어찌 보면 최악의 전술인 목숨을 담보로 저항을 했던 거라고 본다.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팔레스타인이라는 존재가 중동 정치에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가장 약한데 가장 뜨거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중동의 여러 국가들이 이스라엘이나 미국하고 뭔가를 할 때 늘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한다. ‘팔레스타인을 정식으로 이스라엘이 국가가 승인해 주면 우리가 뭘 하겠다’ 항상 늘 이런 걸 이야기했다. 근데 오바마 정부 들어서 셰일가스, 셰일이 개발되면서 중동 석유 의존도가 떨어지게 됐다. 또 중국이 갑자기 급부상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 있던 군대를 빼서 중국으로 보내야 했다. 그런데 그냥 보내면 또 뭔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어떻게든 화해를 시켜보자’ 해서 이것저것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2004년 혹은 2006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미국이 ‘이스라엘하고 사우디와 좀 정상화를 하시오’라고 했을 때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하면 하겠다’라고 해서 이스라엘이 거부한 적이 있었다. 반면 오바마 정부 이후로는 팔레스타인 얘기가 거의 안 들렸다. 미국하고 중동 여러 국가들이 협상을 할 때 팔레스타인 얘기가 잠깐 나오거나 아니면 버린 카드처럼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공포스러웠을 수도 있다. 한국이나 북한 같은 나라면 그런 피해가 와도 ‘우리끼리 살면 돼’라고 하겠지만 팔레스타인은 그런 입장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이스라엘 내부,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나름대로 협상을 생각 했던 것 같다. 반면에 오슬로 협정 있었을 때 이스라엘 극우 청년이 협정을 반대하면서 이스라엘 총리를 쏴죽였다. 이런 맥락도 좀 있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네타냐후의 등장, 초강경 모드 등이 결국 팔레스타인한테 ‘이제는 우리가 진짜 사라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존의 문제와 ‘이제 지구 혹은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겠다’라는 공포심을 주었던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조선의 독립운동을 보는 느낌도 많이 있었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좀 얘기를 해보고 싶다. 첫 번째로 많은 전문가가 지금도 정치적인 권한을 많이 가진 합리적 행위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결과를 만들어냈나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하고 있고’,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사우디가 미중 관계 속에 어떻게 처신을 하고 있고’라든지 ‘이란은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 ‘이란과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이란이 어떻게 불리해지고 하마스는 더 고립되고 그 과정에서 이런 어떤 국제정세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서 타개하기 위해서 하마스가 일을 저질렀다’ 이런 식의 분석들을 많이 한다. 틀린 분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 모두를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고 있다. ‘세상이 그렇게 굴러가지는 않던데’라는 생각이 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건 구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너무 안 나온다. 예를 들면 동화 님 얘기하신 것처럼 ‘봉쇄된 땅을 넘어서 이스라엘 안으로 들어갔더니 무주공산이더라’, ‘우리가 생각했던 최대치의 목표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더라’, ‘이럴지 몰랐다’라는 게 오히려 더 현실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폭력이라는 걸 되게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폭력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은 폭력은 합리적이지 않다. 처음에는 합리적으로 ‘작은 목적에 대해서 작은 폭력을 사용해야지’이지만 폭력은 늘 에스컬레이팅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국제법상으로 제네바 협약이니, 전쟁법이니 이런 얘기를 하더라도 전쟁 범죄가 없는 전쟁은 없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리는 더 구체적인 걸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그만큼 몰려 있었던 것 같다. 팔레스타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자라는 게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가고 있다라는 얘기를 하더라. 물이라든지 환경이 오염되고 그러니까 이스라엘은 물이나 전기 등을 다 수입하고 있다. 가자 자체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땅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이 땅이 생존 불가능하게 변하고 있고 우리는 이 땅에서 나갈 수 없게 됐다’인데 그 이유는 이스라엘 때문인 거다. 그렇다면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폭력적으로 이스라엘을 향해서 공격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게 이번이 되었을 뿐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롭 닉슨이라는 학자가 ‘느린 폭력’이라는 얘기를 했다. 우리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고, 처음부터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천천히 진행돼서 모두를 갉아먹는, 모두를 습격한 재난에 대한 이야기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점령하고 봉쇄했던 게 느린 폭력인 것 같다. 우리 눈에 폭력의 과정들이 가시적으로 잘 보이지 않고 느린 폭력에 저항하는 하마스의 폭력적인 목소리, 공격만이 우리 눈에 가시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균형 있게 보려면 사실 둘 다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많은 언론들이 ‘왜?’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다. 하마스하고 파타가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는 정당 또는 세력이라고 하는데 사실 둘 다 팔레스타인에서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워낙 오랫동안 독재하고 있고, 2005년 선거 이후로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에 대한 불만들이 너무 높은데 이걸 잠재우기 위해서 언론인들 죽이고 시위하면 죽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제 2020년도부터 서안 지구나 제닌을 중심으로 해서 이게 라이온스 덴, 제니 여단이라고 하는 젊은 무장조직이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이들을 잡으려고 집중했다. 하마스나 가자 쪽은 막아본 곳이기 때문에 병력이 좀 얕았고 나블루스하고 제닌을 3년 동안 주로 공격했다. 그만큼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신흥 무정파 무장 세력들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눈에 보일 만큼 완벽했다. 그런 와중에 파타는 그냥 살아가고 있었던 거고, 하마스는 본인의 건재함 또는 폭력성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존재에 더불어서 지지를 얻기 위한 하나의 부가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이선우, 이동화, 최성용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시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시위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각각의 지지자에 대한 탄압이나 공격도 이뤄지고 있다. 동시에 ‘하마스가 아기의 목을 참수했다’와 같은 허위조작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허위조작 정보 포함해서 현재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대한 관점과 시민들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주시면 좋겠다.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지금 한국 언론들은 대체로 미국 언론을 그냥 받아 쓰고 있는 것 같다. 하다못해 ‘가장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언론이라도 한번 참고를 해봤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일본 언론은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났을 때 일본 물가는 어떻게 될까’ 이 생각만 하고 있다. 중국은 얼마 전 뉴스에는 ‘중재를 하겠다’ 얘기했는데 오늘 아침 뉴스를 확인하니 이스라엘에 대해서 ‘너무 도를 넘었다’, ‘중국이 왕이 외교부장을 파견해서 이스라엘을 가겠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남의 나라 돈으로 먹고 사는 나라 치고는 진짜 남의 나라에 대한 정말 관심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스라엘 정부에서 만드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주는 허위 정보, 가짜 뉴스들도 있는 것 같다. 이런 걸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즈 같은 데서 받아 쓰고 그걸 또 베껴오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을 해야 되지 않나싶다. ‘세계가 무조건 이스라엘 편만은 아닐 수도 있다’라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최근에 국내에 한국전쟁 연구의 주 테마 중 하나가 심리전이다. 학자들은  ‘미국이 심리전 체계와 심리전 기구와 심리전 기술들을 성립하고 완성시킨 게 한국전쟁이었다’라는 평가들을 하고 있다. 사실 이스라엘은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주된 매체가 사진과 삐라였다. 근데 지금도 ‘우리 24시간 후에 처들어갈 테니까 그전에 민간인 다 대피하세요’ 같은 삐라 100만 장 넘게 뿌리는 사진들이 배포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종군 기자만이 아니라 군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는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그들을 데리고 전장을 다닌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장벽 바로 앞까지 가는데 부대와 함께 한국 기자를 포함한 기자들이 동행했다. 폐허나 참상들을 촬영하고, 바로 옆에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인터뷰했다. 여기서 ‘아기를 참수했다’라는 허위 정보도 장교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당시 부대 부사령관을이 이야기한 내용이다.  심리전이라는 게 여러 언론들을 데리고 이스라엘이 계속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과 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 가능하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하마스가 심리전을 벌인다’라고 한다. 납치를 하는 등의 과정 자체가 ‘우리가 아직 건재하고 여기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알려달라’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심리전인 거다. 그런데 그 심리전 역량에 비해서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역량이 훨씬 더 강력하다. 굉장히 비대칭적이다. 한국 언론들도 그 영향 속에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구체적인 맥락들을 보도해 주는 합리적인 외신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언론이나 목소리들이 이스라엘의 심리전과 프로파간다에 훨씬 더 집중돼 있다. 다른 하나는 대항 폭력의 구도를 넘어야 된다. 하마스의 대항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항 폭력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이번엔 하마스가 확실히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선을 넘었기 때문에 하마스가 문제다’ 혹은 ‘대항 폭력이니까 이스라엘이 문제다’ 이 구조에서 사실 넘어가야 된다. 우리가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 살고 있는 당사자가 아닌 만큼 목격자로서 더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여러 맥락들을 살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되게 단편적으로 ‘너는 어느 편이야?’라고 묻는 그 구조 속에서 ‘나 이쪽 편이야’를 계속 택하려고 하는데 그걸 넘어설 필요가 있다. 하마스가 저렇게 했던 근본 원인 중에 하나는 우리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만큼 무관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어떤 관심이나 여론도 보태지 않기 때문에 결국에는 일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연루되어 있다. 우리의 무관심도 저 폭력의 원인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되고 그 관심이라고 하는 건 즉각적으로 누군가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좀 더 합리적으로 보면서 ‘누가 잘못했고, 누가 못했고’라는 그 구도를 넘어서서 근본 원리를 봐야한다. 거기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죽거나 다치지 않게끔 하는 내 입장을 만들어가야 된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팔레스타인 현장에 있을 때는 사람들하고 얘기를 통해서 사태를 확인을 하고 내용들을 습득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언론을 통해서 현실을 파악하게 됐다. 언론을 잘 보시면 그 기자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몇몇 주요 언론들은 현장 가기도 한다. 어디에 있는지 보면 이스라엘 쪽에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의 대변인 말을 듣고, 이스라엘 군인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그 사람들의 의견들을 기사화한다. 그래서 참수 사건이나 강간 사건과 같은 대표적 오보가 나왔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편향된 의견들이 기사화될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대편에 있는 가해자라고 얘기하고 또 피해자이기도 한 가자지구에 서 있는 기자는 몇 명이나 될까? 있긴 있다. 적지만 지역 언론이라든지 아니면 중동 지역 언론들이 계속 본인이 본 얘기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양쪽의 의견을 듣고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언론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위치하고 있는 땅 옆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를 보면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편향되어 있다. 그리고 그 편향된 시선과 기사들이 사람들한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약 기자가 가자 지구에 서 있었으면 장벽을 봤을 거다. 그리고 그 답답한 현실을 보고 피해 받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었을 거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그 답답한 감옥에서, 지옥과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장벽이 세워지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꿈꿨다. 그래서 ‘왜 하마스가 공격했냐’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한 번도 가자지구에서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하마스가 이 사람을 공격했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한다. 언론이 모든 것들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 돌아와서 언론을 보면서 열받아 죽는 줄 알았다. 이스라엘 대변인이 따로 없더라. 정제되지도 않았고 일방적이고 확인도 안 된 것들이 출처 표기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이스라엘 국방 대변인에 따르면’ 이렇게 달리더라. ‘너무 편향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 그리고 ‘그 편향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1,400명의 이스라엘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면 그 바로 뒤에 역사적으로 수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있다. 가장 처음 우려했던 것들은 2008년 첫 번째 가자 전쟁 때 이스라엘측 사망도 있었다. 8명인가 10명 이내일 거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00명 단위다. 항상 100배다. 그리고 2021년, 2014년도 사망자만 비교하면 제일 컸던 경우 25배쯤 된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도대체 누가 들어줄까? 불균형적인 언론의 현실 그리고 세상의 여론들은 그게 불가능할 거다. 예전에는 정보가 정말 없었다. 현장에 가야지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자들도 조금만 성실하고 노력하면 적어도 ‘한편 하마스에 의하면’, ‘한편 팔레스타인에 의하면’ 같이 쓸 수 있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 역할을 좀 해주면 좋겠다. 이제는 시민들이 일방적인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인터넷상에서의 댓글을 보면 너무 극단적으로 가서 많이 암담하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가는 게 양쪽의 사회를 대변한다고 보지도 않는다. 물론 이스라엘도 극우 세력이 있고, 팔레스타인도 극우 세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들은 되게 많은 과대 대표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일반 시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를 두려워하고 지금도 폭탄들을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극우 정치인이나 아니면 무장 세력들이 지금 표출하고 있는 공격성에 사실은 인식들이 쫓아가면 더 위험해질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 같고 세상은 조금 더 극우적으로, 극단적으로 갈 것 같다. -복잡하게 꼬인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할 필요가 있을지?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두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탄핵 촛불 집회 이후로 좀 강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때부턴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 ‘과격하고 공격적인 방식의 시위나 투쟁은 다 잘못이다’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퍼져 있는 것 같다. 전장연 시위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도 마찬가지고, 이것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맥락을 알아도 ‘그래도 잘못했다’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모든 시위도, 투쟁도 다 상호작용이고, 대화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그동안 대화를 거부해왔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한국 사람들도 반성을 했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정부나 언론에 대한 요구다. 진영 논리에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 보니 바이든 대통령도 간다 그러고 러시아도 이스라엘과 통화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불과 며칠 전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해보면 미국 언론에서 이란이 배후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 미국 정부에서 ‘도와줄 건 있겠지만 지원까지는 아니다’, ‘배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확전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한국 언론은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쓰고 있다’, ‘북한 무기가 발견됐다’, ‘소식통이 전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곧 중동 순방을 한다. 저번처럼 ‘이란은 주적’ 이런 소리 하면 진짜 큰일 난다. 정치적인 면에서 제발 이럴 때는 원칙적인,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 우리도 역사적인 경험이 있는 민족이라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핍박받아 왔는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제 와서 그런 원칙, 가치를 이야기하는 게 좀 부끄럽거나 오글거리면 입장 표명이라도 천천히 하면 좋겠다. 하마스가 공격하자마자 한국 외교부에서 하마스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북한제 무기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에 가는데 거기서 무슨 얘기를 할까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그래서 진영 논리 차원의 얘기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국 정치인들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없으면 말이라도 아꼈으면 좋겠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사단법인 아디는 인권단체이고,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당장 행동을 해야 하고, 할 예정이다. 가장 시급한 건 종전이다. 지상군 투입은 절대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이 사태의 모든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있다. 점령을 하고, 차별을 하고 심지어는 ‘인종 청소’라는 용어까지 쓰는 정책들이 없어져야 된다. 그게 되지 않고서는 공격과 학살과 종전과 반복되는 순환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2년 단위, 4년 단위로 반복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이 돼서는 안 되고, 전쟁은 종료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많은 협상과 결과들을 냈다. 그게 ‘1국가 1체제’ 아니면 ‘1국가 2체제’든지 간에 서로가 살 수 있는 공간들이, 그들의 인권이 존엄성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그리고 각자의 정치 체제를 통해서 존재하면 된다. 그래서 가장 큰 난제는 ‘점령을 의식한다’는 거다. 사실 3차 중동 전쟁 이후 국제법 통해서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빠져나가면 된다. 그리고 가자지구 봉쇄 풀면 된다.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정치 투쟁을 통해서 어떤 형태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건 팔레스타인 몫일 거다. 최소한 그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정부를 구성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남들과 똑같은 수준에서 권리가 보호되는, 우리한테는 정말 극히 평범한 자유와 인권들이 보장되는 정도만 가면 된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이스라엘 편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경제적 이유나 석유가 있다거나 아니면 뭐라도 있으면 좋겠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한국 집회에서 국기가 있다는 걸 보고 너무 궁금해한다. ‘왜 팔레스타인 국기가 나쁘냐’ 그러니까 저도 설명이 잘 안 됐다. 왜일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무관심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스라엘 편애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에서 어떤 느낌이냐면, 처음에 가면 항상 남한이냐 북한이냐 묻는다. 하도 많이 들어서 ‘너 북한 사람 만난 적 있어?’ 했더니 ‘남한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라더라. ‘근데 왜 남북한 물어?’ 그러면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보면 미국하고 가장 친한 국가가 한국이고 이스라엘과 가장 친한 친구가 미국이다. 팔레스타인에서 보면 다 적이었다. 분명히 외교부 내에서도 정보 취합을 할 거다. 전쟁의 피해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비대칭하다. 비례가 안 맞다. 사망자 숫자, 부상자 숫자, 가옥 파괴, 재산 피해, 경제적 피해 등 너무 압도적인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스라엘이 중동의 유일한 선진국가이고, 하마스는 테러리스트라’는 너무 단순하고 현상과 맞지 않는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한국이 또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알고 있는데 창피하지 않게끔 노력을 좀 해 줬으면 한다. 물론 기대는 높게 하지는 않는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이스라엘 친구는 많지만 팔레스타인 친구가 없다’. ‘크리스찬 시오니즘’이 이 얘기에 이어진다. 웃기게도 기독교이지만 유대교와 친하고 이스라엘을 성지로 생각하는 게 미국이나 한국의 보수 기독교 계열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이기도 하다. 굉장히 가까운 관계다. 그런 맥락들이 있기 때문에 언론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이스라엘의 이야기만 받아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문화적 토대들이 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누가 잘못했냐’도 중요할 수 있지만 ‘일단 사람을 살려야 된다’가 더 중요하단 거다. 사람들이 무참하게 죽어나가고 있고 앞으로 이 상태면 더 죽어나갈 거다. 아까 ‘폭력이 에스컬레이팅 된다’라고 얘기한 것처럼 제노사이드가 갑자기 생기는게 아니라 가는 과정이 있다. 일상적으로 갈등이 발생하면 그것이 더 증폭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결국은 ‘쟤들은 다 죽여야 돼, 절멸시켜야 돼’로 간다. 느린 폭력을 얘기한 것처럼 느린 홀로코스트의 과정이 팔레스타인의 일상이었다. 제노사이드라는 게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한 인간 집단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빼앗고 물이든 올리브 나무든 전기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근거들을 다 박탈하면서 사람을 죽여나가고 느리게 진행돼 왔던 것들이 이번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해서 가시적이고, 더 눈에 드러나게 디자인되고 있을 뿐이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정말 제노사이드로 간다. 제노사이드로 가지 않는다고 하면 이번에는 가자 북부를 다시 한 번 점령하고 남부로 가자 주민들을 다 몰아넣는 게 될 것이다. 그건 제노사이드라는 최종 단계를 다음으로 미루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살려야 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평화학적 관점에서 보면은 갈등은 나쁜 게 아니다. 갈등이 드러났을 때 ‘이게 문제가 있고, 누군가는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권력을 적게 가지고 있어서 뭔가 부정하거나 잘못된 일이 생기네’라는 게 갈등으로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학에서 ‘갈등을 통해서 사회를 혹은 국제사회를 더 낫게 만들고 사람들이 좀 더 평등하게, 정의롭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라는 얘기를 한다. 하마스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지금 부정의하고, 고통스럽고, 통증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국제사회가 듣지 않았다. 듣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극단적인 갈등 형태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지금이라도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면서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은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거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설령 이번에 제노사이드로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음번에는 제노사이드로 갈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기회 근본 원인을 해결해 가는 방향으로 이 갈등을 전환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보태고 싶은 말이 있을지?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첫 번째는 가자 지구의 피해만 집중되고 있는데 서안 지구에서 많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상 당하고 있고, 50명이 넘는 시위자들이 현장에서 발포를 통해서 사망하고 있다. 가자 지구가 지금 가장 피해가 극심한 하지만 팔레스타인 전체로 피해가 지금 나눠지고 있다. 그 피해는 역사적으로도 반복되어 있어서 팔레스타인 전체를 봐야 될 것 같다. 가자지구를 떨쳐서 보거나 서안 지구로 떨쳐서 보는 것들은 선명하지도 않고 객관적지도 않다. 현지 친구가 이 사건이 나고 저랑 논쟁을 많이 했다. 하필이면 하마스였다. 어쨌든 제3자 입장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근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은 ‘세상에 누가 우리 얘기를 들어줬냐’였다. 그들 입장에서 세상은 자기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하마스가 자기를 대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마스는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된다. 그런 게 너무 슬픈 현실이다. 몇년 동안 통계를 추산해본 결과 이스라엘 방문자 중 한국인이 굉장히 높은 순위권에 있다. 아시아에서는 3위고 이스라엘 통틀어서 7위다. 2만에서 3만 명이 이스라엘을 간다. 그 한국 사람들 어디 가는지 알고 있나? 팔레스타인에 간다. 베들레헴. 동예루살렘 다 팔레스타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갔음에도 이스라엘에 간 줄 알고있다. 존재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 팔레스타인은 오랫동안 잊혀졌고 우리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번에 하마스가 정말 많은 누군가를 죽임으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보고 있다. ‘갈등에 순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가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을 통해서 이 상황을 같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보는 입장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반드시 귀 기울어야 된다. 아디는 활동을 할 것이고 그 중심에는 진영 논리가 될 수 있음에도 최선을 다해서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에서 피해를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게 누군가한테는 ‘테러리스트, 무슬림의 추동자’라고 욕을 먹을지언정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그들의 의견을 좀 더 전하는 것들이 우리가 가져야 되는 최소한의 태도이고, 이 사태의 악화를 멈출 수 있는 국제 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전문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악순환을 끝내려면? [오마이뉴스 23.10.23]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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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2 - 이스라엘 수립 이후와 지금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1 -분쟁의 역사와 기원’에서 이어집니다. 전쟁의 시작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과 국가 승인이 이루어지고 영국이 아랍 땅에서 물러나자 아랍 국가들은 바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1948년 5월 16일,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5개국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는데 이것이 1차 중동전쟁이다. 초반에는 이스라엘이 전력면에서 밀렸지만 이스라엘이 20일 동안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지켜내자 그 다음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막강한 화력으로 중동국가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1949년까지 이어진 전쟁이 바로 1차 중동전쟁이다. 1차 중동전쟁을 이스라엘 독립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56년에는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했다는 이유로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동맹을 맺고 1957년까지 이집트에 폭격을 가했다. 이것이 수에즈 전쟁, 또는 2차 중동전쟁이라고 한다. 아랍권에서는 이를 삼국침략이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민간 지역에 대한 폭격, 팔레스타인 내의 스파이를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벌어진 이스라엘의 학살은 아랍 사람들 사이에서 국수주의, 민족주의, 이슬람 극단주의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는 이 때 미국이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핵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영원히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서로 바다와 공중을 서로 봉쇄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던 와중에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시작으로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쿠웨이트 등에 기습 폭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6월 10일까지 6일 동안 아랍인 2만 명을 죽였다. 이를 3차 중동전쟁이라고도 하고 6일 전쟁이라고도 한다. 3차 중동전쟁과 그 이후 이스라엘은 이집트 영토를 빼앗았는데 이집트에서도 이를 벼르고 있다가 1973년 10월, 유대교 명절 욤키푸르에 맞춰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를 4차 중동전쟁이라고 하고 욤키푸르 전쟁이라고도 한다. 10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 짧은 기간에 소련은 이집트,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대리전 양상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UN이 중재를 하면서 전쟁이 마무리되었는데 이스라엘도 이집트도 너무나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러면 이 전쟁이 일어날 동안 팔레스타인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스라엘 국가 수립이 있기 전까지 팔레스타인 영토 안의 유대인 이주민과 비유대인 선주민 사이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원래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유대인들이 살던 땅은 20% 미만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국가 수립을 승인하면서 UN은 팔레스타인 땅의 반을 유대인에게 분할하는 결정을 내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던 곳에서 추방을 당하면서 불만과 품게 되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때 예루살렘을 공동구역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대인들에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었다. 유대인들은 UN의 결정을 무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만들어 나갔다. 이런 와중에 중동전쟁이 벌어지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외국과의 전쟁을 빌미로 삼아 팔레스타인 땅을 조금씩 잠식해 나갔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부터 1차 중동 전쟁 시기에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난민이 되었는데 이를 나크바(대재앙)라 한다. 2023년 UN에서 처음으로 나크바의 날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 때 미국은 UN 안에 반유대주의가 팽배하다며 참가를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점점 자신들의 거주지를 빼앗기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을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이스라엘과 협상 혹은 투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은 없음을 옛날부터 강경하게 밝혀왔고 강경함의 수위도 점점 심해졌다. 이스라엘의 강경함이 더욱 심해지자 팔레스타인 안에서도 온건한 방식이나 협상을 지지하는 입장은 점점 힘을 잃게 되었고, 팔레스타인에서는 -가끔은 같은 아랍인들 사이에서도 비난을 받을 정도의- 폭력적인 방식의 독립 운동 노선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또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더 강경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택하는 악순환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의 피해의식을 점점 더 키우면서 아직도 자신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지금의 사태 1 가뜩이나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코너에 몰려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 심해졌다. 조금 쉽게 그리고 거칠게 말하면 네타냐후는 반-노동 성향에 극단적인 종교/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예루살렘의 이슬람 사원에 폭도를 진압한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무장경찰을 출동시킨다거나 팔레스타인이 홀로코스트에 관여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등의 행동으로 국내외에소 비난과 조롱을 받은 일도 많았다. 이스라엘 안에서도 그의 반-노동 성향이나 반-민주주의적 태도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 뻑하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를 잡겠다는 이유로 민간인 거주지역이나 병원, 학교 같은 곳에 폭격을 가하는 것도 문제다. 그가 보여주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는 이슬람 문화권 전체를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부패와 반-민주주의적 태도로 내부에도 적이 많은데 아랍 국가에 둘러쌓인 이스라엘에서 너무 주변국들을 신경쓰지 않는 태도도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네타냐후는 반-팔레스타인과 ‘안보는 보수’ 이미지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아침,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기습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원래 모든 로켓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아이언 돔을 늘 자랑해 왔는데 이번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최소 2천 발 이상의 로켓이 발사되었다고 하는데 로켓 공격과 동시에 하마스는 트럭과 불도저, 패러글라이드까지 동원해서 가자지구 밖의 유대인 거주지로 밀고 들어왔다. 지금 현재 이스라엘 정부에서는 빼앗겼던 지역을 거의 다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중에서도 과격파에 속한다. 지금 이스라엘의 화력으로 하마스를 몰살시키지 못할 리는 없다. 그러나 전쟁이 전면전으로 가고 상황이 악화되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희생되면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악화될 것이다. 서방세계에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이런 이미지가 생기는 게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포로로 잡은 이스라엘 사람들도 문제다. 팔레스타인에서는 150명 정도의 포로를 잡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유 없이 구속,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 5천 명과 포로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니. 생각보다 하마스가 계획적으로 일사분란하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전면적으로 붙었을 때 이스라엘이 생각만큼 빨리 끝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예측도이야기되고 있다. 또 하마스가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예전에 비해 팔레스타인 사람의 희생을 딱히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이스라엘이 막상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다 죽이거나 하마스를 몰살시킨다고 해도 통신이나 전기, 가스는 커녕 수도조차 없어서 오염된 물로 생활을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을 재건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오랜기간 전쟁을 통해 가지게 된 군사강국, 정보강국의 이미지가 깨졌다는 것도 한 가지 기록할 만한 것이다. 아이언 돔과 모사드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군사강국 이미지와 네타냐후의 ‘안보는 보수’ 이미지가 재래식 로켓과 트럭에 의해 깨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만약 이스라엘이 이 문제를 진압하고 사태를 진정시킨다고 해도 이전의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래저래 이스라엘 그리고 네타냐후에게는 안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예상 외로 이번 전쟁을 통해 첨단무기나 정보에만 의존해온 최근의 군사적 경향에 대한 반성이 각국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도 이 이야기가 나올까 두렵다.) 다른 나라들의 태도 1 미국에서는 유대인 셀럽들을 중심으로 해서 팔레스타인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내는 분위기인데 미국 외의 지역에서는 이런 미국 셀럽들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 미국 정부에서는 일단 무기는 지원하지만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미국 국내의 정치, 경제 사정이 지금 썩 좋지도 않거니와 미국과 이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걸 생각하면 미국도 지금의 사태가 썩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참전을 할 경우, 혹은 미국의 무기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학살할 경우, 아랍 여러 국가들이 대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반대 행동 같은 것은 안 하겠지만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전쟁이 확대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결코 좋은 일도 아니고 미국도 전쟁에 참여하는 것도 이래저래 실리적으로 그리 좋은 결정이 아닐 게 분명하지만 사람일은 또 모르는 것이니.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여러 국가들의 경우, 팔레스타인 편을 든다고는 예전부터 말해왔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에는 별로 참견을 안 하는 분위기다. 만약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니 팔레스타인을 돕겠다고 했다면 애초에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석유를 비롯한 자원의 가격이 계속 불안정했기 때문에 중동의 여러 나라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경제 살리기, 미래 경제 계획에 집중하는 분위기이고, 딱히 다른 나라 문제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갑자기 제5차 중동전쟁이 일어난다고 한들 이상할 게 있겠냐 싶을 수도 있고, 수니파니 시아파니 이야기하며 옛 이슬람 이야기까지 꺼내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랍 여러 국가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경제 살리기, 미래 계획 세우기에 몰두하고 있고, 숙적이라고 하는 이집토도 오랜 시간을 두고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고 있는 지금,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아랍 국가들이 과연 반길까 싶은 느낌이 든다. 미국도, 사우디 아라비아도, 이집트도, 이란도, 지금의 사태를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 문제가 미국-이스라엘을 두고 전세계가 찬반으로 갈려 진영이 만들어지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때는 인도주의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비록 하마스가 먼저 공격해서 벌어진 사태이긴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동안 겪어온 차별과 억압을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외교관계가 비정하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그것을 계속 고수하면 그것이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정세 파악과 기민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외교는 원칙이나 중요하게 지키는 가치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이제 와서 가치를 따지기가 뭣하다면 전쟁에 대한 입장표명이라도 좀 천천히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한국 외교부는 이미 팔레스타인에 대한 규탄 입장을 밝혔다(민중의소리.2023.10.08.). 2 최근 한국에서 새로 국방부 장관이 된 신원식은 힘에 의한 평화를 운운하고 있다. 압도적인 힘을 가져야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도 온전한 평화를 이루지 못하는데 한국이 어떻게 압도적인 힘을 가진다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애초에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라는 게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이번 이스라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평화는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중년 남자들은 삼국지 같은 걸 좀 끊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합법적인 시위, 비폭력 투쟁 같은 것들이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이 자란 도련님들이나 할 생각이다. 협상 기회조차 박탈당한 약자에게 평화적인 비폭력 투쟁은 사치일 수 있다. 너무 과격하고 잔인한 방식이라는 말은 할 수 있어도 하마스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친 이스라엘 세력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유아들을 참수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릴 동안 우리가 외면해온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 지난 10년 동안 사망한 2천 명 넘는 팔레스타인의 유아들은 무엇이 되는가? 2천 년 전에 자기 조상들이 살았다는 이유로 원래 살던 사람을 추방하고 죽이는 것을 외면해온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을까? 처절한 슬픔을 뒷전에 두고 방식이 잔인하고 과격하니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얼마나 알량한가! 협상을 거부당한 후 모든 것을 차단당하고 포위당해 생존 조차 겨우 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평화적인 방식을 운운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가!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온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그 동안 왜 이스라엘에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미국과 유럽 백인들이 중재해줘야만 평화로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투쟁 자체를 비난하거나 섣부른 양비론을 들이미는 태도는 배격해야 한다. (버니 샌더스의 트위터. 나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의 이스라엘에 대한 끔찍한 공격을 절대적으로 비난합니다. 이러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양측의 무고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끝나야 합니다. - 틀린 말은 아니지만 참 속 편한 소리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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