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가자지구에도 꽃은 핀다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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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활동가

아랍권 전통춤 답케(Dabke)를 알게 된 건 긴급행동 집회에서였다. 춤 선생은 팔레스타인계 여성 활동가였는데, 그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은 둥그렇게 서서 손을 맞잡은 채 발을 앞뒤로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빠른 아랍풍 리듬에 맞춰 양발을 현란하게 움직이는 답케를 따라 하기란 쉽지 않았다. 내 스텝은 꼬이기 시작했고 다른 참여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함께 춤을 추던 팔레스타인계 여성 활동가의 어머니가 두팔을 옆으로 쭉 펼치고 곡선을 그리며 몸을 흔들었다. 서안지구 난민으로 이주해 살아왔다는 한 노년 여성의 몸짓에서 부드러움과 함께 강인함이 느껴졌다. 연대의 마음을 담아 리듬에 몸을 맡기면서도 실시간으로 폭격이 진행되는 가자지구의 현실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언론을 통해 본 무너진 잔해, 난민촌 텐트에서 심각한 기아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떠올리며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라던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곱씹었다. 실상 춤은커녕 굶주림에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형편이겠지만 존재함으로서 저항해 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용기를 떠올리며, 답케 스텝을 한 발 한 발 떼었다. 

공습으로 파괴된 땅,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생각하면 많은 이들이 ‘지옥’, ‘폐허’, ‘비극’과 같은 부정어를 떠올릴 것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향한 집단학살이 어느덧 8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고, 현지의 참상은 어떠한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 6월 10일(현지시간) 기준 가자지구에서 최소 3만 7천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8만 4천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지상, 해상, 공중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폭격을 퍼붓고 있으며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라파 공격 중단 명령에도 난민촌을 공습하는 등 학살을 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월 6일(현지시간)기준, 인질을 구출한다는 명목으로 누세이라트 난민촌과 인근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학교에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 사망자만 274명, 부상자는 700여 명에 이르고 건물 잔해에 깔린 실종자를 추가 집계한다면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전투원’ 희생자 명단이라고 주장하는 명단에는 8살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점에서 우리는 ‘하마스 제거’를 핑계로 한 이스라엘의 모든 공격이 실상 가자지구 민간인을 향한 집단학살이자 전쟁범죄임을 알 수 있다.  


기아와 난민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자지구

이스라엘은 라파 공격 즉각 중단하라ⓒ스튜디오R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협하는 건 이스라엘의 공습뿐 아니라 심각한 굶주림과 질병 등이다. 6월 12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현재 “재앙적인 기아와 유사 기근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어린이 10명 중 9명이 심각한 기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지속적으로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물품을 통제하여, 구호 물품이 검문소 인근에서 발 묶인 채 부패하고 있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이스라엘 정부가 기아를 ‘무기’처럼 전투 수단으로써 사용하며 인종청소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유일한 구호 물품 반입 통로인 라파 국경 검문소가 장악됐고, 구호 트럭 반입 수는 지난 5월 기준 하루 평균 97대로 집계되었다. 심각한 기아 상황인 가자 북부에서는 굶주림에 참다못한 주민들이 동물 사료를 먹는 일도 있었고, 해상으로 투하되는 구호 물품을 잡으러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익사한 사건도 발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7월 중순이 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구 절반에 달하는 약 100만 명이 기아로 사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늘만 뚫린 감옥’ 가자지구는 현재 극심한 인도적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자지구 출신 한 난민은 인터뷰를 통해 봉쇄와 폭격 속에서의 삶을 “사람이 아니라 새가 되었으면 하고 바랐던” 때라고 회고했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난민촌 및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시설 공격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행위이다. 지난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 인구 75%이상에 해당하는 170만 명 넘는 주민이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었다. 라파 난민촌 피란민은 지난 공습 당시 화염에 휩싸였던 상황을 전하며 “죽을 순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란민들은 난민촌 텐트에서 식량 부족 등을 겪으며 하루 하루를 견디고 있다. ‘생지옥’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참혹한 상황에서마저,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만류를 묵살한 채 가자지구 전역에 무차별적 공습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라파에 머물던 100만 명 이상의 가자 피란민들은 공습을 피해 남부로 이동했고, 현재 라파에 머무는 이들은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폐허 속에서도 재스민꽃은 싹 틔운다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타전되는 가자지구 폭격 소식, 비현실적인 사망자 수 등 비참한 현실에 한 명의 연대자로서 막막함을 느낄 때도 있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세계 시민들이 이 집단학살을 막을 수 있을까. 연대운동 흐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더는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긴급행동 집회가 16차까지 거듭될수록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은 더 격화되고 휴전 협상은 어렵기만 하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뒷배가 되어 학살을 지원하고 국제사회도, 그 누구도 학살을 멈추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무력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이 간절한 외침이 닿을 수 있을까.

재스민꽃ⓒunsplash

팔레스타인 작가 모하메드 엘-쿠르드는 가자지구 북부에 핀 재스민꽃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허락이나 휴전이 없어도 싹을 틔우는” 재스민이 존재하는 이유는 끝나지 않은 나크바(대재앙)에서도 살아왔던 팔레스타인인이 있었기 때문이고, 늘 투쟁과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지옥’에서도 새싹은 틀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에 그늘이 질 때마다 폐허 속에 핀 재스민꽃을 상상해 본다. 집회 단골 참여자들과 눈인사를 주고받을 때, 행진 참여자에 음료수를 나누어주거나 그저 멀리서 행렬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며 눈물을 훔치는 아랍계 이주여성들을 마주하는 등 팔레스타인을 매개로 다양한 이들과 연결되는 경험은 연대자로서 역할을 돌아보게 된다. 쉴 새 없는 공습 속에 살아가는 가자 주민들을 떠올리며 세계 시민으로서 집단학살을 끝내기 위한 책임을 공유하고, 연대의 목소리를 내어본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시민들의 마음을 잇고 모으는 활동이 무력함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혹자의 말처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외침으로 집단학살을 끝낼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학살을 중단하고 즉각 휴전하라는 시민들의 여러 외침이 함성으로 모일 때, 우리의 연대가 연결되어 강해질 때 폭력의 악순환은 끊어낼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혼자가 아니라는 절실한 외침, 폭력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세계난민의날을 앞둔 6월 15일(토) 오후 3시, SK서린빌딩 뒤편에서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17차 집회가 열린다.텐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자 주민의 삶,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고향을 떠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삶을 매 순간 잊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고 연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이 하루빨리 평화와 존엄을 되찾기를 촉구하며 오늘도 광장에 모인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끝내기 위해 함께 외치자. 피켓을 높이 들고 거리를 누비자. FREE FREE PALEST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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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살인을 단순히 경제적인 요인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 사람들을 보다가 이 글을 보니 "죽은 순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라는 문장이 더 괴롭게 느껴집니다.

이연주 비회원

글 잘 읽었습니다. 재스민 꽃은 지옥에서도 싹을 틔운다는 말은 팔레스타인 작가의 비유라 더욱 와닿고 가슴이 아프네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공감합니다. 응원하고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하겠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어서 평화가 찾아오길 빕니다.

올해 초에 진행됐던 집회에 참여했었는데요. 찬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앉아서 함께 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찬 바람 부는 날씨부터 무더위를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 평화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슬프네요. 가자지구를 비롯해서 모든 팔레스타인 땅에 평화가 자리잡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