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조선일보의 ‘신종 돈벌이’…‘조선몰’ 제품 광고 기사
뉴스어디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독자의 신뢰에 기반한 '돈'만으로 굴러가는 언론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언론의 모든 문제가 파생되는 시작점이 편법으로 점철된 언론의 돈벌이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도는 조선일보의 새로운 돈벌이에 관한 기사입니다. 전문가들은 "되게 우회한 기사형 광고", 한 국회의원은 "국내 1등 신문이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매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놀랍다. 제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합니다.  뉴욕타임즈에도 기사형 광고와 유사한 상품 추천 기사가 있습니다. 한국의 '기사형 광고'만 접해온 제게는 이 기사가 꽤 새로웠는데요. 상품 추천 기사에서도 "강력한 저널리즘"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자들의 노력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즈의 이 기사도 오늘 보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캠페인즈 구독자분들도 함께 읽어보시고, 독자의 신뢰에 기반한 '돈'만으로 굴러가는 언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뉴스어디의 다른 보도도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진실과 공익을 추구하는 언론 생태계를 만들겠습니다. 캠페인즈 '응원'으로 뉴스어디에 힘을 보태주세요! (뉴스어디 후원 바로가기) 조선일보 홈페이지 ‘조선닷컴’에 들어가 2~3초만 스크롤하면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나온다.  환절기 기력 보충 자연산 바다장어, 9마리에 2만 7500원 수백만 원대 대기업 탈모 관리기, 10만 원대 실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트북 단독 특가 돼지에서 이런 맛이? LA갈비 특가 이 기사가 실린 코너는 조선경제 메뉴의 ‘스타트업 취중잡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를 싣는다고 하지만, 기사 상당수가 특정 상품을 소개하는 사실상 광고다. 이 코너 기사 상단에는 “콘텐츠와 제품에 대한 책임은 조선몰에 있다”고 적혀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 책임을 영리 쇼핑몰인 ‘조선몰’에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사를 실은 주체와 기사 책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조선몰’은 ‘조선일보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상품을 만나보세요’라고 홍보하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취중잡담’에 실린 기사에는 각 문단 사이마다 ‘단독 최저가 사러 가기’ 링크가 있다. 링크로 연결되는 곳은 쇼핑몰인 ‘조선몰’ 구매 페이지다. 기사에는 “많은 상품 중에서 제대로 된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중략) 직접 비교하고 선별한다”, “우수 제품을 소개한다”라고 적혀있지만, 이 기사와 조선몰이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공지하는 정보는 없다. “직접 선별해 골랐다”라는 말을 신뢰할 만한 근거도 기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스타트업 대표 인터뷰 코너에 실린 탈모 관리기⋅LA갈비 기사⋯광고 아니다? 이러한 광고성 내용의 ‘기사’를 쓰고, 쇼핑몰을 운영하는 곳은 조선일보 계열사 ‘더비비드’(회사명 비비드몰)다. 대표는 박유연 현직 조선일보 기자다. 박 대표와 ‘더비비드’ 소속 기자가 ‘취중잡담’ 코너 ‘기사’를 쓴다. 2022년 기준 더비비드 연 매출은 13억 8천만 원이다. 박 대표는 지난 9월 30일 뉴스어디와 만난 자리에서 “대가를 받고 작성한 콘텐츠는 일절 없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다”라고 했다.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 알고 보니 5000만 원짜리 폴리텍대 광고  뉴스어디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더비비드는 돈을 받고 공공법인의 기사형 광고도 싣는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폴리텍대학과 올해 1월 5566만 원의 ‘콘텐츠 제작 및 송출’ 계약을 맺었다. 수협과는 2024년 1년 동안 월 1회 “조선닷컴 메인” 등에 “광고 송출” 조건으로 월 550만 원, 총 6600만 원의 홍보 계약을 했다. 폴리텍대 기사형 광고로 졸업생과 교수의 성공담을 실었는데,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라는 더비비드 측 주장과 거리가 있다. 정부기관, 공공법인은 매년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광고⋅홍보에 사용한다. 정부광고법은 이 기관들이 특정 매체에 광고를 몰아주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폴리텍-더비비드 계약, 3년째 정부광고 시스템에 누락 폴리텍대는 정부광고법을 준수해야 하는 기관인데도 더비비드 측과의 계약 내역이 ‘정부광고 통합지원시스템’에  기록되지 않았다. 폴리텍대가 2024년 1월 더비비드와 계약한 건과 유사한 기사형 광고는 2022, 2023년에도 확인되는데, 이 내역도 없다. 폴리택대 측은 “실수로 누락된 것”이라고 했지만, 더비비드 측은 폴리텍과의 계약 건에 대해 기사형 광고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비공개와 관련해 “따로 요청드린 건 없다”고 했다. 우회적 방식의 기사형 광고가 정부 광고의 불투명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광고법 위반 법인을 두고 몇 년째 대안이 없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과는 “시정 조치를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회에 보고를 하게 돼있다”라고 했다. 시정 조치 외에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이다. 더비비드 기사처럼 정부광고가 기사형 광고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계약되는 것에 대해서도 “저희가 일일이 다 전수조사를 할 수도 없다”라고 했다. 쇼핑몰 수수료 받고 기사형 광고 공짜?  전문가들 “우회한 기사형 광고” 이에 대한 해명 요구에 더비비드 측은 “기사형 광고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 배경에는 기사형 광고 윤리 규정을 우회하는 기사형 광고 거래 방식이 있다. 박 대표는 “폴리텍 졸업생을 인터뷰해 폴리텍 블로그에 올리고, 제작비를 받는 거다. (중략) 조선닷컴 독자들이 봐도 의미있겠다 싶은 건 조선닷컴에 (대가 없이) 다시 올린다”라고 했다. “조선닷컴 노출이 되니 광고비가 더 높아지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그것(조선닷컴) 노출과 (비용 책정은) 상관이 없다”고 했다.  민간 기업 제품도 기사형 광고에 대한 대가 지불 외의 방식으로 비용을 치렀다. 조선닷컴에 홍보 기사를 낸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저희 돈이 들어간 건 없다”라며 “(수수료가) 다른 데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제품 광고료는 내지 않지만 조선몰에 입점 상품이 팔릴 때마다 수수료를 낸다는 것이다. 기사형 광고와 연계된 이 수수료가 더비비드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더비비드 측은 “조선몰, 메타샵(다음, 네이버 포스트에 실린 콘텐츠와 연결된 쇼핑몰. 판매 상품은 조선몰과 같다) 제품(수수료)이 (매출)대부분”이라고 했다.  기사형 광고는 싣지만, 이와 연계된 다른 용역 대가로 이득을 얻으면 기사형 광고가 아닐까.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경상국립대학교 최진호 교수는 “업체들도 여기(조선닷컴)에 기사가 나가기를 기대하고 입점을 하는 형태”라며 “상당히 우회한 (기사형) 광고의 형태로 보인다”라고 했다. 입점 업체 제품 판매가 늘어날수록 더비비드 수익도 늘어난다.  ‘일주일 리뷰’라는데 업체 대표 “기자 한 번씩 체험” 더비비드 콘텐츠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상품 중에서 제대로 된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콘텐츠 기반 큐레이션 커머스 더비비드가 직접 비교하고 선별해 추천해 드린다”라고 기사를 소개한다. 객관적으로 선별하고 검증한 취재물이라고 읽힌다. “무수히 많은 상품”은 무엇이고, 얼마나 쓰고,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는 설명이 없다. 유튜버 등은 지켜야 하는 수수료 등의 대가를 받는다는 표기도 없다. ‘[일주일 리뷰]’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에 소개된 업체들을 접촉했다. 유일하게 취재에 응한 한 업체 대표는 “저희 거 다 체험하고 그 담당자 기자분 말고 다른 분들도 체험을 한 번씩 다 했어요”라고 말했다. ‘일주일’이 아닌 “한 번씩 체험”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에는 일주일 동안 사용해보고 썼다고 적혀있다고 하자 “(상품을 보여주고) 다시 가져왔”으며, “(일주일 사용 리뷰는) 고객들이 쓴 거”라고 했다. 재차 ‘일주일 사용’ 여부를 묻자 “그랬(써봤)겠죠”라고 답변을 바꿨다.  리뷰 상당수는 전형적인 기사형 광고 패턴을 보인다. 업체 측이 제공한 사진만 사용하고, 단점을 적은 경우는 거의 없다. 박 대표에게 생각나는 단점이 있느냐고 묻자 “딱히 떠오르는 건 없다”라고 말했다. 극히 드물게, 유의 사항 정도를 적어 놓은 게 있다. 동일한 상품 기사를 반복해 올린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규정에 따르면, ‘동일한 매체에 연속적⋅중복적으로 게재된 경우’, ‘특정 광고주나 상품에 대한 상업적 광고를 주목적’으로 한 경우 등을 기사형 광고로 본다. 한 예로 골프공 업체 대표 인터뷰를 제목만 바꿔 2021년, 2024년에 게재하고, 이 업체의 특정 상품을 9월과 10월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실었다. 10월 10일 실은 한 통역기 관련 기사는 이 기사 포함 6월부터 4건을 싣고, 기사 해당 업체 대표 인터뷰 1건도 올렸다.  조선일보 “검증은 외부와 협업”,  협업 기관 “조선이 다 검증” 상품 검증도 충실히 이뤄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 검증 절차와 관련해 더비비드 측은 “중소기업유통센터, 서울경제진흥원 등에서 기업 추천을 받는다”라며 “외부와의 협업으로 그거(검증)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더비비드와 협력하는 중소기업유통센터 측 이야기는 달랐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조선일보와 ‘중소기업 제품 홍보-판매 지원’ 사업을 한다. 이 사업에 선정된 업체는 조선일보에 홍보 기사를 1회 게재하고, 조선몰 입점을 지원받는다. 센터 측은 “상품기술서를 모아 조선일보 측에 전달한다. 그쪽에서 상품성을 검토한 다음에 선정하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더비비드 콘텐츠를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더비비드는 “무수히 많은 상품 중에서 제대로 된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콘텐츠 기반 큐레이션 커머스 더비비드가 직접 비교하고 선별해 추천해드린다”, “우수 제품을 단독 최저가로 소개한다”라고 할 뿐 광고 등의 표기는 하지 않는다. 추천 상품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고르고 검증했다고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최근 뉴스어디가 조선몰을 접촉하는 등 취재를 본격화하자 이전엔 드물던 “본 코너는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유튜버 등과 달리 언론사는 광고 여부를 표기하지 않은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사실상 제재가 없다.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분리해야한다는 편집 기준을 명시한 신문법이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됐다. 자율 심의를 맡은 신문윤리위원회는 위원회 운영 규정에 따라  1천만 원의 과징금 부과 또는 윤리위 회원 자격 정지 또는 제명을 할 수 있지만, 단 한번도 이 조항을 적용한 적이 없다. 또 다른 자율 기구인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기사형 광고 위반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왔지만, 광고주와 언론사 항의를 받고 비공개로 바꿨다. 이를 지적한 뉴스어디 보도 이후 다시 공개로 바꿨다. 유튜버⋅블로거는 광고 표기 위치도 제한, 언론사에는 사실상 제약 전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나마 언론사를 제재할 여지가 있다. 공정위는 유튜버의 이른바 ‘뒷광고’ 논란으로 추천인도 제재할 수 있도록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했다. 소비자에게 광고 표기를 하지 않고 홍보 글 등을 게시할 경우 추천인에게도 최대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과는 더비비드 사례에 대해 “계약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지침이 제재하는 위반 사례와 비슷하다는 건 알겠다. (중략) 블로거, 사업자 등을 제재한 적이 있다”라며 더비비드도 제재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있으나 마나 신문법⋅자율규제, “공정위, 미국 연방거래위 참고해 제재해야”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더비비드 사례에 대해 “국내 1등 신문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매체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게 놀랍다”라며 이를 제재하기 위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네이티브 광고 규제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기만적 광고(기사형 광고)를 하는 정부 기관에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공정위가 기사형 광고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다.  뉴욕타임스, 상품 추천하면서도 “강력한 저널리즘 강조” 독자에게 신뢰받는 상품 기사의 조건은 무엇일까. 더비비드가 설립 당시 모델로 삼았다는 뉴욕타임즈의 ‘와이어커터(Wirecutter)’와 비교하면 몇 가지 조건을 찾을 수 있다. 와이어커터는 2016년 뉴욕타임즈가 인수한 상품 추천 전문 매체다. 뉴욕타임스 CEO 마크 톰슨은 이 매체 인수 당시 와이어커터에 대해 “독자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인 제품을 만드는 데 대한 우리의 헌신과 일치”한다며, “연구 중심의 강력한 제품 추천을 하는 저널리스트의 강력한 편집 기반 위에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톰슨은 이를 ‘서비스 저널리즘’이라고 했는데, 소비자에게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와이어커터는 ‘기사형 광고’와 정보성 상품 기사의 차이를 보여준다. 뉴욕타임즈의 한 카테고리인 와이어커터를 누르면 나오는 메인 페이지 상단에 “우리가 추천하는 모든 상품은 독립적으로 검증한 것입니다. 우리가 제공한 링크로 구매할 경우, 우리는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공지한다. ‘더 자세히’를 누르면 와이어커터가 상품을 독립적으로 추천하면서도, 어떻게 돈을 버는지, 제품을 검증할 때 사용하는 기준과 그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실제 증거 자료를 통해 독자에게 설명한다. 또 앞서 김 의원이 언급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고도 명시한다. “여러 상품 비교하고 단점까지 명시해야 기사 가치” 한 예로 와이어커터는 겨울 부츠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기자가 작성한 비교표 원본을 공개했다. ‘눈이 올 때 착화감’, ‘얼음 위에서 걸을 때 용이성’ 등 총 8가지 기준으로, 14가지 모델을 비교했다. 복수의 상품을 복수의 기준으로 검증했다. 어떻게 테스트했고, 어떻게 상품을 골랐는지도 적혀있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를 섭외하는 경우도 많은데, 낚싯대의 경우 “걸을 수 있을 때부터 낚시를 해온 해안 경비대 선장” 등을 섭외하고, ‘왜 당신이 나를 믿어야 하는가’에서 그의 전문성을 기술했다. 가격 정보도 제시하는데, 세일가와 비 세일가를 모두 고려해 12개월 가격 기록을 활용한다고 안내한다. 신뢰할 만한 상품 기사 요건에 대해 전문가들도 복수 상품을 비교하고 장단점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상대 최진호 교수는 “이 제품은 어떤 부분이 좋고, 이 제품은 어떤 게 좋지 않다는 걸 비교할 때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된다”라면서, 더비비드의 경우 대개 “하나의 제품을 소개하는 형태로 보인다”라고 했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 * 이 기사는 뉴스어디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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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사형 광고’, 사기성 사업에 악용
* 2편 빠르게 읽기 경찰 수사 중인데 “지속 가능 발전” “사회 공헌” 기사형 광고 낸 조선일보  탈퇴 원하는 투자자에 “최고 권위 중앙, 조선에 기사 나간 회사, 걱정 말라”  조선일보, 취재 시작하자 “총 6회 (기사형 광고) 요청 들어왔는데 다 취소” ‘Advertorial’ 표기했지만…독자는 “광고인 줄 처음 알았다” 해외에선 ‘광고’ 표기 명확히 안 하면 과징금 1억 원 넘게 엄격 제재 “최고 권위 중앙・조선일보가 회사 소개, 걱정 안 하셔도” “대한민국 최고 권위와 발행부수를 내는 중앙, 조선일보에서 4면 전면 광고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갔습니다. 이 두 신문사 발행부수를 합치면 200만 부가 넘고 수십 년간 정통 국가를 대변하는 언론이란 인정을 받는 곳입니다. 회사 출발 4년 5개월 만에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중략)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지난 2023년 10월 12일 서울 서초구청이 이른바 ‘폰지사기’ 혐의를 받는 시더스그룹 영농법인에 대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의 지역별 관리자(폼장)가 이틀 뒤인 14일 투자자인 회원들에게 보낸 공지문 중 일부다.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최고 권위와 발행부수를 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자사를 상세하게 소개할 정도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회사가 인정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래는 실제 이 공지문이 언급한 시더스그룹 관련 홍보 기사다. 같은 해 7월 중앙일보에 4면에 7건, 8월에는 조선일보에 4면에 8건, 두 신문 합쳐서 무려 15건의 기사형 광고가 나갔다. 서초구청은 이 공지문의 주장과는 달리 시더스그룹의 위법행위를 발견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시더스그룹은 홈페이지에 자사가 ‘농⋅수⋅축산물에 특화된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에 올라온 투자자 모집 글에 따르면 선수금을 입금하면 블록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는 ‘해피캐쉬’ 앱을 통해 선수금의 2.6배를 가상자산 형태로 지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이 자산의 0.2%를 추가로 주는데, 이 가운데 80%는 출금 가능한 ‘해피캐쉬’로, 20%는 자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쇼핑캐쉬’ 형태로 지급하며 출금하지 않고 재투자하면 3배로 불려준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투자금 액수에 따라 출금 가능 금액이 정해져 있으며, 출금 가능 횟수도 제한된다. 시더스 측에 따르면 현재 회원은 22만 명이다. 서초경찰서는 같은 해 10월 17일 시더스의 이러한 영업 방식을 다단계 금융사기 이른바 ‘폰지사기’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사기 혐의로 수사하는데 조선일보는 ‘유망 산업’으로 소개⋯투자자 혼란 이처럼 서초구청의 해산명령 청구, 경찰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조선일보는 그 해 11월 1일,  <‘스마트팜 융복합단지’ 시더스팜월드로 유통⋅생산 통합⋯여러 글로벌 기업과도 업무협약>(이미혜 객원기자)이라는 제목으로 시더스그룹을 홍보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역 자생 시스템 실현으로 지역사회에도 공헌하는 단지 조성”, “농가와 소비자 직접 연결로 농가 소득 증대와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방침”,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업무협약으로 글로벌 진출 추진” 등 사업의 긍정적 측면과 전망으로 한 면 전체를 채웠다. 경찰 수사 등에 관한 언급은 없다.  시더스그룹의 기부 행사를 홍보하는 기사도 나왔다. 기호일보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사랑의 물품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2023년 10월 19일 디지털뉴스부)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휴스템코리아 부천본부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의 기부 물품을 전달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시점은 ‘최근’이라고만 적었다.  경상일보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저소득층 위한 장학기금 기탁>(2023년 10월 29일, 현재 삭제)이라는 기사에서 “여주시에 위치한 장학기금 행사에서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는 5000만 원의 기부금을 여주시인재육성장학회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역시 기금 전달 날짜는 본문에서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이 기금 기탁 행사는 한 달 전인 9월 25일 열렸다. 이미 서울경제(2023년 9월 27일)와 한국경제(2023년 9월 26일) 등이 당시에 보도한 바 있다. 투자자 현혹하는 ‘기사형 광고’⋯ 조선일보는 “대행사가 주는 대로 썼을 뿐” 해산 명령 청구, 경찰 수사 착수 등은 잠재적 투자자가 실제 투자 실행 여부를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는 배제하고 긍정적 전망, 미담성 내용으로만 채운 조선일보 등의 기사형 광고는 시민들을 현혹시키고 막대한 재산 손실로 이끌 수 있다. 기사 형식으로 위장한 이런 광고는 작성 기자 이름까지 있지만, 보통 사실 확인 등의 취재 과정은 거치지 않고 나온다. ‘뉴스어디’는 조선일보 측에 “해당 기업의 사기 혐의가 문제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기사형 광고 게재 기준은 없는지?” 등을 질의했다. 조선일보 측은 시더스그룹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뉴스어디가 취재 과정에서 질의를 하자 확인했다며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그냥 전면 기사식 광고다. 대행사에서 의뢰를 받아서 그냥 광고로 생각하고 게재한다. (중략)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는다. 총 6회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일단 다 취소는 해놓은 상태다”조선일보 광고국 한 달 전 열린 장학기금 행사를 날짜도 없이 기사화한 경상일보 역시 대행업체의 글을 그대로 실었고, 사전에 거르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인정했다. “사기 관련해서 댓글이 2개 정도 달려서 확인을 해보니까. (중략)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삭제하고 대행업체에 통보했다.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나쁜 문제가 있나, 기자로서 그런 의심을 하기가 조금 무리가 따르다보니”“처음부터 필터링이 됐어야 하는데, 저희들 입장에서도 좀 개선돼야 할 문제다”경상일보 배OO 기자 “이게 사기면 조선일보가 왜 실어주냐고 하더라” 조선일보 등은 사기 범죄 혐의를 받는 업체를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두고 “광고일 뿐”이라며 검증 절차는 없다고 말하지만, 투자자들은 이것을 광고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언론사가 쏟아내는 장밋빛 전망 기사나 봉사활동 등 미담성 홍보 기사를 보며 시더스그룹을 향한 의심을 거두고 투자금을 그대로 두기도 한다. 김영수(가명) 씨는 2020년쯤 시더스그룹에 투자를 권유를 받았지만 사기성이 짙어 보여 거절했다. 얼마 전 후배 어머니가 그 회사에 투자 중인 걸 알고 탈퇴를 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개월 만에 연락 온 후배 어머니는 이 회사에 해산명령이 청구됐다는 뉴스를 보고 김 씨에게 ‘터질 게 터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회원에서 탈퇴하기 위해 후배 어머니가 관리자(폼장)를 만나는 자리에 동행했는데, 그때 만난 관리자가 종이 신문 하나를 내밀었다고 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8월 9일 자 신문으로, 4면에 걸쳐 게재된 총 8개 기사에는 이 기업이 국내외 기업과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 시더스그룹 회장 인터뷰 등이 실려 있었다. 시더스그룹 폼장이 꺼내든 이 기사는 중앙일보가 2023년 7월 11일 게재한 기사형 광고와 제목부터 내용까지 유사하다. 중앙일보 <상생형 생산・소비 시스템 ‘스마트팜’ 통해 농업 환경 개선에 앞장>(박지원 중앙일보M&P 기자), 조선일보 <상생형 생산・소비 시스템에 스마트팜 접목⋯농업 환경 개선에 앞장>(문미영 객원 기자)은 첫 문장이 각각 “최근 기후변화・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농업 분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고령화 등 인구・사회학적 요인 때문에 농업은 기존 ‘노동 집약’ 방식을 벗어나 ‘기술집약’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등으로 제목부터 내용까지 비슷하다.  이외에도 <국내 식재료 활용, 전문 인력 양성 등 ‘상생’과 ‘윈윈’으로 사회적 가치 높여>(박지원 중앙일보M&P 기자), <국내산 식재료 활용, 전문 인력 양성⋯‘상생’과 ‘윈윈’으로 사회적 가치 높여>(이보라 객원기자) 등도 마찬가지다. 경찰 수사 등으로 투자자들이 탈퇴를 고민할 때 기사 형식을 갖춰 기사처럼 보이는 기사형 광고가 사기 혐의 기업의 ‘신뢰’를 담보하는 근거가 된 것이다. “폼장이 어머님하고 제 앞에 내민 지면 광고는 조선일보 기사였죠. 조선일보에 소개된 회사다. 우리 회사가 실체가 없고 이게 사기라면 왜 조선일보에서 우리 기사를 실어주겠느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죠”“50대도 젊은 거 같아요. 이 시더스 하는 분들이 이제 60대, 70대 이런 분들이 주다…(투자자 또는 투자자 가족 등이 모인 톡방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설득이 안 된다. 비전 없고 실체 없고 사기 회사가 어떻게 조선일보에 기사가 날 수 있냐, 메이저 언론에 기사가 날 수 있냐, 이런 식으로 반박하니까”김영수(가명) 김 모 씨(61)는 관리자인 친구 소개로 시더스그룹에 투자했다가 최근 경찰 수사 소식을 듣고 탈퇴했다. 친구에게 투자금은 괜찮냐고 물었지만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만 말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친구는 김 씨에게 이 기업의 기부 소식을 여러 차례 공유했다. “기부하는 기업이 사기를 벌일 리 없다”는 것이다. 김 씨의 친구를 통해 투자한 다른 지인들의 투자금액은 6000만 원, 2000만 원, 1500만 원 등 다양하다. 김 씨는 탈퇴 후 친구와 사이가 나빠져 친구 번호를 지웠다고 했다. “인터넷(기사에) 기부를 했다고 그러고, 여름에 수재민 그것도 시더스에서 기부를 했어요. 인터넷에 나와요. 인터넷에 봤을 때는 어쨌든 현혹되게 돼 있는 거 같아요”(기자: 그런 기사를 친구분께서 공유해주신 건가?)“예예, 공유하죠”김 모씨, 61세 언론사만 아는 ‘advertorial’ 표기⋯ “광고인 줄 처음 알았다” 시더스그룹 지역별 관리자(폼장)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조선일보의 기사형 광고를 접한 김영수 씨(가명)는 기사형 광고를 기사로 오인하는 걸 막기 위해선 ‘광고’라는 표기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유튜브는 발빠르게 유료광고 포함 배너도 붙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사형 광고는 ‘광고’임을 명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이미 2006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기사형 광고 가이드라인’ 심의 기준에 적시돼 있다. 2009년 신문법 개정으로 없어지긴 했지만, 2007년부터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을 경우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었다. 정규 언론사가 독자 눈에 띄지 않게 ‘Advertorial section’ 같이 영문으로 광고 표기를 하는 탓에 유튜브보다 못한 수준으로 인식되는 셈이다.  “요즘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유튜버들이 이거는 광고라고 얘기를 하고 진행을 하는데…기사형 광고라든지 그런 부분을 표기해주는 게 당장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유튜브 유료광고 포함 배너 등은 발빠른 조치잖아요”(기자: 유튜브보다 언론사가 더 이전에 광고 표기 시작했다. 여기 애드버토리얼이라고 적어뒀다)“처음 알았다. 광고라고 적혀있네요. 한번도 이런 걸 볼 생각조차 못 해봤어요”김영수(가명) 한국은 ‘광고’라고 명확하게 표기하는 대신 ‘advertorial’ ‘promotion’ 등 영문으로 광고임을 ‘꼼수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자 크기도 본문보다 작거나 같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기사형 광고심의규정 심의세칙 제2조는 “‘스폰서특집’, ‘스폰서섹션’, ‘Promotion’ 등과 같이 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해두고 있지만, 독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광고’라고 쓴 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편집기준 제2조에서는 “면별 안내가 없는 전면 크기 기사형 광고나 전면 미만 크기의 광고는 광고 외곽선 및 광고란 상단에 광고 본문 글자보다 크게 “광고” 표시를 하여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역시 이를 지키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줄어들지 않은 기사형 광고⋯ 해외에선 엄격한 제재와 언론사 자정 노력 병행 해외 언론은 기사형 광고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명확하게 고지한다. 어기면 처벌도 무겁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2년 발간한 <기사형 광고 현황과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뉴욕타임즈는 ‘PAID POST(돈 받고 쓴 기사)’라는 문구를 기사형 광고 상단에 본문보다 더 큰 글씨로 표시하고 고정한다. 기사로 오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날짜도, 기자 이름도 적지 않는다.  독일은 광고와 기사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만 유로(약 1억 3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2017년 미국 방송통신위원회(FCC)는 후원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방송한 방송사에 1330만 달러(약 175억)의 벌금을 부과했다.  1편 읽기 ① “2억원 웃돈 기대, 탁 트인 한강 조망” 기사⋯ 사기 아파트 광고였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사진 최윤정(코트워치, yoon@c-watch.org) * 이 기사는 뉴스어디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언론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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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웃돈 기대, 탁 트인 한강 조망” 기사… 사기 아파트 광고였다
사람들은 광고는 말 그대로 광고로 보지만, 기사는 언론인의 취재와 검증을 거친 콘텐츠로 보고 대체로 믿습니다. 그래서 ‘기사처럼 생긴 광고’가 등장했어요. 기사의 ‘신뢰’를 광고에 끼워파는 것이죠. ‘기사형 광고’는 언론사의 주요 변종 돈벌이 수단이 됐습니다. ‘광고’지만 ‘기사’로 위장해 허위 정보가 들어있어도 믿는 사람이 많고, 이것이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해요. <뉴스어디>가 만난 시민들은, 언론사가 심의규정에 따라 해야 하는 '광고' 표기를 숨겨놔 광고 표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한때 기사와 광고를 헷갈리게 편집할 경우 2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이 있었지만, 2009년 이 조항을 삭제한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됐어요. 이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12명 중 8명이 언론인 출신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뉴스어디의 기사형 광고 추적 보도 1편을 읽어보시고, 함께 고민해봐요! 뉴스어디는 기사형 광고 심의규정을 위반한 문제 기사를 전수조사해 특별페이지 ‘내가 본 기사, 사실은 광고라고?’에서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오늘 본 기사가 광고같다면, 이 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기사형 광고를 찾는 법도 알아가세요!  252명이 아파트 분양 사기를 당했다. 피해액은 약 260억 원. 2017년부터 추진한 서울 옥수동 지역주택조합 ‘한강 옥수 우림필유’ 이야기다. 조합장 한모 씨, 감사 박모 씨 등 8명이 34층짜리 4개 동, 593가구 규모 아파트 사업을 추진한다며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조합원을 모집했다. “강남보다 저렴하지만 강남과 비슷한 생활권이라는 의미의 ‘뒷구정동’”, ‘2억원 웃돈 기대’ 등의 기사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강남 생활권 돋보인다더니 이제와 ‘원수에게 권하는 아파트’? 지난해 10월 16일 한모 씨 일당이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몇몇 언론은 이 사건이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아파트’라는 점에 주목했다. “원수에게 권하는 지주택”이라거나 주택법이 허술해 사기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디지털타임스’는 <“원수에게 권하라” 지주택 피해 막으려 구청까지 나섰지만…>(10월 18일 이미연 기자)이라는 기사에서 “매입 비용이 산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지는 눈덩이처럼 무럭무럭 자라 조합원들에게는 추가분담금 폭탄”이 될 거라 경고한다. ‘땅집고’(조선일보 자회사)는 <“옥수동 34층 아파트?” ‘400억’ 지주택 ‘분양사기’에 국토부 늑장대응 비판>(10월 25일 배민주 기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허술한 법으로 인해 수백억 원대 분양 사기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대로 지주택의 사업 성공률은 10~20%에 불과하다. 일반인이 조합을 이뤄 시작하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사업 속도도 느리다. 재개발, 재건축과 달리 땅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토지 확보율이 95%를 넘지 않으면 사업 승인이 나오지 않는다. 옥수동 지주택 사기 일당은 조합원들에게 토지를 80% 확보했다고 했지만 실제 확보율은 8%에 불과했다. 이런 지주택 특성 때문에 사기가 자주 발생한다. 옥수동 지주택이 사업을 시작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택 사기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기사처럼 보이게 기자 이름도…  지주택 조합원 “기사형 광고 판단 어렵다” 지주택 사업의 문제를 몰랐을 리 없는 언론사들이 2017년에는 과연 옥수동 사업을 어떻게 다뤘을까.  조선일보는 <탁 트인 한강 조망, 일반 분양보다 10~20%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2017년 4월 27일 고석태 객원기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합원 모집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이기 때문에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훨씬 낮은 공급가” 등을 강조했다.  ‘지주택은 원수에게 권하라’고 한 디지털타임스는 5년 전에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이기 때문에 일반 분양 아파트 대비 훨씬 저렴한 공급가로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자치구에 토지소유권율 등을 문의해볼 수도 있었지만, 이를 확인한 보도는 한 건도 없다.  매일경제와 동아일보는 당시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며 분석하듯 ‘기사처럼’ 기사형 광고를 썼다. 매일경제 <한강조망·초역세권·강남생활권⋯3박자 다 갖췄다>(2017년 4월 12일 배윤경 디지털뉴스국 기자), 동아일보 <“한강조망권, 초역세권에 강남생활권까지 다 갖췄네”>(2017년 4월 20일 김민식 기자) 등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체감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웃돈까지 붙은” 지역으로 옥수동을 지목하며, 이 아파트 사업을 언급했다. 옥수 우림필유의 한 조합원은 “저희가 본 광고가 기업형 광고(기사형 광고를 말함)인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했다. 사실상 광고인지 몰랐다는 말이다. 동아일보, 기사형 광고는 싣고 지주택 사업 문제점은 보도하지 않아 10여 개 매체가 게재한 옥수동 지주택 아파트 기사형 광고 전체 60건 중 14건을 동아일보가 실었다. 사기 아파트 홍보성 기사가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지주택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은 보도하지 않았다. 옥수동 아파트 건뿐 아니라 서울 구로, 전남 순천, 강원 고성 등에서 올해 발생한 지주택 사기 사건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 중 유일하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옥수 우림필유’를 언급한 지면, 인터넷 기사 보도 건수. 총 18개 언론사가 60개 기사를 작성했다.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2017년 4월부터 마지막 보도가 실린 2018년 9월까지 약 1년 5개월간 보도 건수다. 이 중 지면 기사 6건이 심의규정 위반으로 적발됐다. 조선일보 기사에는 지주택 사업의 위험성을 다루지 않다가 뒤늦게 우려점을 추가한 흔적이 있다. <“합리적 가격에 한강조망권⋯서울의 모든 프리미엄 누려”>(2017년 11월 8일 고석태 객원기자), <한강 조망이 한눈에⋯‘더블 역세권’ 품은 중소형 아파트>(2017년 11월 16일 고석태 객원기자)는 지주택 개념을 적은 박스 형태의 설명 글을 붙였다. 내용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후에 나온 <강남권 아우르는 생활인프라⋅한강조망권을 합리적 가격으로>(2017년 12월 21일 고석태 객원기자)는 ‘조합의 운영 비리나 토지 매입 지연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합원 신청에 신중해야 한다’는 부작용을 추가했다. 조선일보는 옥수동 지주택 사업 관련 기사형 광고가 19건으로 언론사 중 가장 많다. 광고보다 못한 기사형 광고  기사 형식의 광고가 아니라 일반 광고라면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더 제공했을 수 있다. 광고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에 따라 유전자변형물질 분야, 건강기능식품 업종 등 분야별로 ‘표시대상 중요 정보 항목’이 정해져 있다. 부동산업 및 임대업 광고는 ‘건축허가 취득 여부’, ‘대지소유권 확보 여부’ 등이 ‘중요 정보 항목’이다. 이를 표기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공정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사형 광고는 일반 광고와 달리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처럼 지켜야 할 구체적이고 강제성 있는 규정이 없다. 자율심의기구가 정해놓은 ‘독자가 광고를 기사로 혼동하지 않도록 준수’ 혹은 ‘기사로 오인하게 유도하는 표현을 해서는 아니 된다’ 정도가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은 없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운영규정에 ‘1년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는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명시하고 있지만, 한국신문윤리위는 11월 3일 기준 “해당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제재를 받아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처벌 조항 삭제 기사형 광고가 광고보다 못 믿을 대상이 된 건 2009년 신문법 개정 탓이 크다. 2005년 신문법 전부개정으로 “정기간행물의 편집인은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2009년 기사형 광고에 과태료를 처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개정안을 발의한 12명 중 8명이 언론인 출신이다. 뉴스타파가 <MB 정권의 처벌조항 폐지 후 독자기만 ‘기사형 광고’ 급증>(2019년 10월 28일 김강민 기자)기사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중 5명은 신문기자 출신으로 강승규(한국일보, 경향신문), 이경재(동아일보), 진성호(조선일보), 최구식(조선일보), 홍사덕(중앙일보)이고, 3명은 한선교(MBC), 안형환(KBS), 허원제(SBS)로 방송사 출신이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 * 이 기사는 뉴스어디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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