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어쩌다 모금을 하게 된 사람이 쓰는 글
‍ ‍ ‍ 👀 에디터 노트 지난 달 Table Pick을 기억하시나요?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글에서처럼 비영리가 공익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죠. ‍비영리 조직이 사업 수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기부 모금’이지만, 활동 취지에 공감하는 기부자를 만나고 신뢰 관계를 쌓는 일은 쉽지 않죠. 후원자 또한 내가 기부한 돈이 의미 있게 쓰이기를 바라지만, 그런 단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대학 내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수익 모델을 가진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던 필자가 가치와 철학을 판매하는 기부 모금가로 변신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요.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필자의 경험을 통해, 비영리 조직이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뜻을 함께하는 후원자들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에 영감을 얻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가 흐려지던 시기에서 ‍ 2014년 평범한 대학교 3학년이던 저는 학과 친구들과 함께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공강 시간(강의와 다음 강의 사이의 빈 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공강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의미에서 이 활동의 이름을 ‘십시일밥’으로 정했습니다. ‍ 이렇게 시작한 봉사 활동이 커져 인근 대학에도 지부를 설치했습니다. 3년 뒤 십시일밥은 29개 대학에서 1,000여 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고,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한 것이 제가 사회혁신 생태계에 들어온 계기였습니다.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봉사활동에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봉사의 대가로 받은 식권은 전부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전달되었고, 봉사자 모집을 위한 홍보물 제작비, 식당에서 착용해야 하는 단체 위생복 구매비 등은 저를 포함한 운영진들의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대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러던 와중에 큰 상금이 걸린 경연대회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나가서 상금을 받으면 당분간 운영비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명회에 참석해 들어보니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은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당시의 십시일밥 모델로는 입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십시일밥은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 단체인데 수익 구조와 어떻게 연관 지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과정에서 만난 많은 분께서 조언을 주셨습니다. 비영리도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오히려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에 기반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고, 앞으로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점차 흐려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후 십시일밥 총회를 통해 운영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원래는 공강 시간에 봉사활동을 한 대가로 식당에서 받은 식권을 100% 기부했는데, 이후부터는 식당에서 약 20%의 운영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기부했습니다. 100% 비영리성으로 운영되던 십시일밥에 20%의 영리성을 얹은 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진들의 사비 또한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었고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에 기반한 사회혁신’. 저에게는 구원과도 같은 방법이었습니다. 덕분에 앞서 언급한 경연대회에서는 전국 참가 팀 1,294개 중 1위를 할 수 있었고, 2014년에 시작한 십시일밥은 2024년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사회혁신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형성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수익 모델이 필요하며 타인의 기부나 선의에 의해 운영되는 단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명확해져야 하는 순간 ‍ 경연대회 우승 이후 저는 얼마간 십시일밥을 운영하다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주축인 조직이었기 때문에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때의 저는 한창 자신감이 붙어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십시일밥을 떠나 오랫동안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번에는 십시일’밥’이 아닌 십시일’방’이었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제가 싫었던 것은 ‘식권 몇 장 기부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깊이 있는 변화를 오랫동안 만들어가는 모습을 꿈꿔왔습니다. 그래서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안전한 주거를 제공하고, 이 기반 위에서 교육과 생활적 지원을 제공하는 십시일방을 시작했습니다. ‍ 2020년 설립한 십시일방은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만 18세가 되어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명 한 명의 청년과 깊이 교류하고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제가 계획했던 깊이 있는 변화가 창출되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주거 지원은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굿즈를 판매하는 등의 방법은 떠올릴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메인 수익 모델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할 때는 비교적 빠르게 수익 모델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지 못할까 고민했고 스스로 괴로워했습니다.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저의 부족한 능력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시일밥과 다르게 십시일방은 수익 모델을 도입하기 부적합하거나 부적절한 것이 아닐까?’ 이후 저는 모든 사회혁신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만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있어야만 지속할 수 있으니 십시일방 또한 이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과거 십시일밥에 수익 모델을 입혔던 경험에 스스로를 가두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모금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 ‍ 저는 남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기반한 수익 모델이 저에게는 오히려 마음이 편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십시일방의 모델은 특성상 기부를 받아야 했고, 대표인 저는 자신도 없고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모금’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처음 십시일방에 기부를 시작해주신 분들은 주로 지인들이었습니다. 평소 자립준비청년 문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있었고, 제가 과거에 십시일밥을 운영했던 것을 아시고 십시일방 또한 믿고 응원해주기로 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 건의해 회사 차원에서 십시일방을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모든 분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금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분들이 언제든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부자가 기부를 중단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기부자 커뮤니케이션 부족입니다. 여러 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기부자가 개인 사정에 의해 기부를 줄여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배운 적이 있습니다. 가장 상위에 있는 기준 중 하나는 ‘어떤 비영리단체가 나에게 꾸준히 소식을 전하고 있는지’였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든 직접 통화를 하는  것이든, 모금에 대해 잘 몰라도 십시일방에 기부하신 분들께는 소식을 잘 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십시일방은 거의 1인 대표 조직에 가까웠습니다. 대표인 제가 사업을 홍보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을 선발 및 면담하고, 여러 개의 주거지를 관리하고, 행정 처리를 하는 등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별도로 십시일방의 소식을 카드뉴스나 리포트의 형태로 제작해 기부자님들께 보내 드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고 기부자님들께도 이를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멋지게 정리하고 디자인해서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작할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렇게 수개월을 흘려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기부자들의 이탈은 없었지만, 이렇게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습니다. ‘뭐라도 보내드리자’ 그리고 오늘 하루 제가 보고 겪은 일들에 관해 썼습니다. 예를 들어 자립준비청년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도움이 필요해 보여 어떻게 돈을 썼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줄글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때로는 덤덤한 수필 같았고, 어떤 날은 개인적인 일기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기부자님들이 제 이메일을 읽으실까 걱정이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정기적인 기부자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기부자님들께 보내는 편지 ‍ 줄글이기 때문에 읽히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많은 기부자분들이 뉴스레터를 좋아해 주셨습니다. 이메일 소통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제가 보내드리는 이메일의 오픈율은 평균 80%를 상회하고, 높은 경우 95%에 달했습니다. 십시일방이 사용하는 뉴스레터 발송 플랫폼 스티비에 따르면 저희 같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 오픈율은 평균 13.7%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 구독자 규모와 오픈율이 반비례한다는 점입니다. 구독자 수가 적을수록 오픈율이 높고 구독자 수가 많아질수록 오픈율이 점차 낮아집니다. ‍ 구독자 수가 적은 조직은 기부자 중 지인의 비중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단체와의 친밀도가 높아 뉴스레터 또한 잘 읽어 보실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부자 중에는 해당 사회 문제에 관심이 깊은 선도자(first-mover)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단체의 규모가 커지고 구독자의 수가 많아지면 이러한 유형의 기부자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픈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천 명 미만 카테고리에 속하는 십시일방 또한 위와 같은 이유에서 오픈율이 높을 것입니다. 다만 1천 명 미만 비영리단체 카테고리의 평균 뉴스레터 오픈율(41.4%)보다도 십시일방의 오픈율(평균 80% 이상)이 높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 첫번째는 이메일을 보내는 저와 기부자님들과의 거리가 짧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이메일을 쓰고, 기부자님들께서 보내주시는 의견을 직접 읽어보며 다시 답장 드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부자님들께서는 언제든 단체의 대표인 저와 연결될 수 있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추후 기부자님들의 수가 증가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답장을 주시는 비율이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부자님들의 의견은 하나도 빠짐없이 중요한 내용이기에 제가 잘 알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십시일방의 이메일 오픈율이 높은 두 번째 이유는 이메일을 쓰는 사람과 현장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큰 비영리단체는 현장 부서와 사업 기획, 디자인, 마케팅 부서 등이 기능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현장 스토리의 톤앤 매너가 콘텐츠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치며 미세하게 변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상 현장에서 느낀 섬세한 감정선과 디테일을 전했을 때 기부자들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비영리의 전형적인 서사는 누군가에게는 이미 많이 읽어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읽히는 콘텐츠를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친 스토리보다는 현장 활동가의 오리지널리티가 살아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기부자님들께 저의 생각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어떻게 썼고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드렸는지에 관한 결과만을 기부자님들께 전하는 게 아닙니다. 대표인 제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여 어떠한 결론에 이르렀는지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자님들은 십시일방을 운영하는 사람의 생각과 영혼이 어떤 유형의 것인지를 궁금해하시기 때문입니다. 비영리단체가 사업의 결과를 정리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표준화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정보에서 기부자님들이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감동과 인사이트는 제한적입니다. 저는 기부자님들이 이메일을 통해 저와 직접 연결되고, 저의 생각을 들어보시고, 때로는 저를 검증하고 때로는 저와 공감하는 과정에서 더욱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 십시일방의 철학을 판매합니다 ‍ 지금까지 제가 2개의 사회혁신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며 느낀 점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조직인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흐릿해지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수익 모델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두 번째 조직인 십시일방을 운영하면서는 어떤 모델에는 수익 구조를 얹히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기부자를 발굴하고 기부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모금가로서 고군분투 중입니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듯, 십시일방은 철학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듯, 십시일방도 기부자님들이 그리는 사회 변화의 과정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 과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저의 매일입니다. ‍ ‍ 글 | 이호영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최고연구책임자(CRO·Chief Research Officer)로 근무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회혁신 생태계의 N잡러입니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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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잠재후원자), 내 동료가 되어라!"
“너(잠재후원자), 내 동료가 되어라!”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 누구나데이터는 ‘사회혁신가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적정기술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어요. 최근에는 <비영리단체 성장 공식, 잠재후원자 모금>이라는 제목의 가이드북을 펴내서 무료로 공유하고 있죠. 오늘은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후원자를 찾을 수 있을까?" 질문을 했습니다. 책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다운받거나 읽어볼 수 있어요. 👉 <비영리단체 성장 공식, 잠재후원자 모금> | 모금 기술에 관한 책을 집필한 배경이 궁금하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모금의 필요성이 급증했고, 많은 비영리 조직에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모금은 쉽지 않다. 우리는 디지털 모금에 성공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분석했고, 잠재 후원자 명부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잠재 후원자를 만나고 관계를 맺어 후원자로 만든다는 개념은 기본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실행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했다. '잠재 후원자 모금 포럼'을 개최하여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2년간 8차례 진행된 포럼의 내용을 정리해 잠재 후원자 모금 이론과 6개 적용 사례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 | '잠재후원자 모금'은 무엇인가? '잠재후원자 모금'은 '잠재후원자 데이터 기반 모금'을 줄인 말이다. 어떤 사람을 후원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연락처를 획득하고 지속적인 육성을 통해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후원자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먼저 잠재후원자를 만들어야 이 중에서 후원자가 나온다. 잠재후원자의 수와 이 중 실제 후원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조직의 중요한 지표다. ‍잠재후원자가 없다면 기존 후원자에게만 계속해서 후원, 증액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많은 단체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잠재후원자 확보에서부터 시작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관심자와 잠재후원자와의 특징 비교 ©누구나데이터 ‍ | 전통적인 모금 방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잠재후원자를 기반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모금하는 원리는 변함없는 진리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잠재후원자 모금 방법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에는 잠재후원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 큰 단체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통해 잠재후원자를 만나고, 데이터를 모으며, 후원을 요청하는 작업을 거의 비용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 | 보조금, 수익사업(위탁/용역 등), 기업 후원을 통한 재원 확보가 좀 더 수월하지 않나? 기업 후원으로 잘 운영되는 조직도 개인 후원자 확보에 관심이 많다. 개인 후원자 기반의 재정 자립은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조직은 자신을 온전히 지지하는 후원자와 동기화되어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 | 가장 인상 깊은 사례를 꼽자면? 서울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이 기억에 남는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였다. 해외 환경운동가가 개발한 오픈소스 설계도를 참고하여  플라스틱 재활용 기계를 제작했다. ‍'참새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참여자들이 플라스틱을 보내면 재활용 굿즈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캠페인이었다. 이를 통해 잠재후원자를 모았고, 뉴스레터, 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고 활동을 알렸다. 작은 관심을 점차 더 깊은 관심으로 발전시키도록 잘 설계한 모금 캠페인이다.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 사례 | 모금의 디지털 마케팅 접근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전히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디다. 젊은 층이 다수인 조직은 데이터/디지털 활용이 용이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상관관계는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변화 수용성’이다. 나이나 세대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고 최소한의 협조가 이루어지는 조직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실무자의 시도를 수용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 문화가 핵심이다. 이는 젊은 조직이나 오래된 조직 모두에 해당한다. ‍ | 참여연대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전화모금이 활동가에게는 인사이트와 동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모금 효과도 높았다. 전통적인 전화모금이 효과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실제 얼마의 모금이 이뤄지는 지가 중요한데, 때로는 디지털 방식보다 전화가  비용 대비 효과적일 수 있다. 또, 후원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어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했다. SNS,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활자를 통한 모금은 전화, 대면과 같은 육성을 통한 모금보다 불리하다. 전화 모금은 후원자의 반응을 직접 들을 수 있고, 조직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활동가에게 동기 부여와 응원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본적인 모금 방법을 시도해보지 않은 조직이라면, 전화 모금이 효과적이고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적극적인 모금 활동이 비영리단체의 미션을 왜곡시킬 위험은 없나? 잠재후원자 모금은 미션을 훼손하거나 후원자를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이행할수록 후원자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구성원도 미션에 더 동기화된다. 모금은 단순한 예산 확보가 아니다. 특히 개인 후원자 모금은 단체의 미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후원자와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 과정은 자주 할수록 좋다. 후원 요청을 통해 우리의 미션과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후원자는 미션을 더 깊이 이해한다. 우리의 가치를 알리는 가장 확실하고 적극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모금 활동은 우리의 사업이나 활동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며, 단순히 기부만 유도하는 활동이 아니다. 모금은 미션 실현과 후원자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 | 후원자와 더 가까워지려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온라인 활동과 콘텐츠 발행을 통해 다양한 수준의 잠재 후원자들과 초기 관계를 맺는다. 후원자가 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통으로 사업 소식을 전하고 추가 참여를 유도한다. ‍더 깊은 관계를 위해서는 열성 후원자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문위원회, 고문, 이사 등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하고, 재능 기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 또한, 후원자 인터뷰 진행, 후원 경험 후기 작성, 기념품 인증 요청 등의 방법도 있다. 이러한 활동은 후원자를 조직의 미션에 더 가깝게 만드는 과정이다. ‍후원자가 타인 앞에서 후원 조직을 자발적으로 옹호하는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더 이상 후원 관리가 필요 없는 동료 수준의 관계로 발전하여, 오히려 조직의 신규 후원자 발굴을 돕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후원자는 단순한 기부자에서 조직의 진정한 동료로 성장할 수 있다. 잠재후원자 모금 프로세스 ©누구나데이터 ‍| 디지털 환경에서도 대형 모금 조직과 중소형 모금 조직의 격차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큰 단체들의 모금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일단, 중소형 비영리 조직은 좀 더 니치하게 단체의 미션에 공감하는 잠재 후원자를 타겟팅해야 한다. 대형 조직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에 광고 등의 유료 마케팅은 효과가 떨어진다. 대신 이메일, 카카오톡 채널, 문자 메시지 등 직접 소통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방법은 대형 단체보다 작은 단체가 더 능숙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편, 생태계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섹터 전반의 기술 역량 강화와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그래야 작은 조직도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회혁신가를 위한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비영리 섹터에 특화된 기술 개발과 공급이 필요하고, 비영리 단체의 특성에 맞는 적정 기술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적용을 지원하는 생태계, 자금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비영리 섹터에서 활동한 B2B 기술 기업 현황  ©누구나데이터 | 작은 단체들이 온라인에서 후원자를 모으려면 어떤 채널을 선택해야 할까?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을 선택하려면 타겟의 특성과 선호하는 매체를 파악하고, 동시에 단체의 가용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 ‍홈페이지나 캠페인 페이지는 필수다. 이 채널은 잠재 후원자 데이터를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한다. 단순히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팔로워를 뉴스레터 구독자로 유입시키는 등 단계적 전환이 중요하다. 그래야 각 단계별 액션 플랜을 수립할 수 있다. 카카오톡 채널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뉴스레터와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1대1 푸시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의 특성상 사용자 비율(99.9%)이 높고, 운영 비용도 낮다. 또 이메일보다 정보 수집이 간편해 더 쉽게 잠재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다. 자원이 제한적인 비영리 조직에서는 카카오톡 채널 활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 | 창업 8년 차로서, 창업 초기와 비교하여 자유 님과 조직은 어떻게 달라졌나?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혼자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팀으로 성장했고, '오늘의 리포트', '캠페이너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더 많은 조직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누구나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전환한 국내 비영리단체 비율 ©누구나데이터‍ 그러나 중소형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모금 일상화라는 우리의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별도의 학습 없이도 디지털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모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전체 비영리 단체 중 약 3%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더 광범위한 확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비영리 섹터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글 | 최성욱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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