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김용균 5주기'와 대법원 : 일은 시켰는데 고용관계가 아니라고요?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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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정치, 시사,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 언스플레시)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24살 김용균 씨가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습니다. 사건 관련, 검찰은 수사를 진행한 뒤 2020년 8월 원청인 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법인과 사장 등을 김용균씨 사망 사고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 판결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 무죄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연평균 9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인 점 / 컨베이어 벨트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수차례 발생한 점 / 한국서부발전이 컨베이어 벨트를 비롯 모든 설비를 소유하고 운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점 / 한국서부발전이 한국발전기술 작업 인원에 관여하고, 안전 회의를 통해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에게 직접 작업 지시를 하는 등 관리 및 감독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소속 노동자들 사이 실질적 고용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서부발전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라고 볼 수 없어 한국서부발전이 노동자 사망으로 인한 법 위반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점검 작업을 시행할 때 컨베이어 벨트 운전을 정지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인정된다며 판결했습니다. 

즉,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사고가 많이 났어도, 서부발전이 설비들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와 운영권을 가지고 있어도,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려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서부발전 책임자 및 법인은 법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업무 지시까지 내리는 상황에 고용관계가 아니라 사람이 사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책임 없는데 업무지시를 내릴 권한은 어디 있는 건지, 이해하기 불가능합니다.

이에, 유족은 서부발전과 하청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다는 의견서를 항소심에서 냈습니다.

2심 판결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무죄
*한국서부발전 법인 무죄 선고
*한국서부발전 안전보건 총괄책임자 권유환 전 태안발전본부장 무죄 선고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한국발전기술 법인 벌금 1200만 원으로 선고
*태안발전본부 직원 2명에게 선고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 원 원심 판결이 무죄 선고

재판부는 서부발전의 한국발전기술에 대한 구체적 지시 및 감독 행위는 용역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급인으로서의 일반적 지시권에 기초한 권한 행사에 해당한다며 근로의 실질 종속 고용관계는 그 의미를 달리해 반드시 동일하게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용역계약의 목적은 부여하고 부여받은 서로의 일을 다 마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에는 구체적 지시와 감독 행위가 수반되는 것이고요. 계약서에 고용관계로 적시되지 않아도 지금과 같은 관계라면 실질적 종속 고용관계라고 부르는 게 합리적입니다. 그렇게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재판부의 판결이 1차원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가 구체적 설비의 형태나 작업 방식이 다른 컨베이어 벨트에 대해 사고 예방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즉,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에 대해서 재판부는 산업재해 사고 재발방지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위험성을 알면서 사고가 발생하게끔 고의로 방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의든 아니든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한 것을 보통 ‘직무유기’라고 합니다. 재판부는 다르게 생각하나 봅니다.

대법원 판결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무죄 선고
*한국서부발전 법인의 무죄 선고
*한국서부발전 안전보건 총괄책임자 권유환 전 태안발전본부장 무죄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6명 금고형의 집행유예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 결정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5명 벌금형, 금고형의 집행유예
|*한국발전기술 법인 벌금 1200만 원 확정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에 대해 “원심 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죄의 사업주·고의·안전조치의무 위반·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말이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내려진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진 사건입니다. 책임자 처벌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책임자들에 무죄 판결이 내려지며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법적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 질까요?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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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가 죽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는데 책임지는 주체는 줄어들다 못해 아예 사라지고 있네요...
"김용균 5주기"와 대법원의 고용관계 여부에 대한 토론은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존재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법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공론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한 판단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