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은 노란버스로, 갑자기 왜?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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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정치, 시사,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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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시절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갔을 때 탑승했던 전세버스가 기억나실 겁니다. 이때 타는 버스를 두고 통학버스라고 부르진 않았죠. 하지만, 앞으로 통학버스와 소풍버스의 차이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죠.

작년 11월 제주교육청의 유권해석 요청으로 법제처는 「도로교통법」 제 2조(정의), 제 52조(어린이통학버스의 신고)에 따라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 이동]은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 등에 해당된다고 해석했습니다.(어린이 : 13세 미만) 경찰청도 현장체험학습 등 비정기적인 운행 차량도 황색 도색과 구조 변경 등 조건을 갖춰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제52조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는 행전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로 한정하고. 노란 도색, 표지, 보험 가입, 소유관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나옵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앞으로의 현장체험학습은 통학에 해당되니 노란 도색을 하고 여러 조건을 갖춘 관할 경찰서에 신고된 차량을 운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초등교사노동조합
초등교사노동조합

현장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초등학교는 위 법령에 따라 일반 전세버스가 아닌 노란 버스를 운행해야 하는 상황이나 적합한 대형버스가 매우 적어 난처한 상황입니다.(*13세 이상인 경우 일반 전세버스를 타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전국전세버스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위 법령에 위반되지 않고 사용 가능한 어린이 통학버스는 총 6,955대입니다. 이 중 현장체험학습 이동에 적합한 대형버스는 2,431대라고 합니다. 이는, 1~6월 초등학교 체험학습 운행 차량으로 5만여 대 가깝게 계약되었던 것에 비해 매우 적은 대수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현장 체험학습이 가을로 몰려 버스 대절조차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울산에는 26개의 전세버스 운송회사가 있지만 노란 버스는 1대도 없어 울산 초등학교에선 지역 내에서 노란 버스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나머지 4,000여 대의 버스를 법령 준수를 위해 개조하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버스업계는 개조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한 번 개조를 하면 학교 현장체험학습 용도 이외엔 일반 전세버스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체형에 맞게 벨트도 바꾸기 때문입니다. 개조 비용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험학습을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현장 교사들 입장이 난처해 보입니다. 일부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하면서 학교와 사전 계약했던 체험학습 업체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잡아둔 9월 예약이 없던 일이 됐고, 체험활동 프로그램 준비에 사용한 금액을 날릴 처지라고 합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교육청이 차량을 구하지 못해 수학여행을 취소할 경우 2학기에 발생할 위약금이 총 800억 수준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위 혼란에 대해 교육부는 8월 25일,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단속 대신 계도 홍보하겠다는 경찰청의 입장을 시도교육청에 안내했습니다. 어떤 법령이든 현장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기관은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최소화할 방안이 도출될 때까지”라는 문구를 보면 정책을 시행할 생각만 했지 후폭풍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혼란을 보면 현 정부와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 일을 하고, 해왔는지 보입니다. 청사진 없이 일을 벌이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약방문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보도를 찾아봤습니다. 이번 일의 시작이 법제처의 유권해석부터라고 짚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법제처가 유권해석한 내용이 적절하다면 3년 전, 5년 전에는 왜 조용했을까요? 올해가 되어서 갑자기 어린이 교통안전 확보가 중요해진 것일까요? 제 의문은 아직 시원하게 풀리진 않았습니다. 행정부의 이런  일 처리 과정을 보는 것이 착잡하고 안타깝습니다.

여러분은 노란 버스 사태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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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비회원

노란버스도 좋지만 의자를 개조할때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 신체조건도 고려해서
개선해주셨음 합니다
유치원버스도 아니고 의자사이즈가 너무작아서 덩치큰 아이들은 오히려 위험합니다의자가 엉덩이반에 걸쳐있어서 자꾸 미끄러져서 앉기조차 불편하니 급정거라도 하면 더큰 위험이 초래할것 같습니다
지금도 통학버스 이용하는데 차가 25인승아라도 의자를 개조해서 그런지 통로도 좁고 의자도 작고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법도 좋지만 정말 아이들을 생각하신다면 차량개조할때 아이들 신체사이즈에 맞게 해주셨음 합니다
요즘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어도 발육상태가 좋아서 중학생보다 큰아이들도 많아여
꼭 참고해주세요

학교도 선생님들도 난감하고, 아이들도 굉장히 실망하도 아쉬워합니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회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고, 정책 실무자들의 대책없는 무분별한 행정처리도 문제입니다. 시스템을 고치는 일은 전체적인 구도와 설계 도면을 들여야 보면서 고쳐야 할 부분과 연결된 다른 부분까지의 영향을 감안해서 시정, 처리되어야 후탈이 없는 법인데...ㅠㅠ 주먹구구식의 행정처리가 참 기가 막히는 일입니다.
조금 더 융통성이 있게 접근 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정책을 도입하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소급 적용도 없이 당장 시행되기엔 무리라고 보여요.

구성원 중 교사가 많은 저희 집에서는 아주 핫한 이슈였습니다. 다시 2학기 계획을 수정할 기간조차 주지 않고 공문만 내려 보내는 과정이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고 느꼈습니다. 일단 통보한 뒤 다양한 분야에서 혼란이 일어나자 '단속까지는 하지 않겠다' 뒤늦게 변경하는 모습에 법령 구성 및 시행 과정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네요.

학생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 반가운 일이지만 대책도 준비도 없었던 상태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현장에서 감당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체험학습 한 번 제대로 못가다가 2학기에 갈 준비를 모두 마쳤는데 노란버스가 없어서 또 못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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