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전세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전세사기 문제는 해결되고 있는 것일까요?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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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고충센터 센터장입니다.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전세사기 피해를 확인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23년 7월 29일 경향신문 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음에도 왜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이번 대전 피해자 사망 사건 외에도 다수의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이 소용없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1 : 4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피해자.

 

우선 특별법이 제시하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고충센터에서 전세사기 고충을 접수한 분들 900여명을 대상으로 법 개정 이후인 6월 22~27일(6일간) 온라인 설문을 진행하였습니다. 총 425명의 응답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임대인이 연락이 두절되거나, 계약 도중 임대인이 변경되는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 전세사기 특별법이 인정하는 피해자 요건 4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사람의 비율은 78%에 그쳤습니다.

 

상당한 보증금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 특별법이 규정하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율이 이번 설문에 따르면 20%가 넘는 것입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피해자 중 20% 넘는 사람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자료.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피해 고충접수센터 자체 조사 자료 (425명 응답. 23년 6월 22일~27일 조사).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조사가 없는 상황이기에 피해규모를 추정할 수 밖에 없는데, 최근 KBSx연세대연구팀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2만 6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본다면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지만 전세사기 특별법의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피해자가 5천 2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와 연세대 연구팀이 합동 추적한 결과, 사기 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악성 임대인 176명의 존재를 최초로 확인했다는 기사. 해당 임대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2만 6천에 달한다는 기사. 23년 3월 9일 KBS 보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2 : 똑같은 피해를 당했어도 21년 6월 이전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제외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시한 피해자 요건 4가지를 충족하더라도 21년 6월 이전에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특별법 상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시기에 따른 사각지대입니다.

 

시기에 따른 사각지대도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전세사기 범죄는 최근에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필자는 10년 전인 2013년 7월에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20대 중반의 청년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만난 1개 건물의 전세사기 사건이 아니더라도 2019년에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를 떠올려보면 21년 이전에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의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9년 9월과 10월 PD수첩에서는 빌라촌 전세시장의 갭투기 문제를 다루는 2부작을 방영 했다는 내용과 함께 2019년부터 전세사기 피해가 알려졌다는 내용의 기사. 21년 4월 1일자 한겨레


똑같은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음에도 특별법 제정 1,2년 전에 피해다를 당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3 : 보증금 반환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보증보험을 통한 보증금 수령, 경매 진행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피해자

 

앞서 언급한 피해자에 비해 피해의 규모는 적지만, 전세사기를 당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금리, 경매 비용 등을 홀로 감당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보증금 피해는 없는 것이니 지원해주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보증 보험을 수령하는데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경매를 넘겨서 보증금 반환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이 길게 2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 걸리는 기간동안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법률, 행정적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보증금 반환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과 어려움을 겪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구제책의 사각지대 : 다가구 주택, 불법건축물 거주자

 

특별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주거형태, 경제적 상황에 따라 아무런 도움을 못 받는 사각지대도 존재합니다.

 

주택 유형에 따른 사각지대 1 : 불법건축물

 

근린생활시설, 상업용 오피스텔, 불법 개조 건축물에 거주하면서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사실상 전세사기 특별법의 지원이 소용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불법건축물이라 불리는 주택에 살았냐고 피해자에게 질문할 수 있지만, 불법건축물이라 분류되는 주택도 모두 공인중개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거래되고, 심지어 전세자금 대출을 공식적으로 받기도 했던 주택들입니다. 그러니 불법건축물 거주 피해자 입장에선 “해당 주택을 거래할 때 잘못되었다는 안내를 받은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소개 받고 임대차 계약도 정상적으로 진행한 계약”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마련한 주요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해당 주택이 경매될 시 전세사기 피해자가 그 주택을 낙찰 받을 수 있도록 경매시 ‘우선매수권’을 피해자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낙찰 받지 못할 시 정부가 대신 매수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여 해당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지원책이 불법건축물에 거주한 전세사기 피해자에겐 적용될 수 없습니다. 하나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정부는 불법건축물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라 하더라도 불법건축물은 매입하지 않겠다고 하니, 해당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되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공급될 수 없는 것입니다.

 

둘째로 우선매수권 부여는 피해자가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불법건축물은 매입하여 주거용으로 쓸 경우 이행강제금 등 추가적인 비용을 매년 지불해야 합니다. 안그래도 경제적 피해를 입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대책은 사실상 무용한 것입니다.

 

이 같은 경우에 정부는 ‘긴급주거지원’ 정책으로 인근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에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할 수 있겠다고 밝혔습니다만, 최근 확인된 사례를 보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필자가 7월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서 확인한 사례가 있습니다. 부산에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정부는 ‘긴급주거지원’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의 위치가 서울 양천구에 있는 주택을 제공하였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부산에 거주하고 싶었지만 집에서 당장 쫓겨나게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서울로 가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긴급주거지원’ 정책이 운영되고 있다면 이는 불법건축물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적절한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며 전세사기를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겐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 유형에 따른 사각지대 2 : 다가구 주택 거주자

 

다가구 주택 거주자의 경우도 위의 불법건축물 거주자와 유사하게 전세사기 특별법의 지원책에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다가구 주택은 호별로 매매가 불가능하고 건물단위로 매매가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시 우선매수권을 부여받는다 하더라도 건물 전체를 사야하는 상황입니다. 수십 억 원에 달하는 건물을 살 수 있는 피해자는 없습니다.

 

또한 정부는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여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것에 소극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나, 정부 관계자들을 인터뷰해보면 다가구 주택은 개별 임차인들의 동의를 다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가구 거주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 피해주택 매입 후 공공임대 전환은 모두 소용이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전세사기 지원책의 사각지대를 짚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전세사기 특별법 상 사각지대는 계속 보고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에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응답이 85.4%로 응답자의 대부분은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과정에 소외되었다고 느낌.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피해 고충접수센터 자체 조사 자료 (425명 응답. 23년 6월 22일~27일 조사).



91.%가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 피해당사자가 피해 구제책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음.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피해 고충접수센터 자체 조사 자료 (425명 응답. 23년 6월 22일~27일 조사)


끝으로 전세사기 특별법은 논의가 끝난 것이 아니라 완성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여야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하며 추가적인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올해 12월에 국회에서 개정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 논의를 위해선 피해자 조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과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법 개정 논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방향에 대한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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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수 비회원

규제법이 필요하지만 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그보다 더심한 방법으로 사기를 칠겝니다.
이에 정당한 전세임대재까지 범법자같은 부류로 몰아 오라가라 하다보면 결국 임차인들에게 영향이 옵니다.
규제는 틀을 잡고 임차인이 해야 할일들을 바르게 알려서 완전한 규제안에서 임대를 할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즉 선의의 임대자 피해가 없어야 합니다.
임차인이 필수사항(서류등 절차)을 필히 준수해야 임차임대가 이루어지도록 부동산중개과정까지 !

박원홍 비회원

만약에 나와 가족들이 전세사기를 당한다면 그 누구든지 끝까지 조용히 찾아가서 응당 댓가를 치루게될 것이다~

관심갖고 부족한 법이 제대로 작동되는 법으로 개정될 수 있게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앞으로 개정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건지 궁금하네요. 국민들이나 피해자들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하고 누가 중심이 되어 개정 문항을 만드는건지.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이렇게 계속 해결되지 않은 현재를 짚어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들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씁쓸하게도 정말 갈 길이 머네요.
법에서 정해놓은 피해자 답지 못함 때문에 구제를 못받는건 정말 어이가 없네요.... 법이 우선이 아니라 피해 받은 사람이 우선이어야 할텐데요. 참 여럽습니다...
저 많은 사각지대를 뛰어넘어야 한다니... 대책으로 피해를 보상받거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가 자기구제를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다각도로 고려하여 더이상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없기를 바랍니다.
읽으면서, 이 이슈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방향에 대한 글'도 기대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안도했는데, 이렇게 적용되기가 어렵다니...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ㅠㅠ다가구 전세 세입자입니다 ㅠ 5천 200명이나 피해자로 인정되지 못하구 있군요.. 전수조사를 통해 사각지대를 밝히는 게 꼭 필요하겠어요.

전세사기를 방지할 대책을 만들지 못해서 사후에야 만들어진 법인데 이렇게 사각지대가 많다니 걱정입니다. 완벽한 법을 처음부터 만들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너무 많은 피해자가 죽고 있는데 아직도 대책에 빈 틈이 이렇게 크다니 충격이네요. 보완 입법을 위해서 목소리가 모이면 좋겠습니다.
지수님 말대로, 임대인의 계약 위반으로 인한 임차인의 피해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보면 좋겠습니다.
지수 비회원
'보증금 반환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과 어려움을 겪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해요. 임대인의 계약 위반으로 인한 피해를 세입자 개인이 전부 떠안아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요. 구조적 한계로 인해 피해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국가 차원의 긴급조치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정된 전세사기 틀별법만으로는 당연히 너무너무 부족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