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우리가 제주를 망가뜨렸다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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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제주는 변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혹시라도 불편하셨던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린다. 강조하고 싶었다. 더는 우리가 알던 옛 제주 모습을 못 볼지도 모른다. 제주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푸른 바다는 어쩌면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제주도, 푸르렀던 바다

제주도 해안의 갯녹음을 더불어, 기존에 없던 생물 종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갯녹음은 백화현상으로,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석회가루)이 석출되어 해저생물이나 해저의 바닥, 바위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갯녹음이 발생할 경우, 해조류가 서식이 어렵다. 해조류 서식이 어려움에 따라, 바다 동물의 먹잇감이 사라지고, 황폐해진다. 이 때문에 갯녹음을 바다의 사막화 현상이라고도 한다.


갯녹음 현상

제주도 해안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갯녹음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당시 이미 제주 연안 어장 40%에서 갯녹음 현상이 발견됐다. 해조류가 없어서, 먹이 생물이 자라지 않고, 기존에 있던 생물은 먹이가 없어 살이 찌지도, 성장하지도 못한다. 

또한, 연안이 아열대화되어 기존에 없던 생물이 출현한다. 독소를 가진 해파리, 바다뱀, 파란고리문어 등이다. 해당 생물들은 기존 생물들이 없어진 자리를 채우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다. 지난 80년간 지구 온난화로 제주 해안 온도가 1.5ºC 상승한 결과다.

출처 : 위키피디아

해안가 온도 상승 메커니즘은 이렇다. 태양으로부터 열에너지가 들어오면, 지구는 일부는 흡수하고, 일부는 반사한다. 이때 극지방의 빙하는 열에너지를 반사하는 효과를 낸다. 반면,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가스는 반사되는 에너지가 우주로 나가지 못하고, 지구 대기에 가둬놓는 역할을 한다. 열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면 그만큼 대기 온도가 상승한다. 상승한 대기는 극지방의 빙하를 녹여 반사 효과를 줄이고,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게 한다. 그 결과 온도상승과 기후변화가 더욱 심해지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대기 온도 상승이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상상해보자. 방 안에 차가운 물이 든 컵이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입김을 불어야, 차가운 물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을까? 혹은 얼마나 방안의 온도를 높여야 차가운 물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을까? 얼핏 봐도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해수면 온도는 이미 상승하고 있고, 제주 앞바다 생태계는 이미 변하고 있다.


출처 : http://jeju.ekfem.or.kr/archives/15991 

위 제주도 갯녹음 발생 지도와 실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제주도 해안 생태계는 이미 많이 변했다. 문제는 이것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갯녹음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해조류가 없어지면 이는 또 다른 악순환을 만든다. 해조류는 CO2를 흡수하여 바다의 산성화를 막는다. 해조류가 없어지면, 이는 다시 해양 산성화의 가속도를 높인다.

해양 산성화의 무서움은 해양생물의 껍데기나 뼈대를 녹인다는 점이다. 해양 생물 껍데기나 뼈대가 되는 탄산칼슘은 높은 산성도의 물과 만나면 녹게 된다. 쉽게 말해 소라, 조개, 전복 등이 껍데기를 형성하지 못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해양 산성화는 산호초 부식을 초래한다. 산호초는 해양 생물 다양성의 필수로 뽑힌다. 산호초는 전제 해양 생물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에 불과하지만, 해양 서식지의 25%를 제공한다. 즉, 0.2%의 산호초가 전체 해양 생물 25%에게 집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전체 산호초의 14%가 사라졌고, 그 면적은 11,700km²에 달한다. 이는 경기도 전체 면적인 10,195km² 보다 넓은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 변화는 또 다른 파괴로 이어지고, 결국은 우리 인간의 삶에 더욱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단 제주도 앞바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 모두 원인을 제공한다

제주도의 문제가 비단 제주도만의,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는 나 역시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모두 전기를 쓰고, 가전제품을 쓰고, 자동차를 타며, 쓰레기를 버린다. 이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은 이루어지고 있다. 다소 과격할 수 있으나, 우리가 하는 일이 탄소 배출이 필연적이라면, 우리는 모두 생태계 변화에 원인을 제공하고, 그 변화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 만의 생태계 변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우리가 사는 생태계의 변화라는 생각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 함께 생각을 모아 생태계 변화 문제에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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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바닷 속 상황은 알지 못하고 있었네요. 너무나도 좋아하는 곳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10여년 전쯤에 제주 앞바다 돌이 하얀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제주도는 내륙과는 생태계가 다른점이 많기 때문에 더 유심하게 관찰하게 되는데요.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는 제주를 포함한 지구 전체를 망가뜨렸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담한 심정과 함께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기후변화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느껴지는 때가 됐네요. 이미 한참 진전되었군요...